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동쪽 끝단임을 알리는 대형 입간판.

 스무고개입니다.
 1. 섬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에서 최동단과 최남단은 어디일까요. 이건 누구나 맞출 수 있는 아주 쉬운문제. 답은 경북 울릉군 독도와 제주도 남제주군 마라도. 

 2. 그럼 맨 서쪽과 최북단은. 이건 '퀴즈 대한민국' 최종 라운드 진출을 꿈꾸며 준비하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어려운 문제. 답은 서쪽은 평안북도 용천군 마안도와 북쪽은 함경북도 온성군 유포면. 

 3. 자 이젠, 섬을 뺀 육지로 한정합니다. 맞춰보세요. 역시 '퀴즈 대한민국' 최종 라운드급 수준입니다. 그럴 경우 최북단은 그대로이고 최남단은 전남 해남군 송지면 갈두리 토말로 소위 말하는 땅끝마을입니다. 그럼 맨 동쪽과 맨 서쪽은 어디일까요. 답은 각각 함북 경흥군 노서면과 평북 용천군 용천면입니다. 

 4. 자 이제 진짜 문제가 나갑니다. 그렇다면 섬을 뺀 한반도 남한땅으로 한정할 때 가장 동쪽은 어디일까요. 이 또한 '퀴즈 대한민국' 최종 라운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문제입니다. 만일 별 고민없이 이 문제를 맞춘다면 대단한 실력가로 봐도 무난할 듯합니다.

 흔히 섬을 제외한 남한땅 맨 동쪽은 일출 명소로 유명한 포항 대보면 호미곶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이렇게 나오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토지리정보원(www.ngi.go.kr)에 따르면 남한땅에서 가장 동쪽은 호미곶광장에서 남쪽으로 8㎞ 떨어진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 석병리(동경 129도 35분 10초)입니다. 

 이곳 석병리에는 지난 1980년대 중반쯤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측량해 최동단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었답니다. 하지만 마을주민들이 10년전쯤 농로를 포장하면서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없애버렸지만 3년 전 국토지리정보원이 다시 조형물을 만들어놓았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찾아가야 할까요. 
구룡포항을 지나 31번 해안도로를 타고 그냥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단, 최근 포항시에서 만든 말끔한 새 국도를 타면 안 됩니다. 구 도로를 타야 됩니다.
 
 그러면 길 우측에 '한반도 동쪽 땅끝마을'이라 적힌 커다란 입간판이 보입니다. 워낙 커서 놓칠 수가 없습니다. 확신합니다. 우회전해 들어가면 바닷가가 보이며, 방파제 우측으로 가두리 양식장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그 뒤로 낚시꾼들이 아주 좋아할 바위가 하나 있습니다. 바위 위를 자세히 보면 동그란 조형물이 보입니다. 이게 육지의 동쪽 끝단임을 표식입니다.

방파제길은 철조망으로 막혀 있고, 사진 우측 저 멀리 보이는 동그란 조형물이 동쪽 끝단임을 알리는 표식입니다.
조금 뒤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철조망으로 막힌 방파제길 대신 가두리 양식장 사이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반대편에서 가두리 양식장을 촬영한 것입니다. 

 섬으로 가는 방파제길은 철조망으로 막혀 있습니다. 아마도 안전사고를 우려한듯 합니다. 대신 가두리 양식장를 섹터로 나눈, 즉 어민들이 다니는 길로 걸어가면 조형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조형물에는 동그랗게 깎은 지구본 모양의 돌에 우리나라 지도를 양각해 동쪽의 끝단임을 표시해놓고 있습니다. 그리곤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한반도 동쪽 땅끝,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석병리, 동경(경도) 129 35 10, 북위(위도) 36 2 51'.

서인만 구룡포 미래사회연구소 부소장이 자신이 서 있는 지점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다녀와서 반추해보면 별 것 아닌데도 뭔가 큰 것을 발견한 것처럼 당시엔 감정이 약간 북받쳐 오르는 들었습니다. 한번 다녀오시면 공감하실 겁니다.

 동쪽 끝단 조형물에서 정면 그러니까 북쪽이겠죠, 이 북쪽 해안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바다쪽으로 돌출된 땅이 보입니다. 저곳은 구룡포읍 강사2리입니다.
 
 재밌는 점은 저곳이 이곳 석병리, 정확히는 석병2리와 한때 동쪽 끝이라고 경쟁을 벌였던 마을입니다. 결국은 국토지리정보원이 측량 후 명확한 판결을 내려 이제 잠잠해졌습니다.

바다 건너 보이는 땅이 동쪽 땅끝마을과 동쪽 끝이라고 경쟁을 벌였던 강사2리입니다. 사진 상으로 표가 안 나지만 실제로 보면 석병리가 약간 해안쪽으로 더 나온 것 같습니다.
 

 동행한 서인만 구룡포 미래사회연구소 부소장은 기자에게 이렇게 한마디를 더 하더군요.

 땅끝마을이란 이름은 해남에 선점당했으니 '등끝'이라 불렀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호랑이등의 끝이라는 의미의 '등끝'은 옛 지명이기도 하답니다. 그렇지 않으면 순우리말로 동쪽 끝이라는 의미의 '샛끝'이란 이름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합디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키는 포항시 즉 '관'이 쥐고 있습니다. 원래 그렇지 않습니까. 높으신 이 분들이 움직여야 고쳐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미륵산 정상에 서면 통영항과 통영시가지, 그리고 한려수도가 보인다. 정면(북쪽)이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항이고, 우측 저 멀리 거제대교와 연결된 거제도가 확인된다. 사진 상으론 보이지 않지만 우측(동쪽)으로 제승당이 위치한 한산도를 비롯 반시계 방향으로 한려수도가 펼쳐진다.

통영 미륵산. 부산시민들이 금정산을 사랑하는만큼 통영사람들이 아끼고 애정을 듬뿍 쏟는 아담한 산이다.

 통영해협을 사이에 두고 통영 시가지와 마주한, 해저터널 충무교 통영대교로 각각 연결된 섬 아닌 섬 미륵도에 우뚝 선 미륵산. 해발 458m에 불과한 동네 뒷산 수준의 이 미륵산은 최근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에 포함됐다. 참고로 부산에선 금정산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지역 안배 차원이 아닌 산세와 방문객 수 등을 종합해 산림청이 선정하는 100대 명산에 미륵산이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유는 뭘까. 아마도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항의 빼어난 경관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뱃길인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황홀한 조망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내 어느 산도 견줄 엄두조차 못낼 정도로 조망이 탁월하다.

통영이 고향인 산꾼 시인 이향지는 미륵산 정상에서 다도해를 바라보며 이렇게 적고 있다.

‘미륵산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풍광은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한다. 동해처럼 광활하고 거친 힘이 아니라, 서해의 갯벌 앞에서 느낄 때 같은 막막함이 아니라, 수면 위에 떠있는 무수한 섬, 올망졸망한 섬들을 둘러싼 물안개로 인하여 더욱 느끼게 되는 부드러움이다…'.

통영 읍내에 살았던 이 시인은 다섯 살 때부터 산양일주도로로 유명한 산양면 할아버지 댁으로 가기 위해 미륵산을 넘어 다녔으며, 이 글은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쓴 것이다.

원래 인간은 자연에 동화되는 법. 유치환 김춘수 윤이상 김상옥 전혁림 박경리 등은 모두 통영 출신이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미륵산에 올라 무심히 바라본 통영항과 한려수도의 절경은 아마도 그들의 뇌리에 뿌리깊게 박혀 예술혼의 근원이자 작품의 모태 역할을 톡톡히 했으리라.

미륵산 자락에는 천년고찰 용화사와 산내 암자인 관음사 및 도솔암이 있고, 남쪽 한 켠에는 통합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효봉 스님이 통영땅에 선종의 뿌리를 내린 미래사가 있어 잠시 숨고르기를 할 수 있다.

미래의 부처님인 미륵보살 또는 미륵불을 본따 명명된 것으로 보이는 미륵산에 올라 한려수도의 절경을 감상하며 올 한해를 설계해보자.

산행은 용화사 광장~관음사~도솔암~천연동굴~산불초소~헬기장~작은망(정토봉)~미륵치~미륵산~봉수대터~미래사~띠밭등~용화사~용화사 광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 남짓 하지만 발걸음을 옮기면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의 절경을 감상하노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용화사 아래 버스종점인 용화사 광장에서 왼쪽 용화사 대신 오른쪽 관음사 방향으로 향한다. 입구에 미륵산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10분 뒤 조그만 수도 도량인 관음사. 일주문 격인 2층 문루에 ‘당래선원(當來禪院)'이라 적힌 편액이 걸려 있다. 대숲으로 둘러싸인 경내에는 만개한 빨간 동백이 시선을 붙잡는다.

산행 초입 만나는 관음사 일주문. '당래선원'이란 편액이 걸려 있다.

관음사 경내.


도솔암 갈림길.

도솔암 입구.


도솔암 경내 맨 우측 전망대는 조망이 빼어나 절에서 나무의자 두 개를 만들어 놓았다. 통영항 전경과 거제도의 명산이 한눈에 펼쳐진다.

절을 나오면 이내 갈림길. 왼쪽은 용화사 가는 길, 계속 직진한다. 6분 뒤 도솔암 갈림길. 도솔암 안내판이 서 있다. 왼쪽 침목 계단길은 정상 쪽으로 질러 가는 길, 오른쪽 도솔암으로 향한다. 파란 양철 지붕의 허름한 요사채를 보고 경내에 들어서면 전각이라고는 조그만 대웅전과 동국선원 둘 뿐인, 관음사보다 훨씬 적은 산중 수도처다.

경내 맨 오른쪽의 전망대를 놓치지 말자. 조망이 빼어나 사찰에서 나무의자 둘을 만들어 놓았다. 앙증맞고 운치있다. 통영항 전경과 거제도의 명산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통영항과 반대쪽인 산양읍 지역.

경내를 나와 앞선 갈림길로 내려가지 않고 일주문 격인 돌표지석 우측으로 열린 산길로 오른다. 도솔암 안내판에 적힌 도솔암 창건주인 도솔 선사와 호랑이의 전설이 전해오는 절 뒷쪽 절벽 아래 위치한 동굴을 보기 위해서다. 첫 갈림길에선 오른쪽, 이어 만나는 잇단 사거리에선 각각 직진한다. 그저 비만 그을 수 있는 유사 동굴에서 좀 더 오르면 만난다. 기도처로 조망 하나는 끝내준다.

동굴 입구 갈림길로 내려와 오른쪽으로 오르면 이내 주능선 상의 산불초소. 방금 지나온 동굴 바로 위 지점이다. 감시원은 이곳이 현금산이라 했지만 지도 상으론 바로 이웃한 송신탑 옆 봉우리가 현금산이다. 발밑의 도솔암과 통영항 한려수도는 물론 삼천포 와룡산, 통영대교 뒤 암봉인 벽방산과 고성 쪽의 거류산 구절산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때부터 통영 앞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황홀한 능선길. 7분 뒤 헬기장. 진행 방향은 두 갈래길. 우측은 작은망이라 불리는 정토봉 가는길, 좌측은 우회길이다.

작은망 가는 길 도중 우측으로 열린 석문을 지나면 큰 돌탑이 서 있는 작은망(望) 정상. 여기서의 ‘망'은 거제도의 망산처럼 조망의 빼어남을 부각하기 위한 의미인 듯하다.
정토봉(작은망)에서 바라본 통영 앞바다.

이제 본격 내리막. 큰망인 미륵산으로 내려가기 직전 좌측 암봉도 작은망처럼 돌탑과 크고 작은 공덕탑이 보인다. 내리막길의 종착역은 너른 터인 미륵치. 도솔암 입구에서 절로 가지 않고 왼쪽 침목 계단길을 택하면 만나는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이정표엔 ‘큰망·작은망 갈림길'이라 적혀 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암봉인 미륵산 정상. 

