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비해 골 깊고 능선 변화무쌍, 경주IC 진입 후 오른쪽 바로 보여
남산부석·상사바위 등 수석전시장, 상선암 마애불 등 볼거리 무궁무진

늠비봉 정상에 기단을 만들어 세운 늠비봉 오층석탑. 그 뒤로 경주시가지와 배리평야는 물론 구미산 선도산 옥녀봉도 시야에 들어온다.
경주팔괴의 하나인 남산부석. 큰 바위 위에 얹힌 부처님 머리를 닮은 바위가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명명된 이름이다.

산행 이정표 역할을 하는 '신라인의 미소' 와당.

 
 얼핏 보기에는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아담하고 평범한 산이지만 막상 품에 안겨 보면 그 살림살이가 예사롭지 않음을 금새 감지할 수 있는 경주 남산. 한 마리의 거북이 서라벌 남쪽 깊숙이 들어와 엎드린 형상이다. 이는 경주IC로 들어서자마자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확인 가능하다.

덩치에 비해 골은 깊고 능선은 변화무쌍하며 발길 닿는 곳마다 기암괴석이 빚어져 있어 수석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그래서 남산에 오를 땐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고 신경을 곧추 세워야 한다는 말이 회자된다. 시나브로 등로를 벗어나면 마애불이 기다리고, 바위를 타고 한 굽이 오르면 전망 좋은 암봉에서 석탑이나 석불좌상이 사바세계를 굽어보고 있다.

고려 이후 무관심 속에 오랜 성상을 보냈지만 남산에는 아직도 ‘산속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유물유적이 널려 있다. 동서 너비 4㎞, 남북 길이 10㎞, 둘레 24㎞에 불과한 아담한 산속에 이처럼 유물유적이 집중된 경우는 아마도 남산이 유일하리라. 지난 2000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도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 듯 싶다.

순례길은 70여 개. 2년 전 공룡능선을 타고 고위봉을 거쳐 칠불암 신선암마애불 등을 둘러보고 원점회귀한 산행팀은 그보다 북쪽인 금오봉을 중심으로 또다시 성지순례에 나섰다.

구체적 경로는 경주시 남산동 통일전 주차장~서출지~화기물보관소~국사골~마애여래좌상~부석~순환도로~헬기장~금오봉(468m)~상사바위~바둑바위~황금대~부엉골(포석골)~부흥사~늠비봉(오층석탑)~금오정~순환도로~일천바위~보리사 마애여래좌상~석불좌상~갯마을 앞 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45분 정도지만 문화재 및 사연있는 바위들을 구경하다 보면 5, 6시간은 족히 걸린다.

통일전 주차장에서 서출지(書出池)와 무량사를 잇따라 지나면 사거리. 우로 100m쯤 가서 왼쪽 다리를 건너 화기물 보관소를 통과하면 남산 안내도와 함께 갈림길. 왼쪽은 남산순환도로, 산행팀은 ‘남산 부석 1.3㎞' 라 적힌 이정표가 가리키는 오른쪽 국사골로 향한다. 소나무와 진달래가 지천인 우리네 산의 전형이다. 우측 계류엔 물이 거의 말라 있다. 대숲을 통과하면 옛 굴바위 절터. 집채만한 바위 아래 자연굴이 있다. 진행 방향은 돌탑 쪽. 정면 저 멀리 경주팔괴의 하나로 손꼽히는 남산부석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지그재그 오르막 길이다. 9분 뒤 편평한 터. 순환도로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집채만한 바위를 우회하면 정면에 남산부석이 손에 잡힌다. 큰 바위 위에 얹힌 부처님 머리를 닮은 바위가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부석 주변엔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그야말로 천태만상으로 솟아 있다. 편평한 바위를 돌면 우측으로 길이 열려 있다. 20m 내려서면 큰 바위 아래 양지바른 지점에 마애불. 보존상태가 의외로 양호하다. 이내 부석. 부석 아래 받침돌이 상당히 불안하지만 불국정토에 앉아 사바세계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장엄, 그 자체다.

