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범어사 아래 금정구 청룡동 '북한음식점'
-"가자미식해 별미, 옛맛 그대로 재현"
-북한식 족발 순대 녹두빈대떡 등이 주메뉴
-명절 즈음이면 실향민과 가족들 향수 달래
-금정산 산꾼, 부산CC 찾는 골퍼 많이 찾아
  

북한식 순대와 돼지족발 등이 약간씩 있는 수육모듬.
별미인 가자미식해.
북한식 만두. 우리 만두보다 크다.
북한식 녹두빈대떡.
 
"저희 집은 크게 세 부류의 손님들이 단골로 찾아요. 주말이면 부산의 진산 금정산과 범어사를 찾는 산꾼들과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많이 찾고, 주중에는 인근 부산CC의 골퍼들이 즐겨 찾지요. 명절 즈음이면 이북 출신의 백발이 성성하신 실향민과 그 자녀들이 찾아 저희 음식을 드시며 향수를 달래지요."

부산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 입구 음식거리 한가운데쯤 위치한 '북한음식점'.

안주인 김미정(54) 씨는 함경도 원산이 고향인, 지금은 작고하신 시어머니로부터 15년간 북한음식을 배웠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배운 게 아니라 함께 살면서 자연스럽게 어깨너머로 익힌 것이다.

문을 연 지 12년째인 북한음식점은 이제 금정산 산꾼들이나 부산CC 골퍼들에겐 필수 코스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이곳을 모르고는 금정산과 부산CC를 좀 다녔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집은 글자 그대로 북한음식 전문점이다. 그렇다고 무슨 거창한 메뉴가 있느냐,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저 서민들이 평소 즐겨 먹는 음식인 돼지족발 순대 녹두빈대떡과 찐만두 돼지국밥 순대국밥 등이 주 메뉴이다. 대부분 북한에서 명절이나 잔치를 할 때 해먹는 음식이다. 해서, 명절이 다가오면 그림이 특히 중요한 각 방송사에서는 이곳 북한음식점을 찾아 취재전쟁을 벌인다.

메뉴는 익숙하지만 그래도 약간은 우리 음식과 차이가 있다. 족발의 경우 2시간30분 정도 푹 삶은 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구워 아주 담백하다. 순대는 찹쌀밥을 해 돼지고기와 시래기 양파 마늘 등 13가지 재료를 넣어 만들고, 유난히 큰 만두는 양배추와 돼지고기 숙주 두부 양파 마늘 생강 등 15가지의 싱싱한 재료를 사용한다. 100% 녹두와 신김치 그리고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녹두빈대떡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뭐니뭐니해도 이 집을 북한음식 전문점으로 단상에 올려놓은 효자는 가자미를 고춧가루에 삭혀서 만든 함경도 고유의 젓갈인 가자미식해. 이북 출신이 아니면 제대로 만들 수도 없고 그 맛을 정확히 느낄 수도 없는 오묘한 맛의 가자미식해는 부산에 거주하는 실향민들의 단연 인기 품목이다.

안주인 김 씨에 따르면 "이 가자미식해만은 시어머니로부터 확실하게 배워 그 어느 누구보다 자신 있다"며 "우리 집을 찾는 실향민들이 한결같이 어릴 때 먹던 그 맛이라며 칭찬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지 가자미식해를 먹기 위해 우리 집을 찾는 사람들이 상당수 된다"고 덧붙였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살 수 없느냐고 문의를 해오지만 판매는 하지 않고 대신 무한 리필 되니 많이 드시고 가란다.

오래전에는 부산대 장혁표 전 총장이 고정 단골이자 홍보맨이었고 지금은 김인세 현 총장이 자주 찾는단다. 오거돈 해양대 총장도 단골이란다.

김 씨는 특히 "평양이 고향인 김 총장은 식사를 하면서 너무 함경도식이라며 평양식으로 좀 맞춰달라며 애교 섞인 주문을 자주한다"고 귀띔했다.

추천 메뉴는 순대 수육 족발이 약간씩 함께 나오는 수육 모듬(2만 원). 3~4인일 경우 수육 모듬에 소주 한잔 그리고 식사로 국밥 한 그릇을 비우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녹두빈대떡 8000원, 찐만두 5000원, 순대 및 돼지국밥 5000원. (051)508-3035



올망졸망 아홉 봉우리, 부산 회동동 아홉산
부산의 진산 금정산 주능선이 한눈에
산행 시간 3시간, 가족 산행지 안성맞춤
날머리엔 가마솥에 끓이는 추어탕 전문점  

회동수원지 뒤로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 고당봉(왼쪽부터)과 장군봉 계명봉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300m대에 불과한 아홉산에선 금정산을 비롯 백양산 황령산 금련산 달음산 일광산 등 부산의 산과 염수봉 오룡산 시살등 영축산 천성산 등 경남의 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들어가기 전 : 하루하루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도 오보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필자도 예외는 아닙니다. 부산 회동동 아홉산 산행기 기사도 오보를 한 경우입니다.
 `李山'이라 적힌 조그만 표지석 때문입니다. 산행 전 어떠한 정보도 구할 수 없었던 산행팀은 날머리에 인천 이씨의 가족묘가 있고, 마을사람들이 인천 이씨 산이라는 말을 해서 그냥 확인도 않고 그대로 적었습니다.
얼마 후 기자를 찾는 전화가 왔습니다. 부산시문화유산해설사 안대영 씨였습니다.
그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李山'은 이왕산(李王山)의 준말이며 조선시대 왕실 소유의 산이라는 뜻입니다. 이후 동아그룹에서 이 산 71만9580평(당시 싯가 15억원)을 사들여 지난 1990년 부산대학교에 공과대학 부지로 기증해 지금은 부산대 소유임을 알려드립니다. 이 산은 회동수원지를 품고 있어 상수도보호구역입니다. 해서, 딱히 건물을 지을 수 없어 그냥 소유하고 있기만 합니다.
안대영 선생님은 이후 부산지역의 산을 취재할 때 제가 미리 여쭤보는 일종의 취재원이 되었습니다. 안 선생님 역시 부산시나 16개 구군에서 제작되는, 부산에 관련된 책이 있으면 저에게 알려주십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안대영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부산의 진산 금정산 주능선을 내달리다 잠시 산성 끄트머리에 걸터 앉아 동쪽 저 멀리 회동수원지를 바라보면 수원지 뒤로 올망졸망한 봉우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아홉산이다.
부산에는 원래 또 다른 아홉산이 있다. 기장군 철마면 웅천리 미동마을 뒷산인 아홉산이 그것. 최근 숲체험장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하면 고개를 끄떡일 필부들이 제법 될 듯 싶다. 이 아홉산은 앉은 터로 보면 부산 산꾼들이 즐겨찾는 달음~철마산 종주코스의 중간 지점인 곰내재에서 가지를 친 일광산과 연결되는 봉우리다.
이번에 산행팀이 찾은 아홉산은 금정구 회동동 회동수원지에서 기장군 철마면 장전리에 걸쳐 있는 산이다. 기장의 산으로 비교적 널리 알려진 운봉산 개좌산과 이웃해 마루금으로 이어진다.
두 아홉산이 처한 현재 상황은 사뭇 다르다.
숲이 빼어난 아홉산(360m)은 국토지리정보원의 5만분의 1 지형도에 표기돼 있지만 산행팀이 찾은 아홉산(353m)은 그렇지 못하다.
이와 관련 회동동의 한 주민은 “지난 1931년 회동수원지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대를 이어 거주한 주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이름이 아홉산"이라며 “국토지리정보원에 의해 공인만 안됐을 뿐 아마도 아홉산이란 이름은 이곳이 먼저 명명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홉산은 이름 그대로 아홉 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회동수원지 뒷산이다. 덩치는 작지만 아홉 개의 작은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다고 고흥 팔영산(八影山)이나 진안 구봉산(九峯山)을 머릿 속에 떠올리면 곤란하다. 산세가 험준하고 변화무쌍한 암봉이 산행 내내 이어지는 이들 봉우리와 달리 아홉산은 불과 300m대에 불과해 그야말로 가볍게 몸풀기에 적당하다.
실제로 오랜 경력의 산꾼들은 아홉산 하나를 오르면 왠지 허전해 바로 옆의 운봉산이나 개좌산을 이어 타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관점을 약간 달리하면 아홉산은 가족산행지로 안성맞춤이다. 때마침 다가올 설 연휴에 온 가족이 함께 떠나기에 제격이다.
무엇보다 아홉산의 자랑은 빼어난 조망. 금정산 주능선과 출렁거리는 동해바다는 ‘부산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품이다.
산행은 회동동 버스종점~동대교~포덕문~회동수원지 상수원보호초소~수질보전 안내판~철탑~주능선~1봉…9봉~인천 이씨 가족공동묘지~밤나무집~철마면사무소 앞 순. 3시간이면 충분하다.


