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은 지난 2002년 세계 산의 해를 맞아 전국의 100대 명산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 이창우 산행대장은 "100% 공감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그렇듯 수도권의 산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부각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평했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국가대표 선수 선발 때 항상 나오는 말처럼 '실력 보다는 이름 위주로 뽑았다는 것'.

이번 주 산행팀이 찾은 문경 대야산은 산꾼들 사이에서 이견의 여지가 없는 명산 중 명산이다.

문경은 100대 명산 중 전국에서 가장 많은 4개의 산을 보유하고 있다. 문경의 진산 주흘산(1106m)과 황장산(1077m) 희양산(999m) 대야산(931m)이 바로 그것이다.

지명도 면에선 문경새재를 품고 있는 주흘산이 가장 앞서지만 산꾼들에게 물어보면 십중팔구 대야산을 으뜸으로 친다.

최고 수심이 3m쯤 되는 무당소는 100여 년 전 물동이를 지고 가다 빠져 죽은 새댁을 위해 굿하던 무당이 다시 빠져 죽었다 해서 생긴 이름이다.

대야산 제1 비경이자 문경8경 중 하나인 용추폭포. 움푹 팬 하트 모양의 용소가 인상적이다. 실제로 수정맥인 공룡알 화석에서 비롯됐다.

망속대(忘俗臺). 속세와 단절된 듯 주변 숲이 우거지고 아름다워 세상만사 근심걱정 모두 잊는다는 곳이다.

계곡이면 계곡, 조망이면 조망, 산세면 산세가 넘치면 넘쳤지 어느 한 구석 모자람이 없는 대야산은 입소문을 탄 지 아직 10년도 채 안 돼 한적하다. 무엇보다 요즘 대야산은 단풍이 용추계곡과 변화무상한 기암괴석을 휘감아 한층 더 멋을 부리고 있다.

계곡 조망 산세 그리고 한적함, 여기에 단풍까지 가세했으니 어찌 나라땅 최고의 산행지라 부르지 않으리오. 이 가을 대야산을 찾지 않으면 목놓아 후회하리라 확신한다.

산행은 가은읍 완장리 대야산 간이주차장~(돌마당식당)~(무당소)~용추폭포~망속대~월영대~다래골~떡바위~삼거리 이정표~밀재~거북바위~코끼리바위~대문바위~농바위~버섯바위~중대봉 갈림길~대야산~피아골~건폭~월영대~간이주차장 순. 걷는 시간만 4시간50분. 길은 반듯하고 이정표 정비도 잘돼 있지만 인상적인 볼거리가 너무 많아 예상외로 시간이 지체될 수 있으니 유의하길.


산행 기점은 대야산 등산안내판이 서 있는 간이주차장. 안내판 좌측 뒤 큰 바위가 마당바위이다. '돌마당식당' 좌측으로 용추계곡을 거슬러 올라간다. '화장실'이라 적힌 이정표 방향은 내년 3월 완공예정인 '대야산 자연휴양림' 가는 길이다.
   
 5분 뒤 식당촌을 벗어나면 나무계단으로 시작되는 등산로 입구. 바로 오르지 말고 계곡으로 잠시 눈길을 돌려보자. 너른 소가 보인다. 무당소다. 얼핏 봐선 어른 무릎 정도의 깊이로 보이지만 최고 수심이 3m쯤 된단다. 100여 년 전 물동이를 지고 가다 빠져 죽은 새댁을 위해 굿하던 무당이 다시 빠져 죽었다 해서 생긴 이름이다.

계단을 올라 너른 암반을 지나 잠시 숲으로 접어든다. 지금은 등산로가 아니지만 우측은 촛대봉 방향, 산행팀은 직진한다. 첫 번째 덱이 끝나자마자 길 우측에 구멍을 막아놓은 듯한 큰 바위 두 개가 눈에 띈다. 60여 년 전 텅스텐 채굴을 위해 뚫은 굴이지만 한국전쟁 이후 빨치산의 은신처로 사용될 소지가 있어 막아놓은 것이다.

잠시 후 덱 좌측이 열려 있다. 알고 보니 대야산 제1의 비경이자 문경8경 중 하나인 그 유명한 용추폭포 진입로인 셈이다. 너른 화강암반을 타고 흐르는 와폭 아래 하트 모양의 독특한 형상의 움푹 팬 용소가 탄성을 자아낸다. 암수 두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오른 곳이라는 전설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용소 양쪽 화강암반 위에는 용비늘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용소와 바로 아래의 시퍼런 물빛의 아랫소를 연결하는 길게 팬 홈통형 통로는 여름철 어린이들이 미끄럼을 타는 곳으로 인기가 높다. 아랫용소 인근 타원형으로 살짝 팬 곳은 용이 승천하기 전 사랑을 나눈 다음 암룡이 알을 품었던 자리로 전해온다.


용추폭포 인근은 워낙 비경이라 수년 전 방영된 드라마 '태조 왕건'의 촬영지였으며, 가뭄이 들어도 물이 마르는 일이 없어 기우제를 올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덱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폭포 위에서 물길을 건너 산길로 올라서면 임도와 만난다. 홍수 대비 자동경보기를 지나면 이내 이정표. 직진하면 둔덕산, 산행팀은 대야산 방향으로 가기 위해 물길을 건너 숲으로 들어간다. 앞서 덱으로 올라오던 길과 다시 만난다.

