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377> 함양 백운산

 
  함양 백운산에 오르면 내로라하는 명산들이 사방팔방으 로
거침없이 펼쳐진다. 사진 가장 뒤쪽 능선이 지리산 주능선으로
주봉인 천왕봉(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제석 봉 영신봉 토끼봉
반야봉 노고단 고리봉 등이 일직선 상 으로 하늘금을 그으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흰 구름 산’이라 불리는 백운산(白雲山).

현재 우리나라에 백운봉까지 포함, ‘백운’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은 부산 기장의 백운산 등 열댓개. 20개를 넘는다는 천황봉(天皇峯)에 이어 두번째다.

천황봉이라는 이름이 대부분 일제때 조선총독부가 황국사관을 이 땅에 심기 위해 편찬한 지도책에 적은 이름을 근거로 하고 있어 산꾼들은 하루빨리 옛 산이름 찾기 운동이 펼쳐지기를 바란다. 반면 백운산이란 산이 높아 구름을 걸치고 있다는 자연발생적인 이름이어서 친근한 느낌이 더하다.


경남 함양군 백전면과 서상면, 전북 장수군 번암면에 걸쳐 있 백운산은 우선 그 이름만큼이나 높고 험하다. 고로쇠약수로 유명한 광양 백운산이나 원주 백운산도 산높이가 1000m 이상이지만 그 중 으뜸이 경남 함양의 백운산(1279m)이다.
해발고도 뿐만 아니라 조망도 빼어나다.
주변의 이름깨나 알려진 내로라하는 명산들이 사방팔방으로 거칠 것 없이 펼쳐져 있어 이를 확인하는데만
한참이 걸릴 정도.
하산길에 만나는 골짜기인 큰골은 높이가 어림잡아 30m나 돼 협곡에 가까운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데다
주변 아름드리 홍송 또한 일품이다.

산행은 대방마을 매표소~묵계암~상연대~주능선~전망대~하봉~중봉~백운산 정상~화과원 갈림길~용소폭포
~헬기장~백운암을 거쳐 매표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5시간~5간30분 걸린다.

매표소를 지나면 정면에 ‘등산로 종합안내도’가 서있다. 이를 바라보고 왼쪽 ‘상연대’ ‘묵계암’,
오른쪽은 ‘백운암’ ‘화과원’ 방향. 원점산행이라 어느 쪽으로 가도 상관 없으나 하산할 때 콧노래를 부르며
쉽게 내려올 수 있게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정면에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는 하봉. 150여m 오르면 조그만
암자인 상연대도 시야에 들어온다.

백운산 산행 초입부는 예상외로 따분하다. 묵계암을 거쳐 상연대까지 가는 50여분 거리가 시멘트길이기
 때문이다. 암자 두 채를 위해 왜 이토록 산골짜기까지 차가 다닐 수 있게 포장해 놓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하기까지 하다.

하여튼 묵계암까지는 30분 거리. 관음전 삼성각 등 전각 두 채가 아담하다. 비구니승 두 분이 수행하며 지나가는
 길손에게 차를 대접한다.

20분 후 상연대(上蓮臺). 고운 최치원 선생이 어머니의 기도처로 건립한 암자. 15m쯤 되는 벼랑 위에 사뿐히
앉아 있는 모습이 연꽃처럼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다. 신라말에는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인 실상선문이
이곳으로 옮겨와 선문의 마지막 보루가 되었다고 전해온다. 상연대는 무엇보다 왼쪽 천왕봉에서부터 반야봉까지
 일직선으로 하늘금을 긋는 지리산 파노라마가 압권이다. 상연대까지의 시멘트길이 지루하다면 묵계암을 지나
바로 향하는 산길을 오르면 상연대를 지나 무덤이 있는 주능선에서 만난다. 상연대를 못보는 아쉬움은 남지만.

백운산 정상까지는 1.8㎞. 이정표를 따라 계단을 오르면 본격 산길로 접어든다. 엄청나게 급한 오르막길이
 기다린다. 밧줄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상당한 체력소모를 요구한다.

20여분 뒤 제법 넓은 주능선. 묘지가 가운데 있고 묵계암에서 올라오는 산길과 만난다. 그 옆에 벤치가 있다.

계속되는 오르막, 이어지는 밧줄. 15분간 한바탕 또 힘을 소진하면 전망대. 방금 올라온 시멘트길과 능선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곧 무덤이 있는 봉우리를 만난다. 하봉이다. 잡목 사이로 정상이 얼핏 모습을 드러낸다.
조금만 더 가면 중봉과 정상이 나란히 보인다.

7분 뒤 조망이 탁월한 중봉. 정상을 보고 오른쪽(동쪽)으로 남덕유산과 남령 월봉산이 이어지다 월봉산에서
능선이 갈라져 앞엔 거망산 황석산이, 뒤엔 금원산 기백산이 나란히 달리고 있다. 이 곳에서 정상은 10분 거리.
정상 100m 앞서 무덤 2기가 보인다. 무덤에서 왼쪽은 중고개로 지리산 방향으로 이어진다. 정상은 오른쪽.
이 짧은 구간이 백두대간.

 


정상은 지금까지 봐 온 주변 봉우리를 총정리할 수 있는 곳. 정상석 앞에 ‘백운산 전망안내도’가 서있지만 낡아서인지 아무 것도 확인할 수 없다. 주변 봉우리들의 이름을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남쪽의 지리산 능선은 시계범위가 더 넓어져 이번엔 웅석봉에서 천왕봉~반야봉~노고단~만복대~바래봉~덕두산까지 펼쳐지고 동쪽 코 앞에는 괘관산이 의좋게 마주보고 있다.


하산은 오른쪽(동쪽) ‘백운암’ ‘원통재’ ‘화과원’ 방향. 북사면이라 아직도 제법 눈이 있다. 하지만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다. 내리막이어서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미개척산길의 이정표 갈림길과 만나면 왼쪽으로 내려선다.



산죽길 너덜길 오솔길과 헬기장을 연이어 지나면 또 다시 밧줄을 잡고 내려와야 하는 급경사길. 15분 정도만 힘겹게 내려오면 계곡과 만난다. 지금부터 계곡과
나란히 걷는 그야말로 호젓한 산길. 20분 뒤엔 집수통에 연결되는 고로쇠파이프 여러 줄이 보인다. 울진의
응봉산 온천수 파이프가 연상된다.

곧이어 화과원 갈림길을 만난다. 계곡을 건너면 화과원, 직진하면 백운암. 화과원은 기미독립선언서에 한용운과
 함께 서명한 용성스님이 선농일치를 주장하며 손수 농사를 지었던 곳. 10여분 걸리지만 최근 복원공사가 중단된
상태.

동시에 이 지점이 용소폭포. 15m 높이의 벼랑에서 떨어지는 폭포수 밑에는 용소가 자리잡고 있다. 폭포 옆에는
 아름드리 노송이 주변 풍경을 더욱 멋지게 해준다. 백운산 최대의 비경지대라 할 만하다. 이후부터는 협곡과
아름드리 홍송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계곡길의 운치를 만끽하며 걷는다. 날머리인 백운암 인근에는 하얀 화강암
위로 흐르는 맑은 물이 인상적이다. 백운암에서 매표소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 교통편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함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 6시20분, 6시59분 등 8~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만600원. 3시간 정도 걸린다.

함양시외버스터미널(055-963-3281~2)에서 들머리인 대방마을에 닿기 위해선
군내버스터미널(간판은 (주)함양지리산고속)에서 백전·신촌행 군내버스를 타 종점인 신촌에서 내리면 된다.
 오전 7시40분, 8시, 9시30분, 10시20분, 11시20분 출발. 1600원. 군내버스터미널은 시외버스터미널 뒷문으로
나오면 길 건너편에 보인다.


날머리인 신촌 대방마을에서 함양시외버스터미널행 군내버스는 오후 4시, 5시, 6시10분, 8시20분(막차)에 있다.
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10분, 6시, 6시45분, 7시5분, 7시28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진고속도로~88고속도로 광주방향~함양IC~백운산
상림공원 우회전~함양시외버스 주차장사거리서 직진 백전 함양 방향~상림숲~월암삼거리 백전 서하 방향
 좌회전~백전면~대방마을 순.

◇ 떠나기전에

흔히 백운산하면 광양의 백운산을 먼저 생각한다. 광양 백운산의 유명세에 가려 있지만 함양의 백운산
백운산으로서는 진산이다. 그래서 산꾼들에게는 동경의 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백두대간의 막바지에 웅장하게 솟은 산으로, 남으로는 지리산 웅석봉에서 천왕봉 노고단에 이르는 지리주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북으로는 남덕유산 북덕유산을 잇는 조망권이 여타 산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리산과 덕유산을
 연결하는 고리가 함양 백운산이기 때문이다.

이번 산행의 하산길인 큰골은 백운산 정상에서 흘러내리는 골짜기로 용소의 푸름이 절경을 연출하고 하봉에서
 시작된 미끼골은 묵계암 상연대 등 급한 골짜기에 터를 잡은 절집이 위태롭게 걸려 있어 많은 시인묵객이 들러
 머무르곤 했다.



백운산의 산길은 여럿 있다. 취재팀이 이번에 답사한 대방마을에서 출발, 미끼골을 거쳐 큰골로 하산한 코스가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미끼골의 서쪽편에 있는 중고개에서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정상까지 이어지는
오르막 산길은 산행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

백운산 바로 옆 괘관산에서 이어지는 원통재(일명 빼빼재)는 한적한 산길로, 화과원 뒷능선을 거쳐 서래봉
상봉을 연결하는 종주코스로도 시도할 만하다. 또 다른 길은 호남정맥의 무령고개에서 영취산을 거쳐
백운산으로
 오르는 산길이 최근 산꾼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이 길은 백두대간을 맛보기할 수 있는 독특한 산길이다.


이번 주말에는 함양 백운산에 올라 지리산과 덕유산, 그리고 백두대간의 정기를 한 몸에 받아보자.


3월은 산행시기중 가장 어정쩡한 계절이다. 백운산은 봄 기운은 물론 아직 북사면에 잔설이 남아 있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겨울장비를 챙겨가는 것도 잊지말자.

백운산으로 향하는 도중 천연기념물 154호 상림숲을 지나므로 시간이 날 경우 빠뜨리지 말자.

참고 하나. 날머리 백운암 경내 한쪽 편에는 고로쇠파이프로 모여지는 고로쇠약수 집수통이 있다. 현장에서
바로 담아 판매도 한다. 흔히 5만원하는 18ℓ(1말) 1통에 3만5000원. 016-9883-8525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 이창우 산행대장





줄잇는 암봉 오르고 내리면 발아래 장관일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설명:창원 봉림산 정상에 서면 왼쪽 방향은 창원시가지가, 오른쪽은 철새들의 낙원인 주남저수지와 남해고속도로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듯한 한 산꾼의 포즈가 아주 진지해 인상적이다. >
 
낙남정맥(洛南正脈)은 이름 그대로 낙동강 물줄기의 남쪽에 위치한 정맥이다. 대체로 김해의 진산인 신어산(630m)을 시점으로 창원 마산 고성 사천 진주 하동의 봉우리를 거쳐 지리산 주능선상의 영신봉(1652m)에 맥을 대고는 마감한다. 도상거리는 약 220㎞이지만 실제 산행거리는 300㎞가 넘는 대장정.

이번 주 산행팀은 낙남정맥의 창원 구간인 비음산(519m)~봉림산(567m) 코스를 택했다. 헌걸찬 암봉이 매력 만점인 이 구간은 찬바람이 불면서 선뜻 발걸음이 내키지 않는 요즘 근교 산행지로 제격이다.
                                                                           
이들 두 산은 각각 해발 600m도 채 안되는 고만고만한 봉우리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는 옛 속담의 전형을 확인시켜 줄 만큼 옹골차다. 웬만한 공룡능선에 버금가는 기복있는 암봉구간과 인내와 체력을 요구하는 아슬아슬한 계단길은 동네 뒷산쯤으로 가벼게 여기고 덤볐다간 큰 코 다칠 만큼 녹록지 않다.