회동동 삼성전자 부산물류센터 앞 버스 종점에서 내린 후 전방의 동대교를 지나 도로를 따라 고개를 향해 직진한다. 이 길은 회동동에서 개좌고개를 넘어 철마면으로 이어지는 도로. 포덕문과 상수원보호구역 초소를 지나 5분쯤 더 오르면 회동수원지 수질보전 안내판이 서 있다. 길 건너편은 표고버섯 재배 비닐하우스. 이곳이 들머리다. 버스 종점에서 대략 25분.
약간 우측으로 치우친 가운데 보이는 산이 봉수대가 위치한 황령산, 그 우측이 금련산, 그 앞으로 배산이 보인다. 
금정산이 주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처음부터 급경사 오르막이다. 10분 뒤 철탑을 지나면 임도. 정면 암벽 절개지 왼쪽으로 7m쯤 가면 우측에 산길이 열려 있다. 역시 오르막길이다. 여기서 잠깐 주변 조망을 살펴보자. 방금 지나온 동대교 밑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회동수원지에서 흘러나온 수영강 상류이고, 철탑 뒤로 장산 황령산 엄광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 사이로 이기대와 대청공원 충혼탑도 보인다. 발 아래 황토빛 너른 터는 최근 매립이 끝난 석대쓰레기 매립장.
임도에서 20분이면 주능선에 닿는다. 갈림길이다. 6m 거리의 왼쪽 1봉을 들렀다 우측 2봉으로 향한다. 비로소 회동수원지와 바로 앞 윤산(옛 구월산)이 눈앞에 펼쳐지고 그 뒤로 백양산 상계봉 파류봉 대륙봉 동문고개 의상봉 원효봉 고당봉 장군봉 계명봉까지 금정산 주능선이 선명하다. 가히 금정산 전망대라 부를 만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계명봉 우측 뒤로 양산 천마산 염수봉 오룡산 시살등 영축산 천성산 천성산2봉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아홉산은 300m대의 부산 도심의 낮은 산이지만 작은 암릉이 잇따라 나타난다.            
회동수원지와 금정산이 각도를 달리해 계속 보인다.

 이제 2봉으로 간다. 우측 보이는 봉우리가 기장 운봉산 개좌산. 5분 뒤 전망대. 1봉보다 오히려 더 잘 보인다. 2봉에 오르면 3, 4, 5봉이 한눈에 펼쳐진다.
금정산이나 회동수원지 건너편 오륜대 마을에서 보면 아홉 개의 봉우리가 분명하지만 막상 품 안에 들면 첫 번째 봉우리 이후에는 어느 지점이 봉우리인지 확실하지 않다. 미녀가 누워있는 형상을 한 거창 미녀봉도 막상 산 속에 들어서면 턱인지 가슴인지 전혀 구분이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쳐 지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산길은 어느새 카키색 낙엽길. 돌탑을 지나면 길섶에 조그만 비석이 서 있다. 위치상 정상석은 아닐테고 가까이 가서 보니 ‘李山'이라 적혀있다. 이후 몇 개 더 만난다. ‘李山'은 ‘이왕산’(李王山)의 준말이며 조선시대 왕실 소유의 산이라는 뜻이다.
            문제의 ‘李山'이라 적힌 표지석. 1m도 안 되는 아주 작은 크기이다. ‘李山'은 ‘이왕산’(李王山)
            의 준말이며 조선시대 왕실 소유의 산이라는 뜻이다.



3봉으로 추정되는 전망대에 서면 구월산 뒤로 부산대와 경동아파트 왼쪽으로 범어사가 확인된다. 뿐만 아니라 금련산 황령산과 서면 토곡 망미동 안락동 등 시가지도 보인다.
뿌리가 뽑힌 큰 나무를 지나면 4봉. 우측 윗반송과 아랫반송이 시야에 들어온다. 8분 뒤 이 산의 정상으로 추정되는 5봉. 줄기가 여러 갈래인 커다란 소나무가 서 있다. 여전히 금정산 주능선과 기장 쪽으론 달음산과 일광산 사이로 동해바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달음산 앞 올망졸망한 봉우리가 숲이 빼어난 아홉산. 정면 저 멀리 두 개의 철탑이 서 있는 지점은 정관에서 철마로 넘어오는 고개인 곰내재다. 이 곰내재 뒤로 석은덤과 시명산 대운산이 약간 보인다.
이제부터 산길은 20분 정도 솔가리가 푹신한 송림길과 낙엽길이 번갈아 이어진다. 과거 산불초소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367봉에 서면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3시간이면 충분한 아홉산은 부산의 대표적 가족산행지로 손꼽힌다.


