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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키장 덕분에 무주는 겨울 여행지로 각인돼 있지만 알고 보면 여름철 가족동반 여행지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나라땅 최고의 계곡으로 무주33경을 품은 구천동계곡, 스키 이외에도 즐길거리가 무궁무진해 사계절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는 무주리조트가 자림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을 기준으로 서로 반대쪽에 위치한 구천동계곡과 무주리조트는 산꾼들에게 들머리와 날머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차로 이동하면 6, 7분 정도 걸린다.

 무주리조트 곤돌라가 생긴 1997년 이전의 덕유산 등반길은 십중팔구 구천동계곡에서 출발해 백련사를 거쳐 향적봉에 오르는 코스가 일반적이었다. 산행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삼공매표소에서 백련사까지의 6㎞ 구간은 삼림욕을 겸한 가족 산책로로 제격이다. 녹음이 우거진 계곡 숲속에 들어서면 사바세계에서 찌든 삶이 눈녹듯 사라지며 1분 이상 발을 담그기 힘든 계곡수는 수정같이 맑고 청명하다.
 예부터 9000명의 생불(生佛)이 나올 정도로 깊고 그윽한 계곡이라 해서 명명된 구천동계곡에는 무주33경이 숨어 있다.

 삼공매표소를 통과하면 15경 월하탄부터 시작되며 나머지 1~14경은 구천동계곡 하류인 원당천을 따라 포진해 있다. 신라와 백제의 국경이었던 나제통문(1경) 백련사(32경) 덕유산 정상 향적봉(33경)을 제외한 나머지는 굽이굽이마다 모두 너른 반석과 크고 작은 소 담 폭포가 이어져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는다.

 폭포수가 달빛에 비치면 장관을 이룬다는 월하탄, 옛날 백련사를 오가는 스님들과 불도들이 쉬어가는 곳인 안심대, 2단폭포인 구천폭포 등을 거쳐 속세와의 인연을 끊는다는 이속대를 벗어나면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천년고찰 백련사에 이른다.

여기서 놓쳐선 안 될,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 쉬운 볼거리가 하나 있다. 백련사 일주문 옆 부도밭 맨 우측에는 최근 조성한 듯한 회백색 부도탑 두 기가 바로 그것이다.
 영국 데일리메일(
www.dailymail.co.uk) 회장을 지낸 러더미어 3세와 그의 한국인 장모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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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연이 이랬다.
러더미어 3세의 두 번째 부인은 한국인이었고, 그의 장모 전주 최씨(최낙순)의 고향이 무주 구천동이었다. 생전에 구천동계곡을 찾은 러더미어 3세는 계곡의 풍광에 매료돼 사후에도 영원히 이곳에 남을 방법으로 부도를 택했다고 전해온다. 장모는 오래 전부터 백련사의 절실한 신도였고, 이를 계기로 러더미어 3세의 도움으로 백련사에 많은 시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란히 놓인 두 기의 부도는 장모와 사위의 것인 셈이다. 부도 바로 옆 안내석에는 '영국 자작 러더미어 3세'와 그의 부인 및 장모의 이름, 그리고 이 같은 사연이 적혀 있다. 참으로 사람의 인연은 묘하고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정확히 10년 전인 1998년 조성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뒤늦게 그 사연이 밝혀지면서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고 전해온다. 씁쓸한 점은 당시 언론에서 러더미어 3세와 장모의 부도 조성 사연에 촛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미망인의 상속액이 얼마였던가에 관심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다시 무주33경으로 돌아와 나머지 14경을 보려면 무주리조트에서 나와 좌회전, 고가도로를 타지 않고 그 왼쪽 '성주 설천' 방향 37번 국도를 타면 된다. 대부분 계곡 쪽으로 접근이 차단돼 있지만 중간쯤 주차할 공간과 진입로가 한 곳 보인다. 제6경인 일사대 가는 길이다. 구천동계곡 3대 명승지 중의 하나인 이곳은 구한말의 학자 송병선이 서벽정을 짓고 대자연과 더불어 은거한 곳이다. 너른 암반과 소가 형성돼 있어 멋과 운치가 빼어나 한번 들러볼 직하다.

 37번 국도를 따라 계속 달리면 1경인 나제통문에 닿는다. 안내원이 옛 병졸 복장을 한 채 관광객을 맞고 있다. 나제통문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최근 무주시가 조성한 반디랜드를 거쳐 무주읍으로 이어지며, 우측 나제통문을 통과하면 경북 김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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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33경 중 2경인 백련사 대웅전(왼쪽)과 일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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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주33경 중 27경인 구천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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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주33경 중 1경인 신라와 백제의 국경이었던 나제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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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리조트와 설천봉을 잇는 관광곤돌라.

Posted by 곤이

클럽 난코스 공략하기 - 무주CC

-70m 갈대숲과 깊은 벙커, 포대그린 10번홀 '산 넘어 산'
 
- 전장 약간 짧지만 현란한 그린 등으로 압박
- 풍광 빼어나 삼림욕장 생태공원 온 듯 착각
- 부산 창원 진주 등 영남권 내장객 35% 육박

   

암석을 이용해 조성한 폭포와 연못이 조화를 이룬 파3, 핸디캡3인 5번홀은 경관이 무척 아름답다. 이 홀은 그린 앞 두 개의 벙커와 좌우가 길고 앞뒤가 짧은 피넛 모양의 현란한 그린이 심리적 중압감을 준다. 
 
만일 국립공원 덕유산(德裕山) 자락에 포옥 안긴 무주CC를 처음 찾으면 초록의 페어웨이나 그린보다 우선 빼어난 풍광에 매료된다. 코스 곳곳에는 이름 그대로 덕성스러운 주능선이 '어서 오라!' 손짓하고, 수많은 아름드리 적송 등을 포함한 원시림은 마치 삼림욕장이나 생태공원에 온 듯한 착각을 일게 한다.

