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괴석·철쭉군락 절묘한 조화 '한폭 동양화'
한국전쟁땐 빨치산 본거지로 동족상잔 비극 현장
발 밑엔 야생화 천지…산행 조망도 기가 막혀


마당바위를 배경으로 철쭉군락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꽃망울을 떠뜨리기 시작한 연분홍 철쭉.
마당바위 끄트머리에서 바라본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한 철쭉군락지.
            근육질의 기암괴석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노루 꼬리만큼 남은 봄의 갈무리 테마산행은 바로 철쭉.
사실 올 조국산천의 봄꽃은 예년보다 빨리 피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매화 개나리 목련 벚꽃 진달래가 같은 시기에 고개를 내미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상춘색들은 때아닌 호사 아닌 호사를 누렸다. 허투루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자연의 위력을 새삼 실감한 대목이기도 하다.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히기 시작하는 요즘, 연분홍 철쭉이 속살을 드러내며 산이 예의 제모습을 되찾았다.

내로라하는 철쭉산은 많다. 제암산 일림산 바래봉 봉화산 황매산 소백산 태백산 등등.
이번에는 비교적 무명에 가까운 전남 화순의 백아산을 골랐다. 철쭉 군락이 방대하거나 다른 철쭉 산에 비해 독특한 색깔을 지닌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능선이나 산사면이 온통 연분홍빛으로 물드는 그런 산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왜.
백아산은 '흰 백(白)', '거위 아(鵝)' 자에서 짐작이 가듯 거위처럼 미끈하고 하얀 암봉이 산릉에 줄지어 가득 차 있다. 한마디로 흰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바위산이다. 주변을 압도할 만큼 웅장하지는 않지만 수석전시관을 방불케하는 절묘함은 철쭉이 아니더라도 신선한 볼거리로 많은 산꾼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결국 백아산의 매력은 바로 암릉과 철쭉의 절묘한 조화에 있다.

흔히 철쭉 명산으로 제값을 하려면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은 평원에 꽃물결의 장관이 펼쳐져야 한다. 백아산은 여기에 철쭉단지를 둘러싼 기암괴석이 그 여백을 채워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오르게 한다.

한 눈에 푹 빠질 만큼 화려함을 뽐내며 꽃난리를 치지도 않고 암릉 특유의 근엄함만 있는 것도 결코 아니다. 그래서 백아산에 애착이 간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백아산에 뜻밖의 슬픈 사연이 담겨있었다.

근육질의 기암괴석들이 여기저기 박혀 있다 보니 은밀한 공간이 자연스럽게 여러 군데 만들어져 광양 백운산, 민족의 영산 지리산과 함께 빨치산의 전남도당 본거지 역할을 했던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사단 병력의 빨치산이 버티던 천혜의 요새로 피비린내 나는 우리나라 근대사의 비극의 현장이었다. 시인 정호승이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고 했지만 기자는 5월 눈물이 나면 화순 백아산을 찾아 철쭉의 장관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산행은 화순군 북면 백아산 관광목장(한우농원)~너른 동굴~능선삼거리(첫 이정표)~철쭉단지~마당바위~철쭉단지~샘터~개구멍~백아산 정상~산불초소(문바위 갈림길)~팔각정~백아산 자연휴양림 순. 걷는 시간만 4시간 정도 걸린다. 산길은 반듯해 길 찾기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당초 산행팀은 능선이 시작되는 원리에서 출발할 계획이었지만 이 길은 오랫동안 사람이 다니지 않아 길이 없을 것이라는 마을촌로의 설명을 듣고 관광목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들머리는 백아산 관광목장. 알고보니 고기집이다. 등산로 팻말을 따라 고기집 건물 뒤로 가면 돌계단으로 시작되는 등산로가 열려 있다.

숲이 제법 제색깔을 찾아 푸르다. 10분 뒤 넉넉잡아 20, 30명은 족히 수용할 정도로 너른 동굴을 만난다. 계속되는 오르막이지만 힘은 그리 들지 않는다. 다시 10분 뒤 길 왼쪽에는 곧 오를 마당바위가 보인다. 이후 능선이 반시계 방향으로 휘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8분 뒤 능선삼거리. 첫 이정표가 서 있다. 봄바람을 타고 새 움과 어린 잎이 돋아나는 유년의 신록. 오랫동안 이 산 저 산을 기웃거렸지만 이처럼 걷고 싶은 정갈한 숲은 사실 처음이다.

발밑에는 금창초 윤판나물 자주괴불주머니 각시붓꽃 금붓꽃 큰구슬봉이 얼레지 등 봄이면 어김없이 만나는 야생화가 거의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알고 보니 철쭉뿐 아니라 야생화의 보고(寶庫)이다.

금창초

조선현호색.


윤판나물.

큰구슬봉이.


얼레지.

제비꽃.

잘 정비된 침목계단을 지나 한 굽이 오르면 철쭉군락지로 접어든다. 들머리에서 80분. 오를 때 바라본 마당바위는 좌측에 위치해 있다. 경사가 급한 철계단을 오르자 평평한 안부에 닿는다. 우측 헬기장 뒤 북서쪽엔 암릉이 줄지어 있고 안부 쪽 발밑에는 천불봉 등 기암들을 배경으로 철쭉군락이 온 산을 불태우고 있다. 전망도 기가 막힌다. 동으로 멀리 지리산이, 서쪽엔 무등산이, 남쪽으론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왕비와 태후 모시고 피난온 산인 모후산이 확인된다.

다시 철쭉군락지 입구. 이번엔 우측 능선을 따라 가면 길 좌측에 샘터가 보인다. 이곳에서 마당바위를 배경으로 한 철쭉군락이 한 폭의 그림이다. 백아산에서 가장 멋진 풍광이다.

개구멍도 통과하고.
밧줄에 의지해 내려서기도 한다.
헌걸찬 근육질의 기암괴석 또한 연분홍 철쭉 못지 않은 볼거리이다.
때론 산죽길도 걷고.
전망이 빼어난 팔각정에 올라서면 지리산 조계산 모후산 등 남도의 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어지는 산길. 10분 뒤 개구멍을 통과해 밧줄을 잡고 내려선다. 천불봉은 개구멍 위 암봉으로 크고 작은 기암이 군집을 이루고 있지만 오르기가 힘들어 그냥 지나친다. 무엇보다 이 지점은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절경이라 가급적 사방팔방으로 시선을 자주 돌려보자.

산죽길을 한동안 걷다 잠시 바윗길로 오르면 시나브로 백아산 상봉(810m). 정면으로 팔각정과 그 뒤 모후산이 함께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길도 기암괴석과 암봉의 연속이다. 그늘 아래 잠시 쉬면서 방금까지 걸었던 자취를 뒤돌아보자. 거대한 수석전시장이 연상되면서 한편으로 기암괴석의 진수라 할 수 있는 장흥 천관산이 떠오른다. 그만큼 절경이다.

