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어라! 또 구르네" 3펏은 기본, 유리알 그린 '실감나네'-부산CC

곤이 2010. 4. 15. 17:18

클럽 난코스 공략하기 - 부산CC

그린 평균 스피드 3.5m, 좌 그린은 3.6m 육박
특히 좌 그린 18, 7, 10, 9번홀 퍼팅 까다로워
페어웨이 폭 좁고, 전장 짧아도 어렵게 다가와
금정산 계명봉에 안겨 수목원에 온 느낌
 

'유리알 그린과의 전쟁', '유리알 그린서 누가 살아남을까'.
골프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문구를 간혹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얼마나 그린 스피드가 빠르기에 이런 표현을 쓸까.

다행히 그린 스피드를 수치로 나타내는 기구가 있다. '스팀프미터(Stimpmeter)'가 바로 그것이다.

그럼 스팀프미터로 '유리알 그린'이란 수식어가 붙는 그린의 스피드를 재면 얼마나 나올까.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미PGA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의 그린이 3.4m 안팎이다. 이 정도의 스피드면 타이거 우즈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는 보통 빠르기의 수치는. 2.1~2.7m 정도다. 통상 스팀프미터 수치가 2.8m만 넘어도 빠르다고 한다. 국내 골프장의 경우 평소 2.5m 정도를 유지하다 대회를 유치할 경우 그린 스피드를 3.4m 정도로 맞추는 것이 관례이다.

영남권 골프장 중에서 현재 어느 골프장의 그린이 가장 빠를까. 기자는 부산CC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구력이 꽤 된 주말골퍼들은 '설마'라고 반문하겠지만 사실이다. 다시 말해 지금 부산CC에 가면 프로 선수들도 쩔쩔맨다는 유리알 그린을 경험할 수 있다.

흔히 부산CC라고 하면 오래되고 전장이 짧아 노인이나 여성에게 딱 맞는 골프장으로 알려져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회원들의 평균 연령이 65세로 기존 골프장의 회원들 평균 나이보다 10~15세 많다.

하지만 부산CC는 지난해 봄부터 그린 등 일부 시설의 개보수를 단행, 그린 스피드를 엄청 끌어올렸다.

정은주 코스관리부장은 "그린의 평균 스피드가 3.5m, 좌 그린의 몇 개 홀은 3.6~3.7m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3퍼팅은 기본이고, 자칫 방심하면 4퍼팅도 다반사다. 골프장 관리가 얼마나 잘돼 있는지의 척도가 그린 스피드인 점을 감안할 때 부산CC는 그린에 관한한 전국 최고라 자부해도 별 이견이 없을 듯하다.

부산선 최초, 전국에선 두 번째-전통의 골프장
   
18홀의 부산CC는 지난 1956년 서울CC에 이어 지금의 해운대 AID아파트 자리에 조성된 후 고 박정희 대통령이 전망 좋은 이곳에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말 한마디에 1971년 지금의 노포동 자리로 옮겼다. 부산 골프장의 산증인이자 역사인 셈이다.

부산의 진산 금정산 계명봉과 좌우로 펼쳐진 금정산 주능선에 쏘옥 안겨 있는 부산CC는 옛날 골프장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나라 초창기 골프장이다 보니 요즘처럼 산을 깎아 인공미를 가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지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티잉그라운드와 그린의 고저 차가 제법 있다.

덕분에 숲이 아주 울창해 수목원이나 삼림욕장에 온 듯해 우선 마음이 푸근하다. 전장은 5998m(6560야드)로 타 골프장에 비해 비교적 짧지만 챔피언티를 일부 열어 놓아 주말골퍼 입장에선 큰 차이는 없다. 좌우 2개의 그린은 주로 포대 그린이며, 티잉그라운드에선 일부 그린이 잘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남기는 하다.

하지만 대한골프협회의 코스레이팅 결과는 18홀 기준 72.2타. 만만치 않은 골프장임을 보여준다.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장타자보다는 정확한 샷을 구사하는 구력이 되는 노장들이나 여성들에게 유리한 골프장임을 알 수 있다. 접근성이 아주 편리한 점도 장점이다.

3퍼팅은 기본, 방심하면 4퍼팅도 다반사

부산CC는 페어웨이 폭도 좁다. 송영근(58) 클럽 챔피언은 "드라이버를 맘껏 휘둘렀다간 프로도 싱글핸디캐퍼도 절대 OB를 피해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장타자도 이곳에선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

그린 면적 또한 좁다. 좌우 그린 두 개를 합해도 요즘 신설 골프장의 그린 하나의 면적보다 작다. 그만큼 온그린 시키기도 어렵다.

옛날 골프장이 다 그렇듯 모든 홀의 그린은 예외 없이 뒤쪽은 높고, 앞쪽은 낮다. 해서, 어프로치 샷이나 세컨 샷의 정확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송영근 챔피언은 "그린 뒤쪽을 공략하는 것보다 온그린이 되지 않더라도 약간 짧게 쳐서 어프로치 샷을 한 후 오르막 퍼팅으로 공략하는 것이 정석이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린 좌우나 뒤쪽의 공간이 아주 좁아 클럽 선택을 잘못했거나 방향이 틀어지는 순간 OB는 각오해야 된다.

