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과 사람' 8명 완연한 봄 맞아 경주 토함산으로 번개출사
- 대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아름다운 자태 렌즈에 담아

- 노란 꽃다지와 첫인사 후 멸종위기 노랑무늬붓꽃 감상
- 각개전투하듯 다양한 자세로 자기만의 촬영모드 돌입

- 야생화 특성·꽃말 등 꿰뚫어 회원 모두 움직이는 식물도감
- 영남알프스·무룡산·노자산 등 부울경 대표적 출사지도 섭렵













번개 출사지는 경주 토함산(745m)이었다. 일반적으로 불국사와 석굴암을 품고 있고 하늘에 제를 지내던 신라 5대 영산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토함산은 산꾼들에게는 단석산 남산과 함께 경주의 3대 명산이자 동해바다를 굽어보는 해맞이 명소로 인식돼 있다.

반면 야생화 마니아들에게 토함산은 산나물과 함께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려 있는 오랜 친구와도 같은 푸근한 육산으로 사랑받고 있다. 같은 산이라도 이처럼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종족 보존 위해 더욱 많이 핀 야생화
 
부산 근교의 대표적 야생화 출사지로는 정자항을 품은 울산 무룡산, 양산 천성산 상리천, 고성 문수산 늘앗골, 거제 노자산과 영남알프스 가지산 신불산 등이 있다. 이 중 왜 토함산이냐고 물었더니 "지금 이 시기에 가장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가 도처에 고개를 내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완연한 봄이지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떠오를 정도로 봄바람 속에 새치름함이 남아있었다. 자연스럽게 날씨와 야생화의 관계가 화두로 먼저 떠올랐다.

'꽃과 사람' 김병권 회장은 "올해는 날씨 덕분에 되레 일부 야생화는 더 많이 피었다"고 운을 뗐다. 약간 귀를 의심했다. 분명 올해는 이상 저온과 잦은 강수에 따른 일조량 부족 등으로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야생화 또한 예외가 아닐텐데.

김 회장은 오래전 김영삼 정부 집권 첫해를 회상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엔 이른 봄부터 7월까지 가물었어요. 야생화 마니아들은 아마도 거의 꽃이 피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신불산에 올랐는데 예년과 달리 키 작은 철쭉이 신불산 평원을 가득 메우고 있지 않겠어요. 그것도 아주 화려하게. 생명의 위협을 느낀 철쭉이 종족 보존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해 꽃을 피운 거지요. 죽기 전 소나무가 가지마다 솔방울을 가득 달리게 하는 것과 같은 원리지요."

올해 야생화도 당시와 유사한 상황에 직면했다. 그는 "올봄의 경우 이상 저온 등으로 야생화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각시붓꽃이나 반디지치 같은 일부 야생화는 급증했다"고 말했다. 통상 야생화는 한 해 걸러 많이 피고 적게 피고를 반복하는 해걸이를 한다. 지난해 많이 핀 각시붓꽃이 상대적으로 적어야 하지만 역시 종족 보존을 위해 많이 핀 것이라고 한다. 비록 예년에 비해 일주일 정도 늦게 만개했지만, 덕분에 마니아들은 신이 났다. 손톱만 한 크기의 조그만 야생화가 지구 이상 기온의 중요한 지표가 될 줄이야. 야생화 보존. 더 나아가 생물종 다양성 보존이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경주 토함산은 야생화의 보고  
 
이날 번개 출사에 나선 회원은 8명. 여자 셋, 남자 다섯. 얼핏 적은 듯하지만 야생화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인터넷 동호회가 늘 그렇듯 그들은 남녀노소 관계없이 '님' 자를 붙여가며 닉네임을 사용했다. 근교인 범의귀 큰바우 천지 지음 그림자 해피맘 그리고 모만호가 그들. 맨 후자는 닉네임 같지만 본명이다. 그는 동래원예고 교사다. 오래전 가입했지만 출사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전문가 수준의 회원들이 잘 모르는 야생화를 해박하고도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선생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금 토함산의 모습은 파스텔톤으로 분칠한 화사한 신부 같다. 수종에 따라 연두색 잎이 농담을 달리하며 푸름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연중 이때의 신록이 가장 예쁘다. 그 모습에 반해 한동안 멍하니 서 있자 야생화꾼들이 한마디 던진다. "이 기자, 오늘은 허리를 숙여야 큰 성과가 있다구."

그랬다. 수줍은 듯 고개를 내민 야생화와 눈을 맞추기 위해서는 허리를 낮추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다가서야 비로소 야생화는 아름다운 자태와 향기를 나눠주기 때문이다.