산죽과 쭉쭉 뻗은 송림을 지나면 문바위 갈림길. 산불감시초소가 서 있다. 전망대인 왼쪽의 문바위를 지나 백아산 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갈 수 있지만 능선길을 따라 계속 직진한다. 문바위와 산불초소 주변은 온통 얼레지군락지. 꽃대는 대부분 지고 녹색바탕의 자주색 얼룩무늬의 긴 타원형 잎만 다소곳이 누워있다.

다시 숲길. 주변 전망이 빼어난 팔각정 삼거리는 산불초소에서 대략 25분. 팔각정은 좌측 20m  능선 끄트머리에 서 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지리산 조계산 모후산 등 남도의 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삼거리로 되돌아와 백아산휴양림 팻말이 적힌 곳으로 내려선다. 백아산의 남쪽 암릉 또한 주옥같은 진경으로 다가온다. 철다리를 건너면서 펼쳐지는 크고 작은 암봉이 암릉을 따라 숲을 뚫고 불쑥 올라와 있다. 덩치는 작지만 '백아공룡'이라 해도 괜찮겠다. 하지만 하산길은 암릉을 타는 것이 아니라 바위 틈새로 난 샛길을 걷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이렇게 50여 분. 휴양림 입구에서 삼거리를 만나지만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다. 좌측으로 5분쯤 가면 첫 산막인 팽나무실을 만난다. 여기서 휴양림 매표소까지는 6분 걸린다.

#떠나기전 - 화순온천 피로풀기에 그저 그만

백아산 자연휴양림 등산로 안내도 옆에는 '백아산 6·25 전적지'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백아산은 무등산과 지리산을 연결하는 전남의 중심지일 뿐더러 남북으로 길게 뻗은 조밀한 암릉이 장벽 역할을 해 유격활동의 최적지로 한국전쟁 이전부터 유격전의 중심지였다. 입산 투쟁이 재개된 1950년 9월28일 이후에는 곳곳에서 피비린내나는 살육전이 잇따랐다. 1951년 7월에는 군경합동대 480명이 빨치산에 의해 전멸당하기도 했다. 철쭉군락지 인근 마당바위는 당시 전남도당 빨치산 사령관이 지휘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날머리 백아산 자연휴양림(061-374-1493)은 화순군이 직영하는 곳으로 숲속의 숲(집) 19동이 있다. 크기에 따라 6만~7만원. 단체손님 수용이 가능한 숲속수련원도 갖추고 있다. 백아산에 왔다면 화순온천엔 꼭 들르자. 백아산 관광목장에서 차로 15분 걸린다. 금호화순온천리조트(061-370-5000). 

#교통편 - 호남고속도로 옥과IC로 나와 화순 오산 방면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광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40분, 7시20분, 8시, 8시40분에 있다.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선 오전 6시를 시작으로 20~4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광주 종합버스터미널에선 광진교통 수리 노치행 버스(45번 홈)를 타고 백아산 관광목장 앞에서 내린다. 오전 9시35분, 11시에 있다.
귀가길은 휴양림 매표소에서 15분쯤 걸어내려와 광주행 버스를 탄다. 오후 2시30분, 6시20분(막차). 광주에서 부산 노포동행 고속버스는 오후 7시, 7시30분, 9시(막차). 2만400원. 심야버스는 밤 10시30분, 밤 12시. 부산 서부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6시30분, 8시(막차). 1만4300원. 심야 밤 10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옥과IC~화순 오산 15번 국도 우회전~주암 동복 방향 직진~백아산 자연휴양림~화순군~원리교 지나 원리사거리서 직진~백아산 관광목장 입구 아치형 대형간판~관광목장 주차장 순. 휴양림에서 관광목장까지 택시(061-372-5522, 011-619-3235)를 이용할 수 있다.

 도립공원인 팔영산(八影山·609m)은 전남 고흥군 고흥반도의 최고봉이다. 이름에서 짐작이 가듯 여덟 개의 암봉과 주봉인 깃대봉이 작은 병풍처럼 나란히 이어져 있다. 그래서 팔영산은 암릉 종주산행의 고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발고도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산세가 험준하고 변화무쌍한 기암괴석이 산행 내내 기다리고 있어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이런 산세는 전북 진안의 구봉산(九峯山·1002m)과 곧잘 비교된다. 아홉 개의 암봉과 주봉인 천황봉으로 구성된 구봉산이 큰 덩치에 비해 비교적 아기자기하고 여성스러운 반면, 팔영산은 해발고도는 낮지만 구봉산에 비해 봉우리가 힘차고 매서워 흔히 남성에 비유된다.

주봉인 깃대봉에서 바라본 팔영산(八影山) 암봉. 이름이 말해주듯 다도해를 향해 길게 드리워진 8개의 선명한 그림자가 아주 인상적이다.

그렇다고 초보 산행자들이 감히 범접하지 못할 그런 산은 결코 아니다.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는데다 위험한 지점에선 쇠밧줄이나 쇠발판 쇠손잡이 등 안전시설물이 친절하게 산행을 돕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팔영산이 특히 돋보이는 점은 산행 내내 아름답고 환상적인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는 것. 짜릿하면서도 넉넉한 산의 정감과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의 광활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산 그 점이 바로 팔영산의 매력이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다. 산 이름에 왜 그림자 영(影)자가 들어가 있을까. 산의 그림자가 도대체 어떻게 생겼기에….

자료에 따르면 이 산의 그림자가 한양까지 드리워져서, 또는 중국 위왕의 세숫대야에 비친 그림자가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그렇게 불리게 됐다고 전해온다. 그야말로 설에 불과한 `믿거나 말거나'다.
정답으로 추정되는 그 모습이 산행 말미 예상치 않은 지점에서 잡혔다. 여덟 개의 암봉은 그침없이 이어져 있지만 주봉인 깃대봉은 마지막 8봉인 적취봉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때쯤이면 산행 말미로 해가 뉘엿뉘엿 그 모습을 감추기 시작한다. 깃대봉에 닿은 산행팀은 다도해를 바라보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방금 지나온 8개의 봉우리로 이어진다.

일순간 바다를 향해 길게 드리워진 8개의 그림자가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아 바로 이거야'. 동시에 터져 나온 탄성이었다.
산이 바다를 그리워해 매일매일 그림자로 다가가는 것일까. 해서, 바다로 가고자 했던 산의 꿈을 조금이라도 달래려고 이름을 팔영산으로 지은 것일까.

산행은 능가사~팔영교~부도밭~흔들바위~주능선~1봉…6봉~통천문~7봉~8봉~헬기장~깃대봉~임도~삼거리~팔영장가든~능가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4시간30분 정도.


주차장에서 20m 정도 떨어진 천년고찰 능가사는 한때 화엄사 송광사 대흥사와 함께 호남의 4대 사찰로 꼽혔지만 임진왜란때 대부분 불타버려 지금은 썰렁한 편. 하지만 고찰에서 느껴지는 옛 향기만은 아직도 남아 있다. 경내에서 저 멀리 보이는 팔영산의 모습 또한 일품이다.
능가사 왼쪽 길로 방향을 잡는다. 5분이면 두 갈래 길. 왼쪽 1봉, 오른쪽 8봉 방향. 왼쪽으로 간다.

