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산 깨진바위 거참 희한하게 생겼네
-영남알프스 청도 범봉 대비골~천문지골 산행

산행 시종점 각각 대비사 운문사 볼거리 무궁무진
오를 때 대비골, 하산 때 천문지골 큰골 모두 계곡산행
걷는시간만 4시간5분 산행 답사 두 마리 토끼 가능
억산 정각산 개물방산 호거대 지룡산 등 모두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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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사찰인 대비사 대웅전 좌측 처마 위로 쩌억 갈라진 모양의 바위가 억산 깨진바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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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풍재를 지나 범봉으로 가는 도중 만난 전망대에서 본 억산 깨진바위. 우측 산아래 위치한 대비사에선 깨진바위가 선명하게 확인됐지만 이곳 전망대는 보는 각도가 달라 사진상으로 깨진바위의 형상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깨진 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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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바위 능선 우측 끝 봉우리는 개물방산(왼쪽). 개물방산 우측 저수지는 들머리의 대비지(박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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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봉과 바로 이웃한 억산에서 본 깨진바위. 억산 정상에서 수리봉 쪽으로 약간만 내려서면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억산 깨진바위. 대비사에서 본 깨진바위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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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산은 그 자체가 영남알프스 전망대다. 억산 정상에서 바라본 경관으로, 건너편 맨 왼쪽이 깨진바위의 일부분이고, 정면이 범봉, 그 오른쪽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운문산, 맨 뒤 능선 중 한 가운데 뾰족봉이 영남알프스 맏형 가지산, 그 왼쪽 끝이 상운산이다.



 천년고찰 운문사는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영주 부석사 등과 함께 전국의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사찰 중 하나이다. 절로 향하는 길 주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빠알간 늦사과와 노오란 은행잎이 환상적인 영주 부석사만 만추에 유독 두드러질 뿐 나머지 사찰은 사시사철 꾸준하게 발길이 이어진다.

 명산에 명찰이라 했던가. 선암사는 전형적 육산인 조계산이, 대흥사는 다도해 국립공원을 굽어보는 암봉인 두륜산이, 소백산 국립공원에 포함돼 있는 부석사는 백두대간인 소백산 줄기가 품고 있다.

 청도 운문사는 차고 앉은 형세가 다른 사찰과 사뭇 다르다. 통상 사찰은 산을 등지고 있는데 반해 운문사는 운문산과 마주보고 있다. 실제로 옛 비로전인 대웅보전 앞에 서면 운문산 정상이 올려다보인다.

 한데, 절집 앞 현판에는 '호거산(虎踞山) 운문사(雲門寺)'라 적혀 있다. 호거산은 절 북서쪽에 위치한 호랑이가 의연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한 암봉으로 일명 등심바위. 통상 절이름 앞의 산이름은 가장 근접한 곳의 봉우리 이름을 붙인다는 관습에 따라 호거대라 불리는 암봉을 호거산으로 바꿔 붙였지 않나 싶다.

 뜬금없이 운문사를 화두로 꺼낸 까닭은 독자들의 전화 때문. 그들은 한결같이 하산 지점이 운문사인 코스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운문사로 하산 가능한 봉우리는 운문사 북동쪽의 지룡산, 북서쪽의 호거대(등심바위)와 딱밭재에서 떨어지는 천문지골, 아랫재에서 시작되는 심심이골 그리고 상운산이나 가지산에서 출발하는 학심이골 정도.