그렇다고 애초부터 잔뜩 겁먹을 필요는 없다. 산행로 곳곳에 하산길이 열려 있어 체력에 걸맞는 '맞춤산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행 중 자녀들을 동반한 가족팀이 제법 눈에 띄는 것도 모두 이러한 연유에서다.

땀흘린 만큼 보람도 안겨준다. 산행 내내 가슴이 확 트일 만큼 시원한 조망도 선사하거니와 철새들의 낙원인 주남저수지나 창원~밀양을 잇는 수산교 등 부산 근교의 낯익은 장소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재미까지 제공한다.

산행은 향초슈퍼~진례저수지~관음정사~전원주택~헬기장~비음산 청라봉~진례산성(팻말)~비음산 정상~진례산성(팻말)~용지 벌거숭이공원~정병산 삼거리~내(內)봉림산~독수리바위 철계단~독수리바위 전망대~헬기장~봉림산(정병산) 정상~창원사격장 순. 5시간 정도 걸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창원의 산이지만 들머리는 김해 진례면 신안리 평리부락으로 잡았다. 향초슈퍼 앞에서 하차한 후 '산내도예'라고 적힌 간판 방향(왼쪽)으로 간다. 진례저수지를 지나 '대암산농원'~'바위집'~'평리백숙'~'할매옻닭' 간판을 보고 잇따라 걸으면 관음정사. 이때부턴 외길이라 길 찾기 걱정은 끝.

목장승이 대문을 대신하는 전원주택을 만난다. 주인인 듯한 어르신이 산행팀을 불러 따뜻한 차 한잔씩을 대접한다. 집 앞에 개울이 흘러 옛 시인묵객의 풍치가 절로 느껴진다.

전원주택을 나서면서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남산재' '대암산' 팻말이 서있다. 남향인 이곳은 아직 나뭇잎의 푸름이 남아 있는 데다 생기처인듯 새소리가 유난히 활기차다. 10분 뒤 임도. 곧바로 정면의 산길로 다시 오른다.
   
 곧 사거리. 왼쪽 방향은 남산재를 지나 대암산(655m) 용지봉(743m) 불모산(802m)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비음산 봉림산으로 연결된다. 우측 오르막길로 향한다. 당분간은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한다. 급경사 오르막의 연속이니까.

헬기장을 지나면 전망대 바위. 비로소 지금 밟고 있는 능선길이 김해와 창원의 경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 종착지인 봉림산까지 '좌 창원' '우 김해'가 줄곧 펼쳐진다. 15분 쯤 뒤 비음산 청라봉(555m). 같은 낙남정맥인 무학산 광려산 대산과 창원과 마산의 경계인 팔용산, 진해의 장복산, 그리고 우리의 목적지 정병산도 저멀리 그 모습을 드러낸다.

가야시대 성으로 추정되는 진례산성의 안내판을 지나면 삼거리. 왼쪽 비음산 정상, 오른쪽은 정병산 가는 길. 산행팀은 비음산 정상에 들렀다가 다시 돌아와 정병산으로 갔다. 이정표에는 비음산(0.63㎞)과 정병산(6.45㎞)까지 각각 20분, 3시간50분 걸린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 10분, 2시간50분 정도 소요된다.

원래 비음산은 산꾼들에게 진달래산으로 알려져 있다. 진례산성 주변을 따라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의 절경은 화왕산성과 화왕산의 진달래에 비교될 만큼 일품으로 알려져 있다.

정병산으로 가는 길은 밤새 언땅이 녹아 질퍽질퍽하다. 여기에다 내리막길이라 조심을 요한다. 6분 뒤부터는 진례산성과 나란히 달린다.

야트막한 봉우리 쉼터인 용지 벌거숭이공원을 지나면 정병산 삼거리. 용추계곡 방향과 길이 갈라지지만 이정표는 정비가 잘 돼 있어 길 찾는데는 문제가 없다. 흩뿌려진 낙엽길을 20분여분 걸으면 고개 사거리. 양지발라 아직도 억새가 바람에 한들거린다.

곧 체육공원. 이때부터 정병산의 만만찮은 기복있는 암봉구간이 등장한다. 10분 정도 힘겨운 계단을 올라 또 다시 한 굽이 겨우 넘으면 내봉림산(493m). 경북 봉화의 청량산을 내청량, 외청량으로 구분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리라.

이어지는 암릉길. 저 암봉이 정상이겠지 하고 달려가면 그 뒤에 봉우리가 있고, 저 봉우리는 맞겠지 하고 계단과 바위를 지나 다가가면 산꾼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눈앞에 다른 암봉이 기다린다. 대신 암릉길은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지 오르막이 너무 과하다 싶으면 편안한 낙엽길을 잠시 제공, 휴식을 안겨준다. 시원한 전망도 포기하지 않게 하는 요인.

대개 독수리바위부터 속기 시작한다. 신불평원에서 본 영축산 암봉과 흡사한 독수리바위를 향해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정면에 또 다른 암봉이 기다린다. 다시 힘들게 암봉을 넘으면 또…. 계단 쇠받침대 등에 의지해야 하는 이 구간만큼은 험하기로 소문난 월악산에 버금갈 정도. 대개 혀를 내두르고 질린 표정을 짓는다.

헬기장을 지나면서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쉰다. 갑자기 눈앞에 늘어난 많은 산꾼들과 그들의 여유있는 표정으로 정상이 코 앞에 있음을 짐작케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설명:날머리인 창원종합사격장 진입로의 붉게 물든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가 시원하다.>






정상은 헬기장서 6분 후. 봉림산(鳳林山), 뒷면에는 일명 정병산(精兵山)이라 적힌 정상석이 서있다. 정병산은 일제때 일본군이 이곳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는 데서 유래된 이름.
창원쪽 발아래는 창원대 창원종합사격장을 비롯 용지공원과 경남도청 등을 포함한 창원시가지가, 오른쪽에는 주남저수지, 낙동강 수산교, 남해고속도로 진영휴게소, 정면으로는 구월산 백월산 관룡산 화왕산 종남산 덕암산이, 김해쪽에는 분성산 신어산 뒤로 금정산 백양산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정상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열린 창원사격장으로 향한다. 2㎞정도 거리지만 연신 클레이사격 총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가파른 내리막길이지만 아직도 억새가 한창이다. 사격장까지는 40분이면 충분하다. 붉은 빛으로 변해버린 사격장 진입로인  메타세쿼이 아 가로수길이 인상적이다..


#떠나기 전에

창원의 진산 봉림산은 정병산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정병산(精兵山)은 군사훈련지와 관련이 있다.

고려시대에는 웅천 즉 진해에 왜구의 출몰이 심해 군사를 훈련하였으며, 일제시대때는 일본군이 2차대전의 교두보로 이곳에 진지를 구축해 이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봉림산은 천지개벽때 온 천지가 물에 잠겨 징하나 놓을 만큼만 남아 징산이라고도 불렸다. 또 봉림산 산비탈엔 신라시대 이후 많은 사찰이 생겨 불교가 융성하여 전단산으로도 불렸다 하니 예부터 봉림산은 백성들과 함께 해온 산이다.

지금은 웰빙바람이 불어 창원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산으로, 아침 저녁으로 쉽게 오를 수 있는 친근한 산이 됐다. 기온이 급강하한 요즘 근교 산행지로 적극 추천한다.

#교통편

원점회귀 산행이 아니라 대중교통편을 이용해야 한다.

부산 서부터미널(051-322-8306)에서 장유행 버스를 타고 김해 진례 초전에서 내린다. 오전 6시10분, 6시30분, 6시50분, 7시35분, 8시, 9시, 9시30분, 9시45분, 10시, 10시10분, 10시30분, 11시, 11시30분에 있다. 2000원.

날머리인 창원종합사격장 입구에선 58, 71-1(이상 일반) 312, 316(이상 좌석)번 버스를 타고 창원시외버스터미널(055-288-5090)까지 간다. 택시타면 4000원 정도 나온다. 부산행 시외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있다. 막차는 밤 9시30분. 3100원.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근교산&그너머 <398> 밀양 백마산
발아래 밀양댐은 '한폭의 풍경화'
모양새 한라산 왕관릉과 흡사한 원점회귀 코스
영남알프스 외곽 위치, 중턱엔 백마산성 흔적도
산행중 오지마을·구곡천 등 주변 풍광 시선 압도

 
  밀양의 대표적 오지마을 바드리에서 바라본 백마산 정상. 그 모습이 한라산의 왕관릉과 흡사하다. 백마산 정상과 바드리 마을의 해발고도차는 200여m에 불과하다.
경남 밀양 단장면의 백마산(772m)은 평범한 겉모습과는 달리 산꾼들의 호기심을 끌 만한 소재가 제법 있다.

우선 산행 중 만나는 오지마을 바드리. 만일 사전 정보없이 산에 올랐다면 '산등성이에 왜 이리 펑퍼짐하고 넓은 들이 있는 마을이 있느냐'고 적잖게 놀라게 될 것이다.

사실 그랬다. 하지만 바드리는 머리 속으로 그려오던 산골의 '오지'마을과는 달랐다. 포장로 위로 승용차나 화물차가 다니고 대형 비닐하우스도 눈에 띄는 이곳은 해발 550m나 되는 고지대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여느 시골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산의 모양도 독특하다. 정상은 뾰족한 봉우리가 아니라 밋밋하게 길게 뻗은 능선이 멧부리 구실을 하고 있다. 동행한 한 산꾼은 그 모습이 한라산의 왕관릉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성판악 하산 코스에서 만나게 되는 왕관릉은 암봉이 마치 왕관을 쏙 빼닮았다고 붙여진 이름.

 
산행팀이 들머리인 고례리 평리마을의 한 어르신에게 백마산에 대해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산의 생김새가 의자모양이라는 것. 그 노인은 "가보면 알게 된다"는 알 듯 모를
듯한 말만 덧붙였다. 의문은 정상 부근에서 풀린다. 바드리로 올라오는 오르막이 의자 다리라면 펑퍼짐한
바드리 마을은 엉덩이가 닿는 부분, 그리고 다시 정상으로 향하는 급경사 암릉이 등받이 역할을 한다.


산행은 밀양 단장면 고례리 평리복지회관~오선암~바드리마을~여래사~백마정사~잇단 너덜~지능선
~잇단 전망대~정상~전망대~백마산성터~사거리재~풍류동~정토사 입구~평리복지회관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4시간~4시간30분 걸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불산공원묘지와 아름다운 밀양댐을 지나 만나는 첫 마을은 단장리 고례리 평리마을. 마을 어귀에 위치한
평리복지회관을 끼고 왼쪽으로 30m 정도 가면 마을 당산나무.

 
  촘촘하게 맺혀있는 단장면의 특산물 대추.
도랑을 따라 오르면 조그만 암자 오선암. 입구에 연등이 걸려 있다.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간다. 작은 동산으로 올라가는 기분이다. 빨간 고추와 탐스럽게 익어가는 호박이 가을을 재촉하고 소리 높여 울어대는 매미의 합창은 가는 여름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지난주 남부권을 강타한 태풍 '메기' 탓에 바닥엔 설익은 대추와 밤송이가 널브러져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길은 지그재그 오르막길의 연속. 주변엔 온통 대추나무. 그 사이 난 길로 오른다. 전봇대를 지나면 곧 갈림길. 오른쪽으로 간다. 상봉은 전봇대 근처에서부터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보면 볼수록 한라산 왕관릉을 닮았다.

갑자기 시멘트길을 만난다. 바드리마을의 시작이다. 우측 첫 민가를 지나 3~4분 오르면 바드리 마을에 닿는다. 들머리에서 1시간 정도. 바드리란 이름은 산중턱에 밭이 많아 '밭들' 또는 '달이 밝은 마을(所月里)'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오지만 어느 것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

차고 셔터문에 바드리농원이라고 적힌 곳에서 우측으로 가면 여래사(如來寺) 입구를 알리는 표지석.
절 방향으로 오른다. 대형 비닐하우스와 여래사를 잇따라 지난다. 정면에 유난히 푸른 홍송 세그루가
군계일학처럼 눈에 띈다. 이어 백마정사 입간판을 지나면 점박이 강아지가 앙칼지게 짖는다. 민가와
비슷한 백마정사를 지나면 '등산로'라고 적힌 나무문이 보인다. 문 왼쪽에 철사고리가 달려 있으니 열고
지나면 반드시 닫아두자. 마을사람들이 산속에 염소를 방목하기 때문이다.