이유가 있었다. 무주CC 김정권 스포츠팀장은 "통상 골프장을 조성할 때 토목팀이 주도를 하지만 우리 골프장의 경우 조경팀이 먼저 들어가 살릴 나무와 베어낼 나무를 먼저 조사한 후 계류 및 기암과의 조화를 생각하면서 그 사이사이에 페어웨이와 티잉 그라운드, 그린을 배치할 정도로 자연미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무주리조트 내 해발 900m 고지대에 위치한 청정고원 골프장인 무주CC는 규모가 크지 않다. 국립공원 내 골프장이라는 한계 때문에 홀과 홀이 거의 이웃해 있다. 18홀의 전장은 6212m(6793야드)로 비교적 짧지만 현란한 그린과 업 다운이 심한 폭 좁은 페어웨이, 그리고 샷이 안착될 지점에 어김없이 입을 벌리고 있는 깊은 벙커가 주말골퍼들을 심리적으로 억누른다. 이 같은 이유로 무주CC에는 로컬룰이 하나 있다. OB티가 없는 것이 바로 그것. 미스샷이 발생, 볼이 이웃 홀에 떨어져도 벌타 없이 그대로 칠 수 있다. 만일 티샷을 한 볼을 찾지 못하면 '로스트볼'에 해당되며, 이는 OB를 낸 것과 같은 벌타를 받는다.

또 한가지. 무주CC는 그린이 특히 어렵다. 타 골프장에 비해 크기가 작고 착시 현상까지 있는 데다 런까지 제법 있어 앞 핀일 때 볼이 지나칠 경우 대부분 내리막 경사여서 버디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렇다면 스코어는 어떻게 나올까. 골프장 측에서는 "보기 플레이어들을 기준으로 볼 때 타 골프장에 비해 평균 4타 정도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린과 페어웨이 사이에 70m 갈대숲   
 

무주CC에서 가장 어렵다는 파4, 핸디캡1의 10번홀.
우측 10번홀 옆에는 내리막 18번홀이다.
 
무주CC에서 가장 어려운 홀은 어디일까. 이견의 여지없이 파4, 핸디캡1인 10번홀이다. 챔피언티 391m, 레귤러티 337~368m, 레이디스티 295m. 페어웨이와 그린 사이에 드넓은 갈대숲이 있는 일명 '갈대의 순정'홀이다.

레귤러티에서 갈대숲까지의 거리가 오르막 260m. 장타자의 경우 스푼을 잡기도 하지만 문제는 티샷을 얼마나 갈대숲 근처에 붙이느냐가 관건이다. 갈대숲의 길이는 70m. 여기에 갈대숲과 포대그린과의 거리 또한 생각보다 길고, 그린 좌우에는 벙커가 각각 포진해있어 심리적 중압감이 크다. 특히 우 벙커는 매우 깊어 그린 좌측으로 공략하는 것이 낫다.

티샷이 제대로 맞아도 힘든데 훅이 날 경우에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페어웨이 좌측 193~204m 지점에 벙커가 있는 데다, 그린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감하게 샷을 날리려 해도 숲이 가로막고 있어 불가능하다.

김 스포츠팀장은 "지난 4월 남자프로 2부 투어에서 파3, 5번홀에 이어 두 번째로 보기와 더블보기가 많이 나왔을 정도로 어려운 홀"이라며 "주말골퍼의 경우 이 홀에서의 보기는 파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고 말했다.

6번홀 전경.
근접해서 본 6번홀.

파4, 핸디캡2의 6번홀도 만만치 않은 홀이다. 파4중 가장 긴 홀로 챔피언티 398m, 레귤러티 352~382m, 레이디스티 326m. 거리 부담 때문에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는 데다 지형상 티샷이 슬라이스 날 확률이 높아 유의해야 한다. 특히 페어웨이 우측은 카트길이 있는 데다 내리막 경사가 심해 거의 100% OB날 확률이 높다. 해서, 좌측 소나무를 보고 티샷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세컨샷은 티샷이 제대로 맞았더라도 스탠스가 좋지 않는 등 변수가 많아 역시 슬라이스에 유의해야 한다. 어쩌면 티샷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결국 티샷, 세컨샷 모두 슬라이스 가능성이 높다.

어프로치 샷 때 그린 앞 벙커는 마치 그린과 거의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론 30m 갭이 있기 때문에 클럽을 고를 때 유의해야 한다. 일종의 착시 현상이다. 그린 우측과 뒷면은 아주 가파른 경사가 있기 때문에 그린은 좌측을 공략하는 것이 안전하다.


전장은 짧지만 그린은 어렵다

3번홀에서 본 덕유산 만선봉. 
3번홀.
3번홀은 포대그린에 항아리 벙커로 악명높다.
 
무주CC는 특히 그린이 어렵다. 파3, 핸디캡10인 3번홀이 대표적.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의 전위봉인 만선봉과 설천봉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전망 좋은 홀이다. 챔피언티 130m, 레귤러티 114m, 레이디스티 84m. 그린 앞부분 가운데 푹 패인 지점에 깊은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어 우선 위협적이다. 여기에 그린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경사가 심하다. 한번 꼬이면 냉온탕을 반복, 왕창 무너질 수 있다. 우측 상단이 높고 좌측이 낮다. 혹 티샷이 그린 좌측에 떨어지면 심할 경우 그대로 그린 아래로 굴러 내려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린을 넘길 수도 없다. 좌측은 거의 낭떠러지에 버금가고, 우측은 러프가 장난이 아니다. 그린 우측 하단으로 티샷을 하는 것이 정석이다. 역시 지난 4월 열린 남자프로 2부 투어에서도 3번홀의 평균 퍼팅수가 2.02개로 전체 18홀 중 5번홀(2.11개)에 비해 두 번째로 많았다. 만일 티샷 거리마저 길다면 산 넘어 산일 것 같아 아마도 설계자가 티샷 길이는 줄인 듯하다.

암석을 이용해 만든 폭포와 연못의 경관이 무척 아름다운 5번홀.