한 굽이 올라서면 팔각정 터. 금오정에서 금오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만나는 지점이다. 건너편엔 금오정과 늠비봉 오층석탑이 각각 보인다. ‘남산관광일주도로 준공비'가 서 있는 지점을 지난다. 지도 상의 사자봉이다. 직진하면 남산순환도로. 왼쪽 금오봉 방향으로 간다. 헬기장을 지나 좌측 저 멀리 고위봉을 감상하다 보면 ‘금오봉 80m'라 적힌 이정표를 만난다. 우측으로 간다. 4분 뒤 금오봉 정상. 너른 터에 큰 정상석이 서 있고 전망이 없다.

             경주 남산 금오봉 정상.

하산은 포석정 방향. 왔던 길로 되돌아가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곧 ‘←석불좌상' 이정표가 보이지만 실제론 길이 없다. 참고하길.

등로는 앞서와는 달리 부드러운 오솔길. 이 길은 등로 좌측 삼릉에서 상선암과 마애불을 거쳐 금오봉으로 올라오는 최단 코스로 남산 순례길 중 가장 인기가 높다. 도중 만나는 전망대에서 보면 상선암과 마애석가여래대불좌상 그리고 배리들판의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배리들판 건너 경부고속도로 옆으로 흐르는 강은 형산강이다.

약수골 마애대불(8.6m)에 어어 규모 면에서 두 번째인 상선암 마애석가여래대불좌상(5.2m).

상사바위. 높이 13m, 길이 25m쯤 되는 주름이 많은 큰 바위더미이다.

일순간 정면에 거대한 바위를 만난다. 상사바위다. 높이 13m, 길이 25m쯤 되는 주름 많은 큰 바위더미이다. 예부터 상사병에 걸린 사람이 이곳에서 빌면 완쾌된다고 전해온다. 상사바위 우측에는 조그만 감실과 그 아래 석불입상이 서 있다. 진행 방향은 상사바위 좌측. 곧 상선암 갈림길을 만나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바위틈새를 통과하면 쉼터. 우측 너른 전망대가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바둑바위다. 얼마 못가 진주 강씨묘 인근의 전망대. 발 아래가 아찔한 절벽인 황금대다. 발 아래 포석정에서 해질 무렵 이곳을 올려다 보면 누런 빛이 발해 신라 때부터 신성시 돼 왔다 한다.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바둑바위. 전망이 아주 빼어나다.

이때부터 급경사 내리막. 20분이면 부엉골(포석골) 계류에 닿는다. 이 길로 하산하면 포석정, 산행팀은 계류를 건너자마자 곧바로 우측 늠비봉 방향으로 오른다. 부엉골 너른 반석은 가지산 쇠점골 오천평반석이 부럽지 않을 정도. 이 너른 반석을 오르다 우측 산길로 향하면 곧 갈림길. 좌측 계곡으로 떨어지는 험로로 내려서자마자 건너편 산길로 오른다.

늠비봉 오층석탑.

양지 바른 터에 위치한 부흥사를 지나 나무다리를 건너면 갈림길. 우측 급경사길로 오르면 곧바로 늠비봉 오층석탑을 만난다. 암봉인 늠비봉 정상의 바위 윗면을 잘라내고 깨뜨린 석재를 이용해 기단을 만들고 그 위에 탑을 쌓아 올렸다. 경주시가지와 배리평야는 물론 구미산 선도산 옥녀봉도 보인다. 늠비봉 우측엔 세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대형 의자바위, 정면에 보이는 산줄기는 산행팀이 방금 지나온 능선이다.

