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이국음식점(4) - 베트남식당 '호아빈 해운대점'

- 간편한 건강 외식 아이템 마니아층 두꺼워져

매운 해산물 쌀국수.
 

세계 요리 양대 산맥인 프랑스와 중국의 지배를 받은 베트남 음식은 담백하면서도 자연미 넘치는 풍미가 특징이다. 쌀과 야채 과일이 풍부한 데다 육류와 기름은 많이 사용하지 않아 서양에선 태국요리와 함께 건강식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요리는 그 유명한 쌀국수. 주식이 밥이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면을 더 좋아해 쌀국수 종류만 수십 가지에 달한다. 밀가루 면처럼 쫄깃하진 않지만 쌀로 만들어 밥과 같은 효과를 낸다. 최근들어 쌀국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마니아층이 두터워지면서 간편한 건강 외식 아이템으로 사랑받고 있다.

해운대 한화콘도 인근 오류듀건물 1층에 위치한 호아빈 해운대점은 90여 개의 전국 호아빈 체인점 중에서 맛과 매출면에서 최상위권에 위치할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단골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다.

 

파인애플 볶음밥.

식사 후 파인애플은 디저트로.


   
 호아빈은 특유의 향신료나 향신채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감안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한약재를 개발해 일명 한약재 쌀국수로 불린다.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숙주와 청양고추 그리고 취향에 따라 해선장과 칠리소스, 향신채인 고수와 민트를 넣고 먹으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우리나라 짬뽕과 비슷한 매운해산물쌀국수도 맛있다.

향신채인 고수.

최근에는 냉쌀국수도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시원한 육수에 쌀국수와 신선한 각종 야채가 어우러진 냉쌀국수는 냉면이나 밀면과는 또다른 미각으로 다가온다.
 
 파인애플 볶음밥과 월남쌈도 빼놓을 수 없다. 파인애플 볶음밥은 식사 후 파인애플을 디저트용으로 썰어준다. 

월남쌈.

 라이스페이퍼에 싸 피시소스나 땅콩소스에 찍어 먹는 월남쌈은 건강식으로 특히 인기가 높다. 주차는 건물 뒤 1층에 하면 된다. (051)746-5550

-김해 어방동 인제대학교 인근 '100% 갈비'
-신안군 증도산 태평염전 천일염 직접 공수
-등심 안심 취급 안하고 오로지 갈빗살만 취급
-보기드문 육사시미, 독특한 양념 육회도 일품
-김해시장도 반한 어탕국수 별미로 인기 듬뿍
 
   

전남 신안군의 조그만 섬 증도 태평염전에서 청정 바닷물과 태양을 흠뻑 머금고 태어나 굽지도 볶지도 않은 자연 그대로의 3년 숙성된 천일염(사진 우측 하단부)이 이 집 갈비맛을 배가시켜 준다.

 
'고깃집에 고기만 맛있으면 됐지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해'라는 말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로 간직해야 될 듯싶다.

이글거리는 참숯불에 핏빛 고기 몇 점을 살짝 올려 놓으면 어느새 육즙이 고이면서 먹음직스럽게 익어간다. 이때가 가장 맛있는 시점이다.

그 다음이 문제다. 그냥 입에 넣기도 하지만 필부들은 습관적으로 참기름장 등 뭘 찍어 먹든지 아니면 상추에 마늘 한 점을 넣어 싸 먹는다. 파 무침을 곁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집에선 그런 작업이 필요 없다. 전남 신안군의 조그만 섬 증도 태평염전에서 청정 바닷물과 태양을 흠뻑 머금고 태어나 굽지도 볶지도 않은 자연 그대로의 3년 숙성된 천일염이 있기 때문이다.

갯벌에서 찾은 신이 내린 천일염에 찍어 먹는 최고급 암소 한우 갈빗살의 맛이란 먹어보지 않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일품이다. 맛의 블루오션에 다름아니다.

김해 어방동에 위치한 '100% 갈비'. 3년밖에 안 된 신참내기이지만 기존의 터줏대감 고깃집과 하나라도 차별성을 갖고자 무진장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최상등급 한우 암소는 대개 같은 도축장에서 공급받기 때문에 사실 어느 집이나 오십보백보예요. 하지만 저희들은 천일염이나 정갈하게 손수 만든 밑반찬으로 승부를 걸었어요." 안주인 김순애(42) 씨의 설명이다.

주 메뉴는 식당 이름에서 알 수 있듯 100% 갈비. 등심이나 안심은 취급하지 않는다. 갈비꽃살과 갈빗대살 그리고 안창살이 모듬으로 나오는 생갈빗살(120g·2만3000원)과 양념 갈빗살(160g·2만3000원)이 나온다. 갈비꽃살은 부드럽고, 갈빗대살은 쫄깃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고, 안창살은 아주 연해 입에 녹는다. 양념 갈빗살은 오랫동안 숙성시켜 검은 빛이 나는 기존의 다른 집과 달리 배 등 과일즙을 많이 넣은 이 집만의 독특한 양념으로 즉석에서 버무린 것이 나온다. 해서,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키위는 양념장에 넣지 않는다.