파3, 핸디캡3인 5번홀의 퍼팅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 챔피언티 180m, 레귤러티 130~155m, 레이디스티 114m. 그린 앞에는 두 개의 벙커와 암석을 조합해 만든 폭포와 연못의 경관이 무척 아름다운 홀이다. 그린은 좌우가 길고 앞뒤가 짧은 피넛 모양이어서 티샷을 그린에 적중시켜도 쉽게 오버돼 어프로치 샷을 해야될 때가 적지 않다. 해서, 처음부터 한 클럽 길게 잡고 부담없이 티샷 후 어프로치 샷을 한다 생각하고 플레이에 임하는 것이 낫다. 티샷이 짧으면 십중팔구 벙커나 해저드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린 착시가 심한 파4, 핸디캡7인 8번홀과 왼쪽으로 내리막이 특히 심한 파4, 핸디캡9인 4번홀도 그린에서 특히 퍼팅에 유의해야 된다.

숲 때문에 페어웨이가 잘 안 보여

무주CC에는 타 골프장과 달리 티잉 그라운드 정면에 울창한 숲이 조성돼 티샷부터 상당한 압박감을 준다. 그것도 무려 4개나 된다. 처음이라면 무척 당황할 수도 있다.

울창한 숲이 심리적 압박감을 주는 2번홀. 무주CC에는 이런 숲을 넘겨야 되는 홀이 4개나 된다.

우선 파4, 핸티캡6인 2번홀. 챔피언티에 서야 겨우 페어웨이의 절반이 보이지만 레귤러티에선 사실상 방향만 정해 티샷을 해야 한다. 좌측 경사가 심한 둔덕 아래와 페어웨이 중앙 사이로 티샷을 날리는 것이 좋다.

4번홀.
8번홀.

파4, 핸디캡9인 4번홀과 파4, 핸디캡7인 8번홀은 2번홀보다 숲의 거리가 뒤에 있어 훨씬 더 부담스럽다. 티샷이 조금이라도 좌우로 비켜가면 키 큰 수목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4번홀은 슬라이스가 날 경우 190m 지점에서 '막창'이 나기 때문에 스푼이나 5번 클리크를 잡고, 샷을 날리는 것이 유리하다. 이럴 경우 IP 지점에서 70~80m가 남아 세컨샷 하기에 좋다.

9번홀.
9번홀.

파4, 핸디캡11인 9번홀은 정면 우측 갈대숲이 부담을 주지만 눈앞의 야생화와 8번홀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가 티박스를 감싸고 돌아 여성들이 아주 좋아한다.

벙커 샷은 감이 달라 유의하길

무주CC의 벙커 모래는 백사이다. 그린과 색 대비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흔히 국내 골프장의 모래는 주문진이나 강릉의 규사를 사용하지만 이곳의 모래는 하얀 돌을 깬 파쇄사이다. 입자가 약간 더 크고 균일하다. 해서, 벙커 샷 할 때 클럽이 훨씬 잘 들어가 일반 벙커처럼 치면 더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에 스윙을 약간 작게 해야 한다.

13번홀.
13번홀을 가로지르는 무주스키장 서역기행 슬로프.
14번홀.
14번홀.

비교적 서비스홀에 속하는 파4, 핸디캡15인 13번홀과 파4 핸디캡16인 14번홀은 서역기행 슬로프가 각각 페어웨이와 티박스 앞을 가로지른다. 골프장과 스키장이 겹치는 부분이다.

장해석 대표이사는 "지난해까지 부산 창원 진주 마산 등 경상도 지역에서 찾는 내장객이 35%를 넘어섰다"며 "앞으로 보다 많은 경상도 골퍼들이 방문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063)322-9000

나머지 홀 사진입니다.

1번홀.
7번홀.
11번홀.
12번홀.
14번홀.
15번홀.
16번홀.
18번홀 티샷.
18번홀 세컨샷.
좌측이 18번홀, 우측이 10번홀.



Posted by 곤이

저기 좀 봐, 흥에 겨운 봄이 저혼자 불타오르네
주차장 원점회귀 4시간 코스 가족산행 해볼만

전국 최고의 철쭉산으로 불리는 제암산.
5월의 장흥 제암산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만산홍화'이다.
아저씨들도 철쭉 탐승 대열에 빠지지 않는다.
철쭉이 기대 이상이었는지 탐승객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밝다.

'아!'그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듯 외마디 탄성을 내뱉고는 그저 넋을 놓고 말았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 유명한 철쭉 군락지가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부산서 동창생들과 함께 왔다는 주부 김성희(48)씨는 “차로 3시간이나 걸려 짜증이 약간 났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말끔히 가셨다"며 “혼자 보기 아까워 가족들과 함께 빠른 시일 내에 한번 더 와야겠다"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전남 장흥과 보성의 경계에 우뚝 솟은 제암산(帝岩山·807m)은 매년 5월 초만 되면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60만 평의 아름다운 진분홍 철쭉 군락지 때문이다.

지금 제암산은 멀리서 봐도 한눈에 붉은 기운이 눈에 띌 정도로 온 산을 태워버릴 듯한 기세로 산꾼들을 유혹한다. 가히 절정 그 자체다.

철쭉 군락지로 유명한 산으로는 제암산을 비롯해 지리산 바래봉과 세석평전, 덕유산, 합천 황매산, 소백산, 태백산, 남원 봉화산 등이 손꼽힌다. 제암산은 남도 끝자락에 위치, 바다 건너 불어오는 훈풍을 받아 개화시기가 가장 빠르고 군락지 규모 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웃한 사자봉 일림산까지 포함하면 장장 6~7㎞ 정도 능선 주위로 좌우 너비가 길게는 200m에 이르는 야생철쭉이 밀집해 장관을 이룬다.
만개한 철쭉이 한 줄기 바람에 흔들려 꽃물결의 장관을 펼쳐 보이기라도 하면 눈이 부셔 차라리 눈물이 날 정도다. 이른 봄 산꾼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화려하고 발랄한 진달래와는 달리 그 모습을 조용히 드러내는 철쭉은 고고함과 안정감이 묻어난다. 신라 성덕왕때 남편을 따라 강릉으로 향하던 수로부인이 천 길 낭떠러지에 활짝 핀 꽃을 탐내자 마침 그 곳을 지나던 노인이 그 꽃과 함께 향가 `헌화가'를 바쳤다. 그 꽃이 바로 철쭉이다.