이날 찾은 토함산 시부걸 코스는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2월 말이면 변산바람꽃을 비롯 복수초 가지복수초 노루귀(청색 분홍색 흰색) 올괴불나무 등을 볼 수 있는 데다 특히 이 시기에는 노랑무늬붓꽃 애기송이풀 등 멸종위기 및 희귀식물이 적지 않아 봄 야생화 순례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산길 또한 부드러워 야생화 산행지로 금상첨화다.

노란 꽃다지가 봄바람에 하늘거리며 첫인사를 한다. 농부의 눈에는 한낱 잡초에 불과하지만 군락을 이룬 자태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산괴불주머니도 지천이다. 오랑캐꽃이라고도 불리는 제비꽃도 반갑게 인사한다. 흔히 보리고개 때인 4월 북방 오랑캐가 쳐들어올 때 한참 펴 오랑캐꽃이라 명명됐다 전해오지만 모 선생이 꽃을 따 보여주며 꽃잎 뒤의 꿀주머니가 오랑캐의 뒤통수를 닮아 오랑캐꽃이라고 설명했다. 하찮아 보이는 풀꽃 하나에도 생김새에 따라 그럴듯한 전설이 숨어 있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노랑무늬붓꽃 앞에서 모 선생의 설명이 이어진다. "우리나라 식물은 크게 환경부의 멸종 위기 식물 1급(8종) 2급(56종), 산림청의 희귀식물(217종) 후보종(44종)으로 지정돼 있어요. 노랑무늬붓꽃은 멸종 위기 2급에 해당되지요."

산중 회의도 잠시 열렸다. 회원 '지음' 씨가 늘 보는 모습과 약간 달라 어떤 천남성인지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었다. 장희빈의 사약 원료로 알려진 천남성은 쉬운 것 같지만 종류가 많아 의외로 어렵다고 한다. 다음 날 '지음' 씨는 홈페이지에 문제의 사진을 올리면서 둥근잎천남성(아래 사진)이라고 못을 박았다. 잠시 농담 하나. 여성들은 가급적 천남성을 홈페이지에 올리지 말지어다. 발음이 '첫남성'이라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란다.

회원 '범의귀'는 비록 꽃은 피지 않았지만 가늘게 자란 잎만 보고 애기나리라고 했다. '야생화 하는' 사람들은 꽃이 피기 전과 지고 난 후의 잎을 봐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각개전투하던 회원들이 모처럼 한곳으로 모여든다.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애기송이풀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기 때문. 중부 이남에서는 보기 힘든 '귀하신 몸'이라 다들 배낭을 내려놓고 본격 촬영 모드에 들어갔다. 새를 닮은 진분홍빛 꽃도 앙증맞지만 애기송이풀을 완벽하게 담으려는 회원들의 다양한 자세가 가관이다. 앉아 쏴, 엎드러 쏴, 쪼그려 쏴는 기본이고 요가를 응용한 이상야릇한 폼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사바세계에서는 내외할 법도 한 관계지만 산속 야생화 앞에선 몸이 밀착되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등이나 엉덩이 무릎에 흙이 묻는 것은 보통이었다. 야생화의 힘이었다.

"회원들의 몸이 어쩌면 저렇게 유연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40분쯤 뒤 누군가 '갑시다'라고 외치자 아쉬운 듯 자리를 뜬다. 애기송이풀을 두고 회원 '근교인'은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린 후 진분홍빛의 정열적인 새를 닮았다며 '불새꽃'(아래 사진)이라 부르길 강력히 주장한다고 적어 놓았다.

이름 그대로 족도리를 닮은 족도리풀은 누군가 촬영을 위해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해놓았다. 잠시 헤어졌던 모 선생이 "이거 한번 드셔 보세요"라며 뭔가를 하나 건네준다. 입에 넣었더니 약간 새콤한 맛이 났다. 큰괭이밥으로, 강원도 태백에서는 '새콤이'라고 부른다며 우리 산야에선 알고 보면 먹을 것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고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었다.

날개현호색도 만났다. 소박하고 은은한 존재감.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런 것이 아닐까. 모 선생은 "자세히 보세요. 꽃자루 뒤에 붙은 턱잎이 애기 손을 닮았지요. 현호색은 제비꽃처럼 변종이 많아요. 그래서 어려워요"라고 설명했다. 옆에 있던 회원 '큰바우' 씨는 "공부를 안 하면 여기서는 왕따가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25년간 골프도 치고 등산도 해봤지만 야생화만큼 재미있는 취미가 없다"며 "나이 육십이 넘어 뒤늦게 야생화를 알게 된 것이 내 인생의 큰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그들의 야생화 사랑은 끝이 없었다. 고양이 눈을 닮은 선괭이눈과 상괭이눈, 산자고와 앵초, 각사붓꽃, 털제비꽃 등등. 그들은 예외 없이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일일이 렌즈에 담고 또 담았다. 여전히 등이나 엉덩이에 흙을 묻혀 가면서.

