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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이 포개져 있는 형상이라 하여 누룩덤이라 불리는 이 암봉은 이번 산행의 첫 기착점이다. 서울에서 왔다는 여성산악회 회원들이 에둘러 가는 쉬운 길을 버리고 과감히 누룩덤을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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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초기에는 몸풀기를 하라고 슬랩부터 시작된다.

 
‘가파른 바위산을 오르내리며 천길 낭떠러지를 내려다보는 스릴을 경험해 보시겠습니까. 그렇다고 흙 한번 제대로 밟아 보지 못하고 산행 내내 신경을 곧추 세워야만 하는 그런 위험한 산행은 절대 아닙니다. 전망요, 움직일 때마다 한 장면 한 장면이 온통 진경산수화에 버금가지요. 계곡물과 약수물도 잊을만 하면 나타나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경남 합천의 누룩덤을 지나 합천과 산청의 경계에 놓인 부암산 능선길로 이어지는 산행길은 이같은 조건을 두루 갖춘 환상적인 코스이다. 산행도중 만나는 웅장한 암봉이나 기암괴석 그리고 가지각색의 바위 모양은 대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산행코스는 합천군 가회면 대기마을~슬랩~매바위~세손가락바위~누룩덤~칠성바위~감암산~삼거리~전망대~안전시설물~암수바위~느리재~715봉~안전시설물~배넘이재~부암산 정상~부암사 석굴~부암사~산청군 신등면 이교마을 버스정류장. 6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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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버스정류장에 내리면 정면에 삼라만상의 기암괴석으로 형성된 모산재와 이번 산행의 중간 기착지인 누룩덤이 보인다. 누룩덤은 말그대로 술을 빚는 발효제인 누룩이 포개져 있는 형상을 본따 지어진 이름.

버스정류장을 끼고 왼쪽으로 진입하면 묵방사 이정표가 나온다. 묵방사로 오르는 길 왼쪽 계곡의 물소리는 마치 피날레를 향해 치닫는 오케스트라의 음률과 대비될 정도로 웅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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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바위는 직접 명명해보는 것이 이번 산행의 묘미다. 왼쪽은 강아지 옆모습을 빼닮았다. 오른쪽은 옹강산 말등바위를 연상케 하는 장엄한 암릉.


10여분 후엔 묵방사 모산재 천황재 등산로 이정표가 나오고 여기서 또 10분 정도 직진하면 상수도 보호구역 알림판이 나온다. 갈림길이다. 천황재 등산로 안내판을 따라 왼쪽길을 택한 후 개울을 건너 산길로 오른다. 다시 작은 개울을 건너면 슬랩이 기다리고 있다. 길이 50m 폭 15m 정도의 전형적인 슬랩으로 경사가 완만하다. 주변이 온통 바위 산이어서 고개를 돌리는 매순간 전혀 다른 진경산수화가 나타날 정도. 곧 첫 전망대가 나온다. 정면에 대기저수지가 발밑에 있고 왼쪽 뒤편 저멀리 허구산이, 오른편엔 의령 자굴산이 보인다.

밀양 박씨 묘를 지나 두번째 전망대에 닿으면 끄트머리가 거북 머리모양을 한 바위가 보인다. 어떻게 보면 부처님의 웃는 얼굴 같기도 하다. 매바위다. 직접 오르면 왼쪽에는 모산재 정상이, 오른편 발밑엔 묵방사가 보인다. 8분 정도 오르막 길을 따라 땀을 흘리면 이번엔 손가락 세개를 엇갈리게 포갠 듯한 세손가락바위가 나온다. 익히 알려진 특이한 모양의 바위가 나올 때마다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이름없는 바위는 직접 명명해보는 것이 이번 산행의 묘미다.

또 슬랩이 나온다. 암석이 풍화돼 바닥이 미끄러워 로프가 놓여있다. 눈앞에는 누룩덤이 떡 버티고 있다. 어쩜, 이토록 재밌게 이름을 지었을까.

길은 두 갈래. 오른편으로 가면 누룩덤을 에둘러 가고, 정면으로 오르면 누룩덤으로 향한다. 누룩덤은 정상등정을 허락하지 않았다. 정상 직전 바위간 간격을 띄워 놓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시계방향으로 전진, 로프를 타고 내려오면 애당초 에둘러 온 길과 만난다. 그 곳엔 이곳이 누룩덤임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있다.

바위 능선을 타고 계속 오르다 보면 정면에 철쭉으로 유명한 베틀봉 황매산 중봉 상봉이 잇따라 보인다. 지금쯤이면 산 전체가 불타올라야 하는데 올해는 만개시기가 늦다.

7개의 작은 바위가 얹혀있는 칠성바위를 지나면 슬랩부터 시작된 직벽구간이 끝난다.