탑 좌측 송림으로 향한다. 대숲을 지나 10분쯤 급경사길을 오르면 금오정. 정자 현판을 보고 왼쪽엔 남산부석, 금오봉 정상, 상사바위가 손에 잡히고 우측으론 정면 토함산을 기준으로 10, 11, 2시 방향으로 각각 낭산 동대봉산 삼태봉이 확인된다.

금오정에서 돌길로 내려서면 다시 순환도로. 우측은 금오봉 가는길, 산행팀은 좌측으로 간다. 통일전 갈림길을 지나 150m쯤 뒤 우측으로 급경사길이 열려 있다. 탑골 가는 길로 이후 송림길이 무척 인상적이다.

13분 뒤 길 우측에 여러 개의 바위가 뒤엉킨 집채만한 바위가 서 있다. 일천바위다. 옛날 마왕이 난동을 부려 1000명의 백성들이 이곳으로 피했는데 때마침 홍수가 나 마왕은 떠내려가고 백성들은 무사했다는 전설이 서린 바위다. 마왕바위로도 불린다. 이곳에 서면 화랑교육원 뒷산임을 알 수 있다.

산행은 이제 막바지. 9분 뒤 갈림길. 우측은 새남산마을, 좌측으로 직진한다. 다시 10분 뒤 갈림길. 직진하면 옥룡암,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긴 대숲터널을 지나면 산을 벗어나 보리사로 향하는 길 중간쯤으로 나온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보리사로 바로 내려서는 길은 없고 우회로를 조성해 놓은 듯했다. 보리사에선 대웅전 좌측에 위치한 보리사 석불좌상(보물 제136호)과 주차장에서 절 진입로 입구 좌측 대숲으로 250m쯤 오르면 만나는 마애여래좌상을 놓치지 말자. 절에서 통일전 가는 갯마을 버스정류장까지는 9분 걸린다.

              보물 제136호인 보리사 석불좌상.

# 떠나기 전에 - 늠비봉 오층석탑, 달빛기행 최고 감상 포인트

황금대에서 내려서면 만나는 부엉골은 남산8경 중 하나로 낮에도 부엉이가 울 정도로 험하고 깊은 골짜기다. 포석정에서 오르면 만난다 해서 포석골로도 불리는 이 골짜기는 최근 부흥골(富興谷)로 잘못 해석돼 늠비봉 아래 계곡에 위치한 절을 부흥사로 부르고 있다. 참고하길.

산행 중 인상적인 곳은 늠비봉 오층석탑. 매달 보름을 전후한 주말마다 열리는 '남산 달빛기행' 때 보름달을 감상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마지막 신라인' 고 윤경렬 옹이 펴낸 '경주 남산'(대원사펴냄)에는 이렇게 묘사돼 있다. '이 탑은 다른 탑과 달리 거칠게 정 자국을 남겨 인공미를 생략해 반자연 반인공으로 처리했다. (중략) 만약 이 탑을 박물관으로 옮겨 놓는다면 미완성품이지만 이 바위산에서는 완성품이다. 불과 7m 정도의 작은 탑이지만 100m 되는 산과 연결돼 하늘과 통하는 높은 탑으로 승화된다'.

들머리 서출지 주변에는 현재 배롱나무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채 서 있지만 7월부터 100일 동안 펴 있다는 백일홍과 연꽃이 찾는 이들의 넋을 잃게 할 정도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배롱나무와 연꽃이 만개한 들머리 입구 서출지.

# 교통편 - 노포동 터미널서 경주, 10분 간격으로 출발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요금은 4000원. 들머리 통일전으로 이동하기 위해선 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 버스정류장에서 금아버스 10, 11번을 이용하면 된다. 10번은 18분, 11번은 16분마다 온다. 두 버스 모두 막차가 밤 9시대. 경주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0분마다 있으며 막차는 밤 9시50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서 나와 포항 울산 보문관광단지 방향으로 계속 직진~울산 불국사 방면 7번 국도 우회전~통일전 화랑교육원 우회전~통일전 주차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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