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로 가는 길
          고수에게 배운다

-동래 베네스트 파3 골프장
                   이재희 프로

 기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국내 여자 프로골퍼들과 라운드를 한 '영광'을 누린 적이 있다. 제법 장타자로 알려진 그들과의 라운드를 앞두고 겉으론 애써 담담한 척 표정관리를 했지만 심장이 뛰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1980년대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던 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월드컵에서 강호들과의 경기 전 주눅 들었던 그런 심정이었다면 적당한 비유가 될까.

 '창피는 당하지 말아야지'가 첫 목표였다. 덧붙이자면 '그간 갈고 닦았던 샷을 무심 타법으로 날리다 보면 어떻게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라는 생각으로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섰다.

 근데 웬걸. 드라이버 샷과 세컨 샷에서 기자의 샷이 오히려 더 멀리 나가지 않는가. 시합 때와 달리 몸도 안 풀고 부담 없이 나와 그렇겠지 생각했지만 이후에도 거리 차가 크게 줄지 않았다. 몇몇 홀에선 볼이 페어웨이를 벗어나기도 했고, 그린 앞 벙커에도 이따금 볼을 빠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리커버리 샷으로 파 세이브를 하지 않는가.

 스코어는 어땠을까. 프로는 70대 중반, 기자는 90대 초반. 여자 프로 선수와 주말골퍼와의 차이는 숏 게임 즉 어프로치와 퍼팅의 정확성에 있었다. 그 이면에 바로 15타가 숨어 있었던 셈이었다.

 결국 스코어를 줄이기 위해선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 대신 어프로치와 퍼팅에 용맹정진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팔로스로 크기와 타법에 따라 백스핀에 의한 런 차이나
퍼팅은 전체 스코어의 43% 차지…그린은 전체를 먼저 봐야
부산 유일 파3 동래베네스트 골프장 숏 게임 연습 천국

스코어 줄이는 데 숏 게임이 지름길

동래 베네스트 파3 골프장 이재희(35) 프로는 "스코어를 단기간에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숏 게임이지만 주말골퍼들은 이를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정규홀에서 자주 라운드하면 실력이 금방 늘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숏 게임만 할 수 있는 파3 골프장을 찾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래 베네스트 파3 골프장의 3번 홀(85m).

 2007년 6월 문을 연 파3 골프장인 동래 베네스트는 웨지와 퍼터만 하프백에 넣고 카트 없이 쉬엄쉬엄 걸으며 숏 게임을 할 수 있다. 가장 긴 홀은 97m, 짧은 홀은 55m이며 오르막, 내리막 홀에 해저드와 벙커를 두루 갖춰 정규홀의 축소판이라 할 만하다. 그린도 제법 까다로우며, 그린 주변에는 어김없이 러프와 함께 오르막, 내리막, 발끝 오르막, 발밑 내리막 어프로치 샷을 연습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한마디로 숏 게임 연습의 천국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뒷조가 곧바로 따라오지 않을 경우 반복해 연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프로의 간략한 어프로치 강의가 시작된다. 주말골퍼들이 가장 간과하기 쉬운 것이라고 한다.

 그는 어프로치 샷을 배우기 앞서 대뜸 백스핀의 원리를 물었다. 이걸 먼저 알아야 된다는 것이었다. 속 시원한 대답이 나오지 않자 그의 설명이 이어진다.

 "임팩트 때 클럽 페이스의 그루브와 볼 표면의 딤플이 마찰을 일으키며 볼이 뒤로 도는 소위 백스핀이 생기죠. 하지만 볼이 러프에 있으면 클럽과 볼 사이에 낀 잔디가 백스핀에 방해가 되겠죠. 이럴 경우 백스핀이 덜 먹어 그린에서 런이 많이 생기겠지요. 근데 아마추어들은 러프 때문에 볼이 앞으로 나가지 않을 것을 고려해 평소보다 더 세게 치는 우를 범하지요."

