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찾는 근교산 <349> 내연산 매봉~향로봉

 
  내연산 산행 날머리에서 만나는 하옥계곡.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하옥교(옛 향로교)에서 바라본 비취색 물빛과 기암괴석이 빚어내는 비경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여름산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계곡산행. 등줄기를 따라 연신 흘러내리는 땀이 이내 속옷까지 적신다. 연신 물을 들이켜 보지만 해갈의 순간도 잠시. 비라도 세차게 내렸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이 때 시원한 계곡 물소리가 들린다. 배낭을 팽개치고 한걸음에 뛰어가 머리를 물속에 푸욱 처박는다. 잠시후 발이라도 담글 양이면 온 몸에 짜릿하게 흐르는 전율, 무릉도원이 바로 여기가 아니런가.

경북 포항의 내연산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보경사와 12폭포.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은 아니지만 쌍생폭을 시작으로 삼보폭 관음폭 연산폭에 이르는 폭포들의 장쾌한 도열은 계곡산행의 압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코스를 2년전 소개한 취재팀은 내연산의 또 다른 비경을 찾아 포항으로 떠났다. 이번에는 산행 도중 폭포를 만날 수 없다. 그러나 날머리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하옥계곡은 비취색의 물빛과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절경이어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 특히 기암괴석을 덮고 있는 두터운 초록이끼와 낭떠러지에 도도히 서있는 소나무는 왜 이곳 지명이 ‘세상을 등지고 숨어사는 곳’이라는 뜻의 둔세동(遁世洞)인지 절로 실감나게 한다.

내연산은 울진 통고산, 영덕 백암산, 청송 왕거암으로 내려오는 낙동정맥의 산줄기가 동해 바닷가 쪽으로 벗어나 또아리를 튼 산. 평균 해발 500m 이상인 고산지대인데다 희귀수종 보존을 위해 지난 2001년 9월 수목원을 조성해 더욱 유명해졌다. 내연산은 매봉(응봉) 향로봉 삼지봉 문수산 천령산(우척봉) 삿갓봉으로 능선이 완만하게 이어지는 전형적인 육산이다.


 

산행은 내연산수목원~삿갓봉~샘재~매봉~향로봉~하옥교(옛 향로교)로 이어지는 11㎞ 정도의 코스이고 5시간 정도 걸린다. 산길은 비교적 잘 나 있어 길 찾는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들머리는 샘재인 내연산수목원. 68번 지방도를 타고 오다 ‘청하면’(뒷면엔 죽장면) ‘낙석위험지역’ 안내판이 연이어 나타나면 멈춘다. ‘낙석…’ 안내판 길 건너편으로 오른다. 오른쪽으로 돌아 왼쪽 수로를 따라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산불초소와 잇단 그루터기를 지나면 갈림길. 오른쪽길을 택해 10여분 걸으면 ‘삿갓봉’(716m) 이정표가 보이고 곧 정상. 사방이 온통 산이다. 올라온 길에서 정면에 천령산이, 왼쪽으로 향로봉 매봉이 보이고 우측으로 저 멀리 동해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왔던 길로 되돌아 하산한다. 갈림길의 봉우리에서 오른쪽 능선의 내리막길을 타고 간다. 월성김씨 묘를 지나면 수목원. 길 왼쪽에는 벤치가 쉬었다 가라고 유혹하고, 그 뒤로 ‘꾸지나무’ ‘섬쑥부쟁이’ 등 각종 나무와 풀 이름이 적힌 팻말이 붙어있다. 그 사이로 보도블록이 쌓여있는 등 수목원은 한창 공사중이다. 고산식물원 안내판도 보인다.

우측 ‘등산로’ 팻말이 적힌 길로 오른다. 팻말에 따르면 이곳은 샘재이고 매봉과 향로봉은 각각 0.9㎞, 6.9㎞ 남았다. 주황색의 하늘나리꽃이 자주 보인다. 겉모양은 닮았지만 참나리와는 달리 꽃이 하늘을 향해있어 하늘나리다. 산행내내 잊을라 하면 나타나 무료함을 달래준다.