산행은 장흥 신기마을 공설공원묘지 입구 주차장~제암산 매원농장~(세 번의 임도산길 반복)~간재~잇단 헬기장~곰재산~곰재~돌탑 삼거리~제암산 정상(임금바위)~돌탑 삼거리~촛대바위~공설공원묘지 입구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로 대략 4시간 걸린다. 산행로와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고 길도 험하지 않다.


보성에서 장흥으로 향하는 국도 2호선 감나무재에서 출발하는 7시간 정도의 종주코스도 있다. 하지만 들머리와 날머리의 거리가 제법 떨어져 가이드산악회와 동행하지 않는 한 부산서는 사실상 당일치기는 벅차다.

제암산으로 오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주차장에서 곧바로 보이는 임도를 따라 오르거나,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난 아스팔트길을 따라 공원묘지를 지나 제암산으로 향하는 방법이 그것. 하지만 후자는 워낙 산길이 가팔라 하산길로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자갈 깔린 임도를 따라 `철쭉 군락지' 이정표를 보고 25분 정도 오르면 `유치자연휴양림'이라 적힌 이정표가 나온다.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산길, 왼쪽은 임도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산길은 지름길이고 임도는 둘러가는 길. 결국 제암산(간재 방향)으로 향하는 본격 산길 입구에서 만난다. 이곳에서 철쭉군락이 사실상 시작되는 간재까지는 0.5㎞. 주차장에서 간재까지는 50분.

간재는 제암산으로 향하는 능선길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오른쪽 사자산으로 가는 길은 버리고 왼쪽 곰재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철쭉 군락지의 백미는 간재에서 곰재까지의 약 1.5㎞ 능선 구간. 50년생 이상의 철쭉 10여 만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얼핏 보면 진홍색 물감을 능선 전체에 뿌려놓은 듯하다. 천상화원이 따로 없다.

잇단 헬기장과 제암산 철쭉제단을 지나면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 곰재산. 간간이 보이는 소나무와 기암괴석, 그리고 철쭉이 어우러진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다.

곰재산을 넘어서면 곧이어 곰재. 네 갈래 길이 기다린다. 직진하면 제암산, 오른쪽은 자연휴양림, 왼쪽은 들머리인 공원묘지로 이어진다. 곰재에서 돌탑이 있는 형제바위 삼거리까지 30여 분 동안은 극심한 된비알. 지금까지의 구간과 달리 숲이 우거져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오른쪽은 제암산으로 향하는 길이고 왼쪽은 제암산 정상을 거쳐 다시 돌아나와 하산하는 코스.

등산안내도의 색상 또한 무척 화려하다.

제암산으로 향하는 이 구간은 철쭉도 물론 있지만 원래 억새 군락지. 지금은 누렇게 말라 비틀어져 있지만 늦가을 억새산행지로 즐겨 찾는 곳이다. 헬기장을 지나 7분쯤 오르면 마침내 정상인 임금바위 아래에 닿는다. 임금바위는 사방의 바위들이 마치 신하들이 임금을 향해 엎드려 절하는 형상이라 붙여진 이름. 바위절벽인 임금바위는 오르기 힘들 것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잡고 오를만한 턱이 있어 등정이 가능하다.

힘들게 오른 만큼 보람도 크다. 일망무제로 펼쳐진 조망 때문. 좌우에는 각각 보성과 장흥 벌판이 발아래 굽어보이고, 동으로 팔영산, 남으로 천관산과 다도해, 서쪽으로 두륜산과 월출산, 북으로 광주의 진산인 무등산이 펼쳐진다.

100여 명이 넉넉히 앉을 수 있는 비교적 편평한 임금바위는 예부터 기우제를 지내던 영험스런 곳으로 요즘도 비가 오지 않으면 장흥군민들이 기우제를 지낸다고 한다.
하산은 왔던 길로 되돌아와 형제바위 삼거리에서 내려선다. 5분 후 갈림길. 형제바위와 촛대바위 방향으로 나뉘지만 공원묘지 400m 앞에서 만나므로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산행팀은 촛대바위로 길을 잡았다. 철쭉이 많은데다 전망이 좋기 때문이다. 촛대바위에서 공원묘지까지 내려서는 가파른 이 길로 45분 정도 가면 들머리인 주차장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5월의 산은 철쭉 세상, 제암산 가장 빠르고 태백산이 마지막

봄의 전령 진달래가 4월의 꽃이라면 철쭉은 계절의 여왕 5월의 꽃.
이맘때면 짙어가는 산록을 배경으로 연분홍 진분홍 철쭉의 바다를 가로지르는 철쭉산행을 위해 산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등산화를 질끈 맨다.
매년 전국의 유명 철쭉산에서 열리는 철쭉제가 전국의 산꾼들을 유혹하고 있다.

철쭉산의 개화시기는 대체로 장흥 제암산, 보성 일림산(5월 초순)-지리산 바래봉, 봉화산, 덕유산, 황매산, 사천 와룡산(5월 초순~중순)-소백산, 지리산 세석평전(5월 하순)-태백산, 정선 두위봉(6월 초순) 순이다.

# 교통편 - 순천IC로 나와 17~2번 국도 이용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목포 및 완도행 시외버스를 타고 장흥에서 내리면 된다. 오전 6시30분, 7시10분, 8시10분, 8시30분, 9시10분, 10시, 11시10분. 1만7000원. 4시간10분 걸린다. 장흥시외버스터미널에서 공설공원묘지가 있는 신기마을행 군내버스는 오전 7시, 9시, 10시50분, 오후 1시30분에 출발한다. 730원. 신기마을에서 장흥시외버스터미널행 군내버스는 오후 4시10분, 6시50분(막차)에 있다. 장흥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15분, 4시50분, 5시15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에서 나와 이정표 기준, 여수 벌교 17번 국도~2번 17번 국도 벌교 여수~2번 국도 벌교 낙안민속마을~순천 청암대학에서 좌회전~2번 국도 보성 벌교~2번 목포 장흥~제암산 일림산 웅치 895번 지방도 좌회전(이곳의 제암산 이정표는 제암산 자연휴양림 방향이므로 계속 목포 장흥 방향으로 직진해야함)~장흥군 제암산 18㎞~장흥읍~제암산 공설공원묘지 좌회전~제암산 4㎞, 사자산 8㎞~신기마을 제암산 주차장 순으로 가면 된다.