산길 주변에는 뜻밖에도 사기 파편이 널려 있다. 50, 60년 전에는 서민 밥그릇이 제법 돈벌이가 돼 이곳 주변에서 그릇을 많이 구웠다고 한다.

숲길을 벗어나 다시 계곡을 가로지른다. 너른 반석이 높이가 달라 쉼터 역할을 한다. 망속대(忘俗臺)다. 속세와 단절된 듯 주변 숲이 우거지고 아름다워 세상만사 근심걱정 모두 잊는다는 곳이다. 망속대를 건너기 전 직진하는 길도 있지만 계곡을 질러가는 것이 원등산로이다.

계곡물에 비친 달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월영대. 사람이 보이는 곳이 술상바위이다.
 
이번엔 계곡을 우측으로 끼고 걷는다. 울창한 숲 아래 산죽길이 펼쳐진다. 잠시 후 계곡합수점에 닿는다. 정면으로 이끼 낀 둥그스름한 큰 바위가 눈에 띈다. 계곡 물에 비친 달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월영대(月影臺)다. 이름도 운치있고 주변 풍광도 수려해 명불허전이라 할 만하다.

거북바위.   
코끼리바위.
                        대문바위.

산행도중 전망대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우측 상단의 회백색 산은 희양산.
렌즈로 당겨 본 백두대간 희양산 모습.

 물을 건너면 이정표가 서 있다. 여기서 길은 두 갈래. 입구에 억새가 도열한 왼쪽 다래골은 밀재를 거쳐 대야산으로 이어지고, 오른쪽 피아골은 정상으로 곧장 오르는 길이다. 완만한 다래골로 올라 남릉을 타고 대야산 정상으로 올라 급경사인 피아골로 내려오는 코스가 보편적이다.

덩굴인 다래나무가 많다 해서 다래골로 불리는 좌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산길보단 암반으로 오르면 더 운치있다. 암반 위로 어른 허리 높이에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평평한 바위가 보인다. 일명 술상바위라고 한다.

다시 숲으로 들어선다. 3분 뒤 숲 속 한 귀퉁이엔 앞에는 '내무부' 뒤에는 '국립공원'이라 적힌 조그만 이정석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속리산 국립공원이라는 표시이다. 이후 만나는 이정석엔 쭈욱 '건설부'라 적혀 있다.

10분 뒤 숲 사이로 집채만 한 바위가 떡 버티고 있다. 떡바위다. 재밌게도 이곳 사람들은 떡바위를 이웃한 백두대간에서 둔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상의 마귀할멈통시바위에서 떨어진 똥이라고 부른다. 울긋불긋한 단풍나무 아래를 통과할 땐 발걸음도 더뎌진다. 발밑에 옅은 보랏빛 가지버섯이 보인다. 대야산에는 이외에도 능이 싸리 가지 송이 망태 등 다양한 버섯이 서식한다고 한다.

떡바위에서 25분이면 삼거리에 닿는다. 우측은 정상 가는 지름길, 산행팀은 좌측 밀재로 향한다. 키 큰 산죽길로 14분쯤이면 백두대간인 밀재에 도착한다. 괴산 청천면과 문경 가은읍을 잇는 고갯길이다. 좌측은 마귀할멈통시바위 속리산 둔덕산, 직진하면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농바위, 산행팀은 우측 대야산으로 향한다.

이때부턴 백두대간길. 우측 급경사 오름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길 왼쪽은 괴산, 오른쪽은 문경땅이다. 밧줄을 잡고 한 굽이 올라서면 거북바위가 서 있다. 밀재에서 10분. 여기서 6분이면 대문바위와 코끼리바위가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다. 생긴 모양이 이름과 똑같아 누구나 식별이 가능하다. 안내판도 나무에 걸려 있다.

코가 축 늘어진 코끼리 머리 좌측으로 반듯하게 서 있는 대문바위를 통과해 코끼리바위에 올라서면 약속이나 한 듯 탄성이 터져 나온다.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대야산 일원의 헌걸찬 백두대간 산줄기와 주변의 봉우리들이 한눈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1시 방향으로 저 멀리 뾰족봉의 연속인 속리산, 정면으로 조항산, 10시 방향으로 한때 스키장이 검토됐던 둔덕산과 그 우측으로 마귀할멈통시바위가 약간 보인다.

차츰 고도를 높이며 한 굽이를 더 오르면 10시 방향의 V자 바위 뒤로, 이후에 만나게 될 우뚝 선 농바위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정상으로 다가갈수록 숲 속에서 독특한 형상의 기암괴석들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도중 날등 전망대에선 우측으로 회백색 화강암 덩어리 모양의 희양산이 보이고, 또 한 굽이 살짝 올라서면 큰바위 앞 그늘진 너른터에 닿는다. 앞서 본 농바위다. 자세히 보면 농바위는 바위 위에 얹힌 부처님 머리를 닮은 경주 남산 부석처럼 조그만 바위 위에 얹혀 약간 거리를 두고 보면 붕 떠 있는 듯하다.

