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룡산은 암벽 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우리 국토의 3분의 2는 산. 고봉준령의 명산에서 시골 구릉에 이르기까지 온통 산자락이 겹겹이 이어져 나라땅 어디에도 반듯한 지평선 하나 보이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광활한 지평선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김제평야의 이름이 그토록 드높을까.

그렇다 보니 우리 삶은 늘 산과 함께 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만 뜨면 온통 산인데도 어느날 문득 삶이 지쳤다고 느껴질 땐 너나없이 심산유곡 깊은 산골로 들어가 위안을 찾았다.

이런 우리의 산과 뗄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하나 있으니 바로 산사(山寺)이다.
4세기 불교 유입 당시만 해도 절집은 도시 한복판에 있었다. 그러다 7세기 신라의 삼국통일 후 교화와 회유를 위해 화엄10찰을 변방에 세웠다. 이후 9세기엔 선종의 유행으로 구산선문(九山禪門)이 개창돼 산사의 전통이 점차 확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산사는 늘 동경의 대상이다. 딱히 불자가 아니더라도 부석사 은행나무길이나 선암사 매화 등은 줄곧 필부들을 유혹했다. 이름없는 절집의 예쁜 문창살도 잠시 쉬어가는 길손에겐 오랫동안 뇌리에 남는다.

산행 중 산사와의 조우는 산꾼들에게 크나 큰 즐거움이다. 산세나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조망 못잖은 기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선승이 건네는 차 한 잔은 피로를 말끔히 가셔준다.

청도 지룡산(659m)이 그렇다. 영남알프스 언저리에 위치한 지룡의 품안에는 운문사와 그 부속암자인 북대암 청신암 내원암 사리암이 거의 지척에 담장을 맞대고 있다.
필부들은 대개 `운문산 운문사'를 한 세트로 떠올리지만 지룡산을 거쳐 사리암으로 내려서다 보면 상황은 예상을 벗어난다. 운문산은 남쪽 아주 저 멀리 보이는데 발아래는 운문사 북대암 내원암이 똬리를 틀고 있다. 사리암을 거쳐 도달한 운문사 현판에는 `호거산 운문사'라 적혀 있다. 호거산이 지룡산인가, 아니면 지룡산 서쪽의 호거대가 호거산인가. 그럼 운문산은…. 혼란의 연속이다.

운문사와 청도군 심지어 청도문화원에서도 속시원한 답이 안들리고, 지식의 보고라는 인터넷에는 아예 이런 의문조차 없다.

취재결과를 굳이 종합해 보자면 지룡이란 이름은 견훤과 관련된 전설은 있지만 옛 문헌에는 전혀 보이지 않아 근래에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또 절이름 앞의 산이름은 근접한 곳에 위치한 봉우리 이름을 붙인다는 관습에 따라 호거대를 호거산으로 간주해 달았을 수도 있다. 또 원래 대작갑사이던 절을 고려 태조가 운문선사로 사액한 뒤 운문산이란 이름이 자연스레 명명되지 않았나 싶다. 이는 17세기 이중경의 `유운문산록'에서 보듯 이 일대 전체가 운문산으로 불렸음을 방증한다.

산행은 운문면 신원리 승호장가든~전망대 바위~밀성손씨묘~(밧줄의지) 잇단 암벽오름~옛 무덤터~전망대 바위~삼각점(돌탑)~지룡산 정상~삼각점봉~전망대 바위~지룡산성 흔적~전망대 바위~829봉(헬기장)~헬기장~사리암·배넘이재 갈림길~전망대~사리암 갈림길~사리암~운문사~운문사 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20분 안팎. 때묻지 않는 산길과 약간은 버거운 암릉이 인상적이며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운문령을 지나 청도가는 69번 지방도와 운문사 진입로 입구, 그리고 청도에서 운문댐을 돌아 운문사로 오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가 들머리다. 눈에 띄는 간판 `승호장가든'을 등지고 운문령(석남사) 방향으로 5m쯤 가면 오른쪽으로 산길이 열려있다. 밀성손씨 제단 앞에서 왼쪽으로 15분쯤 가면 첫 전망대. 정면 제일 뒤 도롱굴산과 방음산이, 맨 우측에는 옹강산 가운데능선이 보인다.

계속되는 된비알. 밀성손씨묘와 TV 안테나를 잇따라 지나면 우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2시 방향의 깨진 바위가 상징인 억산, 그 왼쪽 뒤 범봉, 그 우측 암봉인 호거대(등심바위), 그 뒤로 각각 개물방산과 구만산이 확인된다.

