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이 와서…" 자주 들어도 그만큼 인정받는 것 같아 기뻐
"포수로서의 능력 이젠 한계, 공격적인 타격으로 타점 기여"

  전지훈량지인 사이판에서 인터뷰 포즈를 취하고 있는 홍성흔 선수. 사진=김동하 기자


 
'오버맨'. 홍성흔(32)을 부를 때 언제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별명이다. 야구장에서는 언제나 유쾌하고 주위를 즐겁게 하는 그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홍성흔의 '오버'는 철저하게 계산된 '오버'다. 자기 자신과 팀을 살리기 위한 오버다. 이제는 그가 두산이 아니라 롯데를 위해서 오버하고 있다. 국제신문 스포츠부 김희국 기자가 만난 두 번째 선수, 홍성흔. 자 만나보겠습니다. 

-롯데 선수나 프런트, 감독의 입에서 홍성흔이 와서 기쁘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한다. 부담스럽지 않나.
▶부담없다. 오히려 즐기는 편이다. 롯데에 왔다는 부담은 일주일 만에 없어졌다. 나는 못했을 때 팬들에게 욕먹을 각오까지 이미 해뒀다. 대신 열심히 한다는 전제를 미리 세웠고 실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선수들이 내 얘기를 하는 게 기쁘다. 그만큼 나와 같이 생활한 뒤 내 훈련 모습을 보고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롯데로 오는 게 힘들지 않았나.
▶일종의 흐름이었다. 두산 팬들에게 홍성흔이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다. 나도 처음에는 롯데로 오면서 앞으로 보장된 두산의 코치나 감독 자리를 잃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꿨다. 롯데에서 잘하면 나는 전국구 스타다. 그것은 두산이란 특정팀이 아니라 어느 팀에도 갈 수 있는 선수나 코칭스태프가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로이스터 감독에게 많은 것을 배우려고 왔다.

-그동안 포수로만 뛰었다. 1루수 변신이 힘들지 않나.
▶많은 팬들이 내가 당장 1루 주전으로 뛸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나는 주로 지명타자로 활약할 것이다. 이대호 선수가 한 번씩 지명타자로 들어오면 1루를 맡을 것 같다. 나에게는 또다른 역할이 있다. 벤치에서 선수들의 파이팅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내 임무다.

사이판 전지훈련장에서 강민호 선수와 훈련하는 홍성흔 선수. 파트너인 강민호는 '강민호의 굴욕'이라 해도 될 만큼 어벙하게 나왔다.

-지명타자는 반쪽 선수라는 인식이 강한데.
▶한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반항도 해봤는데 그것 역시 흐름이었다. 나는 포수로 국가대표 주전으로 활약했고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도 참가했다. 그때까지는 내 마음대로 다 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 마음대로 다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산 김경문 감독이 나에게 포수가 아닌 다른 포지션을 권유했을 때 이미 포수로서의 나의 능력은 한계에 다다랐다. 김경문 감독은 정확하게 봤지만 나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지난 시즌 포수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지만 실전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그때 확실히 느꼈다.

-지난해 타율 0.331로 2위를 차지했지만 홈런(8개)과 타점(63개)이 의외로 적었다.
▶타율이 올라가면서 타격왕 욕심을 냈기 때문이다. 장타를 버리고 똑딱이 타자로 타율에만 신경쓴 결과다. 그러나 롯데에서는 다르다. 로이스터 감독이 앞으로 번트는 생각하지도 말고 무조건 강공만 하라고 주문했다. 또 공격적인 타격으로 90타점 이상 올리라고도 했다.

-롯데와 궁합이 잘 맞는 편인가.
▶주위에서 로이스터 감독과 잘 맞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야구를 직접 하는 당사자는 나 자신이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무조건 노력할 것이다.

-'오버맨'으로 알려질 만큼 끼가 많은데도 3000배를 했다고 들었다. 맞나.
▶그렇다. 종교가 불교다. 경희대 2학년 때 스님의 권유로 108배를 시작해 프로에 입단한 뒤에도 매일 했다. 3000배도 세 번 했다. 나는 춤추고 노는 것을 좋아하고 운동장에서도 많이 까분다. 그래서 별명이 오버맨이 됐다. 일부 팬들은 그런 내 모습만 보고 야구장 밖에서도 잘 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반대다. 집에서는 오히려 심심한 남편이어서 아내에게 미안할 정도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나는 야구장에서 내 모든 끼와 에너지를 발산하고 집에 가서는 그냥 쉰다. 또 운동장 밖에서 발산되는 끼를 제어하기 위해 절을 한다. 절을 하면서 자제 능력이 길러졌고 긍정적인 생각도 갖게 됐으며 올바른 행동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 지금은 무리하지 않으려고 절 대신 명상을 하루에 20분씩 반드시 한다. 사이판=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야구 담당 베테랑 '쿠기' 김희국 기자와 김동하 사진기자가 롯데 전지훈량장인 사이판에 가서 보낸 두 번째 인터뷰 기사입니다. 떠나기전 두 김 기자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습니다. 괜찮은 내용이 있으면 블로그에 인용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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