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살리기' 불똥, 밀양 산골마을을 덮치다
봉의저수지 뚝에서 본 평화스러운 산내면 가인리 인곡마을. 길 건너편 봉우리는 정승봉. 농어촌공사는 마을이 끝나는 지점(24번 국도)까지 봉의저수지 뚝을 앞으로 내기 위해 인곡마을을 수몰시켜 주민들을 이주시킨다는 계획을 현재 밀어부치고 있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불똥이 엉뚱하게도 밀양의 한 산골마을에 튀고야 말았습니다.
얼마 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둔 하회마을의 낙동강변에 높이 3m의 보가 설치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필부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지만 낙동강에서 한참 떨어진 조그만 산골 마을에 불똥이 튀었다는 사실은 뜻밖이었습니다. 하회마을이야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까지 다녀갈 정도로 지명도가 높은 데다 시민환경단체들이 보 설치에 대해 반대 활동을 펴고 있어 희망의 불빛이 보입니다만 밀양의 사정은 영 그렇지 못한 듯 합니다.
밀양 산내면 가인리 인곡마을 이야기입니다. 이곳은 얼음골 사과나무와 벼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전형적인 우리네 산골마을입니다. 마을 뒤에는 봉의저수지가 있고, 저수지가 끝나는 지점에는 이름 그대로 아름다운 가인계곡이 위치해 있습니다.
가인계곡은 주변 풍광이 원시 그대로여서 이를 알고 있는 일부 산꾼들이 이심전심으로 '나만의 계곡'으로 삼기 위해 입조심을 한 탓에 일반인들에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계곡입니다. 산꾼들은 이웃한 구만계곡으로 올라 구만산 정상을 찍고 가인계곡으로 하산하지요. 여름철 계곡산행지로 일품이지요.
각설하고, 주민들에 따르면 사연은 이랬습니다.
농어촌공사 경남본부가 4대강 살리기 계획의 일환으로 낙동강의 환경용수 확보를 위해 인곡마을 뒤 봉의저수지의 뚝을 높이는 사업을 시행키로 했답니다. 이럴 경우 60대 이상 노인들이 주류인 30여 가구는 어디론가 이주를 해야 되고, 마을과 저수지 상류 가인계곡은 잠기게 됩니다.
구만산에서 발원한 청청수 가인계곡물은 봉의저수지에 모여 바로 아래 동천과 단장천 밀양강으로 갈아탄 후 종착역인 낙동강에 이르게 됩니다.
주민들은 "보 설치로 인해 더러워질 물을 왜 하필이면 낙동강에서 아주 먼 우리 저수지물을 끌어다 쓸 생각을 했는지, 그것도 자손대대로 살아온 주민들을 쫓아내면서까지 해야 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또 한 주민은 "마을 주민들 보상과 엄청난 공사비에 비해 그다지 저수지 유량이 크게 늘지도 않을 것 같은데 왜 이 같은 밀어부치기 공사를 강행하는지 그 저의를 짐작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경남본부 관계자는 "봉의저수지 뚝 높임 사업은 주민들의 반대가 워낙 심해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도 "현재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미 저수지 주변 측량과 가수 구, 얼음골사과 나무 수 등 이주 보상과 관련한 기본 조사는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다른 핑개를 대고 이미 조사해 갔다고 주장합니다. 봉의저수지. 봉의저수지 뒷산은 구만산. 봉의저수지와 만나는 가인계곡. 주변 풍광이 수려한 가인계곡.
이런 가운데 5일 농어촌공사 경남본부를 비롯, 환경청 밀양시 산내면사무소 직원등이 대거 인곡마을을 찾아 봉의저수지 뚝 높임 사업과 관련, 준비한 차트를 넘기며 설명회를 가졌답니다.
이에 따르면 기존 인곡마을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봉의저수지 뚝을 24번 국도 쪽으로 앞당겨 저수량을 확대하는 방안이 1안이고, 봉의저수지와 가인계곡이 만나는 지점에 또 다른 작은 뚝을 만드는 것이 2안이고, 현재 봉의저수지 뚝과 불과 30m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 뚝을 만든다는 만화같은 내용이 3안이라고 합니다.
농어촌공사 측은 이어 오는 26일까지 마을주민들이 찬반 투표를 한 후 결과를 알려달라며 사실상 통보를 하고 자리를 떴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행정의 횡포에 다름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마을 한 주민은 "30여 가구의 주민들 대다수가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노인들이라 제대로 된 의견수렴도 힘들거니와 반대 데모를 하려고 해도 누구 하나 앞장 서서 나서지도 못하는 형편이라 그야말로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만 태우고 있다"고 울분을 태우며 말했습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 MB정부의 밀어부치기 정책은 정말 막무가내식입니다. 조그만 산골마을 하나 없애는 것을 파리 목숨과도 같이 취급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하 모두 가인계곡입니다.
가인계곡에 만난 무당개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