부처손이 지천인 바위를 오르면 정면에 거대 암봉. 갈림길이다. 여기서 방법은 두 가지. 오른쪽으로 에돌아 암봉을 우회하든지, 암봉 벽 우측 틈새로 치고 오른다. 이창우 대장은 암봉을 치고 올랐고 나머지는 우회했기에 모두 리본이 붙어있다. 이 대장에 따르면 암봉의 난이도는 험하기로 소문난 가지산 북릉의 배 정도. 때문에 반드시 경험있는 산꾼이 동행할 경우에만 시도하자. 보조로프는 필수.

산허리를 8분 정도 우회하면 다시 암벽. 밧줄이 있는데다 암벽에 층이 있어 오를 만하다. 발 아래 운문사 주차장과 아름다운 절 진입 숲길이, 고개들면 호거대가 손에 잡히는 등 주변 경관이 빼어나다. 10여 분 뒤 암벽 앞 갈림길. 우회하든지, 밧줄에 의지해 오르든지 고민하다 밧줄을 붙집고 힘겹게 오른다. 정면 억산을 중심으로 좌측으로 팔풍재 범봉 딱밭재 운문산 아랫재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 주능선이 펼쳐진다.

산행 도중 바라본 주변 조망. 맨 우측 억산 깨진바위를 기점으로 좌측으로 팔풍재 범봉 딱밭재 운문산 아랫재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 주능선이 펼쳐진다.
초입 암릉을 잇따라 오르면 산행 들머리 신원리가 발아래 펼쳐진다. 삼거리인 이곳은 왼쪽 운문사, 오른쪽은 운문령, 직직하면 청도읍으로 가는 길이다.

 양지바른 옛 무덤터에선 왼쪽길을 택한다. 전망대와 돌탑이 있는 삼각점 봉우리에선 정면 쌍두봉과 가지산 쌀바위가 조망된다. 정상은 이제 머리 위. 틀에 찍은 듯한 비스듬히 누운 주상절리를 지나 7분쯤 급경사길을 오르면 마침내 정상. 옛 신선봉 자리다. 하산길은 정상석 뒤로 열려있다. 직진하면 북대암 또는 운문사 주차장이 있는 황점리로 이어진다.
지난 2000년 부산의 새한솔산악회가 세운 정상석. 옛 신선봉 자리다.

살짝 한 번 내려섰다 올라서면 삼각점. 옛 정상자리다. 이내 만나는 전망대에 서면 문복산과 계살피계곡이 보이고 이어 돌탑이 있는 봉우리 인근에선 지룡산성 흔적이 역력하다.

대략 이쯤부터 약간의 부침이 있지만 능선길. 우측 저 멀리 운문사가 보이고, 곧이어 내원암 가는 갈림길도 만난다. 20분쯤 뒤 전망대에 서면 운문사 북대암 내원암이 역삼각형 모양으로 앉아있다. 10분 뒤 오름길로 잠시 땀을 내면 헬기장인 829봉에 닿고, 여기서 10분쯤 더 가면 또 다른 헬기장에 닿는다. 왼쪽 나선폭포 대신 오른쪽 사리암 방향으로 간다. 곰 형상을 한 벼락맞은 나무를 지나면 갈림길. 돌탑이 서있다.
오른쪽으로 간다. 왼쪽은 삼계리 또는 상운산으로 이어지는 배넘이재 방향.

산행 도중 발아랜 운문산가 보인다.
운문사와 북대암.
사리암 갈림길 직전 조우한 벼락맞은 나무. 얼핏 보면 마치 곰을 닮았다.

사실상 하산길이다. 운문산 정상이 정면에 보인다. 사리암은 하산길의 우측 방향에 있음을 인지하고 30분쯤 내려서면 갈림길. 우측 산허리를 타고 간다. 너덜을 지나 아슬아슬한 암벽 허리를 탄다. 암굴과 수 십개의 크고 작은 공덕탑을 지나면 비로소 사리암. 갈림길에서 23분. 사리암에서 계단길로 10분이면 주차장에 닿고 여기서 다시 운문사를 지나 주차장까지는 25분쯤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나반존자 모신 사리암 기도도량 명성