무성한 잡풀을 지나면 소로를 만나지만 무시하고 너덜 쪽으로 계속 오르면 등산로를 만난다.
지능선까지는 여기서 15분 정도. 능선에선 우측으로 길을 잡는다. 암벽이 길을 막으면 왼쪽
우회로로 돌아간다. 이 길도 만만찮다. 경사가 심한데다 길이 제대로 없어 나뭇가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한 고비를 넘기면 앞이 확 트인 전망대를 만난다.

 
산행도중 시원하게 펼쳐진 밀양댐과 바드리 마을, 그리고 들머리 평리마을.  
발밑 바드리, 들머리 평리마을과 밀양댐, 그리고
주변 봉우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댐 뒤 왼쪽
매봉과 금오산, 정면 벼락덤이산(수연산)과
그 뒤 안테나가 정상에 서있는 만어산 구천산,
그 우측으로 철마산 화악산 남산 승학산 정각산이,
오른쪽으로는 삼거마을과 그 뒤로 영남알프스
지능선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난의 일종인 일명 '부처손'이 널려 있는 바위를
지나면 편안한 오솔길. 그것도 잠시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너덜을 다시 지나면 집채만한 암벽이
기다린다. 왼쪽 우회길로 가보지만 역시 만만찮다.
밧줄을 잡고 오른다. 여기서 15분뒤 상봉에 닿는다.
평편하고 정상석이 없다. 삼거리에다 리본이 많이
달려있는 지점이다. 숲에 가려 조망도 없다.
왼쪽은 향로산 방향, 오른쪽은 향로봉 또는 풍류동
 방향, 이 길로 간다. 향로산과 백마산 향로봉은 한 능선으로 연결돼 종주산행도 가능하니 참고하길.

오솔길인 하산길에선 우측으로 밀양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주변의 풍광을 흡입하는 듯한 밀양댐은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조금 더 가면 돌담이 보인다. 백마산성터다. 성터만 몇군데 남아 있을 뿐 다른 구조물은
보이지 않는다. 임진왜란때 방어용으로 사용됐다고 전해온다.

잇단 무덤을 지나면 사거리. 왼쪽은 향로산 하산길에 만나는 가산마을, 오른쪽은 풍류동을 거쳐 평리로
가는 길. 오른쪽으로 간다. 너덜을 지나면 산허리로 난 좁고 경사진 길. 헛짚으면 위험하니 주의해야 한다.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 아랫길 풍류마을 가는 길을 택한다. 윗길은 바드리로 가는 길. 10분 간격으로
잇단 갈림길을 만나면 모두 오른쪽 내리막길로 간다. 묵은 길이다. 나뭇가지에 가려 있는데다 최근 태풍
때문에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고 있으니 유의하자. 나무 사이로 풍류마을이 보이지만 내려가는 길을
못찾아 계속 직진한다. 짐승이 다닌 듯한 좁은 길을 8분 정도 힘겹게 뚫고 가면 잡풀이 무성한 풀밭.
큰 감나무와 탱자나무, 그리고 대추나무밭을 지나면 비로소 풍류마을에 닿는다. 이곳에서 평리복지회관까지
 아스팔트길을 따라 곧장 내려가면 30분 정도 걸린다.


# 교통편 - 밀양서 고례행 버스 이용 불편 `유의`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밀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첫차부터 40~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5400원. 1시간20분 걸린다. 밀양시외버스터미널(055-354-3959)에서 밀양교통 고례행 버스를
타고 산행 들머리 평리에서 내린다. 오전 6시, 낮 12시 출발. 1300원.

평리마을에서 밀양시외버스터미널행 시내버스는 오후 1시, 5시30분, 7시40분(막차)에 있기 때문에 산행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밀양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40~50분 간격이며 막차는 오후 8시30분에 출발한다.

기차를 이용해도 된다. 부산역에서 밀양행 경부선 무궁화호는 오전 6시50분, 7시35분, 8시5분, 9시5분,
9시35분에 있다. 2500원. 새마을호는 오전 10시35분에 있다. 6000원. 고속철도는 오전 7시30분, 9시30분.
7400원. 밀양역에서는 시내버스를 이용,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한다.

밀양역에서 부산행 경부선 무궁화호는 오후 4시, 5시2분, 5시57분, 6시53분, 8시5분, 8시58분, 새마을호는
 오후 5시24분, 고속철도는 오후 5시17분, 6시20분, 8시17분, 9시24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양산IC~통도사 양산어곡지방공단 35번 국도 직진
~신불산공원묘지 양산어곡지방공단 직진~양산교 지나 우회전~대리 어곡 방향 좌회전
~배내골 어곡산업단지 직진~배내골 용선 방향 직진~대리~제1, 2 화룡교~신불산공원묘지
~신불산 고개(매점)~배내휴게소 사거리서 밀양 단장 방향 직진~밀양시 단장면~밀양댐
~밀양 표충사 방향 직진~평리마을~할배순두부집 대형 입간판 지나 평리 버스정류장 앞에서 우회전
~평리복지회관 순으로 가면 된다.

# 떠나기전에
- 중턱 오리발같은 분지 바드리마을
- 부근 대추주산지 탐스럽게 영글어

 

밀양의 향로산과 백마산 향로봉은 영남알프스의
외곽지대에 있다. 재약산 수미봉에서 사자평을
 거쳐 한굽이 돌면 향로산이 솟아 있고 거기서
 마지막 여력을 다해 빚어놓은 산이 단장면
 고례리의 백마산과 향로봉이다.

백마산 중턱에는 오리발처럼 생긴 분지인
 바드리마을이 있고, 하산길에는 풍류마을을
만날 수 있다.
고례리는 인동 장씨가 처음 터를 잡아 마을을
이뤘으며 조선 초기 점필재 김종직 선생이 제자들과
함께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에 반해 시를 읊었다고
전해온다.

정상 부근의 백마산성은 확실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임진왜란 때 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희동(四熙洞)에서 사연리(泗淵里)까지 흐르는 평리마을 앞 계류는 아홉 굽이를 휘돈다 하여
구곡천으로 불리며 이는 채지당(採芝堂) 박구원(朴龜元)의 고사구곡가(姑射九曲歌)에서 따왔다고 한다.
지금은 밀양댐과 어우러져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산행 초입과 날머리 풍류마을에는 단장면의 주생산품인 대추나무에 열린 대추알이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감상만하며 통과할 것을 당부한다.

부산서 멀지 않은데다 오지마을인 바드리를 거쳐가는 이번 백마산 코스는 가벼운 주말산행지로 적극 추천한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4.08.26 19:13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근교산&그너머 <387> 부산 천마산~시약산~구덕산
부산이 한눈에, 공원같은 도심 뒷산
남부민동 해광사 ~ 학장동 대림아파트 코스 4시간30분 소요
곳곳 체육공원 조각공원… 고비고비 산줄기 끊겨 아쉬움도

 
  산꾼들의 필수 쉼터인 시약산의 시약정(蒔藥亭) 옆 절벽바위 위에서 본 부산의 도심. 대륙의 관문인 부산항이 시원하게 펼쳐진 가운데 용두산공원 영도대교 봉래산 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발아래 보이는 구덕운동장에선 연습하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가깝다.
천마산(324m) 시약산(515m) 구덕산(668m).

인근 주민들에게 동네산 정도로 알려져 있는 이들 산은 부산서 어린시절을 보낸 성인들에겐 초등학교 소풍이라는 소중한 추억의 보고이다.

부산의 중심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이들 능선길을 한걸음 한걸음 걷노라면 부산 도심의 진면모가 다각도로 펼쳐진다. 부산항과 남포동 자갈치 용두산공원 민주공원 공동어시장 등 부산을 대표하는 명소들을 원하는 액자에 담아 찬찬히 관찰할 수 있다.

어린시절 하룻강아지 마냥 멋모르며 올랐던 이들 동네산을 추억의 편린을 되새기며 다시 한번 올라보자.

하지만 도심의 산이라 애로가 있다. 산줄기가 고개마다 끊겨 속세(?)를 몇군데 지나야 한다.

취재팀은 부산 서구 남부민동 뒷산인 천마산(324m)에서 시약산을 거쳐 구덕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남부민동 천마럭키마트~해광사~조각공원~천마바위(전망대)~천마정~체육공원
~천마산 정상(석성봉수대)~천마산 TV중계소~임도~철탑~체육공원~임도~감천고개
~옥녀봉(괴정 공동묘지)~까치고개~대티고개~시약산 산불감시초소~밀양 박씨묘(삼거리)
~시약산(부산기상레이더관측소)~시약정~구덕산(부산항공무선표지소)~승학산 꽃마을 갈림길~산불초소
~잇단 간이 체육시설~북구 학장동 대림아파트 107동. 4시간~4시간30분 걸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송도 윗길 부산정보디자인고 정류장에서 내려 버스 진행방향과 반대로 조금 가면 송도신협(신용협동조합)이
코너에 있다. 왼쪽으로 간다. 해돋이길이다. 190, 35번 버스종점을 지나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길로
가면 정면에 공사중인 난간이 보인다. 이 난간을 돌아 왼쪽으로 가면 우측에 천마럭키마트 간판이 보인다.
그 옆 계단길이 사실상 들머리다. 정류장에서 10분 거리.

3분 뒤면 산에 들어선다. 해광사를 지나면 오른쪽에 정자. 체육공원으로 가는 좌측 임도 대신 정자 앞에
열린 산길로 향한다. 5분 뒤 뜻밖에도 조각공원. 올초 서구청이 5억여원을 들여 조성했다. 여느 야외조각장에
견주어도 전혀 뒤질 게 없다.

발걸음을 우측으로 옮기면 천마산에서 가장 전망이 빼어나다는 천마바위. 지난 1960년대 전통의 대륙산악회가
암벽훈련을 하던 곳이다. 당시 금정산에는 암벽등반 코스가 개발되지 않아 부산의 클라이머들이 모두 이곳에서
 꿈을 키웠다.

동물 발자국처럼 움푹 파인 크고 작은 구덩이가 산재한 천마바위에 오르면 부산 도심이 한눈에 조망된다.
발밑에는 남항방파제와 공동어시장, 정면으로 영도 봉래산과 영도다리 부산대교, 그 왼쪽으로는 연안부두
자갈치시장 용두산공원과 중앙공원 등이 도심을 감싸고 있다. 저멀리 황령산과 이기대도 선명하다.

 
  천마산 조각공원에 설치된 작품 '젊은 가장(家長)'. 점차 위축되고 있는 젊은 가장의 모습을 표현했다.
다시 조각공원으로 돌아와 정자인 천마정으로 향하는 왼쪽길로 간다. 길 옆에는 독특하고도 근사한 조각품들이 즐비하다. 조그만 운동장이 나타나면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산불초소를 지나 정상으로 향한다. 곧 갈림길. 침목계단이 예쁘게 조성된 왼쪽길로 오른다. 계단이 끝나면 체육시설. 왼쪽 산죽길로 향한다. 무덤을 지나면 커다란 돌탑. 바로 정상이다. 이곳엔 과거 석성(石城)봉수대가 있었다. 지금의 돌탑은 지난 1971년 천마산악회에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봉수대 모양으로 쌓은 것.

방금 지나온 천마바위와 천마정 체육공원이 한눈에 들어오고, 저멀리 대마도까지 조망돼 예부터 국토의 남동부를 지키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도 남을 만한 터라는 생각이 든다.

산행은 좌우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오른쪽 능선길로 이어진다. 곧 만나는 임도를 따라가면 갈림길. 왼쪽 철탑방향으로 15분쯤 가면 감천고개. 2차로 도로를 건너야 한다.

보행로를 지나 그린마트를 끼고 왼쪽길로 가면 정면에 영미용실. 미용실 옆 오른쪽 계단으로 올라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면 곧 산길과 만난다. 동네 야산인 옥녀봉으로, 온 산이 묘지다. 지도상엔 괴정공동묘지.

