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찾는 근교산 <354> 의령 만지산

'난코스 잡목숲 너머 미답의 바윗길'


 
의령에는 국사봉(國師峰·688m)이란 제법 덩치 큰 산이 있다. 흔들바위로 불리는 꺼떡바구와 까막새미 등 정상의 바위숲은 산꾼들의 뇌리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멀리서 보더라도 산 정상이 바위만으로 이뤄졌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경남 의령군 봉수면 서암마을에서 보면 국사봉과 마주보고 서있는 봉우리가 하나 있다. 바로 만지산(萬芝山·606.5m)이다. 마을 촌로들은 망조산(望朝山) 혹은 한자 표기는 모른채 그냥 명근산이라고도 부른다. 두 봉우리 사이에는 옛부터 전해내려오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봉우리 두 곳에는 의령군에서 힘깨나 쓰는 장수가 각각 살았다. 이들은 걸핏하면 봉우리에 있는 바위를 서로 던지며 힘자랑을 했다. 이 마을 전통 한지전시장 옆에는 큰 바위가 하나 있다. 한 장수가 잘못 조준해 떨어진 낙석이라 전해온다. 이 마을 이름이 서암(西岩)인 것은 낙석이 마을 서쪽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만지산에 올라보면 정상에는 바위가 많지 않지만 정상 주변에는 집채만한 바위에서부터 다양한 덩치의 바위들이 상당수 흩어져 있어 마을 촌로의 전언이 허구가 아님을 짐작케 한다.

산행은 서암마을~서암회관~무덤1기~전망대~주능선~정상~(하산길 잡목구간 유의)~소 방목구간~잇딴 무덤~소(小) 계곡~담배밭~대현마을 순으로 이어지며 5시간 정도 걸린다.

정상까지는 오르막의 연속이고 하산길은 심한 내리막에다 아주 매서운 잡목구간으로, 2시간30분 정도는 시달려야 하는 개척산행이다. 웬만한 봉우리는 성에 안차거나 미답의 산길을 오랫동안 걷기를 좋아하는 산꾼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

서암이발관 앞에서 하차,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서암교를 건넌다. 마늘건조장이 눈에 띈다. 경노당을 30m 지나 왼쪽에 전봇대 2개와 가로등이 나란히 서있는 제법 큰 골목이 보이면 진입한다.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길로 향한다. 시멘트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꺾어 올라가면 본격 산길이다.

숲 특유의 향이 코를 자극한다. 100m쯤 걷다 왼쪽길로 들어선다. 오르막길을 15분쯤 오르면 첫 지형지물인 봉분이 거의 없는 무덤이 나온다. 무덤 앞이 그렇듯 주변 나무를 베어놔 나무 사이로 국사봉 정상이 환히 보인다. 길 중간중간에 야생동물이 파놓은 흔적과 배설물이 자주 눈에 띈다. 짐승이 파헤쳐놓은 무덤이 보이면 그 오른쪽이 첫번째 전망대. 시원하고도 장쾌하다. 정면에서 오른쪽으로 대암산과 무월봉 태백산이 이어지고, 그 우측으로 국사봉 미타산 봉산이 서있다. 대암산을 기준으로 저멀리 왼쪽으로 황매산 금성산 허굴산 월여산 감암산이, 그 뒤로 오도산과 합천읍내가 시야에 들어온다.

 

다시 심한 오르막. 일부 평지 구간도 나오지만 전체 맥락은 오르막의 연속. 15분 후 주능선에 닿는다. 솔바람이 시원하다. 왼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정상으로 가까이 가면 갈수록 바위가 많다. 산행전 만난 촌로의 말이 실감난다. 주능선에서 정상까지는 17분 정도. 잡풀에 가려진 삼각점을 발견 못했다면 이곳이 정상인지 알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을씨년스럽다. 쓰러진 나무는 아마도 측량편의를 위해 베어졌으리라. 조망도 없고 잡풀이 무성하고 그 사이로 바위만 몇 개 널부러져 있을 뿐이다. 마주보는 동쪽의 국사봉도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취재팀은 삼각점 옆 나무에 노란리본을 달았다. 그리고 그 뒷면에는 매직으로 ‘만지산 정상 606.5m’라는 흔적만 남기고 서쪽으로 하산했다.