 오랜만에 지룡산을 찾은 이창우 산행대장은 "지금 정상석이 서 있는 지점이 옛날의 신선봉이며, 15분쯤 뒤에 만나는 삼각점 봉우리가 옛 지룡산 정상"이라고 말했다.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도 삼각점이 있는 지점에 지룡산이라고 표기돼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상석의 해발고도는 삼각점의 그것을 그대로 옮겨놨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정상석은 알고보니 2000년 부산의 새한솔산악회가 세운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이 정상석이 지룡산 산행을 약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이희용 새한솔산악회 회장은 "당시 회원들이 그 무거운 정상석을 번갈아 지고 올라간 기억이 뚜렷하다"고 말한 후 "막상 삼각점이 있는 산길 옆 한 귀퉁이에 세우려 했지만 너무 좁아 그곳보다 높고 터가 넓은 지금의 신선봉에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발고도를 삼각점의 그것으로 새긴 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산행팀이 지금와서 볼 때 정상석의 위치는 합당하지만 해발고도는 신선봉의 그것으로 하면 안성맞춤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나반존자를 모신 날머리 사리암은 향일암 보리암과 더불어 기도 효험이 뛰어나다고 소문난 기도도량. 사시사철 밤낮없이 기도객들이 끊이질 않는다. 운문사보다 앞서 산문을 연 북대암은 조망이 빼어나며 내원암은 개울 건너 약사여래불이 모셔져 있어 특이하다. 청신암은 돌탑 앞에서 기도하면 득남한다는 전설이 있다. 사리암을 제외한 세개의 암자는 입구까지 차가 올라간다.

500년된 천연기념물인 처진 소나무로 유명한 운문사에선 불전사물(佛典四物)을 놓치지 말자. 법고 목어 운판 범종 순으로 시방세계에 어둠을 알리는 불전사물은 두드리는 이가 모두 이승(尼僧)이라는 독특함도 있지만 이보다 50여명의 동료 학인스님들도 장삼과 가사로 예를 갖추고 함께 동참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 교통편 - 청도터미널서 운문사행 버스 타야

대중교통편의 경우 기차 타고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부산역에서 청도행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6시13분, 6시47분, 7시30분, 8시3분, 9시5분에 있다. 58분 걸리며 4500원. 청도역에서 150m 떨어진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고 운문사 입구 신원(리)에서 내린다. 오전 7시40분, 9시10분, 10시20분. 1시간 걸리며 3200원.

날머리 운문사공용주차장에서 청도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50분, 5시40분, 7시15분(막차)에 있다.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4시53분, 5시15분(새마을호 6700원), 5시41분, 6시44분, 7시42분, 8시44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언양 35번 국도(가지산 석남사)~밀양 창녕 24번 좌회전~궁근정삼거리서 경주 운문령 운문사 방향으로 69번 지방도를 타면 된다.

신대구부산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청도IC~밀양 청도 25번 국도~경주 운문 20번 좌회전~금천지 동곡리~20번 운문~언양 운문사~신원1교~방지초등 문명분교~송호가든 순. 운문댐 드라이브도 가능한 이 길은 청도IC에서 들머리까지 다소 먼 25㎞이니 참고하자.


 

 

억산 깨진바위 거참 희한하게 생겼네
-영남알프스 청도 범봉 대비골~천문지골 산행

산행 시종점 각각 대비사 운문사 볼거리 무궁무진
오를 때 대비골, 하산 때 천문지골 큰골 모두 계곡산행
걷는시간만 4시간5분 산행 답사 두 마리 토끼 가능
억산 정각산 개물방산 호거대 지룡산 등 모두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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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사찰인 대비사 대웅전 좌측 처마 위로 쩌억 갈라진 모양의 바위가 억산 깨진바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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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풍재를 지나 범봉으로 가는 도중 만난 전망대에서 본 억산 깨진바위. 우측 산아래 위치한 대비사에선 깨진바위가 선명하게 확인됐지만 이곳 전망대는 보는 각도가 달라 사진상으로 깨진바위의 형상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깨진 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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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바위 능선 우측 끝 봉우리는 개물방산(왼쪽). 개물방산 우측 저수지는 들머리의 대비지(박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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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봉과 바로 이웃한 억산에서 본 깨진바위. 억산 정상에서 수리봉 쪽으로 약간만 내려서면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억산 깨진바위. 대비사에서 본 깨진바위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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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산은 그 자체가 영남알프스 전망대다. 억산 정상에서 바라본 경관으로, 건너편 맨 왼쪽이 깨진바위의 일부분이고, 정면이 범봉, 그 오른쪽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운문산, 맨 뒤 능선 중 한 가운데 뾰족봉이 영남알프스 맏형 가지산, 그 왼쪽 끝이 상운산이다.



