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주 모처럼 친한 후배로부터 기쁜 소식을 들었다.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열심히 했건만 졸업과 동시에 청년실업자가 되었다고 우울해 하던 후배였기에 그 기쁨은 더욱 컸다.
부산대학교의 법학전문대학원인 로스쿨에 합격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사법시험이 없어지고 이 로스쿨에서 공부하면서 미래의 법조인으로서 자질을 갖추게 될 것이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기쁜 일이다.

기쁨도 잠시, 그 후배는 등록금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합격한 다른 사립 대학에서는 장학금 수혜비율이 더 높다는 말을 하면서 한 학기 등록금이 480만 원 수준인 전문대학원의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1년이면 거의 1천만 원에 이르니 말이다. 더구나 사립대학의 로스쿨 1년 등록금은 국립대학의 두 배인 2000만 원 내외인 점을 고려한다면 로스쿨에 합격하고도 등록금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얼핏 등록금이 비싼 만큼 장학금 수혜비율도 높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마음 편히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두 가지 이유로 로스쿨을 비롯한 전문대학원에 장학금 수혜비율을 최대한 낮추거나 없애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적지 않은 비판이 수반될 것임을 알면서도 감히 한번 적어본다.
첫째는 사회재분배 문제이다. 부산대학교의 올해 로스쿨 합격생들의 분포를 한번 보자. 합격생들의 대부분이 소위 일류대학 출신자였다. 올해 120명의 정원 중 부산대 출신자 34명(28%), 고려대 20명(17%), 서울대 19명(16%), 연세대 18명(15%)순으로 밝혀졌다.

그들이 우수한 대학을 졸업하는 데는 본인의 노력과 더불어 가정의 사회 경제적 배경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교육을 통해 부모세대의 사회계층이 다음 세대로 대물림하는데 유리한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고소영 내각과 부자의 세금 감면 등을 앞세우고 있는 현 이명박 정부에서는 더욱더 이 구조가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높은 고지에 있는 미래의 법조인들은 대개 부모의 경제적 자본에 힘입은 바가 큰 셈인데 그들에게 장학금마저 제공한다는 것은 사회재분배의 차원에서 결과의 평등에 어긋난다.
그러나 혹자들은 로스쿨 합격생 중에는 가정형편이 어렵고 장학금 제도가 없으면 학업을 수행하기 힘든 학생이 있다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이에 대한 필자의 답변은 이렇다. 어느 사회든 재화는 한정돼 있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다. 자신의 능력으로 학비를 댈 수 있는 우수한 학생보다 자신의 학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다른 우수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제공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 로스쿨학생은 미래 자신의 수입을 고려하여 은행에서 대출이나 융자를 받는데 유리하다. 그것은 대출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돈을 미리 앞당겨서 사용하는 것이다. 즉, 자신의 돈으로 학업을 마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필자의 두 번째 논리이다.

사립대학과 달리 현재 부산대학과 같은 국립대학의 전문대학원의 경우 수업료 면제 수혜율이 30%, 기성회비 장학금 수혜비율이 7.5%로 전체 등록생의 37.5%가 장학금 수혜자다. 학교에서는 전문대학원의 장학금 재원을 마련하여 수혜비율을 60%까지 높이려 하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상당히 유감스럽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장학금을 다른 분야의 인재에게 양보하고 부모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학비를 충당하고자 하는 것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개념이 아니겠는가.
전문대학원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은 가진 자가 더 많이 독식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가진 이들이 타인을 배려하는 나눔의 미덕을 가질 때 진정한 '노블리스'가 될 수 있다. 사랑하는 후배가 이글을 읽고 서운해 할 지 모르나 필자는 그녀가 존경받는 '법조인 노블리스'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by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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