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월 초까주 2회(월 목)
부산~미야자키 전세기 운항
더 가까워진 남규슈 미야자키


 일본 규슈 남동쪽에 있는 미야자키현. 북으로 뱃부온천으로 유명한 오이타현, 서쪽으로 구마모토현, 남서쪽으로 가고시마현이 있지요. 동쪽 해안선이 태평양과 인접한 이곳은 야자나무 피닉스가 현(懸) 지정 나무일 정도로 남국 정서가 가득한 따뜻한 남쪽 나라입니다. 연평균 기온 17.3도에 겨울에도 봄 날씨처럼 영상 기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한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및 축구팀 등 스포츠팀의 겨울철 단골 전지훈련지로 유명하지요. 이승엽이 요미우리에 있을 때 이따금 전지훈련 소식이 들려오죠. 바로 이곳 미야자키입니다. 이곳에는 요미우리가 직접 지은 야구장이 있습니다. 사직이나 잠실야구장급은 안 돼도 대구 광주 대전구장보다는 큽니다.
 현지인에 따르면 1군이 훈련을 할 땐 유료 관중이 1만 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잠시 삼천포로 빠졌네요. 


 미야자키는 제주도와 비슷한 행보를 보여 왔더군요. 1960년대까지 이곳은 일본 최고의 신혼여행지였지만, 1972년 더 남쪽 나라인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됨으로써 남국 정서 자리를 넘겨 주었습니다. 동시에 내국인들이 경제 성장 덕분에 해외로 나래를 펼침에 따라 한동안 침체일로를 겪었지요. 제주도도 1980년대까지 국내 으뜸 신혼 여행지였지만, 1980년대 후반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로 잠시 썰렁한 큰 섬으로 전락했었지요.

이후 미야자키와 제주도는 태평양을 바라보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부각하는 한편 골프장과 대규모 호텔과 리조트 시설 등을 조성함으로써 옛 영화를 되찾기에 이르렀지요. 특히 미야자키는 공항을 중심으로 1시간 거리에 15개의 골프장을 비롯해 모두 30여 개의 골프장을 갖춰 겨울철 국내 골퍼 여행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으로 자리 잡았지요. 이 점에 있어선 유사하지요. 제주도도 현재 30개에 육박하는 골프장이 조성돼 있지요. 하지만 제주도는 1년 내내 부는 바람 때문에 사실 미야자키만큼은 골프에 관한한 명성이 한 수 떨어지지요.  

그동안 미야자키는 가깝고도 먼 일본 규슈였습니다. 부산에서는 가고 싶어도 직항 노선이 없어 후쿠오카에서 4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든지 인천공항을 거쳐 들어가야 할 정도로 불편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이달부터 부산과 미야자키는 가까워졌습니다. 내년 2월 초까지 주 2회 직항 전세기가 떠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야자키현은 바다와 삼림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닌 때 묻지 않는 땅이었습니다. 현의 동쪽 태평양과 인접한 400㎞나 되는 긴 해안선은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었습니다. 공항과 항구를 낀 미야자키시로부터 남쪽으로 아오시마, 니치난, 고지마섬으로 이어지는 해안가에는 '도깨비 빨래판'이라 불리는 울퉁불퉁한 줄무늬 바위군과 선 멧세 니치난, 우도신궁이 잇따라 있어 필수 관광코스였습니다. 해안선의 남단에 떠 있는 조그만 섬 고지마에서는 야생 원숭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오시마~선 멧세 니치난~우도신궁~고지마섬 잇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고지마섬 백 마리 야생원숭이, 인간이 들어가도 무관심, 본의 아닌 굴욕 



■ 니치난 해안 환상의 드라이브

          하늘에서 본 아오시마섬. 섬을 뒤덮고 있는 아열대 숲과 파란 물빛이 조화를 이뤄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도깨비빨래판으로 불리는 바위군. 지구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지질구조이다.

위 큰 사진에서 섬 주위를 둘러싼 바위군을 가까이서 본 모습.


            아오시마섬. 아열대 숲 내에는 신사가 위치해 있다.

 니치난 해안 드라이브는 아오시마 섬에서 시작된다. 뭍과 조그만 돌다리로 연결된 이 섬은 둘레가 1.5㎞ 정도로 30분이면 돌아볼 수 있다. 섬을 둘러싸고 있는 독특한 바위 지형 때문에 더 유명세를 탔다. 일명 '도깨비 빨래판'으로 불리는 바위 군은 멀리서 보면 빨래판처럼 생긴 돌판이 일정 간격으로 해안에 넓게 펼쳐져 있다. 하늘에서 보면 풍광이 더 좋다.

