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사 원점회귀…걷는 시간만 4시간40분
정상 일원 100만 ㎡ 광활한 진달래밭 일품
헌걸찬 산세에 기암괴석 암봉도 시선 끌어
낙동강과 가야산 영남알프스 산꾼도 보여 

대구 비슬산은 매년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산 정상 일원이 진달래로 산상화원을 이뤄 전국에서 수십만 명의 등산객들이 찾는다.


 신성한 산에 사바세계의 입김이 작용한다면.
지금이야 공직사회에서 거의 모든 행정 절차가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1970, 80년대만 하더라도 눈에 안 보이는 약간씩의 입김이 작용했던 것 같다.

가지산에 이어 지난 1983년 경남 유이(唯二)의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고성 연화산. 하지만 도립공원인지 확실하게 아는 산꾼은 예상보다 많지 않다.

옥천사를 기점으로 한 바퀴 기껏 돌아봐야 3시간 남짓한 데다 산행 도중 도로를 한 번 건너야 한다. 울창한 숲과 경내의 유물전시관 그리고 물 좋은 옥천수가 있지만 이 요인이 부족한 산세를 벌충하기에는 무리인 듯 싶다.  
 
경남도와 고성군도 지정 이유에 대해 그저 상투적인 대답만 하기 일쑤이지만 산 아래 주민들은 한결같이 이구동성으로 군사정권 당시 고성 출신 실세의 물밑 영향력이 컸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연화산에는 오랜 기간 덜 알려진 탓에 동식물 보존상태가 아주 양호해 전문가들이 줄을 잇는단다. 자연생태계가 살아 있는 이런 현상을 두고 주민들은 도립공원의 자격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이는 뒤늦게 도립공원 지정 요건을 갖췄다는 무언의 대답으로 들려 한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대구 비슬산의 경우 지난 1999년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지자체에 따르면 당시 지역구 모 의원이 비슬산과 이웃한 청도 창녕 지역의 산군을 묶어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주변 여건이 여의치 않아 무산됐다.

이창우 대장은 "비슬산과 창녕 화왕산 관룡산, 청도 남산 화악산 등을 묶으면 하나의 산군이 이뤄지지만 이들 봉우리를 잇는 소위 잡산들이 자격 미달"이라며 "차라리 영남알프스 산군이나 갓바위~가산산성의 팔공산이 국립공원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잊혀진 뒷이야기를 뜬금없이 꺼낸 것은 차후엔 신성한 산에 구린내 나는 입김이 절대로 발을 붙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래도 비슬산은 국립공원급에는 못 미치지만 전국의 내로라하는 산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산림청이 수년 전 선정한 한국 100대 명산에도 이름을 올렸지 않은가.    
 
특히 매년 4월말에서 5월초엔 산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정상 일원 100만 ㎡(30만 평)의 광활한 산사면에 진달래가 만개해 온 산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이기 때문이다.

산행은 대구 달성군 유가면 유가사(비슬산) 주차장~도성암 갈림길~전망대바위~삼거리봉(앞산 갈림길)~비슬산 대견봉(1084m)~마령재~(월광봉)~조화봉(톱바위)·대견사지 갈림길~조화봉(1058m)~대견사지~팔각정~계곡(수성골)~유가사~주차장 순. 휴식 및 식사시간 빼고 걷는 시간만 4시간40분 걸린다.

주차장 사무실을 지나면 바로 갈림길.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일주문을 지나면 유가사 갈림길. 우측 유가사 방향은 하산길, 좌측 대견봉(정상·3.5㎞) 방향으로 향한다. 수도암 입구를 지나 커브길 좌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유가사.

유가사 석조여래좌상.

솔향 그윽한 오름길의 연속이지만 힘들지는 않다. 이따금 너덜을 만나지만 지루하지 않게 지그재그길로 이어진다. 50분 뒤 침목계단 입구 삼거리. 우측 길은 도성암으로 이어지는 포장로가 생기기 전 도성암을 거쳐 올라오는 길, 산행팀은 침목계단을 오른다. 4, 5분 뒤 길 우측으로 철조망이 보인다. 이 길은 아마도 신라 도성국사가 도를 닦았다는 도통바위로 올라설 수 있으나 도성사 뒤 암벽이라 위험해 절에서 막아놓은 듯하다.

10분 뒤 갈림길. 구급함이 서 있다. 두 길은 곧 만나지만 이왕이면 전망대바위가 있는 우측으로 간다. 전망대 끝단에 서면 발 아래 도통바위와 도성암 유가사, 그 뒤로 유가면과 번화한 현풍면 그리고 낙동강이, 우측 정상 부근은 누런빛을 띠는 성말댕이와 그 뒤로 가야산이, 좌측으로 대견사지 뒷봉우리인 1035봉(옛 대견봉)과 그 우측으로 뾰족한 관기봉과 비들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다시 침목계단으로 한 굽이 오르면 시야가 트이면서 정면으로 근육질의 암봉이 시선을 빼앗는다. 비슬산 정상 대견봉이다.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비파 비(琵)', '거문고 슬(瑟)' 자를 써 비슬산이라 명명됐다지만 과문한 탓인지 선뜻 납득이 안 간다.

계속되는 오르막길. 18분 뒤 삼거리봉. 비로소 정상과 높이가 엇비슷한 능선 어깨에 올라선다. 왼쪽 대구 앞산 또는 용연사 방향, 산행팀은 오른쪽 정상(0.4㎞)으로 향한다. 마른 억새 무성한 완경사 능선길 좌우에는 연분홍 진달래가 지천이다. 장관이다. 마침내 상봉. 좀체 보기 힘든 대삼각점이 있고, 커다란 바위 위에 '비슬산 대견봉'이라 적힌 정상석이 우뚝 서 있다. 앞서 본 조망은 더 넓게 품에 안기고 저 멀리 북쪽으로 대구시가지의 일부와 그간 가뭇가뭇하던 낙동강 물줄기도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대견사지(4㎞) 조화봉(4.5㎞) 방향으로 간다. 헬기장을 지나면서 정면으로 조화봉과 관기봉, 그 좌측으로 청도 화악산과 남산, 화악산 좌측 뒤로 저 멀리 영남알프스 산군이 산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이 능선길 좌측은 청도 각북면, 우측은 대구 달성군이다.

곧 갈림길. 왼쪽 헐티재 방향, 산행팀은 직진한다. 송림길을 지나면 우측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근육질의 대견봉과 그 아래 병풍듬의 위용이 한눈에 펼쳐진다. 그러고 보니 비슬산은 청도 쪽 능선은 완만한 육산인 반면 대구 쪽은 가파른 벼랑을 이루고 있다.

계속되는 내리막. 15분 뒤 사거리에 닿는다. 마령재다. 왼쪽 용천사, 오른쪽 유가사, 산행팀은 대견사지(참꽃군락지)로 직진한다. 이제부터 절정인 대견사지 주변까지 능선 좌우가 온통 진달래길. 능선 좌측 월광봉은 통상 우회한다. 벤치가 놓여 있는 쉼터를 지나면 이내 갈림길. 좌측 톱바위(0.2㎞) 조화봉 휴양림 방향, 직진하면 대견사지(0.2㎞). 산행팀은 톱바위를 거쳐 조화봉에 오른 후 다시 현재 이 지점으로 돌아와 대견사지를 향한다.

하지만 조화봉 정상 아래에는 정확한 홍수 예측을 위해 낙동강유역 강우레이더가 설치돼 능선길을 막고 산길을 돌려놓았다.

해서 산행팀은 휴양림으로 가는 임도로 내려가 좌측으로 50m쯤 가면 만나는 너른 터인 바람골에서 좌측 산길로 올라 조화봉에 올랐다. 도중 만나는 톱바위, 일명 칼바위는 멀리서 보면 흡사 칼춤을 추는 모습을 하고 있다.

갈림길로 돌아와 이제 대견사지로 향한다.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아주 너른 터인 대견사지의 끝단 벼랑에는 3층석탑이 사바세계를 굽어보고 있다. 경주 남산 늠비봉 5층석탑과 창녕 관룡산 용선대 석조여래좌상과 마찬가지로 장엄한 그 모습에 자뭇 고개가 숙여진다.

산상화원을 지나 만나는 대견사지 3층 석탑.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아주 너른 터인 대견사지의 벼랑 끝에 서 있는 3층 석탑은 사바세계를 굽어보고 있다.
대견사지 3층 석탑과 조화를 이루는 산의 물결.

이제 능선으로 이어지는 철계단을 오르면 함지박처럼 드넓은 평원이 펼쳐진다. 진달래 군락지로 봄이면 달성군이 주최하는 참꽃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비슬산 남쪽 산 사면 전체가 온통 연분홍 진달래 천지다. 장관이다. 연분홍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펼쳐지는 진달래군락을 가로지르는 나무덱을 따라 쉼터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

하산은 능선 좌측 저 멀리 보이는 팔각정자 쪽으로 향한다. 역시 나무덱이 조성돼 있다. 1035봉 갈림길에서 유가사(2.6㎞)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40여 분 뒤 유가사계곡에 닿고, 여기서 5분 뒤 계곡을 건너면 반듯한 길을 만다. 유가사는 10분이면 닿고, 다시 10분이면 주차장에 도착한다. 

비슬산 유가사 일주문.

유가사 석조여래좌상.


 
비슬산 유가사 경내.

# 떠나기 전에 - 올해 비슬산 참꽃 축제 4월 25~28일

대견사지는 중국 당나라 문종과 얽힌 얘기가 전해온다. 좋은 절터를 찾던 문종은 어느 날 세숫대야에 비친 한 폭의 아름다운 산수에 흠뻑 빠져 신하들에게 수소문하게 한 결과 찾은 곳이 대견사였다는 것이다. 즉 대국(大國)에서 본(見) 절(寺)이라는 의미이다. 대견사지에서의 낙조는 특히 아름답다고 전해온다.

비슬산에는 예부터 고찰이 많았다. 들머리 유가사는 팔공산 동화사 말사로 신라 흥덕왕 2년에 도성국사가 창건했다. 도성암은 비슬산에서 가장 오래된 절로, 암자 뒤에 도통암이라는 바위가 있다.

조화봉(1058m)에 서면 청도산악회에서 세운 '비슬산 조화봉'이라 적힌 정상석이 서 있다. 청도에선 이 1058봉을, 달성 쪽에선 팔각정자가 있는 1035봉을 조화봉이라 한다. 오래 전에는 1035봉을 대견사지 위에 있다고 해서 대견봉이라 부르기도 했다.

달성군이 매년 개최하는 비슬산 참꽃축제는 대견사지와 참꽃군락지 그리고 자연휴양림에서 오는 4월 25~28일 열린다.


# 교통편 - 중부내륙고속도 현풍IC서 내려 현풍 방향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를 타고 현풍터미널에서 내린다. 오전 7시, 7시50분, 8시40분, 9시30분, 10시20분, 11시10분. 1시간30분 걸리고 7000원. 현풍터미널에서 창성여객 달성5번을 타고 유가사 주차장에서 내린다. 오전 8시10분, 10시10분, 11시20분. 1100원.

유가사 주차장에서 현풍터미널행 달성5번 버스는 오후 4시40분, 5시50분, 6시40분에 출발한다. 이상은 평일 기준이며 주말에는 600번 버스가 투입돼 배차간격은 훨씬 줄어든다. 현풍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20분, 5시10분, 6시, 6시50분, 7시40분(막차)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옛 구마고속도로) 현풍IC~대구 현풍 5번 국도~유가 1093번 지방도~유가사 소재사 비슬산자연휴양림 방향 좌회전~유가면사무소 우회전~유가사 소재사 자연휴양림 4번 좌회전~비슬산군립공원 유가사 좌회전~비슬초등~유가사~주차장 순.

 


대산 정상 직전 산비탈 전체가 온통 연분홍 진달래 천지

발아랜 자줏빛 얼레지 군락, 마산 진동 진해 앞바다 한눈에

대산(大山) 가는 도중 한 전망대에서 바라본 진달래 군락지. 사진 맨 우측 봉우리가 광려산, 가운데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서북산이다.

 수년 전 지율 스님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천성산으로 '얼레지 꽃길 지나 암자 만나기' 행사를 시작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얼레지. 이름은 다소 이국적이나 알고 보면 지극히 한국적이다. 4월이면 어김없이 녹색 바탕에 자주색 얼룩무늬 잎이 먼저 카키색 낙엽 위에 누우면 그 사이로 꽃대가 올라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 빛깔은 연한 자주색으로 아주 곱다.

혹자들은 그 자태를 두고 마치 머리를 올린 초야의 신부가 어색한 분위기에 못이겨 고개를 숙인 채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이라 한다. 씨앗을 뿌려 싹이 트고 꽃이 피기까지 무려 5년, 인고의 세월 그 자체다. 산행팀은 천성산 이후 고성 와룡산 향로봉이 숨은 얼레지 군락지라고 소개한 바 있다.

 마산 광려산~대산에도 얼레지 군락지가 있다. 천성산 향로봉 군락은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햇빛이 듬성듬성 스며드는 낙엽이 수북한 약간의 비탈진 음지에서 산행 내내 잊을만 하면 산꾼들을 재차 반긴다. 

씨앗을 뿌려 꽃이 피기까지 무려 5년이란 인고의 세월을 거치는 얼레지.

 마산 진북면과 내서읍에 걸쳐 있는 광려산~대산은 낙남정맥 종주길에 솟아 있어 일부 종주꾼들에게만 알려져 있을 뿐 일반인에겐 생소하다. 대산의 경우 마산사람들조차도 모를 정도로 무명에 가깝다. 순전히 마산의 진산인 무학산의 명성에 가려진 때문이다. 4월의 무학산은 사람으로 미어진다. 산 전체를 연분홍으로 물들이는 진달래 군락 때문이다. 무학산은 천주산 비음산과 함께 김해 마산 창원권의 3대 진달래 명산으로 알려져 있다.

