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 정상 직전 산비탈 전체가 온통 연분홍 진달래 천지

발아랜 자줏빛 얼레지 군락, 마산 진동 진해 앞바다 한눈에

대산(大山) 가는 도중 한 전망대에서 바라본 진달래 군락지. 사진 맨 우측 봉우리가 광려산, 가운데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서북산이다.

 수년 전 지율 스님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천성산으로 '얼레지 꽃길 지나 암자 만나기' 행사를 시작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얼레지. 이름은 다소 이국적이나 알고 보면 지극히 한국적이다. 4월이면 어김없이 녹색 바탕에 자주색 얼룩무늬 잎이 먼저 카키색 낙엽 위에 누우면 그 사이로 꽃대가 올라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 빛깔은 연한 자주색으로 아주 곱다.

혹자들은 그 자태를 두고 마치 머리를 올린 초야의 신부가 어색한 분위기에 못이겨 고개를 숙인 채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이라 한다. 씨앗을 뿌려 싹이 트고 꽃이 피기까지 무려 5년, 인고의 세월 그 자체다. 산행팀은 천성산 이후 고성 와룡산 향로봉이 숨은 얼레지 군락지라고 소개한 바 있다.

 마산 광려산~대산에도 얼레지 군락지가 있다. 천성산 향로봉 군락은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햇빛이 듬성듬성 스며드는 낙엽이 수북한 약간의 비탈진 음지에서 산행 내내 잊을만 하면 산꾼들을 재차 반긴다. 

씨앗을 뿌려 꽃이 피기까지 무려 5년이란 인고의 세월을 거치는 얼레지.

 마산 진북면과 내서읍에 걸쳐 있는 광려산~대산은 낙남정맥 종주길에 솟아 있어 일부 종주꾼들에게만 알려져 있을 뿐 일반인에겐 생소하다. 대산의 경우 마산사람들조차도 모를 정도로 무명에 가깝다. 순전히 마산의 진산인 무학산의 명성에 가려진 때문이다. 4월의 무학산은 사람으로 미어진다. 산 전체를 연분홍으로 물들이는 진달래 군락 때문이다. 무학산은 천주산 비음산과 함께 김해 마산 창원권의 3대 진달래 명산으로 알려져 있다.

얼레지 군락지인 광려산~대산 또한 바로 건너편 동북쪽에 위치한 무학산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진달래산이다. 여기에 무학산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빼어난 암봉미와 마산 앞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시원한 전망조차 똑같이 갖추고 있다. 해발고도 또한 무학산 767m, 광려산 750m, 대산 727m로 거의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다.

이쯤 되면 산행팀은 의문이 갈 수밖에 없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무학산만 찾는지. 아마도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일 게다.

해서, 산행팀은 광려산~대산 원점회귀 코스를 개척했다. 진달래 군락과 암봉 그리고 바다 조망에 얼레지 군락까지 갖춘 이곳은 무학산보다 훨씬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산행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산행은 마산 진북면 추곡리 외추마을~야성 송씨묘~낙남정맥 주능선~광려산~광산사 갈림길~잇단 얼레지 군락지~진달래 군락지~대산~추곡리 갈림길~철탑~내추마을 갈림길(사거리)~내추마을~외추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정도이며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외추마을 정류장 너른터에서 직전, 다리를 건너 왼쪽 KT마산지점 추곡분기국사를 지나면 조그만 주차장. 이 주차장 우측 끝이 들머리다. 대숲을 지나면 송림길. 소나무 재선충 피해 탓에 훈증처리를 한 곳이 여럿 보인다.

야성(冶城) 송씨묘를 지나 50m쯤 뒤 갈림길. 좌측으로 간다. 잇단 묘지를 지나면 사거리 갈림길. 이번엔 우측 일직선 오름길로 향한다. 보랏빛 각시붓꽃 제비꽃과 노란 양지꽃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양지바른 산 아랜 진달래가 끝물이고 철쭉이 꽃망울을 벌써 터뜨렸다.

리본 하나 없을 만큼 산길은 거칠고 묵었지만 주능선까지 거의 외길이라 별 문제는 없다. 40분쯤 뒤 단 한번 오르막 도중 사거리를 만나지만 무시하고 계속 오르자. 10분 뒤 우측으로 낙남정맥 능선과 대산이 숲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25분 뒤 석축이 보일 무렵 등로 좌측으로 철탑이 서 있다. 철탑 우측으로 서북산 봉화산 여항산이, 발 아랜 봉화산줄기가 한티재에서 광려산으로 이어지는 낙남정맥도 확인된다. 진동 앞바다도 시야에 들어온다. 이 광경은 위로 올라갈수록 더 큰 그림으로 다가온다. 15분 뒤 집채만한 바위전망대에 오르면 10시 방향 가덕도, 12시 방향 거제도, 1시 방향으로 고성 철마산과 거류산이 각각 확인된다.

여기서 9분이면 낙남정맥 주능선에 닿는다. 우측 소나무 사이로 대산이 손에 잡힌다. 여기서 광려산은 좌측으로 4분이면 올라선다. 정상석에 720m라 표기돼 있지만 이는 정면인 북쪽 삿갓봉의 높이이다. 등고선을 찬찬히 살펴보면 광려산은 750m임을 알 수 있다. 잠시 주변 조망을 살펴보자. 정면 삿갓봉을 기준으로 2시 방향 상투봉(투구봉), 그 사이 함안읍내, 3시 방향 무학산, 삿갓봉 뒤로 의령 자굴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왔던 내려와 대산으로 향한다. 낙남정맥길이다. 7분 뒤 광산사 갈림길을 만나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내리막이 끝나는 지점부터 얼레지 군락지가 시작된다. 집채만한 바위전망대를 지나면 또 다시 얼레지 군락지. 등로 좌우 모두 자줏빛 얼레지다. 등로에도 꽃을 피워 피해가야 할 정도다. 얼레지 외에 까치무릇이라 불리는 하얀 산자고와 현호색 개별꽃도 눈에 띈다. 

정면 대산이 코 앞에 와 있을 즈음 등로 좌우는 온통 진달래 터널이 이어진다. 대산 직전 암봉에 올라서면 능선길 우측 산비탈 전체가 진달래로 덮여 있다. 여기에 산행팀이 방금 지나온 능선과 향후 하산길 그리고 날머리인 발아래 추곡저수지 위쪽의 내추마을과 들머리 외추마을도 한눈에 보인다.

대산 정산은 암봉 바로 뒤. 광려산에서 65분. 시야가 더 넓어져 마산항과 진해만, 진동 앞바다 그리고 진해 창원 김해쪽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좀 더 꼼꼼히 살펴보면 동쪽 마산항에 떠 있는 조그만 섬이 해상유원지가 있는 돝섬, 그 우측으로 마산과 창원을 잇는 마창대교, 가덕도와 진해만 그리고 해군사관학교가 위치한 곶출산, 아치형 다리로 일명 콰이강의 다리라 불리는 저도연륙교, 진동 앞바다가 죄다 확인된다. 마산항 뒤로 저 멀리 창원 및 진해 시가지가 확인되고 그 뒤로 정병산 비음산 용지봉 불모산과 진해의 웅산 시루봉 천자봉 장복산 덕주봉도 또렷하게 다가온다.

주능선 직전 전망대에서 본 진동 앞바다. 발아래 추곡저수지 상류가 날머리 내추마을, 그 아래가 들머리 외추마을이다.

하산은 원점회귀를 위해 왔던 길로 10분쯤 내려가 좌측 추곡리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참고로 정상석에서 우측으로 가면 대곡산 무학산으로 낙남정맥길이 이어진다.
추곡리 갈림길은 주위를 살피지 않으면 다시 광려산쪽으로 가기 쉬우므로 신경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해 산행팀은 노란 리본을 여러 개 달고 뒷면에 '추곡리 하산길'이라고 적어놨다.

솔가리가 푹신푹신한 송림길이다. 18분 뒤 철탑에 이어 버려진 안테나를 지나면 사거리 고개에 닿는다. 우측으로 본격 하산한다. 경사가 급하지만 지그재그형으로 돼 있어 운치가 있다. 마치 오룡산에서 통도사 자장암으로 내려오던 길이 연상된다.
이어지는 산길. 또 한번의 놀랄만한 규모의 얼레지 군락지를 지나 물마른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내추마을 독립가옥과 만난다. 사거리에서 15분. 여기서 외추마을까지는 22분 걸린다. 도로 옆 무덤가엔 할미꽃과 광대나물도 보인다.

# 떠나기전에 - 산자고 제비꽃 현호색 등 야생화도 천지 

 진달래의 경우 산행팀이 찾았을 땐 산 아래에는 절정이었거나 끝물이었고, 고지대인 대산 정상 직전 낙남정맥 주능선 주변에는 30% 정도 만개해 있었다. 아마도 이번 주말 온 산이 연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 아래선 이른 철쭉도 볼 수 있다. 우리 야생화의 환한 미소도 담아올 수 있다. 산자고 제비꽃 양지꽃 현호색 개별꽃 할미꽃 등등.

광려산은 그 산세가 중국의 여산(廬山)을 닮았다고 해서 '려'자를 따오고, 그 여산에 살았다는 은둔자의 대명사인 광유(匡裕) 선인의 이름에서 '광'자를 합쳐 지어졌다고 한다. 여산은 또 '귀거래사'를 지은 도연명이 태어난 곳으로 중국 불교 정토신앙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숯불구이 전문점 동백가든(055-272-0002). 신선한 육질에 칼집을 내 부드러우며, 간 천엽은 서비스로 나온다. 단호박 돈나물 등 밑반찬이 깔끔하다. 야채는 거의 유기농법으로 직접 재배한 것이다. 들머리에서 차로 4, 5분 거리의 대로변에 위치해 있고, 간판 또한 커 찾기는 아주 쉽다. 바로 인근에는 수궁온천이 있다.

# 교통편 - 대중교통 불편 승용차 이용땐 편리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마산 창원 방향~마산TG~내서IC~함안 마산 직진~통영 마산 좌회전~통영 상곡 우회전~통영 마산~쌀재터널~고성 통영~동전터널~진동면 안내판~진주 고성~의령 가야 우회전(운전면허시험장)~가야 여항~수궁온천 지나~외추마을 우회전(여기선 이정표가 없다. 이 때문에 '추곡상회' 또는 '상북초등학교' 버스정류장 간판 보고 우회전하면 된다. 정면엔 SK주유소가 보인다)~외추마을 버스정류장 순.

대중교통편은 불편하다.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마산 합성동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새벽 5시40분부터 7~8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300원. 50분 걸린다. 추곡리행 버스는 마산역에서 타야 된다. 터미널을 경유하는 거의 모든 버스는 마산역에 정차한다. 택시는 기본 요금, 걸어서 대략 15분. 마산역에서 72번 버스는 오전 6시, 8시40분, 11시25분에 있다. 그 중 오전 8시40분 출발 버스만 들머리 외추마을까지 들어가고 나머지 버스는 옛 상북초등(삼진미술관) 정류장에 선다. 여기서 외추마을까진 걸어서 25분 걸린다.

날머리 내추마을에서 마산역행 72번 버스는 오후 3시10에 한 번 있으며, 이 버스를 놓치면 외추마을을 거쳐 옛 상북초등 정류장까지 50분쯤 걸어 마산역행 버스를 타야 한다. 오후 5시50분, 8시30분. 1000원. 합성동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10시30분.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비음산 상봉 진달래 군락 '한폭의 그림'
20일께 만개…탁트인 바다 등 조망 탁월
4km 진례산성 꿈길같은 진달래 천국 
 

       고산고개에서 비음산 정상으로 오르는 산비탈에 펼쳐진 진달래 군락. 두 갈래 길 중 왼쪽이 등산로,
        오른쪽은 진례산성이 허물어진 길.


봄소식을 전하는 꽃은 많다. 매화를 필두로 벚꽃 산수유 목련 등등. 하지만 우리나라 전역에서 봄을 알리는 꽃은 예상외로 그리 많지 않다. 선비의 꽃 매화는 광양 등 남도에서 주로 볼 수 있고 화려한 벚꽃의 군무는 익히 알려진 명소가 아니면 보기 힘들다. 물론 한 두 그루야 어디든 볼 수 있긴 하지만.

산수유와 엇비슷한 노란 생강나무꽃도 있지만 깊은 산중이 아니면 장삼이사는 구경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꽃은 없을까. 참꽃 진달래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의 봄은 온통 진달래 산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들불처럼 온 산을 연분홍빛으로 덮는 진달래는 그래서 가장 한국적인 꽃으로 불린다. 오죽 했으면 소설가 이태준이 나라꽃을 무궁화 대신 진달래로 바꿔야 한다고 했을까.

이번 주 산행은 진달래 산행.

그리 높지 않으면서 양지바른 야산에 주로 자라는 진달래는 산꾼들을 산으로 유혹한다. 영취산 비슬산 화왕산 민주지산 대금산 무학산 천주산 천관산 등 진달래가 산상화원을 이루는 명산이 적지 않지만 산행팀은 이중 부산서 가장 근접한 비음산을 택했다.