봄기운이 완연하다.
길은 소문대로 돌길. 계곡은 물이 말라 있다. 30분쯤 올라가면 흔들바위. 꼼짝도 않는다. 그래서 마당바위라고도 불리는 걸까. 10분 더 오르면 주능선. 묘지가 있고 대개 여기서 처음 쉰다.

꼼짝도 하지 않는 흔들바위.

시원하게 펼쳐지는 다도해.


쇠줄이 매달린 험한 암봉 아래에선 이처럼 나무지팡이가 무용지물로 변해버린다.

시종 일관 암봉을 오르내리는 산꾼들.


이제 본격 암봉 등정. 5분 뒤 1봉 앞 갈림길. 이정표가 재미있다. `왼쪽 암벽등반(아주 위험), 오른쪽 노약자 어린이 우회'. 능력껏 오르자는 말인 듯하다. 왼쪽길은 사실 위험하다. 쇠밧줄을 탄 후 낭떠러지 절벽길을 걸어야 한다. 대신 푸르디 푸른 다도해의 전경을 먼저 조망할 수 있다. 가장 힘든 1봉만 무사히 넘기면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 구봉산과는 달리 봉우리마다 고흥군에서 조그만 정상석을 세워놓아 일일이 확인하며 오르면 재미 또한 쏠쏠하다. 봉우리에서 다른 봉우리로 옮기는 시간은 짧게는 5~6분, 길게는 25~30분 정도. 감탄하랴 사진에 담으랴, 그래서 팔영산의 산행시간은 `고무줄'이라고 불린다.
           8개의 암봉을 지나 주봉인 깃대봉 가는 길에도 험한 암릉길이 기다린다.

           6봉과 7봉 사이에 위치한 통천문.

6봉 두류봉에 서면 반드시 주변을 둘러보라. 뒤돌아보면 지금까지 넘었던 1~5봉과 남해바다를 한번에 볼 수 있고, 정면에는 앞으로 넘을 7, 8봉과 주봉인 깃대봉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왼쪽 발밑에는 팔영산 자연휴양림이 손에 잡힐 듯하다.
6봉에서 7봉까지 가는 도중엔 호젓한 산길도 맛볼 수 있으며, 바위로 이뤄진 문인 통천문을 반드시 통과해야 7봉에 닿을 수 있다.

8봉은 약간 멀어 7봉에서 30분 정도 걸린다. 주봉을 제외한 마지막 봉우리라서 그런 것일까. 쉽게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대여섯 개의 조그만 봉우리를 넘어야 한다.
이제 주봉인 깃대봉까지는 300m. 고령 신씨묘와 잇단 헬기장을 지나면 갈림길. 전봇대를 따라 오른쪽으로 간다. 깃대봉은 육산이다. 구봉산의 주봉인 천황봉도 육산이어서 두 산은 공통점이 아주 많다. 깃대봉에서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경찰 무전기지국.

능가사 부도밭.

능가사 대웅전.


깃대봉의 볼거리는 역시 갈무리 조망. 바다를 향한 8개 봉우리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분위기는 그로테스크하다. 하산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 8봉 바로 아래 갈림길에서 내려선다. `탑재 1.2㎞, 능가사 2.3㎞'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갈림길을 도중에 수 차례 만나기 때문에 반드시 확인하자. 인공으로 조림한 듯 전나무숲이 시원하다. 20분 뒤 임도를 가로지르면 이내 삼거리. 지도 상의 탑재다. 우측 능가사쪽 길을 택하면 45분 뒤 들머리 능가사에 도착한다.

#초행산꾼 안내하는 흰둥이 "그놈~영물일세"

초행 산꾼들을 안내하는 팔영산 명물 흰둥이. 쉴 때도 산꾼들 앞에 다소곳이 서 있다. 
임무를 완수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흰둥이.
 
유홍준 교수는 그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1’에서 강진 월출산 동남쪽 자락에 위치한 무위사를 소개하면서 ‘변함없는 것은 오직 무위사의 늙은 개 누렁이뿐’이라고 적고 있다. 능력있는(?) 스님이 들어와 새로 불사를 하면서 고색창연한 옛 것들이 사라진데 대한 아쉬움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송아지 만한 그 누렁이는 답사객이 와도 꿈쩍도 하지 않고 양지 바른 벽쪽에 길게 엎드려 고개를 앞발에 푹 묻고는 눈꺼풀만 잠시 들었다가 이내 감아버린다.
일반적으로 답사나 산행을 하면서 덤으로 갖게 되는 기쁨이 바로 이처럼 그 곳의 명물이 돼버린 짐승 등을 것. 흔히 개가 가장 보편적이다.
이번 팔영산 산행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얼굴이 역삼각형이고 꼬리가 등쪽으로 말려 올라가 있어 진돗개로 추정되는 이 흰둥이(사진)를 처음 본 곳은 산행 들머리인 능가사 입구. 처음엔 의식하지 못했지만 7~8분 지나면서 이 개가 우리를 안내하고 있지 않은가.

산행팀이 도중에 멈춰 산세를 얘기하고 있으면 흰둥이도 앞서 기다리고, 다시 출발하면 그도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잠시 그러다 말겠지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제법 경사진 곳을 오를 때도 역시 같은 간격으로 앞서 가고 있다. 50분쯤 지나 주능선에 올라 휴식을 취할 땐 다가와 바로 옆에 그냥 가만히 앉아 있다.

먹을 것을 줬지만 그것만 받아 먹을 뿐 여느 개처럼 더 달라고 보채지도 않는다. 비범함 그 자체였다. 너무 오래 쉬니까 산행을 계속 하자고 몸짓을 보낸다.

뒤늦게 올라온 한 산꾼이 “이 개가 이젠 다른 팀을 안내하고 있네”라고 말한다. 알고 보니 그는 팔영산의 안내자였다.

다시 산길을 재촉, 개가 더 이상 오르지 못하는 쇠줄이 걸려 있는 암봉에 다다르자 그 흰둥이는 임무를 완성한 듯 아쉬움을 표하며 재빨리 내려갔다.하산 후 능가사 주변을 둘러보며 흰둥이를 찾았으나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또 다른 팀을 안내하러 산으로 올라 갔을까.

#교통편 - 서두르면 부산서 당일치기 가능

이른 아침 출발하면 부산서도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순천IC~여수 벌교 17번 국도~지하도~2번 국도 벌교 낙안민속마을~2번 국도 고흥 보성~15번 국도 고흥~15, 27번 국도 소록도 나로도 고흥~고흥~팔영산 도립공원~능가사 순.