얼레지 군락지인 광려산~대산 또한 바로 건너편 동북쪽에 위치한 무학산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진달래산이다. 여기에 무학산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빼어난 암봉미와 마산 앞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시원한 전망조차 똑같이 갖추고 있다. 해발고도 또한 무학산 767m, 광려산 750m, 대산 727m로 거의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다.

이쯤 되면 산행팀은 의문이 갈 수밖에 없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무학산만 찾는지. 아마도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일 게다.

해서, 산행팀은 광려산~대산 원점회귀 코스를 개척했다. 진달래 군락과 암봉 그리고 바다 조망에 얼레지 군락까지 갖춘 이곳은 무학산보다 훨씬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산행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산행은 마산 진북면 추곡리 외추마을~야성 송씨묘~낙남정맥 주능선~광려산~광산사 갈림길~잇단 얼레지 군락지~진달래 군락지~대산~추곡리 갈림길~철탑~내추마을 갈림길(사거리)~내추마을~외추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정도이며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외추마을 정류장 너른터에서 직전, 다리를 건너 왼쪽 KT마산지점 추곡분기국사를 지나면 조그만 주차장. 이 주차장 우측 끝이 들머리다. 대숲을 지나면 송림길. 소나무 재선충 피해 탓에 훈증처리를 한 곳이 여럿 보인다.

야성(冶城) 송씨묘를 지나 50m쯤 뒤 갈림길. 좌측으로 간다. 잇단 묘지를 지나면 사거리 갈림길. 이번엔 우측 일직선 오름길로 향한다. 보랏빛 각시붓꽃 제비꽃과 노란 양지꽃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양지바른 산 아랜 진달래가 끝물이고 철쭉이 꽃망울을 벌써 터뜨렸다.

리본 하나 없을 만큼 산길은 거칠고 묵었지만 주능선까지 거의 외길이라 별 문제는 없다. 40분쯤 뒤 단 한번 오르막 도중 사거리를 만나지만 무시하고 계속 오르자. 10분 뒤 우측으로 낙남정맥 능선과 대산이 숲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25분 뒤 석축이 보일 무렵 등로 좌측으로 철탑이 서 있다. 철탑 우측으로 서북산 봉화산 여항산이, 발 아랜 봉화산줄기가 한티재에서 광려산으로 이어지는 낙남정맥도 확인된다. 진동 앞바다도 시야에 들어온다. 이 광경은 위로 올라갈수록 더 큰 그림으로 다가온다. 15분 뒤 집채만한 바위전망대에 오르면 10시 방향 가덕도, 12시 방향 거제도, 1시 방향으로 고성 철마산과 거류산이 각각 확인된다.

여기서 9분이면 낙남정맥 주능선에 닿는다. 우측 소나무 사이로 대산이 손에 잡힌다. 여기서 광려산은 좌측으로 4분이면 올라선다. 정상석에 720m라 표기돼 있지만 이는 정면인 북쪽 삿갓봉의 높이이다. 등고선을 찬찬히 살펴보면 광려산은 750m임을 알 수 있다. 잠시 주변 조망을 살펴보자. 정면 삿갓봉을 기준으로 2시 방향 상투봉(투구봉), 그 사이 함안읍내, 3시 방향 무학산, 삿갓봉 뒤로 의령 자굴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왔던 내려와 대산으로 향한다. 낙남정맥길이다. 7분 뒤 광산사 갈림길을 만나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내리막이 끝나는 지점부터 얼레지 군락지가 시작된다. 집채만한 바위전망대를 지나면 또 다시 얼레지 군락지. 등로 좌우 모두 자줏빛 얼레지다. 등로에도 꽃을 피워 피해가야 할 정도다. 얼레지 외에 까치무릇이라 불리는 하얀 산자고와 현호색 개별꽃도 눈에 띈다. 

정면 대산이 코 앞에 와 있을 즈음 등로 좌우는 온통 진달래 터널이 이어진다. 대산 직전 암봉에 올라서면 능선길 우측 산비탈 전체가 진달래로 덮여 있다. 여기에 산행팀이 방금 지나온 능선과 향후 하산길 그리고 날머리인 발아래 추곡저수지 위쪽의 내추마을과 들머리 외추마을도 한눈에 보인다.

대산 정산은 암봉 바로 뒤. 광려산에서 65분. 시야가 더 넓어져 마산항과 진해만, 진동 앞바다 그리고 진해 창원 김해쪽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좀 더 꼼꼼히 살펴보면 동쪽 마산항에 떠 있는 조그만 섬이 해상유원지가 있는 돝섬, 그 우측으로 마산과 창원을 잇는 마창대교, 가덕도와 진해만 그리고 해군사관학교가 위치한 곶출산, 아치형 다리로 일명 콰이강의 다리라 불리는 저도연륙교, 진동 앞바다가 죄다 확인된다. 마산항 뒤로 저 멀리 창원 및 진해 시가지가 확인되고 그 뒤로 정병산 비음산 용지봉 불모산과 진해의 웅산 시루봉 천자봉 장복산 덕주봉도 또렷하게 다가온다.

주능선 직전 전망대에서 본 진동 앞바다. 발아래 추곡저수지 상류가 날머리 내추마을, 그 아래가 들머리 외추마을이다.

하산은 원점회귀를 위해 왔던 길로 10분쯤 내려가 좌측 추곡리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참고로 정상석에서 우측으로 가면 대곡산 무학산으로 낙남정맥길이 이어진다.
추곡리 갈림길은 주위를 살피지 않으면 다시 광려산쪽으로 가기 쉬우므로 신경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해 산행팀은 노란 리본을 여러 개 달고 뒷면에 '추곡리 하산길'이라고 적어놨다.

솔가리가 푹신푹신한 송림길이다. 18분 뒤 철탑에 이어 버려진 안테나를 지나면 사거리 고개에 닿는다. 우측으로 본격 하산한다. 경사가 급하지만 지그재그형으로 돼 있어 운치가 있다. 마치 오룡산에서 통도사 자장암으로 내려오던 길이 연상된다.
이어지는 산길. 또 한번의 놀랄만한 규모의 얼레지 군락지를 지나 물마른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내추마을 독립가옥과 만난다. 사거리에서 15분. 여기서 외추마을까지는 22분 걸린다. 도로 옆 무덤가엔 할미꽃과 광대나물도 보인다.

# 떠나기전에 - 산자고 제비꽃 현호색 등 야생화도 천지 

 진달래의 경우 산행팀이 찾았을 땐 산 아래에는 절정이었거나 끝물이었고, 고지대인 대산 정상 직전 낙남정맥 주능선 주변에는 30% 정도 만개해 있었다. 아마도 이번 주말 온 산이 연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 아래선 이른 철쭉도 볼 수 있다. 우리 야생화의 환한 미소도 담아올 수 있다. 산자고 제비꽃 양지꽃 현호색 개별꽃 할미꽃 등등.

광려산은 그 산세가 중국의 여산(廬山)을 닮았다고 해서 '려'자를 따오고, 그 여산에 살았다는 은둔자의 대명사인 광유(匡裕) 선인의 이름에서 '광'자를 합쳐 지어졌다고 한다. 여산은 또 '귀거래사'를 지은 도연명이 태어난 곳으로 중국 불교 정토신앙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숯불구이 전문점 동백가든(055-272-0002). 신선한 육질에 칼집을 내 부드러우며, 간 천엽은 서비스로 나온다. 단호박 돈나물 등 밑반찬이 깔끔하다. 야채는 거의 유기농법으로 직접 재배한 것이다. 들머리에서 차로 4, 5분 거리의 대로변에 위치해 있고, 간판 또한 커 찾기는 아주 쉽다. 바로 인근에는 수궁온천이 있다.

# 교통편 - 대중교통 불편 승용차 이용땐 편리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마산 창원 방향~마산TG~내서IC~함안 마산 직진~통영 마산 좌회전~통영 상곡 우회전~통영 마산~쌀재터널~고성 통영~동전터널~진동면 안내판~진주 고성~의령 가야 우회전(운전면허시험장)~가야 여항~수궁온천 지나~외추마을 우회전(여기선 이정표가 없다. 이 때문에 '추곡상회' 또는 '상북초등학교' 버스정류장 간판 보고 우회전하면 된다. 정면엔 SK주유소가 보인다)~외추마을 버스정류장 순.

대중교통편은 불편하다.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마산 합성동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새벽 5시40분부터 7~8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300원. 50분 걸린다. 추곡리행 버스는 마산역에서 타야 된다. 터미널을 경유하는 거의 모든 버스는 마산역에 정차한다. 택시는 기본 요금, 걸어서 대략 15분. 마산역에서 72번 버스는 오전 6시, 8시40분, 11시25분에 있다. 그 중 오전 8시40분 출발 버스만 들머리 외추마을까지 들어가고 나머지 버스는 옛 상북초등(삼진미술관) 정류장에 선다. 여기서 외추마을까진 걸어서 25분 걸린다.

날머리 내추마을에서 마산역행 72번 버스는 오후 3시10에 한 번 있으며, 이 버스를 놓치면 외추마을을 거쳐 옛 상북초등 정류장까지 50분쯤 걸어 마산역행 버스를 타야 한다. 오후 5시50분, 8시30분. 1000원. 합성동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10시30분.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비음산 상봉 진달래 군락 '한폭의 그림'
20일께 만개…탁트인 바다 등 조망 탁월
4km 진례산성 꿈길같은 진달래 천국 
 

       고산고개에서 비음산 정상으로 오르는 산비탈에 펼쳐진 진달래 군락. 두 갈래 길 중 왼쪽이 등산로,
        오른쪽은 진례산성이 허물어진 길.


봄소식을 전하는 꽃은 많다. 매화를 필두로 벚꽃 산수유 목련 등등. 하지만 우리나라 전역에서 봄을 알리는 꽃은 예상외로 그리 많지 않다. 선비의 꽃 매화는 광양 등 남도에서 주로 볼 수 있고 화려한 벚꽃의 군무는 익히 알려진 명소가 아니면 보기 힘들다. 물론 한 두 그루야 어디든 볼 수 있긴 하지만.

산수유와 엇비슷한 노란 생강나무꽃도 있지만 깊은 산중이 아니면 장삼이사는 구경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꽃은 없을까. 참꽃 진달래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의 봄은 온통 진달래 산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들불처럼 온 산을 연분홍빛으로 덮는 진달래는 그래서 가장 한국적인 꽃으로 불린다. 오죽 했으면 소설가 이태준이 나라꽃을 무궁화 대신 진달래로 바꿔야 한다고 했을까.

이번 주 산행은 진달래 산행.

그리 높지 않으면서 양지바른 야산에 주로 자라는 진달래는 산꾼들을 산으로 유혹한다. 영취산 비슬산 화왕산 민주지산 대금산 무학산 천주산 천관산 등 진달래가 산상화원을 이루는 명산이 적지 않지만 산행팀은 이중 부산서 가장 근접한 비음산을 택했다.

진달래 산행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바다가 확 트이는 조망과 암릉길 산행도 양념으로 넣었다. 비음산(519m)~대암산(669m)~신정산(707m)~용지봉(723m) 코스. 약간 길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창원에서 출발해 김해 장유면으로 내려왔다. 용추저수지 밑 주차장~산불초소~주능선(삼거리봉)~고산고개(첫 이정표)~비음산 정상~대암산 정병(봉림)산 갈림길~비음산 청라봉~남산재 사거리~암릉길~대암산 정상~신정산 정상(큰 돌탑)~철탑~용지봉 정상~장유사 갈림길~(장유)폭포 휴게소 순.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 정도로 만만찮다. 능선에만 오르면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들머리는 용추저수지 밑 주차장. 너른 주차장 가장자리에 정병산 안내도가 서있는 길로 간다. 왼쪽 저멀리 정병산이 보인다. 정병산과 비음산은 능선으로 이어져 많은 산꾼들이 이곳을 들머리로 애용한다. 또 다른 등산 안내판과 용추농원을 지나면 산불초소. 500m 뒤 갈림길. 직진하면 정병산, 우측 산길로 오르면 비음산. 비음산으로 향한다.

물마른 계곡을 건너면서 본격 오르막. 애기 손톱만한 새순이 돋고 새소리와 길상사 목탁소리가 어울려 활기차다. 완연한 봄을 느낀다.

하지만 약간 고달프다. 거의 코를 땅에 박고 가야할 정도로 경사가 심하기 때문. 50분쯤 뒤 한숨 돌릴 무렵 우측에 시야가 확 트여 창원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 선다. 도청에서 올라오는 길이 열려 있어 삼거리봉이라 명명했다. 주능선에 오른 셈. 왼쪽 제일 끝에 금정산이 확인된다. 10분 뒤 예비군 참호 앞에서 갈림길. 왼쪽 희미한 산길은 용추계곡, 산행팀은 오른쪽 내리막길로 간다. 이때부터 비음산 상봉으로 하는 진달래길이 한눈에 시야에 들어온다. 10분 뒤 첫 이정표. 고산고개다. 우측에 진례산성 안내판이 서있다. 성벽은 보이지 않지만 대신 너덜이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옛 성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완경사 오르막으로 향한다. 진례산성과 나란히 달린다. 곧 침목계단. 비음산 상봉까지 진달래가 도열해 있다. 아직 활짝 피진 않았지만 만개하면 전국의 어느 진달래산에 못잖은 환상적인 그림을 연출한다.