진달래 산행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바다가 확 트이는 조망과 암릉길 산행도 양념으로 넣었다. 비음산(519m)~대암산(669m)~신정산(707m)~용지봉(723m) 코스. 약간 길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창원에서 출발해 김해 장유면으로 내려왔다. 용추저수지 밑 주차장~산불초소~주능선(삼거리봉)~고산고개(첫 이정표)~비음산 정상~대암산 정병(봉림)산 갈림길~비음산 청라봉~남산재 사거리~암릉길~대암산 정상~신정산 정상(큰 돌탑)~철탑~용지봉 정상~장유사 갈림길~(장유)폭포 휴게소 순.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 정도로 만만찮다. 능선에만 오르면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들머리는 용추저수지 밑 주차장. 너른 주차장 가장자리에 정병산 안내도가 서있는 길로 간다. 왼쪽 저멀리 정병산이 보인다. 정병산과 비음산은 능선으로 이어져 많은 산꾼들이 이곳을 들머리로 애용한다. 또 다른 등산 안내판과 용추농원을 지나면 산불초소. 500m 뒤 갈림길. 직진하면 정병산, 우측 산길로 오르면 비음산. 비음산으로 향한다.

물마른 계곡을 건너면서 본격 오르막. 애기 손톱만한 새순이 돋고 새소리와 길상사 목탁소리가 어울려 활기차다. 완연한 봄을 느낀다.

하지만 약간 고달프다. 거의 코를 땅에 박고 가야할 정도로 경사가 심하기 때문. 50분쯤 뒤 한숨 돌릴 무렵 우측에 시야가 확 트여 창원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 선다. 도청에서 올라오는 길이 열려 있어 삼거리봉이라 명명했다. 주능선에 오른 셈. 왼쪽 제일 끝에 금정산이 확인된다. 10분 뒤 예비군 참호 앞에서 갈림길. 왼쪽 희미한 산길은 용추계곡, 산행팀은 오른쪽 내리막길로 간다. 이때부터 비음산 상봉으로 하는 진달래길이 한눈에 시야에 들어온다. 10분 뒤 첫 이정표. 고산고개다. 우측에 진례산성 안내판이 서있다. 성벽은 보이지 않지만 대신 너덜이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옛 성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완경사 오르막으로 향한다. 진례산성과 나란히 달린다. 곧 침목계단. 비음산 상봉까지 진달래가 도열해 있다. 아직 활짝 피진 않았지만 만개하면 전국의 어느 진달래산에 못잖은 환상적인 그림을 연출한다.

상봉은 고산고개에서 25분 거리. 조망이 빼어나다. 창원시가지는 물론 진해 장복산, 마산 무학산과 마산항, 그 오른쪽 팔용산 천주산 용지봉 작대산 무룡산 구룡산 정병산 백월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산은 '진례산성' '대암산' 방향으로 간다. 왼쪽 진례저수지와 그 뒤로 천문대가 위치한 분성산 신어산 금정산이 보인다. 정상에서 10분 뒤 진례산성 안내판을 만난다. 왼쪽으로 크게 돌면 정병산 가는 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이때부터 용지봉 정상까지는 낙남정맥길이다. 참고하길.

5분 뒤 비음산 청라봉을 내려서면 헬기장. 3분 뒤 남산재 사거리. 왼쪽 진례 평리마을, 오른쪽 창원 사파정동. 직진한다. 오르막길. 이때부터 대암산까지는 사실상 암릉길. 밧줄에 의지하고 우회하기도 한다. 길 좌우에 진달래가 도열해 있고 '좌 김해, 우 창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진해와 거제 앞바다가 시야에 들어올 땐 통쾌하기까지 하다. 대암산 상봉은 한눈에 알 수 있다. 둥그런 구조물 위에 정상석이 서있기 때문이다. 남산재에서 50분 거리. 정면 화산을 정점으로 오른쪽 불모산, 저 멀리 왼쪽이 용지봉이다.

움푹 파인 너른터를 지나면 갈림길. 우측은 창원 대방동 푸르지오아파트 방향, 산행팀은 조난위치 표지판이 서있는 왼쪽으로 간다. 소나무터널과 능선 삼각점고개를 지나 오르막인 억새와 진달래길을 통과하면 돌탑 6기. 여기서 5분만 더 가면 큰 돌탑이 기다린다. 정상석은 없지만 신정산 상봉. 우측 거제 앞바다가 시원하게 땀을 씻어준다. 이제 용지봉까지는 1.4㎞.

철탑을 지나 갈림길에서 왼쪽 오르막길로 향한다. 암릉길이 만만찮다. 이렇게 10여분 고행길을 넘으면 용지봉에 선다. 저 멀리 주남저수지와 낙동강이 시야에 들어오고 발밑에는 장유신도시가 보인다. 부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금정산과 화명신시가지, 백양산 승학산 시약산 구덕산 엄광산 다대포 몰운대 등등.

하산은 가야국의 전설이 서린 장유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역시 진달래길. 왼쪽은 낙남정맥길로 냉정고개를 지나 신어산으로 이어진다. 10분 뒤 장유사 갈림길. 방법은 두 가지. 왼쪽 장유사를 거쳐 장유폭포를 지나 대청계곡 입구로 내려올 수도 있고, 능선을 따라 곧바로 직진해서 장유계곡 입구로 하산해도 된다. 어쨌거나 두 길은 결국 만난다. 산행팀은 후자를 택했다.
산행 날머리인 (장유)폭포휴게소는 용지봉에서 1시간20분쯤 걸린다. 비교적 길어 힘겹다.





# 떠나기 전에
창원시와 김해시 진례면을 동서로 가르는 낙남정맥의 산길인 정병(봉림)산과 용지봉. 그 중간에 용추계곡을 끼고 비음산이 솟구쳐 있다. 높지는 않지만 가야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보이는 성(城)이 장장 4㎞로 이어지고 그 사이사이 선분홍의 진달래가 봄을 알린다.

아쉬운 점이 있다. 현재 전국에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산불 때문에 창원시는 현재 비음산 대암산 장복산 백월산의 등산로를 9일부터 잠정 폐쇄하고 있다. 대신 창원을 대표하는 정병산(봉림산)과 또 다른 진달래산인 천주산은 상시 개방하고 있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등산로 폐쇄 해제는 현재로선 기약이 없으며 만일 비가 올 경우 해제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비가 오지 않을 경우 비음산의 진달래는 자칮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창원만의 상황이 아니고 전국 지자체 모두에 해당되는 것이니 산꾼들은 떠나기전에 반드시 해당 지자체에 문의를 해야 된다. 

진달래 산행 코스는 용추저수지에서 고산고개~비음산 정상~정병(봉림)산 대암산 갈림길에서 왼쪽 정병산 방향~용지벌거숭이공원~용추고개~용추저수지로 내려서는 3시간 정도의 원점회귀 코스와 비음산~청라봉~남산재~대암산~대방동 푸르지오아파트로 내려서는 중거리 코스를 가족산행지로 권한다. 대암산에서 신정산을 거쳐 용지봉으로 이어지는 풀코스는 걷는 재미는 물론 암릉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로 산행의 참맛을 알려준다.

# 교통편 - 경남도청·창원대 앞 하차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창원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를 시작으로 10~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분 소요. 창원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경남도청 또는 창원대 앞에서 내린다. 들머리인 용추저수지 앞 주차장에서 걸어서 각각 10분 걸린다. 23번(도청), 61 71(도청 경유 창원대), 71-1(창원대).
좌석버스는 312(도청), 316(창원대). 1400원. 창원대 앞에선 교내로 들어가 용추저수지 방향으로 가야 한다.
 날머리 폭포휴게소 앞에서 대청계곡 입구 큰 도로까지는 걸어서 35분 걸린다. 우측으로 가 건널목을 지나면 대청계곡 입구 버스정류장. 여기서 장유 순환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내린다. 800원. 다시 길을 건너 정학프라자 앞에서 김해여객 버스를 타면 부산 서부터미널에 도착한다. 배차간격 30분,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천주산 기슭 소답동서 어린시절 보내
시작부터 끝까지 연분홍 물결 장관
상봉 오르면 거칠 것 없는 사방 조망
하산길 마금산 온천 피로 풀기 그만

  천주산 용지봉 북사면의 진달래 군락지.


 도심은 오래 전 봄이 왔건만 산 속은 아직 앙상한 나무가지가 즐비한 잿빛이다. 물론 발밑에는 바람꽃 노루귀 산자고 제비꽃 등 어여쁜 야생화가 이미 봄의 도래를 알리고 있지만 카키색 낙엽군락을 뚫고 고개를 쏙 내민 불과 2~3㎝의 길이로는 중과부적일 뿐이다. 희소성으로 상징되는 이들 야생화는 낯가림이 심해 모든 산에 그 얼굴을 내밀질 않는다. 한적함을 즐기는 유유자적일까 도도한 자태의 우월감일까. 하여튼 야생화는 봄을 알리는 하나의 징후일 뿐 대표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통설이다.

우리 산천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봄의 전령은 누가 뭐래도 진달래다. 겨우내 움츠렸던 잿빛 산천을 일순간 화사하게 변모시키는 참꽃 진달래는 그래서 산꾼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진달래는 편견이 없다. 고국산천 양지바른 야산이나 구릉지부터 정상 부근에 이르기까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소박하고 은은하며 되바라진 데 한 곳 없는 순종의 미덕이 몸에 밴 진달래. 소월이 노래한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란 시구가 이심전심으로 체화된다.

이 땅에 진달래가 지천인 것은 생태적 특성이 한 몫 했다. 알고보니 진달래는 메마르고 척박한 산성토양에 내성이 강한 품종. 소나무로 인해 황폐해진 우리 산야에 적응이 가장 쉬웠다. 활엽수가 거의 없는 송림이나 골산에서 인내의 미덕을 보이는 모습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이번주 산행지는 진달래산으로 꽤나 유명한 창원의 '하늘 기둥' 천주산(天柱山). 하지만 산행시간이 3시간 안팎으로 짧아 이웃한 무명의 구룡산을 하나 더 끼웠다.

산행은 창원 북면 고암마을 새마을회관~감나무 과수원길~지능선~(지도상)구룡산 정상~헬기장~구룡산 정상석 봉우리~남해고속도로 용강터널 위 철탑~삼각점봉(284봉)~굴현고개~공동묘지~바위전망대~천주봉~팔각정~헬기장~산불무인감시카메라~헬기장~천주산 용지봉~임도고개(쉼터)~달천계곡 순. 순수 걷는 시간은 4시간10분 안팎이며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천주봉으로 향하는 이른바 '깔딱고개' 하나 정도 힘이 들지만 전체적으로 산길은 여유롭다.

들머리는 창원 북면 고암마을, 날머리는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 외감리 달천계곡. 축제 참가에 이은 마금산 온천욕을 위해서다.

고암마을 버스정류장에서 고암새마을회관까지는 걸어서 5분. 회관 왼쪽 공터를 따라 간다. 마을을 벗어나면서 두 번의 갈림길. 한번은 오른쪽, 다른 한번은 왼쪽으로 간다. 우측 고사목이 눈길을 끈다. 시멘트길 끝나는 지점에선 눈 앞이 온통 감나무밭. 과수원길로 직진하면 길 끝나는 지점이 바로 산길. 본격 들머리인 셈이다.

 완만한 송림 오르막이지만 연분홍 진달래가 만개해 있다. 무덤을 지나면서 너덜길이 이어진다. 진달래 또한 산꾼들과 보조를 계속 맞추며 고도를 높인다. 천주산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구룡산도 진달래가 만만찮다. 이렇게 20여분. 칡 넝쿨을 통과하면서 급경사 된비알. 10여분 땀깨나 흘리면 지능선. 이곳까지 오면 길찾기 우려는 사실상 끝. 우측으로 간다. 50m쯤 뒤 갈림길. 왼쪽은 주남저수지로 가는 길, 오른쪽으로 간다. 곧 시야가 트인다. 다시 30m쯤 오르면 지형도 상의 봉우리 정상. 남해고속도로 우측으로 작대산 무릉산 마금산 천마산 백월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당시엔 구룡산 상봉으로 여겼지만 10여분 뒤 비슷한 고도의 봉우리에 구룡산 정상석이 서 있었다.

이제부턴 조망의 산행이다. 눈 앞에 거칠 것이 없다. 남해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내달리고, 저 멀리 창원 시가지도 펼쳐진다. 뒤로는 철새들의 낙원 주남저수지도 보인다. 헬기장을 지나면 곧 정상석이 서 있는 구룡산 상봉. 정면에 흙길이 보이는 천주봉과 그 뒤로 천주산 주봉인 용지봉도 확인된다. 내리막길엔 노란 생강나무꽃이 활짝 펴 있다. 무덤 앞 갈림길은 곧 만나니 아무 길로 가도 된다.
 
한 굽이 오르면 김녕 김씨묘. 할미꽃 한 송이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곳에서 구룡산을 봐도 고만고만한 봉우리 셋 중 정상석이 위치한 세 번째보다 첫 번째가 더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할미꽃.

솜나물.


이후부턴 내달린다. 철탑이 서 있는 남해고속도로 용강터널 위도 지난다. 길찾기에 유의해야 할 지점을 만난다. 철탑을 지나 첫 번째 만나는 갈림길이다. 왼쪽은 동문고개를 거쳐 정병산으로 가는 길,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간다. 낙남정맥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10분쯤 뒤 상수원보호구역 팻말을 지나 계속 내려서면 1045번 지방도인 굴현고개. 도로 건너 바로 천주산으로 향한다. 공동묘지를 지나면서 살인적 오르막이 기다린다. 불과 20여 분이지만 이번 산행에서 가장 난코스이다. 오르막이 끝날 무렵, 우측 바위전망대에 서면 왼쪽 남해고속도로, 오른쪽은 마산 가는 옛 남해고속도로, 발 아래는 마금산온천 가는 1045번 지방도와 창원 시가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깔딱고개'를 지나 다다른 천주봉과 그 뒤로 구룡산이 훤히 보이는 가운데 천주산 산사면에 진달래가 활짝 폈다.