어깻죽지와 앞다리 사이 살로, 아무 양념도 하지 않고 그냥 얇게 썬 채 나오는 신선한 육사시미(중 자·2만5000원)와 과일을 위주로 해 양념을 한 육회(〃)도 별미다. 손님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감안, 돼지 양념대갈비(200g·7000원)도 준비돼 있다. 이 역시 아주 부드럽고 맛있다.

밑반찬인 고추장아찌, 무장아찌, 케일장아찌, 양념게장 등도 하나같이 맛깔스럽다. 호박전과 번갈아 나오는 거제산 자주색 고구마전도 맛있다.

눈에 띄는 메뉴가 하나 있다. 어탕국수다. 촌된장과 간장을 뽑은 묵은 된장을 섞어 약 4개월간 숙성시킨 장에 경남 및 전남 지역 등지에서 잡은 피리 빠가사리 붕어 잉어 등 민물고기를 넣고 푹 곤 어탕국수(6000원)는 그야말로 이 집만의 자랑이다. 육회비빔밥(1만 원)과 함께 점심 특선메뉴로도 판매한다. 김종간 현 김해시장도 이 맛에 반해 점심시간이면 가끔 들른단다.

남해고속도로 동김해IC에서 나와 인제대학교 방향으로 직진하다 도중 만나는 'GS 어방제1주유소'를 보고 비보호 좌회전을 하면 바로 보인다. 동김해IC에서 3분 정도 걸린다. (055)335-0900

-양산시 매곡동 동부산CC 바로 아래 '송림정'
-특상품 한우 암소 중 갈빗살만 취급
-식사 땐 된장, 김치,우거지찌개,콩비지 중 세개나 나와
-동부산CC 챔피언들 모두 이곳서 회식
-주인 최강팔 씨, 전국 아마대회 우승한 골프광
   

식사 땐 된장찌개 김치찌개 우거지찌개가 나와 입맛을 돋워준다.
울릉도 명이나물도 보인다.

 
방문을 들어서자 조그만 액자가 눈에 띈다. 읽어보니 아주 재밌다. 잠시 인용하면 이렇다. 제목은 주말 골프의 4가지 유형. '금상첨화-거리 좋고 방향 좋고, 유명무실-거리 좋고 방향 별로, 천만다행-거리 별로 방향 좋고, 백해무익-거리 별로 방향 별로'.

옆방에는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 치기를 원한다면 Slower(천천히), Shorter(짧게), Softer(부드럽게)'로 요약되는 게리 플레이어의 '3S론'도 보인다. 복도에는 동부산CC 클럽 챔피언전에서 그린 재킷을 입은 역대 우승자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경남 양산시 매곡동 동부산CC 입구에 위치한 고깃집 '송림정'. 알고 보니 이 집 주인 최강팔(66) 씨는 골프를 무진장 사랑하는 골프광이었다. 그는 지난 2006년 아마대회로 전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부산MBC 전국 아마추어 골프선수권 대회에서 전국의 내로라하는 아마추어 고수들을 물리치고 60대의 나이로 우승, 노익장을 과시했다.

송림정의 손님들은 크게 두 부류. 주말에는 대부분의 손님들이 동부산CC를 찾는 주말골퍼들과 가족 단위 손님들이고, 평일에는 이웃한 그린공단의 직원들이 주로 찾는다.

송림정은 특상품 한우 암소의 여러 부위 중 갈빗살만 취급한다. 가장 맛있는 데다 여러 부위를 취급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남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란다.

밑반찬은 아주 정갈하다.

3년 된 묵은지, 심심한 듯 하면서도 맑은 맛으로 자꾸 숟가락이 가는 백김치, 오이피클, 양파지, 마늘지, 울릉도 특산인 명이나물, 멸치젓에 삶은 미역과 생미역, 양배추 풋마늘 상추 겨울초가 한상 가득 나온다. 여기에 다른 집과 달리 미역국과 미리 구운 마늘까지 곁들여지니 웬만한 쌈밥집보다 푸짐하고 하나같이 입맛을 돋운다.

별미인 신김치.

국물이 끝내주는 백김치.


안주인 박보나(62·사진 아래) 씨는 "지금이야 겨울초만 재배하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는 식당 뒤 텃밭에서 유기농으로 직접 재배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창밖에선 겨울초가 푸름을 과시하며 고개를 쏘옥 내밀고 있다.

마블링이 살아 있는 핏빛의 갈빗살(120g 2만7000원)은 한눈에 봐도 먹음직스럽다. 참숯불에 살짝 올려놓자 어느새 육즙이 고이면서 익어간다. 워낙 부드러워 입에서 살살 녹는다. 주인 최 씨는 "이 정도면 서울 강남에선 1인분에 6만~7만 원은 족히 받는다"고 곁들였다.

식사 땐 된장찌개, 김치찌개, 우거지찌개, 콩비지 중 항상 세 개나 뚝배기에 담겨 나온다. 반찬 또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산초지(장아찌) 콩잎 깻잎 오징어젓 콩장 버섯볶음 총각김치와 밥도둑 간장게장. 간장에 절인 콩나물도 보인다. 소금과 참기름을 치지 않은 간장에 찍어 먹는 김도 나온다.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어릴 적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한마디로 향수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맛이다.