곧 능선길에 닿는다. 좁은 능선길이지만 큰 의미가 있다. 백두대간에서 뻗어내려 낙동정맥을 거쳐 종착지인
몰운대로 이어지는 중요한 길이다. 몰운대 반대방향인 오른쪽길로 10분 정도 걸으니 이내 마을. 사하구
괴정2동이다. 왠지 좀 싱거운 기분이 든다.

골목길을 빠져나오면 까치고개. 길건너 보이는 까치슈퍼를 끼고 오른쪽으로 가 다시 골목길을 5분 정도
요리조리 지나면 대티고개. 정면에 세훈가정의학과병원. 우측으로 약간 걸으면 탑훼밀리 삼거리. 다시
우측으로 조금 가면 분식점 삼국지. 그 마주보는 골목이 시약산으로 가는 들머리. 계단을 올라 오른쪽 난간을
따라가면 5분 뒤 산불감시초소. 이제서야 본격 산이다. 오른쪽에 서·동대신동의 전경과 중앙공원 충혼탑이
시야에 들어온다.

초소만 지나면 길찾는 데는 걱정이 없다. 곧 '시약산 정상 1.7㎞' 이정표가 나온다. 20분쯤 뒤 거대한 밀양 박씨묘.
 묘지를 돌아 산불감시초소를 지나면 본격 산길. 시종일관 오르막이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묘지에서
50분이면 상봉에 닿는다. 아쉽게도 기상레이더관측소라 일반인 출입금지.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이곳을
우측으로 돌아나간다. 3~4분 뒤 전망이 빼어난 정자, 시약정이 기다린다. 산꾼들의 필수 쉼터. 목침을 베고
누워도 부산 도심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정자 옆 절벽바위에 서면 왼쪽에 백양산과 금정산 상계봉이, 정면엔
엄광산 황령산 장산 철마산이 선명하다. 발밑에는 구덕운동장에서 연습하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가깝다.

시약정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가면 구덕산 정상인 항공무선표지소. 역시 일반인 출입금지. 시멘트길인 이곳을
따라 승학산과 꽃마을로 나뉘는 안부까지는 대략 5분. 꽃마을은 오른쪽, 승학산 방향은 왼쪽. 왼쪽 숲길로 가
작은 봉우리를 넘으면 또다른 안부. 승학산 억새보호안내 팻말이 서있다. 가을철 억새산행은 보통 여기서
시작된다. 취재팀은 승학산으로 가는 길을 버리고 벤치가 보이는 오른쪽길로 하산한다.

체육시설과 약수터가 동시에 있는 두 곳을 잇따라 지나 급경사길로 내려서면 의외로 울창한 숲길이 계속된다.
다시 체육시설을 지나면 곧 학장동 대림아파트 107동 앞이 나온다. 안부에서 40분 정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초원 좋아 한때 목마장으로 이름나

천마산과 구덕산은 서구와 사하구를 가르는 경계선상에 이어지는 우리 고장의 산이다.

천마산은 부산항을 굽어 보고 부산의 중심지를 감싸안은 산으로, 해상공원인 암남공원을 발아래 두고
왼쪽은 승학산, 오른쪽은 엄광산을 거쳐 민주화의 성지인 민주공원(중앙공원)으로 날개를 펴고 있다.

천마산은 산세가 완만하고 초원이 너무 좋아 예부터 목마장으로 이용됐다. 때문에 하늘에서 용마가
내려와 살았다고 할 정도였다. 천마산 아래 동네인 초장동의 초장(草場)도 여기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석성산으로도 불리던 천마산에는 석성봉수대의 흔적도 볼 수 있다. 그만큼 조망이 빼어난 산임을
반증해주고 있다. 하지만 석성봉수대는 군사적 불리함 때문에 근처 구봉산으로 이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 지하철 남포동역에서 시내버스 이용

이번 산행의 출발지인 천마산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쉽게 접근 가능하다. 지하철 1호선 남포동역에서 내려 피닉스호텔 옆 스타벅스 앞에서 시내버스 6, 7, 17, 17-1, 61, 161번을 이용해 서구 남부민동 부산정보디자인고 정류장에서 내린다. 190, 35번 버스종점이 들머리에서 가깝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입력: 2004.05.27 20:01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근교산 & 그너머 <366> 진안 구봉산

 
  구봉산의 아홉 봉우리는 한결같이 밧줄이 없으면 등정은 엄두도 못낼 정도로 가파르다.
전북 진안에는 금강 남쪽으로 뻗은 금남정맥의 최고봉인 운장산(1,126m)과 암수 두 개의 봉우리로 유명한 마이산(685m) 그리고 구봉산(1,002m)이 있다.

구봉산은 운장산과 마이산에 비해 지명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최근 산꾼들에게 ‘괜찮은’ 산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부산을 비롯한 전국 산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덕유산 등 호남의 웬만한 봉우리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장쾌한 조망에다 암벽등반을 연상케 하는 봉우리들의 위용과 기세는 왜 산꾼들이 이 산을 찾게 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산할 때 만나는 산죽과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융단길은 초겨울 산행의 묘미를 배가시킨다.

구봉산(九峰山)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아홉 개의 바위봉과 주봉인 천황봉으로 대표된다. 아홉 개의 바위봉은 한 능선에 나란히 이어져 마치 엄한 아버지 앞에 앉은 아홉 명의 자식을 연상시킨다.

험준하고 변화무쌍한 아홉 개의 기묘한 암봉이 연출하는 자연미는 설악의 그것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답고 웅장하면서도 산세가 살아 숨쉰다는 평을 받고 있다.

동행한 한 산꾼은 전남 고흥의 최고봉으로, 여덟 개의 바위봉우리가 아치형으로 나란히 이어져 있는 팔영산(八影山)과 산세가 흡사하다고 한마디 거든다.

구봉산은 제법 산을 탄다는 산꾼들도 곤욕을 치를 만큼 무척 힘이 든다. 자신의 체력을 테스트하고자 하는 산꾼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산행은 윗양명주차장~주능선~나무벤치~1봉…9봉~돈내미재(갈림길)~샘터~주봉 천황봉(일명 장군봉)~바랑재(천황사 갈림길)~구봉산장민박~양명경로당~양명마을(구봉산 안내판)~윗양명주차장 순. 5시간 정도 걸린다.

주차장의 등산안내도 왼쪽 옆으로 난 산길로 들어선다. 다리를 건너 직진하면 왼쪽 사슴농장이 있는 곳에서 본격 산길로 접어든다. 들머리다. 입구에 ‘2봉 1.1㎞, 9봉 2㎞, 구봉산(천황봉) 3.3㎞’라고 적혀 있는 이정표가 서있다.

처음엔 완만한 산길. 하지만 서서히 경사도가 높아간다. 10분 뒤 갈림길이 나오지만 주능선에서 곧 만나므로 개의치 말자.

주능선에선 오른쪽 길을 택한다. 흩날리는 낙엽, 앙상한 나뭇가지가 전형적인 초겨울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왼쪽 낭떠러지 밑으로 조그만 암자가 보인다. 천황암이다.

10분 뒤 나무벤치 3개가 놓여 있다. 길이 가파르다 보니 쉬어가라는 의미인 것 같다.

봉우리에 올라설 수 있는 안부까지 도달하는데는 20분 정도. 1봉만 오른쪽에 있고 나머지 여덟 봉우리는 왼쪽에 포진하고 있다.

1봉까지는 80m정도 내려간 후 철제 가드레일과 연결된 밧줄을 잡고 오른다. 뜻밖에 무덤 1기가 있다. 사방이 확 트인 산의 바다여서 명당자리인 듯하다. 소나무도 훨씬 위엄있어 보인다.

다시 안부로 돌아와 2봉으로 향한다. 역시 밧줄에 의지한 채 5분이면 봉우리에 올라선다. 정면에 3, 4봉이 잇따라 보인다.

1, 2봉 사이 안부에서 9봉까지는 불과 0.9㎞. 이는 봉우리가 아기자기하게 거의 붙어 있음을 뜻함과 동시에 그만큼 가팔라 봉우리에 도달하기가 힘겹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밧줄이 없으면 사실상 낭떠러지인 봉우리 등정은 엄두도 못낼 정도.

이렇게 3, 4, 5봉을 연이어 지나면 벤치가 또 나온다. 곧 6봉으로 향한다. 6봉은 특히 내려올 때 아주 위험하니 조심하자.

7봉을 가볍게 오르내린 후 8봉은 그냥 지나치자. 워낙 위험해 암벽등반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9봉으로 향하는 길은 주변에 온통 낙엽이 깔려있어 제법 운치가 있다. 막상 봉우리 아래에 도착하니 밧줄이 없다. 사람 다닌 흔적도 찾기 힘들다. 두발로 그냥 오른 9봉은 예상외로 볼거리가 많다. 주봉인 천황봉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데다 두 개의 큰 바위 사이에 작은 바위가 얹혀 있어 마치 작은 터널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아주 보기 드문 형상이다.

 

1봉에서 9봉까지 넘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3시간.

이제는 천황봉으로 향한다. 갑자기 초록빛 산죽군락이 나타나면 이 곳이 돈내미재. 왼쪽으로 하산하는 길도 있다. 정상까지 거리는 750m, 고도차는 310m 정도. 숫자상으로는 얼마 안되는 듯하지만 실제로 올라보면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힘든 구간이다.

왼쪽 바위절벽 밑에서 흐르는 샘터가 나타난다. 한 잔 들이키고 식수를 보충하자.

지금부터 양쪽 바위절벽 사이의 협곡으로 오르는 100여m가 ‘마의 구간’.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아주 가파르다. 밧줄이 있지만 별 도움이 안된다. ‘악’으로 오르는 수밖에.

협곡을 지나면 경사도는 약간 차이가 나지만 여전히 오르막길의 연속.

돈내미재에서 정상까지는 45분 정도. 근래에 오른 산 중 가장 힘든 산행으로 기억될 만하다. 정상엔 4개의 벤치가 있고 동쪽엔 방금 올라온 9개의 봉우리가 비스듬히 보이고 그 뒤로 덕유산이 희미하게 다가온다. 남쪽엔 마이산이, 서쪽엔 복두산과 운장산이 손에 잡힐 듯 하다. 정면에 용당댐이 보인다. 의외로 규모가 크다. 전국에서 다섯번째란다.

하산은 천황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10여분 뒤 갈림길을 만난다. 바랑재다. 천황사 길을 버리고 원점회귀를 위해 밧줄이 매어져 있는 급경사의 왼쪽길을 택한다. 처음엔 가파르지만 이내 낙엽과 산죽이 번갈아 나와 발길을 가볍게 해준다.

하산도중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홉봉우리의 모습이 압권이다. 바랑재에서 날머리인 구봉산장민박 앞까지는 대략 50분. 구봉산장을 돌아 마을을 거쳐 주차장으로 가도 되고, 날머리에서 바로 오른쪽으로 가 메인도로에서 왼쪽으로 돌아 주차장으로 가도 된다.
 
  구봉산 정상인 천황봉에서 바라본 아홉 봉우리. 험준하고 변화무쌍한 기묘한 암 봉 주변에 운무가 드리워지자 마치 신 선의 세계인양 신비롭기 그지없다.

◇ 떠나기 전에 - 겨울에 진면목…안전장비 꼭 챙겨야

전북 진안을 대표하는 산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마이산이다.

구봉산은 마이산과 마주보며 솟은 운장산의 한쪽 곁에 아홉 봉우리가 거대한 장벽처럼 솟구쳐 있다.

진안군 정천면과 주천면을 가르며 솟은 구봉산은 최근에야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산꾼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국제신문 산행팀이 찾은 날도 평일에다 궂은 날씨였지만 대전과 서울에서 온 대형버스에서 수십 명의 산꾼들이 쏟아져 나왔다.

고흥 팔영산, 상주 구병산, 영덕 팔각산처럼 암봉으로 이어져 산꾼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멋진 코스다. 아홉 봉우리를 모두 오르면 천왕봉이 정면에 버티고 있다. 오르는 재미 또한 그만이다.

요즘처럼 초겨울에 찾으면 속살을 완전히 내보이는 구봉산의 진면목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안전산행에도 유의하자.