Posted by 곤이

고운 최치원, 어머니 위해 건립한 상연대(上蓮臺)도 품고 있어

산행 도중 저 멀리 맨 뒤 능선, 천왕봉(왼쪽)에서 반야봉(우측)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주능선이 일직선 상으로 하늘금을 그으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흰구름 산'이라 불리는 백운산(白雲山).
현재 우리나라에 백운봉까지 포함, `백운'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은 부산 기장의 백운산, 광양의 백운산 등 열댓 개. 20개를 넘는다는 천황봉(天皇峯)에 이어 두 번째다.
천황봉이라는 이름은 대부분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가 황국사관을 이 땅에 심기 위해 편찬한 지도책에 적힌 이름을 근거로 한다. 해서, 산꾼들에 의해 하루빨리 옛 산이름 찾기 운동이 대대적으로 펼쳐지기를 바란다. 반면 백운산은 산이 높아 구름을 걸치고 있다는 자연발생적인 이름이어서 친근감이 더하다.

경남 함양군 백전면과 서상면, 전북 장수군 번암면에 걸쳐 있는 백운산은 우선 그 이름만큼이나 높고 험하다. 고로쇠약수로 유명한 광양 백운산이나 원주 백운산도 산높이가 1000m 이상 되지만 그 중 으뜸이 경남 함양의 백운산(1279m)이다.

해발고도뿐 아니라 조망도 빼어나다. 주변의 이름깨나 알려진 내로라하는 명산들이 사방팔방으로 거칠 것 없이 펼쳐져 있어 이를 확인하는데만 한참이 걸릴 정도이다.
하산길에 만나는 골짜기인 큰골의 기암괴석은 높이가 30m쯤 돼 협곡에 가까운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데다 주변 아름드리 홍송 또한 일품이다.

산행은 대방마을 매표소~묵계암~상연대~주능선~전망대~하봉~중봉~백운산 정상~화과원 갈림길~용소폭포~헬기장~백운암을 거쳐 매표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5시간~5간30분 걸린다.


매표소를 지나면 정면에 `등산로 종합안내도'가 서 있다. 왼쪽 `상연대 묵계암', 오른쪽은 `백운암 화과원' 방향. 원점산행이라 어느 쪽으로 가도 상관 없으나 하산할 때 콧노래를 부르며 쉽게 내려올 수 있게 왼쪽으로 오른다. 정면 뾰족한 봉우리인 하봉과 조그만 암자인 상연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 초기는 예상외로 따분하다. 묵계암을 거쳐 상연대까지 가는 50여 분 거리가 시멘트길이기 때문이다. 암자 두 채를 위해 왜 이토록 산골짜기까지 차가 다닐 수 있게 포장해 놓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하기까지 하다.

묵계암까지는 30분. 관음전 삼성각 등 전각 두 채가 아담하다. 비구니승 두 분이 수행하고 있으며, 이들은 지나가는 길손에게 차를 대접한다.
만일 시멘트길이 지루하다면 묵계암을 지나 우측으로 열린 산길로 오르면 묘지가 있는 주능선에서 만난다. 이럴 경우 상연대를 못본다.

 

상연대 전경.


20분 뒤 상연대(上蓮臺). 고운 최치원 선생이 어머니의 기도처로 지은 암자이다. 여기서 최치원은 여기서 관음 기도를 하던 중 관세음 보살이 나타나 상연(上蓮)이라는 이름이 불러 이후 암자의 이름을 '상연대'라 불리게 됐다 한다.
 15m쯤 되는 벼랑 위에 사뿐히 앉아 있는 모습이 연꽃처럼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다. 신라말에는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인 실상선문이 이곳으로 옮겨와 선문의 마지막 보루가 되었다고 전해온다. 무엇보다 왼쪽 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 일직선으로 하늘금을 긋는 지리산 파노라마가 압권이다.
상연대에서 바라본 지리산 주능선. 왼쪽에 천왕봉이 우뚝 서 있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어머니의 기도처로 건립한 상연대를 지켜주는 수호목. 
함양 백운산에 오르면 내로라하는 명산들이 사방팔방으 로 거침없이 펼쳐진다. 사진 가장 뒤쪽 능선이 지리산 주능선으로 주봉인 천왕봉(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제석봉 영신봉 토끼봉 반야봉 노고단 고리봉 등이 일직선 상 으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상연대에서 백운산 정상까지는 1.8㎞. 이정표를 따라 계단을 오르면 본격 산길로 접어든다. 엄청나게 급한 오르막길이 기다린다. 밧줄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20여분 뒤 제법 넓은 주능선. 묘지가 가운데 있고 묵계암쪽에서 올라오는 산길과 만난다. 그 옆에 벤치가 있다.
계속되는 오르막, 이어지는 밧줄. 15분간 한바탕 또 힘을 소진하면 전망대. 방금 올라온 시멘트길과 능선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곧 무덤이 있는 봉우리에 닿는다. 하봉이다. 잡목 사이로 정상이 얼핏 모습을 드러낸다. 조금만 더 가면 중봉과 정상이 나란히 보인다.

7분 뒤 조망이 탁월한 중봉. 정상을 보고 오른쪽(동쪽)으로 남덕유산과 남령 월봉산이 이어지다 월봉산에서 능선이 갈라져 앞엔 거망산 황석산이, 뒤엔 금원산 기백산이 나란히 달리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어지는 산길. 정상 100m쯤 못가 무덤 2기가 있다. 왼쪽은 중고개를 거쳐 지리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산줄기다. 오른쪽으로 가면 바로 정상이다. 중봉에서 10분.