보도블록을 지나 15분쯤 뒤 갈림길. 오른쪽으로 올라서면 내연산 매봉(816m). 정상석이 없으면 누가 정상이라 하리요. 계속 직진한다. 왼쪽에는 괘령산과 비학산이 보인다.

이제부터 전형적인 호젓한 산길이다.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고 지그재그길을 잇따라 만나지만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은 길이다. 능선 자체가 크게 우측으로 휘어져 있는 점도 참조하자.

하늘나리와 함께 노란 원추리꽃과 흰 까치수염꽃도 산꾼들의 친구. 산철쭉과 진달래도 도열하고 있어 봄에 오면 색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꽃밭등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지나 시명리로 가는 갈림길에서 200m 올라서면 향로봉(930m) 정상. 매봉에서 2시간 정도.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이처럼 편안한 산길도 없다. 헬기장인 정상에는 어른 덩치보다 훨씬 큰 정상석이 서 있다. 그 오른쪽에는 뜻밖에도 무덤이 있다. 일망무제의 조망이 거칠 게 없다. 월포리 바닷가의 하얀 포말이 선명하고 코 앞에 천련산이 내려다 보인다. 그 오른편으로 삿갓봉 매봉이 이어져 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울창한 내연산 숲속을 거닐고 있는 부산의 산꾼들.

하산은 반대방향. ‘죽장하옥 4.5㎞’라고 적힌 이정표 방향으로 향한다. 15분 후 갈림길. 날머리인 향로교까지 3㎞라고 적힌 왼쪽 내리막길을 택한다. 흰색의 까치수염 군락지와 밧줄이 놓인 구간을 지나 1시간20분 정도 내려오면 비포장 923번 지방도를 만난다. 왼쪽으로 가면 하옥교(옛 향로교)~상옥을 지나 들머리인 내연산수목원, 오른쪽으로 가면 하옥 방향. 하옥교 일대의 하옥계곡은 산행후 피로를 한 번에 날려버릴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으니 쉬어가자. 계곡을 따라 이어진 솔숲 또한 시원하기 그지없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떠나기전에'

포항시 최북단인 죽장면과 청하면 송라면, 영덕군 남정면에 걸쳐 있는 내연산은 주능선의 길이가 24㎞일 정도로 방대하다. 보경사 계곡의 12폭포와 내연산 일원은 근교산에서도 여러번 다루었다. 향로봉을 중심으로 천령산~삿갓봉, 향로봉~삼지봉~문수봉~보경사, 괘령산~비학산 코스 등이 바로 그것으로 지금도 산꾼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내연산 수목원이 있는 샘재는 고갯마루에 샘이 있다. 이 샘은 상옥에서 청하를 넘는 민초들에게 휴식처가 되었으며 영덕군 오십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능선은 짙은 수림의 바다로 이어지고 하옥계곡으로 내려서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계곡은 솔밭과 어우러져 여름철 피서지로는 적격이다. 하지만 비포장인데다 휴가기간에는 밀려드는 차량으로 시내버스가 하옥리 종점까지 운행하지 못하고 상옥리까지 운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하옥교에서 상옥리까지 3.6㎞를 걷는 수고를 해야 한다. 향로교의 다리는 새로 놓아 하옥교로 바뀌었으므로 혼동이 없기를.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교통편'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포항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6천8백원. 1시간30분 걸린다. 포항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 건물인 포항시내버스터미널에서 산행 들머리인 내연산수목원까지는 오전 10시15분 하옥행 시내버스를 탄다. 2천6백원. 산행 날머리인 하옥교에서 포항시내버스터미널행 시내버스는 오후 6시에 출발한다. 3천1백원. 포항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 막차는 밤 9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서 빠져나와 포항 영덕 방면으로 7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월포해수욕장 입구에서 좌회전, 925번 지방도로로 바꿔 탄다. 이어 내연산수목원 방향으로 우회전, 68번 지방도를 타고 달리면 내연산수목원과 청하면·죽장면 경계가 잇따라 나온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7.3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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