정상까지는 오르막의 연속이었지만 길은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하산길은 청미래덩굴 싸리나무 산딸기나무 등이 심하게 엉켜 한 발 내딛기가 어려울 정도로 부담스럽고 체력소모 또한 심하다. 길 자체가 묵은데다 집채만한 바위도 떡하니 버티고 있다. 에둘러가면 또 넝쿨이 길을 숨기고 있다. 길마저 경사가 급해 화불단행(禍不單行: 재앙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겹쳐서 온다).

이 구간은 국제신문 노란색 리본을 반드시 참조하자. 이렇게 1시간 정도를 헤매면 전망대. 왼쪽 옆으로 내려가면 또 다시 나무와 넝쿨 그리고 바위까지 길을 막고 있다. 이렇게 또 1시간 정도 길을 뚫으면 넝쿨 구간은 종료. 이후에도 길은 만만치가 않다. 새 울음소리와 흰색나비 그리고 간혹 만나는 나리꽃이 그나마 위안을 주고 꿩의 날개짓과 풀섶의 멧돼지 소리는 무료함을 달래줬다.

송림 사이로 찬찬히 내려가면 이번엔 군데군데 쇠똥이 보인다. 철조망이 발견된 지 10여분 후 엄청난 덩치의 황소 3마리가 보인다. 마을사람들이 공동으로 방목하는 소로, 모두 10여마리나 된단다. 쇠똥이 여기저기 있고 소가 온 산에 길을 내놔 길 찾기가 헷갈릴 정도. 여전히 길이 안보여 개척산행이다. 쇠똥의 흔적으로 볼 때 방목된 소의 행동반경은 사람걸음으로 1시간은 족히 되는 것 같다. 이렇게 쇠똥을 피해가며 1시간 정도 걸으면 ‘길다운 길’을 비로소 만난다. 이어지는 무덤을 잇따라 지나면 작은 계곡을 만나고 여기서 다시 25분 정도 걸으면 담배밭이 나온다. 대현마을 앞 포구나무까지는 15분 더 걸어야 한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떠나기전에 ]

만지산은 의령군 궁류면과 봉수면을 경계로 숨어 있는 오지의 산이다.

황매산에서 맥을 따라 자굴산까지 치닫던 지맥은 북으로 틀어 만지산을 솟구치고 그 여력으로 국사봉 미타산 대암산 등의 산군을 이루었다.

자굴산~한우산~산성산~동이봉~대현을 거치는 산길은 근교산 취재팀에서 이미 여러번 소개했다. 그 위의 만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한마디로 ‘악’소리가 나는 고행의 능선이다. 봉수면의 서암에서 만지산 정상까지는 쉽게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한참 웃자란 잡풀과 넝쿨 산딸기 등이 뒤덮고 있어 전진하기가 매우 힘들다. 반드시 긴팔 상의와 긴바지를 착용하고 장갑도 챙겨 떠나자.

하산할 때는 첩첩산중의 골짜기답게 물소리 바람소리 짐승의 흔적 뿐이며, 대현으로 향하는 에돌아가는 산길에서는 콧노래가 절로 난다. 식수를 충분히 준비해서 미지의 산으로 떠나보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의령·합천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8시30분, 9시10분 등 40~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합천군 대양면사무소 앞에서 하차한다. 2시간20분 정도 걸린다. 8천원. 대양면 덕정리 버스정류장에서 의령군 봉수면 신반행 군내버스는 오전 10시20분에 출발한다. 서암리에서 내린다. 25분 소요. 900원.

부산행은 날머리인 의령군 궁류면 대현마을에서 궁류~의령을 거쳐 부산으로 갈 수도 있지만 인근 합천군 쌍백으로 가면 더 편리하다. 쌍백면의 동성택시를 부르면 6천원. (055)932-3518

쌍백면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15분, 오후 6시, 6시35분, 7시15분(막차)에 출발한다. 7천2백원.

승용차로 갈 경우 남해고속도를 타고 의령 군북IC에서 빠져나와 의령으로 향한다. 의령에서 20번 국도를 타고 합천 방향으로 달린다. 대의삼거리에는 33번 국도가 지나간다. 오른쪽으로 틀어 삼가, 쌍백면을 차례로 지나면 대양면. 이곳에서 덕정 방향인 오른쪽 1011번 도로를 이용, 신반방향으로 진행한다. 봉수면에 들어서면 서암리로 산행 출발지이다. 들머리와 날머리가 너무 멀어 대중교통편을 권하고 싶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9.0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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