다시 송림길. 곧 갈림길이 기다린다. 우측은 대곡 방향, 산행팀은 왼쪽으로 내려선다. 앞선 능선길보다 유난히 바람이 매섭다.
어느새 정면이 절벽인 전망대. 발 아래 보이는 건물이 ‘밤나무집'으로 추어탕으로 유명하다. 그러고 보니 시나브로 산행이 끝났다.
순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그럼 6, 7, 8, 9봉은 어디에…. 그 만큼 굴곡이 없어 봉우리인지 거의 확인도 못하고 그냥 지나친 것이었다.
왼쪽으로 내려선다. 이제부터 급경사 내리막길. 인천 이씨 가족묘지를 지나면 곧바로 밤나무집. 전망대에서 15분 정도. 여기서 버스정류장인 철마면사무소 앞까지는 12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산행 날머리 '밤나무집'이란 추어탕집 별미
 

 
산행 날머리에는 '밤나무집'(051-721-9048)이 있다. 주메뉴는 국물이 시원한 추어탕. 원래 추어탕으로 꽤 유명한 집이다. 추위에 떤 후 따뜻한 국물 한 그릇은 산해진미도 부럽지 않다. 이 집 추어탕은 토종 미꾸라지뿐만 아니라 메기도 첨가되는 것이 특징이다.

 미꾸라지와 메기를 1시간 정도 고아 채로 거른 후 다시 국물만 1시간 정도 더 끓인다. 여기에 시래기와 숙주나물 등과 갖은 양념을 넣는다. 이 모든 작업이 가마솥과 장작불로 이뤄진다.

밑반찬도 맛깔스럽다. 매일 아침 사온 싱싱한 굴과 직접 담근 젓갈로 버무린 생김치가 이 집의 자랑. 무 배추 모두 직접 키운 것이다. 냉이무침 오이소박이도 정갈하다. 11년째 주방을 맡아 온 제영자 씨의 솜씨다.

추어탕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한우는 어떨런지. 매년 '철마 한우 불고기축제'로 유명한 곳이 바로 이곳 아니던가.

정류소로 가는 도중 철마복지회관 뒤 철마탕도 있으니 참조하자. 화요일 정기휴무지만 이번 연휴땐 설날 하루만 쉰다.

버스를 기다리다 정류장에서 이웃한 철마초등학교를 찾았다. 수령 90년의 잘 생긴 적송이 눈길을 끈다. 잠시 들러보자. 

#교통편 -  철마면사무소 앞에서 팔송(범어사 지하철역 앞)행 2번 버스 타야
 
부산 금정구 회동동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삼화여핵 99, 179번 버스가 있다. 배차 간격은 둘 다 5분.

99번은 부산진시장 서면부전도서관 시청 연산로터리(안락동 방면) 등에서, 179번은 시청, 연산동 옛 부산의료원, 부산교대(지하철 2. 4번 출구, 이사벨여고 옆 기아자동차 맞은 편) 앞에서 타면 된다.

날머리 철마에서는 철마면사무소 앞에서 팔송(범어사 지하철역 앞)행 2번 버스를 탄다. 오후 2시45분, 3시10분, 4시, 5시5분, 5시50분, 6시30분, 7시5분에 있다. 막차는 9시55분.

철마초등학교 맞은 편에서 73번 버스도 있다. 출발시간은 2번 버스와 같다. 반송 석대 안락교차로를 거쳐 롯데백화점 동래점이 종점이다. 73번 버스는 이곡을 거쳐 돌아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2번 버스를 이용한다.


 



 

 일년 열두달 보름달을 볼 수 있지만 새삼스레 한가위 보름달이 유난히 기대되는 것은 보름달을 보며 정성스럽게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반드시 이뤄진다는 속설이 전해내려오기 때문이다.
 유난히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한 올해, 차례 후 집에서 TV만 보지 말고 모처럼 달구경을 나서보자.
 부산의 자랑인 해운대 송정 광안리 바닷가로 나서도 좋고, 모처럼 온 가족이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달맞이 산행을 떠나보자.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한가위 달맞이 행사를 개최하는 가까운 경주로 드라이브 겸해서 떠나 편안하고 여유있게 달맞이 행사에 참여해보자.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해변에서 달맞이 감상을
 해맞이 장소가 동시에 달맞이 명소.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은 해변을 따라 천혜의 달구경 명소가 해안선을 따라 그림같이 이어진다. 그 만큼 축복받은 땅이다.
 광안대교가 눈앞에 펼쳐지는 광안리 해수욕장은 부산의 명물을 넘어 이젠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달맞이 명소. 화려한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치장한 광안대교 위로 보기만 해도 넉넉한 보름달이 떠오르면 그야마로 금상첨화요 화룡점정이다.
 해운대 달맞이공원은 달맞이의 고전.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청사포로 넘어가는 와우산 중턱 달맞이고개에 위치한다. 짙은 숲으로 드리워진 이 달맞이고개에서 바라보는 월출(月出)은 대한팔경의 하나로 손꼽혀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이 즐겨 찾았다.
 여기에는 지난 1997년 새로 세워진 '달이 뜨는 정자'인 해월정(海月亭)이 소나무숲 사이로 포근하게 자리잡고 있다. 해월정 옆 소나무 가지 사이로 떠오르는 달빛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해월정은 옛날 사냥꾼 총각과 나물캐는 처녀가 애절한 사랑끝에 보름달에게 빌어 부부가 되었다는 애튼한 전설이 깃들어 있어 특히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아 소원을 빈다.
 해운대 동백섬도 빼놓을 없는 명소. 늦은 점심을 한 후 해운대 바닷가를 둘러보고 보름달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 순환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자. 순환도로 중간쯤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달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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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정 해수욕장 옆 죽도에 위치한 송일정을 찾으면 멋진 송정 밤바다의 경관을 감상할수 있다.