정상에서 지금까지 쭉 봐 온 주변 봉우리를 총정리할 수 있다. 정상석 앞에 `백운산 전망안내도'가 서 있지만 너무 낡아 아무 것도 확인할 수 없다. 주변 봉우리들의 이름을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쳐 아쉬움이 남는다.

남쪽의 지리산은 시야가 더 넓어져 이번엔 웅석봉에서 천왕봉~반야봉~노고단~만복대~바래봉~덕두산까지 펼쳐지고 동쪽 코 앞에는 괘관산이 의좋게 마주보고 있다.

하산은 오른쪽(동쪽) `백운암 원통재 화과원' 방향. 북사면이라 아직도 눈이 제법 남아 있다. 하나,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 내리막이어서 조심을 요한다.
백운산 북사면에 아직 남아있는 잔설. 통상 11월부터 이듬해 3월말까지는 스패츠와 아이젠을 갖고 다녀야 한다.
         하산길에는 부드러운 산죽길이 기다린다.
백운암 대웅전.

영은사지 석장승.

영은사지 석장승과 안내판.



미개척 산길의 이정표 갈림길과 만나면 왼쪽으로 내려선다. 산죽길 너덜길 오솔길과 헬기장을 연이어 지나면 또 다시 밧줄을 잡고 내려와야 하는 급경사길. 15분 정도만 힘겹게 내려오면 계곡과 만난다. 지금부터 계곡과 나란히 걷는 그야말로 호젓한 산길. 20분 뒤엔 집수통에 연결되는 고로쇠파이프가 보인다. 울진의 응봉산 온천수 파이프가 연상된다.

이내 화과원 갈림길. 화과원은 기미독립선언서에 한용운과 함께 서명한 용성스님이 선농일치를 주장하며 손수 농사를 짓던 곳이다. 10여 분 걸린다. 계곡을 건너 화과원을 둘러보고 직진, 백운암으로 내려서자.

화과원 갈림길 아래에는 동시에 용소폭포가 자리잡고 있다. 15m 높이의 벼랑에서 떨어지는 폭포수 밑에는 용소가 있다. 폭포 옆에는 아름드리 노송이 주변 풍경을 더욱 운치있게 해준다. 백운산 최고의 비경지대라 할만하다. 이후부턴 협곡과 아름드리 홍송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계곡길을 만끽하며 걷는다. 날머리인 백운암 인근에는 화강암 암반 위로 흐르는 옥수가 인상적이다. 백운암에서 매표소까지는 1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지리산 주능선과 북덕유 및 남덕유 잇는 덕유산 조망 '황홀'

 흔히 백운산하면 광양의 백운산을 먼저 생각한다. 광양 백운산의 유명세에 가려 있지만 함양의 백운산이 백운산으로서는 진산이다. 그래서 산꾼들에게는 동경의 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리산과 덕유산의 연결 고리인 백두대간 상의 함양 백운산. 남으로는 지리산 웅석봉에서 천왕봉 노고단에 이르는 지리주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북으로는 남덕유산 북덕유산을 잇는 조망권이 여타 산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리산과 덕유산을 연결하는 고리가 함양 백운산이기 때문이다.

이번 산행의 하산길인 큰골은 백운산 정상에서 흘러내리는 골짜기로 용소의 푸름이 절경을 연출하고 하봉에서 시작된 미끼골은 묵계암 상연대 등 급한 골짜기에 터를 잡은 절집이 위태롭게 걸려 있어 많은 시인묵객이 들러 머무르곤 했다.

백운산의 산길은 여럿 있다. 취재팀이 이번에 답사한 대방마을에서 출발, 미끼골을 거쳐 큰골로 하산한 코스가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미끼골의 서쪽편에 있는 중고개에서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정상까지 이어지는 오르막 산길은 산행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

백운산 바로 옆 괘관산에서 이어지는 원통재(일명 빼빼재)는 한적한 산길로, 화과원 뒷능선을 거쳐 서래봉 상봉을 연결하는 종주코스로도 시도할 만하다. 또 다른 길은 호남정맥의 무령고개에서 영취산을 거쳐 백운산으로 오르는 산길이 최근 산꾼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이 길은 백두대간을 맛보기할 수 있는 독특한 산길이다.

이번 주말에는 함양 백운산에 올라 지리산과 덕유산, 그리고 백두대간의 정기를 한 몸에 받아보자.

3월은 산행시기중 가장 어정쩡한 계절이다. 백운산은 봄 기운은 물론 아직 북사면에 잔설이 남아 있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겨울장비를 챙겨가는 것도 잊지말자.

백운산으로 향하는 도중 천연기념물 154호 상림숲을 지나므로 시간이 날 경우 빠뜨리지 말자.

 
◇ 교통편 - 88고속도로 함양IC로 나와 상림 방향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함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 6시20분, 6시59분 등 8~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만600원. 3시간 정도 걸린다.

함양시외버스터미널(055-963-3281~2)에서 들머리인 대방마을에 닿기 위해선 군내버스터미널(간판은 (주)함양지리산고속)에서 백전·신촌행 군내버스를 타 종점인 신촌에서 내리면 된다. 오전 7시40분, 8시, 9시30분, 10시20분, 11시20분 출발. 1600원. 군내버스터미널은 시외버스터미널 뒷문으로 나오면 길 건너편에 보인다.

날머리인 신촌 대방마을에서 함양시외버스터미널행 군내버스는 오후 4시, 5시, 6시10분, 8시20분(막차)에 있다. 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10분, 6시, 6시45분, 7시5분, 7시28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진고속도로~88고속도로 광주방향~함양IC~백운산 상림공원 우회전~함양시외버스 주차장사거리서 직진 백전 함양 방향~상림숲~월암삼거리 백전 서하 방향 좌회전~백전면~대방마을 순.