점심 특선으로 갈치 요리도 있다. 제주도 생갈치만 쓰는 갈치정식(1만8000원)과 갈치돌솥밥(2만 원)도 인기 있는 메뉴이다. (055)388-7777



 

-울산광역시 울주군 웅촌면 '원터가든'
-맵지 않고 얼큰해 주당들 해장용으로 즐겨
-생선회처럼 포 뜬 생오리구이도 일품
-4인 가족 가벼운 약주 곁들이면 5만 원쯤 나와

   



오리고기는 최근 들어 미식가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만 예전에는 사실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닭고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뼈가 많고 질긴 데다 노린내까지 나 중국인이나 서양인이 즐기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름 한철 보양식품으로 애용하는 것 이외에는 애써 찾지 않았다. 오리탕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오죽했으면 '닭 잡아 먹고 오리발 내민다'는 속담이 나왔을까. 그만큼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인식돼 제사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외식문화의 발달로 업주들이 훈제 바비큐나 대나무통 장작 구이 등으로 오리고기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면서 오리고기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나 좋아한다는 편견을 깨고 남녀노소 누구나 잘 먹는 요리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영양가 면에서도 오리고기는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전혀 뒤질 게 없다. 육류 중에서는 드물게 알칼리성 식품인 데다 지방은 몸에 축적되지 않는 불포화지방산이 70% 이상이어서 성인병 예방과 해독작용에 큰 도움이 된다.

울산서 오리고기 구이를 잘 한다고 소문난 울주군 웅촌면 대북리 '원터가든'(052-225-3277). 예부터 부산과 울산 땅을 오가던 원님이 머물던 터여서 명명했단다. 인근 교차로 이름도 원터사거리다.

가격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생오리구이(또는 양념불고기)와 오리뼈탕이 4만3000원. 4인 가족이 찾아 가볍게 약주를 곁들이며 식사하면 대략 5만 원 정도 나온다. 이 정도면 돼지 삽겹살이나 목살에 비해 큰 차이는 없다.

밑반찬은 싱싱한 봄나물과 얼갈이물김치, 잡채, 콩나물, 김치 등. 얼갈이물김치의 국물이 시원하고 맛깔스럽다.

이 집의 생오리는 다른 집의 고기와 비교하면 약간 다르다. 생선회처럼 포를 뜬 듯 얇고 길다. 폭 1.5㎝쯤에 길이는 불판 지름 정도 된다. 고기 가장 자리엔 비계가 길다랗게 이어진다. 뱃살 부분으로 주방장의 정교한 칼솜씨 덕분이란다.

"너무 고기 부분만 있으면 텁텁하고 그렇다고 비계 부분이 많으면 먹기가 좀 그렇잖아요."

불판이 데워지자 버섯 양파 감자와 함께 고기를 올렸다. 안주인 박인순(사진) 씨는 부추를 곁들이면 소화도 잘되고 맛도 훨씬 좋다며 접시에 담긴 부추를 듬뿍 불판에 올린다.

노릇하게 익은 고기와 부추를 집어 원터가든만의 자랑인 오리 전용 소스에 찍어 먹는다. 새콤 달콤 매콤한 맛의 이 소스는 오리고기의 느끼하고 텁텁한 맛을 상쇄해줘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

양념불고기도 생오리구이 못지않게 별미다. 각종 야채가 많이 들어가 영양학적으로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다 먹고난 후 송송 썬 김치와 김을 넣고 밥을 볶아 먹으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


배가 불러 숟가락을 놓자 박 씨는 "우리집의 진짜 별미는 오리뼈탕"이라며 맛만 보라고 강추한다. 느끼하고 멀건 국물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상상을 뛰어넘었다. 무 파 양파 감자 버섯 등을 듬성듬성 썰어 넣어 각종 양념을 한 시골장터 쇠고기국밥을 보는 듯하다. 어떤 이는 토끼탕이 아니냐고 묻는다고 한다. 맵지는 않지만 얼큰하고 속이 확 풀려 일부러 생오리탕(1마리·3만5000원)만을 먹으러 오는 주당들도 제법 있다.

부산울산 고속도로 문수IC에서 5분밖에 걸리지 않아 해운대에서 25분, 노포동터미널에서도 25분 정도 걸린다. 울산CC가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골퍼들도 자주 찾는다. '원터가든'은 최근 울산 현대자동차공장 인근 명촌동에 2호점을 열었다.

-영화 '해운대' 촬영지 인근 해운대구 중1동 '해운마루'
-김수봉 대표 고향서 직접 공수…친형님은 마을이장
-일주일 2~3번 횟감 구하러 직접 물차 몰아
-해산물 해초류 농산물도 모두 이곳서 가져와

자연산인 이 회는 모두 대표 김수봉 씨가 직접 물차를 몰고 고향인 남해 다랭이마을에서 가져 온다.
콩 호박 톳 등 밑반찬 재료 또한 다랭이마을 할머니들이 직접 키운, 친환경 농산물이다.


설흘산과 응봉산(매봉산)에 포옥 안겨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청정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남해군 남면 가천리 다랭이마을.