 송정해수욕장 입구 왼쪽에 위치한 작은 섬인 죽도 가장자리에 서있는 송일정도 새로운 달맞이 명소. 송일정은 해운대 달맞이 고갯길에서 넘어오는 길과 동백섬~송정 해변과의 종착점인 동시에 일출과 월출을 감상할 수 있는 빼어난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다. 특히 달맞이길은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이어지는 도중 15번이나 길이 굽어진다고 해서 15곡도(曲道)라는 별칭을 부여받을 정도로 멋진 드라이브길의 대명사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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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일정의 경우 정상부 처마엔 빛의 세기가 강한 메탈램프투광기를 바닥에 설치한 대리석 속에 넣어 빛을 발광시켜 상부 처마의 고유한 색상을 그대로 표현한다. 또 땅속에 등을 설치해 낮은 조도로 은은하게 기둥과 중간 처마을 비춰 정자가 공중에 떠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며 동시에 기둥을 강조해 안정감을 준다.
 해서 송일정에서의 달맞이도 아름답지만 휘황찬 조명의 송일정 그 자체도 멀리서 바라보면 환상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송정서 기장가는 길에 위치한 용궁사의 백팔계단도 알려지지 않은 달맞이 명소. 추야명월(秋夜明月)이라 하여 용궁사팔경 중 하나. 용문석굴과 반월교 사이의 108개 계단인 백팔계단을 내려오면서 바라보는 보름달은 일품이다. 시내에서 불과 4㎞ 정도 거리인 송도 암남공원 또한 달맞이에 적합한 명소. 암남공원으로 가는 도로에선 송도 해안과 부산남항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달빛 속에서 오붓한 가족산행을
 보름달을 랜튼 삼아 가족산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 부산에는 금정산을 비롯 금련산 달음산 일광산 등을 추천할 만하다.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난 금정산과 금련산은 달빛만으로 충분히 산행 가능하다. 금정산의 경우 망루에서 바라보면 더욱 운치있고, 금련산은 광안대교에 걸린 보름달이 환상적이라는 평이다. 특히 금련산은 봉수대 부근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어 나들이 고스로도 알맞다.
 동해바다를 끼고 솟은 기장 달음산도 가볼만한 명소. 산행은 옥정사를 기점으로 시작되며 하산은 기도원 또는 광산 방향으로 내려올 수 있다. 3시간 정도 걸린다. 기장읍에서 울산가는 국도를 이용, 좌천으로 빠져 굴다리를 지나면 나온다.
 기장 일광산도 달구경하기 안성맞춤. 기장군청 인근 한신아파트를 지나 로망스호텔쪽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바람재를 지나 70분 정도면 정상. 전망도 일품이라 일광해수욕장을 비롯 달음산 금정산 장산이 사방에 펼쳐져 있다.
 강서구 송정동 봉화산 정상 봉수대도 달구경하기에 좋은 산. 성고개에서 출발하며 정상까지는 1시간20분 정도 걸린다. 서구 남부민동의 천마산도 올라보자. 정상가는 길엔 조각공원, 조망이 탁월한 천마바위, 트랙이 있는 체육시설이 이어지며 정상에는 날이 좋을 때 대마도까지 보이는 석성봉수대가 있다. 송도 윗길 부산정보디자인고 정류장에서 하차, 35번 종점을 지나면 들머리가 나온다. 이밖에 가덕도 연대봉도 달맞이 산행으로 인기가 높다.
 또 회동저수지에 비치는 달 그림자가 아름다운 오륜대, 남구 용호동 동쪽의 장자산 자락과 접한 해안가인 이기대 등도 달구경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영남지역 달맞이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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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 천도 고도 경주 불국사에서의 달맞이도 가볼 만하다. 보름달이 뜰 즈음 대웅전 앞 석가탑과 다보탑을 백등과 함께 탑돌이를 하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토함산은 일출 못지 않게 월출도 아름다운 곳. 문화엑스포공원 근처 등 들머리가 여러 곳 있지만 가족산행이라면 석굴암 매표소 옆으로 난 산길로 오르면 불과 40~50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등대가 있는 공원인 울산 간절곶도 달맞이 명당. 지난 1920년 건립, 운영돼 오던 중 동북아대륙에서 새천년의 해가 가장 먼저 뜬 등대를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01년 5월 바다의 날에 시민들에게 친수공간으로 개방됐다. 탁 트인 동해바다 위로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면 소원을 간절히 비는 아낙들의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북모양의 새천년비, 신라충신 박제상의 망부석 설화를 형상화한 모자상, 그리고 크고 작은 목장승도 볼거리다.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부산의 진산 금정산에서 맨발 등반대회 열린다
-호텔농심 주최, 21일 금정산 동문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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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동행하는 도반들 중 맨발로 산행하는 아주 독특한 산꾼이 있다. 그는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한겨울을 제외하곤 거의 맨발로 산행을 한다. 혹 맨발 산행을 하다가 약간의 상처가 나면 맨발 대신 가벼운 샌들을 신고 나타난다. 물론 만일을 대비해 등산화는 배낭에 넣고 다니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맨발로 산행을 하다 보면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발바닥을 보호하기 위해 바닥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그럴 경우 낙엽 하나 솔잎 하나, 조그만 부석 하나의 촉감까지 몸소 체험하게 되고 심지어 꿈틀거리는 조그만 벌레들의 움직임조차 볼 수 있어 대자연을 더욱 이해하게 되고 결국은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는 사명감조차 생긴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건강에는 어떨까. 눈에 띄게 좋아지고 특히 나이가 들어서도 부부 생활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라고 귀뜸한다.

얼마전 우연히 만난 또 다른 산꾼의 경험담도 맘에 와 닿는다. 전날 과음했을 경우 보통 점심 먹고 나야 술이 겨우 깼는데 아침에 마을 뒷산을 맨발로 1시간 정도 다녀 오면 출근 전에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것.

왜 그럴까.
흔히 발은 '인체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발의 각 부분이 각종 장기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발을 자극하고 근육을 마사지하면 각 장기 기능이 활성화되는 것은 물론 뭉친 근육이 이완되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맨발로 걸으면 자연스레 발바닥 전체를 지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기계 및 내분비계 질병 등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발은 또 '제2의 심장'으로도 불린다. 발은 우리 몸에서 심장과 가장 먼 곳에 위치해 혈액을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기능이 떨어진다. 이때 맨발로 걸으면 신체 외부 압력에 의해 심장으로 혈액을 돌려보내는 기능이 증대돼 혈액순환이 좋아진다. 이따금 맨발걷기를 하면 의외로 발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며 피로가 사라지는데 이는 정체되기 쉬운 발의 혈액순환이 좋아지면서 나타나는 효과인 것이다.

산깨나 탄다는 산꾼들은 한번쯤 봤을 것이다. 오렌지색 바탕에 검은색 발바닥이 눈에 먼저 와닿는 '맨발산악회'의 리본을. 맨발산악회는 매년 회원이 조금씩 늘고 있다. 우연이 아니라 그만큼 발의 중요성을 사람들이 깨달았기 때문일 게다.

돌멩이 하나 없는 양탄자같은 오솔길은 상관없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맨발로 덤볐다가는 큰 코 다친다. 초보자의 경우 20분, 그 다음엔 30분, 이렇게 서서히 페이스를 올려야 한다.

매년 신청자들이 대거 몰려 대기자 리스트를 작성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던 '발사랑 맨발 등반대회'가 본격 산행 시즌을 맞는 오는 21일 부산의 진산 금정산에서 열린다. 맨발로 느리게 걸으면서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고, 산행 후에는 산상 국악 공연과 온천욕 그리고 시원한 맥주까지 제공되는 행사다.

오전 10시 동문 행사장에 집결해 가벼운 몸풀기를 한 후 10시50분 금정산 동문을 출발, 의상봉 약간 못 미쳐 위치한 제4망루를 돌아 다시 동문으로 되돌아 오는 코스. 재미를 더하기 위해 흙길 중간에 낙엽 도토리 자갈 그리고 대나무 밟기 구간도 마련된다. 도착은 대략 낮 12시30분.