안전산행을 위해선 겨울철 기본장비인 아이젠 헤드랜턴 스패츠 장갑 목출모 등을 갖추고 떠나자. 겨울산은 언제 어떻게 돌발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하산후 수암마을의 천황사를 들러보자. 신라 헌강왕때 무염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수령 600년의 전북도 지정목이 볼거리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 대진고속도로 이용 당일치기 가능

부산서 전남 진안군 구봉산까지는 대진고속도로 덕택에 아침 일찍 서두르면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적어도 오전 7시 이전에는 출발해야 한다.

가는 길은 남해고속도로 서진주IC를 통해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이후 장수 장계IC로 빠져나와 우회전(전주 장계 방향)~무주 장계(19, 26번 국도)~진안(〃)~진안(26번 국도)~26번 전주 아산 방향 버리고 진안 무주 방향~용담 금산 방향 795번 지방도~주천 방향 725번 지방도~구봉산 주차장 순.

대중교통도 가능하지만 워낙 경유지가 많아 권유하고 싶지 않다. 방법은 부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영동에서 내린다. 영동역 근처 영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무주터미널, 무주에서 진안터미널, 진안에서 주천행 버스를 타고 윗양명에 하차하면 된다. 진안서 출발하는 버스는 오전 9시, 11시30분, 오후 1시30분에 출발한다. 1200원.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3.12.11 14:38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근교산 & 그너머 <365> 경주 토함산

 
  해돋이 명소답게 토함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는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천년고도 경주는 전통과 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관광지이자 휴양도시.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에게나 경주는 수학여행의 옛 추억이 서려 있어 언제나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요즘의 현실은 어떤가. 경주를 방문해도 보문단지 안 콘도나 호텔에 머물면서 온천이나 놀이공원은 자주 찾지만 석굴암 등 문화 유적지엔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이번 주는 산행도 하고 문화유산도 구경할 수 있는 경주 토함산(745m)으로 떠났다. 그리고 하산 지점을 아예 석굴암 쪽으로 잡았다. 이렇게라도 해야 한 번쯤 발걸음이 옮겨지니까.

코흘리개 시절 무심코 넘겨 봤던 석굴암의 모습과 현재의 눈에 비친 석굴암의 차이를 느끼며 새삼 변해버린 자신을 다시 한번 추스려 보자.

토함산은 신라인의 얼이 깃든 영산으로,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오악(五嶽) 중 하나였다. 오악은 신라때 하늘이나 산신에게 제를 지낸 5개 영산. 토함산을 흔히 동악(東岳)이라 부르는 것은 오악 중 동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 나머지 산은 계룡산(서악) 지리산(남악) 태백산(북악) 팔공산(중악). 참고로 태백산 천제단이나 지리산 노고단은 당시 제를 지내던 제단.

토함산은 그리 험하지 않은 전형적인 육산이며, 해맞이의 명소답게 정상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는 가히 환상적이다. 그 보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산행의 절반 이상이 소임을 다하고 사라지려는 만추를 붙잡을 수 있는 초겨울의 낙엽산행이라는 점.

산행은 대산장작가마~잇따른 무덤(6개)~갈림길~헬기장~창녕 조씨묘~월성 김씨묘~등산로 이정표~정상~헬기장~석굴암 입구~불국사 입구~불국사 주차장 순. 4시간 30분~5시간 정도 걸린다.

보문단지를 지나 문화엑스포공원에서 하차해 버스 진행방향으로 5분 정도 걸으면 삼거리.

정면에 ‘대산장작가마’ ‘전통 도자기학습’이라고 적힌 커다란 간판이 보인다. 간판 뒤 논밭 사이로 50m 정도 가면 본격 산길. 들머리다.

호젓한 산길엔 낙엽이 융단처럼 쌓여 있어 정감이 간다. 15분쯤 뒤 능선길로 올라선다. 왼쪽에 경주시민의 식수원인 덕동호가 보인다. 산길엔 거미줄이 쳐져 있고 낙엽이 떨어진 채 그대로 쌓여 있어 오랫동안 인적이 드물었음을 짐작케 해준다.

15분 뒤 이번엔 오른쪽으로 보문호가 시야에 들어온다. 누군가 나무를 베어 조망을 틔워놓은 것 같다.

‘좌 덕동, 우 보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산행 중 좌우 양측으로 호수를 감상할 줄이야.

사실 토함산은 석굴암과 불국사를 품고 있는 산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 산 자체는 별로 조명되지 않았다. 동행한 산꾼들은 한결같이 토함산 자체만으로도 독립 산행지로 충분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여섯 번째 무덤이 있는 319m 봉을 지나 50m쯤 가면 갈림길.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한다. 이 지점에서 특히 유의하자.

잠시 사라졌던 덕동호가 또 다시 나타난다. 이전에는 호수만 보였던데 이번에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감포 가는 4번 국도까지 한 눈에 보인다.

재밌는 산길도 만난다. 마치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처럼 수차례 빙글빙글 돌며 올라간다. 이렇게 20분 정도 오른 후 뒤돌아 보면 덕동호와 보문호가 동시에 훤히 보인다. 힘들게 올라온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헬기장과 창녕 조씨묘를 지나면 산길이 푸근해진다. 초겨울이라 음지는 얼음이 얼어있고 양지는 아직도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

 

웬만한 고분만큼 큰 월성 김씨묘를 지나면 정면에 토함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후 지독한 오르막을 힘겹게 지나면 주변은 온통 잣나무. 줄지어 있는 것을 보니 오래 전에 인공조림을 한 듯 싶다. 잣잎은 낙엽과는 달리 스펀지처럼 푹신푹신하다.

잣나무숲을 지나면 갑자기 정면에 확 트인 시야가 펼쳐진다. 왼쪽 저멀리 본지 지면에 소개됐던 동대봉산과 함월산이 보인다.

오른쪽길을 택한다. 왼쪽에는 아직도 억새가 지지 않고 바람에 몸을 의지한 채 춤을 추고 있다.

20분쯤 뒤 이정표를 만난다. 우물식수지점으로 정상까지는 0.5㎞. 오른쪽으로 3㎞ 정도 내려가면 코오롱호텔 주차장. 직진한다. 낙엽길이 너무 좋아 다음에 누군가를 데려와야겠다는 말이 이구동성으로 쏟아진다. 오른쪽에 불국사 주차장이 보이고 뒤돌아보면 ‘좌 보문, 우 덕동’ 사이에 방금 우리가 올라온 조그만 봉우리가 보인다.

곧 정상. 사방이 온통 산. 정상석과 돌탑 쪽으로 가기 전 불국사를 기준으로 왼쪽에 치술령, 그 뒤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 가지산 고헌산 문복산 등 영남알프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경주의 산들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불국사 오른쪽으로 남산 고위산 마석산 벽도산 단석산 용림산 구미산 오봉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남쪽엔 삼태봉.

다시 정상석이 있는 돌탑에 다다르면 저 멀리 동해바다가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작은 봉우리가 가까이 있어 마치 항공사진이나 위성사진의 입체감을 보는 듯 하다.

하산은 헬기장을 지나 동쪽으로 내려선다. 석굴암 입구까지는 20분이면 닿고 여기서 불국사까지는 50분 정도 걸린다. 아직도 울긋불긋 단풍이 볼 만하다.



# 떠나기 전에 - "온천으로 산행 피로 날리세요"

흔히 사람들은 경주를 두고 노천박물관이라 부른다. 경주시 전체가 하나의 문화 유적지여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호국 진산으로 여겨지는 토함산은 석굴암과 불국사를 품고 있다. 석굴암은 생전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는 현세의 부모를 위해 완성됐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석굴암(국보 24호)은 통일신라 경덕왕 10년(751년) 재상 김대성에 의해 기공되어 혜공왕 10년(774년) 창건됐으며 불국사는 신라 법흥왕 22년(535년)에 창건된 이후 수 차례 중수됐다. 불국사 경내에는 다보탑(국보 20호)과 불국사 삼층석탑(일명 석가탑·국보 21호), 청운교 백운교 등 많은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석굴암과 불국사는 지난 1995년 12월 해인사 팔만대장경, 종묘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공식 지정됐다.

토함산(吐含山)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데는 두 가지 설이 전해온다. 하나는 동해바다와 가까이 있어 자주 발생하는 안개와 구름을 삼키고 토하는 산이라는 설이 있고 또 하나는 신라 4대왕인 탈해왕의 이름에서 연유됐다는 설이다.

 

지금까지의 토함산은 사실 하루 산행지로는 짧은 감이 없지 않았다. 이번에 소개되는 산길은 이런 단점을 조금은 해소해줄 것으로 믿는다. 문화엑스포공원에서 산길을 잡아 오르는 코스로 근교산 마니아에게는 안성맞춤의 산길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산행 후 피로를 풀려면 불국사 근처의 경주온천을 찾아보자. 목욕료 5천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 부산-경주 버스 15분 간격 배차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경주시외버스터미널(054-743-5599)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천6백원. 들머리에 가기 위해서는 경주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에서 불국사행 좌석버스 10번을 타고 문화엑스포공원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1천1백50원.
 

날머리인 불국사 주차장에서도 역시 좌석버스 10번을 타고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린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 막차 시간은 오후 9시50분. 역시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주시외버스터미널 맞은 편 둔치에 주차를 해놓고 불국사행 좌석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주차비 무료. 또는 버스 하차지점인 문화엑스포공원 부근에 차를 주차시키고 하산 후 11번 좌석버스를 이용, 문화엑스포공원 정류장으로 되돌아 가면 된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가기 위해서는 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서 빠져나와 첫 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한 후 ‘시외버스터미널’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 고수부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시외버스터미널을 약간 지나 U턴해야 한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3.12.04 14:41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근교산 & 그너머 <361> 부산 백양산
 
  백양산 정상을 넘어 금정산으로 향하는 능선길 좌우에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내고장 부산의 도심은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사실 부산에 살면서도 부산을 한 눈에 조망해본 사람들은 예상 외로 적다. 가까운 도심의 산에 오르면 되는 데도 그런 여유조차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느 산에 오르면 부산의 도심을 가장 잘 볼 수 있을까. 산꾼들은 다양한 이유를 대며 백양산 황령산 금정산 승학산 등을 내세우지만 대체로 백양산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도상으로 백양산은 부산진구와 북구, 사상구의 경계를 이루는 부산의 심장부.

혹자들은 북쪽 끄트머리인 금정구 일부와 엄광산에 가려 중·서구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백양산이 차고 앉은 터를 고려한다면 이를 벌충하고도 남는다. 낙동정맥의 한 구간인 백양산은 북으로 금정산과 이어져 있고, 남으로는 실낱같은 능선이 주례에서 엄광산 구덕산 승학산으로 맥을 이어가 마음만 먹으면 한 걸음에 모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산행팀은 부산서 조망이 뛰어나다는 백양산을 찾았다. 그동안 산꾼들에게 백양산은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등한시 돼왔다. 그러나 부산진구 북구 사상구 어느 곳에서라도 쉽게 산행을 시작할 수 있고 코스도 다양해 한나절만 투자한다면 큰 기쁨을 맛볼 수 있다. 특히 백양산 줄기를 지나 금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단 한 번만이라도 밟아 본 사람이라면 그리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도 멋진 산길을 감상할 수 있어 새삼 놀라게 된다.

이 코스는 부산진구 당감동 선암사~임도~애진봉~백양산 정상~불태령(낙타봉)~만남의 숲~안부~금정봉(金頂峰) 갈림길~자연학습쉼터~만덕고개~샘터~케이블카 타는 곳~금강공원 순. 5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도심의 산이라 군데군데 하산길이 많아 힘에 부치면 언제 어디서건 하산해도 상관없다.

들머리인 선암사는 신라 문무왕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창건 당시엔 낙동강이 보여 견강사(見江寺)로 불렸지만 경내에 화랑들이 수도를 했던 바위인 신선암이 널리 알려지면서 선암사(仙庵寺)로 명명됐다 한다. 대웅전 왼쪽으로 범종각을 지나 오른쪽으로 길을 잡으면 공양간과 찻집인 휴휴정이 나온다. 다시 오른쪽으로 가면 솔밭길. 정면에 ‘산불조심’ 팻말이 보이면 본격 산길로 올라선다.