농바위. 가까이서 보면 경주 남산 부석처럼 붕 떠 있는 듯하다.

일명 버섯(삿갓)바위. 차라리 철모바위라고 부르고 싶다.

농바위 틈새를 가로질러 암릉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정면으로 세 개의 암봉이 나란히 있고, 정상은 맨 우측 암봉이다. 도중 일명 버섯(삿갓)바위라는 이름의 조그만 바위를 지나지만 산행팀은 차라리 철모바위라고 부르고 싶다.

이어 만나는 암릉구간은 좌측으로 에돌아 숲으로 오른다. 슬랩 정도의 암반이지만 겨울철 눈산행을 대비해 밧줄이 매여져 있다.

산줄기는 우측으로 휘며 고도를 차츰 높인다. 첫 번째 암봉에 오르면 앞서 봤을 때 세 개였던 암봉이 중간에 두어 개 더 있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암봉은 동시에 중대봉 갈림길이다. 참고하길.

마침내 대야산 정상. 간단하게 정상주 한 잔씩을 마셨다.

이후 밧줄을 잡고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면 마침내 암봉인 대야산 정상에 올라선다. 북으로 발아래 촛대봉에서 장성봉 악희봉 구왕봉 희양산 시루봉이, 남으로 조항산 청화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옹골찬 산줄기가 한눈에 펼쳐진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정상석과 마주보는 중대봉도, 희양산 우측 앞 석재공장과 인삼밭, 들머리 쪽인 벌바위마을도 시야에 들어온다.


이름에 걸맞게 대야산 하산길인 피아골은 지금 단풍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시종일관 급경사 내리막길이지만 단풍 구경을 하다 보면 어느새 산행기점에 닿는다.

하산은 정상석 뒤로 가 우측으로 바로 내려선다. 피아골 하산길이다. 여기서 바로 계곡 암릉을 타면 백두대간 중 가장 어렵다는 거의 직벽에 가까운 100m 암벽이 기다린다. 참고하길.

워낙 급경사라 밧줄이 묶여 있다. 10분 뒤 갈림길. 우측은 건폭으로 가는 급경사길이지만 폐쇄돼 좌측으로 내려선다. 피아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뜻밖에도 단풍이 한창이다. 해발 700m대 산속의 단풍은 산 아래보다 훨씬 더 곱고 핏빛에 가깝다. 15분 뒤 물마른 건폭의 직벽을 만나면 숫제 단풍나무숲이라 불러도 될 만큼 온 산이 불타오른다. 유명무실한 단풍 산보다 한 수 위다. 이렇게 산행은 단풍구경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정상에서 월영대까지는 70분 걸리며, 들머리까진 35분쯤 소요된다.


◆ 떠나기 전에 - 대야산 살아있는 전설 심만섭 씨 이달말 하산, 아쉬움…  
 

돌마당 식당 심만섭 씨.

돌마당식당의 별미 버섯전골. 자연석이라 향부터 다르다.


 이번 산행에선 용추계곡 입구의 '돌마당식당'(054-571-6542) 주인 심만섭(65) 씨가 동행했다. 그는 용추계곡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백두대간 종주꾼들에겐 자원봉사자로 알려져 있다. 악천후로 인해 길을 잃고 헤매는 대간꾼들이 무사히 하산하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구간 종주에 나선 산꾼들을 산행기점까지 태워주기도 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대야산'을 클릭해보면 약방의 감초처럼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심 씨로부터 도움을 받은 산꾼들이 올린 감사의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대야산 부근의 밀재나 버리미기재에서 심 씨에게 연락하면 기꺼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글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산꾼 시인 이성부의 시집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창비刊)에도 '돌마당식당 심만섭 씨'라는 시가 있을 정도이다.

심 씨가 대야산 용추계곡 입구에 '돌마당식당'을 연 것은 지난 1995년 7월. 문경 가은읍 출신인 그는 대한석탄공사 은성광업소에서 25년간 근무하다가 광산이 문을 닫을 무렵 퇴직하고 적막강산인 이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수석이 취미인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전국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대야산 용추계곡을 보고선 퇴직 후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 재산을 털어 이곳에 식당 겸 민박을 지어놓고 무려 2년 반 동안 산새, 들짐승과 함께 지냈단다. 때론 가족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그럴 때면 고갯마루에 올라 홀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나무를 자르고 산죽을 베며 등산로를 만든 것도 그였고, 망속대 거북바위 대문바위 코끼리바위 등의 명칭도 모두 그가 명명했다. 우연한 기회에 그와 함께 길동무를 한 산행팀은 정말 행운이었다.

그런 그가 산행팀과 헤어질 때 이달말을 끝으로 대야산을 떠난다고 했다. 이제 정말 쉬고 싶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주방에서 여태껏 고생을 한 부인도 이제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자격이 있지 않느냐고도 했다. 문경시 모전동에 이미 새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그는 그동안 신세를 졌던 지인들을 찾아보고 색소폰도 배우며 글도 써 책도 낼 계획이라며 활짝 웃었다. 바야흐로 제3의 인생을 벌써 시작하고 있었다.