 이 바위 군은 신생대 제3기 때 모래와 진흙 등의 퇴적물이 바닷속 깊은 곳에서 암석화했다가 높은 압력으로 경사진 후 융기에 따른 차별 침식으로 형성된 대자연의 조형물이다. 퇴적암층의 간격이 일정해 인공 구조물로 착각하기 쉽다. 이러한 지질 구조는 세계적으로 아오시마 섬 주변 니치난 해안가에만 존재해 현은 섬을 덮고 있는 300년 된 아열대 숲과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아오시마에서 차로 20분쯤 남으로 내달리면 해안 테마파크인 '선 멧세 니치난'에 닿는다. '태양의 메시지를 받는 곳'이라는 의미의 이곳은 일본이 칠레 이스터섬 모아이상 복원에 참여한 것을 기념해 경도가 같은 지점인 이곳에 같은 재질과 모양으로 모아이 석상 7개를 조각해 놓았다. 일본인은 7개의 석상에 연애 부부애 사업 등 기복의 의미를 부여해 이들 석상을 만지면 만사형통이라고 설명한다.

       '선 멧세 니치난'에 있는 모아이 석상. 일본이 칠레 이스터 섬 모아이상 복원에 참여한 것을 기념해
         위도가 같은 지점인 미야자키 니치난 해안가에 같은 재질과 모양으로 모아이 석상 7개를 조각해 놓았다.


 한 바퀴 둘러보기 위해선 카트를 빌려야 합니다. 하지만 일본 면허증을 소지하지 않으면, 다시말해 일본인이 아니면 카트를 빌릴 수 없습니다. 처음엔 외국인에게도 빌려주었지만 사고율이 높이 어쩔 수 없이 이 같은 이상한 규칙이 정해졌다 합니다.

'선 멧세 니치난'에서 다시 남으로 10분 거리에는 일본 신화의 성지인 우도신궁이 기다린다. 바다와 맞닿은 아찔한 절벽 옆 동굴 안에 조성돼 신비감을 자아낸다. 부부관계도 원만하게 해주고 내세의 인연을 맺게 해주는 신을 모시고 있어 특히 젊은 부부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모아이 석상에서처럼 뿌리 깊은 일본의 기원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동굴 속 우도신궁.

우도신궁 입구.

우도신궁 동굴서 본 태평양. 날씨 때문에...


흙구슬이 금테 안에 들어가야 소원이 이뤄진단다. 거북이를 닮긴 닮았다.

거북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며 흙구슬을 던지는 일본인들.


독도는 우리땅. 한국인이 다녀간남?

일본에는 뭐든 공짜가 없다.


원숭이에 먹이를 주지 말라

우도신궁에서 1시간쯤 남으로 계속 내달리면 고지마 섬 앞에 닿는다. 해안가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위치한 이곳은 야생 원숭이가 100마리쯤 서식하는 무인도. 하지만 꽤나 유명한 섬이다. 10여 년 전 일본의 후나이 유키오가 쓴 명저 '백마리째 원숭이가 되자'의 배경이 된 섬이기 때문이다. 원숭이 서식은 1948년 처음 확인했으며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고지마섬. 손에 잡힐 듯하다.

이 배를 타면 섬으로 향한다.


배에서 본 원숭이들.

2분이면 섬에 닿지요.


신기한 듯 사람을 보는 원숭이들.

대장 원숭이란다.



 영장류연구소는 이 섬에서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는 원숭이가 발견되자 나머지 원숭이들이 대부분 따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고지마 섬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섬의 원숭이도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기 시작했다는 것. 미국의 뉴에이지  과학자 라이언 왓슨은 이를 두고 '백한마리째 원숭이 현상'이라 명명하며, '어떤 행위를 하는 개체 수가 일정량에 달하면 그 행동이 그 집단에 국한되지 않고 공간을 넘어 확산해가는 불가사의한 현상'이라 설명했다.

  경영컨설턴트인 저자 유키오는 교토대와 라이언 왓슨의 연구를 발전시켜 의식혁명이란 새로운 사상에 동참하는 사람이 일정 수에 도달할 때 일시적으로 일어난다고 그 범주를 확장해 주장했다.

고지마 섬에는 2분 정도 배(1인당 1000엔)를 타고 들어간다. 선주 시게마쓰 히데도시 씨는 절대로 먹이를 주지 말 것을 당부했다. 수년 전 한국의 모 방송사가 고구마를 물에 씻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이곳의 지침을 어기고 고구마를 반입, 많이 주는 바람에 이후 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한동안 먹이를 주지 않는다고 원숭이들에게 공격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후 한국의 방송사는 절대 출입 금지 당했으며, 이와 함께 동영상 카메라도 절대 갖고 들어갈 수 없다. 카메라는 가능하다.