 

Posted by 곤이

전남 화순땅, 겨울철 특히 눈이 잦아
전국 산꾼들의 동계 산행지 각광

유마사~정상~뱀골 100% 원점회귀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4시간20분

산이름도 곰곰이 살펴보면 재미가 쏠쏠하다. 이름 속에 때론 고개를 끄덕일 만한 사연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생긴 모양이 이름 속에 담겨 있는 경우. 바위들이 또아리를 튼 것처럼 얹혀 있어 명명된 광양 백운산 또아리봉, 주능선이 덕성스럽고 너그러운 무주 덕유산, 두 개의 암봉이 나란히 솟은 청도 쌍두봉 등이 대표적 사례. 산세가 너무나 가팔라 곰이 떨어져 죽었다고 해서 일명 곰바우산으로 불리는 웅석봉이나 산이름 앞 숫자만큼 기암괴봉이 병풍처럼 우뚝 솟아 있는 고흥 팔영산, 영덕 팔각산, 진안 구봉산 등도 광의의 이 부류에 속한다고 봐도 무난할 듯하다.

모후산 정상에 서면 주암호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주암호 뒤론 순천 조계산.
   
  산이름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경우도 간혹 있다. 광주 무등산(無等山)은 높이를 헤아릴 수 없고 견줄 만한 상대가 없다는 의미이고, '쇠 금(金)' 자에 '돈 전(錢)' 자를 쓰는 순천 금전산은 실제로 풍수지리학자들에 의해 돈을 부르는 기운이 있다고 입증됐다.

 전설이나 설화가 숨은 산이름도 있다. 붉은 단풍이 아름다워 명명된 적악산이 꿩의 보은설화가 알려지면서 '붉은 적(赤)' 자 대신 '꿩 치(雉)' 자로 대체된 치악산이 그렇고, 17세의 김유신이 삼국통일의 염원을 담고 수련하던 중 단칼에 쪼갰다는 전설 속의 큰 바위가 정상 한 가운데 실제로 존재하는 경주 단석산(斷石山)도 여기에 속한다.

이번 주 소개하는 화순군과 순천시의 경계를 가르는 모후산(母后山)도 굳이 분류하자면 이 범주에 속할 듯싶다. 과연 어떤 산이기에 '임금의 어머니'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알고 보니 고려 공민왕이 전설 속에 숨어 있었다. 원래 이름은 나복산(羅山)이었지만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왕비와 태후를 모시고 내려와 가궁을 짓고 환궁할 때까지 1년 남짓 머물렀기 때문에 모후산으로 명명됐다. 그만큼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본 모후산은 이웃한 조계산이나 무등산마냥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전형적인 육산이다. 여기에 산 정상에서 펼쳐지는 푸르디 푸른 주암호의 풍광은 그림같이 아름답다.

산행은 화순군 남면 유마리 유마사 주차장~산막골~용문재(헬기장)~모후산(919m)~중봉~뱀골~철철바위~유마사~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이번 산행은 무릎까지 푸욱 빠지는 눈꽃산행.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20분이며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어 길찾기는 전혀 어렵지 않다.

   
모후산은 광양 백운산, 광주 무등산에 이어 전남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산(구례 쪽 지리산 제외). 덕분에 눈이 많이 내려 산꾼들이 특히 겨울철에 많이 찾는다.

모후산(유마사) 관광안내소가 위치한 주차장에서 출발, 포장로를 따라 가면 유마사 경내로 진입하는 길이 잇따라 좌측에 둘 열려 있다. 하나는 일주문을 통해 걸어가는 길, 또하나는 차로 진입하는 길이다. 절 구경은 하산 뒤로 미루고 등산안내도가 보이는 포장로를 계속 따라 간다.

나목 사이로 유마사가 보인다.

산행은 왼쪽으로 올라가 우측 철철바위를 거쳐 내려온다.

대숲과 나목 사이로 보이는 유마사를 지나면 물소리가 들리면서 첫 번째 갈림길. 이정표 옆에 안내 리본이 많이 걸려 있다. 오른쪽은 집게봉 방향, 산행팀은 '용문재·정상'을 향해 직진한다. 주변은 방금까지 눈이 내린 것처럼 온통 순백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계곡(산막골)을 건너 본격 산으로 들어선다. 도중 농짝만한 바위엔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도 들린다.

폭설을 대비, 밧줄을 나무 사이로 묶어 놓았다.

용문재. 대개 여기서 한번 쉰다.


용문재에서 이제 본격 정상을 향해 오른다.

한 굽이 올라서면 마침내 정상이 보인다.
모후산 정상. 가슴이 후련할 정도로 그야말로 통쾌하다.


첫 갈림길서 10분 뒤 두 번째 갈림길을 만난다. 계곡 합수점이다. 우측은 철철바위 중봉 방향, 산행팀은 물길을 건너 정상(3.3㎞)을 향해 좌측으로 향한다. 등로 우측 나목 사이로 세 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보인다. 1시 방향 최고봉이 모후산 상봉이고 그 우측으로 중봉 집게봉이다.

철철바위로 가는 또 한 번의 갈림길은 무시하고 용문재(0.6㎞)를 향해 본격 오른다. 이 구간은 응달인 데다 심한 경우 눈이 허벅지까지 쌓여 있어 발걸음이 점차 더뎌진다. 다행인 점은 폭설을 대비해 등로를 따라 연두빛 노끈을 이어놓아 길찾는 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주변 숲이 생기처인듯 유난히 새 울음소리가 맑게 다가온다.

 마지막 갈림길에서 30분 정도 눈밭을 헤치면 마침내 용문재. 산불초소와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헬기장이라지만 눈에 덮여 확인할 길이 없다. 왼쪽은 남계리로 이어지는 종주길, 직진하면 동복면 유천리,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향한다. 이제 능선 방향이 동서로 바뀌어 북서풍이 콧잔등을 바로 때리지만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눈길을 뽀드득 소리내며 걷는 이 기분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쾌하다. 아! 온 산을 불태우는 진달래가 이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까. 눈이 힘겨워 고개를 푹 숙인 산죽도, 구름 한 점 없는 유난히 푸른 하늘도, 수증기의 결정들이 얼어버린 눈꽃의 일종인 상고대도 온통 웃고 있는 듯하다.

 북서풍이 휭하니 몰아치거나 눈꽃터널 속에서 혹 발을 잘못 내딛어 소나무 가지라도 건드리면 일순간 눈가루가 얼굴이며 목덜미를 감싸 안는다. 소위 말하는 눈꽃비다.