각시붓꽃.

선괭이눈.


덩굴꽃말이.

산자고.



'꽃과 사람' 번개 출사 회원들은 간단한 점심 식사 후 오전 작업이 성에 안 찼던지 귀향길에 울주군 연화산을 찾았다. 분꽃나무가 향기를 뿜고 있고 앵초의 대규모 군락지가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곳은 또 북쪽에만 있는 걸로 알려져 있는 홀아비꽃대와 남쪽에만 서식하는 걸로 알려진 옥녀꽃대가 동일 장소에서 서식하고 있는, 아마도 전국에서 유일한 곳이다. 그들의 정열과 애착에 경의감마저 느껴진다.


야생화는 정보 싸움, 화무십일홍을 잊지 마라

'꽃과 사람'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야생화는 정보와의 전쟁이라고 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가장 뼈에 사무치는 사람이 바로 야생화꾼들이기 때문이다.

"10여 일 정도 바쁘거나 어떤 이유에서든 특정 꽃을 못 보고 지나가면 꼬박 일 년을 기다려야 되지요. 또 귀한 꽃이 피는 장소와 시기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동호회 활동을 통해 정보를 알 수 있지요."

야생화꾼들은 또 아주 부지런해야 한다. 풍경도 그렇지만 야생화도 통상 해 뜨고 1시간, 해 지기 전 1시간 즈음, 촬영하기 가장 좋다고 한다. 해서 시간을 맞추려고 무진장 노력한다. 하지만 모든 야생화가 그러한 룰에 맞게 피고 지고를 하는 것은 아니다.

 복수초와 변산바람꽃은 햇빛을 제법 받은 오전 10~11시쯤 만개하고, 산자고나 깽깽이풀 만주바람꽃은 날씨가 화창한 오전 11시~오후 2시 꽃을 피운다. 그래서 야생화꾼들은 그 같은 부단한 작업을 두고 '운팔기이'의 외로운 작업이라고 한다.

야생화를 알게 되면서 회원들은 자연을 더욱 더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대자연 속에서 그 가치를 몸으로 깨닫는 작업이야말로 진정 자연친화적 삶이 무엇인지, 나아가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해주는 것 같아요."

한 회원은 이렇게 덧붙였다. "수년 전 할미꽃 한 송이가 5000원쯤 한 적이 있었어요. 할미꽃이 돈이 된다고 하니 무덤 위의 모든 할미꽃이 일순간 사라져 버리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지요. 지금은 할미꽃이 많아요. 할미꽃을 화분에 옮겨놓아도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거든요. 나아가 산에 피는 야생화는 아파트 화분 속에 오면 금방 죽는다는 사실도 알았어요."

인터넷 야생화 사진 동호회 '꽃과 사람' 이야기를 더 보시려면 아래 주소를 클릭하세요. 
http://hung.kookje.co.kr/471

거제지맥 2박3일 종주코스중 한가운데 위치
옥포서 시작, 거제도 10대 명산 파노라마
부산 가덕도 연대봉, 다대포 영도 조망
정상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다도해 황홀경'

국사봉에서 본 바로 앞의 작은국사봉과 고현동(옛 신현읍 고현리) 일대. 고현은 버스터미널과 여객선터미널이 들어선 거제도의 중심지이다.
 
 최근 거제도에 산행로와 관련, 대역사(大役事)가 이뤄졌다.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이른바 거제지맥 종주구간이 뚫렸기 때문이다. 섬의 맨 남단인 망산에서 출발해 북으로 가라산~노자산~북병산~옥녀봉~국사봉을 거쳐 대금산으로 이어지는 총 52㎞ 구간이 그것으로, 보통 2박3일 정도 걸린다. 거제지맥은 대우조선해양(주)의 산행서클인 우정알파인클럽(회장 김상철) 회원들이 3개월 여에 걸쳐 다리 품을 팔아 개척한 땀의 결실.