산행후 시간이 허락된다면 능가사에서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녹동선착장을 찾아보자. 세발낚지를 맘껏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항구를 따라 난전이 쭉 펼쳐져 있다. 가격도 아주 싸다.
이곳 어민들은 “사실 녹동에서 이른 새벽 위판되는 세발낚지가 목포로 곧바로 운반돼 그 유명한 목포 세발낚지로 변신한다”고 살짝 말했다.

녹동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0분 거리엔 소록도가 있다. 오래전엔 한센병(나병) 환자와 병원 직원들만의 섬이었으나 지금은 아름다운 경관이 알려지면서 일반인들도 많이 찾는다. 최근에는 소록도로 가는 다리가 완공돼 쉽게 오갈 수 있다.

녹동항의 세발낚지.

고흥 녹동항.






경주땅 서쪽 건천읍 오봉산 여근곡
유학사서 출발, 걷는 시간만 3시간 
건천IC서 나와 차로 대략 10분 걸려


#1. 1996년 이맘때 경주 서쪽의 건천(乾川)땅 한 마을 뒷산에 큰 불이 났다. 북쪽 산자락에서 연기가 치솟더니 반대편인 남쪽 기슭까지 온 산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당시 이 광경을 목격한 한 주민은 "세찬 바람까지 몰아쳐 봉태기만한 불길이 휙휙 날아다녀 반나절 만에 산 하나가 홀랑 다 타버렸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산의 한가운데 여성 성기를 닮은 독특한 형상의 한 지점은 신기하리만치 화마를 피했다.

#2. 시간의 화살을 천 년 전으로 되돌려 서기 636년. 신라 27대 선덕여왕 5년, 한겨울인데도 개구리 떼가 영묘사(靈廟寺) 옥문지(玉門池)라는 못에서 사나흘 계속 울어대는 괴이한 일이 발생했다. 신하들이 불길한 흉조라고 수근거리자 선덕여왕은 두 장수를 불러 "지금 당장 서쪽으로 가서 여근곡이라는 곳을 찾으면 그 안에 백제군이 숨어 있을 것이니 반드시 찾아 죽이시오"라고 명령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500여 명의 백제군이 매복해 있어 출동한 신라군은 적군을 포위해 섬멸했다.

승리하고 돌아온 장수와 신하들이 여왕에게 어떻게 적군의 매복을 알게 됐는지 자초지종을 묻자 여왕은 이렇게 답했다. "성난 개구리는 병사의 상(像)이요, 옥문은 곧 여근(女根)이다. 여자는 음(陰)이고 그 빛은 흰데, 흰색은 곧 서쪽을 의미한다. 해서, 서쪽의 여근곡에 적이 있음을 알았다. 또 남근(男根)이 여근에 들어가면 반드시 죽기 때문에 적을 쉽게 잡을 줄 알았다." 삼국유사 지기삼사(知幾三事) 편에서 선덕여왕의 뛰어난 예지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주 오봉산 여근곡(女根谷). 위 두 사례는 모두 이곳을 염두에 둔 설명이다.

        만추의 여근곡. 일년 중 이때가 가장 선명한 모습을 보인다.

여름철 여근곡.

위 사진의 능선 우측 부분을 확대한 사진. 영락없는 임신부가 누워 있는 모습이다. 
 하산길, 다시말해 산너머에서 본 오봉산. 위 사진의 반대편에서 본 모습이다. 나머지 하나(오봉산 정상)은 우측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

겨울철 여근곡.
여근곡 샘. 여근곡이 여성의 성기라면 이 샘은 음핵부분에 해당될 듯하다.
산행 들머리 유학사 경내 여근곡 청정수. 위 사진의 여근곡 샘에 호스를 묻어 이곳으로 끌어온 물이다.

아마도 눈썰미 있는 사람들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구 쪽으로 갈 때 건천나들목과 경주터널 사이의 왼쪽 방향에 위치한 이 성스러운 모습을 한번쯤 봤을 수도 있을 게다. 이 구간은 고속도로가 중앙선 열차 및 4번 국도와 나란히 내달려 역시 목격 가능하다.

드넓은 벌판에 위압감을 주지는 않지만 병풍처럼 남북으로 길게 솟은 산줄기 한가운데 길둥근 모양의 두둑과 골이 절묘하게 조합돼 마치 음문 그 자체를 보는 듯하다. 그 음문을 둘러싸고 있는 지세까지 고려한다면 마치 '여성' 그 자체를 적나라하게 보고 있는 듯해 민망할 정도이다.

이 여근곡 깊숙이 등산로가 열려 있다. 신기하게도 여근곡 아랫 부분, 다시 말해 음핵쯤 해당되는 부위에는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샘이 있다.

산행은 건천읍 신평리 유학사~여근곡 샘~삼거리 안부(주능선)~멋진 전망대~임도(주사암 가는 길)~오봉산(633m·산불감시초소)~임도~주사암~마당바위~잇단 암봉~주사암~주사골~서면 천촌동회관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 안팎. 하지만 기암괴석 아래 절묘한 터에 위치한 천년고찰 주사암과 부산성 마당바위 그리고 간혹 만나는 멋진 전망대에서의 조망 등으로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GPS 도움=GPS영남 (http://cafe.daum.net/gpsyn)
    
들머리는 유학사. 하지만 절 입구에 위치한 '여근곡 전망대'에 잠시 들러 여근곡을 먼저 보자. 숲을 나와야 숲이 보이듯 여근곡을 품은 오봉산 전체가 한눈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시선을 맨 우측 능선으로 돌리면 임신한 여인의 누운 모습도 확인된다. 실제론 여인의 머리 부분이 오봉산 정상이며 나머지 4개의 암봉이 정상과 합쳐져 오봉산(五峰山)으로 불린다.

유학사 대웅전 좌측에는 '여근곡 청정수'라 적힌 샘터가 있다. 바로 산속 여근곡 샘에서 호스로 끌어온 물이다. 한 모금 들이켜고 바로 옆 돌계단으로 오르며 산행은 시작된다. 입구엔 '오봉산, 여근곡 300m'라고 적혀 있다.

송림길이다. 곧 작은 골짝-아마 이 부분이 멀리서 보면 음핵 우측 작은 골이 될듯 싶다-을 지나면 주변 바닥이 눅눅하게 젖어 있다. 여근곡 샘이자 천년 전 백제군이 매복한 장소이다. 샘터 흔적도 있는 데다 등산로 상에 있어 놓치진 않는다. 오래 전 호스를 묻어 샘물을 유학사 경내로 빼내 겨우 한 방울씩 흐를 뿐이다. 대자연이 뿜어내는 음기를 바로 앞에서 직접 체감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묘한 느낌이 스쳐감을 지울 수 없다.
  