조그만 정상석이 서 있는 미륵산 정상.
미륵산 정상에서 본 통영항. 저 멀리 거제도의 명산도 보인다.
좀 더 당겨본 풍광.

미륵산은 이제 0.8㎞ 남았다. 키 큰 대나무길과 바위 틈새 급경사 오름길을 지나 가파른 바위지대에 설치된 철다리를 오르면 마침내 미륵산(458m) 상봉. 널찍한 바위지대인 이곳에는 ‘배달의 기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게양대에 걸린 낡은 태극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미륵산을 한국 100대 명산의 반열에 오르게 한 환상적인 조망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잠시 거침없이 펼쳐지는 일망무제의 조망을 한번 짚어보자. 통영항을 보고 좌측 8시 방향으로 사량도 지리망산과 칠현산에서 시계 방향으로 통영대교 충무교 여객선터미널 강구안 남망산공원 동호항과 저 멀리 거제대교와 거제도의 명산들, 한산도의 제승당, 비진도 그리고 정반대 쪽 산양읍 뒤로 욕지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크게 보면 서쪽의 남해에서 삼천포 고성 통영 진해 거제 심지어 부산 쪽까지 식별 가능하다. 여기에 호수처럼 잔잔한 에메랄드빛의 한려해상 위로 흰 포말을 일으키며 흘러가는 어선들까지 한 액자에 넣으면 어느 누구라도 무념무상의 세계로 빠질 수 밖에 없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직진한다. 미륵산 봉수대 암봉을 에돌아 산불초소를 지나면 케이블카 승강장. 잠시 살펴본 후 오른쪽 미래사로 향한다. 절 직전 갈림길. 왼쪽은 미래사에서 용화사로 가는 도중의 길과 만난다. 우측으로 간다.

미래사 입구.

미래사 경내.


                  미래사에서 용화사로 가는 황홀한 편백숲.

절 주변 편백숲이 울창한 미래사는 이제 반백을 넘은 짧은 연륜이라 전통 사찰 분위기 대신 첫 인상이 깔끔하다. 지난 9월 한국이 낳은 세계적 작곡가 고 윤이상의 부인 이수자 씨가 40년 만에 귀국해 통영을 방문, ‘윤이상 추모제’를 올린 곳도 바로 미래사이다. 절을 나오면 ‘버스정류장 2㎞'라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용화사 가는 길이다. 산허리를 타고 송림숲을 따라 편안히 걷는 명상로이다. 초당에서 머물던 다산과 이웃한 백련사 혜장 스님이 오가며 교분을 나누던 길이 얼핏 연상된다.


산중 너른 터인 띠밭등. 이곳은 주변 초등학교 학생들의 소풍 장소로 애용되는 곳이다.
용화사 경내.
용화사에는 통합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효봉 스님의 석상이 서 있다. 


20여 분 뒤 산중 너른 터인 띠밭등을 지나 10분쯤 더 걸으면 효봉 스님 석상이 있는 용화사에 닿고, 다시 5분 뒤 용화사 광장에 도착한다.

# 떠나기전에 - 용화사 미래사, 우리나라 선종의 거봉인 효봉스님과 인연 깊어

 미륵산 용화사와 미래사는 우리나라 선종의 거봉인 효봉스님과 인연이 깊다. 스님은 한국전쟁 때 용화사로 피난와 산내 암자인 관음사와 도솔암에서 공부를 했으며, 이후 스님의 상좌인 구산스님이 1954년 인근에 미래사를 창건해 다시 이곳으로 옮겨 주석했다. 구산 미산 보성 법흥 종욱 스님 등이 그의 제자들이며 이곳에서 주지를 역임했다. 한편 현재 용화사 한 켠에 위치한 석상은 효봉스님의 것이다.

일명 용화산이라 불리는 미륵산 정상석에는 '미륵봉 461m'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이 펴낸 2006판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458m라 표기돼 있다. 참고하시길.

용화사 가는 길 오른쪽 골목에는 통영을 대표하는 '코발트 빛의 화가' 전혁림 미술관이 숨어 있다. 간판이 아주 작아 그냥 지나치기 쉽다. 아흔을 넘긴 전 화백이 30여 년간 생활하던 집을 헐고 3년 전 새로운 창조공간을 열었다. 3층짜리 건물 두 동으로 한 동은 살림집, 다른 한 동은 전시 및 작업실이다. 외벽은 전 화백 특유의 작품이 찍힌 1만5000여 개의 타일로 처리돼 눈길을 끈다. 회화 및 도자기 1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2층에선 차도 마실 수 있다.


전혁림 미술관.

맛집 하나 소개한다. 십오야 숯불장어구이(055-649-9292). 흔히 '아나고'라 불리는 붕장어다. 미륵도에서 충무교 대신 통영대교를 지나 좌회전, 경상대 해양과학대 앞에서 다시 좌회전해 해안도로를 따라 가면 통영대교 바로 아래 위치해 있다. 가게 바로 앞이 전국 장어 물량의 70%가 들어오는 당동 장어집하장이라 전국에서 가장 신선한 장어맛을 자랑한다. 장어 특유의 느끼한 맛이 없고 아주 담백하다. 1인분 8000원. 장어탕 6000원.

# 교통편
- 용화사 광장 출발 막차 밤 9시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통영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1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50분 걸린다. 통영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20, 21번 시내버스를 타고 들머리인 용화사 광장에 내린다. 용화사 광장에서 터미널행 시내버스는 밤 9시까지 있다. 통영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20~30분 간격으로 있고, 막차는 오후 7시40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 통영IC~마산 통영 미륵도 관광특구~관문사거리에서 통영 미륵도 방향 좌회전~미륵도 충렬사 방향 우회전~미륵도 충렬사 방향 좌회전~충렬사 지나~충무교 건너~미륵산 용화사 우회전~용화사 광장 순. 국도는 남해고속도로~마산 창원 방향~마산 TG~서마산IC~시청 통영 방향~진동 통영~고성~거제 통영~관문사거리에서 우회전 후 위와 같음.






울산 언양읍의 진산 고헌산 원점회귀 코스
영남알프스 살짝 비켜앉아 운치 맘껏 뽐내
정상 주변 망치는 방화선, 하루빨리 복원돼야
완만한 대통골 왼쪽 능선 걸으면 5시간소요


들어가기전-영남알프스의 서북단에 위치한 울산 울주군 고헌산(1033m)에 올라본 산꾼들은 알 것이다. 제2봉격인 1035봉에서 고헌산 정상으로 향하는 수백 m 능선길이 폭 7~8m의 방화선으로 파헤쳐져 있다는 사실을.
방화선(防火線)은 말 그대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비워둔 산불저지선이다. 한마디로 산불 확산을 막고 인력 투입을 쉽게 하기 위해 수목을 잘라 만든 삭막한 산 속의 대로이다. 고헌산의 경우 방화선 때문에 억새는 길 좌우에 무성하지만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속된 말로 산을 다 망쳐놨다.
기자는 이 고헌산의 방화선은 현실을 망각한 탁상행정의 본보기라는 생각이 앞선다. 폭이 길어봐야 10m에 불과한데 1000m 이상 되는 고지에서 불어대는 거센 강풍이 이를 넘지 못할까.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방화선이 제 기능을 하려면 폭이 최소 50m 이상은 넘어야 되며, 그렇지 못한 경우 지금이라도 산림을 복원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는 모 지자체 산림 담당 공무원의 솔직한 고백이 이를 입증해준다.
그래도 늦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곳도 있다. 의령의 진산 자굴산(897m)이 좋은 본보기이다. 자굴산은 20여 년 전에 방화선을 구축했다가 최근 복원계획을 세웠다.
본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유지 관리에 따른 예산확보 문제, 그리고 의령의 진산(鎭山)이자 영산(靈山)을 파헤쳐둔 채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군민들의 진심어린 목소리에 군이 수긍했기 때문이다.

고헌산 제2봉격인 1035봉에서 방화선을 거쳐 고헌산 정상으로 향하는 일단의 산꾼들. 정상의 돌탑과 이정표가 확인된다. 여기서 마루금을 따라 왼쪽으로 가면 삼각점이 있는 산불초소도 보인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고헌산은 영남알프스에서 한 발 비켜난 독립봉우리다. 맏형 가지산을 비롯한 나머지 8개 봉우리는 모두 마루금으로 연결되지만 이 고헌산만 유독 불고기단지로 유명한 경주 산내면 대현고개로 완전히 내려와 다시 주능선을 향해 땀을 바짝 한 번 더 흘려야 한다.

 과거 경주 산내에서 언양장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이 고개는 비록 지금은 포장이 돼 있지만 해발고도가 500m쯤 되는 데다 고헌산이나 가지산으로 향하는 경유지인 895봉까지 각각 1시간 정도에 불과해 큰 줄기의 능선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산줄기의 흐름으로 봐선 되레 경주 산내면과 청도 운문면의 경계에 위치한 문복산이 별개의 봉우리라는 이견도 있다. 강원도 태백 매봉산에서 출발한 낙동정맥 마루금이 경주 백운산에서 고헌산을 거쳐 문복산 대신 가지~간월~신불~영축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영남알프스 서부능선인 천황산(사자봉)과 재약산(수미봉)이 빠져버려 이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고헌산과 문복산은 비록 영남알프스 주 산군에서 비켜나 있는 결격사유가 있지만 ‘1000m가 넘는 영남지방의 산군'이라는 정의에는 부합돼 고민끝에 결국 막차로 포함되지 않았나 싶다.

이번주 산행지는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고헌산(高軒山·1033m). 정확히 말하면 울주군 상북면 두서면 언양읍과 경주시 산내면에 걸쳐있다. 울산의 진산이 무룡산이듯 고헌산은 언양의 진산이다.

예부터 언양사람들은 이 산 용샘에서 소망도 빌고 기우제도 지냈다. 고헌산은 부산서 비교적 가깝지만 상대적으로 한적한 산이다. 영남알프스에서 가장 번잡하다는 가지산보다 훨씬 가깝다.

가깝고도 한적한 산, 고헌산. 해서 올해의 갈무리 산행지로 적합할 듯 싶다.

산행은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신기마을(이정석)~삼진아파트~보성빌라~경주김씨 공동묘지~지능선~전망대~1035봉~방화선~고헌산 정상(1033m)~산불초소(삼각점·1034m)~임도~도로~전원주택 조성단지~굴다리 통과~산전리 도동마을~경의슈퍼(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50분 안팎이며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통상 고헌산 산행은 대통골 왼쪽길로 1035봉으로 오르거나, 고헌사를 거쳐 곰지골 왼쪽길로 상봉으로 향하는 코스가 보편적이다. 이 두 산길은 24번 국도 상에서 정상이 훤히 보일 만큼 급경사 오름길이어서 여간 힘들지 않다. 하지만 산행팀이 고른 대통골 왼쪽 능선길은 경사가 완만한 옛길이어서 그리 힘들이지 않고 등정이 가능하다.

상북면 궁근정리 신기마을 앞에서 하차하면 우측에 ‘신기마을'이라 적힌 이정석이 서 있다. 정면 저 멀리 검은 빛깔이 나는 계곡이 대통골, 그 오른쪽 너덜이 보이는 골짝이 곰지골이다. 고헌산 정상은 대통골과 곰지골 사이의 멧부리다. 산행은 왼쪽 저 멀리 보이는 KCG파크아파트 뒤 능선을 타고 올라 오른쪽으로 주능선을 탄 후 궁근정리와 이웃한 산전리 도동마을로 하산한다.