이번 행사의 주최측인 호텔농심 전복선 홍보 담당은 "초보자들의 참가가 매년 늘고 있다"며 "하이힐을 많이 신는 직장 여성들에게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행 후에는 식사가 바로 제공되며 식사 후에는 동문 옆 너른 터에서 한국국악협회 부산지회 단원들의 국악 및 전통 무용 공연이 펼쳐진다. 참가비는 2만2000원. 점심식사, 허심청 온천이용권, 허심청 브로이 맥주권 등이 제공되며 참가자 모두 보험에 가입된다. 참가 신청은 호텔농심 홈페이지(www.hotelnongshim.com)에서만 받는다. 문의 (051)550-2508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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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 400회 발자취

山河누빈 8년 … 국내 개척산행 새지평 열어
호남·충청권까지 독자, 신문 시리즈론 최장수
등산인 저변확대 공헌, 無名산·계곡 명칭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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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도 대금산 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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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비슬산 진달래.



지난 7월 청도 용당산에서의 한 에피소드.

매주 목요일마다 취재산행을 떠나는 산행팀은 이날도 어김없이 아침 일찍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힘겹게 된비알을 오른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안 일단의 여성팀을 만났다.

60대 중반 한명과 40대 후반 세명이 한팀인 그들은 사제지간이다. "지금은 같이 늙어간다"며 웃음꽃을 피운 이들은 갖고온 과일을 나눠줬다.

대구서 왔다는 그들은 대화 도중 다짜고짜 산행팀을 보고 "혹시 국제신문 산행팀 아니냐"고 묻는게 아닌가.

처음엔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지만 그들이 떠나는 산행지는 모두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를 보고 정한다는 한마디에 그만 실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매주 산행을 떠나는 그들은 이따금씩 "우리도 한번쯤은 산에서 국제신문 산행팀을 만나지 않겠느냐"고 농담삼아 얘기했는데 이렇게 만나 정말 반갑다며 악수를 청했다. 그들은 "현재 국내 여러 신문사에서 산 소개를 하고 있지만 그 기사들은 이미 등산로가 잘 나 있는 명산 위주의 '보기 좋은 떡'일 뿐 실제 산행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국제신문 근교산 기사는 산행 초보자라도 그 기사만 보면 완주가 가능한 '먹기 좋은 떡'"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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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용지봉 장유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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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기백산 용추계곡.

그동안 인사치레로 근교산 시리즈의 고마움을 여러 차례 들은 적이 있지만 이렇게 취재현장인 산에서 몸으로 실감한 것은 처음이었다. 동시에 밀려오는 책임감으로 다시 한번 등산화 끈을 조여 매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인기리에 연재중인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가 10일자(2004년 9월)로 400회를 맞았다.


지난 1996년 1월4일 '기장 달음~철마산 종주산행(상)'편을 시작으로 첫발을 내딛은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햇수로 8년이라는 오래 기간을 달린 끝에 지금은 부산경남을 넘어 경북과 호남 충청권까지 고정 독자를 확보할 만큼 산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사실 근교산 시리즈는 이보다 3년 앞선 지난 1993년 1월7일 처음 시작됐다. '가볼만한 근교산'이라는 제목으로 '금정산'편을 소개한 후 이듬해 11월 87회 밀양 '정각산'편을 마지막으로 1년10개월간 연재됐다. 만일 '가볼만한 근교산' 87회를 포함한다면 근교산 시리즈는 500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 된다.

이런 곡절 때문에 3년 뒤 재출발한 시리즈의 제목은 '다시 찾는 근교산'으로 변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전국의 모든 산을 산행 대상지로 한다는 취지에서 '근교산&그 너머'로 새롭게 변신했다.

내용을 차치하고서라도 시리즈 횟수만으로 볼 때 이 시리즈는 전국의 모든 신문에서 연재되고 있는 시리즈 중 최장수이며, 따라서 근교산 기사가 매주 게재될 때마다 전무후무한 기록을 갱신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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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승학산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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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지리산 피아골 연곡사 단풍.

근교산 시리즈가 독자들에게 크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철저한 현장답사와 현지취재를 통해 숨겨진 능선과 계곡이 새로운 등산로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산행에 나서고 싶어도 산길을 몰라 감히 산을 찾지 못했던 초보 산꾼들은 물론 베테랑 산꾼들에게도 '이런 코스도 있었나'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해 산행인구의 저변을 넓히는데 적지않은 공헌을 했다고 자부한다.

그간 전담기자만 배병주 박명도 조해훈 조봉권 박병률 김용호 등 무려 6명이 거쳐갔다. 산행대장 역시 부산 산악계의 원로인 성산 씨, 건건산악회 회장이자 베테랑 산악인인 최남준 씨가 기반을 다진 후 지금은 대학산악부 출신으로 독도법에선 부산 최고를 자랑하는 젊은 산악인 이창우 씨가 7년째 맡고 있다.

전담기자들은 한결같이 "만일 이창우 산행대장의 노력과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방대한 시리즈가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재미있는 점은 전담기자들이 근교산 시리즈를 맡기 전에는 하나같이 산에 대해 문외한이었다는 점. 기자들이 독자들의 입장에 서서 편견없이 쉽게 산행기를 전달하다보니 호응을 받았다는 것이 자체 분석이다.

신문 기사와 안내 리본을 보며 산행하는 독특한 등산문화를 선도한 근교산 산행팀은 부산 경남북의 이름없는 산과 능선 계곡들에게 옛이름을 찾아주고 새이름을 붙여준 작은 업적을 세우기도 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이 발간하는 지형도에도 없어 자칫 영구히 묻혀버릴 수도 있는 산 이름을 현지 마을의 어르신이나 산속 암자의 스님, 그리고 문헌 등을 통해 발굴한 것.

양산 다방동에서 출발하는 금정산 종주의 처음과 마지막 봉우리인 다방봉과 금정봉을 비롯해 양산 채바우골만당 축전산 천마산 용굴산 비석봉 중리동산 매봉, 밀양 구천산 정승봉 명필봉 북암산, 청도 개물방산 쌍두봉 도롱굴산 방음산 서지산 효양산 복점산 시루봉, 언양 배내봉, 합천 절갓 등이 대표적인 본보기.

능선으론 간월공룡, 가지산 북릉, 천성산 중앙능선, 옹강산 가운데능선 등이 있으며, 신불산 홍류계곡 등도 국제신문 산행팀의 빼놓을 수 없는 역작으로 지금은 그 명칭이 지역 산꾼들에게 널리 통용되고 있다.

덕분에 국내 주요 산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이들 이름이 하나씩 등재돼 전국의 산꾼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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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가지산 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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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소백산 눈꽃.

근교산 시리즈는 특히 청도와 밀양의 모든 면 단위에 위치한 산을 빠짐없이 소개하는 기록을 세웠으며 1000m가 넘는 20여개의 고봉들이 즐비한 거창 지역 산 소개도 거의 막바지에 와있다.