여근곡 샘 좌측 골짝을 건너면서 산행은 이어진다. 오름길이지만 지그재그길이어서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 산행 전 마을주민들에게 들은 대로 좌우측 골 안쪽에는 화마의 흔적이 거의 없지만 벗어나기 무섭게 불에 그을린 흔적이 자주 눈에 띈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20분쯤 힘겹게 오르면 일순간 경사가 거의 없는 길을 만난다. 산길 좌측은 여근곡의 큰 골짝이다. 대여섯 기의 묘지를 지난다. 세 번째 묘지 사이로 잠시 가보자. 반듯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갈 수 있다. 여근곡의 정점인 일명 '소산'을 확인해보기 위함이다. 과연 소문대로 너른 평지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의 2만5000도폭 지형도상의 소산 위치와 산 아래 주민들이 말하는 위치는 다르다. 참고하길.

이어지는 낙엽길은 좌측으로 휘어지며 오름길이 시작된다. 스케일이 아주 큰 지그재그길이다.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길 좌우에는 집채만한 크기의 바위들이 눈에 띈다. 대여섯 기의 묘지에서 27분이면 주능선에 올라선다. 동시에 삼거리 안부이다. 왼쪽은 건천IC 방향,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곳은 사적 제25호인 부산성(富山城). 신라 문무왕 3년 완공된 석성으로 주사산성으로도 불린다. 정면으로 보이는 산줄기 또한 모두 부산성이다.

우측으로 향한다. 능선 자체가 돌무더기로 산성의 흔적이 역력하다. 5분 뒤 멋진 전망대. 우측 건천읍, 좌측 서면, 발아래로 경부고속도로와 여근곡 전망대가 확인된다. 정면 구미산을 기점으로 왼쪽으로 인내산 만불산이, 오른쪽으로 선도산 동대봉산 토함산 벽도산 남산 마석산 등도 보인다. 전망대 좌측으로 가면 오봉산 정상도 보인다.

 이후 50m 정도 산성을 밟고 내려가다 올라선다. 역시 지그재그길이다. 9분 뒤 좌측 전망대에 서면 단석산이 우뚝 솟아 있고 그 왼쪽으로 입암산과 매봉이 확인된다.

이제 11시 방향으로 보이는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 5분 뒤 뜻밖의 임도. 주사암 가는 길이다. 200m쯤 걸으면 우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입구에 파평 윤씨묘가 있다.

묘지 좌측으로 오른다. 5분 뒤 세 개의 바위가 키재기를 하고 있다. 제일 가까운 바위는 코가 축 늘어진 코끼리를 빼닮았다. 곧 정면으로 정상이 보일 무렵 우측으로 누운 임신부의 모습을 한 다섯 봉우리가 모두 보인다.

오봉산 정상은 코끼리바위에서 9분. 초소와 무덤이 있다. 하산은 직진한다. 등산로에서 주사암으로 가는 길은 막아 놓아 임도로 내려간다. 주사암은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기도도량. 기암절벽 사이로 앉은 터가 절묘하다. 절에서 바로 올라가는 산길이 없어 앞서 왔던 임도로 되돌아가 등산로로 올라선다.

김유신 장군이 병사들과 휴식을 취했던 곳으로 알려진 마당바위. 일명 지맥석이라 불린다.
건너편에서 본 마당바위. 수직형 절벽이라 끄트머리에서 보면 아찔하다.

오봉산 정상. 정상에 위치한 산불초소에 근무하는 경방원 아저씨다.
 오봉산 정상 인근에 위치한 주사암.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기도 도량이다. 

이제부턴 4개의 봉우리를 지난다. 기도터가 있는 연립주택 크기의 바위를 지나면 두 개의 갈림길이 잇따라 있다. 두 번째 갈림길서 좌로 가면 얼추 100명 정도 쉴 수 있는 너럭바위가 나온다. 마당바위 또는 지맥석이다. 건너편에서 보면 사면을 깎아 세운 듯 기가 막히며 직접 끄트머리로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이곳은 부산성 일대가 한눈에 보여 이 성이 당시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이곳은 또 김유신 장군이 병사들과 쉰 곳으로 전해온다. 참고로 주사암에서 산길로 오르기 전 잠시 임도를 따라 150m쯤 내려가면 부산성 안내판이 나온다. 이 안내판 뒤 배추밭은 김유신 장군이 수련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지는 산길은 내리막길. 낙엽길을 지나 암봉을 우회한 뒤 또다시 낙엽 내리막길을 지나 오르면 마지막 암봉. 결국 정상, 주사암 뒤 암봉, 기도처 있는 암봉, 그냥 우회하는 암봉에 이어 5번째인 셈이다. 능선 끝에는 거의 절벽. 좌측 발아래 마을이 하산할 서면 천촌동. 예전엔 길이 없었지만 최근 누군가 굵은 밧줄을 설치해 놓았는데 일반인이 내려가기에는 아주 위험하다.

산행팀은 주사암으로 되돌아가 계곡길로 천촌동으로 내려설 계획. 주사암 공양간에서 부도를 지나 내려선다. 150m쯤 내려오면 갈림길. 우로 간다. 수북한 낙엽길이다. 이때부터 30~40m 간격으로 좌우 방향으로 산길이 계속 꺾이니 유의하길. 일부 구간은 낙엽 깔린 돌길이 제법 위험하다. '주사암 가는 길'이라 적힌 팻말과 물 마른 작은 계곡도 지난다. 20여 분 뒤엔 우측 머리 위로 마당바위가 잘 보이고 여기서 13분 뒤 정면으로 저수지가 보일 무렵 우측으로 오봉산을 이루는 다섯 봉우리가 뚜렷하게 손에 잡힌다. 5분 뒤 저수지에 닿고, 여기서 16분이면 천촌동회관에 도착한다. 주사암에선 56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여근곡,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성(性) 관련 민간신앙 대상물   
 
선덕여왕의 뛰어난 예지력을 보여준 영묘사 옥문지 개구리 떼는 당시 왕궁이었던 반월성과는 직선거리로 500m였다. 경주땅 서쪽 끝에 위치한 여근곡과는 10㎞, 차로 10분 거리이다.

지금 영묘사터에는 비구니 사찰인 흥륜사라는 절이 있다. 참고로 '신라의 미소'로 불리는 얼굴무늬 수막새가 출토된 곳이 바로 영묘사터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성(性) 관련 민간신앙 대상물인 여근곡과 관련, 전해내려오는 설이 일부는 설득력이 없지만 재미가 있어 일부 소개한다.

새로 부임하는 경주 부윤은 그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일부러 안강 쪽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고,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선비들은 '보게 되면 재수가 없다' 하여 애써 고개를 돌려 지나갔다고 한다.

한국전쟁 때 파죽지세로 남하하던 인민군이 경주 점령 직전에 한번 브레이크가 걸린 것도, 백제군이 유독 오봉산 여근곡 인근인 건천땅에만 오면 이상하리만치 힘을 쓰지 못한 것도 모두 여근곡 음기 덕분으로 전해온다. 또 한국전쟁 당시 행군하던 미군들이 여근곡을 보며 탄성과 야유를 지르며 야단법석을 떤 것도 모두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또 여근곡 샘을 작대기로 휘저으면 마을 여자들이 바람이 난다 하여 한때 외지 남자들의 접근을 막기도 했다고 전해온다. 여근곡에서 보이는 들판도 원래 이름이 '썹들'이었지만 우스갯소리로 '씹들'이라고 짓궂게 부르기도 한다.