상봉은 고산고개에서 25분 거리. 조망이 빼어나다. 창원시가지는 물론 진해 장복산, 마산 무학산과 마산항, 그 오른쪽 팔용산 천주산 용지봉 작대산 무룡산 구룡산 정병산 백월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산은 '진례산성' '대암산' 방향으로 간다. 왼쪽 진례저수지와 그 뒤로 천문대가 위치한 분성산 신어산 금정산이 보인다. 정상에서 10분 뒤 진례산성 안내판을 만난다. 왼쪽으로 크게 돌면 정병산 가는 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이때부터 용지봉 정상까지는 낙남정맥길이다. 참고하길.

5분 뒤 비음산 청라봉을 내려서면 헬기장. 3분 뒤 남산재 사거리. 왼쪽 진례 평리마을, 오른쪽 창원 사파정동. 직진한다. 오르막길. 이때부터 대암산까지는 사실상 암릉길. 밧줄에 의지하고 우회하기도 한다. 길 좌우에 진달래가 도열해 있고 '좌 김해, 우 창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진해와 거제 앞바다가 시야에 들어올 땐 통쾌하기까지 하다. 대암산 상봉은 한눈에 알 수 있다. 둥그런 구조물 위에 정상석이 서있기 때문이다. 남산재에서 50분 거리. 정면 화산을 정점으로 오른쪽 불모산, 저 멀리 왼쪽이 용지봉이다.

움푹 파인 너른터를 지나면 갈림길. 우측은 창원 대방동 푸르지오아파트 방향, 산행팀은 조난위치 표지판이 서있는 왼쪽으로 간다. 소나무터널과 능선 삼각점고개를 지나 오르막인 억새와 진달래길을 통과하면 돌탑 6기. 여기서 5분만 더 가면 큰 돌탑이 기다린다. 정상석은 없지만 신정산 상봉. 우측 거제 앞바다가 시원하게 땀을 씻어준다. 이제 용지봉까지는 1.4㎞.

철탑을 지나 갈림길에서 왼쪽 오르막길로 향한다. 암릉길이 만만찮다. 이렇게 10여분 고행길을 넘으면 용지봉에 선다. 저 멀리 주남저수지와 낙동강이 시야에 들어오고 발밑에는 장유신도시가 보인다. 부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금정산과 화명신시가지, 백양산 승학산 시약산 구덕산 엄광산 다대포 몰운대 등등.

하산은 가야국의 전설이 서린 장유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역시 진달래길. 왼쪽은 낙남정맥길로 냉정고개를 지나 신어산으로 이어진다. 10분 뒤 장유사 갈림길. 방법은 두 가지. 왼쪽 장유사를 거쳐 장유폭포를 지나 대청계곡 입구로 내려올 수도 있고, 능선을 따라 곧바로 직진해서 장유계곡 입구로 하산해도 된다. 어쨌거나 두 길은 결국 만난다. 산행팀은 후자를 택했다.
산행 날머리인 (장유)폭포휴게소는 용지봉에서 1시간20분쯤 걸린다. 비교적 길어 힘겹다.





# 떠나기 전에
창원시와 김해시 진례면을 동서로 가르는 낙남정맥의 산길인 정병(봉림)산과 용지봉. 그 중간에 용추계곡을 끼고 비음산이 솟구쳐 있다. 높지는 않지만 가야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보이는 성(城)이 장장 4㎞로 이어지고 그 사이사이 선분홍의 진달래가 봄을 알린다.

아쉬운 점이 있다. 현재 전국에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산불 때문에 창원시는 현재 비음산 대암산 장복산 백월산의 등산로를 9일부터 잠정 폐쇄하고 있다. 대신 창원을 대표하는 정병산(봉림산)과 또 다른 진달래산인 천주산은 상시 개방하고 있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등산로 폐쇄 해제는 현재로선 기약이 없으며 만일 비가 올 경우 해제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비가 오지 않을 경우 비음산의 진달래는 자칮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창원만의 상황이 아니고 전국 지자체 모두에 해당되는 것이니 산꾼들은 떠나기전에 반드시 해당 지자체에 문의를 해야 된다. 

진달래 산행 코스는 용추저수지에서 고산고개~비음산 정상~정병(봉림)산 대암산 갈림길에서 왼쪽 정병산 방향~용지벌거숭이공원~용추고개~용추저수지로 내려서는 3시간 정도의 원점회귀 코스와 비음산~청라봉~남산재~대암산~대방동 푸르지오아파트로 내려서는 중거리 코스를 가족산행지로 권한다. 대암산에서 신정산을 거쳐 용지봉으로 이어지는 풀코스는 걷는 재미는 물론 암릉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로 산행의 참맛을 알려준다.

# 교통편 - 경남도청·창원대 앞 하차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창원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를 시작으로 10~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분 소요. 창원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경남도청 또는 창원대 앞에서 내린다. 들머리인 용추저수지 앞 주차장에서 걸어서 각각 10분 걸린다. 23번(도청), 61 71(도청 경유 창원대), 71-1(창원대).
좌석버스는 312(도청), 316(창원대). 1400원. 창원대 앞에선 교내로 들어가 용추저수지 방향으로 가야 한다.
 날머리 폭포휴게소 앞에서 대청계곡 입구 큰 도로까지는 걸어서 35분 걸린다. 우측으로 가 건널목을 지나면 대청계곡 입구 버스정류장. 여기서 장유 순환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내린다. 800원. 다시 길을 건너 정학프라자 앞에서 김해여객 버스를 타면 부산 서부터미널에 도착한다. 배차간격 30분,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천주산 기슭 소답동서 어린시절 보내
시작부터 끝까지 연분홍 물결 장관
상봉 오르면 거칠 것 없는 사방 조망
하산길 마금산 온천 피로 풀기 그만

  천주산 용지봉 북사면의 진달래 군락지.


 도심은 오래 전 봄이 왔건만 산 속은 아직 앙상한 나무가지가 즐비한 잿빛이다. 물론 발밑에는 바람꽃 노루귀 산자고 제비꽃 등 어여쁜 야생화가 이미 봄의 도래를 알리고 있지만 카키색 낙엽군락을 뚫고 고개를 쏙 내민 불과 2~3㎝의 길이로는 중과부적일 뿐이다. 희소성으로 상징되는 이들 야생화는 낯가림이 심해 모든 산에 그 얼굴을 내밀질 않는다. 한적함을 즐기는 유유자적일까 도도한 자태의 우월감일까. 하여튼 야생화는 봄을 알리는 하나의 징후일 뿐 대표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통설이다.

우리 산천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봄의 전령은 누가 뭐래도 진달래다. 겨우내 움츠렸던 잿빛 산천을 일순간 화사하게 변모시키는 참꽃 진달래는 그래서 산꾼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진달래는 편견이 없다. 고국산천 양지바른 야산이나 구릉지부터 정상 부근에 이르기까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소박하고 은은하며 되바라진 데 한 곳 없는 순종의 미덕이 몸에 밴 진달래. 소월이 노래한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란 시구가 이심전심으로 체화된다.

이 땅에 진달래가 지천인 것은 생태적 특성이 한 몫 했다. 알고보니 진달래는 메마르고 척박한 산성토양에 내성이 강한 품종. 소나무로 인해 황폐해진 우리 산야에 적응이 가장 쉬웠다. 활엽수가 거의 없는 송림이나 골산에서 인내의 미덕을 보이는 모습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이번주 산행지는 진달래산으로 꽤나 유명한 창원의 '하늘 기둥' 천주산(天柱山). 하지만 산행시간이 3시간 안팎으로 짧아 이웃한 무명의 구룡산을 하나 더 끼웠다.

산행은 창원 북면 고암마을 새마을회관~감나무 과수원길~지능선~(지도상)구룡산 정상~헬기장~구룡산 정상석 봉우리~남해고속도로 용강터널 위 철탑~삼각점봉(284봉)~굴현고개~공동묘지~바위전망대~천주봉~팔각정~헬기장~산불무인감시카메라~헬기장~천주산 용지봉~임도고개(쉼터)~달천계곡 순. 순수 걷는 시간은 4시간10분 안팎이며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천주봉으로 향하는 이른바 '깔딱고개' 하나 정도 힘이 들지만 전체적으로 산길은 여유롭다.

들머리는 창원 북면 고암마을, 날머리는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 외감리 달천계곡. 축제 참가에 이은 마금산 온천욕을 위해서다.

고암마을 버스정류장에서 고암새마을회관까지는 걸어서 5분. 회관 왼쪽 공터를 따라 간다. 마을을 벗어나면서 두 번의 갈림길. 한번은 오른쪽, 다른 한번은 왼쪽으로 간다. 우측 고사목이 눈길을 끈다. 시멘트길 끝나는 지점에선 눈 앞이 온통 감나무밭. 과수원길로 직진하면 길 끝나는 지점이 바로 산길. 본격 들머리인 셈이다.

 완만한 송림 오르막이지만 연분홍 진달래가 만개해 있다. 무덤을 지나면서 너덜길이 이어진다. 진달래 또한 산꾼들과 보조를 계속 맞추며 고도를 높인다. 천주산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구룡산도 진달래가 만만찮다. 이렇게 20여분. 칡 넝쿨을 통과하면서 급경사 된비알. 10여분 땀깨나 흘리면 지능선. 이곳까지 오면 길찾기 우려는 사실상 끝. 우측으로 간다. 50m쯤 뒤 갈림길. 왼쪽은 주남저수지로 가는 길, 오른쪽으로 간다. 곧 시야가 트인다. 다시 30m쯤 오르면 지형도 상의 봉우리 정상. 남해고속도로 우측으로 작대산 무릉산 마금산 천마산 백월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당시엔 구룡산 상봉으로 여겼지만 10여분 뒤 비슷한 고도의 봉우리에 구룡산 정상석이 서 있었다.

이제부턴 조망의 산행이다. 눈 앞에 거칠 것이 없다. 남해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내달리고, 저 멀리 창원 시가지도 펼쳐진다. 뒤로는 철새들의 낙원 주남저수지도 보인다. 헬기장을 지나면 곧 정상석이 서 있는 구룡산 상봉. 정면에 흙길이 보이는 천주봉과 그 뒤로 천주산 주봉인 용지봉도 확인된다. 내리막길엔 노란 생강나무꽃이 활짝 펴 있다. 무덤 앞 갈림길은 곧 만나니 아무 길로 가도 된다.
 
한 굽이 오르면 김녕 김씨묘. 할미꽃 한 송이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곳에서 구룡산을 봐도 고만고만한 봉우리 셋 중 정상석이 위치한 세 번째보다 첫 번째가 더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할미꽃.

솜나물.


이후부턴 내달린다. 철탑이 서 있는 남해고속도로 용강터널 위도 지난다. 길찾기에 유의해야 할 지점을 만난다. 철탑을 지나 첫 번째 만나는 갈림길이다. 왼쪽은 동문고개를 거쳐 정병산으로 가는 길,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간다. 낙남정맥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10분쯤 뒤 상수원보호구역 팻말을 지나 계속 내려서면 1045번 지방도인 굴현고개. 도로 건너 바로 천주산으로 향한다. 공동묘지를 지나면서 살인적 오르막이 기다린다. 불과 20여 분이지만 이번 산행에서 가장 난코스이다. 오르막이 끝날 무렵, 우측 바위전망대에 서면 왼쪽 남해고속도로, 오른쪽은 마산 가는 옛 남해고속도로, 발 아래는 마금산온천 가는 1045번 지방도와 창원 시가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깔딱고개'를 지나 다다른 천주봉과 그 뒤로 구룡산이 훤히 보이는 가운데 천주산 산사면에 진달래가 활짝 폈다.

 이제 천주봉으로 향한다. 본격 진달래 산행이다. 7분 뒤 천주봉(484m). 정상석이 서 있다. 이어 팔각정과 잇단 돌탑, 그리고 그늘 아래 벤치, 운동기구, 산림도서함도 있다. 천주산 산림욕장이다. 진달래도 감상할 겸 잠시 쉬었다 가도 좋다. 고즈넉한 구룡산과 달리 약간은 부산하다. 이내 사거리 천주암고개. 이른바 만남의 장소이다. 친절하게 이정표가 서 있다. 왼쪽 천주암, 오른쪽 달천계곡, 직진하면 정상. 1.44㎞, 45분 걸린다고 돼 있다.

잠시 뜸하던 진달래가 다시 불붙기 시작한다. 오르막길 좌우가 온통 진달래 군락지다. 힘든 줄 모르고 오른다. 역시 소문대로 장관이다. 등로는 방화선인지 거의 임도 수준이다. 어른보다 키가 큰 진달래가 그야말로 온 산에 가득하다.   

구룡산 정상.

천주산.

천주산 용지봉.



 
잇단 헬기장과 산불무인감시카메라를 지나면 마침내 천주산 용지봉(639m). 거칠 것 없는 전망이 일순간 넋을 놓게 한다. 정상석 뒤로 농바위 작대산 무릉산, 파헤쳐진 광산 뒤 마금산과 천마산이, 남해고속도로 건너 우측 백월산 주남저수지 구룡산 정병산 (김해)용지봉 불모산이, 창원공단 뒤 장복산이, 마산 앞바다 뒤로 월미도 무학산 광려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산은 오른쪽 농바위 방향으로 내려선다. 10분이면 삼거리 임도 쉼터. 왼쪽 함안, 직진하면 농바위를 거쳐 작대산, 오른쪽 달천계곡 방향으로 간다. 다행히 50m쯤 뒤 커브길에서 왼쪽으로 산길이 열려있다. '달천동 1.1㎞'라고 적힌 작은 팻말이 보인다. 단순 내리막길이 아니라 중간중간 낮은 무명봉도 넘고 집채만한 바위도 에돈다. 달천계곡까지는 30분. 여기서 '외감 입구' 버스정류장까지는 15분 더 걸어야 한다.