농토를 한 뼘이라도 더 넓히려고 산비탈을 깎고 석축을 쌓아 만든 100여 층의 계단식 다랭이논이 바다를 향해 내리꽂히는 장면은 워낙 아름다워 문화재청에 의해 수년 전 국가명승지로 지정됐다. 곁들여 때묻지 않은 연유로 환경부는 자연생태 우수마을로, 농촌진흥청은 옛 전통이 그대로 남아 있어 전통 테마마을로 각각 지정했다.

영화 '해운대'의 촬영지로 유명한 해운대 미포 끝자락에 위치한 생선회 전문점 '해운마루'에 가면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다랭이마을에서 수확한 농산물과 자연산 회를 맛볼 수 있다.

이 집 김수봉(62) 대표가 이 마을 출신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형 학봉 씨는 현재 이 마을의 이장이며, 작은어머니도 살고 계신단다.

해서, '해운마루' 식탁 위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재료는 이곳 청정 다랭이마을에서 채취하고 잡은 것들이다. 해삼 전복 문어 참개불 낙지 멍게 굴 등 해산물과 미역 톳 매생이 등 해초류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토실토실한 제철 해삼은 질기지도 않아 부산에선 좀처럼 구경하기 어려운 독특한 맛이다.

회가 올라오기 전에 나오는 밑반찬 격인 호박 톳나물 미역 굴 콩 무 등도 모두 다랭이마을 바닷가에서 채취한 싱싱한 것들이다. 청정 유기농산품에 다름 아니다.

김 대표가 횟감을 구하러 고향으로 가기 이틀 전쯤 이장인 형님에게 연락을 해놓으면 형님은 마을 할머니들이 소일거리로 농사를 지은 시금치 냉이 겨울초 쑥 호박 무 등을 수집해 준비해놓는다. 농한철에 농사를 지어도 딱히 판로가 없는 할머니들에겐 김 대표가 고마운 존재이다. 김 대표는 "고향 어르신들의 땀의 결실이라 더 많이 쳐주고 갖고 온다"고 말했다.

횟감 또한 김 대표가 일주일에 2, 3회 정도 직접 물차를 몰고 어촌계 위판장이 있는 다랭이마을 인근 평산리마을에서 직접 구매한 자연산이다. 감성돔 광어 농어 도다리 노래미 참장어가 주종이다. 특히 감성돔은 이곳이 남해의 최고 낚시 포인트 중의 하나라고 한다.

30년간 수산업을 해온 김 대표의 자연친화 수족관 덕분에 남해에서 공수한 회 맛도 일품이다. "바다 고기는 어종별로 적정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건물 지하에 10t가량 탱크를 만들어 바닷물을 한 번 걸러 수족관에 물을 보충하기 때문이지요."

칼질 또한 나무랄 데 없다. 이 집은 특히 먹는 방법이 독특하다. 치잣물에 한 노란 밥을 회에 싸서 김치와 함께 먹는 것이 바로 그것. 겉으론 약간 멀건 김치 또한 예사 솜씨가 아니다. 매운탕은 땅끝마을 태양초를 사용, 맑고 약간 맵지만 깔끔하고 개운하다.

치잣물에 한 노란 밥을 회에 싸서 김치와 함께 먹는 것이 이 집에서 추천하는 먹는 방법이다. 별미였다.

5년 전 문을 열어 인테리어가 깔끔한 이 집은 통유리를 사용해 식사를 하면서 동백섬 오륙도 광안대교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외지에서 온 손님들의 접대용 횟집으로 안성맞춤이다. 가족 외식으로도 물론이다. (051)743-4222, 2772


-경남 합천군 가야면 '합천토종흑돼지식당'
-합천군 지원 아래 상표 등록된 합천 고유의 맛
-애오라지 맛으로 승부, 밑반찬은 단출
-아델스코트CC 주변 식당 중 유일하게 흑돼지만 사용
-집 입구는 '하코방' 수준, 맛은 쫄깃하면서 고소    
 
"저희 집이 입구가 좀 작고 허름해서 손님들이 일명 '하코방'이라 불러요. 제가 손님 입장에서 봐도 좀 그래요. 이 때문에 골프장 손님들이 처음엔 좀 망설이죠. 꼭 한 명은 안 들어오고 깨끗한 데 가서 먹자고 버티죠. 하지만 일단 들어와서 우리 흑돼지 맛을 보면 그 다음부턴 단골이 되죠."

사실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경남 합천 가야면 아델스코트CC로 당일치기 취재를 떠난 기자 일행은 샤워만 간단히 하고 서둘러 어둠 속을 나섰지만 이내 배꼽시계가 울리는 게 아닌가. 골프장 진입로를 벗어나자마자 식당 간판이 하나 보였다. '합천토종흑돼지식당'이었다.

이날 오전 골프장으로 올 때 눈여겨봤던 몇 군데의 깔끔한 식육식당을 생각했던 기자는 토종흑돼지라니 한번 믿어보자는 일행의 말 한마디에 서둘러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입구와는 달리 방 두 개와 홀에는 테이블이 두세 개 있었다.

메뉴는 토종왕소금구이 단 하나. 메뉴판에는 양념구이와 불고기전골이 적혀 있지만 손님들이 대부분 왕소금구이만 찾아 얼마 전부터 없앴단다.

