기암에 계곡·그늘까지… 맛깔스런 섬 산행

수려한 절벽과 파도소리
햇볕 가려줄 공간도 넉넉
맑은 날 대마도가 한눈에
국수봉 군작전로 유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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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 만나는 옛 해안초소에서 바라본 가덕도 기암절벽.



영도의 1.6배로 부산서 가장 큰 섬인 가덕도는 요즘 심히 혼돈스럽다.

지난 1989년에야 부산으로 편입된 막내섬 가덕도는 임진왜란 등 전시엔 해상요충지로, 4년 전 태풍 매미 땐 큰 피해로 약간의 관심을 끌었을 뿐 평소엔 언제 그랬냐는 듯 늘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섬이 거의 산으로 이뤄져 활용가치를 못 느낀 때문이었을까.

덕분에 신라 때부터 거의 축구공처럼 지금의 김해 진해 창원 마산 등 인근 지자체로 소속이 바뀌는 유랑의 아픔을 겪었다.

시계를 앞당겨 현 시점인 2005년 가을.
가덕도는 서부산권 개발의 핵심으로 떠올라 부산시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귀하신 몸이 된 것이다.

부산신항과 부산~거제를 잇는 거가대교 등 대역사(大役事)의 중심에 서 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을 들이대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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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도중 만나는 옛 해안 초소 아래 바닷가 초병들이 근무를 서던 곳(왼쪽). 우측은 이보다 윗쪽에 위치한 해안초소. 입구엔 철조망과 순찰함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해안초소였던 만큼 전망이 아주 빼어나다.


하지만 가덕도 주민들의 표정은 떨떠름하기만 하다. 허울 좋은 대역사에 삶의 터전을 깡그리 내주고 정작 주민들은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항 남측컨테이너부두는 어민들의 생업을 앗아갔고, 섬 일주도로 계획도 없이 부산과 섬을 잇는 도선을 없앤다고 한다. 투기자본이 몰려 70% 이상의 토지가 외지인의 소유가 된 지 오래다.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에 순응하면서도 그들의 마음 한 구석엔 ‘불편해도 맘 편히 살던 이전이 그립다'는 향수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래서 가덕도와 가덕도 주민들 그리고 해맑게 가덕도를 찾은 기자 모두가 혼돈스럽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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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봉 정상에서.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는 군부대가 위치한 국수봉. 왼쪽 아래 마을이 대항새바지, 고개 넘어 오른쪽 마을은 대항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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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봉 정상석과 봉수대.


그간 산행팀이 소개한 가덕도 산길은 천성~연대봉~선창, 눌차~강금봉~응봉산~매봉~웅주봉~선창, 천성~대항고개~연대봉~대항새바지~대항 코스 등.

이번엔 가덕도 산행의 대미를 장식하는 매봉~연대봉~국수봉 코스를 소개한다. 파도소리에 취하고 기암절벽에 놀라는 그런 길이다.

산행은 두문선착장~두문고개(천성공동묘지)~영주암~천성(가덕)고개(국군23용사 충혼비)~임도~매봉(359m·산불초소)~어음포곡(산불초소)~연대봉(459m)~어음포곡~계곡수~옛 집터~연대봉 갈림길~옛 해안초소~대항새바지~전봇대(배수펌프 가건물)~동백나무 군락지~군부대 통행시간 제한 경고판~무명봉(군진지 참호)~국수봉(269m)~군벙커~개사육장~외항포할매집(슈퍼)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6시간10분 안팎. 길찾기는 대체로 평이하나 일부 구간이 까다로워 국제신문 노란 리본을 반드시 참조하자. 일반적인 섬 산행길과 달리 이번 코스에는 계곡과 그늘이 있어 햇볕이 약간 따가워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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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문선착장에서 하선한 후 왼쪽으로 100m쯤 가면 길 우측에 ‘두문길'이라 적힌 이정표. 국군충혼비 방향인 우측으로 오른다. 15분 뒤 천성공동묘지가 위치한 두문고개. 아름드리 소나무를 따라 가면 영주암을 지나고 여기서 14분 뒤 천성예비군 교장이 보이는 천성(가덕)고개에 닿는다. 한국전쟁 때 산화한 젊은 넋을 모신 ‘국군23용사 충혼비' 우측으로 간다. 충혼비 우측으로 강금봉과 암봉인 응봉산이, 좌측엔 갈마봉이 보인다.