# 떠나기전에 - 이원수 선생 '고향의 봄' 무대

남해고속도로 창원과 마산 사이 도로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천주산은 외모로는 그리 눈길을 끌 만한 구석이 많지 않다. 사실 바위산의 아기자기함도, 육산의 웅장함도 갖추지 못한 하고 많은 산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 산을 외면할 수 없게 하는 이유는 품속의 진달래 때문이다.

특히 이곳 천주산은 이원수의 동시 '고향의 봄'의 배경이 되는 곳. 양산이 고향인 그는 2세때 창원으로 이주, 어린시절을 천주산 기슭 소답동에서 보냈다. 마산으로 다시 이주한 그는 소파 방정환을 처음 만나 15세의 나이로 '고향의 봄'을 지어 '어린이'지에 투고해 이듬해 실렸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의 진달래는 어쩌면 천주산 진달래였으리라.

피로는 물좋기로 소문난 북면 마금산온천에서 풀자. 차로 10분 정도 걸린다. 온천과 함께 이곳의 자랑거리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북면 막걸리. 달짝지근하면서도 아주 부드러워 술술 넘어간다.

올해 천주산 진달래축제는 지난 5일 이번 산행의 날머리인 북면 외감리 달천계곡에서 열린다.

# 교통편 - 마산서 고암리행 버스 하루 1회 뿐

부산서는 마산(합성동)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것이 편리하지만 연계 버스시간이 맞지 않아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마산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 버스를 첫 차로 7~8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분 걸린다.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도 시외버스가 출발한다. 오전 5시5분부터 10~15분 간격으로 있다. 70분 걸린다.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들머리인 고암리행 버스는 24번 버스를 타면 되지만 낮 12시에 있다. 대신 20, 21, 22, 23번 버스를 타고 인근 굴현고개에서 내려 북면택시(055-298-2332, 299-9000)를 이용한다. 8000~9000원.

날머리 달천계곡에서 15분 거리인 '외감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마금산 온천행 버스는 수시로 다닌다. 마금산 온천 버스정류장에서 마산행 버스는 20, 21, 24번이 출발한다. 20~30분 간격으로 밤 10시40분(막차)까지 있다.
마산에서 서부터미널행 시외버스는 밤 9시30분까지 10분 간격으로, 노포동터미널행 시외버스는 밤 9시10분까지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노포동행 버스는 지하철 1호선 동래역에도 정차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북창원IC~북면 마금산온천 좌회전~창원 좌회전~외감 오일뱅크 지나~시청 창원역~승산 대한 방면 좌회전~대한마을회관 지나~고암마을(고암교)~고암새마을회관(고암리경로당) 순. 또 한가지. 차를 달천계곡(북창원IC~창원 방향 좌회전~외감 달천계곡)에서 주차한 후 택시를 불러 고암에서 산행을 시작해도 된다.

 

봄은 마술사다. 형형색색 꽃들을 단번에 쏟아내지 않고 변덕이 심한 인간들을 배려한 듯 시기별로 요술보따리에서 속세로 하나씩 내놓는다.

빠알간 동백을 시작으로 매화 진달래 개나리 벚꽃 백일홍 철쭉 복사꽃 배꽃 그리고 이름모를 야생화까지. 그래서 유달리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겨우내 봄을 사무치게 기다린다. 봄의 이러한 사려깊음을 인간군상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알 길이 없지만.
벚꽃은 이미 꽃비를 뿌린지 오래고 지금은 진홍 분홍 하얀색의 철쭉이 거리 곳곳에 만개해 있다. 연분홍 진달래 또한 `님을 향해 즈려 밟힌지' 오래다.

대운산 제2봉에서 정상으로 가는 50분간의 산길은 진달래 천국이다.

하지만 대운산 정상에선 도심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도심보다 구름에 더 가깝기를 바라는 대운산(大雲山·742m)은 이제야 진달래가 한창이다.

도심에서 아주 멀거나 필부가 못오를 만큼 그리 험하거나 높지도 않다. 여수 영취산, 대구 비슬산, 창원 비음산마냥 온 산사면이 진달래로 덮여 있지도 않다. 산행 내내 그저 길 양쪽에 진달래가 나그네를 반기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대운산 제2봉 부근에서 상봉으로 향하는 50여 분 내내 진달래가 꿈길을 이루고 있다.

울산 울주군 온양면과 경남 양산시 웅상읍에 걸쳐있는 대운산.
이번 주말 만사를 제쳐 놓고 봄기운이 어렵사리 피워놓은 진달래를 감상하면서 아직도 불러보지 못한 상춘곡을 읊조려 보자. 진달래뿐 아니라 수수한 산세와 울창한 숲, 그리고 깊고 깊은 계곡과 명경지수와도 같은 맑는 계곡물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만하다.

산행 초입 전망대에 서면 벚꽃이 만개, 완연한 봄 색깔로 치장해 눈이 부시다.

산행은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 제3주차장(상대주차장)~삼거리 전자안내판~나주 임씨묘~318봉~391봉~대운산 제2봉~진달래 군락지~대운산 정상~헬기장~전망대바위~경주 이씨묘~대운농장~철판다리~애기소~제3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안팎. 이정표가 꼼꼼하게 정비돼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들머리 온양면 남창리는 유명한 배 산지. 주차장을 벗어나면 개울 건너 배나무밭엔 배꽃이 한창이다.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있어 대운교 등 길가에는 연등이 일렬로 걸려있다.

삼거리 정면에는 울주군 재해대책본부에서 세운 대형 전자안내판이 서 있다. 그 옆에는 `대운산 제2봉 4.6㎞, 내원암 1.5㎞'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여기서 내원암 방향으로 5m쯤 가면, 왼쪽에 산길이 열려 있다. 본격 들머리다.

산 전체가 완연히 제 색깔을 찾고 있다. 갓 나온 새 잎은 애기의 뽀얀 피부처럼 깨끗하고 계곡의 물소리는 마치 여름이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산 기슭엔 정상부와는 달리 진달래가 이미 시들어 있고 대신 산철쭉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꿩 한 마리가 숲에서 푸드득 하고 뛰어 오른다. 첫 갈림길에선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왼쪽은 물소리가 들리는 애기소 방향.

15분 뒤 봉분이 거의 사라진 나주 임씨묘. 오른쪽 저 멀리 기암절벽이 시선을 붙잡고, 산허리를 따라 난 임도를 따라 내원암으로 등산객이 오르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10분 뒤 첫 전망대. 뒤돌아보면 정면으로 삼각산과 불광산, 원효대사의 전설이 서린 척판암이, 그 왼쪽으로 달음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직진한다. 왼쪽 저 멀리 대운산 정상이 서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제 색깔을 못내고 있다. 고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용이 승천하는 형상을 한 소나무와 돌탑을 잇따라 지나면 우측 수목 사이로 내원암이 시야에 들어온다. 불과 0.2㎞ 떨어져 있다. 주변 송림은 마치 삼림욕장을 방불케 한다.
              용이 승천하는 형상을 한 소나무가 시선을 끈다.
       진달래는 피어 있지만 아직도 산 전체는 푸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산행 중 만난 뱀.



영월 엄씨묘를 지나면 눈앞에 넘어야 할 작은 봉우리가 기다린다. 그 뒤로 대운산 제2봉과 그 왼쪽으로 대운산 주봉, 다시 그 왼쪽으로 하산할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땀을 흠뻑 낼 요량으로 1시간 정도 바짝 오르면 두 번째 전망대를 만난다. 일관된 가풀막이어서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제2봉은 15분이면 닿는다. 제2봉은 대운산에서 최고의 조망을 자랑한다. 한마디로 그칠 것이 없다. 오른편엔 1.3㎞ 거리의 제1봉과 꼬장산이, 정면엔 울산대 뒷산인 문수산, 그 왼쪽으로 정족산 천성산이, 조만간 오를 대운산 정상 뒷편에는 시명산과 달음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제2봉에서 정상까지는 2.7㎞. 왼쪽길을 택한다.

이때부터 사방이 온통 3~4m쯤 되는 진달래 천국. 정상까지 50여 분간 줄곧 길 양편에 도열해 있다. 이번 산행의 보람이자 기쁨이다. 일부 구간에선 거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진달래 군락 보호를 위해 가지치기를 한 지자체의 노력이 엿보인다. 기온 탓에 모두 만개는 안했지만 이번 주말이면 온통 연분홍으로 덮을 태세다. 마침내 정상. 날이 쾌청할 경우 동해바다와 대마도도 확인된단다.

하산은 올라온 방향과 정반대인 도통골과 박치골 사이의 남동쪽 능선길로 내려선다. 동쪽은 상대마을, 서쪽은 시명산 방향이다.

오름길과 달리 인적이 드문 좁은 소로이다. 20분 정도 내려서면 진달래가 뜸해지고 활엽수가 비로소 초록빛을 띠기 시작한다. 등로는 ‘갈 지(之)’자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날파리가 눈 앞에 귀찮게 아른거리고 70㎝쯤 되는 이름모를 뱀이 유유자적하게 지나간다.

잡풀이 무성한 헬기장을 지나 15분쯤 뒤 갈림길. 오른쪽길을 택해 내려서면 경주 이씨, 인동 장씨묘를 잇따라 지나 대운농장이 나온다. 이후 철판다리를 건너 10분 정도 애기소가 펼쳐지는 유량이 풍부한 계곡과 나란히 달리는 임도를 따라 걸으면 제3주차장에 닿는다. 비로소 원점회귀 산행이 완성된다.

# 떠나기전에

대운산은 동국여지승람과 함께 오래된 읍지(邑誌)에는 부처님의 은광을 의미한다는 불광산(佛光山)이라 표기돼 있다. 이 불광산에는 지금의 대운산뿐 아니라 장안사를 둘러싸고 있는 시명산과 삼각산도 포함된 듯하다.
 대운산(옛 불광산)은 원효대사가 생애 마지막으로 수도를 했다고 전해온다. 해서, 지금의 대운산에는 원효와 관련된 설화가 전해온다. 원효가 도를 닦았다는 도통골, 원효가 수도를 하던 중 널판자를 날려보내 위기에 처한 당나라 승려를 구했다는 장안사 산내 암자 척판암이 좋은 사례이다.
대운산을 찾으면 놓쳐선 안될 명소가 있다. 영남 최고의 명당이라는 내원암이 있다. 또 내원암 주차장에는 줄기 모양이 코끼리 형상을 닮은 500년 된 팽나무도 있다. 꼭 챙겨보자.

           내원암 주차장 내 500년 된 팽나무. 줄기 모양이 코끼리 형상을 닮았다. 

누가 뭐래도 대운산의 숨은 보석은 상대계곡. 명경지수가 흰 포말을 일으키며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애기소가 압권이다. 애기소농장 팻말이 있는 옆길로 진입하면 된다.

# 교통편
부산역에서 남창행 동해남부선 통일호 열차는 오전 6시20분, 7시 두 편 운행된다. 남창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상대행 버스를 탄다. 오전 7시40분, 9시5분, 10시10분에 있다.
돌아올 땐 애기소슈퍼 앞 정류장에서 남창행 버스는 오후 2시30분, 3시30분, 4시40분, 6시30분에 출발한다. 남창역에서 부전역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4시37분, 6시2분, 8시36분에 있다.
 시외버스를 타도 된다. 해운대역 맞은편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울산행 버스를 타고 남창에 내려도 된다. 오전 5시10분부터 15~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기차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남창역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시외버스정류장에서 해운대행 시외버스를 타도 된다. 수시로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해운대~송정해수욕장 입구 지나~울산 기장체육관 기장군청 방향~울산 온양 방향~(장안사)~상대 하대 대운산~대운산 내원암 계곡 방향 크게 좌회전 후 굴다리 통과~대우난 공영 1, 2주차장을 지나 상대주차장인 제3주차장 순. 




 

오는 4월 4일 대금산 진달래 축제 개최
산 아랜 YS 등 유명 정치인들이 많이 나와
가덕도, 영도 봉래산, 심지어 대마도도 보여

 거제도 대금산(大錦山·438m)은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진달래산이다. 비록 7부 능선까지 도로가 뚫려 있어 김은 좀 새지만 남쪽땅에서 아마도 가장 빨리 진달래가 꽃봉오리를 터뜨려 산꾼들을 유혹한다. 
 올해의 경우 거제시는 오는 4월 4일 진달래 축제를 개최한다.

대금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해바다 전경. 오른쪽 중간에 있는 섬이 이수도, 그뒤 길게 펼쳐진 섬이 가덕도다.
대금산은 산중턱까지 바윗돌 하나 찾아보기 힘들지만 정상부는 근육질의 수려한 암벽이 펼쳐져 있다.

대금산은 우선 조망이 빼어나다. 가덕도와 부산신항 그 뒤로 다대포와 아미산, 영도 봉래산이 한눈에 펼쳐진다. 섬 내에선 계룡산 삼방산 선자산 옥류봉 앵산이 펼쳐진다. 
 대금산 아래에는 또 YS 등 정치인들이 많이 배출돼 이곳 사람들은 이곳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독특한 정기가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럼 산은 어떨까.     
지금까지 주로 대여섯 시간의(보통 사람으로선 약간의 부담이 되는) 산행구간을 소개했던 국제신문 산행팀의 산행지로 약간은 짧다. 해서, 이 봄 가족산행지로 안성맞춤이 될 듯하다.

 
대금산은 해마다 이맘때면 진달래가 연분홍 빛으로 산 전체를 수놓는다.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답다.

단순히 봄 나들이를 위해 가족끼리 부담없이 찾아도 좋고, 산도 오르고 꽃도 감상하려는 아마추어 산악인들에게는 딱 그만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망망대해 남해와 그 위에 떠있는 이름모를 무인도는 한동안 뇌리에서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불만도 없지 않았다. 도로가 산의 7부 능선까지 뚫려 있어 산 속에서 자동차를 봐야만 했다.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를 볼 땐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   

산행은 명상 버든마을에서 출발 중대금산(마을)~벽개동목장~약수터~뽈쥐바위고개(진달래평원)~대금산 정상~시루봉 정상~뽈쥐바위고개~간이화장실~정골재주차장~윗대금산(마을)을 거쳐 명상버든마을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 3시간 정도면 진달래를 감상하고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남해를 내려다보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기에 충분하다.