고기맛으로 승부하는 집이 늘 그렇듯 밑반찬은 단출하다. 묵은지와 마늘 고추 상추 막장 그리고 계절 따라 나는 나물류가 전부다. 겨자 간장 식초 등으로 만들었다는, 다른 집에선 볼 수 없는 묽은 고기용 장도 있다. 파무침과 양파간장절임은 고기맛을 느낄 수 없어 손님상에 올리지 않는단다.

두툼한 두께의 고기는 우선 눈으로 봐도 벌써 맛의 느낌이 오는 듯하다. 고기맛을 느끼기 위해 아무 것도 찍지 않고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쫄깃쫄깃하면서 고소하다.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는다. 고기용 장에 찍어도 별미요, 상추쌈에 마늘과 막장을 올려 먹어도 꿀맛이다.

돼지고기가 이렇게 맛이 있었던가. 일행은 한동안 말없이 젓가락만 부지런히 움직였다. 묵은지와 함께 곁들이니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다.

동행한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전날 돼지삼겹살을 먹어 토종흑돼지라 해도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이렇게 맛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기자도 흑돼지로 유명한 함양 산청 김천 장수 곡성 등지에서 그 유명한 흑돼지를 먹어봤지만 그 이상이면 이상이었지 결코 아류는 아니다. 민생고 해결을 위해 우연히 들른 집이 이처럼 맛의 향연을 누리게 해줄 줄이야.

안주인 황수연(57, 사진 위) 씨에게 물었다. 맛의 비결을.

알고 보니 이 고기는 상표 등록된, 합천토종흑돼지였다. 합천군의 지원 아래 이웃한 묘산면에서 작목반을 구성해 키운 것이었다. 골프장 주변의 6개 고깃집 중 유일하게 합천토종흑돼지만을 취급하고 있단다.

"외래종 흰 돼지가 4, 5개월 키워 110~120㎏쯤 되면 도축하는 반면 합천토종흑돼지는 7개월여를 키워야 겨우 85~90㎏쯤 되지요. 이 고기맛에 길들어지면 다른 고기는 맛이 없어 못 먹어요. 수육으로 먹어도 맛있어요. 그러려면 예약을 해야 돼요. 1시간쯤 걸리거든요."

식사는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단출하다. 안주인이 직접 담은 촌된장의 맛도 기가 막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우리네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이다. 토종왕소금구이(180g) 7000원, 식사 5000원. (055)931-9755

-금정산 범어사 아래 금정구 청룡동 '북한음식점'
-"가자미식해 별미, 옛맛 그대로 재현"
-북한식 족발 순대 녹두빈대떡 등이 주메뉴
-명절 즈음이면 실향민과 가족들 향수 달래
-금정산 산꾼, 부산CC 찾는 골퍼 많이 찾아
  

북한식 순대와 돼지족발 등이 약간씩 있는 수육모듬.
별미인 가자미식해.
북한식 만두. 우리 만두보다 크다.
북한식 녹두빈대떡.
 
"저희 집은 크게 세 부류의 손님들이 단골로 찾아요. 주말이면 부산의 진산 금정산과 범어사를 찾는 산꾼들과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많이 찾고, 주중에는 인근 부산CC의 골퍼들이 즐겨 찾지요. 명절 즈음이면 이북 출신의 백발이 성성하신 실향민과 그 자녀들이 찾아 저희 음식을 드시며 향수를 달래지요."

부산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 입구 음식거리 한가운데쯤 위치한 '북한음식점'.

안주인 김미정(54) 씨는 함경도 원산이 고향인, 지금은 작고하신 시어머니로부터 15년간 북한음식을 배웠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배운 게 아니라 함께 살면서 자연스럽게 어깨너머로 익힌 것이다.

문을 연 지 12년째인 북한음식점은 이제 금정산 산꾼들이나 부산CC 골퍼들에겐 필수 코스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이곳을 모르고는 금정산과 부산CC를 좀 다녔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집은 글자 그대로 북한음식 전문점이다. 그렇다고 무슨 거창한 메뉴가 있느냐,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저 서민들이 평소 즐겨 먹는 음식인 돼지족발 순대 녹두빈대떡과 찐만두 돼지국밥 순대국밥 등이 주 메뉴이다. 대부분 북한에서 명절이나 잔치를 할 때 해먹는 음식이다. 해서, 명절이 다가오면 그림이 특히 중요한 각 방송사에서는 이곳 북한음식점을 찾아 취재전쟁을 벌인다.

메뉴는 익숙하지만 그래도 약간은 우리 음식과 차이가 있다. 족발의 경우 2시간30분 정도 푹 삶은 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구워 아주 담백하다. 순대는 찹쌀밥을 해 돼지고기와 시래기 양파 마늘 등 13가지 재료를 넣어 만들고, 유난히 큰 만두는 양배추와 돼지고기 숙주 두부 양파 마늘 생강 등 15가지의 싱싱한 재료를 사용한다. 100% 녹두와 신김치 그리고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녹두빈대떡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뭐니뭐니해도 이 집을 북한음식 전문점으로 단상에 올려놓은 효자는 가자미를 고춧가루에 삭혀서 만든 함경도 고유의 젓갈인 가자미식해. 이북 출신이 아니면 제대로 만들 수도 없고 그 맛을 정확히 느낄 수도 없는 오묘한 맛의 가자미식해는 부산에 거주하는 실향민들의 단연 인기 품목이다.