오봉산은 주사산 닭벼슬산 오로봉산 부산(富山)으로도 불린다. 산행 중 만나는 부산성(富山城) 안내판과 주사암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오봉산 건너편 산줄기에도 산성이 있기에 부산(富山)을 오봉산보다 큰 개념으로 봐도 무관할 듯싶다. 부산성의 길이는 7.5㎞에 달한다.

유학사 입구 '여근곡 전망대'는 꼭 둘러보길 권한다. 수석수집가인 주인장 박용 씨가 발품을 팔아 모은 여근과 남근을 닮은 희귀 수석을 비롯한 볼거리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건천읍에는 흑염소 불고기(사진)가 아주 유명하다. 가장 유명한 집이 20년 전통의 '당나무식당'(054-751-0975)이다. 흔히 여성을 위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신농본초경과 동의보감에 따르면 흑염소 수놈은 남성강화 식품이다. 이 또한 여근곡의 음기와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 1인분 1만2000원. 육개장이 아주 맛있다. 건천IC에서 대구 가는 방향 길가에 위치해 있다. 차로 1분 거리.

흑염소 불고기.

굽기전 흑염소 불고기.

흑염소 육회.

◆ 교통편 - 경부고속도로 건천IC로 나와 경주 영천 방향으로 좌회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천IC~경주 영천 4번 좌회전~건천~(좌측 여근곡 팻말 보고 좌회전해도 상관없음)~굴다리~대구 영천 방향 좌회전~건천읍사무소 지나~윗장시마을 정류장 보고 좌회전(여근곡 주사암 유학사 팻말)~철길 건너~원신~여근곡 전망대~유학사 주차장 순.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 옆 고속버스터미널 앞 정류장에서 300번, 305번 좌석버스를 타고 건천읍 윗장시마을 정류장에서 내린다.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분 걸리며 1500원. 날머리 서면 천촌동회관에서 경주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2시20분, 4시50분, 6시50분, 7시50분, 8시50분(막차)에 있다. 차를 회수하기 위해선 개인택시(054-751-6478)를 이용해야 한다. 천촌동회관에서 유학사까지 1만2000원.산행대장=이창우

10년만에 속살 내비친 생명의 골짜기…웅장함의 절정

추성리~마폭 5시간30분, 마폭 천왕봉 1시간30분 소요
선녀탕 옥녀탕 비선담 대륙폭포 삼단폭포 마폭포 등
한순간도 끊이질 않는 골짜기 절경 암반, 소와 담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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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지동(옛 두지터) 입구 담쟁이넝쿨로 둘러싸인 담배건조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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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지동(옛 두지터)의 배롱나무꽃. 공기가 맑아서인지 색이 아주 붉고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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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산통제 기간 중의 출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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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지동을 지나면 이내 만나는 출렁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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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칠선동 마을터. 자세히 보면 축대와 계단식 논의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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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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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그늘이 드리워져 운치가 그저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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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탕 바로 위에 위치한 옥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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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각도에서 본 옥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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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녀탕을 지나면서 덱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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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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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교와 비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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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교를 지나 덱을 따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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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계곡 통제소를 알리는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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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계곡 통제소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 지리산 사무소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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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소를 지나면서 인공시설물이 없어 계곡을 직접 건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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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비경의 이름없는 소와 담이 연이어 이어져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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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끼 낀 돌길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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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계곡의 얼굴마담격인 칠선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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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폭포. 얼핏 함양 용추계곡의 용추폭포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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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칠선폭포를 놓치고 가더라도 이처럼 길에서 우렁찬 굉음과 함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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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물길을 건너면 중봉과 하봉 사이의 골짝에서 내려오는 지계곡과 만나는 합수점에서 잠시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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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계곡 최대 규모이자 간판급인 대륙폭포. 높이가 15m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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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폭포 앞에서 촬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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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륙폭포. 칠선계곡 최고의 비경이다.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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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단폭포. 하류는 수직폭이지만 상류의 2단은 와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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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단폭포의 하단부인 수직폭 바로 윗부분. 깊은 소의 물이 수직폭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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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나무도 힘겹게 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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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시목이 발견되면 제대로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00m마다 있다. 그러니까 7.5㎞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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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 다리도 건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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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이어지는 이름없는 폭포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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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선계곡의 마지막 폭포라는 의미의 마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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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폭포는 천왕봉과 중봉 사이의 골짝에 걸려 있는 비경의 2단 폭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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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폭포가 가장 잘 보이는 그늘진 암반. 대개 여기서 땀을 닦으며 숨고르기를 한다.

 

가마솥 더위가 한풀 꺾인 남한땅 최후의 원시림 지대인 칠선계곡은 생명력이 넘쳐 흘렀다.

깊고 험준한 골짝은 천지를 뒤흔들 만큼 우렁찬 물소리를 토해내며 예의 빼어난 비경을 자랑했고 햇빛 한점 통과하지 못할 정도의 울울창창한 숲속의 물기 잔뜩 머금은 초록의 이끼는 널브러진 돌이나 아름드리 노거수를 감싸며 사방을 온통 초록으로 물들게 했다.

마지막 폭포인 마폭을 지나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1800m대의 헌걸찬 지리 마루금은 구궁심처 골짝에서 솟아오르는 희뿌연 구름과 한데 어울려 신선의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칠선계곡은 험하지만 분명 비경이다. 한신계곡 뱀사골 피아골 등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계곡에 비해 한 수 위다. 아니 급이 다르다.

흔히 산길이나 계곡은 풍광이 좋고 나쁨을 반복하지만 칠선계곡은 국내 여느 유명 계곡의 내로라하는 아름다운 구간만을 조물주가 부러 이어붙인 듯해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북으로 곧장 떨어져 내리는 칠선계곡은 겨울이면 북향의 깊은 골짝이라 적설량이 많고 기온이 급강하하고,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급격한 지형변화로 조난사고의 우려가 높다. 인공시설물이 거의 없는 것도 또 하나의 요인이다.

이와 관련, 이창우 산행대장은 "자연휴식년제로 지정되기 전인 1980년대 칠선계곡은 비교적 한가했지만 지금처럼 비선담까지 설치돼 있는 인공시설물이 하나도 없어 베테랑급이 아니면 산행할 엄두를 못냈을 정도로 사실 난코스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마음은 있지만 일반 산꾼들로선 선뜻 발걸음이 내키지 않는 그런 코스였다.

세월이 흘러 칠선계곡은 지난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자연휴식년제라는 명목하에 총 9.7㎞ 구간 중 3.8㎞ 지점인 비선담까지로 산행이 제한됐고, 올해부턴 국립공원 특별보호구로 지정됨과 동시에 산아래 추성동 주민들의 염원을 적극 수용해 지난 5월부터 국내 최초로 탐방예약 가이드제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내년까지 2년간 5~6월, 9~10월 넉달간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들과 지역 주민들의 안내로 칠선계곡 산행을 할 수 있게 된 것.

