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고기 대신 버섯 넣은 청도의 자랑 '사찰 자장' 아시나요

곤이 2008. 12. 5. 22:18

 고기 대신 버섯 넣은 청도만의 자랑 일명 '사찰자장'을 아시나요.
방송이나 신문 잡지에 수차례 보도됐기에 아! 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정확한 위치를 아는 사람은 드물지요.

 청도 금천면 소재지인 동곡리 금천새마을금고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중국집 이름은 '강남반점'(054-373-1569). 지난 1994년 문화재청장을 역임한 유홍준 교수의 스테디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2'에 이 식당이 소개되면서 일약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아직까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강남반점 문앞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강남반점 차림표. 탕수이는 버섯으로 만든 탕수이다.

주인 장기철 씨가 출장 중일 때 항상 문앞에 이렇게 팻말이 걸려 있다.

 "어느날 갑자기 사람들이 이상한 책을 한 권 들고 스님자장을 달라는 거예요. 그리곤 주말이면 꾸준히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게 아니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유홍준 교수가 책에 우리집을 소개했지 뭐예요. 그게 인연이 되어 유 교수는 지금도 청도에 오시면 저희 집을 꼭 찾지요. 얼마전에도 다녀가셨어요."

 기자는 그래서 먼지 묻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2'를 뒤져봤습니다. 270~271 페이지에 걸쳐 간략하게 소개돼 있더군요.
 원문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동곡에서 점심을 먹을 때면 가정식 백반을 경상도치고는 제법 정성스럽게 차리는 '육동댁 금동식당'에 가거나 '강남반점'의 짜장면을 먹는다. 강남반점은 운문사 비구니 학인스님들의 단골집으로 고기를 넣지 않은 스님용 짜장은 운문사 비구니 학인스님들의 단골집으로 고기를 넣지 않은 스님용 짜장면을 시켜야 더 맛있다'.

 이 짧은 두 문장이 시골 한 구석의 평범한 중국집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입니다.

 주인 장기철(51) 씨의 설명은 계속됩니다.
 

 그는 지금도 전국 각 언론에서 취재요청이 들어오지만 거절하기 바쁘답니다.
 사실 국제신문 산행팀이 무작정 장 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면 아마 거절당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운좋게도 기자는 한 다리 건너 소개를 받았습니다.
 그 소개한 분이 장 씨와는 너무나 가까운 분이어서 국제신문 산행팀을 거절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만나서 얘기를 하면서 알게 됐죠.

돼지고기 대신 버섯을 넣어 요리한 자장.

연한 연두빛의 먹음직스러운 면.

강남반점에서의 사찰자장은 이렇게 나온다. 더 필요한 것이 있을까.

비벼서 막 먹기 전의 사찰자장.

 

기자는 스님자장의 탄생 배경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오래전 운문사에는 매월 초하루에 수업이 없어 대부분의 학승들이 이곳에 와서 외식 겸 회식을 자주해 스님들을 위해 자장면을 만들어 본 것이 계기가 됐지요. 지금이야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바로 운문사행 버스가 있지만 예전에는 동곡으로 와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에 버스를 기다릴 동안 우리집에 와서 식사를 자주 했어요."

 맛의 비결은 간단합니다. 고기 대신 5가지 종류의 버섯과 신선한 채소를 사용하고, 파 양파 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아 담백합니다.
 주인 장기철 씨는 "항간에 '스님자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는 스님들에 대한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켜 '사찰자장'으로 불렀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문앞에는 '원조 사찰자장'으로 적혀 있습니다.

주방에서 자장을 볶는 주인 장기철 씨.

흔히 주방은 공개를 하지 않지만 강남반점은 밖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취재 다음날 아침 출장갈 준비를 하고 있는 장기철 씨. 배추 양배추 호박 당근 등 짬뽕요리 재료들이란다.

역시 부부는 일심동체. 카메라를 요리조리 피하던 부인이 딱 걸렸다.

 

재미있는 점은 장 씨 부부가 전국의 사찰로 출장을 자주 간다는 것. 특히 요즘과 같은 동안거 때는 출장이 잦다고 합니다. 많을 땐 한 달에 17번도 간 적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달력에는 출장갈 스케줄이 빽빽이 적혀 있습니다. 기자가 그 달력을 유심히 보자 그는 요즘은 뜸하다며 겸손해 했습니다.

 장 씨는 이 때문에 찾기 전에는 반드시 가게문을 열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장 씨의 머릿속에는 전국 사찰의 위치와 특징 그리고 주석하고 있는 스님들을 거의 다 꿰고 있습니다.
 수년 전 문화부에서 종교를 담당한 적이 있는 기자가 봐도 불교계에 종사하는 웬만한 사람보다 다양하고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비구니 강원이 있는 사찰은 어쩌구 저쩌구, 전라도 어느 사찰에는 어떤 스님이 계신데 그 스님은 어쩌구 저쩌구, 강원도 어느 사찰에는 최근 진입로를 만들어 차량이 들어가고, 부산 천마산 기슭의 어느 스님의 별명은 이렇쿵 저렇쿵…. 순풍에 돛단듯이 청산유수처럼 흘러나옵니다. 마치 이야기 할아버지처럼.

 설악산 백담사와 해남 대흥사도 다녀왔다는 장 씨는 "앞으로도 불자들이 원한다면 전국 어디건 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산의 경우 범어사 대성암이나 송광사 말사인 광안동 화엄사, 최근에는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영도구노인복지관 등도 다녀왔다고 합니다.
 기자와 얘기를 나눈 그날 저녁, 장 씨는 내일도 모 사찰에 출장을 간다면 채소를 써는 등 출장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다음에 한번 더 들려달라며 예의 사람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출장 스케줄이 적힌 강남반점의 달력.

출장에 필요한 단무지 등이 문앞에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