안주인 김 씨에 따르면 "이 가자미식해만은 시어머니로부터 확실하게 배워 그 어느 누구보다 자신 있다"며 "우리 집을 찾는 실향민들이 한결같이 어릴 때 먹던 그 맛이라며 칭찬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지 가자미식해를 먹기 위해 우리 집을 찾는 사람들이 상당수 된다"고 덧붙였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살 수 없느냐고 문의를 해오지만 판매는 하지 않고 대신 무한 리필 되니 많이 드시고 가란다.

오래전에는 부산대 장혁표 전 총장이 고정 단골이자 홍보맨이었고 지금은 김인세 현 총장이 자주 찾는단다. 오거돈 해양대 총장도 단골이란다.

김 씨는 특히 "평양이 고향인 김 총장은 식사를 하면서 너무 함경도식이라며 평양식으로 좀 맞춰달라며 애교 섞인 주문을 자주한다"고 귀띔했다.

추천 메뉴는 순대 수육 족발이 약간씩 함께 나오는 수육 모듬(2만 원). 3~4인일 경우 수육 모듬에 소주 한잔 그리고 식사로 국밥 한 그릇을 비우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녹두빈대떡 8000원, 찐만두 5000원, 순대 및 돼지국밥 5000원. (051)508-3035



-부산진구 초읍동 부산시민도서관 인근 '사랑채'
-가격 1만2000원, 다른 집 3만 원대와 비슷
-가정집 개조, 마당엔 소나무 화초 자라 푸근
-주문 후 모든 음식 만들어 "대접받는 기분"
 
   
 
 대궐같은 화려한 집도 아니다. 대로변의 눈에 확 띄는 집은 더더욱 아니다.

도심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주택가 골목의 마당 있는 가정집을 개조한 이곳엔 식사 때가 되면 단골 손님들이 삼삼오오 찾아온다. 그렇다고 입소문을 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집은 아니다.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인근 골목에 위치한 '사랑채'. 요리는 정갈하고 맛깔스럽다.

돌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진입로 위쪽에는 운치 있는 등 굽은 소나무가 호위하고 있고 마당 곳곳엔 키 작은 상록수와 화초 그리고 장식용 항아리와 석조가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럽게 배치돼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낯익은 노랫가락이 은은하게 들려온다. 살짝 귀 기울여 보니 송창식 어니언스 등 7080세대의 노래들이다. 반가웠다.

방은 세 칸. 제일 큰 방은 마당을 볼 수 있게 통유리로 배치했다. 벽 양쪽에는 동양화가 걸려 있고 한쪽 구석에는 털난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모처럼 집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주메뉴는 돌솥정식. 말이 돌솥정식이지 실제론 한정식 코스요리로, 마지막에 돌솥밥이 나온다.

놋그릇에 숭늉이 먼저 나오고 죽과 김치전 등 가벼운 음식이 뒤따른다. 방금 부친 듯 온기가 살아 있다. 이후 찬 음식과 따뜻한 요리 순으로 이어진다.

대충 열거해보면 이렇다.

야채샐러드와 대나무통에 직접 만든 찐만두, 한방 야채수육, 도토리묵밥, 골뱅이무침, 탕수육, 버섯구이 등이 나오고, 밑반찬으로 연근, 검은색 밤콩, 녹차우엉, 멸치볶음, 시금치, 삶은 호박고구마, 달래 등 봄나물, 창란젓, 더덕무침, 버섯볶음, 두부구이, 열무김치, 김치, 비트물김치 등이다. 대충 헤아려봐도 30가지는 족히 넘는다. 하나같이 맛깔스럽다.

일식처럼 시각적인 면이 고려된 것이 눈에 띈다. 분홍 및 그린빛을 낸 탕수육에는 형형색색의 브로콜리 당근 무 파프리카 등을 각종 문양으로 만든 후 검은깨를 곁들여 색대비를 꾀했다. 더덕무침은 초록의 나뭇잎 위에 올려 놓았다. 버섯전에는 초록과 붉은 고추를 잘게 썰어 올렸고, 분홍빛의 비트물김치엔 주황색 당근과 초록의 고추로 한껏 멋을 냈다. 입과 눈으로 동시에 먹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식사는 돌솥밥에 꽁치구이 된장찌개 김치찌개 계란찜이 뒤따른다. 뚜껑을 여니 인삼 잣 밤 은행 대추 콩 흑미 등이 향과 맛으로 입맛을 돋워준다.


웬만한 고급 한식집의 3만 원대 급인 이 진수성찬의 가격은 놀랍게도 1만2000원(2인일 경우 1만4000원). 직원들까지 아주 친절해 정말 후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주방장이자 안주인인 천희정(54, 사진 위) 씨는 "한 60대 할머니가 식사 후 평생 지금까지 이렇게 정성스럽고 맛깔스러운 상을 처음 받아본다고 말씀하실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런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선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메인 요리뿐 아니라 사이드 음식도 주문받은 후에 만들기 때문이다. 돌솥밥도 다 된 후 촉촉해질 때까지 5~7분 정도 뜸을 들이는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약수로 끓이는 삼계탕(1만1000원·2인 이상)은 예약 주문만 받는다.