 이제 천주봉으로 향한다. 본격 진달래 산행이다. 7분 뒤 천주봉(484m). 정상석이 서 있다. 이어 팔각정과 잇단 돌탑, 그리고 그늘 아래 벤치, 운동기구, 산림도서함도 있다. 천주산 산림욕장이다. 진달래도 감상할 겸 잠시 쉬었다 가도 좋다. 고즈넉한 구룡산과 달리 약간은 부산하다. 이내 사거리 천주암고개. 이른바 만남의 장소이다. 친절하게 이정표가 서 있다. 왼쪽 천주암, 오른쪽 달천계곡, 직진하면 정상. 1.44㎞, 45분 걸린다고 돼 있다.

잠시 뜸하던 진달래가 다시 불붙기 시작한다. 오르막길 좌우가 온통 진달래 군락지다. 힘든 줄 모르고 오른다. 역시 소문대로 장관이다. 등로는 방화선인지 거의 임도 수준이다. 어른보다 키가 큰 진달래가 그야말로 온 산에 가득하다.   

구룡산 정상.

천주산.

천주산 용지봉.



 
잇단 헬기장과 산불무인감시카메라를 지나면 마침내 천주산 용지봉(639m). 거칠 것 없는 전망이 일순간 넋을 놓게 한다. 정상석 뒤로 농바위 작대산 무릉산, 파헤쳐진 광산 뒤 마금산과 천마산이, 남해고속도로 건너 우측 백월산 주남저수지 구룡산 정병산 (김해)용지봉 불모산이, 창원공단 뒤 장복산이, 마산 앞바다 뒤로 월미도 무학산 광려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산은 오른쪽 농바위 방향으로 내려선다. 10분이면 삼거리 임도 쉼터. 왼쪽 함안, 직진하면 농바위를 거쳐 작대산, 오른쪽 달천계곡 방향으로 간다. 다행히 50m쯤 뒤 커브길에서 왼쪽으로 산길이 열려있다. '달천동 1.1㎞'라고 적힌 작은 팻말이 보인다. 단순 내리막길이 아니라 중간중간 낮은 무명봉도 넘고 집채만한 바위도 에돈다. 달천계곡까지는 30분. 여기서 '외감 입구' 버스정류장까지는 15분 더 걸어야 한다.

# 떠나기전에 - 이원수 선생 '고향의 봄' 무대

남해고속도로 창원과 마산 사이 도로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천주산은 외모로는 그리 눈길을 끌 만한 구석이 많지 않다. 사실 바위산의 아기자기함도, 육산의 웅장함도 갖추지 못한 하고 많은 산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 산을 외면할 수 없게 하는 이유는 품속의 진달래 때문이다.

특히 이곳 천주산은 이원수의 동시 '고향의 봄'의 배경이 되는 곳. 양산이 고향인 그는 2세때 창원으로 이주, 어린시절을 천주산 기슭 소답동에서 보냈다. 마산으로 다시 이주한 그는 소파 방정환을 처음 만나 15세의 나이로 '고향의 봄'을 지어 '어린이'지에 투고해 이듬해 실렸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의 진달래는 어쩌면 천주산 진달래였으리라.

피로는 물좋기로 소문난 북면 마금산온천에서 풀자. 차로 10분 정도 걸린다. 온천과 함께 이곳의 자랑거리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북면 막걸리. 달짝지근하면서도 아주 부드러워 술술 넘어간다.

올해 천주산 진달래축제는 지난 5일 이번 산행의 날머리인 북면 외감리 달천계곡에서 열린다.

# 교통편 - 마산서 고암리행 버스 하루 1회 뿐

부산서는 마산(합성동)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것이 편리하지만 연계 버스시간이 맞지 않아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마산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 버스를 첫 차로 7~8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분 걸린다.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도 시외버스가 출발한다. 오전 5시5분부터 10~15분 간격으로 있다. 70분 걸린다.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들머리인 고암리행 버스는 24번 버스를 타면 되지만 낮 12시에 있다. 대신 20, 21, 22, 23번 버스를 타고 인근 굴현고개에서 내려 북면택시(055-298-2332, 299-9000)를 이용한다. 8000~9000원.

날머리 달천계곡에서 15분 거리인 '외감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마금산 온천행 버스는 수시로 다닌다. 마금산 온천 버스정류장에서 마산행 버스는 20, 21, 24번이 출발한다. 20~30분 간격으로 밤 10시40분(막차)까지 있다.
마산에서 서부터미널행 시외버스는 밤 9시30분까지 10분 간격으로, 노포동터미널행 시외버스는 밤 9시10분까지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노포동행 버스는 지하철 1호선 동래역에도 정차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북창원IC~북면 마금산온천 좌회전~창원 좌회전~외감 오일뱅크 지나~시청 창원역~승산 대한 방면 좌회전~대한마을회관 지나~고암마을(고암교)~고암새마을회관(고암리경로당) 순. 또 한가지. 차를 달천계곡(북창원IC~창원 방향 좌회전~외감 달천계곡)에서 주차한 후 택시를 불러 고암에서 산행을 시작해도 된다.

 

봄은 마술사다. 형형색색 꽃들을 단번에 쏟아내지 않고 변덕이 심한 인간들을 배려한 듯 시기별로 요술보따리에서 속세로 하나씩 내놓는다.

빠알간 동백을 시작으로 매화 진달래 개나리 벚꽃 백일홍 철쭉 복사꽃 배꽃 그리고 이름모를 야생화까지. 그래서 유달리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겨우내 봄을 사무치게 기다린다. 봄의 이러한 사려깊음을 인간군상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알 길이 없지만.
벚꽃은 이미 꽃비를 뿌린지 오래고 지금은 진홍 분홍 하얀색의 철쭉이 거리 곳곳에 만개해 있다. 연분홍 진달래 또한 `님을 향해 즈려 밟힌지' 오래다.

대운산 제2봉에서 정상으로 가는 50분간의 산길은 진달래 천국이다.

하지만 대운산 정상에선 도심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도심보다 구름에 더 가깝기를 바라는 대운산(大雲山·742m)은 이제야 진달래가 한창이다.

도심에서 아주 멀거나 필부가 못오를 만큼 그리 험하거나 높지도 않다. 여수 영취산, 대구 비슬산, 창원 비음산마냥 온 산사면이 진달래로 덮여 있지도 않다. 산행 내내 그저 길 양쪽에 진달래가 나그네를 반기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대운산 제2봉 부근에서 상봉으로 향하는 50여 분 내내 진달래가 꿈길을 이루고 있다.

울산 울주군 온양면과 경남 양산시 웅상읍에 걸쳐있는 대운산.
이번 주말 만사를 제쳐 놓고 봄기운이 어렵사리 피워놓은 진달래를 감상하면서 아직도 불러보지 못한 상춘곡을 읊조려 보자. 진달래뿐 아니라 수수한 산세와 울창한 숲, 그리고 깊고 깊은 계곡과 명경지수와도 같은 맑는 계곡물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만하다.

산행 초입 전망대에 서면 벚꽃이 만개, 완연한 봄 색깔로 치장해 눈이 부시다.

산행은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 제3주차장(상대주차장)~삼거리 전자안내판~나주 임씨묘~318봉~391봉~대운산 제2봉~진달래 군락지~대운산 정상~헬기장~전망대바위~경주 이씨묘~대운농장~철판다리~애기소~제3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안팎. 이정표가 꼼꼼하게 정비돼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들머리 온양면 남창리는 유명한 배 산지. 주차장을 벗어나면 개울 건너 배나무밭엔 배꽃이 한창이다.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있어 대운교 등 길가에는 연등이 일렬로 걸려있다.

삼거리 정면에는 울주군 재해대책본부에서 세운 대형 전자안내판이 서 있다. 그 옆에는 `대운산 제2봉 4.6㎞, 내원암 1.5㎞'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여기서 내원암 방향으로 5m쯤 가면, 왼쪽에 산길이 열려 있다. 본격 들머리다.

산 전체가 완연히 제 색깔을 찾고 있다. 갓 나온 새 잎은 애기의 뽀얀 피부처럼 깨끗하고 계곡의 물소리는 마치 여름이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산 기슭엔 정상부와는 달리 진달래가 이미 시들어 있고 대신 산철쭉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꿩 한 마리가 숲에서 푸드득 하고 뛰어 오른다. 첫 갈림길에선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왼쪽은 물소리가 들리는 애기소 방향.

15분 뒤 봉분이 거의 사라진 나주 임씨묘. 오른쪽 저 멀리 기암절벽이 시선을 붙잡고, 산허리를 따라 난 임도를 따라 내원암으로 등산객이 오르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10분 뒤 첫 전망대. 뒤돌아보면 정면으로 삼각산과 불광산, 원효대사의 전설이 서린 척판암이, 그 왼쪽으로 달음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직진한다. 왼쪽 저 멀리 대운산 정상이 서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제 색깔을 못내고 있다. 고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용이 승천하는 형상을 한 소나무와 돌탑을 잇따라 지나면 우측 수목 사이로 내원암이 시야에 들어온다. 불과 0.2㎞ 떨어져 있다. 주변 송림은 마치 삼림욕장을 방불케 한다.
              용이 승천하는 형상을 한 소나무가 시선을 끈다.
       진달래는 피어 있지만 아직도 산 전체는 푸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산행 중 만난 뱀.



영월 엄씨묘를 지나면 눈앞에 넘어야 할 작은 봉우리가 기다린다. 그 뒤로 대운산 제2봉과 그 왼쪽으로 대운산 주봉, 다시 그 왼쪽으로 하산할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땀을 흠뻑 낼 요량으로 1시간 정도 바짝 오르면 두 번째 전망대를 만난다. 일관된 가풀막이어서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제2봉은 15분이면 닿는다. 제2봉은 대운산에서 최고의 조망을 자랑한다. 한마디로 그칠 것이 없다. 오른편엔 1.3㎞ 거리의 제1봉과 꼬장산이, 정면엔 울산대 뒷산인 문수산, 그 왼쪽으로 정족산 천성산이, 조만간 오를 대운산 정상 뒷편에는 시명산과 달음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제2봉에서 정상까지는 2.7㎞. 왼쪽길을 택한다.

이때부터 사방이 온통 3~4m쯤 되는 진달래 천국. 정상까지 50여 분간 줄곧 길 양편에 도열해 있다. 이번 산행의 보람이자 기쁨이다. 일부 구간에선 거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진달래 군락 보호를 위해 가지치기를 한 지자체의 노력이 엿보인다. 기온 탓에 모두 만개는 안했지만 이번 주말이면 온통 연분홍으로 덮을 태세다. 마침내 정상. 날이 쾌청할 경우 동해바다와 대마도도 확인된단다.

하산은 올라온 방향과 정반대인 도통골과 박치골 사이의 남동쪽 능선길로 내려선다. 동쪽은 상대마을, 서쪽은 시명산 방향이다.

오름길과 달리 인적이 드문 좁은 소로이다. 20분 정도 내려서면 진달래가 뜸해지고 활엽수가 비로소 초록빛을 띠기 시작한다. 등로는 ‘갈 지(之)’자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날파리가 눈 앞에 귀찮게 아른거리고 70㎝쯤 되는 이름모를 뱀이 유유자적하게 지나간다.

잡풀이 무성한 헬기장을 지나 15분쯤 뒤 갈림길. 오른쪽길을 택해 내려서면 경주 이씨, 인동 장씨묘를 잇따라 지나 대운농장이 나온다. 이후 철판다리를 건너 10분 정도 애기소가 펼쳐지는 유량이 풍부한 계곡과 나란히 달리는 임도를 따라 걸으면 제3주차장에 닿는다. 비로소 원점회귀 산행이 완성된다.

# 떠나기전에

대운산은 동국여지승람과 함께 오래된 읍지(邑誌)에는 부처님의 은광을 의미한다는 불광산(佛光山)이라 표기돼 있다. 이 불광산에는 지금의 대운산뿐 아니라 장안사를 둘러싸고 있는 시명산과 삼각산도 포함된 듯하다.
 대운산(옛 불광산)은 원효대사가 생애 마지막으로 수도를 했다고 전해온다. 해서, 지금의 대운산에는 원효와 관련된 설화가 전해온다. 원효가 도를 닦았다는 도통골, 원효가 수도를 하던 중 널판자를 날려보내 위기에 처한 당나라 승려를 구했다는 장안사 산내 암자 척판암이 좋은 사례이다.
대운산을 찾으면 놓쳐선 안될 명소가 있다. 영남 최고의 명당이라는 내원암이 있다. 또 내원암 주차장에는 줄기 모양이 코끼리 형상을 닮은 500년 된 팽나무도 있다. 꼭 챙겨보자.

           내원암 주차장 내 500년 된 팽나무. 줄기 모양이 코끼리 형상을 닮았다. 

누가 뭐래도 대운산의 숨은 보석은 상대계곡. 명경지수가 흰 포말을 일으키며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애기소가 압권이다. 애기소농장 팻말이 있는 옆길로 진입하면 된다.