 그의 강의는 계속 이어진다. "러프에서의 어프로치 샷은 왼손 그립을 조금 더 단단히 잡고, 백스윙은 평소보다 약간 가파르게 하고, 다운스윙 땐 평상시보다 코킹을 약간 더 오래 유지하면서 볼을 쳐야 합니다. 물론 런이 더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해 거리는 자신의 스윙크기에 맞춰야 하겠죠. 참고로 러프에서의 아이언 샷도 유의해야 합니다. 러프에서는 클럽 헤드가 잔디에 감겨 빨리 닫혀 흔히 훅이 나지요. 거리 또한 감소하지요. 이럴 경우 거리 손실을 막기 위해 한 클럽 크게 잡고 페이스는 약간 오픈시켜 4분의 3 스윙을 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어프로치 샷은 백스윙과 팔로스로의 크기가 1대 1(위)이지만 런을 인위적으로 줄이기 위해선 임팩트 때 끊어쳐 백스핀을 늘이면서 동시에 팔로스로 땐 발목과 무릎 사이쯤에서 멈춰야 한다(아래).

 이 프로는 어프로치 샷을 할 때 런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법도 소개했다.
 "정상적인 어프로치 샷의 경우 백스윙과 팔로스로 크기는 1대 1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팔로스로를 발목과 무릎 사이쯤에서 멈춰야 합니다. 원리는 임팩트 때 끊어쳐 인위적으로 마찰력을 증가시켜 백스핀을 늘리는 것입니다. 이때 손목 코킹은 유지하면서 클럽 페이스를 약간 열고 '아웃인(out-in)' 궤도로 쳐야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제법 고난도 기술이어서 상당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어서 실전에서 사용할 수만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 프로는 모든 샷이 그렇듯 원리를 알면 쉽게 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왼발 내리막 어프로치 샷의 경우, 흔히 무릎 허리 어깨를 경사면과 나란히 하고, 자세와 클럽 페이스를 열고, 클럽은 한 클럽 짧게 잡고 '아웃인' 궤도로 쳐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서 이 프로는 기자에게 열린 어드레스 자세를 취해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세를 오픈시키면 어깨도 자연스럽게 열리게 되며, 스윙궤도 또한 어깨라인을 따라 자연스럽게 '아웃인'으로 된다"며 "스윙궤도를 무작정 암기하려고 하지 말고 몸을 물 흐르듯 천천히 움직이면서 그 원리를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발 내리막 어프로치 샷 모습.

 그는 "어프로치 샷만 해도 경우의 수가 무진장 많다"며 "이런 경우를 대비하지 않고 그날그날 대충 치다 보면 구력에 비해 스코어는 결코 줄지 않는다"고 충고했다.

퍼팅은 전체 스코어의 43% 차지

이 프로는 퍼팅의 중요성도 빠뜨리지 않았다. "퍼팅이 전체 스코어의 43%나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매일 집에서 연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퍼팅의 중요성도 빠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주말골퍼들은 퍼팅만 연습할 뿐 실전에서 그린 보는 법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흔히 초보 주말골퍼들은 홀과 볼 사이의 라인만 열심히 볼 뿐 그린 전체는 보지 않기 때문에 착시로 인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다는 것. 그린으로 다가가면서 먼저 그린의 전체 경사를 먼저 살펴보는 것을 잊지 말라고 충고했다.

 이와 함께 그린 바로 옆에 벙커가 있으면 그곳은 높고, 해저드가 있으면 낮다고 했다. 비가 온다고 가정할 때 설계자는 빗물이 벙커 쪽 대신 해저드로 흐르게 설계하기 때문이다.

 주변 지형도 살펴야 한다고. 주변이 확 트인, 바람이 잦은 곳에 그린이 있으면 이곳은 특히 잘 구른다. 바람이 그린의 수분을 빼앗아 딱딱해져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변이 꽉 막혀 있고 옆에 해저드가 있다면 그곳은 특히 구르지 않는다.

 이 프로는 이렇게 강의를 끝냈다. "파3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입니다. 왕초보와 80대 초반 이상의 고수들(학생 선수 포함). 왕초보야 그렇다 치고 80대 초반들이 찾는 이유는 더 이상 스코어가 줄지 않는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숏 게임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꼭 와야 될 사람들은 왕초보와 80대 초반 그 중간의 골퍼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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