 뭍에서 보이지 않지만 섬 모퉁이를 살짝 돌면 조그만 백사장에 원숭이들이 나와 있다. 뭍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인가 싶어 물었더니 원래 원숭이들은 오전에 이곳에서 놀고 오후에는 먹이 활동을 위해 숲으로 사라진단다.

 선주 히데도시 씨는 배에서 내려 섬에 가더라도 원숭이들과 눈만 마주치지 않으면 절대 공격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섬을 찾는 관광객들을 응시하지만, 발을 내 딛는 순간 원숭이들은 인간에게 특별히 관심을 보이지 않고 서로 이를 잡아주는 등 자신들의 일에 열중이다. 정말 관심을 보이지 않아 굴욕을 느낄 정도다. 자세히 보면 할머니 원숭이부터 갓 태어난 새끼까지 연령별로 다양하다.

일본 전쟁사의 한 페이지 오비성

 니치난에 있는 오비성은 한 성을 두고 이토, 시마즈 두 가문이 103년간 다툰 일본 전쟁사에서도 아주 유명한 곳이다. 이곳은 결국 이토 가문이 1588년부터 300년간 지켰다. 성벽과 돌담이 일부 남은 성 내부에는 번주의 가옥이 그대로 남아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역사자료관에는 에도시대의 칼 갑옷 가마 등이 전시돼 있다.

오비성 입구.

역사자료관의 칼들.


오비성터 뒤 오비스기 숲.

오비현 현주의 관사.


성터 뒤에는 140년 된 오비삼나무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다. 일명 '오비스기'로 불리는 오비삼나무는 다른 지역의 삼나무와 달리 탄성이 좋고 유지 성분이 많아 건물의 기둥이나 배의 재료로 널리 쓰여 일본 최고의 목재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또 일본에서 가장 먼저 개화하는 벚나무가 있어 1월이면 이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오비성 바로 아래에는 오비현이었던 메이지유신 당시 현주의 관사가 보존돼 있다. 전형적인 일본 가옥이다.

 성 아래에는 옛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성하마을이 있다. 여기저기 옛 무사집과 오래된 돌담이 보존돼 '규슈의 작은 교토'로 불린다.

이곳은 입장료(아마 600엔) 이외에 400엔을 얹어 1000엔을 내면 상점 40여 곳 중 5군데를 골라 기념품이나 특산물 음료 등을 쿠폰과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입장료도 벌고, 주변 상가도 좋은 일거양득의 제도로, 우리나라도 관광지도 한 번쯤 참고해볼 만한 시스템이다. 가게마다 번호가 적혀 있으며 분홍색 깃발을 꽂은 집은 가정집이 아니라 상점임을 의미한다. 일본 소주, 간장, 샤베트 아이스크림, 모찌류 등 다양한 상점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미야자키의 맛 - 쫄깃쫄깃한 토종닭, 살살 녹는 흑소 和牛

 미야자키에는 닭요리가 다양하다. 우선 지도리라 불리는 토종닭 숯불구이. 자연 방목 상태로 키워 지방이 적은 토종닭을 소금으로 간을 해 숯불에 구워냈다.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감칠맛이 난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쓸모없다며 버리는 닮 모가지 속의 뼈를 발라내는 기술이 개발돼 이를 숯불에 구워준다. 별미이다. 

치킨난방.

미야자키 (흑우)쇠고기, 화우.


치킨난방도 빠뜨리지 말자. 역시 미야자키 토종 어린 닭의 가슴살에 튀김가루와 계란을 입혀 튀겨낸 후 달짝한 조미식초와 새콤한 타르타르소스를 듬뿍 얹어 먹는 요리이다. 1960년대 미야자키에서 시작된 후 지금은 일본 전역에서 사랑받는 대표 명물이 됐다. 

쇠고기 또한 유명하다.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방목한 미야자키 특산인 흑소 화우(和牛·사진 아래)는 육질이 부드러워 누구나 한번 먹어보면 반할 만큼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마블링도 선명해 일본 최고의 쇠고기로 열도 내에서 정평이 나 있다. 입에 넣으면 씹지 않아도 살살 녹는다. 이 쇠고기가 도쿄로 가면 가격이 2~3배로 뛴다고 한다.


- 미야자키현 관련 글

미야자키 (2)편 일본 속의 한국 가라쿠니다케(韓國岳) http://hung.kookje.co.kr/515
미야자키 (3)편 '골프 천국' 미야자키에서 여유있게 즐기는 꿈의 라운드 http://hung.kookje.co.kr/51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