# 교통편
부산역에서 남창행 동해남부선 통일호 열차는 오전 6시20분, 7시 두 편 운행된다. 남창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상대행 버스를 탄다. 오전 7시40분, 9시5분, 10시10분에 있다.
돌아올 땐 애기소슈퍼 앞 정류장에서 남창행 버스는 오후 2시30분, 3시30분, 4시40분, 6시30분에 출발한다. 남창역에서 부전역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4시37분, 6시2분, 8시36분에 있다.
 시외버스를 타도 된다. 해운대역 맞은편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울산행 버스를 타고 남창에 내려도 된다. 오전 5시10분부터 15~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기차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남창역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시외버스정류장에서 해운대행 시외버스를 타도 된다. 수시로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해운대~송정해수욕장 입구 지나~울산 기장체육관 기장군청 방향~울산 온양 방향~(장안사)~상대 하대 대운산~대운산 내원암 계곡 방향 크게 좌회전 후 굴다리 통과~대우난 공영 1, 2주차장을 지나 상대주차장인 제3주차장 순. 




 

오는 4월 4일 대금산 진달래 축제 개최
산 아랜 YS 등 유명 정치인들이 많이 나와
가덕도, 영도 봉래산, 심지어 대마도도 보여

 거제도 대금산(大錦山·438m)은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진달래산이다. 비록 7부 능선까지 도로가 뚫려 있어 김은 좀 새지만 남쪽땅에서 아마도 가장 빨리 진달래가 꽃봉오리를 터뜨려 산꾼들을 유혹한다. 
 올해의 경우 거제시는 오는 4월 4일 진달래 축제를 개최한다.

대금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해바다 전경. 오른쪽 중간에 있는 섬이 이수도, 그뒤 길게 펼쳐진 섬이 가덕도다.
대금산은 산중턱까지 바윗돌 하나 찾아보기 힘들지만 정상부는 근육질의 수려한 암벽이 펼쳐져 있다.

대금산은 우선 조망이 빼어나다. 가덕도와 부산신항 그 뒤로 다대포와 아미산, 영도 봉래산이 한눈에 펼쳐진다. 섬 내에선 계룡산 삼방산 선자산 옥류봉 앵산이 펼쳐진다. 
 대금산 아래에는 또 YS 등 정치인들이 많이 배출돼 이곳 사람들은 이곳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독특한 정기가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럼 산은 어떨까.     
지금까지 주로 대여섯 시간의(보통 사람으로선 약간의 부담이 되는) 산행구간을 소개했던 국제신문 산행팀의 산행지로 약간은 짧다. 해서, 이 봄 가족산행지로 안성맞춤이 될 듯하다.

 
대금산은 해마다 이맘때면 진달래가 연분홍 빛으로 산 전체를 수놓는다.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답다.

단순히 봄 나들이를 위해 가족끼리 부담없이 찾아도 좋고, 산도 오르고 꽃도 감상하려는 아마추어 산악인들에게는 딱 그만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망망대해 남해와 그 위에 떠있는 이름모를 무인도는 한동안 뇌리에서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불만도 없지 않았다. 도로가 산의 7부 능선까지 뚫려 있어 산 속에서 자동차를 봐야만 했다.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를 볼 땐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   

산행은 명상 버든마을에서 출발 중대금산(마을)~벽개동목장~약수터~뽈쥐바위고개(진달래평원)~대금산 정상~시루봉 정상~뽈쥐바위고개~간이화장실~정골재주차장~윗대금산(마을)을 거쳐 명상버든마을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 3시간 정도면 진달래를 감상하고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남해를 내려다보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기에 충분하다.



 명상버든마을에서 버스를 내려 대금산 등산로 입간판이 세워진 길을 따라 걷는다. 조금 가다보면 복개천이 나오는데 거기가 중대금산마을이다. 마을 앞 복개천의 갈림길에서 왼쪽 골목길을 택한 후 곧바로 다시 왼쪽으로 오른다. 외딴 집이 나오고 그 집 왼쪽에 난 산길로 올라선다. 대나무숲을 보고 오르면 흰색의 대형 물탱크가 나타난다. 계속 오른다.
 
이 때부터 진달래가 보인다. 묘지를 잇따라 지나면 이번엔 나무로 엮은 문이 나온다. 통과한 후 반드시 닫아두자. 문을 통과하면 임도와 만난다. 이 임도는 애초 명상버든마을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아스팔트 길을 올라가 반깨고개에서 따라 오르는 길이다. 주말인 이날 따라 가족 및 연인들과 함께 찾은 이가 많았다.

여유있게 2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오른쪽에 건물이 보인다. 지도상에는 벽개동목장. 하지만 겉으로 봐선 목장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길에는 차가 못다니게 턱을 높여 놓았다. 목장을 지나면 오른쪽에 대나무숲이 보이고 그 옆에는 산벚꽃이 줄을 서 손님을 맞는다. 여기쯤 오면 길 찾는 것은 걱정을 안해도 된다. 상춘객이 너무 많아 사람만 보고 가면 되기 때문이다.

‘정상 0.7㎞’라고 적힌 안내판이 보이고 저 멀리 대금산 정상이 우뚝 서 있다. 길 따라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에 약수터가 있다. 약수터 주변을 걸으면서 땅을 세게 밟으면 ‘쿵쿵’ 소리가 난다.

 원래 대금산은 신라때 쇠를 생산했던 곳이라 대금산(大金山)이었다. 땅 밑의 쇠붙이를 끄집어낸 후부터 땅 밑이 텅 비어서 그렇게 소리가 난다고 전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봄이면 진달래가 만개해 비단처럼 아름다워 비단 금(錦) 자를 써 대금산(大錦山)으로 변했다고 전해온다.

약수를 한 잔 들이켜고 더넓은 뽈쥐바위고개를 지나 30분 정도 바짝 오르면 정상이다. 산중턱까지 바윗돌 하나 찾아보기 힘들지만 정상은 수려한 암벽이 어우러져 있다.

정상에 서면 볼거리가 무지 많다. 가장 가까이 흥남해수욕장이 보이고, 가옥과 밭이 보이는 눈 앞의 섬은 이수도. 배의 앞부분인 이수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 이수도 뒤엔 왼쪽부터 네 개의 섬이 보인다. 제일 왼쪽은 해군이 관리하는 대통령 별장인 있는 저도, 나머지 세개는 무인도로 소죽도 중죽도 대죽도다. 최근 만들어졌다는 무인등대도 보인다. 특히 거제도와 가덕도 사이 저도와 중죽도 대죽도를 연결한 거가대교의 사장교 주탑이 늠름하게 서 있다.

저 멀리로는 왼쪽부터 진해만이 보이고, 그 옆엔 부산신항 공사로 파헤쳐진 안골, 용원, 정면으로 보이는 큰 섬이 가덕도다. 그 뒤로 영도 봉래산이, 날씨가 좋을 땐 대마도도 보인단다. 오른쪽 저 끝에는 동백으로 유명한 지심도가 보일 듯 말 듯하다.    

김 양식장 같이 보이는 것은 정치망이며, 그 주변에 떠 있는 배들은 잠수기어민들의 조업배다. 눈 앞에 펼쳐진 푸른빛의 망망대해가 바로 수라상에 올랐다는 가덕대구의 주요 어장이다.

고개를 돌려 남쪽엔 계룡산 삼방산 선자산 옥류봉 앵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유명 정치인이 대금산 주변 장목면 대계-소계-외포-장목마을에서 많이 배출됐다는 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 김기춘 홍인길 김정길 김봉조씨 등이 바로 그들이다. 백두산의 정기가 백두대간을 따라 일본으로 넘어가는 길목때문이라는 것이 마을사람들의 설명이다.

내려가는 길은 반대편으로 잡자. 산길은 워낙 급해서 에돌아 내려선다. 시루봉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에서는 오른쪽. 시루봉 정상까지 여유있게 걸어가면 대략 40, 50분. 돌로 쌓은 구덩이가 있다. 하산길은 되돌아와 갈림길에서 왼쪽 뽈쥐바위고개를 지나 임도에서 왼쪽으로 잡자. 간이 화장실을 지나면 정골재주장장이 나온다. 40m 정도 걸어내려가면 오른쪽으로 길이 나 있다. 윗대금산, 중대금산 마을을 지나면 버스종점이 나온다.

#교통편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거제행 시외버스가 직통, 완행 두 가지가 있다. 거제 사곡~고현~장승포(종점)를 거치는 완행은 오전 6시20분 부터 20, 30분 간격으로 있다. 고현에서 내려야 한다. 고현까지의 직통은 오전 8시30분에 있다. 각각 1만4백원. 고현에서 명상버든마을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9시35분에 있다. 800원. 직통은 연결버스와 시간이 맞지 않기 때문에 부산서 첫 완행버스를 이용, 오전 9시35분 버스를 타면 된다. 부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거제 고현연안여객터미널까지는 오전 7시30분에 출발하는 배를 타야 한다. 고현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 돌아올 땐 오후 5시, 6시에 있다. 1시간20분 걸리며 1만6천원이다.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 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승용차를 이용할 땐 남해고속도로 마산 창원 방향~마산TG~서마산IC~진동~고성~신거제대교~14번 국도~고현~연초삼거리에서 좌회전(장목 하청 방면)~청해식품 이정표와 대금산 5㎞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연초호를 거쳐 명동리 명상버든마을로 간다. 명상버든마을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거제민속박물관은 놓쳐서는 안될 볼거리. 전직 교장이자 아동문학가인 옥미조씨가 평생 모은 민속자료 5천3백여점과 서화 130여점이 폐교된 명동초등학교에 전시돼 있다. (055)637-3722

대금산의 들머리인 명상버든마을에서 차로 5분 거리에는 거제민속박물관이 있다. 전직 교장이자 아동문학가인 옥미조씨가 평생 모은 민속자료 5천3백여점과 서화 130여점이 폐교된 명동초등학교에 전시돼 있다.

또 대금산 남동쪽 해안에는 YS의 생가가 위치해 있다. 시간이 날 경우 잠시 둘러보자. 생가에는 눈길을 끄는 것들이 있다. 1960년 5월 공비가 쏜 총탄에 절명한 YS의 모친 박부련 여사의 사진과 그 아래 놓인 장농이다. 그 장농에는 당시 공비가 쏜 총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생가 마당에 위치한 YS의 흉상.
거제시 장목면 대계마을의 YS 생가.
 

밀양의 산치곤 덜 알려졌지만 산세·조망은 그야말로 '환상'
이장한 듯한 묘지터인 539봉을 지나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암봉(왼쪽)과 소천봉이 '한 일(一)' 자 능선을 그으며 내달리고 있다. 소천봉 아래 하산길인 음지마을이 우측 하단 소나무 뒤로 보인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도심에서 받았던 온갖 스트레스를 풀러 산을 찾았건만 왜 이리 사람들이 많은지. 한적해야 될 산이 시골 5일장처럼 북적인다. 진정한 산꾼들이라면 이심전심으로 서로 배려를 해 별 문제는 없을 터이지만 문제는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장쾌한 조망에 반해 잔잔한 미소 같은 내적 희열로 만족해야 될 상황이 과잉 액션으로 발산돼 주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법. 그렇다고 산을 끊을 수야 없지 않은가. 하여, 애오라지 산꾼들은 또다시 오염이 덜 된 한적한 오지의 산을 갈구하며 찾아 나선다.

대간이나 정맥 종주를 끝낸 산꾼들이 여기서 한 번 더 갈래를 치고 나온,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기맥이나 지맥을 찾아 나서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번 주 산행지는 영남알프스의 서쪽 언저리에 똬리를 틀고 앉은 밀양 용암봉~소천봉.
낙동정맥 가지산에서 갈라져 나와 운문 억산 구만 중산 낙화 보두 비학산을 거쳐 밀양강으로 떨어지는 이른바 운문지맥의 중간쯤 되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밀양의 산임에도 지명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굴곡과 수려한 산세 그리고 곳곳에서 펼쳐지는 환상적 조망은 겨우내 움추렸던 근교산꾼들을 다시 산으로 불러모으는 데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


산행은 상동면 신곡리 양지마을~인동장씨묘~김해김씨묘~539봉(종지봉·이장한 묘지 터)~암릉길~오치령 육화산 갈림길~신(新)오치고개~밀성박씨·경주최씨묘~통천문(침니바위)~용암봉(686m)~소천봉(632m)~잇단 무덤~신곡리 교회(음지마을)~양지마을. 걷는 시간만 4시40분 정도이며 난이도는 보통이다.

신곡리 마을회관과 ‘신곡리 양지마을' 이정석을 잇따라 지나 다리(신곡천)를 건너면 갈림길. 왼쪽으로 가면 또 갈림길. 역시 왼쪽으로 100m쯤 가면 다시 갈림길.

 이번엔 ‘산림조합현장'이라 적힌 이정표가 가르키는 우측으로 간다. 마을 당산나무를 지나자마자 다시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대숲을 지나면 이내 갈림길. 차량 차단기가 보이는 정면 대신 석축을 따라 왼쪽으로 가면 들머리로 향하는 능선 갈림길. 이제 본격 우측 산으로 향한다. 등로는 약간 희미하지만 그렇다고 일일이 확인하고 오를 만큼 방치돼 있지는 않다. 나아가 거의 외길이라 걱정할 염려는 전혀 없다.

산행 초입대추밭 사이를 걸어가는 산행팀. 그 뒤로 산행팀이 걸어야 할 산행지인 용암봉(왼쪽)과 소천봉이 한눈에 보인다.

처음부터 된비알. 인동 장씨묘쯤 한 번 주춤하더니 15분 정도 거의 사람의 혼을 뺄 정도로 오르막이 심하다. 이후부턴 경사가 덜할 뿐 여전히 오름길이다. 그 정점은 양지바른 곳의 김해 김씨묘.