 명상버든마을에서 버스를 내려 대금산 등산로 입간판이 세워진 길을 따라 걷는다. 조금 가다보면 복개천이 나오는데 거기가 중대금산마을이다. 마을 앞 복개천의 갈림길에서 왼쪽 골목길을 택한 후 곧바로 다시 왼쪽으로 오른다. 외딴 집이 나오고 그 집 왼쪽에 난 산길로 올라선다. 대나무숲을 보고 오르면 흰색의 대형 물탱크가 나타난다. 계속 오른다.
 
이 때부터 진달래가 보인다. 묘지를 잇따라 지나면 이번엔 나무로 엮은 문이 나온다. 통과한 후 반드시 닫아두자. 문을 통과하면 임도와 만난다. 이 임도는 애초 명상버든마을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아스팔트 길을 올라가 반깨고개에서 따라 오르는 길이다. 주말인 이날 따라 가족 및 연인들과 함께 찾은 이가 많았다.

여유있게 2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오른쪽에 건물이 보인다. 지도상에는 벽개동목장. 하지만 겉으로 봐선 목장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길에는 차가 못다니게 턱을 높여 놓았다. 목장을 지나면 오른쪽에 대나무숲이 보이고 그 옆에는 산벚꽃이 줄을 서 손님을 맞는다. 여기쯤 오면 길 찾는 것은 걱정을 안해도 된다. 상춘객이 너무 많아 사람만 보고 가면 되기 때문이다.

‘정상 0.7㎞’라고 적힌 안내판이 보이고 저 멀리 대금산 정상이 우뚝 서 있다. 길 따라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에 약수터가 있다. 약수터 주변을 걸으면서 땅을 세게 밟으면 ‘쿵쿵’ 소리가 난다.

 원래 대금산은 신라때 쇠를 생산했던 곳이라 대금산(大金山)이었다. 땅 밑의 쇠붙이를 끄집어낸 후부터 땅 밑이 텅 비어서 그렇게 소리가 난다고 전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봄이면 진달래가 만개해 비단처럼 아름다워 비단 금(錦) 자를 써 대금산(大錦山)으로 변했다고 전해온다.

약수를 한 잔 들이켜고 더넓은 뽈쥐바위고개를 지나 30분 정도 바짝 오르면 정상이다. 산중턱까지 바윗돌 하나 찾아보기 힘들지만 정상은 수려한 암벽이 어우러져 있다.

정상에 서면 볼거리가 무지 많다. 가장 가까이 흥남해수욕장이 보이고, 가옥과 밭이 보이는 눈 앞의 섬은 이수도. 배의 앞부분인 이수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 이수도 뒤엔 왼쪽부터 네 개의 섬이 보인다. 제일 왼쪽은 해군이 관리하는 대통령 별장인 있는 저도, 나머지 세개는 무인도로 소죽도 중죽도 대죽도다. 최근 만들어졌다는 무인등대도 보인다. 특히 거제도와 가덕도 사이 저도와 중죽도 대죽도를 연결한 거가대교의 사장교 주탑이 늠름하게 서 있다.

저 멀리로는 왼쪽부터 진해만이 보이고, 그 옆엔 부산신항 공사로 파헤쳐진 안골, 용원, 정면으로 보이는 큰 섬이 가덕도다. 그 뒤로 영도 봉래산이, 날씨가 좋을 땐 대마도도 보인단다. 오른쪽 저 끝에는 동백으로 유명한 지심도가 보일 듯 말 듯하다.    

김 양식장 같이 보이는 것은 정치망이며, 그 주변에 떠 있는 배들은 잠수기어민들의 조업배다. 눈 앞에 펼쳐진 푸른빛의 망망대해가 바로 수라상에 올랐다는 가덕대구의 주요 어장이다.

고개를 돌려 남쪽엔 계룡산 삼방산 선자산 옥류봉 앵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유명 정치인이 대금산 주변 장목면 대계-소계-외포-장목마을에서 많이 배출됐다는 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 김기춘 홍인길 김정길 김봉조씨 등이 바로 그들이다. 백두산의 정기가 백두대간을 따라 일본으로 넘어가는 길목때문이라는 것이 마을사람들의 설명이다.

내려가는 길은 반대편으로 잡자. 산길은 워낙 급해서 에돌아 내려선다. 시루봉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에서는 오른쪽. 시루봉 정상까지 여유있게 걸어가면 대략 40, 50분. 돌로 쌓은 구덩이가 있다. 하산길은 되돌아와 갈림길에서 왼쪽 뽈쥐바위고개를 지나 임도에서 왼쪽으로 잡자. 간이 화장실을 지나면 정골재주장장이 나온다. 40m 정도 걸어내려가면 오른쪽으로 길이 나 있다. 윗대금산, 중대금산 마을을 지나면 버스종점이 나온다.

#교통편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거제행 시외버스가 직통, 완행 두 가지가 있다. 거제 사곡~고현~장승포(종점)를 거치는 완행은 오전 6시20분 부터 20, 30분 간격으로 있다. 고현에서 내려야 한다. 고현까지의 직통은 오전 8시30분에 있다. 각각 1만4백원. 고현에서 명상버든마을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9시35분에 있다. 800원. 직통은 연결버스와 시간이 맞지 않기 때문에 부산서 첫 완행버스를 이용, 오전 9시35분 버스를 타면 된다. 부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거제 고현연안여객터미널까지는 오전 7시30분에 출발하는 배를 타야 한다. 고현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 돌아올 땐 오후 5시, 6시에 있다. 1시간20분 걸리며 1만6천원이다.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 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승용차를 이용할 땐 남해고속도로 마산 창원 방향~마산TG~서마산IC~진동~고성~신거제대교~14번 국도~고현~연초삼거리에서 좌회전(장목 하청 방면)~청해식품 이정표와 대금산 5㎞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연초호를 거쳐 명동리 명상버든마을로 간다. 명상버든마을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거제민속박물관은 놓쳐서는 안될 볼거리. 전직 교장이자 아동문학가인 옥미조씨가 평생 모은 민속자료 5천3백여점과 서화 130여점이 폐교된 명동초등학교에 전시돼 있다. (055)637-3722

대금산의 들머리인 명상버든마을에서 차로 5분 거리에는 거제민속박물관이 있다. 전직 교장이자 아동문학가인 옥미조씨가 평생 모은 민속자료 5천3백여점과 서화 130여점이 폐교된 명동초등학교에 전시돼 있다.

또 대금산 남동쪽 해안에는 YS의 생가가 위치해 있다. 시간이 날 경우 잠시 둘러보자. 생가에는 눈길을 끄는 것들이 있다. 1960년 5월 공비가 쏜 총탄에 절명한 YS의 모친 박부련 여사의 사진과 그 아래 놓인 장농이다. 그 장농에는 당시 공비가 쏜 총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생가 마당에 위치한 YS의 흉상.
거제시 장목면 대계마을의 YS 생가.
 


간비오산 봉수대에서 바라본 풍경. 정면으로 이기대, 그 왼쪽 조그만 섬이 오륙도, 이기대 뒤로 영도 봉래산이 보인다. 높은 빌딩 옆 맨 왼쪽이 낮은 곳이 동백섬이다. 아무리 봐도 수영만 매립지 내 주상복합빌딩이 조망권을 가리고 있지만 시원하게 펼쳐진 광안대교가 이를 약간 상쇄해준다.


해운대의 배산(背山)인 장산(634m)은 오르면 오를수록 재미난 산이다.
금정산 고당봉(801m) 백양산(642m)에 이어 부산서 세번째로 높은 장산은 과거 오랫동안 군부대가 주둔해 있던지라 철책을 따라 산행길이 나있는가 하면 곳곳에 훈련시설물과 유격장, 지뢰매설지 표시 등이 있다.

 불만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산꾼의 입장에서 보면 정상이 철조망으로 막혀 있어 정상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소박한 기쁨이 원천 차단돼 서운함 마저 든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해운대의 푸른 바다와 그림같은 광안대교를 바라보노라면 언제 그런 불순한 생각을 했는지 조차 잊게 된다. 그 어떤 수식어도 충족시키지 못할 장쾌한 조망은 전국의 내로라하는 유명산에 비해 한 치도 뒤짐이 없다.

 장산의 자랑거리는 또 있다. 도심에 위치해 해운대 신시가지의 대천공원을 비롯해 재송동 반여동 우동 기장 등지에서 쉽게 접근가능하며, 정상 주변에서 조우하는 억새 군락지도 가을철 한창 땐 '억새산행'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을 만큼 광활하기 그지없다.

장산에서 이어지는 구곡산(430m)은 바다와 아주 가까운데다 대천공원에서 걸어서 1시간 정도 거리여서 멋진 해맞이 산행지로 손색이 없다.

산행은 해운대구 우1동 부산기계공고 근처인 운촌경로정~간비오산 봉수대~우2동 체육공원~53사단 철책~옥녀봉~중봉~장산 정상 밑 갈림길~장산 정상~시계방향으로 전진~왼쪽 선바위~철조망~갈림길 전망대~군 작전도로 사거리~오른쪽 늪지대~헬기장~구곡산 정상~대천공원 순. 4시간30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지하철 2호선 동백역 2번 출구로 나와 해운대역 방향으로 4분쯤 걸으면 '7번가 피자'와 'GS조은하루주유소' 사이 왼쪽 골목으로 향한다. 들머리다. 계단을 올라 철길을 건너 산길로 들어선다. 오른쪽에 운촌경로정. 방금까지 차 소음을 듣다 2~3분도 채 안돼 산 속으로 들어오다니 도심의 산은 이래서 좋은가 보다. 입구에 '간비오산 0.6㎞, 장산 4.5㎞'라 적힌 이정표와 이곳이 장산~아홉산~철마산~금정산~백양산으로 이어지는 '부산 5산 종주 트레일런'의 기점이어서 조그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한 굽이 올라서면 체육공원. 이곳을 지나면 정면 저 멀리 봉수대가 보인다. 곧 갈림길. 두 길 모두 봉수대에서 만난다. 직진한다. 5~6분 뒤 간비오산 봉수대에 올라선다. 고려말부터 갑오경장까지 약 700년간 해운포(海雲浦) 일대에 침입한 왜적을 감시한 이곳 봉수대에서 보면 해운대 앞바다를 비롯 이기대 오륙도 광안대교 금정산 용두산 대청공원 등 부산의 내로라하는 명소와 향후 산행팀이 오를 옥녀봉 중봉 장산이 한눈에 확인된다.

간비오산 봉수대.
간비오산 봉수대에서 내려다본 광안대교. 일명 다이아몬드 브리지라고 부르지요.

이어지는 오름길. 곧 오거리 안부. 정면의 직진형 두 갈래길 모두 체육공원에서 만난다. 이왕이면 능선으로 치고 오르는 오른쪽 지름길을 택하자. 체육공원에서 다시 한굽이 올라 삼각점이 위치한 170봉과 크고작은 돌탑 5기가 서 있는 사거리 안부를 올라서면 53사단 철책과 만난다. 산길은 철책과 나란히 달린다. 철책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일까. 철책 안의 새 울음소리가 유난히 크다.
산길은 점차 가팔라진다. 곧 갈림길. 군부대는 좌측으로 산꾼들을 유도하지만 열에 아홉은 우측으로 오른다. 유격장 장애물이 잇따라 나와 볼거리가 되는 데다 두 길이 이내 만나기 때문이다. 

 너덜을 지나 힘들게 바윗길을 오르면 바위전망대. '옥녀봉'이라 적힌 정상석이 서 있다. 마치 약속이나 한듯 사람들이 이곳저곳에 걸터 앉아 간식을 먹으며 해운대 앞바다를 바라본다.

옥녀봉. 
옥녀봉에서 내려다본 풍광.
중봉.
중봉에서 본 장산 정상.

8분 정도 뒤 안부에 닿고 다시 10분이면 분 뒤면 중봉(381m)에 도착한다. 운치있는 소나무 아래 암봉에 서면 좌측으로 장산이, 정면으로 구곡산이 보인다. 3~4분 뒤 갈림길. 우측으로 가면 폭포사 방향이다. 장산 밑 갈림길은 이곳에서 10여 분 뒤 도착한다. 우측 방향은 8부 능선길로 억새군락지로 향하는 길. 산행팀은 정상으로 가기 위해 직진한다. 15분 정도면 장산 정상에 닿는다. 군시설물 때문에 정상부분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약간 허탈하지만 장쾌한 조망에 이내 맘이 확 달라진다.

 봉래산 천마산 황령산 금련산 구덕산 엄광산 등과 기장 앞바다, 송정 해운대 광안리 심지어 북항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엄광산 옆으론 영남의 젖줄 낙동강도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쯤되면 최고의 조망이 아닐까.

장산 정상. 군부대가 안타깝게도 주둔해 있다.

이제 발걸음을 좌측, 즉 시계방향으로 옮긴다. 왼쪽엔 선바위 3개가 나란히 
키재기를 하고 있다. 한 굽이를 틀면 그간 보이지 않던 백양산 금정산과 수영강 온천천이 보이고 조금 더 나아가면 철마산 문래봉 곰내재 함박산 천마산 달음산 일광산 산성산 등 기장의 산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제 숲으로 들어선다. 7분 뒤 갈림길. 희미한 오른쪽 방향으로 발길을 옮기면 10m 뒤 군작전도로를 만난다. 산행팀은 왼쪽 내리막길로 향한다. 10여 분 뒤 또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은 반여동 하산길, 산행팀은 우측으로 향한다. 지금부터 철조망과 함께 '과거 지뢰지대'란 팻말이 붙어 있으니 산길을 벗어나지 말자.