20여분 오르면 첫번째 임도. 길 양쪽에 산불진화용 파란색 저수조가 서있다. 정면 가파른 돌길로 오른다. 이때부터 좌우로 부산시내 전경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10여분 뒤 또 다른 임도가 나오면 역시 길을 가로 질러 오른다. 오른쪽 1시 방향에 돌탑 위 백양산 정상석이 조그맣게 보인다.

7, 8분 뒤에 애진봉(愛鎭峰)에 닿는다. 부산진구청이 지난 98년 세운 향토 사랑비가 세워져 있다. 바로 옆에 헬기장도 있고 벤치와 꽃을 심어 놓아 소풍장소로 많이 애용된다. 왼쪽으로 가면 삼각봉을 지나 주례 방향.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애진봉에서 백양산(白楊山) 정상까지는 10여분. 장쾌한 조망에 일순간 말문이 막힐 정도. 이토록 보석같은 장소를 왜 몰랐지 하는 아쉬움과 뒤늦게나마 알게 된 고마움이 교차된다.

왼쪽엔 낙동강 물줄기와 황금빛 김해평야가, 오른쪽엔 서면시가지와 북항 등 부산전경이 한 눈에 잡힌다. 오른쪽 발밑엔 성지곡수원지와 하얀 사직주경기장이 눈에 들어온다. 시선이 자꾸 도심보다 낙동강과 김해평야 쪽으로 쏠리는 것은 기자만의 편견일까.

부산 도심과 주변의 산들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저 멀리 북쪽 금정산 고당봉을 정점으로 왼쪽에 평평한 봉우리인 신불산과 영축산이 겹쳐져 보이고 그 왼쪽으로 토곡산과 오봉산이, 낙동강 건너엔 신어산 무척산이 눈 앞에 다가온다.
 

서쪽으론 김해 용지봉과 불모산 팔판산 보배산 봉화산이, 북동쪽으론 천성산 계명봉 대운산 철마산 함박산 달음산 일광산이, 정동에 장산이 보인다. 우측 도심쪽으로 황령산과 금련산이, 남쪽으론 엄광산 구덕산 승학산, 그리고 영도의 봉래산이 자리잡고 있다.

하산은 본격 능선길. 조망이 워낙 좋아 곳곳에 땀을 식히며 상념에 잠긴 등산객들이 눈에 띈다. 길 양편에 억새가 눈에 띄지만 공익요원들이 산불방지를 위해 억새를 베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다시 가파른 능선길을 오르면 돌탑이 서있다. 일명 낙타봉. 초읍에서 구포로 넘어가는 곳으로 이곳 사람들은 불태령(佛態領·611m)이라 부른다. 구만덕 뒤 저 멀리 상계봉이 보인다.

하산길은 아주 가파르다. 20여분 뒤면 만남의 숲(광장). 직진하면 만덕고개 혹은 남문방향이고 왼쪽은 만덕, 오른쪽은 어린이대공원과 당감동 방향임을 알려주고 있다. 가족산행이라면 여기서 대공원쪽으로 내려가도 무난하다.

만덕고개 쪽으로 향한다. 20분 뒤 금정산 주능선을 오르기 위한 안부에 닿는다. 오른쪽은 금정봉 방향. 자연학습쉼터 또는 구민의 숲을 지나면 무선기지국과 철탑이 있는 전망대. 백양산에서 안보이던 동래 금정지역이 훤히 보인다. 5분 후엔 만덕고개. 도로가 만들어지면서 금정산과 백양산의 줄기가 끊어져 있다.

오른쪽 대각선 방향 산길로 오르면 금정산 남문 방향. 주의할 것 한 가지. 20분 뒤 천주교 공동묘지를 지나 갈림길에서 반드시 오른쪽 쓰러진 나무쪽으로 길을 택한다. 이후 오르막 산길. 왼쪽 한 편에 샘터가 있다. 다시 억새가 양옆에 펼쳐져 있는 산길을 올라 20분 정도 가면 케이블카 타는 곳. 가족과 함께라면 케이블카로 내려가도 좋고, 걸어서 가려면 케이블카 타는 곳을 정점으로 오른쪽 길로 하산한다. 40분 뒤 금강공원 입구가 나온다.

## 떠나기 전에

백양산은 보는 방향에 따라 이름을 달리한다. 조선시대에는 선암산으로 불렸다. 남쪽은 당감동 뒷산의 천년고찰 선암사에 의해 선암산으로 불렸고, 그 반대편 서쪽에서는 모라 운수사의 이름을 본따 운수산(雲水山)으로 명명됐다. 조선시대 좌수영지(左水營誌) ‘병고조’(兵庫條)에는 운수산을 봉산(封山)으로 정해 놓고 수군의 병선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나무를 반출하였다. 그 만큼 당시 백양산은 울창했다 한다.

지금의 백양산은 초읍쪽에 신라시대 백양사란 사찰에 의해 불려진 이름이 지금까지 남게 됐다.

백양산은 구포의 주산인 주지봉(蛛蜘峰)과 이어진다. 산 정상에 마치 거미가 웅크린 모습의 암봉이 연이어 솟아 있어 낙타봉으로도 불리며 이 길은 백양산에서는 가장 옹골찬 산길로 시랑골과 음정골이 흘러 내린다. 시랑골 골짜기에는 차디찬 금샘터가 있어 찾는 이가 많이 있다.

초읍의 성지곡 수원지에는 어린이 대공원이 있으며 이는 1909년에 축조된 우리나라 최초의 상수도 수원지이다. 주변에는 일제시대때부터 조림한 편백나무가 장관으로 삼림욕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백양산에서 금정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인 철학로와 만덕고개를 지나 케이블카 종점까지 올라서는 산길을 이 가을에 찾아 볼 것을 권하고 싶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다양한 산행 들머리 장점

부산의 심장부에 위치한 백양산은 부산진·북·사상·동래구 등지에서 올라가는 길이 많아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을 산행 들머리로 잡으면 된다.

우선 북구 구포 삼경장미아파트와 덕천동 영천초등학교, 만덕주공아파트에서 불태령으로 올라 백양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사상구에선 모라 운수사에서 애진봉~백양산 정상으로, 모라 용문사에서 삼각봉~애진봉~백양산 정상으로, 지하철 2호선 구남역 근처의 용운암에선 510m봉을 거쳐 백양산 정상으로 향할 수 있다.

또 신라대와 보훈병원에선 갓봉~삼각봉~애진봉을 거쳐 백양산으로 오를 수 있다.

부산진구에선 어린이대공원~사명대사 동상~삼림욕장~만남의 숲으로, 초읍 시립도서관 뒷길에선 대진아파트~금정봉~만남의 광장 순으로, 금용산~금용암~금정봉~만남의 숲으로도 등산이 가능하다. 사직동 한신아파트 뒷길로도 오를 수 있다.

역으로 금강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금정산에 오른 뒤 백양산으로 향할 수 있고, 고당봉 쪽에서 백양산 방향으로 종주산행도 좋은 방법. 가족과 함께라면 짧은 코스를, 산꾼들과 같이 오를 경우엔 능선을 따라 종주산행을 권하고 싶다.


/ 글 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3.10.30 14:07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Home > 산
다시찾는 근교산 <357> 전남 영암 월출산

영암벌에 홀로 솟아 달맞이 가자네


 
  월출산의 명물 구름다리. 높이가 120곒로 국내 최고인 구름다리를 걷노라면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 들다가도 아래를 내려다보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섬뜩하다.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흔들림이 심하다.
전라도 영암에 가면 이구동성으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바로 ‘달뜨는 산’ 월출산(月出山)이 한 순간 병풍처럼 눈 앞에 불쑥 나타나기 때문이다. 마치 거대한 수석 덩어리같다고나 할까.

전남 유일의 국립공원인 월출산은 사방 100리에 높은 산이 없어 누런 벌판에 우뚝 솟아있는 전형적인 바위산이다.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돌봉우리들, 하늘로 솟구쳐오른 기암괴석 때문에 예부터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려왔다.

매월당 김시습은 “남쪽에 제일 가는 그림같은 산 있으니 청천에 솟아 있는 월출산이 여기로다”라고 읊었고, 고산 윤선도도 산중신곡(山中新曲)에서 월출산의 신령스러움을 노래했다.

산꾼들이 봐도 월출산은 그야말로 완벽한 산행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고도(812.7m)에 정상에서의 장쾌한 조망, 계절이나 날씨 그리고 보는 방향에 따라 그 느낌과 아름다움이 확연히 달라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또 명물 구름다리와 천황봉 구정봉 마애여래좌상 베틀굴 통천문 도갑사 등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전설이요 문화재다.

특히 미왕재의 광활한 억새밭의 황홀한 장관은 가을 산행의 덤이다.

파른 오르막인 천황사쪽으로 올라 비교적 완만하게 내려서는 도갑사쪽으로 하산하는 가장 일반적인 종주코스를 택했다. 월출산 주차장~천황사~구름다리~통천문~정상(천황봉)~바람재~베틀굴~구정봉~마애여래좌상~미왕재(억새밭)~도갑사 순으로 6시간 정도 걸린다. 바위길이 많아 무릎 보호 밴드 착용을 권하고 싶다.

주차장에서 산길로 오르면 곧 갈림길. 왼쪽은 구름다리를 지나 천황봉으로, 오른쪽은 바람폭포~광암터를 거쳐 천황봉으로 가는 길이다. 초행이면 열에 열 모두 월출산의 명물 구름다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얼마 못가 작은 암자에 닿는다. 천황사(天皇寺)다. 오래전부터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작은 전각이 하나 있었지만 2년전 초파일을 얼마 앞두고 불이나 지금은 천막을 쳐서 부처님을 모시고 있다. 이 곳에서 식수를 준비하자.

산죽터널과 가파른 철계단을 지나 40분 정도 오르면 구름다리. 천길 낭떠러지에 쇠줄로 엮어 놓은 다리가 절묘하다. 길이 52m, 높이 120m의 현수교로 거센 바람이 불 땐 흔들림이 심하다.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 들다가도 아래로 힐끗 내려다보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섬뜩하다. 뒤따라 오던 한 부부는 부인이 아예 남편 허리를 끌어 안고 걷는다. 다리에서 2시 방향 저멀리 바람폭포가 보인다.

구름다리를 내려서면 이제부터 월출산 특유의 급경사 오르막이 기다린다. 산을 오른다기 보다 철계단 혹은 철사다리를 기어 오르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지 모른다. 이내 거친 숨을 토해내고 팔뚝에는 땀방울이 맺힌다.

아직 단풍이 들기에 이르지만 구절초 쑥부쟁이 등 가을 야생화와 만개한 억새꽃이 바람에 몸을 맡기며 산들거린다.

구름다리에서 천황봉까지는 대략 2시간. 이번 산행중 가장 힘든 구간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절벽에 가까운 돌길을 지나면 바위틈인 통천문(通天門). 천황봉에 이르는 마지막 관문으로 이 곳을 통하면 하늘로 올라간다는 의미이다. 여수 돌산도 향일암에 오르기 위해 거쳐야 하는 바위틈인 해탈문과 흡사하다.

5분 후 드디어 천황봉. 호흡이 절로 멎는다. 어른 100여명이 앉아도 될만큼 펑퍼짐한 바위 봉우리에서의 장쾌한 조망을 그 어디에 비길까.

서쪽 건너편에 향로봉 구정봉 주지봉이 마주보고 서 있고, 그 양 옆으로 저 멀리 영산강 물줄기와 이어지는 서해안 목포 앞바다와 강진만의 아름다운 남도경관이 보인다. 북으로는 누런 영암벌판 뒤로 무등산과 저 멀리 지리산 능선이 아련하다. 연신 탄성이 터지는 것은 당연지사.

산은 서쪽으로 내려선다. 꼬불꼬불 급경사 내리막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바람재에 이르고 여기서 10여분 더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길은 억새밭으로 곧장 가는 길이고 오른쪽길은 베틀굴~구정봉~마애여래좌상을 거쳐 억새밭으로 간다. 후자를 택한다.
 