이제 송림길이 이어진다. 우측으로 향후 오를 용암~소천봉이 보인다. 크게 봐서 시계 방향으로 걷고 있는 셈이다. 가만히 살펴보니 산행팀이 걷고 있는 산길과 용암~소천봉으로 이어지며 신곡리를 감싸고 있는 산세가 여성의 성기를 빼닮아 일종의 '여근곡(女根谷)'으로 불러도 될 성싶다.

솔가리와 낙엽이 반복되는 오름길은 한동안 이어지다 첫 봉우리인 539봉에서 숨고르기를 한다. 들머리에서 65분. 이장한 묘지터인 이곳은 하산 후 마을주민들로부터 ‘종지봉'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올라온 방향으로 보면 동창천 뒤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그 뒤로 옥교산 종남산 우령산 등 밀양의 산이, 소나무 우측으로 화악산 남산 오례산성 원정산 대남바위산 용당산 비룡산 통례산 등 청도 쪽 산이 손에 잡힌다. 20m쯤 더 가면 우측 시야가 트인 곳에서 더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좌측엔 코 앞의 육화산을 비롯 그 뒤로 구만산, 그 우측으로 운문산 백운산 정승봉 천황산 재약산 향로산이 펼쳐진다. 발 아래 산기슭의 계단식 논은 마치 깊게 파인 촌로의 주름을 연상시킨다.

영남알프스 주봉과 언저리봉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제부턴 능선길. 낙엽길과 송림터널이 반복된다. 20분 뒤 암릉길에선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전망대다. 10여 분 뒤 집채만한 바위가 앞을 막는다. 우회하는 길도 있지만 잠시 올라보니 사방팔방 훤히 펼쳐지는 최고의 전망대가 아닌가. 그간 숨어 있던 북암산 억산 범봉 사자봉 수리봉 구천산 정각산 가지산 그리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오치령 고갯길 등 영남알프스 주봉과 언저리 봉우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창우 대장도 “이처럼 완벽한 전망대는 좀처럼 보기 드물다"고 한마디 거든다.

전망대를 향해 근육질의 암릉을 오르는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은 "이 전망대를 두고 영남알프스를 이처럼 완벽하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고 평했다. 

 정면 눈앞의 봉우리는 이름없는 무명봉이지만 산세로 봐서 구만산 육화산을 거쳐 운문지맥과 만나는 의미있는 지점이다. 실제로 봉우리를 내려서면 ‘오치령 육화산'이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이를 알려주듯 주변엔 리본이 많이 걸려 있고 산길 또한 뚜렷하다. 또 하나의 낮은 봉우리(536봉)를 넘으면 등로 좌우에 임도가 눈에 띄고 이내 고개에 닿는다. 오치령과 상동면 신곡리를 잇는 임도가 생기면서 생긴 고개로 흔히 오치고개라 부르고 있지만 기존의 오치령과 구분하기 위해선 ‘신(新)오치고개'라 부르는 것이 합당할 듯 싶다.

산행 중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암봉(왼쪽)과 소천봉(오른쪽). 

임도를 건너 바로 산으로 오른다. 작은 봉우리를 살짝 넘고 밀성 박씨 및 경주 최씨묘를 잇따라 지난다. 이때부터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내린다.

오치령으로 가는 꼬불꼬불한 임도.
산행 중엔 밀양과 이웃한 청도의 봉우리들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맨 뒤 능선 좌측으로부터 대남바위산 용당산 시루봉 비룡산 효양산 통례산 학일산이 보인다.

구만산 운문산 백운산 천황산 재약산 등 영남알프스 산군과 언저리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용암봉 정상 직전 만나는 통천문. 일명 침니바위라고 불린다.
용암봉 정상. 이 팻말은 이창우 산행대장 바로 앞, 국제신문 제2대 산행대장 최남준 씨가 사비를 들여 달아 놓은 것이다.  

 10분쯤 뒤 뜸하던 바위군. 처음엔 농짝 크기에서 점차 집채만한 바위로 변모한다. 한 전망대에선 산내면소재지 송백과 앞서 봤던 밀양 쪽 봉우리 외에 승학산 금오산 구천산과 원동 토곡산도 확인된다. 잇단 암릉과 암봉을 지나 일명 통천문이라 불리는 바위틈새길을 통과하면 이내 용암봉 정상. 오래 전엔 헬기장이었지만 지금은 송림에 막혀 조망이 없다. 발 아래 보도블록만이 이를 확인해줄 뿐이다.
직진하면 백암봉 중산 낙화 보두 비학산으로 이어지는 운문지맥길,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정면 바로 보이는 봉우리가 소천봉이다. 40분 걸린다. 조그만 돌탑 이외에는 정상이라고 인식할 어떠한 지형지물이 없다. 조망 역시 없다.
하산길은 좁다란 비탈길. 오랫동안 간벌을 하지 않은 죽음의 송림길이다. 이를 대변하듯 소나무마다 무수히 많은 솔방울이 매달려 있다.
뚜렷한 길은 없지만 크게 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서자. 국제신문 리본을 촘촘히 묶어놨다. 40분 뒤 길다운 길이 비로소 눈에 띄고, 여기서 5분이면 산을 벗어나 신곡리교회가 위치한 음지마을에 닿는다. 저 멀리 건너편이 들머리 양지마을이다. 두 마을은 10분 거리이다. 산행대장=이창우.

# 떠나기 전에 - 정상 안내판, 노장 산꾼의 열정

용암봉 정상에는 정상석 대신 '운문지맥/용암봉 686m/준·희'라고 적힌 조그만 스테인리스판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명산이건 근교산이건 산깨나 탄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겠지만 이처럼 고마운 일을 한 주인공은 국제신문 제2대 산행대장을 역임한 최남준(68) 씨. 그는 '그대와 가고 싶은 산, 준·희'라는 오렌지색 리본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최 대장은 한창 땐 건건산악회를 이끌고 1대간 9정맥을 주파하며 지역 산악계에 종주 산행의 붐을 불러 일으켰고 최근 타개한 후배 산악인과 함께 사비를 들여 금정산과 백두대간길의 조령산 깃대봉 등 10여 곳에 약수터를 조성한 산사나이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는 법. 그도 오랜 산행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무릎이 안좋아져 장시간 산행을 할 수 없다. 대신 3, 4시간 걸리는 정상석이 없는 근교산을 찾아 이정석 대신 이처럼 조그만 팻말형 안내판을 걸어두고 있다.

현재 600여 개 달았으며 이 작업은 다리에 힘이 소진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맛집 하나 소개한다. 22년 전통의 아랑장어구이(055-355-3895). 밀양IC에서 들머리로 가는 도중 국도변에 위치해 있다. 밀양IC에서 정확히 3.7㎞ 떨어져 있다. 주메뉴는 장어정식. 수수전 게장 등 무려 28가지의 반찬에 놀라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 장어맛에 감탄한다. 초벌구이로 기름을 뺀 후 양념을 무려 4번이나 발라 특유의 맛을 낸다. 김해 마산 양산 대구 청도 등의 단골들만 주로 찾으며 주말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맛볼 수 없을 정도다.


# 교통편 - 밀양터미널에서 신곡리행 버스 이용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밀양 청도 24번~긴늪사거리에서 대구 청도 25번 우회전~상동면 안내판~상동면사무소 지나~신곡 고정 1077번 직진~매화 신곡 1077번 직진~신곡리 마을회관 지나자마자~신곡리 양지마을 이정석 순. 마을회관이나 다리 근처에 주차가능.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밀양행 버스는 오전 7시부터 매시 정각에 출발한다. 55분 소요. 3800원. 밀양터미널에서 신곡리행 버스는 오전 8시50분, 10시50분에 있다. 부산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상동역(옛 유천역)에서 내린다. 오전 7시50분 단 한 차례 있다. 상동역 도착 시각은 8시47분. 4200원. 상동역 건너편 상동파출소 앞에서 신곡리행 버스는 오전 9시5분, 10시55분에 출발한다.

신곡리에서 밀양행 시내버스는 오후 4시, 5시40분, 7시20분에 있다. 이 버스는 도중 상동역 앞에서도 정차한다. 상동역에서 부산행 열차는 오후 4시53분, 7시57분에 있다. 밀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매시 정각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8시.

 





 

억새군무 감상하며 성벽따라 걸어볼까 
 


  물 건너고, 바위도 오르고


 도착한 화왕산성

 화왕산성 십리억새밭 한가운데 위치한 용지.

 창녕 조씨 득성비.
                    화왕산성 남문에서 배바위로 오른다.



 마침내 배바위. 저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화왕산 정상(우측).

 배바위 위에 홈이 파인 이곳은 곽재우 장군이 세숫대야로 사용했다 전해온다.

 이제 화왕산 정상을 향해 오른다(왼쪽). 도중 보이는 창녕읍내.

 남쪽은 험준한 자연성벽(왼쪽), 배바위 정상.

 화왕산 정상과 하산길.

화왕산 정상에서 동문을 향해 억새밭은 가로지른다.
화왕산 정상에서 성벽과 나란히 걸으며 동문으로 내려선다. 저 멀리 보이는 암봉은 배바위. 사실상 거의 한 바퀴를 돌았다.
성벽을 따라 금빛 억새가 눈부시게 하늘거린다.
동문 쪽에서 내려서는 도중 바라본 용지와 배바위.

 드라마 허준 세트장과 멀리서 본 화왕산 정상.

 동문을 나와(왼쪽), 하산 도중 관룡사가 보인다.

 관룡사와 이어지는 능선은 병풍바위가 서 있고(왼쪽) 멋진 전망대도 만난다.

 산들 부는 가을 바람에 억새가 길게 드러누웠다 서서히 몸을 일으킨다. 언제 느림의 미학을 익혔는지 그렇게 여유로워 보일 수가 없다. 일견 우아하기까지 하다. 가을 한철 뭇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봄 여름 동안 많은 설움을 받아온 가을의 전령 억새.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의 아름다움에 가려 눈길 한 번 받지 못했고, 한여름에는 작열하는 뙤약볕 아래 목말라 했지만 결국 대자연의 섭리대로 화려한 백조의 날갯짓마냥 눈이 부실 정도로 화사하게 태어났다.    
  
만추의 단풍에 앞서 초가을 산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억새. 이름에서 풍기는 거친 뉘앙스와 달리 솜털처럼 부드럽다.

재약산 사자평, 천성산 화엄벌, 신불산 신불평원, 간월산 간월재, 부산의 승학산도 억새 산행지로 유명하지만 창녕 화왕산처럼 억새와 더불어 볼거리가 많은 곳은 드물 듯하다.

산정을 둥그스럼하게 감싸고 있는,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큰 공을 세운 화왕산성과 그 산성에 에워싸인 18만4800㎡(5만6000평) 산상분지인 억새평원 그리고 억새밭 한가운데 위치한 3개의 못 용지와 '창녕 조(曹) 씨 득성비' 등이 바로 그것.

일반인들이 산행하기에 편안해 하는 700m대의 해발고도에 역사와 전설이라는 콘텐츠, 그리고 산 아래 송이요리 맛집까지 갖추고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라 아니할 수 없다. 여기에 기암괴석과 암봉으로 뒤덮인 산세는 산행의 재미를 배가시켜주기에 충분하다.

 산행은 화왕산 주차장~임도(제1등산로)~차량 차단시설~이동통신 기지국~화왕산성 남문~헬기장~배바위~화왕산 정상~동문~허준세트장~옥천삼거리~관룡산 정상~용선대~관룡사~화왕산 주차장 순. 걷는 시간만 4시간10분 정도지만 이곳저곳 살펴보다 보면 2, 3시간은 더 걸린다.



 화왕산 주차장에서 계단을 올라서면 등산안내도를 중심으로 갈림길. 오른쪽 관룡사(1.2㎞) 가는 길은 하산길로 남겨두고 왼쪽 임도를 따라간다. 곧 이정표. 이 길은 화왕산 제1등산로이며 정상까지는 3.8㎞라고 안내한다. 정면 저 멀리 관룡산과 그 우측으로 병풍바위가 보인다.

산성교를 지나면 임도 좌측으로 대형 돌탑이 잇따라 서 있고 우측 숲속에는 투박한 자연석을 그대로 쌓아올린, 화순 운주사의 일명 거지탑을 연상시키는 작은 돌탑도 시선을 붙잡는다. 조금 더 오르면 임도 우측은 계곡. 최근 정비를 했는지 깔끔하다. 10분 뒤 차량통행 제한을 위한 문이 앞을 가로막고 있지만 등산객들은 그 틈새로 통과하면 된다.

  
이동통신 기지국을 지나면 임도 왼쪽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본격 들머리다. 입구엔 '정상 2.6㎞'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주차장에서 35분.

산길은 줄곧 계곡과 나란히 내달린다. 상류로 갈수록 계곡 주변은 태풍 탓인지 망가져 있다. 나무가 이곳저곳 쓰러져 있고 바닥은 덩어리째 끊겨 있다. 심한 곳은 마치 전쟁의 참상을 보는 듯하다. 주 토양인 마사토는 귀족버섯인 송이를 인간에게 안겨주는 반면 지력이 약해 주변 경관을 보호하는 역할은 미미할 뿐이다.

20m쯤 되는 완경사 슬랩을 오르면서 계곡은 사실상 사라진다. 잠시 뒤돌아 보면 왼쪽 관룡산과 그 우측 영취산이 확인된다.

   
이어지는 오름길. 슬랩에서 7, 8분이면 화왕산성 남문 입구에 닿고 여기서 3분이면 화왕산성에 선다. 주변엔 보랏빛 쑥부쟁이가 지천이다.