지난해 '아름다운 한국의 산1'을 펴낸 모아산악회 명예회장인 한영동(금성중 교사)씨는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가 없었다면 아마도 책 저술기간이 훨씬 길었을 것"이라며 "답사땐 반드시 근교산 시리즈 스크랩을 들고 다니면서 일일이 확인했지만 하나도 틀린 부분이 없을 만큼 정확해 혀를 내둘렀다"고 고백했다.

아마추어 산꾼인 진준근씨는 근교산 시리즈 덕택에 많은 산꾼을 알게 됐다고 전화로 고마움을 전해왔다.

50대 중반인 그는 "기사가 나온 주말이면 신문을 오려 영남알프스 등지로 산행을 하다보니 70대 어르신과 동년배의 50대 산꾼들을 자주 만나 알게돼 지금은 팀을 이뤄 같이 근교산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근교산 시리즈를 보며 3년째 산행을 하고 있는 서면의 권헌영 비뇨기과 원장은 "산행을 하다 보니 등산만큼 좋은 운동이 없으며 특히 남성의 성기능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지금까지 등산과 성기능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객관화된 자료가 없었다"며 "근교산 시리즈를 보며 함께 하는 산꾼들에게 설문지를 돌려 등산과 성기능의 상관관계를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백 한가지.

사실 근교산 산행팀은 본의 아니게 항의성 전화도 많이 받았다. 지리산 시루봉과 기장 용천산, 그리고 최근 소개한 밀양의 백마산 산행을 한 후였다. 산행로가 모두 송이버섯이나 두릅 대추 사과나무 주변을 질러갔기 때문이다. 분별없는 몇몇 산꾼들이 지나가다 농민들의 피땀이 맺힌, 자식같은 작물들을 하나 둘씩 슬쩍하다 보니 이에 화가 난 농민들이 신문사로 연락한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농민들에게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하며, 동시에 산꾼들에게는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자제를 부탁하는 바이다.

이번엔 당부 한가지.

'산꾼들이여, 리본을 만지지 말아달라'. 이같은 행위는 초보 산행자들에게는 어쩌면 반살인행위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잊지 말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당황한 초행자들은 리본에 의존해 하산로를 찾는다. 재미삼아 반대 방향으로 달아놓은 리본은 결국 조난으로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 산행팀이 뽑은 숨겨진 근교산 베스트7

목차

산이름

특 징

355

곡성 동악산

빼어난 산세·도림사계곡

338

합천 누룩덤~부암산

조망·암릉산행 만끽

314

가덕도 응봉산~웅주봉

환상적 조망

302

함양 삼정산

7개 절 암자 품은 불국토

283

경산 백자산~삼성산

가족 및 부부산행 '강추'

178

양산 천마산~매봉산

양산의 숨은 보석

148

창녕 석대산~화왕산

억새평원·진달래·조망 탁월


글 ·사진=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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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할아버지 이문권(72) 씨.

그는 1997년 2월 부산 동명공고 교감직을 마지막으로 43년간의 교직생활을 접은, ‘마음씨 좋은’ 영어교사였다.

노령에도 불구하고 그는 요즘 부산의 진산 금정산에 푹 빠져있다. 많게는 일주일에 다섯번, 보통 서너번은 금정산을 쉼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40대 후반부터 직장 동료들의 권유로 산행을 시작한 그는 1년6개월 전부터 20여년 동안 꾸준히 다녀온 산행을 최종 정리하는 방대한 작업을 하고 있다.

산행에 문외한인 초보자가 보더라도 금정산을 홀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70여개의 산행로를 산행일지와 함께 그려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1, 2호선 지하철역 주변을 산행기점으로 하는, 정말 돈 안드는 코스로 말이다.

“아마도 금정산처럼 동서남북 어디에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런 산은 전국적으로 드물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부산시민들은 금정산의 진가를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실제로 이씨가 지금까지 작업해온 금정산 등산로와 산행일지를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완벽하다. 일흔을 넘긴 노인 혼자 도전하기에는 너무도 방대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만큼이나 금정산을 많이 오르내리고, 금정산의 산행로를 머리 속에 꿰뚫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감히 자신한다. 그가 내놓은 등산로와 등산일지를 참고하면서 차분히 그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수긍이 간다.

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에 내려 금정산에 오르는 길을 예로 들어보자.

그가 정리한 등산로에는 경동아파트, 범어사 매표소, 상마마을에서 각각 오르는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경동아파트의 경우 계명봉~농장~임도~고당봉 코스와 계명암~장군봉 평원~마애불 입구~고당봉 길로 세분화 했다.

범어사 매표소에서 출발하는 길도 북문~고당봉, 금강암 입구~금샘~고당봉, 내원~미륵불 입구~고당봉으로 각각 분류했다.

이같은 코스 소개는 남산동 두실 구서동 장전동 부산대 온천장 명륜동 동래역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2호선의 호포 금곡 동원 율리 화명 수정 덕천역 등도 마찬가지다.

산행일지에는 산행시 가장 중요한 들머리 부분에 많은 양을 할애해 꼼꼼하게 기입해 놓았으며 구간별 소요시간도 세밀하게 기록했다.

뭐니뭐니해도 압권은 등산로 지도. 아마추어가 작성한 지도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현재 시판되는 웬만한 전문서적의 등산로보다 더욱 꼼꼼하게 돼 있다.

“산행일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잠을 자지 않고 작성하면 그만이었지만 지도는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이씨는 지난해말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퇴임했던 학교를 찾아가 컴퓨터 담당교사로부터 이른바 과외를 받았다. 덕분에 표물을 포함한 A4 용지 2~3장 분량의 산행일지와 등산로 지도는 가볍게 소화해낸다.

“은퇴후 처음엔 산이 좋아 무작정 산을 찾았어요. 그랬더니 가끔씩 산행에 동행하는 친구들이 이왕이면 기록으로 남기면 어떻겠느냐고 제의를 했어요. 산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격려 또한 큰 힘이 됐지요.”

그는 요즘도 변함없이 산에 오른다. 눈길을 내려오면서 쟀던 일부 구간들의 산행 시간을 눈이 없는 정상적인 길에서 다시 한번 재기 위해서다. 그가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에 대한 에피소드 하나. 1998년 친구 둘과 경남 진해 수리봉을 오르다 정상 부근에서 떨어졌다. 통영의 구조헬기가 다행히 구조했지만 오른쪽 이마가 함몰되고 왼손 골절, 엉치뼈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었다. 수술후 의식을 되찾은 그의 첫 일성. “선생님 다시 산에 갈 수 있나요.”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3.03.2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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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582> 양산 금정산

왜 이리 사람이 없어, 여기 금정산 맞아


양산 동면 가산리서 출발, 범어사로 하산
산행중 양산 쪽에선 산꾼 거의 없어 한산
걷는 시간만 4시간20분, 근교산행지로 제격
금샘 원효암 의상대 거치는 '엑기스'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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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에서 오르는 금정산은 의외로 산꾼들이 없어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산행 도중 만난 전망대에 서면 낙동강과 지류인 양산천 그리고 무척 오봉 토곡 선암 금동 석룡 동신어 신어 백두 까치 돛대산 등 김해 양산 쪽의 산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우리 땅 도심에 금정산만큼 접근성이 뛰어나고 수려한 경관을 가진 산이 또 있을까. 지역 산꾼들은 이 점에 있어선 축복받았다고 생각하며 아끼고 사랑하고 그래서 오르고 또 오른다. 해서, 주말 금정산은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는 등산로를 따라 인산인해를 이룬다. 만일 하늘에서 봤다면 여왕 개미를 향한 일개미 군단의 행렬에 비유될 듯싶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지나친 사랑도 좋지만 그와 비례해 폐해도 적지 않다. 호젓해야 할 산길이 시골장터마냥 떠들썩하다. 무념무상의 경지로 임해야 될 산행이 되레 스트레스만 듬뿍 안겨준다.