문을 연 지 이제 겨우 7년. 가깝지만 차를 타고 와야 하는 법조타운, 부산의료원, 교육청 등에서도 단골이 늘 정도로 차츰 입소문을 타고 있다.

부산시민도서관을 지나 만나는 첫 번째 골목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주차는 골목 입구 주차장에 하면 된다. (051)805-3832

-부산 동래구 수안동 동래경찰서 맞은편 위치
-"우리 건강엔 우리 농산물이 최고지요"
-식재만 보면 약선요리나 진배없어
-저녁엔 직접 만든 청국장 홍어탕도 인기
   

얼룡 뜯음면. 현미 찹쌀 등 곡식과 감자 고구마 칡 연근 등 뿌리채소를 곱게 갈아 복분자와 치자 등을 가미해 만든 일종의 수제비.
얼룡탕수. 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뜯음면의 수제비를 튀겨 각종 야채와 함께 버무린 음식.


'얼룡면'.
부산 동래경찰서 맞은편에 독특한 이름의 커다란 간판이 눈에 확 들어온다.

분명 식당인데. 누굴 희롱하는 것도 아니도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린가 싶어 물어보니 '얼쑤~얼씨구 좋다~우리 농산물'을 의미하는 조어란다.

지난해 말 문을 연 신참내기 '얼룡면'은 곡식 뿌리채소 열매 등 순수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먹을거리를 만들고 있다. 메뉴판에는 얼룡 뜯음면, 얼룡 긴면, 얼룡 파전, 얼룡 탕수가 보인다. 맛의 '블루오션이다'.

얼룡 뜯음면(5000원)은 현미 찹쌀 등 곡식과 감자 고구마 칡 연근 등 뿌리채소를 곱게 갈아 복분자와 치자 등을 가미해 만든 일종의 수제비.

웰빙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여기에 단호박 애호박 팽이버섯 당근 부추 등 각종 야채가 들어간다. 밀가루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멸치 다시마 띠포리 등으로 맛을 낸 국물도 일품이다. 그릇에 담긴 음식의 색상이 알록달록해 시각적으로도 맛을 느낄 수 있다. 수제비는 쫀득하면서도 쫄깃하다.

주방장 김혜숙 씨는 "쌀 찹쌀 고구마 감자 연근 마 옥수수 현미 검정깨 등 미량이라도 들어가는 우리 농산물이 30여 가지나 된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모든 재료를 직접 주방에서 갈아 중화, 배합해 수제비의 표면이 오돌오돌하면서도 입자가 살아 있어 음미해 먹으면 연근의 아삭아삭한 맛과 감자 고구마의 달큰하며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얼룡 긴면(5000원)은 해물육수에 메밀 쌀 현미 등 일곱 가지 곡식으로 길게 뽑아낸 일종의 칼국수. 밀가루가 약간 들어간다. 밀가루가 없으면 뚝뚝 끊어져 면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종의 고육지책인 셈. 들깨가루와 콩가루가 들어가 특히 구수하다. 얼룡 뜯음면과 함께 찰밥 한 공기도 제공하는 센스를 갖췄다.

얼룡 탕수(2만 원)는 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뜯음면의 수제비를 튀겨 각종 야채와 함께 버무린 음식. 함께 들어가는 고명 또한 가지각색. 오징어 새우 브로콜리 파인애플 피망 표고버섯 목이버섯 양파 등에 검은깨를 뿌려 모양이 화려하다. 얼룡 파전(7000원)은 메밀 현미 등 일곱 가지의 곡식에 파와 해물을 곁들인 전으로 얼룡 탕수와 함께 가벼운 술안주나 식사대용으로 적합하다.

본업인 치과기공사인 김영숙(57, 아래 사진) 대표는 "이름만 안 붙였지 재료만 보면 약선요리나 다름없다"며 "당뇨와 변비로 고생하거나 회복실에 있는 환자 등 식이요법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합한 음식"이라고 말했다.

최근 '얼룡면'은 메뉴를 추가했다.

"이름에서 떠오르는 분식점 이미지 때문에 가볍게 먹는 점심식사 땐 북적대지만 저녁 시간대는 비교적 한가해 얼큰한 식사류를 마련했어요." 청국장 정식(6000원)과 홍어탕(6000원) 그리고 홍어삼합(3만5000원)이 바로 그것.