십리억새밭을 에워싸고 있는 화왕산성(사적 제64호)은 총 길이 1.8㎞. 이때부터 억새탐승이 시작된다. 어느 방향으로 돌아도 상관없지만 산행팀은 왼쪽 배바위를 거쳐 서문 격인 환장고개, 화왕산 정상을 거쳐 동문에서 관룡산으로 가기 위해 왼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산성을 돌기 전에 남문 입구 이정표 뒤쪽에 위치한 세 개의 연못인 용지(龍池)와 이정표 우측의 '창녕 조 씨 득성비'를 둘러보자. 산성을 따라 돌다 보면 억새밭 한 가운데 위치한 이 두 곳을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바위는 10여 분이면 올라선다.주변에는 억새군락이 온통 바람에 몸을 맡겨 흐느적거리고 있고 발아래는 쑥부쟁이와 여뀌 며느리밑씻개 마타리가 눈길을 끈다. 가까이서 본 억새의 솜털은 보는 위치에 따라 쉼없이 그 모양과 빛깔을 바꾸며 장관을 이룬다. 과거 배를 묶어두었다는 전설이 얽힌 배바위는 지형도상으로 화왕산(756.6m)보다 20㎝ 더 높다. 제일 높은 곳에는 곽재우 장군이 세숫대야로 사용했다는 홈이 패여 있다. 주변 조망도 탁월해 서쪽으론 창녕읍내와 우포늪 그리고 낙동강과 광활한 평야지대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동쪽, 다시말해 정상을 보고 우측 뒤로 관룡산과 그 유명한 병풍바위, 영취산이 보인다. 한마디로 창녕의 지형이 동고서저(東高西低)임을 확인할 수 있다.

배바위에서 산불초소가 보이는 좌측은 옥천저수지 뒷산인 구현산 삼성산 방향, 산행팀은 정상을 향해 정면으로 내려선다. 저 멀리 두 개의 높은 봉우리 중 정상은 왼쪽.

난전이 펼쳐진 환장고개(이곳 사람들은 이곳을 서문이라 한다)를 지나 정상까지는 20분이면 충분하다. 이곳에 서면 남쪽 배바위와 북쪽의 정상 인근은 험준한 자연암벽이 성을 대신하고 있고, 동문과 남문 일대가 능선을 따라 성벽이 높이 쌓여 있어 이곳이 과거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실제로 화왕산성은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이곳을 근거로 의병활동을 하며 왜군과 싸워 공을 세운 전승지로 전해오며 억새밭 내 위치한 3개의 못은 당시 식수원으로 추정된다. 정북으로 비슬산, 동쪽으로 천왕산, 발 아래 서쪽 자하곡 매표소 쪽엔 도성사가 보인다.

정상에서 직진하면 목마산성을 거쳐 창녕읍으로 하산하기에 산행팀은 왔던 길로 약간 내려가 왼쪽 능선길을 타고 동문으로 향한다. 이정표가 서 있어 길찾기는 별 문제없다.

동문은 정상에서 20여 분. 동문을 나서면 임도가 기다린다. 10분 뒤 드라마 '허준'세트장. 너와집 굴피집 등 다 쓰러져 가는 옛 가옥이 애처롭다. 보수를 해야 될 시점이 온 것 같다. 세트장 맞은편에는 샘터가 있다.

13분 뒤 고갯마루에 닿는다. 세 갈래 임도가 만나 흔히 옥천삼거리라 불린다. 물론 이정표가 서 있다. 왼쪽은 고암면 감리, 오른쪽은 제1등산로 시점, 산행팀은 쉼터인 '번지없는 주막' 왼쪽길로 향한다. 관룡산 가는 길이다. 오름길이지만 그리 힘들지 않다. 20여 분 뒤 삼거리. 왼쪽은 병풍바위를 거쳐 구룡산~종암산~~부곡온천으로 이어지는 종줏길, 오른쪽으로 50m 떨어진 헬기장이 정상(754m)이다. 전망이 없고 별 특징이 없다.

헬기장을 가로질러 침목계단으로 내려선다. 쏟아지는 급경사길이지만 중간에 만나는 잇단 전망대에선 병풍바위를 감상할 수 있다. 명불허전이라 했던가. 가까이서 본 거대 암벽들의 위용은 기대 이상이다. 병풍바위 아래 조그만 절집은 청룡암이다.

하산길 좌우에는 송이 채취를 위해 출입을 금한다는 경계줄이 처져 있고, 송이채취관리소도 있으니 유의하길. 하산길의 하이라이트인 용선대는 정상에서 30분. 석조여래좌상(보물 제295호)이 산중에 앉아 사바세계를 굽어보는 장엄한 모습에 자뭇 고개가 숙여진다. 여기서 천년고찰 관룡사는 불과 400m로 10분 걸리며 절에서 주차장까지는 15분 소요된다.

#떠나기전에- 창녕 배바우산악회 매년 갈대제 개최… 올해는 오는 27일

날머리 관룡사는 원효대사와 관련이 깊다. 원효는 제자 1000명에게 화엄경을 설파했으며 화왕산 정상의 3개의 못인 용지에서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관룡사(觀龍寺)라 명명했다 전해온다. 관룡산 병풍바위를 지나 만나는 구룡산(九龍山)이란 이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관룡사는 절 규모는 작지만 보물이 4점이나 된다. 이 중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은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고 알려져 많은 참배객들이 찾는다. 관룡사의 명물 석장승도 꼭 찾아보자. 절과 대형 주차장의 중간쯤 계곡 옆에 위치해 있다. 왕방울 눈, 주먹 코, 튀어나온 송곳니 등의 모습이 우스꽝스럽지만 절의 수호신으로 비보(裨補) 역할을 한다. 지난 2003년 9월 태풍 '매미' 때 유실됐다가 복구를 위해 위장 보관하던 중 도난당한 후 2005년 2월 대전에서 회수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축제도 열린다. 창녕군과 배바우산악회는 오는 27일 제37회 화왕산 갈대제를 연다. 갈대는 억새밭 한가운데 위치한 3개의 용지 인근에 약간 있을 뿐 대부분 억새지만 전통 고수 차원에서 당초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다. 오후 1시 산신제를 시작으로 오후 2시 산상음악회에 이어 오후 6시30분부터 참가자들이 500개의 횃불을 들고 화왕산성을 돈다.

들머리 부분의 잇단 대형 돌탑은 인근 정평부락의 김수부 씨가 올 봄부터 농사를 짓다 짬이 날 때 순수 만든 것이다. 돌은 모두 옥천저수지에서 갖고 왔단다. "하나라도 볼거리가 있어야 관광객들이 찾을 것 아닙니까"라는 것이 돌탑을 만든 김 씨의 설명이다. 고마운 일이다.

송이밥.
자연산 송이.

 
지금 전국은 송이버섯이 한창이다. 경북 울진 봉화를 비롯 청송 주왕산, 대구 팔공산 등지가 주요 산지로 알려져 있지만 창녕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송이 산지 중 하나. 관룡사 가는 길 옥천저수지 바로 위 도로변에는 송이밥을 잘 하는 식당이 하나 있다. 고향보리밥(055-521-2516)이다. 화왕산과 관룡산에서 방금 캔 송이를 무쇠솥에 넣어 내는 송이밥(사진)은 우선 향이 진해 군침을 돌게 한다. 찹쌀 참기름을 곁들인 송이밥에 이 집만의 양념장과 각종 나물을 곁들이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1만5000원. 보리밥도 별미이다. 투박한 양은그릇에 뚝배기된장 열무겉저리 부추겉저리 열무김치 등을 곁들여 먹는다. 5000원.   
 
#교통편- 창녕터미널서 옥천행 버스 오전 9시40분 단 한 차례 뿐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창녕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40~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10분 걸리며 요금은 5800원. 창녕터미널 인근에서 옥천(관룡사)행 영신버스를 타면 된다. 30분 걸린다. 오전 6시50분, 9시40분, 낮 12시. 1400원. 정류장은 터미널에서 200m쯤 떨어져 있다. 옥천정류장에서 창녕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2시40분, 4시20분, 6시30분(막차)에 있다. 창녕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 4시50분, 5시30분, 6시10분, 6시50분, 7시40분, 8시30분(막차)에 출발한다. 옥천정류장에서 산성교 직전 화왕산 주자장까지는 10분쯤 걸린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 영산IC~영산 방향 좌회전~대구 창녕 5번 국도~화왕산 우회전 1070번 군도~옥천~화왕산 군립공원, 관룡사 좌회전~화왕산 주차장 순.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영남알프스 고봉준령 한눈에 조망, 표충사 원점회귀 5시간30분 코스
가파른 험로 헤쳐 오르면 일사천리, 정상석은 없지만 풍광 만큼은 최고
 

             빙벽 마니아들이 즐겨찾는 학암폭포. 아쉽게도 녹고 있었다.
폭포가 얼면 마니아들은 이곳에서 비박을 하며 훈련을 한다. 볼트에 달린 붉은 슬링이나 모닥불 흔적 등이 이를 입증한다. 제대로 얼면 우측 이끼 부분까지 얼음으로 덮인다.

 지역 산꾼들의 영원한 `베아트리체' 영남알프스.

이 영남알프스는 장쾌한 능선과 짜릿한 암릉, 확 트인 조망을 기본으로 각종 야생화와 신록 폭포 단풍 백설 등 계절별로 다양한 선물을 안겨줘 이제 전국의 산꾼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 산군(山群)은 마루금으로 연결돼 종주산행도 가능하지만 울산 밀양 양산 경주 청도 등 5개 시군에 걸쳐있어 권역별로 이른바 베이스캠프가 존재한다. 이를테면 영남알프스의 맏형격인 가지산권은 석남사나 운문령, 운문산권은 얼음골 인근 남명리, 재약산권은 표충사, 영축산권은 통도사, 간월·신불산권은 등억온천 등등.

그럼 산꾼들이 가장 몰리는 베이스캠프는 어디일까. 각 지자체가 따로 관리하다 보니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체로 재약산권으로 무게추가 기운다.

원효 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표충사가 우선 볼거리인데다 영남알프스의 맹주 천황산(사자봉)과 재약산(수미봉)이 불과 50분 거리에 이웃해 있다. 이는 영남알프스 봉우리 중 비교적 지척에 있다는 간월~신불, 신불~영축산의 그것보다 가깝다.

무엇보다 표충사에서 출발하는 등로가 타 베이스캠프의 그것보다 다양하다. 흑룡폭포~층층폭포~고사리분교 터~사자평~재약산~천황산을 거치는 원점회귀 코스를 기본으로 한계암~금강폭포 코스, 내원암~진불암 코스, 표충사 뒤 재약산 중간길~고사리분교 터 코스 등 체력에 맞게 3~5시간 정도로 맞춤산행을 할 수 있다.

천황산 재약산 등으로 대표되는 재약산권은 이웃한 몇몇 봉우리를 추가할 경우 이른바 `재약5봉' `재약8봉'으로 그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이 명칭은 표충사에서 조망 가능한 봉우리를 총칭하는 것으로 ‘재약5봉’의 경우 경내에서 볼 때 맨 왼쪽 필봉에서 천황산 재약산 재약봉 향로산이 해당되고, ‘재약8봉’은 재약5봉에 문수봉 관음봉 고암봉이 포함된다.

산행팀은 ‘재약5봉’ 중 비교적 덜 알려진 재약봉(954m)을 표충사에서 원점회귀했다. 산행은 표충사~옥류동천~간이 매점~계곡 갈림길~작전도로~학암폭포~전봇대 갈림길~험로~지능선~잇단 바위전망대~옛 헬기장~재약봉 정상~사거리~표충사·향로산 갈림길(917봉)~너덜길~작전도로~간이 매점~표충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30분 안팎. 길찾기는 어렵지 않지만 일부 구간에서 만나는 험로는 다소 부담스럽다. 하지만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영남알프스 산군을 바라보는 조망은 감동적이다.


산행의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표충사에서 바라본 '재약8봉'. 왼쪽부터 천황산 천황재 재약산 문수봉 관음봉이다.

표충사 일주문 앞에서 우측 옥류동천을 따라 간다. 150m쯤 뒤 `재약산 5.2㎞'라 적힌 지점에서 계곡을 건넌다. 간이 매점을 지나 15분 뒤 계곡 갈림길. 왼쪽은 계곡건너 층층폭포와 고사리분교 터를 거쳐 재약산 가는 길, 오른쪽으로 간다. 바로 옆 지계곡을 살짝 건너 S자 된비알로 오른다. 만만찮다. 갈림길을 한 번 만나지만 곧 만나니 개의치 말자. 13분 뒤 작전도로. 이 길은 사자평을 거쳐 배내고개까지 이어진다. 우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학암폭포를 보기 위해서다. 3분 뒤 다리를 지나 왼쪽 지계곡으로 오른다. 마땅한 길이 없어 그저 암반 따라 물을 피해 오른다. 15분쯤 힘겹게 오르면 높이 30m, 폭 40m쯤 되는 엄청난 규모의 기암절벽 아래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진다. 학암바위와 학암폭포다. 빙벽 마니아들이 한겨울이면 비박을 하며 훈련하는 곳이다. 볼트에 달린 붉은 슬링이나 모닥불 흔적, 그리고 널브러진 비닐이 이를 입증한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겨울이면 폭포 우측 이끼 부분까지 얼음이 얼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다시 자동우량경보시설이 위치한 작전도로 원점으로 되돌아가 이번엔 왼쪽으로 간다. 한 굽이 돌 무렵 갈림길. 오른쪽 기울어진 전봇대 아래 열린 길로 간다. 칡밭, 재약봉, 향로산 가는 낙엽길이다. 2, 3분 뒤 다시 전봇대. 또렷한 메인 길 대신 전봇대를 끼고 왼쪽으로 오른다. 길이 애매모호한데다 험하다. 집채만한 바위벽 아래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꺾는다. 10여분 뒤 지능선에 닿는다. 여전히 급경사길로 별로 달라진 게 없다. 50m 정도 힘겹게 오르면 그제서야 숨을 돌린다.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의 뒤가 재약봉이고 그 우측이 하산 직전의 917봉이다.
산행 초입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재약산과 우측 누린 빛의 사자평. 자세히 보년 우측 중앙에 폭폭가 보인다. 그 유명한 층층폭포이다. 
사자평 뒤로 천황봉도 보인다.
당겨 본 층층폭포.
산행 중 보이는 표충사.