그렇다면 이제 금정산은 산행지로서의 기능을 잃었단 말인가. 시경계를 넘어 인접한 양산에서 오르면 다행히도 아직 호젓한 산길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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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팀이 발굴한 양산 쪽의 흔들바위(왼쪽)와 산행 도중 올려다 본 양산 쪽 산사면. 최고점이 주능선인 729봉.

   
  양산에서 오르는 금정산은 의외로 산꾼들이 없어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산행 도중 만난 전망대에 서면 낙동강과 지류인 양산천 그리고 무척 오봉 토곡 선암 금동 석룡 동신어 신어 백두 까치 돛대산 등 김해 양산 쪽의 산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양산에서 출발하는 금정산은 부산의 금정산과는 딴 산이다. 시골 풍취도 남아 있고 호젓하며 제법 운치도 있다. 무엇보다 지도상에는 등산로가 뚜렷하다고 표기돼 있지만 막상 가보면 의외로 오랜 기간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개척하는 재미도 있다.

여기에 수석전시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둥그스름한 기암괴석까지 산사면에 쏙쏙 박혀 있어 눈까지 호사시켜 준다. 거기에다 최근 고유가로 인해 너무 먼 산의 소개를 자제해 달라는 독자들의 요청까지 만족시켜 줄 수 있어 금상첨화의 코스라 아니할 수 없다.

금정산 등산은 출발지가 부산이든 양산이든 정상인 고당봉에 올라선다. 여기서 산행팀은 금정산 내 의미있는 볼거리를 가급적 많이 소개하기 위해 금샘 원효암 의상대 범어사를 차례로 들렀다.

산행은 양산시 동면 가산리 중리마을 정류장~금정암~잇단 철탑~잇단 임도~(410봉)~전망대~흔들바위~산죽길~석문~729봉(주능선)~가산리 마애여래입상~철탑~금샘~금정산 고당봉~금정산장~북문~원효암~의상대~범어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20분. 도중 볼거리가 많아 식사시간 등을 포함하면 넉넉잡아 6시간 정도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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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중리)정류장에서 내려 바로 우측 포장로를 따라가며 산행을 시작한다. 100m 뒤 첫 갈림길에서 우로 간 후 '금정암' 팻말을 보고 좌측으로 향한다. 이후 또 갈림길. '중리교'라 적힌 이정석이 보이는 좌측으로 100m쯤 가면 또 다른 갈림길. 역시 '금정암' 팻말을 따라 가면 막다른 골목에 금정암이 보이고, 산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정면 담쟁이덩쿨이 보이면    
   
좌측으로 가고,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가야 본격 산으로 진입한다. 잠시 잡풀을 헤치고 나아가면 반듯한 길과 함께 정면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어서 오라 손짓한다. 여기까지 오면 초입 부분 어려운 길찾기는 끝.

경주 김씨묘를 지나 소나무숲을 따라 두 번째 묘지를 지나면 갈림길. 능선으로 향하는 왼쪽으로 올라선다. 첫 번째 철탑을 통과하면 이내 오름길. 너무 한적해 강원도 오지라 해도 속을 듯하다. 8분 뒤 또 갈림길. 왼쪽 가산마을로 내려가는 하산길 대신 우측으로 간다. 소나무 재선충 훈증처리 지점을 지나면 집채만한 바위 앞에서 또 갈림길을 만난다. 얼핏 선명한 좌측 길로 가기 쉬우나 직진형 우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바위 우회로인 셈이다. 9분 뒤 오르막 정점은 두 번째 철탑. 여기서 그냥 반듯한 직진길 대신 좌측 철탑을 통과해 산길로 오른다. 한눈에 봐도 길은 묵어 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올라갈 수 있다. 잠시 후 임도와 만난다. 우로 20m쯤 가서 좌측 침목을 덧댄 산길로 들어서면 3분 뒤 한 굽이 돌아오는 임도와 다시 만난다. 좌측 금정산 종주의 시점인 양산 다방동 방향 대신 우측 호포 방향으로 250m쯤 간 뒤 두 번째 곡각지점을 돌자마자 임도 좌측 열린 길로 올라선다. 오르기 전 그간 안 보이던 금정산줄기가 저멀리 보인다. 찾기가 어렵지 일단 올라서기만 하면 반듯한 산길로 이어진다. 15분 뒤 다시 임도. 이번엔 왼쪽으로 간다. 지도상의 410봉은 임도 좌측에 위치해 있다. 150m쯤 진행한 뒤 뒤 묘지를 지나 숲으로 진입한다. 임도는 여기서 끝.

지금부턴 금정산 특유의 '천구만별(千龜萬鼈·천 마리의 거북이와 만 마리의 자라)'로 불리는 기암괴석을 감상하며 주능선을 향한다. 밧줄을 잡고 올라 농짝만한 바위 맞은편 전망대에 서면 낙동강과 지류인 양산천, 양산신도시가 보이고, 정면 무척산에서 우측으로 오봉 토곡 선암산이, 낙동강 건너 좌측으론 금동 석룡 동신어 신어 백두 까치 돛대산이 확인된다.

이제 간혹 만나는 바위를 우회해 올라 주변 조망을 감상하고 다시 숲길로 올라서는 운행이 반복된다. 20분 뒤 길 우측으로 일명 흔들바위를 만난다. 실제 혼신의 힘을 다해 밀면 약간 움직인다.

7분 뒤 다시 전망대에 선다. 뒤돌아보면 기암괴석이 보석처럼 산사면에 쏙쏙 박혀 있고 정면으론 저멀리 낙동강을 배경으로 호포지하철기지창에서 발아래 계곡을 거쳐 마애불과 토굴로 올라오는 산길도 훤히 보인다. 또 한 가지. 정면 초록색의 지붕이 보이는 기암이 보인다. 가산리 마애여래입상이 있는 지점이다.