 산길 왼쪽에 멋진 전망대가 있다. 주 산길에서 3분 정도 걸리는 이곳 입구 맞은 편엔 군부대 문이 있으니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곳에 서면 운봉산과 개좌산 철마산 곰티재 함박산 문래산 달음산 석은덤 대운산 일광산 영축산 신불산이 펼쳐진다.

 5분 뒤 군작전도로 사거리를 만난다. 직진한다. 오른쪽은 옛 장산목장터. 하지만 지금은 온통 억새 군락지로 변해있다. 10분 뒤 헬기장. 입구엔 인공위성 사진으로 만든 장산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다.

 안내판 맞은편에는 오래 전 이곳 주변에 산불이 발생, 느티나무 등을 심었다는 기장군의 안내문도 보인다. 아마도 이곳이 해운대구와 기장군의 경계쯤 되는 듯하다.

 왼쪽 방향으로 향하면 안적사 방향, 산행팀은 우측 임도를 따라 구곡산 방향으로 향한다. 저 멀리 기장 앞바다가 막힘없이 펼쳐진다. 포장로를 따라 내려가는 커브길에선 좌측 산길로 접어든다. 우측 저 멀리 방금 지나온 장산이 손에 잡힌다.

 구곡산 정상은 20여 분 뒤 올라선다. 정면으로 송정해수욕장, 좌측으로 기장 앞바다, 우측으로 해운대 신시가지와 해운대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최고의 전망대로 손색이 없다.

 하산은 우측 산길로 내려선다. 곧 포장로를 만난다. 장산마을을 지나면 갈림길. 왼쪽은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라 민간인 출입금지, 산행팀은 우측 폭포사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3, 4분 뒤 또 갈림길. 우측은 임도, 좌측은 산길. 임도는 편안하지만 단조로워 산길을 택한다. 15분 뒤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길로 내려선다. 날머리인 대천공원 김녕 김씨묘 앞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장산 추천 등산로

해운대 장산의 등산로는 다양하게 열려 있다. 반여동 반송동 우동 좌동 신시가지 등 어느 곳에서나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코스를 제외하고는 산길이 완만해 가족산행 코스로 제격이다. 산행 도중 힘이 부치면 쉽게 하산할 수 있는 길도 많다.
△대천공원 폭포사 코스
가장 보편적인 코스인 동시에 가장 애용되는 등산로다. 해운대 신시가지 내 대천공원에서 출발해 삼림욕장을 거쳐 폭포사입구~중봉~장산 정상으로 오르기도 하고 폭포사에서 장산폭포~체육공원을 지나 안부를 거쳐 중봉과 장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하산은 우동이나 재송동 반여동 등 어느 쪽으로 내려가도 관계없다.
△반송동 코스
아랫반송 쪽 청운아파트를 시작으로 반송초등학교~장산약수터~철탑~군진지~옛 목장터~너덜겅을 지나 장산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 이 코스의 백미는 너덜겅 지대. 장산 정상에서 정상 뒷길을 거쳐 반여3동 체육공원 쪽으로 하산하면 4시간 정도 걸려 하루 산행으로 적합하다. 또 장천암에서 군진지로 올라가는 길도 있다. 윗반송 쪽에선 운봉사에서 돌탑을 거쳐 억새밭~정상 뒷길을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애용된다.
△재송동 코스
장산 정상으로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 하지만 급경사 직진코스라 초보 산행자에겐 약간 힘들다. 옛 5-1번 버스종점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동국아파트. 이곳에서 바로 산길이 열린다. 아스팔트길이 싫고 시간절약을 위해서라면 마을버스를 타고 동국아파트에서 내리면 된다. 또는 옥천사에서 촛대바위를 거쳐 장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반여동 코스
반여3동 체육공원에서 관음사를 거쳐 바로 정상으로 가는 길과, 전망대~정상 뒷길을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또 시내버스 52-1, 144, 44번 종점에서 10분 거리인 반여초등학교에서 장산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도 있다. 이 코스 또한 정상으로 향하는 짧은 코스 중의 하나다.
△우동 코스
삼호아파트에서 촛대바위를 거쳐 정상으로 가는 길과, 우2동사무소에서 성불사를 거치든지 아니면 중봉을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또 운촌경로당에서 간비오산봉수대와 체육공원~중봉을 거쳐 장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운촌경로당은 운촌 버스정류장에서 1분 거리이고 지하철 2호선 동백역에서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기장 코스
두 가지 등산로가 있다. 오신마을에서 안적사를 거쳐 억새밭~정상 뒷길을 거쳐 장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있고 오신 앞 대장군집에서 감딤산을 지나 억새밭에서 만나는 길이 있다. 특히 구곡산에서는 송정과 기장 앞바다 등 동해바다가 광활하게 펼쳐진다.

부산 기장군, 보석같은 능선 5시간 산행
하산길의 의양골 계곡 '숨은 진주' 발견


20일은 춘분. 완연한 봄이다.

얼어붙은 대지 곳곳에 봄이 움트고 있다. 삭풍이 몰아치던 마을 뒷산 언덕바지에는 나물 캐는 아낙네가 삼삼오오 모여 있고 겨우내 숨죽은 듯 잠잠하던 숲은 새소리에 조금씩 깨어나고 있다.

514봉에서 본 달음산(우측 제일 높은 암봉).

양지바른 너른 터에는 야생화가 이미 고개를 내밀었고 파란 새싹은 애기 손톱 크기로 자라났다.

봄을 좀 더 몸으로 빨리 느끼려면 산만한 데가 없다. 혹자들은 산이 언제나 그 자리에 변함없이 그대로 있다고 느끼겠지만 아침 저녁 다르고 365일 시시각각 변신하는 곳이 산이다.

올들어 부산의 야생화 마니아들은 지난달부터 야생화를 찾으러 부산의 온 산을 구석구석 누볐다. 가장 먼저 가시적인 성과를 올린 곳이 바로 기장 철마산. 그 만큼 빨리 봄이 찾아온다.

흔히 부산의 산 하면 십중팔구는 금정산을 떠올린다. 분명 산세로는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빠질 것 없는 명산이지만 도심의 산이라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 이제는 ‘유원지화'된 느낌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최근 그 대안으로 기장의 산을 많이 찾는 추세다.

동해바다와 인접한 기장에는 의외로 산이 많다. 금정 백양 황령 등 기장을 제외한 전 지역의 산을 합해도 수적인 면에서 버금간다.

동부의 천마산 아홉산(철마) 일광산 달음산을 비롯 서부 철마산 거문산 공덕산, 남부 개좌산 운봉산 아홉산(회동), 북부 백운산 망월산 용천산 석은덤 등등. 한눈에 압도될 만큼 고봉준령은 아니지만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수수하다. 그래서 더 정감이 간다.

이들 산은 대부분 능선으로 이어져 종주산행이 가능하다. 달음산~철마산으로 이어지는 8~9시간의 동서코스는 금정산~백양산의 그것에 버금가고, 백운~철마산의 남북코스 또한 보석같은 능선길이다.

 이번 주 산행팀은 거문산~철마산을 찾았다. 기장의 모든 산뿐 아니라 동해바다 금정산 대운산 영남알프스 등 부산과 동부경남 일대의 이름깨나 있는 산의 물결을 죄다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하산길에 만나는 의양골 계곡은 부산에도 이런 계곡이 있었나 할 정도로 유량이나 규모 면에서 놀랄 만큼 아름답다.

산행은 부산 기장군 철마면사무소~와여마을~하우스 민가~514m봉~거문산 정상~500m봉~임도~소산벌(마을)~소두방재(삼거리)~억새군락지(574봉)~임도(차단기)~철마산 정상~계곡(의양골)~임기마을 식수사용 표지판~임도~지장암 갈림길~임기마을~임기버스정류장(7번 국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 정도.



 철마면사무소 정류장에 내리면 사거리. 면사무소를 지나면 갈림길. 정면의 산이 거문산. 왼쪽 와여마을로 향한다. 마을주차장을 지나 ‘철마가든정육점'을 끼고 우측으로 향한다. 미륵사를 지나면 갈림길. 왼쪽 휘어진 길로 오른다. 임도 차단기를 넘어 직진한다. 하우스 민가를 지나면서 본격 산길이 시작된다. 곧 갈림길. 우측 오르막길로 향하면 사거리 고갯길. 직진하면 백기마을, 산행팀은 양지바른 무덤 뒤로 난 길로 능선을 타고 오른다. 이 정도면 들머리를 제대로 찾은 셈.

소나무가 한결같이 곧게 뻗은 모습이 시원하다. 신길은 점차 좁아진다. 왼쪽 아래에 다시 저수지. 결국 저수지를 축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에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10분 뒤 길 찾기 유의할 곳. 능선길로 치고 오르는 심한 오르막길이 우측에 열려 있다. 무심코 가다간 그냥 지나치기 쉬우므로 꼭 국제신문 노란 안내 리본을 살피자.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경사가 심하다. 거의 숨이 넘어갈 정도다. 25분 정도 지속된다. 마침내 514봉. 참호 모양의 큰 홈이 파여 있다. 주변이 온통 산의 파노라마다. 왼쪽 거문산, 정면 매바위 용천산 문래봉 석은덤. 몇 걸음 우측으로 자리를 옮기면 함박산 달음산, 그 우측으로 아홉산 일광산 장산이 덤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본격 거문산으로 간다. 억새와 송림이 반복된다. 15분이면 닿는다. 정상석이 없어 산행팀은 ‘거문산 545m'라고 적은 리본을 걸어 놓았다.

향후 오를 철마산은 왼쪽 방향. 능선이 곧 바로 연결돼 있지 않아 산중 마을인 소산벌을 거쳐야 한다. 낙엽길을 따라 15분쯤 걸으면 갑자기 시야가 트인다. 소산벌로 내려가기 위한 끄트머리 500m 암봉이다. 소산벌이 한눈에 보이고 산 아래 골프장인듯 파헤쳐진 곳이 시명산 자락이다.

6분 뒤 소산벌 입구 솔밭. 최근 나무를 베어 길을 낸 흔적이 역력하다. 곧 임도를 만난다. 임도를 버리고 우측 마을로 향한다. 길은 신기하게도 조개껍데기로 덮여있다. 우측은 표고버섯 재배 하우스. 300m쯤 가면 왼쪽으로 철마산 가는 길이 열려 있다.
억새 오름길이다. 20분 뒤 삼거리. 소두방재다. 좌측으로 간다. 우측은 매바위 망월산 백운공원묘지 가는 길이다.

10분 뒤 멋진 전망대(574m)를 만난다. 진행방향으로 정면 철마산과 장군봉이 우선 눈에 띈다. 가장 멀리 보이는 신어산, 그 앞 오봉산 토곡산 선암산(어곡산) 천마산 염수봉이, 그 앞 능선이 낙동정맥인 운봉, 천성 1, 2산, 그 뒤 정족산, 울산 문수산 남암산, 그 앞 대운산 시명산이 보이고, 뒤돌아보면(동쪽) 문래 치마 함박 달음산이, 남쪽에는 방금 지나온 거문 개좌 운봉 아홉 황령 금련 엄광 구덕 백양 금정산 상계봉이 산의 물결을 이룬다.

소두방재를 지나면 만나는 철마산의 자랑 억새군락지(574봉)에서 바라본 주변 풍광. 저 멀리 법기수원지 뒷산인 운봉산에서 천성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맨 우측 푹 꺼진 잘록이가 은수고개이다.

위 사진과 같은 장소인 억새군락지(574봉)에서 오르다 잠시 뒤돌아보면 달음산(가운데)과 그 우측으로 천마산 문래봉(치마산)이 보인다. 달음산 왼쪽 아래가 신도시인 정관이며 그 뒤로 동해바다의 물결이 일렁인다.


여기서 억새군락지를 지나 20분 정도 걸으면 임도. 소산벌 입구에서 임도 차단기로 이어지는 길이다. 계속 임도를 따라 가면 매바위 망월산 백운산 가는 길이어서 차단기 옆 내리막 산길로 향한다.

20여분 뒤 갈림길. 철마산 정상은 좌측, 우측길은 정상에 오른 후 다시 내려와 하산하는 길이다. 철마산 표찰이 나무에 걸려있다. 참고하길. 3분이면 정상에 선다.
605m라고 적힌 정상석이 서 있다. 발 밑으로 금정경륜장 금정체육관 노동포지하철역이, 정면(동쪽)으로 거문산이, 남쪽으로 회동수원지가 확인된다.

부산도 산의 도시이다. 철마산 정상에서 본 부산의 봉우리들이 산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왼쪽 거문산, 그 뒤 장산, 그 우측으로 황령산이 보인다.

하산길은 왔던 길로 3분 정도 내려가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간다. 시종 내리막길이다. 일부 구간에선 길 찾기가 애매모호하므로 노란 안내 리본을 따라가자. 30여 분 뒤 계곡과 만난다. 의양골이다. 이때부터 계곡따라 내려가면 된다. 유량도 풍부하고 너른 반석이 이어져 경관이 수려하다. 몇 차례 계류를 건너면 ‘임기마을 식수사용'이라 적힌 팻말이 붙어있다. 계류를 따라 14분이면 임도에 닿는다. 사실상 산행 끝. 지장암 입구를 지나 15분이면 임기마을에 닿고 여기서 임기교를 건너 임기버스정류장까지는 다시 15분 걸린다.

# 철마산 정상석과 관련된 일화 하나

 얼마 전 '부산 5산 종주'를 세 차례에 걸쳐 끝낸 기자는 두 번째 구간 마지막 봉우리인 부산 기장군 철마산을 어둠이 시작되는 오후 7시께 올랐다.  