돌마당식당의 버섯전골을 추천한다. 능이 싸리 솔 가지버섯 등 대야산에서 자생하는 버섯 7가지를 넣어 요리했다. 향부터 벌써 다르다. 3만5000원.


◆ 교통편

남해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 서울 김천 방향~문경새재IC~상주 문경(점촌) 3번~가은 마성 901번~가은('연개소문' 촬영장) 석탄박물관 대야산 용추계곡~가은읍~장연 '연개소문' 촬영장 대야산 용추계곡~석탄박물관~대야산 용추계곡 봉암사 우회전~괴산 장연~선유동계곡 입구~대야산 용추계곡 좌회전~용추계곡 간이주차장 순. 대중교통편으로 당일치기는 불가능하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화엄벌 새하얀 억새 승무처럼 나빌레라
고산 습지보호구역, 울타리내 출입 제한
발아래 펼쳐진 양산천·낙동강 조망 일품
하산길 원효암서 저멀리 고당봉 감상도

천성산 정상이 저멀리 보이는 가운데 부부로 보이는 등산객 두 사람이 억새가 군무를 펼치는 화엄벌 습지보호구역 울타리를 따라 걷고 있다. 






 
 부산과 지척인 양산에는 산이 지천이다. 낙동강과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곳곳에 병풍처럼 솟아있다. 실제로 지도를 펴놓고 훑어 보면 동서남북 발길 닿는 곳이 능선이요 계곡이요 봉우리다.

가지산에서 시작된 영남알프스의 기운이 간월산 신불산을 거쳐 양산의 영축산에서 숨을 고른 뒤 함박등 투구봉 시살등 오룡산 염수봉 채바우골만당 천마산을 거쳐 토곡산에서 낙동강으로 이어지고, 또 한 줄기는 어곡산에서 낙동강의 최고 전망대라 불리는 오봉산으로 산줄기가 내려와 역시 낙동강과 만난다.

낙동정맥의 산줄기도 거쳐간다. 강원도 태백 매봉산에서 남하, 영축산으로 맥을 이은 산줄기는 경부고속도로를 건너 뛰어 노상산 정족산 천성산제2봉(옛 천성산) 천성산(옛 원효산) 계명봉을 거쳐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 고당봉으로 연결된다.

양산 서부지역에는 영남알프스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격인 향로봉과 낙동강의 낙조가 가장 아름답다는 천태산이 밀양과 경계를 이루고, 동부지역에는 원효대사가 마지막으로 수도한 대운산(옛 불광산)이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울산과 이웃하고 있다.

양산을 집중 조망하는 이번주 '주말엔', 산행팀은 별 고민없이 천성산(922m)을 택했다. 단풍과 함께 가을산행의 최대 화두인 억새풍광을 이맘때 화엄벌에서 맘껏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산 천성산(千聖山)은 신라 원효대사가 당나라에서 건너온 1000명의 스님에게 화엄경을 설법하여 모두 성인이 되게 한데서 붙여진 이름. 당시 화엄경을 설법한 장소가 지금의 억새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화엄벌이고, 한때 89개나 존재했던 암자와 사찰이 당나라에서 온 제자들의 숙소였다. 지금은 내원사 홍룡사 원효암 법수원 미타암 안적암 성불암 노전암 조계암 익성암 등이 남아 있다.

이후 화엄벌은 오랫동안 방치되다 지난 1999년 고산습지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고 3년 후인 2002년 환경부로부터 '화엄늪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울타리로 출입이 제한돼 있다.

산행은 경남 양산시 상북면 석계~임도~원적산 봉수대~(차량)차단기~화엄벌~'군사시설보호구역' 팻말 이정표~원효암 갈림길~원효암~대형 주차장~작전도로~낙동정맥 산길~전망대~철탑~양산 웅상읍 평산리 장흥부락 순. 6시간 정도 걸린다.



석계정류장에서 내려 50m쯤 진행방향과 반대로 가면 양주중학교 안내 표지판이 서 있다. 거기서 왼쪽으로 돌아 경부고속도로 밑을 통과해 직진한다. 상북면민 복지회관을 지나 10분쯤 더 가면 '천성산' 이정표. 이때부터 임도를 따라 걷는다. 단조롭지만 발아래 펼쳐지는 양산천과 합류되는 낙동강, 그리고 양산의 이웃 능선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면 눈앞의 천마산을 비롯, 왼쪽으로 채바우골만당 염수봉 오룡산 어곡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35분 뒤 원적산(천성산의 옛 이름) 봉수대에 닿는다. 계속 임도를 따라 걷든, 도중에 임도 왼쪽 산길로 오르든 결국 봉수대에서 만난다. 전국의 수많은 봉수대 중 봉수지 고사지 건물지 등의 기초 흔적이 가장 뚜렷하게 남아있는 유일한 봉수대로 경남기념물 제118호.

원적산(천성산의 옛 이름) 봉수대.

봉수대에서 바로 보이는 차 진입 차단기를 지나 10m쯤 뒤 오른쪽에 열려있는 산길로 오른다. 본격 산행에 앞서 군계일학처럼 능선에 우뚝선 소나무 그늘 아래서 쉬어가자. 자연석으로 쉼터가 조성돼 있는데다 조망이 빼어나기 때문이다. 낙동강을 기준으로 왼쪽에 금정산 고당봉과 계명봉이, 오른쪽엔 백두산과 동신어산이 선명하게 구분된다.