이제부터 험한 길은 거의 없다. 30분쯤 뒤 산죽 사이를 뚫고 집채만한 바위에 오른다. 멋진 전망대다. 그간 나뭇가지 사이로 희끗희끗 보이던 층층폭포와 사자평이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정면 코 앞의 재약산에는 두 개의 등로가 선명하게 보인다. 윗길은 표충사 수충루 왼쪽 부도탑을 지나 고사리분교 터로 가는 길이고 아랫길은 산행팀이 앞서 계곡 갈림길에서 버린 왼쪽길이다. 이 길은 층층폭포 상하단 사이로 이어진다.

사자평 오른쪽 끄트머리는 능선 자체가 코끼리 코처럼 길게 늘어진 코끼리봉, 발 아래 표충사 오른쪽 위로는 매바위와 필봉. 표충사 뒤론 저 멀리 둥그스름한 봉인 정각산과 그 왼쪽 뒤로 승학산 중산 석이바위봉 낙화산이 펼쳐진다. 이후 산길은 일사천리. 15분 뒤 다시 전망대. 재약산 뒤 가려져 있던 천황산도 보이고, 사자평 뒤 능동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삼각점이 위치한 재약봉 정상. 영남알스프 산군의 물결이 출렁일 정도로 전망이 빼어나다.

본격 재약봉으로 향한다. 봉우리 하나를 넘고, 옛 헬기장을 지나, 삼각점봉을 지나면 마침내 상봉. 두 번째 전망대에서 30분 소요. 정상석은 없다. 영남알프스 전망대라 불러도 좋을 만큼 조망이 빼어나다. 정북으로 재약산 천황산, 그 우측 뒤 가지산 가지산중봉 상운산, 그 앞 능동산과 배내고개 배내봉 오두산, 그 뒤 고헌산, 그 우측으로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함박등 죽밭등 시살등 오룡산 염수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동쪽 발 아래는 배내골로 신불산 자연휴양림 입구가, 남쪽으론 향로산이 보인다.

정상에서 직진하면 코끼리봉을 거쳐 재약산으로 이어진다. 해서, 산행팀은 오른쪽길로 하산한다. 향로산 방향이지만 향로산 못가 917봉에서 표충사로 내려선다. 내달릴 수 있는 길이다. 등로 좌우에 몇 차례 길이 열려있지만 왼쪽은 원동역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종점인 장선 방향이고 오른쪽은 칡밭 가는 길이어서 계속 직진만 한다.
 
45분쯤 뒤 선리 갈림길이다. 선리는 울산 쪽 향로산의 들머리다. 계속 직진한다. 10분 뒤 다시 갈림길. 지도상의 917봉이다. 왼쪽은 향로산 방향,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5분쯤 뒤 바위 내리막길. 다소 험하지만 의지해 내려설 나무가 적절한 위치에 있어 가능하다. 하지만 초보자가 내려오기에는 약간 부담스럽다. 이때부터 너덜. 10분 정도 내려오면 학암폭포 입구였던 작전도로. 이번엔 왼쪽으로 간다. 25분 뒤 우측에 표충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이 길로 15분이면 표충사 주차장에 닿는다.

# 떠나기전에 - 재약8봉 중 고암봉 위치 확인안돼

'재약5봉' '재약8봉'과 관련, 이에 대한 이견과 풀리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표충사 한주 무이 스님은 익히 알려진 문필봉 천황산 재약산까지는 같지만 재약봉 향로산 대신 관음봉 노적봉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관음봉의 경우 수년 전 등산객으로부터 들었고, 노적봉은 오래 전부터 절에서 내려오는 이름이라고 전했다. 스님은 또 흔히 알려진 필봉을 문필봉이라고 했다. 필봉은 특히 표충사 경내에서 보면 붓을 연상시키듯 뾰족한 모양이지만 해발고도가 꽤 되는 곳에서 보면 그저 평범한 암봉 중 하나여서 약간은 실망스럽다.

재약8봉 중 하나인 고암봉은 어느 누구도 위치를 알지 못했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재약5봉 재약8봉의 유무를 떠나 표충사 경내에서 조망 가능한 봉우리를 이렇게 결론지었다. 제일 왼쪽 뾰족봉인 (문)필봉에서 오른쪽으로 천황산 재약산 문수봉 관음봉 재약봉 917봉 향로산 순이라고. 이럴 경우 8개다.

그는 무이 스님이 지적한 노적봉과 관련, 생긴 모양이 노적가리를 닮은 학암폭포가 위치한 학암바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학암바위도 역시 경내에서 보인다.

참고 하나. 표충사 입구 '표충사 관광안내도'에 보면 수미봉 옆에 문수봉이라고 적혀 있다.

 #교통편 - 어디서나 대중교통·승용차 이용 편리

부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밀양역에서 내려 밀양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해 표충사행 버스를 타면 된다. 밀양행 KTX는 오전 7시20분, 8시30분, 9시45분, 새마을호는 오전 10시30분, 무궁화호는 오전 7시30분, 8시3분, 9시5분, 9시35분에 있다. KTX는 36분, 새마을 무궁화호는 45분 걸린다. 밀양역에서 터미널까지는 버스로 20분 걸린다. 역 앞에서 정차하는 거의 모든 버스가 터미널을 경유한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표충사행 버스는 오전 8시20분, 9시10분, 10시, 11시에 출발한다. 35분 걸리고 2400원.

표충사에서 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 4시30분, 5시30분, 6시, 6시30분, 7시10분, 8시(막차)에 있다. 밀양역에서 부산행 KTX는 오후 5시23분, 6시26분, 8시53분, 새마을호는 오후 5시29분, 무궁화호는 오후 5시10분, 5시59분, 6시59분, 8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방향 24번 국도 우회전~단장 표충사 1077번 지방도 우회전~금곡교 지나~아불교 지나~집단시설지구 공용주차장(또는 표충사 경내 주차장) 순.



 

 

거제지맥 2박3일 종주코스중 한가운데 위치
옥포서 시작, 거제도 10대 명산 파노라마
부산 가덕도 연대봉, 다대포 영도 조망
정상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다도해 황홀경'

국사봉에서 본 바로 앞의 작은국사봉과 고현동(옛 신현읍 고현리) 일대. 고현은 버스터미널과 여객선터미널이 들어선 거제도의 중심지이다.
 
 최근 거제도에 산행로와 관련, 대역사(大役事)가 이뤄졌다.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이른바 거제지맥 종주구간이 뚫렸기 때문이다. 섬의 맨 남단인 망산에서 출발해 북으로 가라산~노자산~북병산~옥녀봉~국사봉을 거쳐 대금산으로 이어지는 총 52㎞ 구간이 그것으로, 보통 2박3일 정도 걸린다. 거제지맥은 대우조선해양(주)의 산행서클인 우정알파인클럽(회장 김상철) 회원들이 3개월 여에 걸쳐 다리 품을 팔아 개척한 땀의 결실.

김 회장은 “좁게는 3만여 회사 직원들의 여가생활 방편으로 개척했지만, 넓게는 우리 섬의 주옥같은 산들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반가운 소식이 하나 더 있다. 섬의 서쪽 끝단에 위치한 산방산에서 계룡산~선자산을 거쳐 거제지맥의 북병산과 연결되는 동서 횡단로가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꿈같은 방대한 대역사가 올해 말 완성될 경우 아름다운 섬 거제도를 승용차 대신 수백리 능선길을 따라 일주가 가능해져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거제도의 10대 명산에서는 한결같이 쪽빛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을 조망할 수 있다.

산행팀이 이번에 소개하는 국사봉(國士峰·462m)과 옥녀봉(玉女峰·554.7m)은 거제지맥의 한 구간으로 거제의 10대 명산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산세는 평범하다. 월출산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영남알프스 능선마냥 웅장한 맛은 없지만 그저 소리 소문없이 섬에서 뭍을 그리워하며 사람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움에 사무쳤는지 찾는 이에게는 부드럽고 넉넉한 산길을 내어준다. 해서 올라가는 산이 아니라 왠지 품안에 안겨 기대야 할 산이라는 느낌이 앞선다.

산행은 옥포아파트~애드미럴호텔~골프연습장~국사봉 등산안내도~약수암~수월재(주능선)~체육시설(큰골재)~잇단 전망대~국사봉 정상~작은 국사봉~옛 수월농장~임도~명재~명재쉼터(문동폭포 갈림길)~옥녀봉 삼거리~능선안부(옛 헬기장)~옥녀봉 정상~능선 끝 전망대~예비군 훈련사격장~14번 국도 대우조선해양(주) 정문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 정도.


대우조선의 사원주택인 옥포아파트 단지 내 애드미럴호텔 우측 옆길로 향한다. 골프연습장을 지나면 왼쪽에 등산로가 열려 있다. 아파트 뒷산이라 많은 주민들이 눈에 띈다. 소나무와 전나무 등 늘푸른 수목이 시원스레 뻗어 있다. 슬레이트 지붕의 약수암을 지나면서 길은 점차 가팔라진다. 주능선인 수월재까진 대략 30분.

여기서부턴 솔가리가 널부러진 오솔길. 10분 뒤 체육시설. 큰골재다. 옥포만이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는 쉼터가 조성돼 있다. 저 멀리 가덕도 연대봉과 다대포 몰운대 그리고 영도 봉래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국사봉 정상에 오르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을 비롯 계룡산 선자산 가라산 옥녀봉 등 거제도 10대 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석 뒤로 쌍봉인 독봉산, 그 뒤 계룡산이 보이고 우측 신현 앞바다에 삼성중공업이, 그 뒤로 고성 쪽의 구절산 거류산 벽방산도 아스라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어지는 길은 갈림길. 평행봉 앞에서 우측으로 간다. 산길은 좁고 경사지면서 잇단 전망대를 지난다. 비로소 저 멀리 건너편 철탑이 서 있는 옥녀봉이 보인다. 15분이면 국사봉 정상에 올라선다. 신선대 바위라 불리는 이곳에선 거제도의 산이란 산과 섬의 경제를 떠받치는 양대 축인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정상석을 기준으로 양쪽에 자리잡고 있다.

정상석 정면의 계룡산과 그 뒤 산방산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선자산 북병산 노자산 가라산이, 오른쪽으로 앵산 대금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석 발 밑 낮은 암봉이 작은국사봉, 그 왼쪽 옆 두 개의 봉우리가 독봉산이다.

하산은 심한 내리막 바윗길. 집채만한 바윗덩어리 집합체와 운치있는 송림을 지난다. 대신 안부에서 작은국사봉까지는 경사가 아주 심한 오르막이다. 국사봉에서 작은국사봉까지는 25분 걸린다.

발길은 이제 옥녀봉으로 향한다.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 우측 열린 길로 향한다. 무심코 가다가는 지나치기 쉬우므로 길 찾기에 유의하자. 오랫동안 인적이 드물어 묵은 길이다. 5분 뒤 옛 수월농장. 폐 축사 쪽 대신 우측 억새군락지 사이 큰 길로 향한다. 뒤돌아보면 ‘우 국사봉, 좌 작은국사봉'. 비로소 국사봉이 두 개의 봉우리로 마주보고 있는 형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거제지맥길은 내달려도 좋은 만큼 여유롭게 편안하다.

거제지맥 곳곳에 설치돼 있는 등산로 팻말. 대우조선해양 우정알파인클럽이 만들었다.


곧 임도와 만난다. 7분쯤 뒤 다시 산길로 접어들면 사거리. 왼쪽길은 국사봉에서 작은국사봉을 거치지 않고 바로 내려오는 길이므로 산행팀은 우측으로 간다. 여기서부터 거제지맥길. 길을 개척한 ‘대우조선 우정알파인클럽’이라고 적힌 빨간색 리본이 걸려 있다. 이곳에서 옥녀봉 정상 밑 삼거리까지는 1시간40분 정도의 오솔길이 이어진다. 내달려도 좋고 쉬엄쉬엄 가도 상관없다. 간혹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곤 하지만 솔가리와 낙엽이 쌓인 나목 숲에서 ‘푸드덕'하며 날아오르는 장끼와 까투리 그리고 누른 점박이 노루는 겨울산행의 진면목을 맛보게 해준다.

50분쯤 뒤 갈림길. 명재다. 산세로 봐서 국사봉과 옥녀봉의 경계지점인 듯하다. 왼쪽길을 택하면 이내 명재쉼터. 지도 상의 문동폭포 갈림길이다. 직진한다. 된비알이 시작된다. 점차 옥녀봉 가까이로 다가서는 느낌이 들 무렵 삼거리에 닿는다. 소위 옥녀봉 삼거리다. 명재에서 55분. 거제지맥은 여기까지. 마른 억새가 보이는 왼쪽으로 간다. 나목 사이로 저 멀리 옥녀봉이 보인다. 20분 뒤 능선 안부. 정상까지 0.6㎞로 대략 15분 걸린다.
옥녀봉에서 내려다본 대우조선해양.