바야흐로 칠선계곡이 10년 만에 공식적으로 부분 개방된 것이다.

산행팀은 사실 지난 4월말과 5월초 두 번이나 취재산행을 계획했지만 공교롭게 두 번 모두 장대 같은 비가 내려 발길을 돌렸다. 결국 삼세번만에 칠선계곡 품에 안긴 셈이다.

산행 코스는 함양 마천면 추성리 주차장~칠선계곡~마폭포~천왕봉~제석봉~장터목 대피소(1박)~백무동 순. 순수하게 걸은 시간은 10시간45분. 구간별로 보면 추성리~마폭 5시간30분, 마폭~천왕봉 1시간30분, 천왕봉~장터목 55분, 장터목~백무동 2시간50분. 걷는 시간만 그렇다는 뜻이며, 여기에 휴식 및 식사시간은 별도로 더해야 총 산행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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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마천면 추성리~마폭포

주차장에서 추성리 마을을 지나 포장로를 따라 오른다.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움푹 파인 국골이 초암능선과 두류능선을 좌우로 갈라놓고 있다. 추성리에서 25분이면 두지동(일명 두지터). 오래전 화전민들이 기거했던 산골마을이지만 지금은 6가구가 농사와 민박을 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다. 담쟁이넝쿨로 에워싸인 담배건조막과 유난히 붉은 배롱나무꽃만 옛 모습 그대로일 뿐이다. 바로 옆에는 최근 펜션이 들어서 있다. 두지터는 가락국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이웃 국골에서 진을 치고 있을 때 식량창고로 사용했다는 설과 지형 자체가 쌀 뒤주를 닮았다는 설이 내려온다.

두지교와 입산통제 기간 중 출입문, 울창한 대숲 그리고 쇠줄로 만든 출렁다리를 잇따라 지나면 가파른 오름길. 칠선계곡은 출렁다리에서 잠시 맛만 볼 뿐 선녀탕까지의 40여 분은 물소리만 들릴 뿐이다. 도중 뜻밖에도 평탄한 길을 만난다. '칠시'라고 불렸던 옛 칠선동 마을터다. 자세히 보면 오래된 축대와 계단식 논의 흔적이 보이고 바닥에는 비닐장판 조각이 보인다.

지계곡을 건너 마당바위로 불리는 전망 좋은 너른 암반를 지난다. 이제 선녀탕까지는 1㎞. 진한 숲 향기를 음미하며 27분쯤 오르내리면 선녀탕을 알리는 이정표와 아치형 구름다리를 만난다. 일곱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했다고 전해오는 선녀탕(620m)은 다리에서 보면 숲 그늘이 드리워져 운치가 그저 그만이다.

이때부터 칠선계곡의 진면목을 감상하며 물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선녀탕 바로 위에는 선녀탕보다 더 넓고 깊은 옥녀탕(650m)이 기다린다. 유난히 맑고 푸른 탕도 탕이지만 옥녀탕으로 쏟아내는 와폭 또한 일품이다.

옥녀탕부터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조성한 덱을 따라 걷는다. 10여 분이면 흔들다리인 비선교에 올라선다. 이 대장은 비선교 입구 쪽 암벽을 가리키며 예전에는 이곳으로 밧줄을 잡고 올랐다고 옛 기억을 더듬었다. 자세히 보니 밧줄의 흔적이 곳곳에 눈에 띈다. 목욕한 선녀들이 하늘로 올랐다는 다리 아래 비선담(710m)은 옥녀탕과 규모는 비슷하다. 비선교를 지나면 잠시 호젓한 숲길. 5분 뒤 다시 목재 덱을 만나면서 비경이 이어진다. 소와 와폭의 연속이다. 떨어지기 직전 소용돌이를 치는 폭포, 두 갈래로 유유히 떨어지는 쌍폭 등과 선녀탕이나 옥녀탕에 견줘도 하등 손색없는 소가 굽이굽이마다 시선을 빼앗지만 아쉽게도 이름이 없다. 칠선계곡을 두고 흔히 '7폭 33소와 담'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10분 뒤 다시 덱을 만난다. 공단 직원 두 사람이 근무를 서고 있다. 알고 보니 칠선계곡에 설치된 마지막 덱으로 비선담 통제소다. 위쪽 산길과 이어진 출입문에는 육중한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여기서부터 천왕봉까지 5.4㎞ 구간이 특별보호구로 지정된 곳이다. 통제소를 지나면 숲이 확연히 달라진다. 더욱 짙어지고 길은 좁아지며 발밑에는 물기 머금은 싱싱한 이끼가 널브러진 돌과 나무 밑둥치를 감싸고 있다. 산죽 군락은 이에 뒤질세라 길마저 막고 있다. 원시 그대로의 비경 그 자체다.

6분 뒤 산죽길을 벗어나면 계곡과 만난다. 직진하기도, 좌측 산사면으로 치고 오르기도 마땅치 않다. 처음으로 물길을 바로 건넌다. 반복되는 이끼 수북한 산죽 숲길. 길 안내를 위해 돌 위에 뿌린 붉은 스프레이 표시도 이끼에 가려 그 흔적이 가물가물하다. 놓쳐선 안 될 볼거리가 하나 있다. 일명 청춘홀이다. 물길을 건너 100m쯤 거리에 위치한 표지목 지점쯤에서 좌측으로 바로 보면 보인다. 큰 바위와 작은 바위가 한데 어울려 생긴 너른 공간이다. 청춘 남녀가 비를 피해 들어섰다가 사랑에 빠졌다는 설도 있고, 오래전 목기를 다듬는 젊은 청년들이 청춘 흘러가는 것을 한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옛날엔 바닥도 편평해 텐트 하나 정도는 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계곡 범람으로 인해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지계곡을 건너 우렁찬 굉음에 이끌려 물가로 내려선다. 칠선폭포를 보기 위해서다. 첫 인상은 함양 용추계곡의 용추폭포. 높이가 5m 안팎에 불과하지만 그 당당함은 이름 그대로 칠선계곡의 얼굴마담으로 손색이 없다. 통제소에서 30분. 혹 폭포 쪽으로 내려서는 길을 놓쳤더라도 길에서 보이기 때문에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이끼 낀 돌길의 연속. 7분 뒤 자연스럽게 두 번째 물길을 건넌다. 이 지점은 중봉과 하봉 사이의 골짜기에서 흘러 내려오는 지계곡과의 합수점이다. 이 지계곡을 거슬러가면 40m쯤에 우측으로 열린 길이 향후 진행방향이며, 여기서 60m 더 가면 칠선계곡에서 최대 규모인 대륙폭포를 만난다. 지난 1964년 칠선계곡을 탐사하던 부산의 대륙산악회가 명명한 이 폭포는 약 15m 높이에서 하얀 물줄기가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진다. 아름답고 우아하며 장엄하며 고색창연하다.