 천년고찰 운문사는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영주 부석사 등과 함께 전국의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사찰 중 하나이다. 절로 향하는 길 주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빠알간 늦사과와 노오란 은행잎이 환상적인 영주 부석사만 만추에 유독 두드러질 뿐 나머지 사찰은 사시사철 꾸준하게 발길이 이어진다.

 명산에 명찰이라 했던가. 선암사는 전형적 육산인 조계산이, 대흥사는 다도해 국립공원을 굽어보는 암봉인 두륜산이, 소백산 국립공원에 포함돼 있는 부석사는 백두대간인 소백산 줄기가 품고 있다.

 청도 운문사는 차고 앉은 형세가 다른 사찰과 사뭇 다르다. 통상 사찰은 산을 등지고 있는데 반해 운문사는 운문산과 마주보고 있다. 실제로 옛 비로전인 대웅보전 앞에 서면 운문산 정상이 올려다보인다.

 한데, 절집 앞 현판에는 '호거산(虎踞山) 운문사(雲門寺)'라 적혀 있다. 호거산은 절 북서쪽에 위치한 호랑이가 의연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한 암봉으로 일명 등심바위. 통상 절이름 앞의 산이름은 가장 근접한 곳의 봉우리 이름을 붙인다는 관습에 따라 호거대라 불리는 암봉을 호거산으로 바꿔 붙였지 않나 싶다.

 뜬금없이 운문사를 화두로 꺼낸 까닭은 독자들의 전화 때문. 그들은 한결같이 하산 지점이 운문사인 코스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운문사로 하산 가능한 봉우리는 운문사 북동쪽의 지룡산, 북서쪽의 호거대(등심바위)와 딱밭재에서 떨어지는 천문지골, 아랫재에서 시작되는 심심이골 그리고 상운산이나 가지산에서 출발하는 학심이골 정도.

 지룡산 호거대 심심이골 학심이골 등은 최근 소개했거나 코스가 너무 길어 고민 끝에 산행팀은 청도 대비사에서 출발하는 범봉 코스를 택했다. 한적한 천년고찰 대비사에서 대비골로 올라 적당히 능선길을 걷다가 천문지골로 내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점이라면 원점회귀가 아니라 대중교통편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

 구체적 경로는 청도군 금천면 대비사~대비골~팔풍재~전망대~등심바위(호거대) 갈림길~범봉~딱밭재~천문지골~큰골(운문천)~운문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5분 정도. 들머리와 날머리의 천년고찰 대비사와 운문사를 구경하고, 오르내릴 때의 대비골과 천문지골에서 발을 담그며 땀을 식히노라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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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는 대비사. 이 코스는 산 너머 밀양 석골사와 함께 억산으로 오르는 유이(唯二)한 산길이지만 오지여서 찾는 이가 거의 없다. 이 점이 되레 한적한 산행을 가능케 해주는 순기능 역할을 하고 있다.

 호거대 아래 첩첩산중에 터를 잡은 비구니사찰 대비사 주차장 입구 '등산로'라고 적힌 조그만 이정표를 따라가며 산행은 시작된다. 절로 가는 길이 우측에 열려 있고 좌측 다리 건너에는 절벽 아래 부도전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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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사 들머리 좌측에 위치한 부도전.

 들머리에서 4분이면 산으로 들어선다. 굴참 신갈 등 활엽수들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곧 갈림길을 만나지만 좌측 계곡(대비골) 쪽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출입을 막고 있어 우측으로 오른다. 계곡과 나란히 걷지만 아직은 산길에서 접근이 어려워 무작정 오른다. 20분쯤 올라야 비로소 계곡으로 가는 소로가 열려 있지만 무시하자. 5분 뒤 계류를 건너기 때문이다. 바닥까지 훤히 보일 정도로 유난히 물이 맑은 데다 아주 차다. 조금 더 오르면 나홀로 '알탕'을 하기에 제격인 작은 소가 여럿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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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사에서 주능선인 팔풍재로 가는 도중의 대비골.