 지룡산 호거대 심심이골 학심이골 등은 최근 소개했거나 코스가 너무 길어 고민 끝에 산행팀은 청도 대비사에서 출발하는 범봉 코스를 택했다. 한적한 천년고찰 대비사에서 대비골로 올라 적당히 능선길을 걷다가 천문지골로 내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점이라면 원점회귀가 아니라 대중교통편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

 구체적 경로는 청도군 금천면 대비사~대비골~팔풍재~전망대~등심바위(호거대) 갈림길~범봉~딱밭재~천문지골~큰골(운문천)~운문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5분 정도. 들머리와 날머리의 천년고찰 대비사와 운문사를 구경하고, 오르내릴 때의 대비골과 천문지골에서 발을 담그며 땀을 식히노라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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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는 대비사. 이 코스는 산 너머 밀양 석골사와 함께 억산으로 오르는 유이(唯二)한 산길이지만 오지여서 찾는 이가 거의 없다. 이 점이 되레 한적한 산행을 가능케 해주는 순기능 역할을 하고 있다.

 호거대 아래 첩첩산중에 터를 잡은 비구니사찰 대비사 주차장 입구 '등산로'라고 적힌 조그만 이정표를 따라가며 산행은 시작된다. 절로 가는 길이 우측에 열려 있고 좌측 다리 건너에는 절벽 아래 부도전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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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사 들머리 좌측에 위치한 부도전.

 들머리에서 4분이면 산으로 들어선다. 굴참 신갈 등 활엽수들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곧 갈림길을 만나지만 좌측 계곡(대비골) 쪽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출입을 막고 있어 우측으로 오른다. 계곡과 나란히 걷지만 아직은 산길에서 접근이 어려워 무작정 오른다. 20분쯤 올라야 비로소 계곡으로 가는 소로가 열려 있지만 무시하자. 5분 뒤 계류를 건너기 때문이다. 바닥까지 훤히 보일 정도로 유난히 물이 맑은 데다 아주 차다. 조금 더 오르면 나홀로 '알탕'을 하기에 제격인 작은 소가 여럿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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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사에서 주능선인 팔풍재로 가는 도중의 대비골.

 이어지는 산길. 농짝 내지 집채만한 바위가 정면에 병풍처럼 떡 버티고 있는 가운데 이끼 낀 작은 바위 사이로 산죽길이 기다린다. 이어 만나는 지계곡 물길을 건너면 산길은 지그재그로 바뀌며 상당히 가파른 된비알로 돌변한다. 여기에 바닥은 너덜길이 한동안 이어져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특히 주능선인 해발 770m대의 팔풍재로 오르기 전 300~400m 구간은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경사가 급하다. GPS 단말기로 얼핏 봐도 45도의 경사는 될 법하다. 들머리에서 팔풍재는 2.6㎞로 1시간35분 걸린다.

 팔풍재는 사거리. 우측은 왕복 40분쯤 걸리는 억산(0.6㎞), 직진하면 석골사(2.7㎞), 산행팀은 좌측 운문산(3.7㎞) 딱밭재(1.9㎞) 방향으로 향한다. 약간의 굴곡이 있어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전체적으로 내리막길로 수월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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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맛같은 점심. 윤옥 씨, 다음 산행 때도 꼭 참석하세요.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

 오르막은 8분쯤 뒤부터 시작된다. 12분쯤 지그재그길을 힘겹게 오르면 전망대에 닿는다. 억산을 비롯한 주변 산들이 한눈에 파악된다. 약간 정면이지만 쩍 갈라진 깨진바위의 확인이 가능하다. 우측으로 들머리 쪽인 대비지가 보이고 발아래 골짜기가 방금 산행팀이 올라온 곳이다.

 억산 좌측 밀양 쪽에는 수리봉 실혜산 정각산 승학산 용암봉 종남산 덕대산이, 억산 바로 우측 저멀리 비슬산이 확인된다. 대비지 좌측 솟은 산이 개물방산, 그 뒤로 선의산 용각산 대왕산 통례산 학일산, 대비지 우측으로는 호거대, 그 뒤로 도롱굴산 서지산 옹강산 지룡산 서담골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3분쯤 급경사길로 오르면 등심바위(호거대) 갈림길. 좌측은 대비사 쪽으로 원점회귀가 가능한 능선길, 산행팀은 우측으로 오르다 다시 내려선다. 이제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범봉이다.