진우훼밀리아 아파트를 보고 마을로 향한다. 삼진아파트를 지나 보성빌라 왼쪽으로 가면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정면에 눈덮인 가지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내 또 갈림길. 이번엔 KCG파크아파트 앞에서 오른쪽 산 방향으로 향한다. 시멘트길이 끝나는 갈림길에서 왼쪽 흙길로 간다. 경주 김씨 묘지군을 지나면 또 갈림길. 오른쪽으로 오르면 공동묘지. 오른쪽 대각선 방향으로 오르면 이때부터 본격 산길이다. 여기까지 왔으면 들머리는 대충 찾은 셈. 이정석에서 30분.

솔가리와 낙엽이 수북한 운치있는 산길이다. 약간의 경사는 있지만 호흡이 긴 지그재그식 옛길이라 그리 힘들지 않다. 음지쪽엔 아직 잔설이 남아 있지만 산행엔 지장이 없다. 지능선까지는 대략 50분. 도중 두 번의 갈림길이 있지만 모두 우측으로 가면 된다.

1035봉에서 바라본 영남알프스 산군. 왼쪽부터 가지산중복 가지산 쌀바위 상운산 쌍두봉. 우측 마을이 그 유명한 산내 불고기단지이다.
1035봉에서 더 크게 본 주변 산세. 가운데 맨 뒤가 단석산, 그 앞으로 낙동정맥이 내달린다. 그 아랫마을이 소호리이다.


지능선에선 우측으로 향한다. 문복산과 고헌산 정상이 각각 보이고, 한 굽이 더 오르면 고헌산 2봉인 1035봉이 머리 위에 걸린다. 왼쪽 확 트인 지점에 서면 1035봉에서 이어지는 소나무가 빽빽한 낙동정맥능선~대현고개~목장을 지나 문복산과 운문령의 분기점인 895봉과 운문령이 한눈에 펼쳐진다. 마른 억새길을 지나면 우측으로 바위전망대. 발 아랜 들머리 신기마을과 저 멀리 운문령 가는 24번 국도가 뱀 기어가는 듯하다.

바로 위가 1035봉. 전망은 상봉보다 훨씬 더 좋다. 정면 돌탑 뒤 저 멀리 낙동정맥인 경주 단석산을 중심으로 우측으로 구미산 옥녀봉 벽도산 경주시내 소금강산 동대봉산 토함산 삼태봉 동대산 무룡산이, 그 앞 능선의 맨 오른쪽 국수봉을 기점으로 좌측으로 치술령 마석산 남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면 눈앞의 산허리에 길이 나 있는 산이 고헌산에 앞선 낙동정맥인 백운산이다. 고개 돌려 우측으로 고헌산 정상, 그 우측 연화산 무학산, 울산 문수산 남암산 꽃장산 대운산, 그 앞 능선으로 정족산 천성산2봉 천성산 금정산이 각각 확인된다. 그 오른쪽 앞 일자능선이 신불산, 그 앞 능선 우측으로 간월산 배내봉 오두산 송곳봉이, 24번 국도 끝 배내고개를 중심으로 오른쪽이 능동산, 그 뒤 오른쪽 천황산을 기점으로 좌측에 재약산 향로산이, 우측에 가지산중봉 가지산, 그 우측 앞으로 쌀바위 상운산 쌍두봉 지룡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가히 영남알프스 최고의 전망대라 부를 만하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방화선. 하루빨리 복원돼야 할 것이다.

이제 고헌산 정상으로 향한다. 폭 7, 8m의 방화선이 능선길을 갈라놓고 있다. 산불 확산을 막고 인력 투입을 쉽게 하기 위해 만든 방화선 탓에 억새는 길 좌우에 무성하지만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상봉은 10분 뒤, 삼각점이 있는 산불초소는 다시 3분 뒤에 닿는다. 울산 쪽 바다도 보인다.
정상석과 돌탑이 서 있는 고헌산 정상. 최근 국토지리정보원이 재측량한 결과 이웃한 봉우리가 높다고 표기해 '진짜' 정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산은 오른쪽 고헌사 방향. 삼각점이 있는 방향으로 직진하면 소호령 백운산 소호고개로 이어지는 낙동정맥길. 방화선을 따라 크고 작은 봉우리 4개가 보인다. 과거 기우제를 지냈다는 용샘은 삼각점 봉우리 남동쪽 아래 산사면 억새밭 쪽에 있다.

작은 돌탑을 지나 9분 뒤 갈림길. 오른쪽은 고헌사 신기마을 방향. 산행팀은 직진한다. 길은 점차 좁아지고 7, 8분 뒤 다시 갈림길. 우측 능선으로 올라선다. 이때부터 능선을 따라 직진만 하면 되지만 대신 조그만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해야 한다. 밧줄에 의지해야 할 정도의 바위길도 내려선다. 언양읍내도 차츰 가까이 다가오고, 왼쪽 저 멀리 경부고속도로가 철탑과 나란히 달린다. 정면의 울산 문수산과 남암산도 점차 근접해 온다.

삼각점 봉우리에서 1시간40분 뒤 임도. 우측으로 150m쯤 가면 오른쪽에 산길이 열려 있다. 곧 만나는 무덤 우측으로 하산길이 보인다. 15분 뒤 임도와 다시 만난다. 여기서 산을 벗어나는 도로까지는 7분 정도. 사실상 산행 끝. 여기서 굴다리와 도동노인정을 잇따라 지나 경의고·상북중학교 맞은편 24번 국도상의 버스정류장인 경의슈퍼 앞까지는 35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산불초소가 위치한 봉우리로 옮겨

고헌산의 해발고도는 널리 알려진 1033m보다 1m 높은 1034m. 산행 중 유심히 관찰한 산꾼이라면 알겠지만 2002년 10월에 삼각점을 지금의 정상에서 산불초소가 위치한 봉우리로 옮겼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항공사진측량 결과 이곳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것. 실제로 봐도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상황이 또 달라졌다. 국토지리정보원이 발행한 2006년판 지형도에는 그간 1020m로 표기돼 있던 봉우리가 갑자기 1035m로 변해 있다. 기존의 정상이 1033m, 삼각점과 산불초소가 있는 봉우리가 1034m이기 때문에 순순히 해발고도로만 따지면 예전의 1020m, 지금은 1035m봉이 정상이 돼야 한다.

 고헌산 정상 주변 방화선은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속된 말로 산을 다 망쳐놨다. 폭이 넓어봐야 7~8m에 불과한데 1000m 이상 고지의 강한 바람이 이를 넘지 못할까. 당시 정책을 입안한 공무원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공무원의 정책 실명제 도입이 절실한 대목이다.

대통골은 경사가 심한 난코스. 전통의 부산 대륙산악회 등산학교의 졸업등반코스인 이 길은 로프를 이용해야 할 정도로 제법 전문성을 요하는 코스여서 아마추어 산꾼들은 유의해야 한다. 참고하길.   


맛집 한 곳 소개한다. 언양시장 내 위치한 '쌀전곰탕(052-263-6846)'. 시장 내 7~8개 쇠머리곰탕집 중 가장 맛있기로 소문난 집. 35년 전통의 원조집이다. 시어머니와 함께 하다 3년전 며느리 김향화 씨가 물려받았지만 맛은 변함없다는 게 단골들의 전언이다. 국물이 투명하며 시원하다. 장날이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넘쳐난다. 6000원. 수육 1만5000~2만5000원. 언양시외버스터미널 후문에서 걸어서 1분 거리이다.

# 교통편 - 언냥터미널서 내려 석남사행 1713번 버스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언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 첫 차를 시작으로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10분 걸리고 2500원. 언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석남사행 1713번 울산 좌석버스를 타고 상북면 궁근정리 신기마을 앞에서 내린다. 오전 7시40분, 8시, 8시40분, 9시10분 등 20~30분 간격으로 있다. 1200원.

날머리 경의슈퍼 앞에서 언양행 1713번 좌석버스는 오후 2시40분, 3시25분, 4시15분, 4시40분, 5시10분, 5시40분, 6시10분, 6시40분, 7시30분(막차)에 있다. 현금 1300원. 언양에서 노포동행 시외버스는 20~3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언양 35번 국도(가지산 석남사)~창녕 밀양 24번 좌회전 뒤 언양시장 맞은 편 강변주차장(무료)에 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된다. 이럴 경우 길을 건너 언양시장을 관통해야 한다. 걸어서 5분 거리이다.






실제 천지봉, 지형도 상 표기와 달라
대체로 워킹산행, 구천산 정상은 암봉
단장면 감물리 출발. 걷는시간만 5시간40분
찾는 이 적은 청정산길, 영남알프스 보여

구천산 정상은 조망이 일품이다. 천지봉과 지형도 상의 천지봉인 삼각점봉 등 산행팀이 걸어온 능선이 한눈에 펼쳐지고, 그 뒤로 정각산 구천산(同名異山) 재약산 천황산 향로산 등 영남알프스 산군이 '한 일(一)'자로 펼쳐진다.

"할머니, 천지봉이 어느 것입니까."

오치, 바드리와 함께 밀양의 오지마을 중 하나인 단장면 감물리 구기마을 노인회관 앞. 귓잔등을 매몰차게 때리는 혹한이 휘몰아치는 평일 오전 등산복 차림의 멀쩡한 산꾼 두 사람이 70대의 촌로에게 다짜고짜 산이름을 물었다.

이 추운 겨울에 웬 등산이냐고 걱정을 하면서도 그 할머니는 천절하게 노인회관 뒷산을 가리키며 "저거야"라고 답했다.

산행 전 생각했던 봉우리와 달라 이번엔 다른 할머니께 똑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돌아온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한번 더 여쭤보자 그 할머니는 퉁명스럽게 한마디를 더 던졌다. "나, 이 마을에 60년 살았어."

들머리 구기노인회관에서 본, 마을주민들이 지칭한 천지봉.

지형도 상의 천지봉. 삼각점이 있다.


 지형도에 표기된 산이름과 실제 현장에 와서 확인해보니 달랐던 전형적인 사례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3월 '영남알프스 맥따라 산길따라'라는 등산지도를 펴낸 대한백리산악회 이병진 산행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개인이나 기관이 등산지도를 발행할 땐 국토지리정보원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현재 산꾼들로부터 천성산, 천성산제2봉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은 옛 명칭인 원효산 천성산으로 각각 표기하도록 지시해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년 전 양산시는 그간 원효산 천성산으로 불리던 봉우리를 지역 내 문화원 등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아 각각 천성산, 천성산제2봉으로 공식적으로 정리했다.

그러면서 이 대장은 "이의가 있다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문서와 함께 이의신청을 하라는 퉁명스러운 국토지리정보원 담당자의 한마디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부기관이 우리나라의 하고 많은 산들을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산에 대한 애정이 많아 잘못된 산이름을 제보하려고 해도 절차가 왜 이리 까다로운지 한결같이 두 손을 들고 만다.

만일 산행팀이 취재 중 마을촌로나 산중 암자 내 노승으로부터 그간 묻혀 있던 산이름을 되찾았다고 가정하자. 현행법에 의한 절차는 해당 지자체의 지명위원회와 광역자치단체의 지명위원회를 거쳐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명위원회 등 3단계의 지명위원회를 거쳐야 공식적으로 본래 이름을 되찾을 수 있다. 500m대의 동네 뒷산 이름을 바꾸려고 누가 이런 일련의 과정을 총대를 매고 하겠는가.

이번 주 산행지는 밀양 천지봉~구천산.   
 
구체적 경로는 단장면 감물리 구기노인회관~천지봉(626m)~깨밭고개~무안 박씨묘~삼각점(629m·지형도 상 천지봉)~옛 헬기장~삼거리 임도(지형도 상의 당고개)~당고개~구천산·만어산 갈림길~옛 헬기장~구천산(639m)~옛 헬기장~구천산·만어산 갈림길~밀성 손씨묘~감물리 용소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40분.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 대로 산행을 했다면 빨리 끝났을 텐데 마을주민들이 제대로(?) 알려주는 바람에 이웃한 봉우리를 하나 더 넘어 산행은 예정보다 2시간이나 더 걸렸다.