 이어지는 산길. 농짝 내지 집채만한 바위가 정면에 병풍처럼 떡 버티고 있는 가운데 이끼 낀 작은 바위 사이로 산죽길이 기다린다. 이어 만나는 지계곡 물길을 건너면 산길은 지그재그로 바뀌며 상당히 가파른 된비알로 돌변한다. 여기에 바닥은 너덜길이 한동안 이어져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특히 주능선인 해발 770m대의 팔풍재로 오르기 전 300~400m 구간은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경사가 급하다. GPS 단말기로 얼핏 봐도 45도의 경사는 될 법하다. 들머리에서 팔풍재는 2.6㎞로 1시간35분 걸린다.

 팔풍재는 사거리. 우측은 왕복 40분쯤 걸리는 억산(0.6㎞), 직진하면 석골사(2.7㎞), 산행팀은 좌측 운문산(3.7㎞) 딱밭재(1.9㎞) 방향으로 향한다. 약간의 굴곡이 있어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전체적으로 내리막길로 수월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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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맛같은 점심. 윤옥 씨, 다음 산행 때도 꼭 참석하세요.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

 오르막은 8분쯤 뒤부터 시작된다. 12분쯤 지그재그길을 힘겹게 오르면 전망대에 닿는다. 억산을 비롯한 주변 산들이 한눈에 파악된다. 약간 정면이지만 쩍 갈라진 깨진바위의 확인이 가능하다. 우측으로 들머리 쪽인 대비지가 보이고 발아래 골짜기가 방금 산행팀이 올라온 곳이다.

 억산 좌측 밀양 쪽에는 수리봉 실혜산 정각산 승학산 용암봉 종남산 덕대산이, 억산 바로 우측 저멀리 비슬산이 확인된다. 대비지 좌측 솟은 산이 개물방산, 그 뒤로 선의산 용각산 대왕산 통례산 학일산, 대비지 우측으로는 호거대, 그 뒤로 도롱굴산 서지산 옹강산 지룡산 서담골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3분쯤 급경사길로 오르면 등심바위(호거대) 갈림길. 좌측은 대비사 쪽으로 원점회귀가 가능한 능선길, 산행팀은 우측으로 오르다 다시 내려선다. 이제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범봉이다.

 집채만한 바위를 우측으로 우회해 '좌 청도, 우 밀양' 산길을 걸으면 숲에 가려 조망이 하나도 없는 좁다란 공터에 닿는다. 범봉(969m)이다. 이정표와 119 구조 표지목이 나란히 서 있지만 범봉이라 적힌 정상석은 없다. 대신 누군가가 이정표 상에 검은 매직펜으로 '범봉'이라 적어 놓았다.

 우측은 상운암계곡 또는 대비골 방향, 산행팀은 좌측으로 내려선다. 4분 뒤 좌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맨 앞 회백색 바위들이 보석처럼 박힌 능선이 지룡산줄기이며 정상은 10시 방향 쪽 봉우리다. 그 아래 북대암이, 산행팀이 선 곳에서 정면에는 사리암이 보인다. 그 사이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옹강산이며, 그 뒤 맨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사룡산 단석산 문복산이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내리막길의 종착지는 딱밭재. 전망대에서 10분. 옛날 이 주변에 닥나무가 많아 명명됐다고 전해온다. '글월 문(文)' 자가 들어가는 천문지골이란 이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다.

 딱밭재 역시 팔풍재와 마찬가지로 사거리. 직진하면 운문산(2㎞) 우측은 석골사(2.9㎞), 산행팀은 좌측 천문지골을 거쳐 운문사(4.5㎞)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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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밭재에서 운문사로 내려서는 도중의 천문지골.


 30분 동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칠고 순한 지그재그 너덜길을 내려오면 비로소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후 산허리길을 돌며 천문지골이 빚어낸 운치있는 풍광을 감상한다. 와류가 흐르는 제법 미끄러운 암반을 지나면 일순간 편하고 너른 길을 만난다. 3분 뒤 계곡과 만난다. 유량도 적절하고 주변 풍광도 빼어나 잠시 쉬어가기에 적합하다. 이 계곡을 지나면 사실상 산책로 수준의 산길. 10분 뒤 운문산 자연생태 조사를 위한 일종의 텐트인 트랩도 지난다.

 산행은 이제 막바지. 계곡과 나란히 걷는다. 여유가 있으면 맘에 드는 계곡의 한 지점에 내려가 쉬어가면 어떠하리. 짧게는 3분, 길게는 9분 간격으로 네 번의 계곡을 지나 150m쯤 걸으면 갈림길. 딱밭재에서 1시간25분 소요. 좌측은 운문사 승가대학 학장인 법계 명성 스님의 처소인 죽림헌 방향, 산행팀은 직진형 우측으로 향한다. 잠시 후 다시 큰골을 건너면 사리암에서 운문사로 이어지는 포장로에 올라서고 여기서 입산통제 초소를 지나면 운문사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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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행의 날머리인 청도 운문사 전경.