 집채만한 바위를 우측으로 우회해 '좌 청도, 우 밀양' 산길을 걸으면 숲에 가려 조망이 하나도 없는 좁다란 공터에 닿는다. 범봉(969m)이다. 이정표와 119 구조 표지목이 나란히 서 있지만 범봉이라 적힌 정상석은 없다. 대신 누군가가 이정표 상에 검은 매직펜으로 '범봉'이라 적어 놓았다.

 우측은 상운암계곡 또는 대비골 방향, 산행팀은 좌측으로 내려선다. 4분 뒤 좌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맨 앞 회백색 바위들이 보석처럼 박힌 능선이 지룡산줄기이며 정상은 10시 방향 쪽 봉우리다. 그 아래 북대암이, 산행팀이 선 곳에서 정면에는 사리암이 보인다. 그 사이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옹강산이며, 그 뒤 맨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사룡산 단석산 문복산이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내리막길의 종착지는 딱밭재. 전망대에서 10분. 옛날 이 주변에 닥나무가 많아 명명됐다고 전해온다. '글월 문(文)' 자가 들어가는 천문지골이란 이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다.

 딱밭재 역시 팔풍재와 마찬가지로 사거리. 직진하면 운문산(2㎞) 우측은 석골사(2.9㎞), 산행팀은 좌측 천문지골을 거쳐 운문사(4.5㎞)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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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밭재에서 운문사로 내려서는 도중의 천문지골.


 30분 동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칠고 순한 지그재그 너덜길을 내려오면 비로소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후 산허리길을 돌며 천문지골이 빚어낸 운치있는 풍광을 감상한다. 와류가 흐르는 제법 미끄러운 암반을 지나면 일순간 편하고 너른 길을 만난다. 3분 뒤 계곡과 만난다. 유량도 적절하고 주변 풍광도 빼어나 잠시 쉬어가기에 적합하다. 이 계곡을 지나면 사실상 산책로 수준의 산길. 10분 뒤 운문산 자연생태 조사를 위한 일종의 텐트인 트랩도 지난다.

 산행은 이제 막바지. 계곡과 나란히 걷는다. 여유가 있으면 맘에 드는 계곡의 한 지점에 내려가 쉬어가면 어떠하리. 짧게는 3분, 길게는 9분 간격으로 네 번의 계곡을 지나 150m쯤 걸으면 갈림길. 딱밭재에서 1시간25분 소요. 좌측은 운문사 승가대학 학장인 법계 명성 스님의 처소인 죽림헌 방향, 산행팀은 직진형 우측으로 향한다. 잠시 후 다시 큰골을 건너면 사리암에서 운문사로 이어지는 포장로에 올라서고 여기서 입산통제 초소를 지나면 운문사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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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행의 날머리인 청도 운문사 전경.



#떠나기 전에-2만5000분의 1 지형도, 범봉 자리에 억산 표기 오류

 이번 산행의 들머리와 날머리는 각각 천년고찰 대비사와 운문사. 모두 비구니 사찰이다. 신라 진흥왕 557년 한 선승이 청도 호거산(지금의 호거대)에 들어와 3년 동안 수도를 한 후 절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 스님은 현 운문사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산허리 갑(岬)' 자가 들어가는 '오갑사(五岬寺)'를 7년 만에 완성했다. 동쪽의 가슬갑사, 서쪽의 대비갑사, 남쪽의 천문갑사, 북쪽의 소보갑사 그리고 중앙의 대작갑사가 바로 그것. 대작갑사와 대비갑사는 각각 지금의 운문사, 대비사이며 나머지 세 갑사는 폐사돼 찾을 길이 없다.