찾는 이가 거의 없는 청정산길이다. 이정표가 없어 길찾기에 유의해야 할 지점을 몇 차례 만나지만 그때마다 국제신문 노란 리본을 촘촘히 달아놓았다.

산행의 큰 그림은 구기마을 뒷산인 천지봉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돌아 맞은편인 구천산을 찍고 감물리 구기마을과 이웃한 용소마을로 하산한다. 들머리에서 전 구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구천산 정상만 약간 위험한 암봉이며 전체적으론 워킹산행이다. 구천산에선 영남알프스 산군과 밀양 김해 양산 쪽 봉우리는 죄다 확일될 정도로 조망이 일품이다.

구기마을 노인회관 우측 화장실 뒤로 보이는 산이 마을주민들이 말하는 천지봉, 거기서 시계 방향으로 돌아 3시 방향쯤에 위치한 봉우리가 지형도상의 천지봉이다. 천지봉과 마주보고 있는 푹 꺼진 지점이 단장면과 삼랑진읍의 경계인 당고개이고, 당고개 우측 높은 봉우리가 구천산이다.

산행은 노인회관을 정면으로 보고 좌측 첫 번째 골목 포장로로 올라간다. 4, 5분쯤 가다보면 좌측 마른 억새 사이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푹신푹신한 솔가리와 낙엽이 뒤섞인 부드러운 산길이 기다린다. 무명봉을 살짝 넘고 봉분이 낮은 묘지를 지나면 우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들머리에서 20분. 지형도상의 천지봉과 당고개 구천산, 당고개 뒤 천태산 자락이 확인된다.

산행 중 뒤돌아본 모습. 가운데 잘록이가 단장면에서 삼랑진으로 이어지는 당고개, 그 우측이 구천산이다. 당고개 뒤로 보이는 산이 천태산이다.  
구천산 아래 감물리의 계단식 논이 인상적이다.

이어지는 오름길. 얼마 전 내린 눈이 음지에 남아 있지만 걷는데 지장은 없다. 15분 뒤 발걸음은 시나브로 산허리길로 가고 있다. 천지봉을 오르지 않고 우회하는 길이다. 약간 더 가봐도 능선길은 없고 산허리길이 뱀처럼 이어진다.

산행팀은 되돌아와 하얀 막걸리병이 잔 가지에 꽂혀 있는-이런 표시는 대개 무덤가는 길이다-지점으로 치고 오른다. 4분 뒤 예상했던 대로 묘지에 닿는다. 이후 길은 없다. GPS기기를 보니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아 그냥 치고 오른다. 9분 뒤 산길이 뚜렷한 능선 위로 올라선다. 왼쪽으로 30m쯤 떨어진 지점이 돌탑이 있는 천지봉 정상. 돌탑 좌측 나목 사이로 구천산 금오산 매봉이 보인다.

마을주민들이 말한 천지봉 정상. 돌탑이 서 있다.

돌탑을 보고 우측 능선길을 계속 걸으면 가래봉을 거쳐 단장면 단장리 동화마을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동화마을 반대 방향으로 향한다. 내리막길로 유난히 쓰러진 나무들이 이어진다.

8분 뒤 갈림길. 반듯한 좌측 오르막 대신 우측으로 내려서다 6분 뒤 무명봉을 살짝 넘으면 일순간 급내리막길로 돌변한다. 그 종착역은 너른터. 깨밭고개다.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눈길을 끈다. 좌측은 단장면 국전리, 우측은 들머리 감물리 구기마을로, 당초 산행팀이 시작하려고 했던 지점이다.

깨밭고개의 아름드리 느티나무.

정면 아름드리 송림터널로 직진하며 올라선다. 5분 뒤 무안 박씨묘. 얼마 전 묘를 써 검은 천이 둘러쳐져 있다. 시야가 트여 정면 무명봉을 기점으로 왼쪽 구천산, 우측 안테나가 보이는 봉우리가 만어산이다.

앉은 터가 시원한 무안 박씨묘.
무안 박씨묘에서 본 만어산.(우측)

직진한다. 8분 뒤 갈림길. 우측 당고개 구천산 방향으로 간다. 왼쪽으로 취경산 명필봉에서 금오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12분 뒤 또 갈림길. 왼쪽 반듯한 산허리길 대신 우측 봉우리로 오른다. 13분 뒤 삼각점봉. 지형도 상의 천지봉이다. 삼각점 약간 못미쳐 우측으로 만어산과 감물저수지가 보이고, 만어산 우측 뒤로 종남산 우령산, 좌측 뒤로 덕대산이 확인된다. 감물리 계단식 논도 놓쳐선 안 될 볼거리다.

하산은 직진. 9분 뒤 이번엔 좌측으로 신불 영축 오룡산 등 영남알프스가 보인다. 안부에선 길찾기에 유의해야 한다. 반듯한 좌측 오름길 대신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마른 억새가 을씨년스럽게 장막을 치고 있는 옛 헬기장. 좌측으로 길이 열려 있다. 아멘청소년수련장이다. 철조망과 5, 6m 간격을 두고 걸으면 10여 분 뒤 임도에 닿는다. 좌측은 금오산 약수암 방향. 우측 감물리 방향으로 10m쯤 가면 좌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이때부터 산길은 없다. 사실 산행팀도 한 차례의 '알바' 끝에 겨우 찾았다. 크게 봐서 좌측으로 내려선다. 5분이면 지형도상의 당고개에 닿는다. 앞선 임도에서 좌측 금오산 약수암 방향으로 가면 이 지점과 만난다. 이곳에선 좌측 삼랑진 안촌 방향 대신 우측으로 발걸음을 100m 정도 옮기면 정면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이 길에 앞서 곡각지점에 열린 산길은 금오산에서 내려오는 길이다. 참고하길.

50m쯤 너른 길을 따라가면 일순간 소로로 변한다. 이제 우측 저 멀리 감물저수지가 보여 산행이 거의 종반임을 확인할 수 있다. 20여 분 뒤 마을 수호신격인 당수나무가 서 있는 당고개에 내려선다. '영축지맥 당고개'라 적힌 조그만 팻말이 눈에 띈다. 좌측 삼랑진 하부댐, 직진하면 구천산, 우측은 감물리, 우측 뒤쪽은 금오산 약수암 방향이다.

당수나무가 있는 당고개.

당고개임을 알려주는 작은 팻말.


팻말 우측 열린 산길로 오른다. 20분 뒤 갈림길. 반듯한 좌측 우회길 대신 직진형 우측인 능선길로 올라선다. 9분 뒤 만어산·구천산 갈림길. 우측 만어산 대신 좌측 구천산 방향으로 향한다.

8분 뒤 옛 헬기장을 지나면 암릉에 올라선다. 구천산은 정상 부위만 암릉이다. 조금 더 오르면 두 세 사람이 겨우 서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조망이 압권이다. 금오산이 손에 잡히고, 맨 뒤 능선 좌측에서부터 우측으로 정각 구천 천황 재약 향로 신불 영축 오룡 염수 토곡산 등이 확인된다.

구천산 정상.
구천산 정상에서 바라본 맨 뒤 '한 일(一)'자의 일영남알프스 산군.
구천산 정상에서 시선을 약간 돌리면 금오산(가운데)이 보인다.
구천산 정상부는 암릉으로 이뤄져있다.

통상 이쯤에서 하산하지만 조금 더 암릉을 타면 '영축지맥 구천산 640m'라고 적힌 팻말과 돌탑이 눈에 띈다. 얼핏 보기엔 앞선 암릉이 더 높은 것 같다.

하산은 왔던 길로 내려선다. 옛 헬기장을 지나 만어산·구천산 갈림길에서 올라왔던 우측길 대신 만어산 방향으로 직진한다. 5분 뒤 묘지 앞 갈림길. 묘지 좌측으로 직진하면 만어산 방향,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1분 뒤 역시 묘지 앞 갈림길. 직진형 왼쪽으로 가서 밀성 손씨묘를 지나면 8분 뒤 산을 벗어난다. 우측 당고개에서 300m 떨어진 지점이다.

산을 벗어나 들머리로 가는 도중 바라본 천지봉(왼쪽)과 지형도 상의 삼각점봉(약간 보이는 우측 봉우리).

이젠 좌측 들머리로 향한다. 용소마을회관을 지난다. 구기노인회관까지는 37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청정마을에 부는 개발 바람, 주민들 반대 투쟁

들머리 단장면 감물리는 오지 속의 오지이다. 과연 오치, 바드리와 함께 밀양의 3대 오지라 불러도 될 법하다.

마을 한 가운데 커다란 저수지가 위치한 감물리는 현재 생수공장 개발 허가 때문에 흉흉하다. 마을 입구에 '물없는 땅 어느 누가 살 수 있나-생수공장 반대 주민대책위'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주민들은 샘물공장이 들어설 경우 수자원 고갈 등의 이유를 들어 수년 전부터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공장 앞을 가로막거나 밀양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으며 할머니를 비롯한 주민들은 복면을 쓰고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7년째 재판이 이어졌는데도 해결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주민들은 지쳐만 가고 있다. 이 평온한 마을에 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는지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청정지역인, 천지봉~구천산에 살포시 둘러싸인 감물리의 해질녘은 무척 아름답다. 밤에도 불을 밝히는 고추나 깻잎 비닐하우스가 감물리 저수지에 투영될 땐 진주 남강 위에 떠있는 유등처럼 황홀하기까지 하다.


◆ 교통편 - 밀양터미널서 감물리행 버스 하루 2대 뿐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밀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매시 정각에 출발한다. 주말(토, 일요일)에는 오전 9시40분과 오전 10시20분에도 있다. 1시간 소요. 4000원. 밀양터미널에서 들머리인 감물리행 버스는 오전 8시10분, 11시50분에 있다. 1500원. 날머리 감물리 정류장에서 밀양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 5시, 7시(막차)에 있다. 밀양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매시 정각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8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24번~표충사 단장 1077번~금곡교 지나~감물 방향 우회전~감물리 이정석~중리 구기 좌회전~구기마을 0.7㎞ 표지석 좌회전~구기노인회관 순.

경주땅 서쪽 건천읍 오봉산 여근곡
유학사서 출발, 걷는 시간만 3시간 
건천IC서 나와 차로 대략 10분 걸려


#1. 1996년 이맘때 경주 서쪽의 건천(乾川)땅 한 마을 뒷산에 큰 불이 났다. 북쪽 산자락에서 연기가 치솟더니 반대편인 남쪽 기슭까지 온 산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당시 이 광경을 목격한 한 주민은 "세찬 바람까지 몰아쳐 봉태기만한 불길이 휙휙 날아다녀 반나절 만에 산 하나가 홀랑 다 타버렸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산의 한가운데 여성 성기를 닮은 독특한 형상의 한 지점은 신기하리만치 화마를 피했다.

#2. 시간의 화살을 천 년 전으로 되돌려 서기 636년. 신라 27대 선덕여왕 5년, 한겨울인데도 개구리 떼가 영묘사(靈廟寺) 옥문지(玉門池)라는 못에서 사나흘 계속 울어대는 괴이한 일이 발생했다. 신하들이 불길한 흉조라고 수근거리자 선덕여왕은 두 장수를 불러 "지금 당장 서쪽으로 가서 여근곡이라는 곳을 찾으면 그 안에 백제군이 숨어 있을 것이니 반드시 찾아 죽이시오"라고 명령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500여 명의 백제군이 매복해 있어 출동한 신라군은 적군을 포위해 섬멸했다.