#떠나기 전에-2만5000분의 1 지형도, 범봉 자리에 억산 표기 오류

 이번 산행의 들머리와 날머리는 각각 천년고찰 대비사와 운문사. 모두 비구니 사찰이다. 신라 진흥왕 557년 한 선승이 청도 호거산(지금의 호거대)에 들어와 3년 동안 수도를 한 후 절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 스님은 현 운문사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산허리 갑(岬)' 자가 들어가는 '오갑사(五岬寺)'를 7년 만에 완성했다. 동쪽의 가슬갑사, 서쪽의 대비갑사, 남쪽의 천문갑사, 북쪽의 소보갑사 그리고 중앙의 대작갑사가 바로 그것. 대작갑사와 대비갑사는 각각 지금의 운문사, 대비사이며 나머지 세 갑사는 폐사돼 찾을 길이 없다.

 그 흔한 일주문이나 천왕문조차 없는 대비사는 그야말로 심산유곡 깊은 산골에 위치한 절집. 단청이 모두 벗겨져 고풍스러운 맛이 물씬 풍기는 맞배지붕의 보물 제834호 대웅전이 우선 눈길을 끈다. 이곳에선 깨진바위로 불리는 독특한 형상의 억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종점인 박곡(리) 도로변에 위치한 보물 제203호인 박곡리 석가여래좌상도 챙겨보자. 석굴암과 시기와 양식이 비슷한 이 불상은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날머리 운문사는 설명이 필요없는 아름다운 사찰. 노송들의 빼어난 각선미는 언제 봐도 가슴을 뛰게 하고 천년기념물인 500년 된 처진소나무는 언제봐도 정감이 간다. 경내에선 남쪽으로 운문산이 포근하게 다가오고, 북동쪽으로 운문사보다 먼저 창건된 북대암을 품은 지룡산의 암봉이, 북서쪽으로는 호랑이가 의연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한 호거대(등심바위)가 손에 잡힌다. 수줍게 총총걸음을 옮기는 비구니들도 정겹다. 불전사물도 놓치지 말자. 법고 목어 운판 범종 순으로 시방세계에 어둠을 알리는 일종의 의식이다. 불전사물을 두드리는 이가 모두 이승이며, 50여 명의 동료 학인스님들도 예를 갖추고 함께 동참해 눈길을 끈다. 또 한 가지. 국토지리정보원이 발행하는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범봉의 자리에 억산이라 표기돼 있고, 억산 자리에는 그냥 깨진바위라고 적혀 있다. 첨언 하나 더. 천문지골 학심이계곡 등 운문사를 끼고 있는 계곡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므로 하산길에 물가로 내려 몸을 씻는 행위는 삼가주시기 바란다.

#교통편-운문사에선 사리암 오가는 직행버스 이용하면 편리

열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부산역에서 청도행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6시45분, 7시55분, 9시10분, 10시30분에 출발한다. 1시간 걸리며 4800원(주말 5000원). 청도역에서 길을 건너 인근에 위치한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고 동곡에서 내린다. 오전 9시20분, 10시10분, 10시50분에 있다. 1시간 걸리며 3500원. 동곡정류장에서 들머리 대비사에 가기 위해선 박곡(리)에서 내려 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오전 9시45분, 11시30분. 1000원.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동곡정류장 입구에 있는 개인택시(054-372-3066)를 이용하면 된다. 9000원.

 날머리 운문사에선 부산역에서 사리암을 오가는 직행버스(011-507-8801)를 타면 된다. 오후 4시30분(토요일만 오후 4시) 출발. 7000원. 이 버스를 놓쳤을 경우 청도로 가서 열차를 타야 한다. 청도행 버스는 오후 3시50분, 4시50분, 5시40분, 7시15분(막차). 3500원.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1시54분, 5시51분, 6시15분, 6시40분, 7시52분, 9시40분에 있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 400회 발자취

山河누빈 8년 … 국내 개척산행 새지평 열어
호남·충청권까지 독자, 신문 시리즈론 최장수
등산인 저변확대 공헌, 無名산·계곡 명칭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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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도 대금산 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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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비슬산 진달래.



지난 7월 청도 용당산에서의 한 에피소드.