계속되는 산길은 오르막길. 묵었지만 길 흔적은 나 있다. 싸리나무 등 잡목이 길을 막고 있고 벌개미취 쑥부쟁이 짚신나물 등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20분쯤 지나 억새가 모습을 드러내면 갈림길. 왼쪽 억새숲으로 몸을 맡긴다. 인적이 드물어 억새가 길을 가로막고 있지만 그리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두 차례 임도를 건너 산길로 오른다. 철없는 철쭉이 벌써 보인다. 그 유명한 화엄벌은 정면의 봉우리를 넘어야 만날 수 있지만 마치 벌써 도달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억새가 넘실거린다. 올 봄에 난 산불 흔적을 지나면 마침내 화엄벌, 3만8000평. 장관이다. 답답했던 가슴이 확 뚫린다.

화엄벌 억새는 키가 유달리 작다. 그래서 친근감이 더 간다. 한없이 푸른 가을하늘과 뭉게구름, 끝없이 펼쳐진 억새밭의 오묘한 조화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울타리 안 억새 주변에서 붉은빛을 내는 무리는 봄에 장관을 이루는 철쭉.

'화엄늪 습지보호지역' 안내판에서 왼쪽방향은 지프네골과 용주사, 또는 용소골로 이어지며 오른쪽으론 군사기지가 있는 천성산으로 가는 길. 울타리를 따라 우측으로 10여분 억새에 취해 걸어가면 '군사시설 보호구역' 팻말이 갈림길 정면에 붙어있다. 왼쪽은 은수고개를 지나 천성산제2봉으로, 오른쪽은 원효암 가는 길.

산허리를 돌아 내려서면 순식간에 전혀 딴 산. 억새는 오간데 없고 산죽 갈참 굴참 등 참나무류가 눈앞에 들어오고 심지어 벌써 붉게 물든 단풍도 보인다.

40분쯤 내리막과 바윗길을 번갈아 걸으면 연이어 두 번의 갈림길. 길찾기에 유의할 곳이다. 2곳 모두 오른쪽은 홍룡폭포 가는 길이므로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원효암.

종무실 옆 음각된 마애아미타삼존불.

 
10여분 뒤 마침내 원효암. 관음바위 거북바위 등이 암자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종무실 옆 마애아미타삼존불을 보고 범종루 옆으로 난 길로 간다. 게시판을 지날 무렵 우측에 고당봉이 정면으로 선명하게 보인다.

주차장을 지나 정면 산길로 내려선다. 여기서부터 낙동정맥 길이다. 곧 군 작전도로와 만난다. 여기서 100m쯤 가다 왼쪽 산길로 들어선다. 30m쯤 뒤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곧 전망대인 720m봉. 왼쪽부터 대운산 시명산 석은덤산 용천산 백운산 매바위 철마산 장산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팀은 덕계로 하산하기 위해 왼쪽으로 간다. 오른쪽 길은 낙동정맥길로 금정산 고당봉으로 이어진다.

지금부턴 내달리는 일만 남았다. 억새숲을 지나고 바위봉우리를 넘는다. 50분쯤 뒤 갈림길. 우측 법기수원지 방향은 버리고 왼쪽 덕계쪽으로 간다. 다시 억새길과 오솔길이 20여분 반복된다. 철탑을 지나 내리막길을 지나면 10여분 뒤 웅상읍 평산리 장흥부락에 닿는다. 여기서 덕계시장 스파편의점 앞 버스정류장까지는 20분쯤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원효산, 천성산으로 명칭 통일
- 산꾼들에 쓰러진 억새 신음소리

양산 천성산이 산 이름을 두고 수난을 겪고 있다.
통도사를 안고 있는 영축산이 영취산, 취서산으로 함께 불리다가 최근에야 영축산으로 결정됐는데 천성산의 두봉우리는 각각 천성산, 원효산으로 불리다가 지금은 천성산은 천성산 제2봉, 원효산은 천성산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많은 산꾼들은 아직도 각각의 봉우리를 천성산과 원효산으로 부르고 있다.

그 천성산 산허리의 화엄벌이 지금 광명추파의 물결에 춤을 추고 있다.

국제신문 산행팀은 지난 2001년 천성산의 한적한 화엄벌을 소개한 적이 있다. 신문에 보도된 직후 다시 찾은 화엄벌은 많은 탐승객들로부터 수난을 당하고 있었다. 억새의 멋들어짐은 사라지고 화엄벌 주변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동그랗게 자리잡고 술과 음식을 곁들이며 화엄벌을 훼손하고 있었다.

화엄벌을 소개한 산행팀은 훼손 사실을 확인한 뒤 즉시 양산시청의 홈페이지에 화엄벌 보호를 위해 안전시설물의 설치가 시급하다는 글을 올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뒤 얼마 안돼 지금과 같은 시설물이 설치됐다.