주방장이 직접 담근 청국장은 담백하면서도 청국장의 고유한 옛맛을 살렸고, 홍어탕은 얼핏 떠오르는 맑은탕이나 매운탕이 아닌 들깨와 된장을 넣어 보양식 개념으로 개발해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홍어삼합도 그만이다. 여기에 궁합이 맞는 함양 안의의 특산품인 맑은 동동주 징주(1만 원)는 뒤끝이 없고 맛도
좋아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밑반찬을 제외한 이 집에서 사용하는 그릇은 모두 사기장 신한균 씨의 작품(아래 사진)이다. 음식 맛이나 미각보다 건강을 더 중시하는 김 대표는 "그저 비타민 한 알 더 먹는다 생각하고 우리 집을 찾으면 건강 하나는 챙길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식의 건강을 챙기는 어머니처럼 웃었다. (051)552-1522




-부산 중구 광복동 레스토랑 '쉬폰'
-"신선한 재료로 여운이 오래가는 음식 만들고 싶어"
-차·케이크 전문점에서 레스토랑으로 변신
-젊은 여성에서 세련된 할머니까지 단골

 

레스토랑 '쉬폰' 박선기 대표는 "음식의 향과 맛이 식도와 위장 허파를 거쳐 다시 내뿜어져 올라오는 숨결에서도 여운이 남는 그런 음식을 계속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마음 맞는 사람이랑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함께하는 것은 큰 기쁨이다. 이성이건 동성이건 아니면 남편이든 마누라든. 깔끔하게 세팅된 테이블에 마주 앉아 형형색색의 그림 같은 요리를 맛보는 그 순간만은 적어도 근심 걱정이 잊혀진다.

근데 믿고 찾아간 레스토랑의 음식 맛이 기대 이하라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돈과 시간은 둘째 치고 썩 괜찮은 식당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 자신의 신뢰성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한 지인은 오래전 기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맛없는 식당은 '사회악'이라고. 당시엔 독설에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예기치 않게 한 번쯤 경험해보면 그 말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음 직하다.

모처럼 자신 있게 레스토랑을 한 곳 소개한다. 원도심인 중구 광복동 레스토랑 '쉬폰'이다. 옛 유나백화점 맞은편 건물 2, 3층에 위치해 있다.

첫인상은 세련되고 분위기가 넘친다. 맛은 두말할 나위 없고 생화를 인테리어 품목으로 곁들이는 정성을 아끼지 않아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데이트족, 젊은 여성들, 초등생 자녀를 둔 미시들 그리고 '세련된 할머니'들까지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그런 분위기다.

지난 2001년 문을 연 이곳은 예쁘고 맛있는 케이크와 커피 및 차 전문의 카페로 이미 명성을 얻고 있었다. 그런 '쉬폰'이 지난해 10월부터 또 한 번의 비상을 위해 레스토랑으로 변신했다.

기존의 케이크와 차에 스테이크, 파스타, 피자, 샌드위치, 와인에 어울리는 요리 등 메뉴를 다양화했다. 타고난 '절대 미각'을 보유한 박선기(51) 대표는 "종합무역상사에서 패션 쪽 업무를 오랫동안 맡아 유럽이나 미국으로  출장이 잦다 보니 서양요리와 와인에 눈을 떠 레스토랑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해박한 음식이론과 일류 요리사 빰치는 실력으로 이 분야의 숨은 실력자로 이미 인정받고 있었다.

잘 나가는, 혹은 이 집만의 독특한 메뉴 몇 가지를 부탁했다.
뜻밖에도 샌드위치(사진 아래)였다. 모차렐라치즈와 토마토 등 각종 야채를 크루아상에 곁들인 샌드위치(8000원)는 신선하면서 여운이 오래 가 샌드위치가 얼마나 맛있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샐러드 피자
(1만6000원)는 샐러드와 피자가 따로 나와 월남쌈처럼 싸 먹는 맛이 일품이다. 치즈 고유의 맛과 샐러드의 상큼한 맛의 절묘한 조화는 한마디로 맛의 블루오션에 다름 아니다. 파스타도 하나같이 일품이다. 가지 토마토 호박 등 신선한 야채를 듬뿍 넣어 토마토소스로 맛을 낸 토스카나식 파스타(1만4000원)와 치즈와 호두로 맛을 낸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펜네(1만2000원) 등은 이곳만의 자랑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햄의 짭조름한 맛과 멜론의 달고 시원한 맛이 부조화 속의 조화를 이루는 '햄을 얹은 멜론'(1만5000원)과 그린홍합 치즈구이(1만6000원)는 와인에 어울리는 요리로 인기가 높다. 디저트로 그 유명한 케이크(4000원)를 살짝 맛봤다. 소문대로 격이 다르다. 버터 대신 올리브유를 사용, 케이크 전문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품격이 있다. 차 또한 기본 커피에 종류별로 다 갖췄다. 티는 12가지, 허브티는 5가지다. 하나같이 은은하면서 맛과 향이 살아 있다.

"음식의 향과 맛이 식도와 위장 허파를 거쳐 다시 내뿜어져 올라오는 숨결에서도 여운이 남는 그런 음식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박 대표의 평소 지론이다. 만일 부산에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평가 잡지인 '미슐랭 가이드'가 찾는다면 기자는 이 집부터 살짝 소개하겠다.

또 한 가지. 이 집 박 대표의 부인은 전 MBC 아나운서 정보영 씨였다. 사실 깜짝 놀랐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9시 뉴스테스크와 장학퀴즈 등을 손석희 아나운서와 진행한 것 같다. 부산 출신의 신랑을 만나 주말부부를 오랫 동안 하다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지금은 부산에서 '정보영 스피치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한편 부산대 경성대 동서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051)254-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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