   
  이번엔 산죽 오름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18분쯤 뒤 어느새 마애불 눈높이까지 올라선 듯하다. 우측에 보이는 기암 반대편 직벽에 마애불이 있다. 5분 뒤 갈림길. 좌측 대신 직진하면 곧 갈림길. 이번엔 마애불 가는 직진 방향 대신 좌측으로 올라선다. 고무판이 깔린 조그만 석문을 통과하면 금정산 주능선이며 낙동정맥이자 지도상의 729봉에 닿는다. 좌측 장군봉 계명봉 방향 대신 우측 고당봉으로 향한다. 5분 뒤 마애불 갈림길. 주능선에서 80m 지점에 1000년의 오랜 성상 동안 비바람에 씻기면서 말없이 방문객을 내려다보고 있다. 마애불 아래 두릅나무가 자라고 있는 지점이 과거 움막이 있던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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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명칭인 가산리 마애여래입상. 일명 마애불. 경남도 유형문화재이다.

이어지는 반듯한 낙동정맥길. 잣나무 조림지와 철탑을 지나면 이내 사거리. 좌측 '정상 0.3㎞' 방향으로 간다. 곧 갈림길. 직진해 바로 오르면 정상이지만 산행팀은 금샘을 보기 위해 좌측으로 향한다. 2분 뒤 '금샘 가는 길과 금샘과 범어사 설화'가 적힌 안내판 앞에 선다. 안내판 우측 뒤로 간다. 금샘까진 0.2㎞. 5분 걸린다. 금샘은 한 마리의 금빛 물고기가 오색 구름을 타고 범천(梵天)에서 내려와 놀았다는 곳. 금샘 안내판으로 되돌아와 이번엔 '북문 가는 길'이라 적힌 이정표 방향 대신 이 방향으로 2m쯤 간 뒤 우측 열린 길로 올라선다. 고당봉으로 가기 위해서다. '북문 가는 길'은 고당봉을 가지 않고 바로 북문으로 내려선다.

6분이면 나무계단 앞. 앞서 정상 직전 갈림길에서 곧바로 직진하면 이곳으로 올라선다. 금샘을 보기 위해 한참을 돌아 이곳으로 온 것이다. 나무계단과 나선형 계단을 돌아 오르면 이내 고당봉 정상. 장군봉 천성산 계명봉 원효봉 의상봉 신어산 동신어산 오봉산 등과 낙동강이 모두 확인되는 거칠 것 없는 조망이 펼쳐져야 하지만 아쉽게도 짙은 운무에 의해 시계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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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암 입구와 원효암 경내.
 
하산은 북문 방향으로 향한다. 20분이면 고모당과 고당샘을 거쳐 북문산장에 도착한다. 잠시 숨을 돌린 후 북문을 통과해 범어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10분 뒤 '북문 0.6㎞', '더 푸르게 더 맑게'라 적힌 안내판을 지나면서 메인 등산로를 버리고 우측으로 간다. 원효암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9분이면 '원효암'이라 적힌 조그만 현판이 걸린 문을 통과, 12분을 더 가야 암자에 다다른다. 도중 부도와 삼층석탑 그리고 편백과 향나무숲길이 무척 아름답다. 참선수도 도량인 이곳에는 범어사 조실 지유 스님이 주석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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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대에서 바라본 조망. 남산봉 뒤로 회동수원지가 보인다.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 원효암 안내판이 보이는 사거리에서 앞서 올라온 길 바로 우측으로 향한다. 20~30m쯤 갔을까, 우측 바윗길로 오르면 드넓은 바위가 소나무를 끼고 있다. 범어사를 창건한 의상 대사가 기거했다는 성스러운 자리로, 예부터 금정산에서 전해오는 '금정8경'의 하나로 의상망해(義湘望海)라 불린다. 바위 좌측에는 용이 승천하는 듯한 글씨체로 '의상대(義湘臺)'라 새겨져 있다. 조망도 기가 막혀 정면 남산봉과 회동수원지를 감싸는 아홉산 황령산 광안대교 그리고 발아래 상마 하마마을이 보인다.

드디어 본격 하산길. 4분 뒤 갈림길에서 좌로 100m쯤 내려서면 갈림길. 직진하면 상마마을, 좌측으로 크게 꺾으면 범어사로 이어진다. 좌측으로 8분이면 범어사에서 북문으로 가는 메인 등산로와 만나고, 여기서 10분이면 범어사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북한음식점' 산꾼들 사이에서 모르면 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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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샘과 하산 중 내려다 본 범어사.


'동국여지승람'과 '범어사 창건 사적'에도 나오는 금샘. 금정산(金井山)의 금정(金井)은 금샘을 의미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학계의 견해이다. 즉 금샘이 있기에 금정산이란 이름이 생겨났고, 그 금샘으로 인하여 범어사가 이 산에서 탄생됐다.

하지만 초행자의 경우 이 금샘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 단적인 사례 하나. 부산 남구 용당동에 산다는 한 50대 산꾼은 금샘 안내판 앞에서 산행팀을 보자 무척 반가워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도통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미 안내판 좌측 뒤로 가서 허탕을 쳤다는 그는 자신이 없어 고민 중에 있었다. 안내판 우측 뒤로 가야 된다고 설명하자 그는 발걸음을 금샘 방향으로 옮겼다. 뒤따라 나선 산행팀은 5분 뒤 금샘에 도착했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산행팀이 그 아저씨를 부르자 아, 글쎄 금샘 좌측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답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그는 "도중 '금샘 가는 길'이라 적힌 이정표는 보였지만 정작 밧줄을 붙잡고 올라선 후 '금샘'이란 안내판만 보였어도 이처럼 고생을 하지 않았을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듣고 보니 그랬다. 초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그렇겠다는 수긍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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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 입구 음식거리 한 가운데 위치한 북한음식점(051-508-3035). 함경도 원산이 고향인 시어머니 밑에서 15년간 배운 솜씨를 안주인 김미정(52) 씨가 그맛 그대로 전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등산 후 3~4인일 경우 수육모듬(순대 수육 족발·2만 원·사진)을 권하고 싶다. 모두 북한식이다. 특히 족발의 경우 2시간30분 정도 삶은 후 프라이팬에 튀겨 담백하다. 북한에서 잔치할 때 주로 해먹는 요리란다. 가자미식해가 밑반찬으로 제공된다. 북한식 만두와 녹두빈대떡도 일품이다. 금정산을 다니는 산꾼들 사이에선 이 집 모르면 간첩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범어사 순환버스를 타고 '어린이놀이터 정류장'에서 내려 200m쯤 걸으면 도로 우측에 위치해 있다.


◆ 교통편-지하철 2호선 호포역 내려 빨간색 버스 타야

지하철 2호선 호포역에서 내려 1번 출구 앞 호포역 버스정류장에서 23, 24, 87, 88, 93, 107, 113번을 타고 양산시 동면 가산리 중리마을 정류장(표기는 가산(중리)마을로 돼 있음)에서 내린다. 기사 아저씨는 번호와 관계없이 빨간색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한다.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8.06.19 19:38 / 수정: 2008.06.19 오후 10: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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