코스를 달리해 이번에 다시 찾은 화엄벌 내부는 울타리로 인해 안전한 상태여서 원효와 1000명 제자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울타리 바깥의 억새밭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새를 방석삼아 무분별하게 행동하는 산꾼들이 야속하기만 하다. 쓰러진 억새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 교통편
- 들머리·날머리 달라 대중교통 이용을
- 온천장서 언양행 버스타고 석계 하차

이번 산행코스는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을 권하고 싶다.

들머리인 상북면 석계로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 1호선 명륜동역(종점)이나 온천장역 시외버스 정류장 앞에서 언양행 12번 완행버스를 타고 석계(상북면사무소)에서 내린다. 첫 차는 오전 5시20분에 있으며 이후 7~9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100원. 1시간 정도 걸린다.

날머리 덕계에선 덕계시장 스파편의점 앞 버스정류장에서 부산행 일반버스(50, 58, 147) 및 좌석버스(247, 301, 301-1, 347, 2000, 2200)를 이용하면 된다. 일반버스는 900원이지만 부산과의 경계를 넘을 땐 300원을 더 내야하며, 좌석버스는 일괄 1500원. 울산~부산간 운행하는 1127번 버스를 타도 된다. 1300원.

※현지 사정상 대중교통편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거칠지만 힘 넘치는 근육질의 핸섬가이

기암절벽에 빼어난 근육질의 헌걸찬 암봉
들머리 병산마을서 장군봉까지 새로 개척
금귀봉 보해산 미녀봉 수도산 양각산 등 보여
장군 빼닮은 장군바위, 거북바위 등 눈길
하산길은 영동 천태산 암릉길 연상돼 시원

※장군봉과 가조벌판을 두고 마주보고 있는 미녀봉과의 전설.

옛날 바다였던 이곳에 장군이 탄 나룻배가 표류하고 있었다. 이를 본 옥황상제가 장군을 구하기 위해 도력이 뛰어난 자기 딸을 지상으로 내려보냈다. 하지만 옥황상제의 딸과 장군은 첫 눈에 반해 둘은 사랑에 빠졌다. 장군을 구해주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옥황상제는 이를 보고 노해 "너희 둘은 영원히 산으로 변해 누워 있으라"는 형벌을 내렸다. 그래서 미녀봉이 지금의 이 자리에 생겨나고 그 북쪽에 장군봉이 솟아나게 되었다.

두 봉우리는 가조 들녘을 중심으로 마주보고 있다. 장군봉은 바위봉으로 한눈에 남성적임을 알 수 있고 미녀봉은 말그대로 여성적이다. 두 봉우리의 해발고도가 935m로 같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전설을 참고, 기사를 읽으면 재미도 있고 실감도 난다. 참고로 미녀봉 기사는 이 글 앞에 올려놓았다. 참고하시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행 전 산 아래에서 본 장군봉. 전형적인 근육질의 암봉이다.
 

이번 주 산행지는 거창 장군봉. 해발 1000m 이상의 고봉만 25개나 되는 '산의 고장' 거창에서 사실 장군봉은 명함 내밀기가 약간은 쑥스럽다. 가조 벌판을 둘러싸고 있는 가조면에서도 우두산(별유산)이나 의상봉 미녀봉 등의 명성에 가려 역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 실상은 판이하게 달랐다. 암봉 자체도 기암절벽의 빼어난 근육질을 갖추고 있는 데다 장군봉에서 바라보는 이웃 암릉 또한 거칠지만 힘이 넘친다. 여기에 인적 드문 호젓함까지 갖췄으니 금상첨화라 아니할 수 없다.

하산길의 암릉길 또한 여느 명산 못지않게 수려한 데다 날머리로 향하는 마지막 산길 또한 예스럽고 운치 있어 깔끔하게 산행이 마무리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군봉에선 미녀봉이 보인다. 미녀봉은 장군봉 산행 내내 줄곧 시야에서 떠나질 않는다.   
 

산행은 가조면 사병리 병산마을~고려삼베 사무실~묘지(너른터)~장군바위~장군바위 전망대~추모비~거북바위~돌탑봉~장군봉~장군재~888봉(삼각점)~작은바리봉~고견사 주차장 갈림길~밀성 박씨 납골당~가조면 수월리 용당소 마을 순. 걷는 시간만 4시간10분 정도이며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들머리인 밀양 변씨 집성촌 병산마을 입구 사병리 병산버스정류장에 내리면 '병산마을의 유래'라 적힌 안내판이 서 있다. 포장로를 따라 마을로 들어서면 사거리에 닿는다. 우측 벽면에 '협동창고 병산새마을회관'이라 적힌 글귀가 보인다. 왼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길 좌측의 암봉이 보해산, 그 왼쪽 뾰족봉이 금귀봉이다. 춘당 변중량의 문집 춘당집과 춘정 변계량의 문집 춘정집이 보관된 산천재를 지나면 갈림길. 운치있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도열해 있는 우측, '고려삼베' 방향으로 향한다. 곧 '고려삼베' 사무실을 지나 포장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간다. 정면 저 멀리 장군봉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이내 갈림길. 우측으로 발길을 옮기면 경운기가 다닐 정도의 거친 임도 수준의 길이 기다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거창 장군봉의 상징인 장군바위.
 