 조그만 정상석과 커다란 정상석이 나란히 서 있었다. 문득 기자는 4년 전 이들 정상석 때문에 큰 곤혹을 치렀던 생각이 떠올라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커다란 정상석이 생기기전 철마산 정상. 가운데 우뚝 솟은 봉우리가 달음산이며 그 앞으로 문래봉, 소산벌이 각각 확인된다. 
새롭게 세워진 커다란 정상석과 기존의 조그만 정상석. 이 커다란 정상석 때문에 산행팀은 상당히 애를 먹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산행팀은 4년 전인 2005년 3월 거문산~철마산 코스를 소개했다. 당시 산행팀이 철마산에 올랐을 땐 지금의 커다란 정상석 대신 바로 옆의 조그만 정상석만 하나 달랑 있었다.

 문제는 산행팀이 다녀간 뒤부터 신문에 소개되기까지의 10일 정도 되는 기간 중에 부산의 '철마거문산악회' 회원들이 조그만 정상석 바로 옆에 커다란 정상석을 세웠다는 것. 산행팀은 거문산~철마산 기사가 나가기 전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평소에는 전혀 취급하지 않던 정상석 사진을 그날따라 신문에 게재까지 했으니 여러 곳에서 문의전화가 올 수밖에.
 전화내용이 거의 다 이랬다. "산행팀 정말로 철마산에 간 것이 확실합니까" 아니면 "신문에 난 그 사진은 언제적 사진입니까". 기자가 변명 아닌 변명을 한 것은 당연지사.

 신문을 보고 철마산을 찾은 한 지인은 신문에도 없는 커다란 정상석이 새로 생긴 사실을 보고 그날 정상에서 모두들 "국제신문 산행팀이 정말 다녀간 것 맞냐"는 뼈있는 농담을 했다고 전했다.

 아마 문의전화가 한달쯤 계속된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사건(?)이었다

# 교통편 - 마을버스 타고 면사무소 하차

들머리와 날머리가 달라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온다. 금정경찰서 범어지구대와 금정중학교를 지나면 마을버스정류장. 여기서 2번 버스를 타고 철마면사무소 앞에서 내린다. 20분 정도 걸린다. 버스는 부산산업보건센터 맞은 편과 노포동 지하철역 앞에서도 정차한다. 참조하길. 출발시간은 오전 7시25, 8시5, 8시45. 9시40, 10시25분.

날머리 임기버스정류장에서는 부산으로 가는 모든 버스를 타고 노포동지하철역에서 내리면 된다. 247, 37, 50, 301, 147, 58, 301-1번 등이 있다.

부산시 기장군 아홉산~함박산~곰내재~문래봉~철마산
산악마라톤 코스인 임도 대신 능선길 이어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7시간 5분 대장정
산행 내내 광활한 동해바다, 감동의 물결
574봉 인근 부산의 알려지지 않은 억새군락지
시종일관 낮은봉 오르락내리락 잔재미

아홉산으로 가는 도중 만난 산불초소가 서 있는 너른터에서 본 기장군의 대장산인 달음산(왼쪽 암봉)과 광활한 동해바다로 튀어 나온 고리원전(흰 건물). 사진상으로 보이진 않지만 우측으로 일광산이 포진해 있다.

천고마비의 계절, 저 멀리 부산 5산 종주의 시점인 해운대 장산이 보인다.

 까마중(왼쪽)과 고들빼기.
아홉산 정상. 저 멀리 동해바다가 펼쳐져 있다.

곰내재공원, 인근에는 지난해 동물이동 통로인 함박생태터널이 생겼다.

곰내재공원의 안과 밖. 옛날 배우사진과 LP판이 눈길을 끈다.

소산벌(마을)과 거문산(왼쪽). 옛날 동래와 정관을 잇는 고갯마루인 소두방재.
억새가 흩날리는 574봉에 서면 최고봉인 달음산에서 오른쪽으로 천마산 함박산 문래봉이 잇따라 보이고, 그 뒤로 희미하나마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574봉에서 철마산 가는 길은 부산의 숨은 억새군락지라 해도 손색이 없다.
철마산 정상.
철마산 하산 중 내려다 본 부산의 야경. 정면으로 백양산(왼쪽)과 금정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해운대 장산에서 출발한 부산 5산 종주 두 번째 구간은 모두 기장군에 속해 있다.

동해바다를 끼고 있는 기장군의 내륙에는 의외로 산이 지천이다. 실제로 기장군을 제외한 부산 전역의 산을 합해도 수적인 면에서 기장군이 한 수 위다. 기장의 동쪽 동해바다엔 광활한 파도가 일렁이지만, 기장 내륙엔 산의 물결로 넘쳐난다. 하지만 이를 아는 산꾼은 사실 드물다.

기장의 산은 최고봉인 철마산(605m)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봉우리가 300~500m대로 고만고만한 동네 뒷산 정도다. 이 점이 되레 장점으로 다가와 그리 힘들이지 않고 산을 오르내리며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찾는 산꾼도 생각보다 적어 호젓한 산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이다.

5산 종주 두 번째 구간의 산행은 기장군 기장읍 쌍다리재~(용천지맥길)~320봉~일광산 테마임도(정자)~아홉산·일광산 갈림길~263봉~테마임도(다리 공사중)~산불초소~테마임도~아홉산(360m)~테마임도~체육시설(정자)~함박산·곰내재 갈림길~함박산(457m)~곰내재(함박생태터널)~문래봉(511m)~소산벌~소두방재~574봉~억새군락지~임도(차단기)~철마산(605m)~기장군 철마면 입석마을~송정리 송정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7시간5분 되는 긴 산행이다. 갈림길이 워낙 많아 헷갈리지만 리본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면 무난히 산행을 마칠 수 있을 듯하다.


이 구간의 5산 종주 산악마라톤 코스는 거의 대부분 임도로 이어지지만 산행팀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능선을 이었음을 밝혀둔다.

재부 함북도민 공동묘지인 영락동산에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넌다. 기장과 반송을 잇는 14번 국도로 이 지점을 흔히 쌍다리재라고 부른다.

산악마라톤 코스는 여기서 우측으로 향하지만 이 길은 일광산 테마임도까지 연결되는 임도의 연속이여서 산행팀은 횡단보도를 건너 좌측 '무인카메라 단속중'이라 적힌 안내판 옆 포장로로 발길을 옮긴다. 용천지맥길이다. 100m쯤 오르면 갈림길. 직진하면 부산진교회 부활동산, 산행팀은 왼쪽 산길로 향한다.

10분 뒤 숲을 벗어나자마자 이내 갈림길. 왼쪽으로 잡풀을 헤치고 나아가면 시야가 트인다. 좌측으로 금정산 고당봉과 장군봉 계명봉 토곡산이, 그 앞으로 윤산이 확인된다.

이어지는 산길. 가을 전령 억새가 흩날리는 가운데 길섶에는 쑥부쟁이 등이 보이고 시선을 우측 저 멀리 돌리면 광활한 동해바다가 가슴에 와 닿는다. 뒤돌아보면 장산이 손에 잡힌다. 산악마라톤 코스는 산행팀이 걷는 등산로 우측 10~15m 떨어진 지점에서 나란히 달리며 어떤 지점에선 5m까지 접근하기도 한다.

너른터에선 임도와 만난다. 이 너른터 끝나는 지점의 갈림길에선 능선인 산길로 직진한다. 야산 수준의 조그만 봉우리를 살짝 넘는다. 고들빼기 짚신나물 이질풀도 보인다.

국제신문 2대 산행대장 최남준 씨가 걸어 놓은 '용천지맥 320m, 준·희'라고 적힌 팻말도 지난다. 이 팻말은 이후에도 길안내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320봉을 내려서는 도중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은 칼치재 운봉산 개좌산 방향,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향한다. 4분 뒤 일광산 테마임도와 만난다. 쉬어가라고 입구에 정자가 서 있다. 산악 마라톤 코스와 만나는 지점이다. 이후 마라토너들은 좌측 임도로 달려가지만 산행팀은 왼쪽 대각선 방향으로 임도를 가로지르며 산길로 올라선다. 입구에 '기장 MTB 경기코스'라는 팻말이 서 있다. 6분 뒤 갈림길. 바로 위에서 만나므로 무시한다. 한동안 호젓한 오솔길이 계속되다 '용천지맥 357m' 팻말을 지난다. 3분 뒤 시야가 트이는 갈림길. 조망이 기가 막히다. 기장군의 대장산인 정면 달음산을 기점으로 왼쪽으로 함박산(치마산) 곰내재 문래봉 철마산이, 함박산 앞쪽의 낮은 산이 아홉산, 함박산 우측 뒤로 용천산과 대운산 그리고 함박산 뒤 제일 높은 산이 천성산이다. 직진하면 바다 쪽인 일광산, 산행팀은 좌측 아홉산 방향으로 내려선다.   
 
급내리막길이다. '용천지맥 263m' 팻말을 지나 또 다시 내려서면 테마임도와 다시 만나지만 현재 공사 중이다. 철마와 일광을 잇는 도로가 건설 중이어서 그 도로를 가로지르는 테마임도 부분은 다리로 연결하기 위해 현재 공사 중이다. 해서, 우측으로 에돌아 테마임도로 가지 않고 산길로 들어선다.

7분쯤 숲길로 오르면 산불초소가 서 있는 그늘진 너른터에 평상이 하나 놓여 있다. 오래 전 정자가 있었지만 태풍으로 인해 날아가고 기둥만 남아 있다. 조망이 아주 좋아 왼쪽 달음산, 우측 일광산, 그 가운데 고리원전과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다시 200m대의 무명봉을 3개나 오르내리면 테마임도와 만난다. 연합목장으로 이어지는, 마라토너와 재회하는 지점이다. 임도를 따라 150m쯤 걸으면 좌측으로 안내리본과 함께 산길이 열려 있다. 12분이면 아홉산 정상에 올라선다. 오르는 길 주변 숲은 소나무 재선충에 의해 망가지고 있지만 3년 전과 마찬가지로 방치돼 죽음의 숲으로 변하고 있다. 정상에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장산에서 산성산을 거쳐 방금까지 지나온 능선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달음산과 동해바다도 역시 시야에 담을 수 있다.

이제 우측으로 내려선다. 정면으로 곧 오를 곰내재와 함박산이 보인다. 20분이면 다시 테마임도와 만난다. 우측으로 가면 임도 갈림길. 우측은 새로 조성한 임도, 산행팀은 직진한다. 7분 뒤 정자가 있는 체육시설에선 차단기 쪽으로 향한다. 10분 뒤 역시 정자가 위치한 체육시설. 왼쪽 임도는 마라토너들이 내달릴 곰내재 가는 길, 산행팀은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오른쪽 산길로 오른다. 곧 갈림길. 직진형 좌측으로 치고 오른다. 체육시설에서 19분. 길찾기에 유의해야 할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은 함박산을 오르지 않고 곰내재 가는 길, 산행팀은 우측으로 오른다. 치마산으로도 불리는 함박산은 사실 용천지맥에서 약간 벗어나 있지만 산행팀은 종주 개념으로 오르기로 했다. 7분 후 또 갈림길. 알고 보니 갈림길 뒤 숲이 삼각점이 숨은 함박산 정상이다. 여기서 오른쪽은 달음산 가는 길, 산행팀은 왼쪽 곰내재 방향으로 내려선다.

기장 철마와 정관을 잇는 고개인 곰내재는 30분이면 내려선다. 지난해 조성된 함박생태터널을 지나면 곰내재공원.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다. 여기서 길을 건너면 곧바로 산행이 이어진다. 입구에 '천마산'이라 적힌 표기는 '철마산'의 오기인 듯하다.

형제복지재단 건물 철망과 나란히 오른다. 30분 뒤 숨고르기를 하라며 경사가 한번 주춤한다. 알고 보니 문래봉 정상이다. '용천지맥 문래봉'이라 적힌 이정표가 없었다면 그냥 지나칠 뻔했을 정도다. 숲 사이로 저 멀리 철마산이 보인다.

이제 내려선다. 습기 머금은 축축한 길과 지계곡 그리고 산죽을 잇따라 지나면 정면으로 마을이 하나 보인다. 산중 마을인 소산벌이다. 곰내재와 거문산 철마산을 잇는 간이역인 셈이다.

산기슭에 닿아도 마을로 내려가지 않고 산길로만 따라간다. 울산 박씨묘를 지나 묘지 4기가 있는 지점에서 우측으로 열린, 리본이 많이 걸려 있는 산길로 향하면 이정표를 만난다. '거문산 정상' 방향으로 직진하면 또 갈림길. 우측 '5산 종주 울트라마라톤'이라 적힌 리본이 보이는 쪽으로 간다. 4분 뒤 또 갈림길. 좌측 거문산으로 가는 너른 길 대신 우측 소두방재 방향으로 향한다. 20m쯤 뒤 갈림길에선 우측 억새 오름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마라토너들은 거문산 방향으로 가다 임도를 만나면 우측으로 간다.

옛날 정관사람들이 동래 쪽으로 넘나들던 고갯마루였던 소두방재는 16분이면 오른다. 우측은 망월산 백운산 가는 용천지맥, 산행팀은 여기서 용천지맥길을 버리고 좌측 철마산으로 향한다. 잠시 뒤돌아보면 백운산 용천산 망월산, 그 뒤로 천성산이 보인다.

12분 뒤 574봉. 주변 산들을 죄다 확인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정면으로 철마산과 금정산 고당봉이, 그 왼쪽으로 거문산 문래봉 함박산 천마산 달음산이 확인된다. 이곳 주변은 또 부산서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억새군락지. 멋진 조망까지 포함한다면 개인적으로 장산 억새밭보다 한 수 위라 평가하고 싶다.