승리하고 돌아온 장수와 신하들이 여왕에게 어떻게 적군의 매복을 알게 됐는지 자초지종을 묻자 여왕은 이렇게 답했다. "성난 개구리는 병사의 상(像)이요, 옥문은 곧 여근(女根)이다. 여자는 음(陰)이고 그 빛은 흰데, 흰색은 곧 서쪽을 의미한다. 해서, 서쪽의 여근곡에 적이 있음을 알았다. 또 남근(男根)이 여근에 들어가면 반드시 죽기 때문에 적을 쉽게 잡을 줄 알았다." 삼국유사 지기삼사(知幾三事) 편에서 선덕여왕의 뛰어난 예지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주 오봉산 여근곡(女根谷). 위 두 사례는 모두 이곳을 염두에 둔 설명이다.

        만추의 여근곡. 일년 중 이때가 가장 선명한 모습을 보인다.

여름철 여근곡.

위 사진의 능선 우측 부분을 확대한 사진. 영락없는 임신부가 누워 있는 모습이다. 
 하산길, 다시말해 산너머에서 본 오봉산. 위 사진의 반대편에서 본 모습이다. 나머지 하나(오봉산 정상)은 우측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

겨울철 여근곡.
여근곡 샘. 여근곡이 여성의 성기라면 이 샘은 음핵부분에 해당될 듯하다.
산행 들머리 유학사 경내 여근곡 청정수. 위 사진의 여근곡 샘에 호스를 묻어 이곳으로 끌어온 물이다.

아마도 눈썰미 있는 사람들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구 쪽으로 갈 때 건천나들목과 경주터널 사이의 왼쪽 방향에 위치한 이 성스러운 모습을 한번쯤 봤을 수도 있을 게다. 이 구간은 고속도로가 중앙선 열차 및 4번 국도와 나란히 내달려 역시 목격 가능하다.

드넓은 벌판에 위압감을 주지는 않지만 병풍처럼 남북으로 길게 솟은 산줄기 한가운데 길둥근 모양의 두둑과 골이 절묘하게 조합돼 마치 음문 그 자체를 보는 듯하다. 그 음문을 둘러싸고 있는 지세까지 고려한다면 마치 '여성' 그 자체를 적나라하게 보고 있는 듯해 민망할 정도이다.

이 여근곡 깊숙이 등산로가 열려 있다. 신기하게도 여근곡 아랫 부분, 다시 말해 음핵쯤 해당되는 부위에는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샘이 있다.

산행은 건천읍 신평리 유학사~여근곡 샘~삼거리 안부(주능선)~멋진 전망대~임도(주사암 가는 길)~오봉산(633m·산불감시초소)~임도~주사암~마당바위~잇단 암봉~주사암~주사골~서면 천촌동회관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 안팎. 하지만 기암괴석 아래 절묘한 터에 위치한 천년고찰 주사암과 부산성 마당바위 그리고 간혹 만나는 멋진 전망대에서의 조망 등으로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GPS 도움=GPS영남 (http://cafe.daum.net/gpsyn)
    
들머리는 유학사. 하지만 절 입구에 위치한 '여근곡 전망대'에 잠시 들러 여근곡을 먼저 보자. 숲을 나와야 숲이 보이듯 여근곡을 품은 오봉산 전체가 한눈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시선을 맨 우측 능선으로 돌리면 임신한 여인의 누운 모습도 확인된다. 실제론 여인의 머리 부분이 오봉산 정상이며 나머지 4개의 암봉이 정상과 합쳐져 오봉산(五峰山)으로 불린다.

유학사 대웅전 좌측에는 '여근곡 청정수'라 적힌 샘터가 있다. 바로 산속 여근곡 샘에서 호스로 끌어온 물이다. 한 모금 들이켜고 바로 옆 돌계단으로 오르며 산행은 시작된다. 입구엔 '오봉산, 여근곡 300m'라고 적혀 있다.

송림길이다. 곧 작은 골짝-아마 이 부분이 멀리서 보면 음핵 우측 작은 골이 될듯 싶다-을 지나면 주변 바닥이 눅눅하게 젖어 있다. 여근곡 샘이자 천년 전 백제군이 매복한 장소이다. 샘터 흔적도 있는 데다 등산로 상에 있어 놓치진 않는다. 오래 전 호스를 묻어 샘물을 유학사 경내로 빼내 겨우 한 방울씩 흐를 뿐이다. 대자연이 뿜어내는 음기를 바로 앞에서 직접 체감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묘한 느낌이 스쳐감을 지울 수 없다.
  
여근곡 샘 좌측 골짝을 건너면서 산행은 이어진다. 오름길이지만 지그재그길이어서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 산행 전 마을주민들에게 들은 대로 좌우측 골 안쪽에는 화마의 흔적이 거의 없지만 벗어나기 무섭게 불에 그을린 흔적이 자주 눈에 띈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20분쯤 힘겹게 오르면 일순간 경사가 거의 없는 길을 만난다. 산길 좌측은 여근곡의 큰 골짝이다. 대여섯 기의 묘지를 지난다. 세 번째 묘지 사이로 잠시 가보자. 반듯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갈 수 있다. 여근곡의 정점인 일명 '소산'을 확인해보기 위함이다. 과연 소문대로 너른 평지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의 2만5000도폭 지형도상의 소산 위치와 산 아래 주민들이 말하는 위치는 다르다. 참고하길.

이어지는 낙엽길은 좌측으로 휘어지며 오름길이 시작된다. 스케일이 아주 큰 지그재그길이다.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길 좌우에는 집채만한 크기의 바위들이 눈에 띈다. 대여섯 기의 묘지에서 27분이면 주능선에 올라선다. 동시에 삼거리 안부이다. 왼쪽은 건천IC 방향,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곳은 사적 제25호인 부산성(富山城). 신라 문무왕 3년 완공된 석성으로 주사산성으로도 불린다. 정면으로 보이는 산줄기 또한 모두 부산성이다.

우측으로 향한다. 능선 자체가 돌무더기로 산성의 흔적이 역력하다. 5분 뒤 멋진 전망대. 우측 건천읍, 좌측 서면, 발아래로 경부고속도로와 여근곡 전망대가 확인된다. 정면 구미산을 기점으로 왼쪽으로 인내산 만불산이, 오른쪽으로 선도산 동대봉산 토함산 벽도산 남산 마석산 등도 보인다. 전망대 좌측으로 가면 오봉산 정상도 보인다.

 이후 50m 정도 산성을 밟고 내려가다 올라선다. 역시 지그재그길이다. 9분 뒤 좌측 전망대에 서면 단석산이 우뚝 솟아 있고 그 왼쪽으로 입암산과 매봉이 확인된다.

이제 11시 방향으로 보이는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 5분 뒤 뜻밖의 임도. 주사암 가는 길이다. 200m쯤 걸으면 우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입구에 파평 윤씨묘가 있다.

묘지 좌측으로 오른다. 5분 뒤 세 개의 바위가 키재기를 하고 있다. 제일 가까운 바위는 코가 축 늘어진 코끼리를 빼닮았다. 곧 정면으로 정상이 보일 무렵 우측으로 누운 임신부의 모습을 한 다섯 봉우리가 모두 보인다.

오봉산 정상은 코끼리바위에서 9분. 초소와 무덤이 있다. 하산은 직진한다. 등산로에서 주사암으로 가는 길은 막아 놓아 임도로 내려간다. 주사암은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기도도량. 기암절벽 사이로 앉은 터가 절묘하다. 절에서 바로 올라가는 산길이 없어 앞서 왔던 임도로 되돌아가 등산로로 올라선다.

김유신 장군이 병사들과 휴식을 취했던 곳으로 알려진 마당바위. 일명 지맥석이라 불린다.
건너편에서 본 마당바위. 수직형 절벽이라 끄트머리에서 보면 아찔하다.

오봉산 정상. 정상에 위치한 산불초소에 근무하는 경방원 아저씨다.
 오봉산 정상 인근에 위치한 주사암.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기도 도량이다. 

이제부턴 4개의 봉우리를 지난다. 기도터가 있는 연립주택 크기의 바위를 지나면 두 개의 갈림길이 잇따라 있다. 두 번째 갈림길서 좌로 가면 얼추 100명 정도 쉴 수 있는 너럭바위가 나온다. 마당바위 또는 지맥석이다. 건너편에서 보면 사면을 깎아 세운 듯 기가 막히며 직접 끄트머리로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이곳은 부산성 일대가 한눈에 보여 이 성이 당시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이곳은 또 김유신 장군이 병사들과 쉰 곳으로 전해온다. 참고로 주사암에서 산길로 오르기 전 잠시 임도를 따라 150m쯤 내려가면 부산성 안내판이 나온다. 이 안내판 뒤 배추밭은 김유신 장군이 수련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지는 산길은 내리막길. 낙엽길을 지나 암봉을 우회한 뒤 또다시 낙엽 내리막길을 지나 오르면 마지막 암봉. 결국 정상, 주사암 뒤 암봉, 기도처 있는 암봉, 그냥 우회하는 암봉에 이어 5번째인 셈이다. 능선 끝에는 거의 절벽. 좌측 발아래 마을이 하산할 서면 천촌동. 예전엔 길이 없었지만 최근 누군가 굵은 밧줄을 설치해 놓았는데 일반인이 내려가기에는 아주 위험하다.

산행팀은 주사암으로 되돌아가 계곡길로 천촌동으로 내려설 계획. 주사암 공양간에서 부도를 지나 내려선다. 150m쯤 내려오면 갈림길. 우로 간다. 수북한 낙엽길이다. 이때부터 30~40m 간격으로 좌우 방향으로 산길이 계속 꺾이니 유의하길. 일부 구간은 낙엽 깔린 돌길이 제법 위험하다. '주사암 가는 길'이라 적힌 팻말과 물 마른 작은 계곡도 지난다. 20여 분 뒤엔 우측 머리 위로 마당바위가 잘 보이고 여기서 13분 뒤 정면으로 저수지가 보일 무렵 우측으로 오봉산을 이루는 다섯 봉우리가 뚜렷하게 손에 잡힌다. 5분 뒤 저수지에 닿고, 여기서 16분이면 천촌동회관에 도착한다. 주사암에선 56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여근곡,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성(性) 관련 민간신앙 대상물   
 
선덕여왕의 뛰어난 예지력을 보여준 영묘사 옥문지 개구리 떼는 당시 왕궁이었던 반월성과는 직선거리로 500m였다. 경주땅 서쪽 끝에 위치한 여근곡과는 10㎞, 차로 10분 거리이다.

지금 영묘사터에는 비구니 사찰인 흥륜사라는 절이 있다. 참고로 '신라의 미소'로 불리는 얼굴무늬 수막새가 출토된 곳이 바로 영묘사터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성(性) 관련 민간신앙 대상물인 여근곡과 관련, 전해내려오는 설이 일부는 설득력이 없지만 재미가 있어 일부 소개한다.

새로 부임하는 경주 부윤은 그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일부러 안강 쪽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고,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선비들은 '보게 되면 재수가 없다' 하여 애써 고개를 돌려 지나갔다고 한다.

한국전쟁 때 파죽지세로 남하하던 인민군이 경주 점령 직전에 한번 브레이크가 걸린 것도, 백제군이 유독 오봉산 여근곡 인근인 건천땅에만 오면 이상하리만치 힘을 쓰지 못한 것도 모두 여근곡 음기 덕분으로 전해온다. 또 한국전쟁 당시 행군하던 미군들이 여근곡을 보며 탄성과 야유를 지르며 야단법석을 떤 것도 모두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또 여근곡 샘을 작대기로 휘저으면 마을 여자들이 바람이 난다 하여 한때 외지 남자들의 접근을 막기도 했다고 전해온다. 여근곡에서 보이는 들판도 원래 이름이 '썹들'이었지만 우스갯소리로 '씹들'이라고 짓궂게 부르기도 한다.

오봉산은 주사산 닭벼슬산 오로봉산 부산(富山)으로도 불린다. 산행 중 만나는 부산성(富山城) 안내판과 주사암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오봉산 건너편 산줄기에도 산성이 있기에 부산(富山)을 오봉산보다 큰 개념으로 봐도 무관할 듯싶다. 부산성의 길이는 7.5㎞에 달한다.