정신없이 주변 풍광을 감상하며 부드럽게 한 굽이 올라서면 시야가 트인다. 이제 둥그스름한 정상이 손에 잡히고, 우측 발아래로 유마사 쪽 들머리도 확인된다.

어른 키보다 큰 정상석이 서 있는 상봉에는 용문재에서 1시간이면 올라선다. 거침없는 조망이 또한번 산꾼들을 감탄케 한다. 이정표를 정면으로 보고 11시 방향 지리산, 1시 광양 백운산, 9시 백아산, 7시 무등산 등 호남의 명산들이 뚜렷하게 확인되고, 산에 갇힌 듯한 유난히 푸른 주암호 뒤 3시 방향으로 이웃한 조계산이 보인다.

모후산 하산길.

모후산 하산길. 주암호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하산은 우측 집게봉 방향으로 내려선다. 급경사 내리막길이어서 주의를 요한다. 밀가루를 뒤집어 쓴 듯한 새하얀 봉우리 둘 중 앞엣 것은 중봉, 뒤쪽은 집게봉이다.

'좌 주암호, 우 모후산'을 감상하며 화려한 눈길을 35분쯤 가면 중봉 삼거리에 닿는다. 직진하면 집게봉(1㎞), 산행팀은 유마사로 이어지는 우측 급경사길로 내려선다. 집게봉에서도 원점회귀가 가능하지만 출발지가 먼 부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봉이 적당할 듯 싶다. 체력 좋은 장정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모후산 중봉.

17분이면 계곡(뱀골)에 닿는다. 여름철 특히 뱀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물을 건너 좌측으로 계곡과 나란히 발걸음을 옮긴다. 눈 덮인 돌길이라 한 발 한 발 내딛기가 조심스럽다. 10여분 뒤 눈이 덕지덕지 남아 있는 커다란 둥근 바위 위로 와류가 흐른다. 철철바위로, 발밑에 조그만 팻말이 서 있다. 과거 물이 '철철' 흘렀지만 요즘엔 '찔찔' 흘러 이름을 바꿔야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린다. 바위 위 소나무도 무척 운치있다. 철철바위에서 계속 계곡을 따라 20분 정도 내려서면 앞서 지나왔던 계곡 합수점 갈림길에 닿고, 여기서 12분이면 유마사로 이어지는 갈림길로 접어든다. 물론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한다. 5분이면 경내에 들어선다. 절에서 주차장까지도 역시 5분 걸린다. (산행대장=이창우)

유마사 경내.


◆ 떠나기 전에
- 한국전쟁 땐 인민공화국 남로당 전남도당 위원회 있던 곳
   
모후산은 한때 모호산(母護山)으로 불렸다. 임진왜란 때 이곳 화순땅 동복현감을 지낸 서하당 김성원이 정유재란 때 68세의 나이로 90세 노모를 구하기 위해 맨몸으로 싸우다 전사한 산이었기 때문이다.

유마사 대웅전.

유마사 일주문.

유마사 해련부도.

유마사 보안교.



 모후산 유마사는 한국전쟁 당시 인민공화국 남로당 전남도당 위원회가 있었던 분단의 아픈 현실을 간직한 현대사 비운의 현장이다. 모후산 남릉의 집게봉 9부 능선에는 지금도 빨치산이 파놓은 참호가 남아 있으며, 올해부터 군은 이를 복원할 계획이다. 참고로 이보다 북쪽에 위치한 백아산은 조밀한 암벽이 천연 요새 역할을 해 빨치산 남부군 전남도 사령부가 있었다. 두 산 모두 한국전쟁 당시에는 피비린내나는 살육전이 잇따랐다. 결국 화순땅은 무등산과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인민군과 빨치산의 중심지였던 셈이다.

 해서, 남로당 전남도당 위원회가 있던 백제 천년고찰 유마사는 한국전쟁 때 모두 전소됐으나 근래에 들어 복원된 것이다. 고려시대 땐 호남에서 제일 큰 사찰이었던 유마사는 지난해 호남 최초로 비구니 승가대학을 설립해 승가교육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유마사에선 보물 1116호인 해련부도와 일주문 인근의 보안교를 빠뜨리지 말자. 당에서 건너온 요동태수 유마운의 딸 보안이 치마폭에 싸 놓았다는 전설 속의 돌다리이다. 들머리 산막골에는 오래 전 15가구가 모여 약초를 재배하며 살았다고 전해온다. 등로 주변의 숯가마터와 복원 계획 중인 산약초 재배움집이 그 흔적이다.

 모후산은 고려(개성)인삼의 시배지로 유명하다. 정확한 위치는 모후산 정상에서 산행팀 경로와 반대방향인 북릉 쪽에 위치해 있다. 이는 사도세자의 장인인 홍봉한이 쓴 '증보문헌비고'와 개성부 유수를 지낸 김이재의 '중경지(中京志)'에 표기돼 있다. 3년 전 이곳에선 120년 된 2억5000만 원 상당의 천종산삼 8뿌리가 발견됐다고 한다.

멀리서 본 눈덮인 모후산.

또 한 가지. 모후산 하면 '동복 삼복(三福)'을 빼놓을 수 없다. 고려 공민왕 때부터 조선 후기까지 궁중에 진상돼 당시 동복현감의 골칫거리였다고 전해온다. 복청(福淸·모후산 토종꿀) 복삼(福蔘·천종산삼) 복천어(福川魚·동복천의 민물고기)가 바로 그것이다.

◆ 교통편 - 호남고속도 주암IC로 나와 광주 주암 방면 우회전

대중교통편을 이용할 경우 연계 버스 시간이 맞질 않아 당일 산행은 불가능하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주암(송광사)IC~광주 주암 우회전~광주 동복~운알터널~화순군 동복면~광주 동복~동복터널~벌교 보성 좌회전~동복 벌교~벌교~화순 동복중 입구~보성 벌교 좌회전(굴다리 지나자마자)~15번 국도~유마사 좌회전~모후산 주차장(유마사 관광안내소).

 

Posted by 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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