김 회장은 “좁게는 3만여 회사 직원들의 여가생활 방편으로 개척했지만, 넓게는 우리 섬의 주옥같은 산들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반가운 소식이 하나 더 있다. 섬의 서쪽 끝단에 위치한 산방산에서 계룡산~선자산을 거쳐 거제지맥의 북병산과 연결되는 동서 횡단로가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꿈같은 방대한 대역사가 올해 말 완성될 경우 아름다운 섬 거제도를 승용차 대신 수백리 능선길을 따라 일주가 가능해져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거제도의 10대 명산에서는 한결같이 쪽빛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을 조망할 수 있다.

산행팀이 이번에 소개하는 국사봉(國士峰·462m)과 옥녀봉(玉女峰·554.7m)은 거제지맥의 한 구간으로 거제의 10대 명산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산세는 평범하다. 월출산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영남알프스 능선마냥 웅장한 맛은 없지만 그저 소리 소문없이 섬에서 뭍을 그리워하며 사람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움에 사무쳤는지 찾는 이에게는 부드럽고 넉넉한 산길을 내어준다. 해서 올라가는 산이 아니라 왠지 품안에 안겨 기대야 할 산이라는 느낌이 앞선다.

산행은 옥포아파트~애드미럴호텔~골프연습장~국사봉 등산안내도~약수암~수월재(주능선)~체육시설(큰골재)~잇단 전망대~국사봉 정상~작은 국사봉~옛 수월농장~임도~명재~명재쉼터(문동폭포 갈림길)~옥녀봉 삼거리~능선안부(옛 헬기장)~옥녀봉 정상~능선 끝 전망대~예비군 훈련사격장~14번 국도 대우조선해양(주) 정문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 정도.


대우조선의 사원주택인 옥포아파트 단지 내 애드미럴호텔 우측 옆길로 향한다. 골프연습장을 지나면 왼쪽에 등산로가 열려 있다. 아파트 뒷산이라 많은 주민들이 눈에 띈다. 소나무와 전나무 등 늘푸른 수목이 시원스레 뻗어 있다. 슬레이트 지붕의 약수암을 지나면서 길은 점차 가팔라진다. 주능선인 수월재까진 대략 30분.

여기서부턴 솔가리가 널부러진 오솔길. 10분 뒤 체육시설. 큰골재다. 옥포만이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는 쉼터가 조성돼 있다. 저 멀리 가덕도 연대봉과 다대포 몰운대 그리고 영도 봉래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국사봉 정상에 오르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을 비롯 계룡산 선자산 가라산 옥녀봉 등 거제도 10대 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석 뒤로 쌍봉인 독봉산, 그 뒤 계룡산이 보이고 우측 신현 앞바다에 삼성중공업이, 그 뒤로 고성 쪽의 구절산 거류산 벽방산도 아스라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어지는 길은 갈림길. 평행봉 앞에서 우측으로 간다. 산길은 좁고 경사지면서 잇단 전망대를 지난다. 비로소 저 멀리 건너편 철탑이 서 있는 옥녀봉이 보인다. 15분이면 국사봉 정상에 올라선다. 신선대 바위라 불리는 이곳에선 거제도의 산이란 산과 섬의 경제를 떠받치는 양대 축인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정상석을 기준으로 양쪽에 자리잡고 있다.

정상석 정면의 계룡산과 그 뒤 산방산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선자산 북병산 노자산 가라산이, 오른쪽으로 앵산 대금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석 발 밑 낮은 암봉이 작은국사봉, 그 왼쪽 옆 두 개의 봉우리가 독봉산이다.

하산은 심한 내리막 바윗길. 집채만한 바윗덩어리 집합체와 운치있는 송림을 지난다. 대신 안부에서 작은국사봉까지는 경사가 아주 심한 오르막이다. 국사봉에서 작은국사봉까지는 25분 걸린다.

발길은 이제 옥녀봉으로 향한다.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 우측 열린 길로 향한다. 무심코 가다가는 지나치기 쉬우므로 길 찾기에 유의하자. 오랫동안 인적이 드물어 묵은 길이다. 5분 뒤 옛 수월농장. 폐 축사 쪽 대신 우측 억새군락지 사이 큰 길로 향한다. 뒤돌아보면 ‘우 국사봉, 좌 작은국사봉'. 비로소 국사봉이 두 개의 봉우리로 마주보고 있는 형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거제지맥길은 내달려도 좋은 만큼 여유롭게 편안하다.

거제지맥 곳곳에 설치돼 있는 등산로 팻말. 대우조선해양 우정알파인클럽이 만들었다.