억새길을 따라가다 보면 갈림길을 만난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좌측으로 내려서면 임도 차단기로 내려선다. 마라토너들이 소산벌에서 소두방재를 거치지 않고 달려간 임도와 만나는 지점이다.

임도를 건너 이제 철마산을 향한다. 도중 정관 임기마을로 가는 하산길이 있지만 무시하고 애오라지 직진만 하면 26분 뒤 정상에 올라선다. 크고 작은 정상석이 하나씩 서 있는 이곳에 서면 이웃한 거문산과 회동수원지, 발밑에는 금정경륜장 등이 보인다.

하산은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우정밀' 방향으로 내려선다. 밧줄에 의지하는 등 시종일관 급내리막길의 연속이다. 이후에는 '입석마을' 방향의 이정표를 따라야 한다. 55분 뒤 철마면 입석마을에 닿고, 여기서 송정리 버스정류장까지는 14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기장군, 등산 안내판 하루빨리 정비해야

산행팀은 '부산 5산 종주' 두 번째 구간을 그동안 지면을 통해 띄엄띄엄 소개했다. 철마산~거문산, 함박산~석은덤, 달음산~아홉산, 철마산~백운산 하는 식으로. 해서, 모든 산길은 아니지만 정상은 한번씩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봉우리가 하나 있다. 바로 아홉산이다.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소나무 숲은 온통 재선충에 의해 망가지고 있지만 어디 하나 손 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기장군은 테마임도를 지금도 홍보를 하면서도 테마임도에서 5분만 오르면 빤히 보이는 아홉산 죽은 송림은 왜 방치하고 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또 한 가지. 기장군의 등산 이정표도 문제다. 산성산과 수령산이 같은 산이면 이정표를 통일해야지 대형 안내판에는 산성산이라 표기하고, 조그만 팻말에는 수령산이라 적고 있다. 한 번만이라도 '산성산(수령산)'이라고 표기했으면 큰 혼란을 야기시키진 않았을텐데.

산행팀은 산성산 정상 직전 '기장산성'이라는 안내판을 보고서야 오래 전에 산성이 있었구나 하는 확신을 가졌다. 하지만 정작 정상석에는 '수령산(성산)'이라 음각돼 허탈감을 안겨줬다.

이정표에 적힌 내용도 엉터리였다. 소산벌~소두방재 구간은 산행팀의 경우 16분 걸렸지만 이정표에는 6분으로 적혀 있질 않나, 임도 차단기에서 우측 방향으로 망월산 백운산이 위치해 있지만 백운산은 좌측으로 표기돼 있는 등 속된 말로 '개판 5분 전'이다.

이해할 수 없는 정상석도 하나 만났다. 소두방재에서 임도차단기를 건너 오르면 만나는, 조망이 아주 빼어난 574봉에 난데없이 세워져 있는 '당나귀봉'이라고 적힌 정상석을 두고 한 말이다.

무릇 산 이름은 산아래 마을사람들이 산세나 산의 모양 그리고 지명 전설 등을 근거로 하여 명명하거나 고서에 표기된 이름을 찾아 복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당나귀봉'은 한마디로 난센스라는 것이 동행한 산꾼들의 견해였다. 부산의 모 단체가 지난 8월말 세운 이 정상석 뒷면에는 이 당나귀봉이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의 약어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산깨나 좀 탄다는 산꾼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 발생했다"며 "굳이 정상석을 세우려면 574봉이 철마산의 전위봉임을 감안할 때 '가지산 중봉'처럼 '철마산 중봉'이나 소산벌 뒷산이기 때문에 '소산봉'쯤으로 명명했다면 모든 산꾼들이 수긍하며 박수를 쳤을텐데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 교통편 - 183, 188번 타고 만화리 쌍다리재에서 하차

들머리 기장군 기장읍 쌍다리재(만화리 영락동산)로 바로 가는 버스는 183, 188번. 이 두 버스를 못 탈 경우 73, 115-1, 129, 129-1, 189, 189-1번을 타고 (옛)반송검문소 버스회차 지점에서 내려 길을 건너 183, 188번으로 환승하면 된다.

날머리 기장군 철마면 송정리 송정버스정류장에선 노포동종합버스터미널행 2-3번 마을버스를 타면 된다. 15~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밤 11시 넘도록 운행한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야~호! 도심 조망 끝내줘요, 4시간30분 소요
능선따라 잇단 전망대 사방천지 눈요깃거리
저 멀리 1300리 낙동강물 봄볕에 졸고 있어
 
 부산에서 활동 중인 한 가이드 산악회 회장단의 하소연. "부산 인근의 근교산을 목적지로 택하면 도무지 사람들이 찾지를 않아요. 그렇다고 매주 먼 곳으로만 갈 수는 없잖아요. 부산 인근에 괜찮은 산이 얼마나 많은데. 산을 산 그 자체로 접근해야 하는데 하여튼 안타깝네요."

이에 대한 한 산꾼의 반론. "근교산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떠날 수 있잖아요. 하지만 3시간 이상의 거리에 위치한 먼 산은 운전하기가 벅차 주로 가이드 산악회를 이용하지요."

둘 다 옳으신 말씀. 세상사가 그렇듯 '물 좋고 정자 좋은', 그야말로 사람 입맛에 딱맞는 산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만일 산행팀에게 이에 대한 견해를 묻는다면 생뚱맞게 이렇게 답하겠다. "그때 그때 달라요!" 어쩌면 영원히 평행선을 내달리는 딜레마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이번주 산행팀은 부산을 뜨지 않고도 신나게 내달리며 산과 바다 그리고 부산도심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코스를 잡았다. 내고장 넓게 보기로 안성맞춤인 엄광산~수정산 능선길이다.

인근 주민들에겐 '동네 뒷산' 정도로 여겨지지만 부산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이 능선길은 부산진구 동구 사상구 강서구 중구 서구 등 부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부산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엄광산~수정산 능선길은 부산항과 낙동강 그리고 강서 사상 부산진 중 서구 등 부산도심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전망대다. 엄광산 상봉으로 가는 도중 능선에서 불쑥 튀어 나온 두 개의 전망대 중 한 곳에서 다른 한 곳 전망대를 바라본 모습. 동서고가도로가 능선과 평행하게 달리고 경부선 철도는 산허리를 돌아 구포로 향하고 있다. 발아래는 강서 사상구 일대 시가지. 낙동강도 희미하게 보인다.

산행은 부산 사상구 학장동 (주)세원 건너편에서 시작, 298m봉(돌탑)~잇단 전망대~삼운정 약수터 갈림길~483m봉~KT부산통신망운용국 엄광산중계소~임도~엄광산 정상~낙동정맥 갈림길~삼각점(돌탑)~헬기장(구봉산 갈림길)~산불초소~샘터(체육공원)~산불초소~체육공원~옛 성터~헬기장~수정산 정상~산불초소~마을입구(범일6동) 산불초소~성북고개 순. 걷는 시간만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서대신동에서 구덕터널을 지나 학장동 축산물도매시장 또는 (주)세원 건너편에서 버스를 내려 진행방향으로 50m쯤 간다. 정면에 'POINT'라고 적힌 낚시점 큰 간판이 보이면 오른쪽으로 간다. 도로공사 중이다. 계단을 오르며 직진한다. 시멘트 계단이 시작될 무렵 키 작은 가로등 앞에서 아름드리 큰 소나무가 보이는 우측으로 간다. 들머리는 찾은 셈.

나무계단을 오른다. 우측 건너편 구덕산 승학산의 몸집이 우람하다. 25분 뒤 세갈래길. 왼쪽은 주례3동 럭키아파트에서 올라오는 길, 오른쪽은 정면의 298m봉을 오르지 않고 우회해서 엄광산으로 가는 길. 산행팀은 298m봉으로 직진한다. 10여분 뒤 298m봉. 너른 터에 3m쯤 되는 돌탑이 서있다. 사상 구민들이 낙후된 이 지역의 번영을 기원하며 1년 전에 쌓았다고 한다.

엄광산 298봉의 대형 돌탑. 사상구민들이 사상구의 번영을 기원하며 5년 전에 세웠다.

곧  좌측에 전망대. 엄광산~수정산 능선이 흔히 동서고가도로라고 불리는 제2도시고속도로와 동서방향으로 나란히 달리고 있다. 도시고속도로 밑으로 경부선 철도가 X자 모양으로 산허리를 돌아 구포로 향하고, 1300리를 내달려온 낙동강 물줄기는 봄볕에 졸고 있다. 정면에는 바위산인 삼각산과 그 뒤 백양산. 경부선 철도와 가야로가 건설되기 전에는 지금의 냉정 지하철역 인근의 냉정고개가 금정~백양~삼각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과 엄광산의 연결고리였다. 한 능선으로 이어졌다는 것.

이제부터 능선을 따라 길 왼쪽에 있는 잇단 전망대에서 사상구 부산진구의 시가지를 꼼꼼히 볼 수 있다. 발밑 경남정보대에서 우측 저 멀리 황령산도 확인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 소나무가 수난을 겪고 있다. 하나는 최근 100년 만에 내린 폭설로 인해 굵은 가지가 꺾여 매달려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또 하나는 재선충 피해로 벤 나무를 비닐로 덮어 훈증처리를 하는 모습이 족히 50개는 넘어 보인다.

엄광산 산행 도중 바라본 눈덮인 구덕산 시약산과 그리고 우측 뒤 승학산 일부. 품새와 위용이 영남알프스 못잖게 헌걸차다.

 30분쯤 후 무명암봉에 이르면 이번에 우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구덕산 시약산 승학산 옥녀봉 천마산 암남공원과 방금 지나온 능선이 보인다. 이내 너른터. 483m봉이다. 왼쪽에 기가 막힌 전망대 두 개가 10m 간격으로 각각 고개를 내밀고 있다. 오금이 저릴 만큼 전망이 빼어나다.

산에서 본 부산진구 일대. 자세히 보면 부산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동서고가도로와 경부선 철길이 산행팀이 걷고 있는 산줄기와 나란히 내달린다.

이어지는 내리막. 백양터널 접속도로와 동의대, 롯데백화점, 초읍 어린이대공원, 양정 화지산, 배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10여분 뒤 도로. 꽃마을에서 KT부산통신망 엄광산 중계소로 가는 길. 도로로 내려서지 않고 왼쪽 마른 억새길로 간다. 5분 뒤 중계소 정문을 지나 20m쯤 간 후 왼쪽 산길로 오른다. 곧 임도. 오른쪽은 꽃마을 승학산, 왼쪽은 수정산 민주공원 방향. 

엄광산 정상. 과거에는 일본인이 고원견산으로 불렸다.

 오른쪽으로 150m 가면 엄광산(嚴光山·504m) 정상석이 서있다. 일본인이 명명, 고원견산(高遠見山)으로 불리다 지난 1995년 '부산을 가꾸는 모임'이 펼친 '옛 이름 찾기운동'으로 엄광산이란 이름을 비로소 되찾았다. 전망이 탁월해 한눈에 정면의 구봉산, 민주공원 용두산공원 천마산 봉래산 해양대(조도) 태종대 신선대부두 이기대 동아대병원 경남고 등이 확인된다.

여기서 진행방향으로 계단을 내려가면 꽃마을. 산행은 임도를 따라 반대방향으로 간다. 10분 뒤 왼쪽으로 지능선이 하나 뻗어 있다. 앞서 설명한 삼각산에서 낙동정맥길이 올라오는 길. 백병원 인근 벽산아파트와 만난다. 100m 떨어져 돌탑과 삼각점이 있으니 정확한 위치 확인해보길. 정면에 동의대 뒤 가야봉과 그 오른쪽에 수정산이 보인다.

이제 내리막. 폭이 넓은 임도급의 산길이다. 10여분 뒤 헬기장. 우로 가면 구봉산을 거쳐 민주공원으로 이어진다. 왼쪽 수정산 방향으로 간다. 산불초소 앞 전망대가 있다. 혹자는 통일교 구국기도 제단이라 한다.

곧 바위 밑 샘터. 물 한잔을 들이키고 왼쪽으로 간다. Y자형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공동묘지 옆 산불초소를 지난다. 길찾기 유의할 곳 하나. 10분쯤 뒤 돌탑. 산행길은 돌탑 조금 못미처 오른쪽이다. 김해 김씨묘를 지나면 제대로 찾은 셈.
   
체육공원을 지나면서 첫 이정표를 만난다. '수정5동 체육시설' 방향으로 직진한다. 수정산으로 향하는 본격 오르막이다. 곧 옛 성터와 헬기장, 봉화대 모양의 대형 돌탑을 잇따라 지나 10분 정도 능선길을 내달리면 수정산(315m) 정상. 뾰족한 기암괴석 암봉의 축소판 바로 옆에 최근 정상석이 새롭게 세워져 있다. 발아래는 동의대.

이제부터 능선을 따라 간다. 도중 갈림길을 만나지만 각각 '범일6동', '아란야사' 방향으로 간다. 산행은 거의 막바지. 체육공원을 지나 10여분 뒤 마을입구 산불초소. 여기서 주도로인 성북고개까지는 5분 걸린다. 산행대장=이창우

#교통편-구덕터널까지 버스·지하철 이용 가능

들머리는 부산 사상구 학장동. 구덕터널을 지나 축산물도매시장 또는 (주)세원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한다. 67, 161, 15, 8, 309번이 있다. 지하철 1호선 동대신동역에서 1번 출구(구덕운동장, 동아대병원 방향)로 나와 택시를 이용해도 된다.

날머리 부산 동구 범일6동 성북고개는 수정동 산복도로에서 옛 교통부 보림극장으로 이어지는 도로의 한 구간. 동래쪽으로 가려면 길 건너 버스를 타고 부산상의 앞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면 된다. 38, 86, 87, 186번 버스가 정차한다.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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