유학사 입구 '여근곡 전망대'는 꼭 둘러보길 권한다. 수석수집가인 주인장 박용 씨가 발품을 팔아 모은 여근과 남근을 닮은 희귀 수석을 비롯한 볼거리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건천읍에는 흑염소 불고기(사진)가 아주 유명하다. 가장 유명한 집이 20년 전통의 '당나무식당'(054-751-0975)이다. 흔히 여성을 위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신농본초경과 동의보감에 따르면 흑염소 수놈은 남성강화 식품이다. 이 또한 여근곡의 음기와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 1인분 1만2000원. 육개장이 아주 맛있다. 건천IC에서 대구 가는 방향 길가에 위치해 있다. 차로 1분 거리.

흑염소 불고기.

굽기전 흑염소 불고기.

흑염소 육회.

◆ 교통편 - 경부고속도로 건천IC로 나와 경주 영천 방향으로 좌회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천IC~경주 영천 4번 좌회전~건천~(좌측 여근곡 팻말 보고 좌회전해도 상관없음)~굴다리~대구 영천 방향 좌회전~건천읍사무소 지나~윗장시마을 정류장 보고 좌회전(여근곡 주사암 유학사 팻말)~철길 건너~원신~여근곡 전망대~유학사 주차장 순.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 옆 고속버스터미널 앞 정류장에서 300번, 305번 좌석버스를 타고 건천읍 윗장시마을 정류장에서 내린다.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분 걸리며 1500원. 날머리 서면 천촌동회관에서 경주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2시20분, 4시50분, 6시50분, 7시50분, 8시50분(막차)에 있다. 차를 회수하기 위해선 개인택시(054-751-6478)를 이용해야 한다. 천촌동회관에서 유학사까지 1만2000원.산행대장=이창우

리본·기사보며 산행하는 문화 만들어

서울·대전서도 "산행지 결정에 영향"
無名山 문헌·증언 통해 이름 찾아줘
몸 담은 기자만 7명·산행대장도 3명


인기리에 연재 중인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가 13일(2006년 10월) 자로 500회를 맞았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어느새 훌쩍 넘겨버린 것이다. 돌이켜 보면 정말 곡절이 많았다. 내부적으론 너무 오래됐으니 이제 막을 내리자는 고비를 두어 번이나 넘겼고, 외부적으론 질시의 대상이 돼 한동안 산행 안내 리본이 난도질 당하는 아픔도 수 차례 겪었다. 정말 앞뒤 안 보고 쉼없이 달려왔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지나온 길을 반추해보고 향후 갈 길을 짚어본다.


#부울경을 넘어 이제 전국구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春 보성 일림산 철쭉.  
 
 
지난 7월 국제신문 주말레저팀은 '올빼미 산꾼들'을 주제로 야간산행을 특집기사로 다룬 적이 있다. 당시 취재대상이었던 야간산행 동호회 '달빛 따라 산길 따라(cafe.daum.net/msms2)'의 카페에는 보도가 나간 뒤 놀랄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회원 가입자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부산·울산·경남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신문에 보도된 이후 가입한 신입 회원의 3분의 1 정도가 서울 경기 충청 전라 경북 등 국제신문이 배달되지 않은 지역이었다.

동호회 권헌영 회장과 김삼문 산행대장은 이러한 사실이 너무 궁금해 신입 회원들의 가입동기를 일일이 확인해 본 결과 부산·울산·경남지역은 물론 타 지역의 모든 신입 회원들이 가입동기로 국제신문의 '달빛 따라 산길 따라'의 기사를 보고 야간산행에 관심이 생겨서라고 적어놨다고 밝혔다.

때문에 권 회장과 김 대장은 "시중에 회자되고 있는 '산을 좀 타는 산꾼이라면 이제 지역을 불문하고 국제신문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김 대장은 한가위 명절 때 국제신문의 위력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다.

대전의 모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친동생이 최근 등산하는 재미에 빠져 주말이면 거의 거창이나 함양의 산을 찾는다고 말해 꼼꼼히 물어봤다. 그도 그럴 것이 동생은 몇 년 전만 해도 산과 담을 쌓고 지냈기 때문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夏 구만산 구만폭포
 
김 대장에 따르면 동생은 40이 넘으면서 격무로 차츰 건강에 적신호가 오자 연구소 등산모임에 가입했다. 그러던 중 산행대장을 비롯한 모든 회원들이 국제신문의 근교산 시리즈를 매주 보면서 산행지를 정하고 있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것. 그러면서 "동생은 국제신문이 소개한 거창 함양의 근교산은 이제 연구소 등산모임의 바이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김 대장은 전했다.

대전뿐만 아니다. 국제신문 취재팀은 산이라는 매개로 전국의 산꾼들과 교류를 하고 있다.

영남알프스 종주를 하다가 길을 잃은 광주의 한 의사 산꾼은 캄캄한 밤에 우연히 국제신문의 노란 리본을 보고 연락, 이창우 산행대장의 도움으로 무사히 하산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 취재팀의 무등산 산행 때 그의 도움을 받았다.

이런 일도 있었다. 기자는 우연히 서울의 한 아마추어 산꾼으로부터 책 한 권을 우편으로 받았다. 일면식이 없는 그였기에 기자는 직접 전화를 해 사연을 물어봤다.

그는 영남알프스를 홀로 산행하다 길을 잃었는데 우연히 발견한 국제신문의 리본을 보고 겨우 산행을 마쳤다. 이후 그는 국제신문이 '근교산'이라는 보석같은 방대한 자료를 갖고 있음을 뒤늦게 깨닫고는 산행 때마다 국제신문 홈페이지에서 얻은 많은 자료를 활용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만일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가 없었다면 책 저술기간이 훨씬 길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팀은 또 우리 마을의 숨은 산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도 거절할 수 없었다. 대표적인 곳이 진주의 광제산~집현산. 제보자는 진주시 명석면의 면장이었다.

고향에 부임한 그는 어릴 때 놀던 토종 소나무숲인 광제산이 현 시점에서 볼 때 최적의 산행지라 확신, 취재를 요청해 소개한 결과 많은 산꾼들이 찾아왔다고 고마움을 전해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秋 설악산 단풍
 


#신문의 시리즈 기사로는 전국 최장수

지난 1996년 1월 4일 '기장 달음산~철마산 종주산행(상)'을 시작으로 첫발을 내디딘 뒤 장장 10년9개월 만인 2006년 10월 13일 500회의 위업을 달성했다.

사실 근교산 시리즈는 이보다 3년 앞선 1993년 1월 '가볼 만한 근교산'이라는 타이틀로 부산의 진산 '금정산' 편을 소개한 후 이듬해 11월 87회 '밀양 정각산' 편을 마지막으로 1년10개월 간 연재됐다. 만일 '가볼 만한 근교산' 87회를 포함한다면 지금의 근교산 시리즈는 600회를 바라보는 셈이 된다.

이런 연유로 3년 뒤 재출발한 시리즈의 제목은 '다시 찾는 근교산'으로 변했고, 2003년 10월부터는 전국의 모든 산을 취재산행 대상지로 한다는 취지에서 '근교산&그 너머'로 새롭게 변신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해서, 근교산 시리즈는 횟수만으로 볼 때 전국의 모든 신문에서 연재되고 있는 시리즈 중 최장수를 달리고 있으며, 따라서 근교산 기사가 매주 한번씩 게재될 때마다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것이다.

근교산 시리즈가 전국의 독자들에게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비결은 현지 취재에 따른 철저한 현장답사와 산행 후 미비점을 자료분석과 함께 전화로 재차 확인하는 취재의 기본을 한결같이 유지한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숨은 계곡과 능선이 지면을 통해 새로운 등산로로 등장하면 산행에 나서고 싶어도 산길을 몰라 감히 떠나지 못했던 초보 산꾼들도 누구나 쉽게 국제신문 리본을 보고 산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초보 산꾼은 물론 베테랑 산꾼들도 '이곳에 이런 코스도 있었나'라며 감탄을 잊지 않는다.

최근에는 등산 인구가 증가하면서 가족산행이 늘어 대중교통편 대신 승용차를 타고 손쉽게 다녀올 수 있는 원점회귀 코스를 집중적으로 개발해 산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산정산악회 김홍수 산행대장은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가 외풍에 흔들림없이 꾸준하게 산행인구의 저변을 넓히는 데 적지않은 공헌을 했다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冬 괘관산 설경
 


#'용장 밑에 약졸 없다' 최강의 산행대장

   
10여 년 간 근교산 시리즈에 몸을 실은 기자만 해도 배병주 박명도(퇴직) 조해훈 조봉권 박병률 김용호 기자 등 6명. 기자를 포함하면 7명인 셈이다.

하지만 근교산 취재팀을 실제로 이끈 숨은 공로자는 바로 산행대장들이다. 사실 취재기자들은 산행대장의 진두지휘 아래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할 뿐 근교산이라는 작품의 연출자는 산행대장이다.

국제신문의 역대 산행대장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부산을 대표하는 산악인이다. 용장 밑에 약졸 없듯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근교산이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대 산행대장은 부산 산악계의 원로인 성산(75) 씨, 2대 산행대장은 건건산악회의 고문이자 베테랑 산악인 최남준(67) 씨, 3대 산행대장은 대학산악부 출신으로 독도법으로 부산 최고를 자랑하는 이창우(47) 현 산행대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좌로부터 성산 초대 산행대장, 최남준 2대 산행대장, 이창우 현 산행대장.


성산 씨가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의 토대를 닦았다면, 최남준 씨는 주춧돌을 세웠고, 지금의 이창우 산행대장이 '근교산'이라는 멋진 건물을 올린 셈이다.

초대 근교산 취재기자였던 배병주 현 논설위원은 "당시로선 생소했던 산행안내 기사인 근교산 시리즈를 준비하다 보니 산행대장이 필요해 부산 산악계를 수소문한 결과 성산 씨가 적임자로 추천돼 직접 대륙산악회 사무실을 찾아가 모셨다"고 회고했다.

지금도 매일 아침 2시간씩 조기 등산을 한다는 성산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근교산 시리즈가 500회를 맞았다니 감회가 새롭다"며 "앞으로도 1000회, 2000회로 꾸준히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가볼 만한 근교산'을 성산 씨가 거의 맡았다면 최남준 씨는 '다시 찾는 근교산'의 산행대장으로 사실상 근교산 시리즈의 틀을 닦은 숨은 공로자였다. 최남준 씨는 바쁜 생업의 와중에서도 산행 전 반드시 답사를 하는 성실함을 보여 취재기자의 짐을 덜어줬다. 지금의 이창우 산행대장이 최남준 씨와 산행을 함께 하면서 (물론 결과론이지만) 산행대장 수업을 받은 것도 그때였다.

최남준 씨는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등산로가 없어 100%가 개척산행이었다"며 "등산로가 없는데다 웃자란 잡목이나 억새에 가려 동행한 기자와 산꾼들이 전혀 보이지 않아 고생깨나 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최 씨는 "국제신문은 전국의 어떤 언론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산행 부문에선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며 앞으로의 건승을 빌었다.

현 국제신문 산행대장인 이창우 씨는 설명이 필요없는 부산을 대표하는 산꾼. 정확히 1998년 1월 22일 90회 대운산 편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예의 성실성으로 근교산 시리즈를 이끌고 있다.

일년 중 추석이나 설날 등을 제외하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근교산 시리즈를 이끈 그는 산길 찾기에 대한 동물적인 감각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 그리고 빼어난 독도법 등 산행대장으로서의 3대 덕목을 모두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그의 머릿속에는 대운산 천성산 등 부산근교의 산과 영남알프스의 모든 계곡과 능선이 입력돼 있어 '살아있는 GPS'라 불린다.