4, 5분 뒤 능선으로 치고 오르기 위해 우측 송림으로 오르며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30m 전방은 가시오가피밭.

잠시 송림길을 가로질러 등산로와 만나면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오른쪽은 능선의 끝지점인 '고려삼베'에서 올라오는 길. 부드러운 흙길에 솔가리가 두텁게 덮여 마치 융단을 밟는 기분이다. 산길은 자연스레 우측으로 휘면서 폭이 좁아지고 된비알로 변한다. 동시에 좌측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앞서 본 금귀봉과 보해산 그리고 보해산의 들날머리인 용산리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군봉의 상징인 장군바위가 칼을 들고 주변을 정찰하면서 가조 벌판 뒤로 마주보고 있는 흠모하는 연인 미녀봉을 쳐다보고 있다. 전설의 내용과 어쩜 이리도 일치하는지.


정면에 엄청나게 큰 급경사 바위가 앞을 가로 막는다. 오르려고 시도해 봤지만 불가능해 좌측으로 우회한다. 토끼벼루 같은 소로이다. 곧 갈림길. 우측으로 올라 집채만한 바위를 힘겹게 오르다 보니 자연스레 좌측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일순간 산사태의 상흔이 뚜렷한 지점에 닿는다. 나무가 쓰러져 있고 절벽에 금이 가 있어 약간의 물리적 충격만으로 사태가 재발할 것 같은 상태이다. 다행히 6, 7m쯤 못가 우측으로 길이 열려 있다. 이후 바위길을 치고 오르면 양지바른 묘지에 닿는다. 묘지 좌측 바위에 서면 정면 보해산을 기점으로 우측 뒤로 삼봉산 불영산 흰대미산 양각산 수도산이, 뾰족봉인 금귀봉 왼쪽으로 황석산 괘관산, 오른쪽으로 금원 기백산이 확인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왼쪽은 장군바위 전망대에서 본 장군봉(맨 오른쪽 암봉). 우측은 정상 직진 돌탑봉에서 바라본 의상봉 암릉.

 
묘지 뒤로 곧장 된비알로 돌변한다. 집채만한 바위를 오르다 옆으로 빠진다. 잠시 오르면 멋진 입석을 만난다. 바윗길은 한동안 지속되다 푹신한 낙엽길로 바뀐다.

계속되는 된비알. 7분쯤 뒤 우측 소나무 사이로 바위가 하나 서 있다. 그토록 찾던 장군바위였다. 코끼리에 올라 코끼리를 볼 수 없듯 잠시 오르면 우측 전망대가 기다린다. 장군바위가 또렷하게 관찰된다. 영락없는 장군이 칼을 들고 주변을 정찰하면서 마주보고 있는 흠모의 연인 미녀봉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다. 장군바위 좌측으로 가조 벌판 너머 미녀봉과 오두산 장군봉 단지봉 좌일곡령 수도산, 돌불꽃 가야산도 조금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녀봉은 장군봉 산행 초입부터 하산할 때까지 잠시도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좌측으로 우회해 돌면 대구의 여성 산악인 추모비. 바위 아래로 내려선다. 낙엽이 발목을 덮는다. 이따금 우측으로 뒤돌아보면 장군바위가 보인다.

이쯤부터 점차 길은 거칠어진다. 바윗길과 돌길, 된비알이 반복되고 때론 잡목도 헤치고 나아가야 된다. 재미는 있지만 체력 소모 또한 커 어깻죽지에 땀이 찰 정도이다. 어떤 전망대에선 장군바위와 들머리의 '고려삼베' 건물이 확인된다. 또 오르면 오를수록 조망이 더 넓어져 왼쪽으론 가야산과 덕유 주능선이, 오른쪽으로 지리 주능선이 새롭게 시야에 들어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군봉 정상(왼쪽).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조형물이다. 우측은 하산길의 (작은)바리봉.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상에서 내려와 뒤돌아본 장군봉(가운데). 왜 장군봉으로 명명됐는지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위엄이 있고 힘이 넘친다.



추모비에서 45분쯤 뒤 약간 너른 터. 잠시 숨을 돌리고 정면 농짝만한 바위 좌측으로 간다. 장군봉까지의 이 길은 전체적으로 암릉 구간으로 크고 작은 요철이 있지만 그렇다고 사실 엄청나게 힘이 드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장군봉으로 다가감에 따라 좌측으로 지남산과 의상봉 우두산도 보인다.

눈길 끄는 바위가 있다. 신경을 곧추 세우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거북이 연꽃을 향해 오르는 형상의 거북바위와 연꽃바위이다. 여기서 7분이면 무명봉인 돌탑봉에 닿는다. 상봉인가 싶었지만 정상석이 없어 다시 7분쯤 더 가면 '장군봉 953m'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조형물이 서 있다. 조망은 없지만 하산길의 암릉은 한눈에 보인다. 험한 데다 갈 길이 아주 멀다.