매주 목요일마다 취재산행을 떠나는 산행팀은 이날도 어김없이 아침 일찍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힘겹게 된비알을 오른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안 일단의 여성팀을 만났다.

60대 중반 한명과 40대 후반 세명이 한팀인 그들은 사제지간이다. "지금은 같이 늙어간다"며 웃음꽃을 피운 이들은 갖고온 과일을 나눠줬다.

대구서 왔다는 그들은 대화 도중 다짜고짜 산행팀을 보고 "혹시 국제신문 산행팀 아니냐"고 묻는게 아닌가.

처음엔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지만 그들이 떠나는 산행지는 모두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를 보고 정한다는 한마디에 그만 실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매주 산행을 떠나는 그들은 이따금씩 "우리도 한번쯤은 산에서 국제신문 산행팀을 만나지 않겠느냐"고 농담삼아 얘기했는데 이렇게 만나 정말 반갑다며 악수를 청했다. 그들은 "현재 국내 여러 신문사에서 산 소개를 하고 있지만 그 기사들은 이미 등산로가 잘 나 있는 명산 위주의 '보기 좋은 떡'일 뿐 실제 산행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국제신문 근교산 기사는 산행 초보자라도 그 기사만 보면 완주가 가능한 '먹기 좋은 떡'"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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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용지봉 장유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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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기백산 용추계곡.

그동안 인사치레로 근교산 시리즈의 고마움을 여러 차례 들은 적이 있지만 이렇게 취재현장인 산에서 몸으로 실감한 것은 처음이었다. 동시에 밀려오는 책임감으로 다시 한번 등산화 끈을 조여 매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인기리에 연재중인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가 10일자(2004년 9월)로 400회를 맞았다.


지난 1996년 1월4일 '기장 달음~철마산 종주산행(상)'편을 시작으로 첫발을 내딛은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햇수로 8년이라는 오래 기간을 달린 끝에 지금은 부산경남을 넘어 경북과 호남 충청권까지 고정 독자를 확보할 만큼 산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사실 근교산 시리즈는 이보다 3년 앞선 지난 1993년 1월7일 처음 시작됐다. '가볼만한 근교산'이라는 제목으로 '금정산'편을 소개한 후 이듬해 11월 87회 밀양 '정각산'편을 마지막으로 1년10개월간 연재됐다. 만일 '가볼만한 근교산' 87회를 포함한다면 근교산 시리즈는 500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 된다.

이런 곡절 때문에 3년 뒤 재출발한 시리즈의 제목은 '다시 찾는 근교산'으로 변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전국의 모든 산을 산행 대상지로 한다는 취지에서 '근교산&그 너머'로 새롭게 변신했다.

내용을 차치하고서라도 시리즈 횟수만으로 볼 때 이 시리즈는 전국의 모든 신문에서 연재되고 있는 시리즈 중 최장수이며, 따라서 근교산 기사가 매주 게재될 때마다 전무후무한 기록을 갱신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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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승학산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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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지리산 피아골 연곡사 단풍.

근교산 시리즈가 독자들에게 크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철저한 현장답사와 현지취재를 통해 숨겨진 능선과 계곡이 새로운 등산로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산행에 나서고 싶어도 산길을 몰라 감히 산을 찾지 못했던 초보 산꾼들은 물론 베테랑 산꾼들에게도 '이런 코스도 있었나'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해 산행인구의 저변을 넓히는데 적지않은 공헌을 했다고 자부한다.

그간 전담기자만 배병주 박명도 조해훈 조봉권 박병률 김용호 등 무려 6명이 거쳐갔다. 산행대장 역시 부산 산악계의 원로인 성산 씨, 건건산악회 회장이자 베테랑 산악인인 최남준 씨가 기반을 다진 후 지금은 대학산악부 출신으로 독도법에선 부산 최고를 자랑하는 젊은 산악인 이창우 씨가 7년째 맡고 있다.

전담기자들은 한결같이 "만일 이창우 산행대장의 노력과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방대한 시리즈가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재미있는 점은 전담기자들이 근교산 시리즈를 맡기 전에는 하나같이 산에 대해 문외한이었다는 점. 기자들이 독자들의 입장에 서서 편견없이 쉽게 산행기를 전달하다보니 호응을 받았다는 것이 자체 분석이다.

