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싱가포르 관광, 발상의 전환이 몹시 부럽더군요

곤이 2008. 7. 31. 10:52

 싱가포르가 관광국가 맞습니까.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역과 금융 그리고 항만의 중심지인 싱가포르는 관광국가가 맞는 듯합니다. 서울과 면적이 비슷한 싱가포르의 인구는 450만 명. 그렇다면 지난 한 해 싱가포를 찾는 외국인은 얼마나 될까요. 싱가포르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싱가포를 찾은 외국인은 싱가포르 인구의 두 배인 900만 명이라고 합니다.
 이 같은 사실 하나만으로 싱가포르는 작지만 큰 관광대국으로 공인받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산호가루의 화이트비치도 하나 없는데.
 싱가포르 관광청 양지선 차장은 "톡톡 틔는 아이디어와 한 수 앞을 내다보는 혜안, 그리고 거기에 따른 선택과 집중에 의한 대규모 투자가 바로 성공의 열쇠"라고 요약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나이트 사파리, 그 유명한 주롱 새공원, 센토사섬 등 톡톡 틔는 발상의 전환의 결과물이 여럿 있지만 그래도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보타닉 가든이었고, 또 하나는 인공비치였습니다.

보타닉 가든에서 유일하게 입장료를 내는 국립 오키드 가든 입구.
양숙 난을 알리는 안내판.

 국립식물원  격인 보타닉 가든은 우선 금싸라기 땅인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해 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입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보타닉 가든에서 유일하게 입장료를 내는 곳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싱가포르 최대 난공원인 국립 오키드 가든입니다. 1000여 종의 난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도 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답니다. 여기까진 여느 나라와 별 반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새 품종을 개발하면 아껴뒀다가 싱가포르를 방문한 유명 인사의 이름을 붙여주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해서, 이른바 VIP 오키드 가든에는 고 다이애나 비, 대처 전 영국 수상, 영화배우 성룡 배용준 권상우 난 등이 있습니다. 지난 2003년 싱가포를 국빈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의 이름을 본 딴 '양숙 난'도 있습니다. 속된 말로 자기 마누라에게 이처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멋진 선물을 했는데 누가 감히 뒷통수를 치겠습니까. 2MB도 싱가포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외교 전략을 짜야 될 듯합니다.
 참 '대처 난'은 대처 전 수상이 여러 난을 보던 중 '아 내꽃이야!'를 연발해 즉석에서 명명됐다고 전해 옵니다.

야자수를 심고 돌을 쌓아 인공섬을 만든 후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한 모래를 깔아 만든 인공 비치. 열에 열 모두 속는다.
인공 비치 바로 안쪽에는 리조트 야외수영장이 있다.


또 하나는 싱가포르 최대 관광지인 센토사섬의 인공 비치입니다. 본 섬에서 남쪽으로 불과 800m 떨어져 있는 센토사섬의 남쪽 해변에는 야자수를 심고 돌을 쌓아 인공섬을 만들고 인도네시아에서 모래를 수입해 인공 비치를 조성해 놓았습니다. 자연 발생적인 해변의 비치와 하나도 다를 게 없어 열에 열 모두 깜짝 놀랍니다. 기발한 발상에 그저 혀를 내두를 뿐이었습니다.
 센토사섬은 현재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섬 입구 일부 시설을 허물고 대형 리조트와 카지노를 지어 인근의 대형 쇼핑센터인 비보시티와 무궤도 열차로 잇는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얼핏 싱가포르와 카지노는 어울리지 않지만 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우리의 위대하신 2MB의 대운하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막대한 돈을 퍼붓더라도 이런 데 쏟아야지 않겠습니까. 선택과 집중이란 말이 이런 곳에 적확할 듯 싶습니다.

 오랜 친구인양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캠프데이비드 별장에서 사진 찍는게 실리입니까. 과거는 과거이고 미래가 중요하다며 일본 국왕에게 고개 숙이는 것이 실용입니까.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경제를 살린다구요. 부자들 세금 깎아 주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겁니까. 국민들이 허탈해서 그저 쓴웃음만 지어요. 그거 아시나요.
 괜히 2MB 떠올렸다가 열이 올라옵니다. 이 무더운 밤에. 해서, 2MB를 머릿 속에서 지우며 쫑을 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