실제로 최근 기자는 그동안 연재했던 천성산 산행기사를 정리하다가 제2봉에서 내원사로 내려오는 도중 만나는 수 차례의 갈림길을 얘기하면서 이 대장의 머릿속에 그 길이 정확히 입력돼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영남알프스 또한 함께 산행하는 도중 여러 차례 독자들의 전화를 받아 막힘없이 답하는 사실을 보면서 역시 산길을 꿰고 있음을 실감했다.


#근교산 취재팀의 성과 및 향후 과제

신문 기사와 안내 리본을 보면서 산행하는 독특한 등산문화를 선도한 취재팀은 그동안 국토지리정보원이 발간하는 지형도에도 없는 산 이름을 현지 마을의 어르신이나 산속 암자의 노승, 그리고 문헌 등을 통해 상당수 발굴했다. 경주 정족산을 비롯해 양산 채바우골만당, 밀양 구천산 정승봉 북암산, 청도 개물방산, 언양 배내봉, 간월공룡, 가지산 북릉, 천성산 중앙능선 등 얼핏 헤아려봐도 30여 개는 될 법하다. 이 명칭들은 국내 주요 산 전문 사이트에도 하나씩 등재돼 전국의 산꾼들에게 널리 통용되고 있다.

대한산악연맹 부산광역시연맹 김정민 회장은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가 등산인구의 저변 확대에 기여한 공로는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어마어마한 성과"라며 "앞으로도 근교산 시리즈가 국제신문과 함께 영원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창우 산행대장은 "근교산 시리즈에 대한 산꾼들의 호응이 분에 넘칠 정도로 커 사실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며 "향후에도 산꾼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 400회 발자취

山河누빈 8년 … 국내 개척산행 새지평 열어
호남·충청권까지 독자, 신문 시리즈론 최장수
등산인 저변확대 공헌, 無名산·계곡 명칭부여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거제도 대금산 철쭉.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구 비슬산 진달래.



지난 7월 청도 용당산에서의 한 에피소드.

매주 목요일마다 취재산행을 떠나는 산행팀은 이날도 어김없이 아침 일찍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힘겹게 된비알을 오른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안 일단의 여성팀을 만났다.

60대 중반 한명과 40대 후반 세명이 한팀인 그들은 사제지간이다. "지금은 같이 늙어간다"며 웃음꽃을 피운 이들은 갖고온 과일을 나눠줬다.

대구서 왔다는 그들은 대화 도중 다짜고짜 산행팀을 보고 "혹시 국제신문 산행팀 아니냐"고 묻는게 아닌가.

처음엔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지만 그들이 떠나는 산행지는 모두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를 보고 정한다는 한마디에 그만 실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매주 산행을 떠나는 그들은 이따금씩 "우리도 한번쯤은 산에서 국제신문 산행팀을 만나지 않겠느냐"고 농담삼아 얘기했는데 이렇게 만나 정말 반갑다며 악수를 청했다. 그들은 "현재 국내 여러 신문사에서 산 소개를 하고 있지만 그 기사들은 이미 등산로가 잘 나 있는 명산 위주의 '보기 좋은 떡'일 뿐 실제 산행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국제신문 근교산 기사는 산행 초보자라도 그 기사만 보면 완주가 가능한 '먹기 좋은 떡'"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해 용지봉 장유폭포.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함양 기백산 용추계곡.

그동안 인사치레로 근교산 시리즈의 고마움을 여러 차례 들은 적이 있지만 이렇게 취재현장인 산에서 몸으로 실감한 것은 처음이었다. 동시에 밀려오는 책임감으로 다시 한번 등산화 끈을 조여 매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인기리에 연재중인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가 10일자(2004년 9월)로 400회를 맞았다.


지난 1996년 1월4일 '기장 달음~철마산 종주산행(상)'편을 시작으로 첫발을 내딛은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햇수로 8년이라는 오래 기간을 달린 끝에 지금은 부산경남을 넘어 경북과 호남 충청권까지 고정 독자를 확보할 만큼 산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사실 근교산 시리즈는 이보다 3년 앞선 지난 1993년 1월7일 처음 시작됐다. '가볼만한 근교산'이라는 제목으로 '금정산'편을 소개한 후 이듬해 11월 87회 밀양 '정각산'편을 마지막으로 1년10개월간 연재됐다. 만일 '가볼만한 근교산' 87회를 포함한다면 근교산 시리즈는 500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 된다.

이런 곡절 때문에 3년 뒤 재출발한 시리즈의 제목은 '다시 찾는 근교산'으로 변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전국의 모든 산을 산행 대상지로 한다는 취지에서 '근교산&그 너머'로 새롭게 변신했다.

내용을 차치하고서라도 시리즈 횟수만으로 볼 때 이 시리즈는 전국의 모든 신문에서 연재되고 있는 시리즈 중 최장수이며, 따라서 근교산 기사가 매주 게재될 때마다 전무후무한 기록을 갱신하게 되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부산 승학산 억새.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례 지리산 피아골 연곡사 단풍.

근교산 시리즈가 독자들에게 크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철저한 현장답사와 현지취재를 통해 숨겨진 능선과 계곡이 새로운 등산로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산행에 나서고 싶어도 산길을 몰라 감히 산을 찾지 못했던 초보 산꾼들은 물론 베테랑 산꾼들에게도 '이런 코스도 있었나'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해 산행인구의 저변을 넓히는데 적지않은 공헌을 했다고 자부한다.

그간 전담기자만 배병주 박명도 조해훈 조봉권 박병률 김용호 등 무려 6명이 거쳐갔다. 산행대장 역시 부산 산악계의 원로인 성산 씨, 건건산악회 회장이자 베테랑 산악인인 최남준 씨가 기반을 다진 후 지금은 대학산악부 출신으로 독도법에선 부산 최고를 자랑하는 젊은 산악인 이창우 씨가 7년째 맡고 있다.

전담기자들은 한결같이 "만일 이창우 산행대장의 노력과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방대한 시리즈가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재미있는 점은 전담기자들이 근교산 시리즈를 맡기 전에는 하나같이 산에 대해 문외한이었다는 점. 기자들이 독자들의 입장에 서서 편견없이 쉽게 산행기를 전달하다보니 호응을 받았다는 것이 자체 분석이다.

신문 기사와 안내 리본을 보며 산행하는 독특한 등산문화를 선도한 근교산 산행팀은 부산 경남북의 이름없는 산과 능선 계곡들에게 옛이름을 찾아주고 새이름을 붙여준 작은 업적을 세우기도 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이 발간하는 지형도에도 없어 자칫 영구히 묻혀버릴 수도 있는 산 이름을 현지 마을의 어르신이나 산속 암자의 스님, 그리고 문헌 등을 통해 발굴한 것.

양산 다방동에서 출발하는 금정산 종주의 처음과 마지막 봉우리인 다방봉과 금정봉을 비롯해 양산 채바우골만당 축전산 천마산 용굴산 비석봉 중리동산 매봉, 밀양 구천산 정승봉 명필봉 북암산, 청도 개물방산 쌍두봉 도롱굴산 방음산 서지산 효양산 복점산 시루봉, 언양 배내봉, 합천 절갓 등이 대표적인 본보기.

능선으론 간월공룡, 가지산 북릉, 천성산 중앙능선, 옹강산 가운데능선 등이 있으며, 신불산 홍류계곡 등도 국제신문 산행팀의 빼놓을 수 없는 역작으로 지금은 그 명칭이 지역 산꾼들에게 널리 통용되고 있다.

덕분에 국내 주요 산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이들 이름이 하나씩 등재돼 전국의 산꾼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밀양 가지산 빙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주 소백산 눈꽃.

근교산 시리즈는 특히 청도와 밀양의 모든 면 단위에 위치한 산을 빠짐없이 소개하는 기록을 세웠으며 1000m가 넘는 20여개의 고봉들이 즐비한 거창 지역 산 소개도 거의 막바지에 와있다.

지난해 '아름다운 한국의 산1'을 펴낸 모아산악회 명예회장인 한영동(금성중 교사)씨는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가 없었다면 아마도 책 저술기간이 훨씬 길었을 것"이라며 "답사땐 반드시 근교산 시리즈 스크랩을 들고 다니면서 일일이 확인했지만 하나도 틀린 부분이 없을 만큼 정확해 혀를 내둘렀다"고 고백했다.

아마추어 산꾼인 진준근씨는 근교산 시리즈 덕택에 많은 산꾼을 알게 됐다고 전화로 고마움을 전해왔다.

50대 중반인 그는 "기사가 나온 주말이면 신문을 오려 영남알프스 등지로 산행을 하다보니 70대 어르신과 동년배의 50대 산꾼들을 자주 만나 알게돼 지금은 팀을 이뤄 같이 근교산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근교산 시리즈를 보며 3년째 산행을 하고 있는 서면의 권헌영 비뇨기과 원장은 "산행을 하다 보니 등산만큼 좋은 운동이 없으며 특히 남성의 성기능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지금까지 등산과 성기능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객관화된 자료가 없었다"며 "근교산 시리즈를 보며 함께 하는 산꾼들에게 설문지를 돌려 등산과 성기능의 상관관계를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백 한가지.

사실 근교산 산행팀은 본의 아니게 항의성 전화도 많이 받았다. 지리산 시루봉과 기장 용천산, 그리고 최근 소개한 밀양의 백마산 산행을 한 후였다. 산행로가 모두 송이버섯이나 두릅 대추 사과나무 주변을 질러갔기 때문이다. 분별없는 몇몇 산꾼들이 지나가다 농민들의 피땀이 맺힌, 자식같은 작물들을 하나 둘씩 슬쩍하다 보니 이에 화가 난 농민들이 신문사로 연락한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농민들에게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하며, 동시에 산꾼들에게는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자제를 부탁하는 바이다.

이번엔 당부 한가지.

'산꾼들이여, 리본을 만지지 말아달라'. 이같은 행위는 초보 산행자들에게는 어쩌면 반살인행위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잊지 말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당황한 초행자들은 리본에 의존해 하산로를 찾는다. 재미삼아 반대 방향으로 달아놓은 리본은 결국 조난으로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 산행팀이 뽑은 숨겨진 근교산 베스트7

목차

산이름

특 징

355

곡성 동악산

빼어난 산세·도림사계곡

338

합천 누룩덤~부암산

조망·암릉산행 만끽

314

가덕도 응봉산~웅주봉

환상적 조망

302

함양 삼정산

7개 절 암자 품은 불국토

283

경산 백자산~삼성산

가족 및 부부산행 '강추'

178

양산 천마산~매봉산

양산의 숨은 보석

148

창녕 석대산~화왕산

억새평원·진달래·조망 탁월


글 ·사진=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근교산&그너머 <584> 김해 굴암산

흩날리는 운무 신선이 안 부럽소
김해 장유면 신안마을 원점회귀…걷는 시간만3시간35분
최근 장유 신도시 조성되면서 진해 성흥사 코스보다 인기
거제도 가덕도 진해만 몰운대 다대포 등 그림처럼 펼쳐져
화산(팔판산) 정상 군 부대 주둔, 주능선 막혀 아쉬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연립주택 크기의 바위를 힘겹게 올라 만나는 전망대에 서면 운치있는 소나무 두 그루가 바삐 움직이는 운무와 조화를 이뤄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경남 김해와 진해를 가로지르는 굴암산(窟庵山)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가깝지만 먼 산이었다. 거리상으론 지척인 전형적인 근교산이지만 비교적 덜 알려진 데다 오지에 숨어 있어 심리적으론 머나먼 산이었다는 의미일 게다.

산 아래 바위굴에 암자가 있었다고 해서 명명됐다고 전해오는 이 굴암산에 최근 부산 산꾼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굴암산의 들머리는 열에 아홉은 진해시 대장동에 위치한 신라 천년고찰 성흥사였다. 하지만 2003년쯤부터 김해 장유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오지 속의 오지였던 이곳이 번화가(?) 아닌 번화가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들머리인 장유 신도시 인근의 장유면 신안마을 쪽의 교통 사정이 나아져 진해 성흥사 쪽보다 산꾼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안마을 입구에 위치한 커다란 마을 이정석(왼쪽)과 마을을 관통하는 계곡.