정상에는 이동통신 중계탑 등 서너 개의 뾰죡 철탑과 과거 군인들이 근무했던 막사가 방치돼 있지만 한려수도 쪽빛바다 위에 뜬 지심도와 외도 그리고 해금강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이날따라 지심도 뒤로 대마도까지 보인다.

옥녀봉 정상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쪽빛 바다는 그림같이 아름답다.

하산은 계속 직진. 능선 끝 전망대를 지나 바위능선을 우측으로 우회해 내려서면 40분 뒤 대우조선 예비군 사격훈련장. 거기서 3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14번 국도를 만난다. 길을 건너면 대우조선 정문이고 바로 그 옆이 버스 정류장이다.

# 떠나기전에 - 거제지맥·동서횡단로에 앵산 빠져

산행 후 대우조선해양(주) 우정알파인클럽 김상철 회장에게 물어봤다.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거제지맥과 현재 계획 중인 산방산~계룡산~선자산~북방산으로 이어지는 동서횡단 등산로가 뚫릴 경우 아쉽게도 거제 10대 명산 중의 하나인 앵산만 빠진다고. 앵산은 섬의 북서쪽에 홀로 치우쳐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오랫동안 클럽 회원들과 함께 앵산과 비교적 가까운 대금산을 연결하는 등로를 개척하기 위해 수 차례 탐방을 했지만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은 "현재로선 인위적으로 나무를 베어가며 산길을 내야 할 판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우선 동서횡단 등산로를 완성한 뒤 다시 시도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사봉과 옥녀봉 정상에 서면 향후 거제도의 미래를 한 단계 올려줄 도로망을 엿볼 수 있다.
통영과 거제를 이어주는 새 도로망과 부산~거제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에서 내려오는 연계도로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 현재 도로공사 중인 곳도 직접 눈으로 확인 가능하다.

하여튼 단 한 번의 짧은 산행으로 거제도의 현재와 미래를 가장 많이 목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국사봉과 옥녀봉인 것만은 분명하다.

# 교통편 - 부산서 여객선·시외버스 등 다양

중앙동 여객선터미널(051-660-0117)에서 옥포행 여객선은 오전 7, 9, 11시에 있다. 45분 걸린다. 옥포여객선터미널(055-687-6767)에서 부산행 여객선은 오후 3, 5시에 출발한다.

부산 서부터미널(051-322-8306)에서 거제 고현행 시외버스는 오전 8시30, 9시49분에 있다. 2시간30분 걸린다. 고현에서 산행 들머리인 옥포까지 가기 위해선 터미널 앞에서 장승포행 시내버스를 탄다. 5분 마다 있으며 800원. 날머리 대우조선 정문 수위실 앞에서 고현행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고현시외버스터미널(055-632-1920)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40, 5시22, 5시58, 6시40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마산 창원 방향~서마산IC~시청 통영 방향~진동~고성~통영~거제도~신거제대교~14번 국도~고현~연초~옥포소방서 지나 '애드미럴호텔, 옥포쇼핑센터, 거제대학 평생교육원, 국사봉 정상 1.8㎞' 이정표 보고 우회전, 애드미럴호텔 우측 도로를 따라 가면 된다.

어머니 젖가슴 같은 형상…낙남정맥 한 축
고성의 최고봉, 푹신한 낙엽능선길, 4시간 소요
정상 오르면 당항만·고성읍내 한눈에 조망
 

학남산 정상에 선 이창우 산행대장. 정상 바닥에는 '학선대(鶴仙臺)'라고 새겨져 있다.

 고성하면 먼저 떠오르는 산은 거류산 구절산 철마산. 소위 말하는 고성의 3대 명산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모두 바다와 인접한 동해면과 거류면에 각각 위치해 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승전지인 일명 ‘속싯개'로 불리는 당항만과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그림같은 쪽빛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보석같은 능선길이 일품이라 사시사철 많은 산꾼들이 찾는다.

가지산과 함께 경남에서 유이(唯二)한 도립공원인 연화산도 빼놓을 수 없다. 3만여 그루의 홍송과 닥나무, 천년고찰 옥천사와 백련암 청련암 등 암자들을 품고 있지만 연꽃 모양의 아담한 산세로 등산로가 짧아 같은 도립공원인 가지산에 비해 산꾼들이 그리 많이 찾지는 않는다.

이번 주 산행지는 무량산. 고성군민들의 진산으로 어머니의 젖가슴과 같은 형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견줄 상대가 없어 등급조차 매길 수 없다는 광주의 무등산(無等山)처럼 무량산(無量山·581m)은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멀리서 보면 헤아릴 수 없는 은은한 산세를 지녔다.

소가야인의 기상이 깃든 고성의 광활한 평야지대의 한 가운데 우뚝 선 무량산은 600m가 채 안되는 고성의 고만고만한 산들 중 그래도 간발의 차이로 가장 높다.

산줄기의 관점에서 보면 무량산은 낙남정맥의 한 구간. 상봉의 일부분만 정맥에서 약간 비켜나 있을 뿐 대부분 능선은 낙남정맥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지리산 산줄기를 제외하면 낙남정맥의 마루금이 그렇듯 험난한 구간은 거의 없다.

무량산도 예외는 아니다. 그저 수수하고 편안하다. 여기에 고성의 산이란 산은 대부분 확인 가능하고, 당항만과 한려해상 국립공원은 도심에서 찌든 스트레스를 날려보낼 수 있을 만큼 시원하고 통쾌하다.

산행은 대가면 갈천리 봉산(어실)마을~함안 이씨묘~지능선~학남산 정상~헬기장~철탑~낙남정맥 능선길~큰재~임도~무량산 주능선~무량산 갈림길~무량산 정상~임도~너덜~임도~도로~봉산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정도.


갈천둑길을 건너 만나는 첫 번째 마을인 봉산마을이 들머리. 길 건너편엔 엄청난 저수량의 갈천저수지. 진행 방향으로 큰 커브길을 돌면 이내 작은 마을을 또 만난다. 이곳 역시 봉산마을이다. 여기서 건너편 안테나가 서 있는 산이 바로 무량산이다.

봉산마을 입구에는 장독을 거꾸로 나란히 세워 장식한 집이 있다. 붕어찜 전문 식당이다. 이 집 옆으로 난 길로 오른다. 양지 바른 곳의 함안 이씨묘와 실개천 그리고 대숲을 잇따라 지난다. 흑염소 방목장 입구에는 행여나 도둑이 들까봐 초병 역할을 하는 개 두 마리가 연신 짖어댄다.

10분 뒤 호화로운 성산 이씨묘 7기를 지나면서 본격 산길이 이어진다. 융단처럼 깔린 편안한 낙엽길은 잠시. 함안 이 씨묘 2기를 지나면서 일순간 산길이 희미해진다. 지금까진 후손들이 산소를 다니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길이라 뚜렷했지만 이후엔 인적이 드물어 길이 사라진 것이다.

고민 끝에 산행팀은 일단 능선에 도달하기 위해 곧바로 치고 오른다. 중간중간에 짐승이 다닌 것으로 추정되는 횡단길을 두 번 만나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산행 초입에는 국제신문 노란 리본을 촘촘히 달아 놓았다. 참고하길.

15분쯤 뒤 마침내 지능선. 우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편안한 낙엽길을 콧노래를 부르며 내달린다. 간혹 오르내림이 있지만 우려할 수준은 못 된다.

주능선 상의 한 전망대에 서면 갈천저수지와 들머리 봉산마을이 확인된다.
            
 20분 뒤 등로 우측에 첫 전망대. 방금 지나온 봉산마을과 대숲 갈촌저수지가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길이 이어진다. 15분 뒤 정면에 암봉이 보인다. 학남산 상봉(549m)이다. 우회해 올라서면 너른 터에 무덤 1기가 위치해 있다. 암봉엔 볼거리가 있다. 무덤 상석에 적힐 내용이 바위에 음각돼 있고, 정상석 대신 조그만 돌 세 개에 ‘학·남·산'이라고 적혀 있다. 마지막 끄트머리 암봉에는 ‘학선대'라고 새겨져 있다.

학남산 정상.

학남산 정상.



 하산은 무덤을 지나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15분 뒤 헬기장에 닿는다. 곧바로 가로질러 간다. 경주 최씨묘를 지나면서 또다시 산길이 희미해진다. 역시 안내 리본을 촘촘하게 달았다. 15분 정도 힘겹게 오르면 철탑. 이때부터 편안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5분 뒤 그간 안보이던 타 산행 단체의 안내 리본이 대거 발견된다. 우측으로 90도 크게 꺾어 진행 방향을 잡는다. 이때부터 낙남정맥길. 아주 심한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산허리를 돌아 10여 분 뒤 큰재에 닿는다. 도로를 건너 곧바로 산길로 향한다. 15분 뒤 다시 임도. 역시 길을 건너 산으로 오른다. 경사가 무지 심한 된비알이다. 이번 산행에서 제일 힘든 구간이다.

25분 뒤 무량산 주능선에 선다. 578봉으로 학남산 암봉을 쏙 빼닮았다. 왼쪽으로 구절산 거류산 철마산 벽방산과 당항만 그리고 고성읍이 시야에 들어온다. 몇 걸음 못가 전망대 바위를 또 만난다. 앞서 확인한 바다 쪽의 봉우리에다 북쪽의 어산 혼돈산 시루봉 성지산 학남산 백운산이 산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백운산 기슭의 절은 천수관음상을 모시고 있는 천비룡사다.
             무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상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양화리 일대. 양화저수지와 대가저
                수지가 보인다.


이어지는 능선길. 정맥 종주자들이 많이 다녀 산길은 깔끔하고 편안하다. 이렇게 35분. 무량산 갈림길을 만난다. 안내 리본이 많이 달린 왼쪽은 종생재(화리치)를 거쳐 낙남정맥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대곡산 방향, 산행팀은 오른쪽 무량산으로 향한다. 정상까지 딱 4분 걸린다. 사방이 수목에 가려 조망은 좋지 못하지만 정상석 하나는 일품이다. 뒷면엔 무량산이 고성의 진산임을 밝혀두기 위해 ‘고성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라고 음각돼 있다.
                  무량산 정상.

하산은 정상석 우측 뒤로 열린 길로 내려선다. 6분 뒤 임도. 곧바로 임도를 건너 산으로 향한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상당히 묵은 산길이라 산행팀은 손수 길을 내면서 내려선다. 사실상 개척산행이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이 제법 돼 생각보다 체력소모는 덜 하다.

주변이 생기처인듯 이름 모를 새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와 의외로 운치가 있다. 늦가을 이곳에 온다면 분위기가 무주 적상산 숲을 연상시킬 듯하다. 너덜과 철탑을 잇따라 지나 임도를 따라 가면 도로와 만난다. 무량산 정상에서 1시간. 여기서 갈천저수지를 따라 10분쯤 더 걸으면 들머리에 닿는다.

# 떠나기전에 - 갈천서원·장전마을 독수리 서식지 가볼 만

고성 학남산과 무량산은 고성의 3대 산인 거류 구절 벽방산의 그늘에 가려 덜 알려진 고향의 뒷산같은 수더분한 산이다. 주위의 낮은 산과 더불어 외면을 당하고 있는 처지다. 산세 상으로 낙남정맥길이 어깨를 통과하고 있다.

학남산 자락에는 갈천서원이 있다. 고려 공민왕때 회화면에 있던 금봉서원을 조선 숙종(1712년) 때 갈천에 중수하여 문정공 행촌 이암을 추모하여 건립했다. 문화재 자료 36호로 지정돼 있다. 지금은 한창 내부 공사가 진행중이다. 또 하나의 볼거리는 장전마을의 독수리 서식지. 산행 중 날개를 활짝 펼쳐든 독수리를 자주 봤다면 장전마을의 서식지에 살고 있는 독수리임을 미리 생각하자.

한겨울 봄소식을 먼저 전해줄 것 같은 남쪽의 산을 이번주에 한번쯤 찾아보자. 산행의 잔재미를 느낄 수 있는 조용하고 깨끗한 산길이라 적극 추천한다.

# 교통편 - 들머리 봉산마을까지 승용차가 편리

대중교통편은 예상보다 아주 불편하다. 고성터미널에서 연계되는 종생행 버스가 낮 12시30분에 한번 있는데다, 하산 후 터미널로 나가는 버스 역시 오후 6시30분에 한번 있다. 이마저도 운행되지 않는 날이 더 많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마산 방향~서마산IC~통영 시청 5번국도~진동~14번 국도~당항포 관광지 지나~연화산 도립공원 방향 우회전~월촌 곤기 두호 방면 우회전~월촌 방향 직진~대가면 월촌마을 2㎞ 우회전~금곡 영현 1009번 지방도 우회전~갈천삼거리 좌회전~갈천 서원~갈촌저수지 뚝길 건너 좌회전 후 첫번째 마을인 봉산마을 순으로 가면 된다.

귀가길은 봉산마을에서 왔던 길로 되돌아가다 사천 문산 1009 지방도 직진~금곡 1009번 지방도~(오서삼거리에서)사천 문산 직진~금산 문산 1009 지방도 우회전~남해고속도로 문산IC 순으로 가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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