이제 본격 산길. 하지만 이어지는 산길은 가시밭길이라 꽤나 힘겹다. 20분이면 무명봉을 살짝 넘어 임도에 닿는다. 바로 길을 건너 산으로 오른다. 경사가 심하지 않은 데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눈길을 붙잡는다.

14분 뒤 매봉 정상. 초소가 없다면 정상인지 모르고 지나칠 정도로 조망 등 아무 특징이 없다. 직진하면 응봉산 강금봉, 산행팀은 오른쪽 연대봉 방향으로 간다.
15분 뒤 안부인 어음포곡. 초소와 연대봉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연대봉은 선택사항. 여기서 왕복 35분 걸린다. 정상석보다 봉수대가 눈길을 끈다. 원래 봉수대는 정상 옆 일명 낙타봉이라는 암봉에 설치돼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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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절벽 아래 해안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운 조사들이 대물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잠시 주변을 살펴보자. 발 아래 벌겋게 흙이 드러난 봉우리가 최근 거가대교 휴게소 설치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천수말, 그 옆이 천성마을이고, 거제도 쪽 섬 중 4번째가 대통령 별장이 있는 저도다. 방향을 왼쪽으로 틀어 낙타봉 왼쪽으로 녹산산단 진우도 몰운대 태종대가 보인다. 날이 맑을 땐 낙타봉 우측으로 대마도도 보인단다.

하산은 낙타봉 옆으로 난 길로 대항새바지 가는 길과 낙타봉 우측 천성 방향으로 열린 두 가지가 있지만 두 길 모두 이미 소개한 터라 어음포곡으로 되돌아간다.

연대봉 등산안내도 뒤로 난 길로 향한다. 원시림을 방불케하는 처녀길이다. 15분 뒤 계곡을 만나면 계속 따라 내려간다. 10여 분 뒤 갈림길. 우측으로 내려서면 옛 집터. 그 옆에는 계곡수가 흐른다. 계곡 쪽에서 보면 집터 흔적인 석축이 확인된다.

곧 갈림길. 계곡길을 버리고 우측 산길로 갈아탄다. 연대봉 3, 4부 능선으로 이어지는 이 산길은 해안가를 돌아 대항새바지로 연결된다. 가시덤불에다 발밑의 돌이 잡풀에 가려져 있어 고생깨나 해야 한다. 하지만 등로 좌측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위안이 돼 그나마 다행이다. 50분 뒤 다시 갈림길. 이 길은 연대봉 옆 낙타봉을 거쳐 하산하는 길이다. 50m 뒤 다시 갈림길. 해안가를 끼고 걷는 왼쪽 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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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 두문마을 안내석(왼쪽). 우측은 한국전쟁 때 산화한 젊은 넋을 모신 국군23용사 충혼비. 천성(가덕)고개에 위치해 있다.

6분 뒤 폐쇄된 해안초소. 입구엔 아직 철조망과 순찰함이 그대로 남아 있다. 잠시 해안가로 내려가 해안절벽의 절묘함과 망망대해의 광활함을 느껴보자.
초소에서 대항새바지까진 10분. 마을을 통과, 3분 뒤 배수펌프 가건물이 아래에 있는 전봇대 옆으로 난 산길로 향한다. 국수봉 가는 길이다. 국수봉에는 군부대가 있어 산행팀이 안내하는 길 바깥으로 이탈하면 군인들에 의해 제지를 당하니 유의하자.

동백나무 숲과 군부대 통행시간 제한 경고판을 잇따라 지나면 오르막 산길. 25분 뒤 왼쪽으로 90도 꺾는 지점에서 오른쪽 능선을 타고 오른다. 산길 흔적이 없기에 유의하자. 왼쪽은 해안초소길로 출입통제지역이다.

30분 뒤 일본군이 파놓은 참호가 있는 무명봉. 전망은 없다. 여기서 왼쪽으로 10분이면 국수봉에 선다. 역시 참호가 있고 전망은 없다.