하산은 직진한다. 이때부터 산길은 앞서와 달리 반들반들하며 안내 리본이 자주 보인다. 2분 뒤 갈림길. 직진하면 의상봉(2.7㎞), 산행팀은 우측 장군재 방향으로 간다. 5분 뒤 장군재. 사거리다. 우측은 사병리 당동, 좌측 고견사 주차장 방향, 산행팀은 (작은)바리봉으로 직진한다. 한 굽이 오르면 갈림길. 진행 방향은 좌측이지만 잠시 우측으로 향한다. 장군봉 위용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왜 장군봉으로 명명됐는지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위엄이 있고 힘이 넘친다. 억산에서 수리봉으로 하산할 때 뒤돌아본 문바위와 농바위의 웅장함이 연상된다.

발걸음을 되돌려 2분 뒤 삼각점이 있는 888봉. 정면으로 암봉인 (작은)바리봉과 그 뒤로 비계산, 비계산 자인봉, 그 뒤로 미녀봉과 오두산이 보인다.

대체로 내리막 암릉길이지만 군데군데 운치있는 소나무와 조그만 암봉을 넘나드는 재미가 일품이다. 또 등로 좌측 지남산에서 의상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은 마치 용의 등줄기를 보듯 거칠고 힘이 넘친다. '충북의 설악'으로 불리는 영동 천태산의 하산길과 유사하다.

888봉에서 17분이면 (작은)바리봉으로 올라선다. 둥그스름한 바위가 널브러진 제법 너른 상봉에 서면 방금 지나온 장군봉을 비롯한 주변 조망이 한눈에 펼쳐진다. 발 아랜 암벽등반가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회백색의 바위와 저 멀리 고견사 주차장도 보인다.

밧줄을 잡고 힘겹게 내려오면 갈림길. (작은)바리봉 안부이다. 좌측 고견사 주차장, 우측으로 내려선다. 진짜 하산길이다. 보석같은 산길이다. 오룡산에서 임도를 거쳐 자장암으로 내려서던 마냥 걷고 싶던 길이 떠오른다. 28분이면 산을 완전히 벗어나 포장로로 이어지고, 여기서 7분이면 수월리 용당소 마을을 지나 주도로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가조면 동호식육식당 항정살 맛 일품
 
흔히 거창 장군봉의 들머리는 가조면 사병리 병산마을, 장기리 당동마을, 고견사 주차장 등 셋. 병산마을의 경우 소림사가 들머리였다. 하지만 산행팀은 장군봉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능선의 끝자락에서 산길을 새로 개척했다. 장군바위를 보기 위해서다. 들머리 인근에서 만나는 '고려삼베' 사무실 인근이다. 산행팀은 이곳을 기점으로 출발하려 했지만 법인 사무실이어서 약간 떨어진 송림 쪽에서 바로 능선 쪽으로 치고 올랐음을 밝혀둔다. 참고로 '고려삼베'와 소림사는 병산마을의 극과 극이다.

들머리 병산마을은 마을 뒤에 장군바위가 있어 장군이 있으면 병사가 있어야 한다며 병산(兵山)마을이라 명명됐다. 이후 일제강점기 때 군사용어라 해서 '병사 병(兵)' 자 대신 '병풍 병(屛)'로 고쳐 병산(屛山)마을로 불리게 됐다 한다.

산행 중 보이는 이정표 상의 바리봉은 작은바리봉을 의미한다. 바리는 스님들의 밥그릇을 뜻하는 바리때의 준말로 그 모양새가 닮아서 붙여졌다. 참고로 우두산(별유산) 바로 옆의 암봉인 의상봉은 큰바리봉이라 불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맛집 하나 소개한다. 동호식육식당(055-942-1633). 가조면 소재지 마상리 사거리에 위치한 22년 전통의 생고기 전문점이다. 생삼겹 생목살 항정살(이상 사진) 가브리살 한우 등의 고기맛이 일품이다. 갈비탕도 아주 맛있다. 생고기도 싸게 살 수 있다.
  

◆ 교통편- 현풍나들목 지난달 30일 개통, 숨통 트여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40~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만2200원. 2시간40분 소요. 거창터미널에서 가북행 군내버스(서흥여객·055-944-3720)를 타고 사병리 병산마을 입구에서 내린다. 오전 8시30분, 11시10분에 있다. 2600원. 군내버스 정류장은 거창터미널에서 나와 왼쪽으로 가다 다리(중앙교)를 건너면 만나는 중앙시장 안에 있다. 도보로 6, 7분.

날머리 수월리 용당소 마을에서 가조까지는 대중교통편이 없다. 개인택시를 이용하든지 걸어가면 된다. 700m쯤 된다. 가조에서 거창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30분, 4시10분, 4시40분, 5시10분, 5시30분, 5시50분, 6시20분, 6시40분, 6시50분에 있다. 거창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 5시50분, 6시40분(막차)에 출발한다. 부산행 막차를 놓쳤다면 서대구터미널로 가서 지하철을 이용, 동대구역에서 부산행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중부내륙(구마)고속도로 현풍IC~현풍분기점서 광주 방향~88고속도로 가조IC~가조 방향 1099번 지방도(장군봉 소림사 우두산 방향)~김천 거창 1084번 좌회전~가북 1099번 우회전~(사병교 직전)병산리 우회전~병산마을. 들머리와 날머리는 2㎞ 조금 안됨. 택시를 부르면 편리하다. 개인택시(055-943-8868). 6000원.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