 그 흔한 일주문이나 천왕문조차 없는 대비사는 그야말로 심산유곡 깊은 산골에 위치한 절집. 단청이 모두 벗겨져 고풍스러운 맛이 물씬 풍기는 맞배지붕의 보물 제834호 대웅전이 우선 눈길을 끈다. 이곳에선 깨진바위로 불리는 독특한 형상의 억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종점인 박곡(리) 도로변에 위치한 보물 제203호인 박곡리 석가여래좌상도 챙겨보자. 석굴암과 시기와 양식이 비슷한 이 불상은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날머리 운문사는 설명이 필요없는 아름다운 사찰. 노송들의 빼어난 각선미는 언제 봐도 가슴을 뛰게 하고 천년기념물인 500년 된 처진소나무는 언제봐도 정감이 간다. 경내에선 남쪽으로 운문산이 포근하게 다가오고, 북동쪽으로 운문사보다 먼저 창건된 북대암을 품은 지룡산의 암봉이, 북서쪽으로는 호랑이가 의연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한 호거대(등심바위)가 손에 잡힌다. 수줍게 총총걸음을 옮기는 비구니들도 정겹다. 불전사물도 놓치지 말자. 법고 목어 운판 범종 순으로 시방세계에 어둠을 알리는 일종의 의식이다. 불전사물을 두드리는 이가 모두 이승이며, 50여 명의 동료 학인스님들도 예를 갖추고 함께 동참해 눈길을 끈다. 또 한 가지. 국토지리정보원이 발행하는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범봉의 자리에 억산이라 표기돼 있고, 억산 자리에는 그냥 깨진바위라고 적혀 있다. 첨언 하나 더. 천문지골 학심이계곡 등 운문사를 끼고 있는 계곡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므로 하산길에 물가로 내려 몸을 씻는 행위는 삼가주시기 바란다.

#교통편-운문사에선 사리암 오가는 직행버스 이용하면 편리

열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부산역에서 청도행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6시45분, 7시55분, 9시10분, 10시30분에 출발한다. 1시간 걸리며 4800원(주말 5000원). 청도역에서 길을 건너 인근에 위치한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고 동곡에서 내린다. 오전 9시20분, 10시10분, 10시50분에 있다. 1시간 걸리며 3500원. 동곡정류장에서 들머리 대비사에 가기 위해선 박곡(리)에서 내려 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오전 9시45분, 11시30분. 1000원.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동곡정류장 입구에 있는 개인택시(054-372-3066)를 이용하면 된다. 9000원.

 날머리 운문사에선 부산역에서 사리암을 오가는 직행버스(011-507-8801)를 타면 된다. 오후 4시30분(토요일만 오후 4시) 출발. 7000원. 이 버스를 놓쳤을 경우 청도로 가서 열차를 타야 한다. 청도행 버스는 오후 3시50분, 4시50분, 5시40분, 7시15분(막차). 3500원.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1시54분, 5시51분, 6시15분, 6시40분, 7시52분, 9시40분에 있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근교산&그너머 <542> 가지산 학심이계곡

영남권 최고의 비경
학소대 제1, 2폭포와 넓고 깊은 소, 감탄사 연발
학심이계곡, 상류서 좌우골이 만나 하류 이어져
상운산 입구 헬기장, 영남알프스 한눈에 펼쳐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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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를 뒤흔드는 우렁찬 물소리가 들려오는 학소대 1폭포.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힘찬 물줄기가 내려꽂히는 이 폭포는 생김새가 독특해 최하단부에선 쌍폭으로 갈무리를 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영남알프스의 간판은 최고봉인 가지산(1240m).

산세면 산세, 전망이면 전망, 계곡이면 계곡, 계절에 따라 피는 야생화 등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그야말로 영남알프스의 복덩이다.

산이 깊으면 골이 깊다는 정설대로 가지산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계곡을 무려 다섯 개나 품고 있다.

영남권에서 최고의 계곡이라 자타가 인정하는 포항 내연산계곡에 비해도 전혀 뒤질게 없는 학심이계곡, 아랫재에서 올라 학심이골과 연결되는 심심이계곡, 가지산과 가지산중봉 사이의 밀양재에서 24번 국도변으로 떨어지는 용수골, 호박소에서 석남터널 쪽으로 이어지는 오천평반석이 위치한 쇠점골, 가지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석남사계곡이 바로 그것. 
 
