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봤을 법한 '준·희' 리본 주인공 최남준 2대 산행대장
부인과 함께 올랐던 산에 리본 달아… 자비로 약수터 10여곳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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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준 대장(왼쪽)과 그가 사용하는 오렌지색 리본.
 

명산이건 근교산이건 산깨나 탄 분이라면 산행 도중 '준·희, 그대와 가고 싶은 산'이라고 적힌 주황색 리본을 한 번쯤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한번에 여러 장 걸린 나뭇가지가 아닌 아주 호젓한 산길 제법 높은 가지 위에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이 리본을 단 주인공은 바로 국제신문 제2대 산행대장을 역임한 최남준(66) 씨.

지금은 건건산악회의 고문으로 물러나 있지만 한창 땐 건건산악회를 이끌며 1대간 9정맥을 주파하며 지역 산악계에 종주산행의 붐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다. 개인적으로 그는 1대간 9정맥 중 금남정맥과 금북정맥만 빼고 아마추어 산꾼들을 이끌고 2번씩이나 종주를 한 건각이기도 하다.

그의 산사랑과 가족사랑은 지역 산악계에서도 훈훈한 사례로 회자된다.

리본에 적힌 '준·희'는 최 씨와 10여 년 전 유명을 달리한 그의 부인 이름의 이니셜. 최 씨는 부인이 지병으로 세상을 뜬 후 크게 낙심한 나머지 한동안 산을 끊었다. 너무나 사랑했기에 1년 정도 부인의 유품을 치우지 않아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어느날 홀연히 산에 다시 나타났다. '준·희'라고 적힌 리본을 들고서. 데이트도 산에서, 신혼여행도 한라산에 갔을 만큼 산을 사랑했던 그는 부인과 함께 했던 산을 찾으면서 리본을 하나씩 달고 또 달았다.

그의 산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그는 후배 산악인인 조병주 김무길 씨 그리고 최근 타계한 김희조 씨와 함께 사비를 들여 지금까지 10여 곳에 약수터를 조성했다. 백두대간길의 깃대봉 약수터와 조령산 조령샘, 금정산 남문 인근 수박샘, 동문 인근 북바위샘, 장군봉 인근 옹달샘 등이 그가 만든 대표적 샘터이다.

최 씨를 잘 아는 한 지인은 "약수터 조성을 위해선 돈은 물론이고 장마철 평상시 갈수기 가뭄 때 등 적어도 네다섯 번 정도를 가야 하는 성의가 있어야 된다"며 "산을 사랑하지 않으면 엄두도 못낼,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산을 좋아하면서 미장 기술을 가진 사람이 가까이 있다면 계속해서 능선길에 물줄기를 찾아 샘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최근 오랜 산행으로 인해 다리가 안 좋아져 정상적인 산행을 할 수 없다. 많이 걸어봐야 3, 4시간이 임계치다. 해서 그는 또 다른 과업에 착수했다.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 이름이 없거나 정상석이 없는 부산근교의 봉우리에 가로 7㎝, 세로 20㎝ 되는 나무팻말을 달기 시작했다. 현재 500여 개 달았으며 다리에 힘을 남아 있을 때까지 이 작업은 계속될 거라고 했다.

무엇보다 최 씨는 영원한 '국제신문맨'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년여의 국제신문 산행팀과의 인연 때문에 타 신문의 산행대장 제의나 타 방송의 산행 관련 프로그램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사실 최 씨는 기자가 근황을 꼼꼼히 묻자 "니 기사 쓸라고 하나. 사람 우습게 만들지 마라"며 중간에 말문을 닫았다. 그때 기자는 절대 기사화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래도 썼다. 꾸지람 들을 각오를 하면서.


글=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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