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한국타이어가 아니라 국제신문에서 데뷔했어요"

곤이 2008. 11. 21. 19:14


수년전 한국타이어의 CF로 유명세를 탄 꼬불꼬불한 길을 기억하십니까.

 당시 모델이었던 영화배우 전도연은 쏟아지는 비로 인해 미끄러질 것 같은 이 S라인 길을 부드럽게 내달리면서 한국타이어의 우수함을 알립니다.

 최치원의 애민사상이 배여 있는, 그 유명한 상림이 위치한 함양읍에서 남원으로 가는 24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만나는 이 길은 바로 '지안재길'입니다.
 이 CF는 한국타이어에게는 상당한 매출을 안겨주었고, 전도연에게도 톱스타로 발돋음하게 되는 계기가 됐었죠.

지안재길.

 하지만 이 CF의 최고 수혜자는 아마도 함양군일 듯 합니다. 아름답고 한편으로 신기한 이 길을 달리고 싶은 전국의 장삼이사들이 함양땅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유람을 왔으니까.

 속리산 말티고개를 연상시키는 이 지안재길 입구에는 '지리산 칠선 백무 오도령'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 지안재길을 지나면 그 정점에는 성곽 길이 38.7m, 높이 8m, 폭 7.7m, 문루 81㎡의 웅장한 '지리산 제1문'이 나그네를 맞이합니다. 흔히 이곳을 오도재 또는 오도령이라 하지요.

 최근에는 필부들이 지안재와 오도재를 구분하지 않고 그냥 오도재라고 하지만 함양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지안재와 오도재는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지리산 제1문 인근의 산신각은 신재효의 가루지기전에 따르면 변강쇠와 옹녀가 세상을 떠돌다 정착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산꾼들도 이곳을 많이 찾지요. 오도재에서 출발, 삼봉산~금대산~금대암을 거쳐 마천면으로 하산하는 길이 반듯하게 열려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 지안재길은 한국타이어 CF가 나오기 전에 이미 세상에 데뷔를 했습니다.

 지난 2000년 제7회 국제신문 사진공모전에 '길Ⅱ'라는 제목으로 박순복 씨가 가작으로 입선을 했습니다.(아래 사진 참조)

 그러니까 이 지안재길은 한국타이어 CF에 나오기 전에 국제신문 사진공모전을 통해 먼저 전국에 알려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지난 2000년 제7회 국제신문 사진공모전에서 박순복 씨가 가작으로 입선한 '길Ⅱ'.

지난 2000년 제7회 국제신문 사진공모전 입상 입선 작품집의 표지.



 
 오도재에 왔다면 마천면을 안 가볼 수 없겠죠. 볼거리가 제법 많답니다.

 첫 귀착지는 아마도 지리산 전망대가 될 듯 싶습니다. '지득정(智得亭)'이라는 정자에 올라서면 총 길이 25.5㎞의 지리산 주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마천면 소재지를 지나 남원 방향 1023번 지방도를 가다 보면 지리산 전망대가 한 곳 더 있습니다. 천년고찰 금대암이죠. 지리산 조망공원과 마찬가지로 주능선에 일일이 봉우리 이름을 표기한 조망안내판이 서 있습니다.

 칠선계곡 입구의 서암정사도 빠뜨리면 후회할 곳이지요. 한국 현대불교미술의 결정판이라 불리는 석굴법당 때문입니다. 석굴법당인 극락전에는 바닥을 제외한 벽과 천장에 아미타여래불과 지장보살이 조각돼 있습니다. 11년간 불국토를 꿈구며 일군 주지 원응스님과 한 장인의 불력이 이룬 결과물입니다.

 자! 이쯤 되면 이번 주말 함양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