이번 주 산행지는 가지산 다섯 개의 폭포 중 나머지 넷과 격이 다른 학심이계곡.

학심이계곡으로의 접근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원래 운문사 산내 암자인 사리암 쪽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주등산로였지만 오래 전부터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제한돼 있다. 밀양 산내면 삼양리에서 아랫재로 올라 심심이계곡으로 접근하는 길은 너무 길어 무리가 따른다. 해서 지금은 영남알프스의 청도 쪽 베이스캠프 격인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삼계리(마을)를 많이 이용한다.

학심이계곡의 첫인상은 지리나 설악의 계곡에서 느낄 수 있는 웅장함이다. 아기자기함이 우선 묻어나는 여타 폭포와 비교하면 규모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우렁찬 물소리를 내며 물기둥을 쏟아내는 학소대 1, 2 폭포와 이를 여유있게 담아내는 넓고 깊은 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해서 계곡화를 신고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학심이계곡의 비경을 구석구석 비교적 자세히 감상할 수 있다.

산행은 삼계리~천문사 주차장~돌탑 앞 갈림길~배넘이재~학심이계곡~학소대 1폭포~학소대 2폭포~헬기장~쌀바위~가지산 대피소~헬기장(상운산 갈림길)~석남사 갈림길~운문령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6시간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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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리 버스정류장에서 하차, 칠성가든 옆 '천문사' '가슬갑사' 이정표를 보고 왼쪽으로 간다. 곧 '등산로' '가슬갑사'를 가리키는 오른쪽으로 향하면 이내 천문사 주차장.
 
주차장 우측 '등산로' 팻말을 따라 계류와 나란히 걷는다. 10여 분 뒤 돌탑 앞 갈림길. 오른쪽은 나선폭포 또는 지룡산 가는 길, 산행팀은 배넘이재 쪽으로 직진한다. 10분 뒤 다시 갈림길. 왼쪽은 시원한 계곡수가 흐르는 배넘이계곡으로 접근하는 길, 오른쪽 돌길로 오른다. 길섶에는 귀한 노란 망태버섯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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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쯤 뒤 갈림길. 곧 만나므로 신경쓰지 말자. 이때부터 된비알이 기다린다. 10분 정도 땀을 바싹 흘리면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제법 너른 사거리가 나온다. 배넘이재다. 왼쪽 쌍두봉 상운산, 오른쪽은 지룡산 방향, 산행팀은 학심이계곡 쪽으로 직진한다. 급내리막길이지만 지그재그길이라 그리 힘들지는 않다.

10분 뒤 갈림길에선 우측으로 가 지계곡을 건너면서 등로가 임도급으로 넓어진다. 수 십 개의 나무를 받쳐 놓은 집채만한 바위를 지나면 또 갈림길. 두 길 모두 학심이계곡에서 만나지만 우측길이 더 반듯해 그쪽으로 간다. 계곡과 만나기 직전의 약간 너른 터는 옛 집터로 5~6년 전까지도 사람이 거주했다고 이창우 대장이 말한다.

계곡을 건너면 길찾기에 유의해야 하는 세 갈래길을 만난다. 직진하면 가지산 북릉 또는 심심이골, 오른쪽은 운문사 사리암 방향, 산행팀은 왼쪽 학심이계곡 쪽으로 간다. 이 길은 쌀바위 가지산 상운산으로도 이어진다.

완만한 경사길로 올라 또 다시 계곡을 건너 숲으로 진입해 오르면 갈림길. 왼쪽은 능선길로 상운산으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와 지계곡을 따라 30m쯤 내려오면 학심이 주계곡을 만난다. 영남알프스 최고의 계곡답게 주변 풍광이 기가 막히다. 지계곡을 살짝 건너 주계곡과 나란히 가다 계류 폭이 좁은 지점에서 건너면 산죽길 입구에 '산악사고 119-학소대 1폭포'라 적힌 표지판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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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버섯.
 