베틀굴은 옛날 전쟁을 피해 여성들이 베틀을 짰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으나 그 모습이 여성의 국부와 흡사해 음굴(陰窟) 혹은 음혈(陰穴)로도 불린다. 굴속에는 항상 물(음수·陰水)이 고여 있고 천황봉 쪽의 남근석을 향하고 있는 점도 재미있다.

베틀굴에서 100m 정도를 오르면 구정봉.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9개의 웅덩이가 주변에 패어 있는 구정봉은 천황봉 못지 않게 전망이 빼어나다. 여기서 20분 가량 급경사길로 내려가면 국보 144호 마애여래좌상. 높이 8m의 거불로 고려의 석불양식을 보여주는 당대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애여래좌상을 둘러본 후 다시 되돌아와 억새밭인 미왕재 방향으로 향한다. 이 길은 앞이 탁 트인 능선길로, 은빛 물결이 춤추는 억새밭까지 대략 35분 걸린다. 역광에 반사되어 찬란히 빛나는 억새는 가을철 어느 꽃보다 아름답다. 이제 미왕재는 구름다리, 바위봉과 함께 월출산의 대표적 명소로 자리잡았다.

억새밭에서 직진하면 무위사로 향하지만 올해부터 자연휴식년제로 폐쇄됐다. 도갑사는 오른쪽 방향인 홍계골로 하산한다. 오를 때와는 달리 하산길은 전형적인 산길이라 발걸음이 가볍다.

도갑사에 다다르면 이 곳이 산간습지대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고, 도갑사 절집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 산행문의 = 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 떠나기전에

월출산은 강진군과 영암군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지리적 조건으로 인해 강진 월출산보다는 영암의 종산으로 영암 월출산이라고 불린다. 일본에 문물을 전한 왕인박사와 풍수지리학의 대가 도선국사가 태어난 곳이 바로 월출산 아래 구림이다.

월출산은 삼국사기에는 월나악(月奈岳)이라 불렸고 고려초에는 월생산(月生山)으로 바뀌었으며 이후에는 월산(月山) 보월산(寶月山) 화개산(華蓋山) 소금강산 등으로 각각 지칭되다 현재는 월출산으로 불린다. 월출산은 능선과 골짜기마다 기암과 문화재 그리고 전설이 가득한 산이다. 여유를 가지고 월출산을 음미해보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대중교통편을 이용할 땐 광주를 거쳐 영암으로 가야 한다.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광주행 고속버스는 오전 6시부터 매시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만2천7백원. 서부터미널에서 광주행 직행버스는 오전 6시40분, 8시, 그 이후는 매시 40분 간격. 1만4천2백원. 광주터미널에서 영암터미널까지는 매시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천4백원. 영암터미널에서 월출산국립공원(천황사)까지는 오전 6시40분, 9시10분, 10시10분에 있다. 730원. 택시를 이용하면 5천원 안팎. 날머리인 도갑사에서 영암터미널행 막차는 오후 4시25분. 900원.

승용차를 이용하면 남해고속도로~순천IC~여수 벌교 17번 국도~벌교 낙안읍성 민속마을 2번 국도~보성~장흥~강진~광주 영암방향~풀치터널~월출산 천황사쪽으로 빠진다. 날머리 도갑사에서 들머리 천황사 입구까지 택시(011-608-1733, 018-364-6666)를 타면 1만3천여원.


 
  통일신라때 풍수지리설의 시조인 도선국사가 창건한 도갑사 경내.

## 주변볼거리

전설에 의하면 영암 월출산에는 움직이는 바위가 세개나 있었다. 그 바위의 기운으로 산 아래 고을에서 큰 인물이 난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 소문을 들은 중국인들이 몰래 이 곳으로 와 바위들을 밀어 떨어뜨렸는데 그 중 하나가 다시 기어올라갔다고 한다. 스스로 옛 자리로 올라간 신령스런 바위가 있는 고을이 바로 영암(靈巖) 땅이다. 신령스런 바위 때문이었을까. 월출산 주변에선 큰 인물이 많이 났다. 풍수지리설의 시조인 도선국사와 백제 최고의 유학자 왕인이 바로 그들. 월출산 주변에는 이들과 관련된 유적지가 있다.

월출산 종주 날머리에 위치한 도갑사는 통일신라때 도선국사가 창건했고 조선 세조때 왕사였던 수미대사가 중창했다. 경내에는 독특한 건축양식의 국보 50호인 해탈문과 성보박물관이 유명하다. 대웅전 뒤 1천여평의 빈터에 박혀 있는 주춧돌과 승려들의 마실 물을 담아 두는 앞뜰의 대형 석조는 과거 도갑사가 대사찰이었음을 말해준다.

일본에 논어 등을 전수해 아스카문화의 원조가 된 왕인박사 유적지도 한번 둘러보자. 박사가 마셨다는 성천과 그 옆에 유허비가 있다.

월출산 남동쪽 기슭에 위치한 무위사. 신라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조선 초기에 지어진 국보 13호인 극락보전과 그 내부의 벽화도 반드시 감상하자. 극락보전은 단아함과 장엄함이 두드러지는 건물로 배흘림 기둥을 가진 주심포 양식의 맞배집이다.

월출산파크관광호텔(옛 월출산온천관광호텔) 온천욕도 빠뜨리지 말자. 도갑사에서 차로 20여분 걸린다.


## 맛집

영암의 대표적 먹을거리는 짱뚱어탕과 갈낙탕.

짱뚱어는 갯벌에만 서식하는 특이한 물고기로 현재까지 양식이 불가능하다. 이 바닷물고기는 고단백 영양식으로 고소하고 담백해 이 곳 영암사람들은 민물장어보다 한 수 위로 분류한다.

소금물로 깨끗이 씻은 다음 끓는 물에 삶아 뼈를 추려낸 후 체로 걸러낸다. 양념으로는 고춧가루 된장 들깨 마늘 생강과 부추 시래기 쑥갓 미나리 등 그때그때 나오는 싱싱한 야채를 곁들인다. 얼큰하고 텁텁한 맛이 일품이며 비리지 않고 구수하다. 탕 7천원, 전골(1인분) 1만2천원.

갈낙탕은 갈비와 이 곳 명물인 세발낙지와의 만남. 한우갈비를 우려낸 국물을 뚝배기에 넣고 세발낙지 밤 대추 등을 끓여낸 것으로 짱뚱어탕에 버금가는 건강식이다. 1만2천원. 영암군청 근처 중원회관(061-473-6700) 동락식당(061-472-2892)이 특히 유명하다. 두 식당 모두 반찬으로 남도 특유의 전어창젓과 토하젓을 내놓아 입맛을 돋운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10.01 19:59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시찾는 근교산 <355> 곡성 동악산

'첩첩암봉 넘어 신선바위… 仙界가 열리네'


 
  전남 곡성벌판을 굽어보고 있는 동악산은 도기념물인 도림사 계곡도 절경이지만 장쾌한 조망 또한 일품이다. 산행 도중 한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경. 발 아래 방금 올라온 들머리도 보인다.
동악산(動樂山)은 우선 이름이 재밌다. ‘즐거울 락’이 아니라 ‘풍류 악’으로 읽어 음악이 울려 퍼진다는 산이다.

마을 입구에서 빨간 고추를 말리는 한 촌로는 예부터 이 곳 출신이 장원급제를 하면 동악산에서 노래가 울려 퍼졌다는 전설이 전해져오고 있다고 말한다. 흉조보다는 길조를 알리는 산이라 우선 발걸음이 가볍다.

전남 곡성군 곡성읍에 우뚝 솟아 곡성벌판을 굽어보고 있는 동악산(735m)은 도립, 군립공원은 아니지만 국내 여느 산 못지 않게 산세나 주변 경관이 뛰어나 호남 뿐만 아니라 전국의 산꾼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동악산 기슭에는 신라 무열왕때 원효대사가 창건하고 도선국사가 중창한 도림사(道林寺)가 천년고찰의 위용을 자랑한다. 이 산의 남쪽 골짜기를 흐르는 도림사계곡은 전남도기념물답게 주변의 노송과 폭포, 담 소 등과 함께 절경을 뽐내고 있다.

동악산 산행은 도림사를 기점으로 동악산~배넘어재~대장봉~형제봉 코스가 풀코스지만 부산서 출발할 경우 당일치기가 힘겨워 도림사~신선바위~동악산 정상~암릉길~삼각점 봉우리~배넘어재~도림사계곡~잇단 철다리~도림사 순으로 잡았다.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도림사 입구 삼거리 정류장에서 하차해 발걸음이 시작된다. 항일독립지사 윤정구 의사 묘를 지나면 오른쪽에 도림사계곡. 널찍하고 편편한 반석 위로 맑은 물줄기가 비단을 펼쳐놓은 듯 흘러 가히 절경이다. 반석에는 조선시대 이래 시인 묵객들이 노닐던 흔적들이 음각돼 그들의 풍류를 엿볼 수 있다.

도림사계곡을 소개하는 팻말과 큰 고목을 지나 왼쪽에 간이화장실이 보이면 길 오른편에 계곡으로 내려서는 계단이 있다. 계곡을 건너 오른쪽 절개지의 희미한 산길로 올라서자.

만일 유량이 많아 계곡을 건너지 못하면 도림사까지 올라간다. 도림사 앞 계곡의 폭이 좁아 건널 수 있기 때문이다. 계곡을 건너 오른쪽으로 가면 들머리와 만난다. 도림사 구경은 하산할 때 이 곳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몇시간 뒤로 미루자.

유의할 점 한가지. ‘동악산 2.7㎞’ 팻말이 안내하는 길로 가지말 것. 취재팀이 이 길을 따라 가 본 결과 길이 막혀 되돌아왔기 때문. 결국 취재팀이 택한 길은 차선의 선택이었음을 밝혀둔다.

처음엔 뚜렷한 길이 없었다. 방향만 맞춰 주능선을 향해 무작정 올라갈 뿐이었다.
 

나무 사이로 오르며 길 만들기를 25분. 왼쪽의 계곡물소리가 아스라이 멀어지면서 전형적인 산길이 나타난다. 동시에 그렇게 멀어보이던 정상이 어느새 눈앞에 다가와 있다. 가야토기와 엇비슷한 모양의 하얀 독버섯이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한다.

능선까지는 대략 40분. 숨을 한 번 돌리고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잠시후 왼쪽에 전망대. 도림사와 방금 올라왔던 계곡이 한 눈에 들어온다. 5~6분 후에는 오른쪽에 또 다른 전망대. 곡성읍내와 푸른 곡성벌판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왼쪽으로 크게 고개를 돌리면 작은 암봉 뒤에 동악산 정상이 보인다.

하지만 웬걸. 작은 암봉을 하나 넘었더니 또 하나가 나타나고 이후엔 큰 암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에돌아가면 또 다른 암봉이…. 이렇게 오르길 대여섯번. 소름이 끼칠 정도다. 들머리에서 정상까지 2.7㎞ 정도라 적혀 있어 가볍게 봤건만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다. 정말 ‘곡소리 나는 2.7㎞’인 것 같다.

삼거리 안부를 지나면 곧 갈림길. 직진하면 정상으로 바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전망이 좋아 신선이 쉬어 간다는 신선바위를 거쳐 동악산으로 간다. 신선바위까지는 6~7분. ‘신선바위’라는 팻말이 바위 앞 나무에 걸려 있다. 신선바위에 서면 방금 지나왔던 대여섯개의 암봉이 공룡능선처럼 일렬로, 그 뒤로 형제봉이 나란히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정상으로 곧바로 향하는 길과는 15분 뒤 만난다. 그리고 7분 뒤엔 정상. 북쪽은 나무로 가려져 있고 남쪽방향으로 장쾌한 조망이 열려 있다. 저 멀리 지리산 능선이 보인다.

다음 목적지인 배넘어재로 가기 위해선 직진한다. 암릉길이다. 좌우에 펼쳐지는 조망을 감상하랴,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딛으랴 바쁘다 바빠.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 모처럼 호젓한 산길을 걷다보니 왼쪽에 방금 지나온 동악산 정상이 보인다. 결국 하산길은 정상을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고 있는 셈.

집채만한 바위를 연이어 지나면 암릉 오르막길. 하산길이라 만만히 봐선 큰 코 다친다.
 