곧 임도와 만난다. 7분쯤 뒤 다시 산길로 접어들면 사거리. 왼쪽길은 국사봉에서 작은국사봉을 거치지 않고 바로 내려오는 길이므로 산행팀은 우측으로 간다. 여기서부터 거제지맥길. 길을 개척한 ‘대우조선 우정알파인클럽’이라고 적힌 빨간색 리본이 걸려 있다. 이곳에서 옥녀봉 정상 밑 삼거리까지는 1시간40분 정도의 오솔길이 이어진다. 내달려도 좋고 쉬엄쉬엄 가도 상관없다. 간혹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곤 하지만 솔가리와 낙엽이 쌓인 나목 숲에서 ‘푸드덕'하며 날아오르는 장끼와 까투리 그리고 누른 점박이 노루는 겨울산행의 진면목을 맛보게 해준다.

50분쯤 뒤 갈림길. 명재다. 산세로 봐서 국사봉과 옥녀봉의 경계지점인 듯하다. 왼쪽길을 택하면 이내 명재쉼터. 지도 상의 문동폭포 갈림길이다. 직진한다. 된비알이 시작된다. 점차 옥녀봉 가까이로 다가서는 느낌이 들 무렵 삼거리에 닿는다. 소위 옥녀봉 삼거리다. 명재에서 55분. 거제지맥은 여기까지. 마른 억새가 보이는 왼쪽으로 간다. 나목 사이로 저 멀리 옥녀봉이 보인다. 20분 뒤 능선 안부. 정상까지 0.6㎞로 대략 15분 걸린다.
옥녀봉에서 내려다본 대우조선해양.

정상에는 이동통신 중계탑 등 서너 개의 뾰죡 철탑과 과거 군인들이 근무했던 막사가 방치돼 있지만 한려수도 쪽빛바다 위에 뜬 지심도와 외도 그리고 해금강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이날따라 지심도 뒤로 대마도까지 보인다.

옥녀봉 정상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쪽빛 바다는 그림같이 아름답다.

하산은 계속 직진. 능선 끝 전망대를 지나 바위능선을 우측으로 우회해 내려서면 40분 뒤 대우조선 예비군 사격훈련장. 거기서 3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14번 국도를 만난다. 길을 건너면 대우조선 정문이고 바로 그 옆이 버스 정류장이다.

# 떠나기전에 - 거제지맥·동서횡단로에 앵산 빠져

산행 후 대우조선해양(주) 우정알파인클럽 김상철 회장에게 물어봤다.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거제지맥과 현재 계획 중인 산방산~계룡산~선자산~북방산으로 이어지는 동서횡단 등산로가 뚫릴 경우 아쉽게도 거제 10대 명산 중의 하나인 앵산만 빠진다고. 앵산은 섬의 북서쪽에 홀로 치우쳐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오랫동안 클럽 회원들과 함께 앵산과 비교적 가까운 대금산을 연결하는 등로를 개척하기 위해 수 차례 탐방을 했지만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은 "현재로선 인위적으로 나무를 베어가며 산길을 내야 할 판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우선 동서횡단 등산로를 완성한 뒤 다시 시도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사봉과 옥녀봉 정상에 서면 향후 거제도의 미래를 한 단계 올려줄 도로망을 엿볼 수 있다.
통영과 거제를 이어주는 새 도로망과 부산~거제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에서 내려오는 연계도로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 현재 도로공사 중인 곳도 직접 눈으로 확인 가능하다.

하여튼 단 한 번의 짧은 산행으로 거제도의 현재와 미래를 가장 많이 목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국사봉과 옥녀봉인 것만은 분명하다.

# 교통편 - 부산서 여객선·시외버스 등 다양

중앙동 여객선터미널(051-660-0117)에서 옥포행 여객선은 오전 7, 9, 11시에 있다. 45분 걸린다. 옥포여객선터미널(055-687-6767)에서 부산행 여객선은 오후 3, 5시에 출발한다.

부산 서부터미널(051-322-8306)에서 거제 고현행 시외버스는 오전 8시30, 9시49분에 있다. 2시간30분 걸린다. 고현에서 산행 들머리인 옥포까지 가기 위해선 터미널 앞에서 장승포행 시내버스를 탄다. 5분 마다 있으며 800원. 날머리 대우조선 정문 수위실 앞에서 고현행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고현시외버스터미널(055-632-1920)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40, 5시22, 5시58, 6시40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마산 창원 방향~서마산IC~시청 통영 방향~진동~고성~통영~거제도~신거제대교~14번 국도~고현~연초~옥포소방서 지나 '애드미럴호텔, 옥포쇼핑센터, 거제대학 평생교육원, 국사봉 정상 1.8㎞' 이정표 보고 우회전, 애드미럴호텔 우측 도로를 따라 가면 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