하산은 오른쪽길로 내려선다. 안부에서 다시 오르면 군벙커. 통로를 따라 통과한 후 50m쯤 가면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이 길만 찾으면 산행은 사실상 끝.
지그재그길을 따라 내려서면 외항포마을 직전 개사육장. 곧 외항포할매집(슈퍼)에 닿는다. 선착장은 바로 이웃해 있다.

#떠나기전에-가덕도 김태복씨 산 사랑 유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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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베낭에는 간이 톱이 들어 있다. 산길을 막고 있는 웃자란 가시덤불과 잡풀을 베어내기 위해서다.

이번 산행에는 부산 용원산악회 김태복(53)씨가 동행했다. 그는 가덕도를 오가는 도선 운영사인 가덕 진영해운의 사장이다.

가덕도에서 태어나 15살까지 그곳에서 자란데다 지독한 산꾼이기도 해, 단언컨대 가덕도 산에 관한한 가장 정통하다. 지금까지 소개된 가덕도 산길 대부분도 모두 그가 개척했고 동시에 산행팀과 동행했다.

이 때문에 부산의 내로라하는 산꾼들도 가덕도 산행에 앞서 그에게 산길 문의전화를 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을 정도다.

이번 산행은 예기치 않게 웃자란 가시덤불과 잡풀로 인해 예상보다 길었고 힘들었다. 참다 못한 그가 비상용 간이 톱으로 가지를 베는 등 일일이 길을 뚫으면서 나아갔다.

지독히 산을 사랑하는 한 산꾼의 숨은 노력이 많은 동료 산꾼들의 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한다는 사실에 산꾼의 한 사람으로서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참고 하나. 그는 매일 오전 6시면 선착장에 출근, 오전에는 선착장에 거의 머물고 오후부터 대외업무를 본다. 초보자일 경우 가덕도 산길 문의는 배 출발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그에게 물어보면 해결된다.

"이번 코스는 가덕도에서 드물게 그늘과 계곡을 만납니다. 더울 땐 흔히 섬산행을 기피하지만 이번 코스로 섬산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가 본 이번 코스의 간략한 설명이다.

대항새바지마을 옆 해안가에는 일제가 만든 동굴이 있다. 진지와 관측소로 이용된 흔적이다. 날머리인 외항포도 마찬가지. 외항포 뒷산인 국수봉에 참호와 벙커 포대진지가 남아있는 것도 모두 이런 맥락에서 보면 된다. 추정컨대 일제는 결국 외항포마을로 가는 지그재그 하산길로 올라 국수봉에 진지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11월1일~이듬해 5월31일 산불예방기간에는 출입을 통제한다.

#맛집

두 곳을 소개한다. 대항마을의 소희네집(051-971-8886). 해산물 정식으로 유명하다. 제철의 멍개 해삼 새우 소라 등 23가지 반찬과 바지락 미역국이 나온다. 7000원. 4인 기준 한 상 단위로 판매한다.
소희네집 인근의 자연산 횟집(051-971-1548). 주인이 직접 잡아 우선 싱싱하며 양도 육지보다 훨씬 많다. 매운탕엔 두툼한 살코기가 들어있다. 두 집 모두 예약 필수.


#교통편-녹산서 2시간마다 두문마을행 배

지난해 4월 새로 생긴 신항만선착장(051-971-9664)에서 배편을 이용한다. 신항만선착장은 지하철 1호선 하단역 5번 출구로 나와 58번 버스를 이용한다. 30~40분 간격으로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을숙도~강서경찰서~경마공원 방면~세산삼거리에서 좌회전~진해 방면~신항만선착장 순. 주차장은 아주 넓다. 신항만선착장에서 들머리인 두문마을행 도선은 오전 7시30분, 9시30분, 11시30분에 출발한다. 1500원. 날머리인 외항포에서 신항만행 도선은 오후 2시45분, 4시45분에 있다. 2400원.
참고로 기존의 녹산선착장(051-831-9664)에선 눌차 선창까지만 운행한다. 지하철 1호선 하단역 앞에서 58-1, 58-2번 버스를 이용한다. 오후 6시40분부터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1200원.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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