 
이창우 산행대장도 굴암산과 관련 ,이렇게 회상했다.

"1990년 초반까진 굴암산에 가기 위해선 김해 장유 쪽은 생각도 못했고 오로지 진해 성흥사로 향했죠. 진해행 시외버스를 타고 웅동(마을)에 내려 40~50분 걸어야 했죠. 정말 가깝지만 먼 산이었죠."

해발 662m로 고만고만한 산이지만 절대 얕봐선 안 된다. 주능선으로 오르는 된비알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울창한 숲은 산행 내내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고 들머리의 계곡은 지리산의 그것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수려하다. 조망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거제도 진해만 가덕도 몰운대 다대포 등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상 들머리(왼쪽). 우측 나무에 굴암산 이라 적힌 팻말이 걸려 있다. 이 계류를 건너면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산행은 김해 장유면 율하리 신안마을~갈림길~잇단 전망대~533봉~잇단 전망대~안부 사거리~정자 앞 삼거리(613봉)~굴암산~잇단 전망대~신안마을·헬기장 갈림길~헬기장(화산(팔판산)·679m)~분성 배씨묘~신안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35분. 마을 입구부터 들머리, 이어 하산 때까지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는 데다 산길도 반듯하게 정비돼 있어 전혀 문제가 없을 듯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안마을로 접어들면 우선 커다란 마을 이정석을 만난다. 마을 유래가 상세하게 적힌 이정석 건너편에는 마을 주차장이 있다.

산행은 마을을 관통하는 포장로를 따라가며 시작된다. 경로당을 지나면 갈림길.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정면에 '등산로 가는 길, 입구까지 400m'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 있기 때문이다. 계곡물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넌다. 여기서 이번 산행의 큰 그림을 잠시 그려보자. 좌측 굴암산 쪽에서 우측으로 능선을 타고 팔판산(화산) 쪽으로 와서 다시 이곳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임을 확인하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해 진해 부산의 경계로 일명 삼시봉(參市峰)인 613봉(왼쪽)과 정상.

마을은 전체적으로 깔끔하며 자투리땅에는 우리네 시골 모양 상추와 고추가 심겨져 있다. 도중 샛길이 있어도 무시하고 큰길로만 간다.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도 역시 이정표가 안내한다. 로뎀전원교회와 기독교 장유수양관 입구를 잇따라 지나면서 안 보이던 산행 안내 리본도 눈에 띈다. 한 굽이 돌아 '반곡정' 주차장을 지나 '돌담집' 문안으로 들어서면 좌측으로 '굴암산 662m'라고 적힌 팻말이 나무에 걸려 있고 그 뒤론 운치있는 계곡이 눈에 펼쳐진다. 들머리에서 15분.

이 계곡을 건너면서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입구에 '굴암산 2.3㎞'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산길을 따라가면 곧 체육시설 앞 갈림길. 반듯한 우측으로 간다. 앞서 본 계곡과 나란히 걷는 셈이다.

9분 뒤 갈림길. 두 곳 모두 정상 가는 길로 표기돼 있지만 산행팀은 좌측으로 오른다. 울창한 숲이지만 관리가 잘 돼 있어 보기에도 시원하고 정감이 간다. 5분 뒤부터 차츰 경사가 심해져 30여 분간 애오라지 된비알로만 오른다. 잠시 경사가 누그러지더니 곧이어 된비알이 이어진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라는 의미였다.

5분쯤 뒤 일순간 운무가 그치고 꽉 막혔던 시야가 트인다. 곧이어 이끼 낀 바윗길이 기다린다. 산은 작아도 보여줄 수 있는 구색은 다 갖추고 있다. 한 굽이 돌아 올라서면 제법 너른 전망대. 정면 부산 지사과학단지로 쪽으로 이어지는 옥녀봉 능선이 희미하게 보일 뿐 나머지는 확인 불가능하다.

이어지는 오르막. 4분 뒤 연립주택 크기의 바위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올라서면 운치있는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멋진 전망대다. 운무, 즉 산꾼들이 흔히 말하는 '깨스'가 무대 위에 펼쳐지는 드라이아이스 모양 급속도로 오락가락해 비로소 주변 산세가 조금씩 가늠된다. 우측 능선이 팔판산에서 내려오는 산줄기이며, 그 우측 뒤가 장유폭포를 품은 장유봉, 그 아래 보이는 도로는 창원터널을 거쳐 창원가는 길이다. 그 우측으로 보이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장유 신시가지이다.

   
   
다시 숲으로 진입, 한 굽이 올라 119 구조대 표지목(533봉)과 두 개의 전망대를 지난다. 제법 너른 두 번째 전망대 우측 끄트머리에 서면 우측으로 굴암산과 그 좌측으로 옥녀봉 보배산이 희미하게 확인된다. 산세로 봐서 이후 산행은 안부로 떨어졌다 올라선다. 실제로 5분쯤 내려서면 안부 사거리. 골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지점인지 마침 벤치도 둘 있다. 삼림욕장에 온 듯하다. 이정표가 서 있지만 내용물이 떨어져나가 무용지물이다. 우측은 계곡을 거쳐 하산하는 길인 듯, 산행팀은 직진한다. 오름길이다. 10분 뒤 정자 앞 삼거리로 613봉이다. 동시에 김해 장유면, 부산 강서구, 진해 대장동을 경계짓는 삼시봉(參市峰)이다. 즉 정면이 진해, 방금 온 뒤쪽이 김해, 좌측이 부산 강서구이다. 좌측은 옥녀봉 마봉산 보배산 방향. 100m쯤 가면 다시 옥녀봉, 마봉산 보배산 방향으로 각각 나뉜다. 옥녀봉은 오래 전 산행팀이 개척, 소개한 봉우리다.

이제 정상은 불과 400m. 우측으로 간다. '좌 진해, 우 김해' 능선길이다. 9분이면 올라선다. 남쪽 즉 좌측으로 거제도 가덕도를 품은 남해바다가 보여야 하는데 불행히도 뿌연 운무 때문에 사방팔방이 시계 제로이다. 좌측으로 열린 길은 성흥사 가는 길이다.

산행팀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직진한다. 목적지는 북서쪽으로 뻗은 팔판산. 소요시간은 대략 45분. 도중 진해 성흥사(등로 기준 좌측) 또는 들머리인 신안마을(〃 우측) 내려가는 등로가 열려 있으니 체력에 맞게 운용하면 된다. 이 능선길 곳곳에는 전망대가 위치해 있으나 여전히 운무 때문에 볼 수 없었던 것이 흠이라면 흠. 만일 날씨가 좋았더라면 시간은 더 걸렸을 터.

등로는 무료하지 않게 내려섰다 올라섰다를 반복하며 집채만한 바위 앞에서 우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사는 그렇게 심하지 않다. 이렇게 20여 분. 119 구조대 표지목 앞에 선다. '헬기장 아래'라고 적혀 있다. 우측으로 신안마을 가는 길이 열려 있다. 참고하길.

   
   
표지목에서 5분 뒤 갈림길. 좌측 오름길은 능선길, 우측 숲길은 원래 등산로이다. 전자는 전망이 좋고 후자는 8부 능선쯤 된다. 두 길은 3~4분 뒤 만나므로 어느 길을 택해도 상관없다. 이후 한번 더 내리락 오르락하면 마침내 헬기장에 닿는다. 이 헬기장 우측 나무에는 '화산(팔판산) 679m'라 적힌 팻말이 걸려 있다. 산 정상도 아닌데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화산(팔판산) 팻말(왼쪽)과 이 팻말이 걸려 있는 화산(팔판산) 직전 헬기장.

사연은 이렇다. 이곳  헬기장에서 직진하면 팔판산(화산) 정상이지만 군부대가 주둔해 있어 출입금지 구역이다. 실제로 7분쯤 가면 철조망과 함께 지뢰매설 경고 안내판이 서 있다. 해서 이 산자락이 팔판산임을 알려주기 위한 누군가의 배려인 듯하다. 참고로 헬기장을 가로질러 직진해 철조망 앞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돌면 불모산~웅산~시루봉으로 이어지고, 우로 우회하면 들머리인 신안마을로 떨어진다.

산행팀은 헬기장에서 10m쯤 뒤로 가서 119 표지목 우측으로 열린 길로 하산한다. 40m쯤 뒤 갈림길에서 좌측 급경사길을 택해 내려간다. 15분 뒤 계곡 상류와 만난다. 8분 뒤 물길을 한번 건너면 등로의 상태가 좀 나아진다. 이후 좌측으로 방향으로 택해 물길을 두 번 건너면 119 구조대 표지목을 만난다. '팔판산 아래'라고 적혀 있다. 이곳은 화산 안내판이 걸려 있는 헬기장을 지나 우측으로 철조망을 따라 내려서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다. 7분 뒤 분성 배씨묘를 지나면 일순간 시야가 트이며 정면으로 들머리와 장유 아파트 단지가 한눈에 펼쳐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산길에 만나는 계곡(왼쪽)과 털중나리.


산행은 사실상 막바지. 물길을 건너 감나무밭과 대숲을 지나면 이내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를 만난다. 여기서 6분이면 신안마을 이정석 앞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엔 팔판산 대신 화산으로 표기돼

신안마을 이정석에는 의외로 많은 정보가 담겨 있지만 정확하지 않은 정보 또한 들어 있다.

우선 '팔판산 사기점골 신안마을…'로 시작하는 것으로 봐서 이 마을은 굴암산보다는 팔판산을 모산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이는 '팔판산 기슭에 아담한 마을'로 시작되는 신안마을 노래 가사에도 적혀 있다. 팔판산은 일명 갈판산으로 불린다는 사실도 새롭다.

이곳은 원래 그릇을 굽던 곳이어서 옛날에는 사기점(沙器店)골로 불리다 조선 순조 때부터 신안(新安)으로 개칭됐다. 계곡 이름도 언급돼 있다. 산행팀이 오른 골짝이 큰골이며 내려온 곳은 작은골의 내리바우실이다.

잘못된 점도 있다. 팔판산이 김해 진해 창원의 경계를 이룬다고 언급돼 있지만 이는 불모산. 실제론 김해와 진해의 경계를 가른다. 이웃한 굴암산 613봉은 김해 창원 부산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팔판산(八判山)은 이 산줄기에 3정승 8판서가 태어날 명당이 있다는 풍수설에 기인해 명명됐다 전해온다. 하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는 팔판산 대신 화산으로 표기돼 있다.


◆ 교통편

- 남해고속도로 장유IC로 나와 수가·무계방면 우회전해야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장유행 시외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내린다. 오전 6시10분부터 20~30분 간격으로 있다. 1600원. 장유농협 앞에서 들머리 신안마을행 버스는 24, 26번이 있다. 24번은 오전 7시15분부터 1시간마다, 26번 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있지만 신안마을 건너편 팔판마을 푸르지오아파트 앞이 종점이다. 날머리 신안마을에선 24번 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 내린다. 오후 3시40분, 5시15분, 6시55분, 8시25분. 1000원. 길을 건너 정학프라자 앞에서 김해여객 버스를 타면 부산 서부터미널에 도착한다. 배차 간격 30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서부산TG~장유 방향~장유IC~수가 무계 우회전~수하 율하 우회전~장유폭포 신안 우회전~창원 장유사 장유폭포 좌회전~창원 장유사 장유폭포 직진~율하 하촌 덕정 좌회전~신안 직진~창원 신안 우회전 후 첫 번째 좌회전~신안마을. 입구에 '살기 좋은 신안마을''등산로 가는 길 입구까지 500m' '로뎀전원교회' '장유수양관' 등 안내판이 여럿 보인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