그린이 좁고 잘 구르다 보니 볼이 그린에 바로 떨어질 경우 90% 이상은 굴러굴러 그린을 벗어난다. 이럴 경우 어프로치 샷으로 그린에 올려야 한다. 하지만 퍼팅에서조차 어려운 내리막 그린으로의 어프로치는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만일 그린을 벗어나지 않고 볼이 핀보다 위쪽에 떨어졌을 경우 내리막 퍼팅을 해야 된다. 조금이라도 라인을 잘못 보거나 힘 조절이 되지 않을 경우 그린 에지나 페어웨이 쪽으로 굴러내려가 결국 냉온탕을 반복해야 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명퍼터' 최상호 프로는 3퍼팅을 안 하는 방법이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첫 퍼트를 핀에 붙이면 된다는 명답을 했다지만 부산CC 의 내리막 퍼팅에선 이마저 먹힐지 의문이다. 대부분의 그린이 어렵지만 좌 그린일 경우 18번, 7번 10번, 9번홀과 우 그린 15번홀이 전형적인 3퍼팅, 4퍼팅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홀이다.

이런 홀 저런 홀, 이런 재미 저런 재미

금정산 계명봉이 정면으로 보이는 1번홀.
1번홀 페어웨이.

 티오프 하기 전에 미리 알고 들어가면 도움이 되는 어려운 홀이 몇 개 있다. 거리는 좌 그린 기준이다.

계명봉이 정면으로 보이는 파4 핸디캡3, 1번홀. 챔피언티 388m, 레귤러티 375m, 레이디스티 347m. 내리막홀이라 슬라이스가 빈번해 좌측으로 공략하면 볼이 떨어지는 지점에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다. 해서, 좌우 측 모두 OB가 있어 티샷하기가 망설여진다. 세컨 샷은 티샷보다 더 어렵다. 좌우 그린 사이, 좌 그린 왼쪽, 좌우 그린 뒤쪽에 벙커가 각각 있는 데다 조금이라도 거리가 맞지 않으면 그린 주변 공간이 아주 좁아 OB는 불 보듯 뻔하다. 좌 그린일 경우가 특히 어렵지만 이럴 경우 우 그린 쪽을 보고 공략하는 것이 정석이다. 앞바람이 심해 거리 또한 잘 나지 않는다.

파3홀로 아주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는 17번홀.
렌즈로 당겨서 본 17번홀.

파3 핸디캡2, 17번홀은 거리 아이언이나 우드를 잡아야 되는 홀. 챔피언티 185m, 레귤러티 171m, 레이디스티 136m. 장타자가 아닌 송영근 챔피언은 일명 '고구마'라 부르는 하이브리드를 잡는다. 좌우 그린 사이 앞쪽, 좌 그린 왼쪽에는 항아리 수준의 깊고 큰 벙커가 도사리고 있어 여유 공간이 거의 없다. 좌우 OB까지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어려운 좌 그린일 경우 한 팀에서 1명 정도밖에 온그린을 시키지 못한다. 우 그린일 경우 겨울철 딱딱해진 법면을 맞고 온그린되는 경우도 흔히 있다.

파4 4번홀.
가까이 당겨본 4번홀.

우 그린이 약간 보이는 파4, 핸디캡1 4번홀은 내리막 좌 도그레그홀. 챔피언티 388m, 레귤러티 374m, 레이디스티 361m. 페어웨이가 좁고, 좌우 OB에 앞바람까지 자주 부는 데다 IP지점이 다운힐 지점이어서 투온시키기가 어렵다. 좌 그린일 경우를 대비해 페어웨이 우측 210m 지점에 벙커까지 만들어 놓아 티샷이 아주 어렵다. 주말골퍼들이 3온, 3퍼팅을 가장 많이 하는 홀이다.

16번홀.

파4 핸디캡4, 16번홀은 약간 내리막 좌 도그레그홀이다. 챔피언티 369m, 레귤러티 352m, 레이디스티 330m. 이 홀은 정면 200m(레귤러티 기준) 지점부터 '막창'으로 인한 OB가 발생할 수 있다. 약간 우측에는 벙커까지 있어 티샷이 아주 중요하다. 정석은 좌측 숲 쪽으로 드로볼을 구사하면 되지만 주말골퍼들은 자신의 비거리를 고려, 우드나 드라이버를 잡아야 된다. 좌 그린일 경우 파를 잡으면 버디나 다름없을 정도로 잘 치는 골퍼이다.

팁-포대그린 공략법

국내 골프장에는 그린이 페어웨이보다 높은 포대(elevated)그린이 유난히 많다. 부산CC도 예외는 아니다. 포대그린이 어려운 것은 표고 차에 따른 거리를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클럽 선택이 어렵다는 것. 흔히 표고 차가 5m 정도면 한 클럽, 10m면 두 클럽 길게 잡으면 효과적이라 하지만 어프로치 샷을 하기 전 세컨 샷 때부터 미리 거리를 생각하고 치면 훨씬 더 용이해진다. 즉 10m 앞에선 어프로치 샷을 띄워야 하지만 20m 정도면 적당히 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공을 가운데 놓고 백스윙 크기도 적당하여 편하게 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CC에선 이 같은 이론적 공략법이 100% 적용되지 않는다. 뒤가 높고 앞이 낮은 스피디한 유리알 그린이기 때문에 무조건 핀 앞에 떨어뜨려야 한다. 부산CC 중에서도 어렵기로 소문난 '좌 그린 앞핀'일 땐 어프로치 샷을 한 번 더 하더라도 무조건 핀 앞을 겨냥해야 한다. 이론이 100% 적용되지 않는 골프, 그래서 어려운가 보다. (051)509-0707

나머지 사진들

2번홀.
3번홀.
3번홀 페어웨이.
5번홀.
6번홀.
7번홀.
8번홀.
9번홀.
10번홀.
10번홀.
11번홀.
12번홀.
13번홀.
14번홀.
15번홀.
15번홀.
18번홀.
18번홀.
18번홀 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