산죽길을 따라 50m쯤 오르면 전방 저 멀리 천지를 뒤흔드는 우렁찬 물소리가 들려온다. 학소대 1폭포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힘찬 물줄기가 내려꽂히는 이 폭포는 생김새가 독특해 최하단부에선 쌍폭으로 갈무리를 하고 있다.

학소대 2폭포는 왔던 길로 내려가 산죽길 입구 6, 7m 지점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10여 분쯤 거친 산길을 헤치고 가면 역시 전방에 우레와도 같은 한 줄기 굵은 물기둥을 쏟아내고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학소대 2폭포다. 2폭포는 1폭포와 달리 가지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일종의 지계곡에 위치해 있다. 산행팀은 편의상 1폭포가 걸린 곳을 학심이좌골, 2폭포가 위치한 곳을 학심이우골로 표기한다.

이제 계곡을 건너 좌측으로 산허리를 따라 간다. 이내 갈림길. 왼쪽은 1폭포로 내려서는 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7분 뒤 학심이우골을 약간 못 미쳐 우측으로 열린 길로 오른다. 30m쯤 뒤 만나는 갈림길에서 다시 우측으로 간다. 산허리길로 10분쯤 가면 '운문산 6번 지점'이라 적힌 안내판을 지나고, 여기서 또 다른 지계곡을 약간 위쪽으로 건너면 학심이우골과 만난다. 이 지점은 2폭포 상류쯤 되는 곳이다.

이제 학심이우골을 거슬러 영남알프스 주능선을 향해 오른다. 이끼 낀 크고 작은 돌들이 거칠게 널려 있는 데다 나무 덩굴이 주렁주렁 매달려 수 차례 갈 길을 막을 정도로 원시성을 간직하고 있다.

20여 분 이렇게 거친 길을 따라 오르면 제대로 된 산길을 만난다. 이때부터 40분 정도 산죽길을 따라 오르면 마침내 주능선상의 헬기장(1118m)에 닿는다. 여기서 산길은 두 갈래. 오른쪽은 가지산 정상(40분 소요), 산행팀은 왼쪽 쌀바위 쪽으로 내려선다.

8분 뒤 난간을 대신한 굵은 밧줄이 끝날 즈음 우측으로 가면 추모비가 서 있다. 쌀바위 윗지점이다. 이곳에서 5분이면 쌀바위 정상석(1109m)에 닿고,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전설상 쌀 대신 물이 나온다는 샘터이다.

이제 산행은 막바지. 쌀바위에서 3분이면 가지산 대피소에 닿고 여기서부터 임도가 기다린다. 7분 뒤 임도 좌측에 세우다 만 작은 돌탑 앞에 산길이 열려 있다. 학심이좌골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참고하길.

7분 뒤 다시 헬기장. 왼쪽 산길로 오르면 상운산과 귀바위를 거쳐 다시 이 임도로 내려서지만 산행팀은 임도를 따라 간다. 헬기장 끄트머리 벤치 앞에 서면 왼쪽으로 고헌산, 오른쪽으로 배내봉 간월 신불 영축산이 한눈에 펼쳐지고 발 아래로는 석남사주차장과 24번 국도, 가지산온천이 확인된다.

임도를 계속 따라 가면 하산길은 세 갈래. 석남사 가지산온천 운문령이 그것으로 석남사와 가지산온천 방향은 중간에 이정표가 친절하게 서 있다. 임도의 끝은 운문령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헬기장에서 운문령까지는 5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비 때문에 당초 계획과 달리 산행

산행팀은 학소대 1폭포가 걸려 있는 학심이좌골을 건너 쌀바위와 상운산 사이의 임도(세운다 만 작은 돌탑이 위치한 지점)로 올라선 후 상운산~귀바위~상운산~쌍두봉~황등산~천문사 주차장으로 원점회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산행 당일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전날 밤 기상청은 중부지방은 호우주우보가 발령되고 남부지방도 30~100㎜의 폭우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산행팀은 전날 밤 산행 당일 아침 날씨를 보고 산행 여부를 결정짓자고 약속했고, 예상과 달리 다음날 새벽 부산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오전 10시께 부산을 출발, 청도로 향했다. 오전 11시 20분 천문사 주차장을 출발한 후 배넘이재에 올라선 낮 12시 5분께 일순간 굵은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낙뢰 및 천둥소리와 함께.