  660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도림사. 도인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하여 도림사라고 이름지어졌다.

정상에서 배넘어재까지는 대략 1시간. 배넘어재를 지나 10여분 걸으면 도림사계곡과 만난다. 계곡 하류에 비해 상류쪽은 굽이굽이 경사가 심해 곳곳에 폭포 및 용소, 와류폭포 돌탑이 자주 눈에 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세개의 철다리를 잇따라 지나면 형제봉과 동악산으로 갈라지는 지점을 만난다. ‘형제봉 2.1㎞, 동악산 3㎞’, ‘효녀 심청의 고장 곡성’ 팻말이 함께 서있다.

다시 두개의 철다리를 지나면 10여분 후 도림사에 닿는다. 이곳에서 처음 버스를 내렸던 도림사 입구 정류장까지는 30분 걸린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떠나기전에 ]

도림사는 서산대사 사명대사 도선국사 등 고승이 무리를 지어 모여 들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지방문화재 자료 22호인 도림사의 입구에는 허백련 화백이 쓴 오도문이란 현판이 눈길을 끈다. 지방기념물 101호인 도림사계곡은 청류동계곡 혹은 청류구곡으로 불린다.

‘2곡’(二曲) ‘4곡’(四曲), ‘5곡’(五曲) 등 곡이름과 ‘청류동’(淸流洞) ‘낙락대’(樂樂臺) ‘단심대’(丹心臺) 등 지명, ‘요산완초 음풍농월’(樂山玩草 吟風弄月) 등 시구가 바위면에 어지럽게 새겨져 있다. 예로부터 삼남의 명산으로 시인묵객이 끊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동악산은 곡성읍의 진산이다. 서쪽으로 웅장한 무등산이 솟아 있고 화순의 백아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남원의 고리봉~삿갓봉~문덕봉 능선이 공룡의 등처럼 보이는, 전망이 뛰어난 전남의 암산이다.

곡성군은 다음달 2~5일 섬진강 자연생태공원(곡성읍 장선리)에서 ‘효와 환경이 미래를 연다’는 주제로 ‘효녀심청’ 축제를 개최한다. 자녀를 동반해 산행도 즐기고 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보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구례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 7시10분, 8시30분에 출발한다. 1만2천2백원. 구례터미널에서 곡성공용터미널까지 직행버스는 오전 9시55분, 10시7분, 10시25분, 10시45분, 10시57분, 11시5분에 있다. 2천2백원. 곡성공용터미널에서 도림사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는 석곡·옥과 방면 버스는 오전 10시10분, 10시20분, 10시40분, 11시, 11시10분, 11시50분, 낮 12시에 출발한다. 730원.

돌아올 땐, 도림사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곡성공용터미널행 군내버스를 탄다. 오후 5시, 5시20분, 5시40분, 6시20분, 6시30분, 6시45분, 7시20분, 7시30분…8시45분(막차). 곡성에서 구례행 직행버스는 오후 5시30분, 6시25분, 6시55분, 7시30분에 있다. 구례에서 부산 서부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6시10분이 막차. 만일 놓쳤다면 오후 6시50분에 출발하는 하동행 시외버스를 타자. 하동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7시50분(막차)에 있다. 9천5백원.

만약 구례에서 부산행과 하동행 버스를 모두 놓칠 경우 순천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를 타면 된다. 구례에서 순천행 시외버스는 오후 7시20분, 8시, 8시30분(막차)에 있다. 2천7백원. 순천에서 부산 서부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8시30분(막차)에 있다. 1만1백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순천~호남고속도로~곡성IC~도림사 순으로 가면 된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9.17 20:21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시찾는 근교산 <354> 의령 만지산

'난코스 잡목숲 너머 미답의 바윗길'


 
의령에는 국사봉(國師峰·688m)이란 제법 덩치 큰 산이 있다. 흔들바위로 불리는 꺼떡바구와 까막새미 등 정상의 바위숲은 산꾼들의 뇌리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멀리서 보더라도 산 정상이 바위만으로 이뤄졌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경남 의령군 봉수면 서암마을에서 보면 국사봉과 마주보고 서있는 봉우리가 하나 있다. 바로 만지산(萬芝山·606.5m)이다. 마을 촌로들은 망조산(望朝山) 혹은 한자 표기는 모른채 그냥 명근산이라고도 부른다. 두 봉우리 사이에는 옛부터 전해내려오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봉우리 두 곳에는 의령군에서 힘깨나 쓰는 장수가 각각 살았다. 이들은 걸핏하면 봉우리에 있는 바위를 서로 던지며 힘자랑을 했다. 이 마을 전통 한지전시장 옆에는 큰 바위가 하나 있다. 한 장수가 잘못 조준해 떨어진 낙석이라 전해온다. 이 마을 이름이 서암(西岩)인 것은 낙석이 마을 서쪽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만지산에 올라보면 정상에는 바위가 많지 않지만 정상 주변에는 집채만한 바위에서부터 다양한 덩치의 바위들이 상당수 흩어져 있어 마을 촌로의 전언이 허구가 아님을 짐작케 한다.

산행은 서암마을~서암회관~무덤1기~전망대~주능선~정상~(하산길 잡목구간 유의)~소 방목구간~잇딴 무덤~소(小) 계곡~담배밭~대현마을 순으로 이어지며 5시간 정도 걸린다.

정상까지는 오르막의 연속이고 하산길은 심한 내리막에다 아주 매서운 잡목구간으로, 2시간30분 정도는 시달려야 하는 개척산행이다. 웬만한 봉우리는 성에 안차거나 미답의 산길을 오랫동안 걷기를 좋아하는 산꾼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

서암이발관 앞에서 하차,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서암교를 건넌다. 마늘건조장이 눈에 띈다. 경노당을 30m 지나 왼쪽에 전봇대 2개와 가로등이 나란히 서있는 제법 큰 골목이 보이면 진입한다.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길로 향한다. 시멘트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꺾어 올라가면 본격 산길이다.

숲 특유의 향이 코를 자극한다. 100m쯤 걷다 왼쪽길로 들어선다. 오르막길을 15분쯤 오르면 첫 지형지물인 봉분이 거의 없는 무덤이 나온다. 무덤 앞이 그렇듯 주변 나무를 베어놔 나무 사이로 국사봉 정상이 환히 보인다. 길 중간중간에 야생동물이 파놓은 흔적과 배설물이 자주 눈에 띈다. 짐승이 파헤쳐놓은 무덤이 보이면 그 오른쪽이 첫번째 전망대. 시원하고도 장쾌하다. 정면에서 오른쪽으로 대암산과 무월봉 태백산이 이어지고, 그 우측으로 국사봉 미타산 봉산이 서있다. 대암산을 기준으로 저멀리 왼쪽으로 황매산 금성산 허굴산 월여산 감암산이, 그 뒤로 오도산과 합천읍내가 시야에 들어온다.

 

다시 심한 오르막. 일부 평지 구간도 나오지만 전체 맥락은 오르막의 연속. 15분 후 주능선에 닿는다. 솔바람이 시원하다. 왼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정상으로 가까이 가면 갈수록 바위가 많다. 산행전 만난 촌로의 말이 실감난다. 주능선에서 정상까지는 17분 정도. 잡풀에 가려진 삼각점을 발견 못했다면 이곳이 정상인지 알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을씨년스럽다. 쓰러진 나무는 아마도 측량편의를 위해 베어졌으리라. 조망도 없고 잡풀이 무성하고 그 사이로 바위만 몇 개 널부러져 있을 뿐이다. 마주보는 동쪽의 국사봉도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취재팀은 삼각점 옆 나무에 노란리본을 달았다. 그리고 그 뒷면에는 매직으로 ‘만지산 정상 606.5m’라는 흔적만 남기고 서쪽으로 하산했다.

정상까지는 오르막의 연속이었지만 길은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하산길은 청미래덩굴 싸리나무 산딸기나무 등이 심하게 엉켜 한 발 내딛기가 어려울 정도로 부담스럽고 체력소모 또한 심하다. 길 자체가 묵은데다 집채만한 바위도 떡하니 버티고 있다. 에둘러가면 또 넝쿨이 길을 숨기고 있다. 길마저 경사가 급해 화불단행(禍不單行: 재앙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겹쳐서 온다).

이 구간은 국제신문 노란색 리본을 반드시 참조하자. 이렇게 1시간 정도를 헤매면 전망대. 왼쪽 옆으로 내려가면 또 다시 나무와 넝쿨 그리고 바위까지 길을 막고 있다. 이렇게 또 1시간 정도 길을 뚫으면 넝쿨 구간은 종료. 이후에도 길은 만만치가 않다. 새 울음소리와 흰색나비 그리고 간혹 만나는 나리꽃이 그나마 위안을 주고 꿩의 날개짓과 풀섶의 멧돼지 소리는 무료함을 달래줬다.

송림 사이로 찬찬히 내려가면 이번엔 군데군데 쇠똥이 보인다. 철조망이 발견된 지 10여분 후 엄청난 덩치의 황소 3마리가 보인다. 마을사람들이 공동으로 방목하는 소로, 모두 10여마리나 된단다. 쇠똥이 여기저기 있고 소가 온 산에 길을 내놔 길 찾기가 헷갈릴 정도. 여전히 길이 안보여 개척산행이다. 쇠똥의 흔적으로 볼 때 방목된 소의 행동반경은 사람걸음으로 1시간은 족히 되는 것 같다. 이렇게 쇠똥을 피해가며 1시간 정도 걸으면 ‘길다운 길’을 비로소 만난다. 이어지는 무덤을 잇따라 지나면 작은 계곡을 만나고 여기서 다시 25분 정도 걸으면 담배밭이 나온다. 대현마을 앞 포구나무까지는 15분 더 걸어야 한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떠나기전에 ]

만지산은 의령군 궁류면과 봉수면을 경계로 숨어 있는 오지의 산이다.

황매산에서 맥을 따라 자굴산까지 치닫던 지맥은 북으로 틀어 만지산을 솟구치고 그 여력으로 국사봉 미타산 대암산 등의 산군을 이루었다.

자굴산~한우산~산성산~동이봉~대현을 거치는 산길은 근교산 취재팀에서 이미 여러번 소개했다. 그 위의 만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한마디로 ‘악’소리가 나는 고행의 능선이다. 봉수면의 서암에서 만지산 정상까지는 쉽게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한참 웃자란 잡풀과 넝쿨 산딸기 등이 뒤덮고 있어 전진하기가 매우 힘들다. 반드시 긴팔 상의와 긴바지를 착용하고 장갑도 챙겨 떠나자.

하산할 때는 첩첩산중의 골짜기답게 물소리 바람소리 짐승의 흔적 뿐이며, 대현으로 향하는 에돌아가는 산길에서는 콧노래가 절로 난다. 식수를 충분히 준비해서 미지의 산으로 떠나보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의령·합천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8시30분, 9시10분 등 40~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합천군 대양면사무소 앞에서 하차한다. 2시간20분 정도 걸린다. 8천원. 대양면 덕정리 버스정류장에서 의령군 봉수면 신반행 군내버스는 오전 10시20분에 출발한다. 서암리에서 내린다. 25분 소요. 900원.

부산행은 날머리인 의령군 궁류면 대현마을에서 궁류~의령을 거쳐 부산으로 갈 수도 있지만 인근 합천군 쌍백으로 가면 더 편리하다. 쌍백면의 동성택시를 부르면 6천원. (055)932-3518

쌍백면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15분, 오후 6시, 6시35분, 7시15분(막차)에 출발한다. 7천2백원.

승용차로 갈 경우 남해고속도를 타고 의령 군북IC에서 빠져나와 의령으로 향한다. 의령에서 20번 국도를 타고 합천 방향으로 달린다. 대의삼거리에는 33번 국도가 지나간다. 오른쪽으로 틀어 삼가, 쌍백면을 차례로 지나면 대양면. 이곳에서 덕정 방향인 오른쪽 1011번 도로를 이용, 신반방향으로 진행한다. 봉수면에 들어서면 서암리로 산행 출발지이다. 들머리와 날머리가 너무 멀어 대중교통편을 권하고 싶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9.03 20:58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