신문 기사와 안내 리본을 보며 산행하는 독특한 등산문화를 선도한 근교산 산행팀은 부산 경남북의 이름없는 산과 능선 계곡들에게 옛이름을 찾아주고 새이름을 붙여준 작은 업적을 세우기도 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이 발간하는 지형도에도 없어 자칫 영구히 묻혀버릴 수도 있는 산 이름을 현지 마을의 어르신이나 산속 암자의 스님, 그리고 문헌 등을 통해 발굴한 것.

양산 다방동에서 출발하는 금정산 종주의 처음과 마지막 봉우리인 다방봉과 금정봉을 비롯해 양산 채바우골만당 축전산 천마산 용굴산 비석봉 중리동산 매봉, 밀양 구천산 정승봉 명필봉 북암산, 청도 개물방산 쌍두봉 도롱굴산 방음산 서지산 효양산 복점산 시루봉, 언양 배내봉, 합천 절갓 등이 대표적인 본보기.

능선으론 간월공룡, 가지산 북릉, 천성산 중앙능선, 옹강산 가운데능선 등이 있으며, 신불산 홍류계곡 등도 국제신문 산행팀의 빼놓을 수 없는 역작으로 지금은 그 명칭이 지역 산꾼들에게 널리 통용되고 있다.

덕분에 국내 주요 산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이들 이름이 하나씩 등재돼 전국의 산꾼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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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가지산 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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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소백산 눈꽃.

근교산 시리즈는 특히 청도와 밀양의 모든 면 단위에 위치한 산을 빠짐없이 소개하는 기록을 세웠으며 1000m가 넘는 20여개의 고봉들이 즐비한 거창 지역 산 소개도 거의 막바지에 와있다.

지난해 '아름다운 한국의 산1'을 펴낸 모아산악회 명예회장인 한영동(금성중 교사)씨는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가 없었다면 아마도 책 저술기간이 훨씬 길었을 것"이라며 "답사땐 반드시 근교산 시리즈 스크랩을 들고 다니면서 일일이 확인했지만 하나도 틀린 부분이 없을 만큼 정확해 혀를 내둘렀다"고 고백했다.

아마추어 산꾼인 진준근씨는 근교산 시리즈 덕택에 많은 산꾼을 알게 됐다고 전화로 고마움을 전해왔다.

50대 중반인 그는 "기사가 나온 주말이면 신문을 오려 영남알프스 등지로 산행을 하다보니 70대 어르신과 동년배의 50대 산꾼들을 자주 만나 알게돼 지금은 팀을 이뤄 같이 근교산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근교산 시리즈를 보며 3년째 산행을 하고 있는 서면의 권헌영 비뇨기과 원장은 "산행을 하다 보니 등산만큼 좋은 운동이 없으며 특히 남성의 성기능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지금까지 등산과 성기능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객관화된 자료가 없었다"며 "근교산 시리즈를 보며 함께 하는 산꾼들에게 설문지를 돌려 등산과 성기능의 상관관계를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백 한가지.

사실 근교산 산행팀은 본의 아니게 항의성 전화도 많이 받았다. 지리산 시루봉과 기장 용천산, 그리고 최근 소개한 밀양의 백마산 산행을 한 후였다. 산행로가 모두 송이버섯이나 두릅 대추 사과나무 주변을 질러갔기 때문이다. 분별없는 몇몇 산꾼들이 지나가다 농민들의 피땀이 맺힌, 자식같은 작물들을 하나 둘씩 슬쩍하다 보니 이에 화가 난 농민들이 신문사로 연락한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농민들에게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하며, 동시에 산꾼들에게는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자제를 부탁하는 바이다.

이번엔 당부 한가지.

'산꾼들이여, 리본을 만지지 말아달라'. 이같은 행위는 초보 산행자들에게는 어쩌면 반살인행위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잊지 말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당황한 초행자들은 리본에 의존해 하산로를 찾는다. 재미삼아 반대 방향으로 달아놓은 리본은 결국 조난으로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 산행팀이 뽑은 숨겨진 근교산 베스트7

목차

산이름

특 징

355

곡성 동악산

빼어난 산세·도림사계곡

338

합천 누룩덤~부암산

조망·암릉산행 만끽

314

가덕도 응봉산~웅주봉

환상적 조망

302

함양 삼정산

7개 절 암자 품은 불국토

283

경산 백자산~삼성산

가족 및 부부산행 '강추'

178

양산 천마산~매봉산

양산의 숨은 보석

148

창녕 석대산~화왕산

억새평원·진달래·조망 탁월


글 ·사진=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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