이제부터는 전형적인 산길. 10분쯤 걷다보면 도중에 나무를 밴 밑동이 4, 5개 보인 후 삼거리가 나온다. 내리막길인 왼쪽길을 택한다. 길 입구 바닥에 소나무가 놓여있다. 유의하자. 오른쪽으로 가면 황매산 천황재로 향한다. 지도상엔 이곳이 감암산 정상으로 돼 있지만 그런 느낌이 전혀 안든다. 무덤 1기를 지나면 인적이 드문 탓인지 길가에 취나물이 늘려 있다. 얼마 안가 확트인 전망대가 나온다. 호렴봉 정수산, 그 왼쪽으로 둔철산, 웅석봉이, 저멀리 지리산 천왕봉이, 오른쪽엔 왕산필봉, 덕두산이 보인다.

다시 암릉길. 누룩덤 주변 암릉과는 달리 암석이 풍화를 많이 받아 미끄럽다. 마사토가 많을 경우 마치 모래사막을 걷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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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암릉(왼쪽)과 부암산 정상.
   
 

심한 내리막길도 나온다. 안전을 위해 쇠줄난간이 설치돼 있지만 그래도 위험하니 조심하자. 20여분 후에는 암수바위가 기다린다. 여자엉덩이 모양을 한 바위 뒤에 남근이 붙어있는 형상이다. 남근은 바위의 오른쪽에서 보면 그 모양이 확실하다. 암수바위를 끼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바로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 길을 택한다. 지금부터 편안한 산길. 부암산을 향해 걷지만 얼핏 능선이 우측으로 굽어 있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방향을 혼돈하지 말자.

갈림길이 또 한곳 나온다. 오른쪽 길을 택한다. 곧 작은 샘터가 보이면 맞다. 샘터에는 도롱뇽 알이 보인다. 지도상엔 느리재로 표기돼 있다. 능선을 타고 오른다. 왼쪽엔 철쭉 군락지다. 전망대 두곳을 지나면 715m봉. 오르면서 부암산 정상인 줄 알았건만 속은 느낌이 든다. 눈앞의 봉우리가 부암산 정상.

30m 되돌아 나와 바위를 넘어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5분 정도 후엔 또 안전시설물. 부암산 정상(695.6m)은 이곳에서 10여분 거리. 정상에는 이름없는 산악회에서 세운 작은 정상석이 서있다. 하산은 남쪽인 반대편으로 내려선다. 너덜지대를 지나 10여분 후에는 부암산 석굴이 나온다. 굴안에 약수가 있으니 시원하게 한잔 들이키자. 이곳에서 20분 후엔 부암사가 나오며 다시 15분 후엔 이교마을이 나온다.

#떠나기 전에

5월의 산 하면 황매산을 빼놓을 수 없다. 온산을 철쭉으로 자신의 몸을 태우기 때문이다. 지금 황매산과 모산재 일원은 붉은색으로 치장을 하고 있다. 그 능선을 잇는 감암산과 부암산은 황매산과 형제임을 과시하듯 암봉과 바위능선을 자랑한다. 감암산이라는 산명은 모산재 입구의 감바위란 지명에 의해 생겨났는데 실제 대기마을의 촌로는 그런 산명을 모른다고 강변한다. 대신 누룩덤 두리봉 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암산은 스승바위산으로 지형도에는 전암산 또는 석봉산으로도 알려져 있다. 정상은 윗음달덤으로 불린다. 북봉이 715m로 정상보다 높으며 전망도 뛰어나다. 황매산의 유명세에 바로 옆의 감암산-부암산은 한적하므로 나만의 산행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충분한 식수를 준비하자. 느리재의 샘터는 관리가 되지 않아 식수로 쓸 수 없다.

#교통편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하는 합천행 시외버스를 타 삼가에서 하차한다. 6천9백원. 1시간30분 걸린다. 삼가버스터미널에서 오전 8시30분에 출발하는 가회행 군내버스를 타고 대기마을에서 내린다. 1천1백50원. 가회행 군내버스의 다음 출발시간이 오후 2시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 시간을 엄수해야 한다.

산행 날머리인 이교마을에서 산청군 원지행 군내버스는 오후 1시, 5시에 출발한다. 1천6백원.

원지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40분, 55분, 6시5분, 45분, 7시30분, 막차는 8시30분에 있다. 7천5백원. 원지에서 진주행 버스는 자주 있다. 만일 이교마을에서 원지행 오후 5시 군내버스를 놓치면 산청군 신등면 면소재지인 단계까지 개인택시(011-851-6452, 055-973-6452)를 이용한다. 7천원 내외.

단계에서 진주행 시외버스는 오후 6시10분, 7시20분 두번 뿐. 2천3백원. 진주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매 10~2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9시10분. 6천원.

※대중교통편은 현지 여건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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