이 때문에 산행팀은 학심이좌골에 물이 불어 건너지를 못해 그 대안으로 학심이우골로 오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산행팀은 학심이좌골을 건너기 위해 이러저리 폭이 짧고 유량이 적은 지점을 찾으려고 애써다 보니 많은 시간을 허비, 상운산 입구 헬기장에 오후 6시 5분에 도착했다. 비맞은 생쥐마냥 흠뻑 젖은 지친 산행팀은 결국 상운산을 코 앞에 두고 가장 가까운 하산로인 운문령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참고 하나. 학심이계곡은 상류 쪽 두 갈래가 합쳐져 하류로 이어진다. 흔히 산행지도에선 학심이좌골이 주계곡으로 표시돼 있지만 가지산 정상과의 근접성을 따지자면 학심이우골을 주계곡으로 볼 수 있다. 해서 산행팀은 학심이 좌·우골로 각각 표기했다.


○ 교통편-삼계리 천문사 주차장서 출발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언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있다. 1시간 걸리며 2200원. 언양터미널에서 대구행 버스를 타고 삼계리에 내린다. 오전엔 11시 단 한 번 출발한다. 1800원. 날머리 삼계리에서 언양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10분에 있다. 언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에 있다.

열차를 이용할 경우 부산역에서 무궁화호를 타면 된다. 오전 6시22분, 7시45분, 9시3분, 11시55분에 출발한다. 1시간 걸리며 5000원. 청도역 건너편 청도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고 동곡에서 내린다. 오전 7시40분, 9시10분, 10시20분, 11시10분. 2900원. 이어 동곡터미널에서 언양행 버스를 타고 삼계리에서 하차한다. 오전 8시40분, 11시. 2300원. 날머리 삼계리에서 대구행 버스를 타고 동곡에서 하차한다. 오후 5시10분, 7시10분(막차). 동곡에서 청도행 버스를 타고 청도터미널에서 내린다. 오후 4시15분, 5시20분, 6시10분, 7시40분(막차) 길건너 청도역에서 부산행 경부선 열차는 오후 4시52분, 6시12분, 6시42분, 7시42분, 8시55분, 9시45분에 있다.

또 한 가지. 부산역 인근 올림픽예식장 앞에서 출발하는 운문사 산내 암자인 사리암행 버스를 타고 삼계리에 내리면 된다. 매일 오전 10시 출발. 7000원. 삼계리에서 부산행 버스는 매일 오후 4시30분(단 토요일만 오후 4시 출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산IC~35번 언양~경주 봉계 35번~언양교차로서 밀양 석남사 24번~창녕 밀양~경주 청도 궁근정리 상북농공단지~경주 청도~궁근정삼거리서 우회전(몬타냐 간판)~언양 석남사 좌회전~청도 운문사 우회전~운문령~운문산자연휴양림~삼계리 쌍두봉 가든 및 칠성가든~천문사, 가슬갑사 좌회전~등산로 가슬갑사 우회전~천문사 주차장 순.

승용차를 천문사 주차장에 두고 운문령으로 하산했을 경우 운문령에서 대구행 경산버스를 타고 삼계리에서 하차한다. 7시쯤에 정차한다. 또 오리불고기가 일품인 삼계리 칠성가든(054-371-5287)에서 식사를 할 경우 승합차가 실어다 준다. 거리상으로 약 6㎞. 석남사로 하산했을 경우 삼계리까지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2만 원. 문의 언양 한마음콜택시 (052)263-6000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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