대륙폭포 이후 산길은 험하면서 동시에 가팔라진다. 무명봉 하나 넘는다고 생각하고 살짝 올라서면 계곡과 만나지만 건너지 않고 물길 좌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25분쯤 뒤 또 한 줄기의 폭포가 눈과 귀를 자극한다. 자일산악회가 명명한 (자일)삼단폭포다. 상류 쪽 두 개의 와폭에 이어 수직폭이 시원하게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폭포 좌측으로 오르면 가운데 와폭은 쌍폭이며 그 아래는 좁지만 깊이를 가늠키 힘든 아주 깊은 소가 소용돌이 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삼단폭포에서 마폭포를 만나기까지 80분 정도 또한 녹록지 않다. 이쯤 되면 계곡 폭이 좁아지고 유량은 줄어듬직한데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되레 무명폭과 크고 작은 소가 줄을 잇고 또 잇는다. 칠선계곡의 저력을 실감케 하는 시점이다.

이끼 낀 크고 작은 돌길과 쓰러진 아름드리 나무들도 넘어야 하고 외나무다리도 건너고 때론 유일한 인공시설물이라 할 수 있는 얇은 밧줄에 의지해 암벽을 올라야 한다.

천왕봉으로 오르면서 마지막으로 만난다는 의미의 마폭포는 천왕봉과 중봉 사이의 골짜기에 걸려 있는 비경의 2단 폭포. 상단은 수직폭이고 하단은 와폭이면서 쌍폭이다.

마폭포와 관련된 여담 한 가지. 지난 1964년 부산의 산악인들로 구성된 개척단에 참여한 곽수웅 씨는 "밑에서부터 이름을 붙이며 올라오던 중 소와 폭포가 끊임없이 나타나 이름짓기를 중단하고 마지막 폭포에 와서 명명한 것이 마폭포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웃한 바위 쉼터가 좋아 대개 여기서 폭포를 감상하며 물통을 채운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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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화랑 물장구 치며 놀던 곳
계곡 하류 화랑 수련지 추정 가슬갑사 유적비
평상시 뜸하다 여름되면 전국서 찾는 이 많아
가지 운문 상운 범봉 억산 옹강산 등 한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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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왼쪽)와 바위 아래 구멍이 뚫려 있는 일명 하늘문도 지난다.


 
낙동정맥이 남으로 내달리다 영남 지역에 가지를 쳐서 만든 9개의 산군인 영남알프스.

이 영남알프스는 정부나 각 지자체가 명명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과 달리 누가, 언제, 어떤 연유로 불렀는지 확실하지 않은 자연발생적이고도 비공식적인 이름이다.

국토의 7할이 산으로 뒤덮인 우리나라에서 이 영남알프스만큼이나 존재의 독특함을 간직한 산군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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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문 바로 위 전망대에 서면(왼쪽) 가지 운문 억산 등 영남알프스 산군들이 보인다. 잠시 후 수백 명이 너끈히 앉을 수 있는 너른 바위 절벽인 일명 마당바위에도 오른다.

   
흔히 내로라하는 명산은 나홀로 또는 주변의 위성봉 한 두 개를 묶어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영남알프스 산군은 산세 대신 양산 밀양 청도 등 5개의 이웃한 지자체에 모여 있는 데다 1000m 이상의 해발고도를 지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산꾼들은 이 영남알프스를 두고 2박3일 정도로 '태극종주'라는 이름으로 종주산행을 하고 최근에는 인근 봉우리를 더 끌어들여 '대태극종주'라고 확장해서 사시사철 내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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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복산 정상과 정상 인근에서 본 드린바위. 문복산 정상 너머로 이웃한 고헌산이 보인다.

이 9개의 산군 중 지명도가 가장 낮은 봉우리를 꼽으라면 아마도 최북단의 문복산(1014m)일 게다. 단석 고헌 가지 간월 신불 영축산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낙동정맥에서도 한참 비켜난 그야말로 독립봉이어서 문복산만을 찾는 산꾼들이 생각만큼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간월 신불 영축 천황 재약산처럼 주변 언저리봉과 이어져 있으면 스쳐 지나가기라도 할텐데 문복산은 이런 여건 또한 갖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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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 전망대에선 가지 운문 억산 등 영남알프스 산군들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하나, 여름철은 예외다. 계살피계곡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산 인근의 내원사계곡이나 밀양 호박소처럼 피서인파로 넘쳐나는 그런 계곡은 결코 아니다.

계살피계곡은 지리나 설악의 그것처럼 웅장한 폭포나 소는 없지만 영남알프스 계곡 중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비록 상류 쪽엔 최근 수년간의 태풍 탓인지 등산로 일부와 계곡이 흐트러져 있지만 소와 작은 폭포들의 풍광을 즐기면서 계곡산행을 즐기기엔 부족함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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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계살피계곡 상류(왼쪽)를 만나지만 이후엔 한동안 물마른 계곡이 이어진다.

 
 계살피계곡은 또 신라 원광법사가 화랑들에게 세속오계를 전한 곳으로 알려진 가슬갑사 터로 추정되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산행은 청도군 운문면 삼계리~잇단 헬기장~하늘문(전망대)~마당바위~문복산 정상~돌탑삼거리~전망대~계살피계곡~가슬갑사 유적비~잇딴 너덜길~삼계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20분 정도지만 계살피계곡의 적당한 지점에서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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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는 운문산자연휴양림과 운문사 입구의 중간 지점인 삼계리. 칠성가든(슈퍼) 앞에서 하차한 뒤 청도(운문사) 방향으로 향한다. 길가 전봇대에 '문복산 등산로'라고 걸린 조그만 팻말은 무시하고 운문령식당 앞의 다리(삼계2교)를 건너자마자 곧바로 우측 계류를 따라 골목길로 들어간다. 곧 갈림길. '고향집민박'이라 적힌 이정석이 보이는 우측으로 가서 차량진입금지를 알리는 쇠줄을 통과해 잡풀이 무성한 나대지를 건너면 비로소 '문복산 등산로 안내도'가 서 있다. 그 뒤로 들머리가 열려 있다.

산길은 급경사 오름길이지만 시원한 바람이 부는 그늘진 숲길이다. 4분 뒤 첫 갈림길. 계살피계곡을 거쳐 정상 가는 우측길은 하산길로 남겨두고 산행팀은 능선을 따라 왼쪽으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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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 중 비로소 유량이 풍부한 소를 만난다.

등줄기에 땀이 촉촉히 젖을 정도의 외길 된비알을 45분 정도 걸으면 첫 헬기장. 도중 뒤돌아보면 지룡산과 배너미재가, 산길 우측으로 쌍두봉이 보인다. 두 번째 헬기장을 지나 만나는 갈림길에선 우측으로 간다.

너른 반석과 편안한 낙엽길을 여유있게 지나면 우측에 집채만한 바위를 만난다. 바위 아래에는 한 사람이 기어 지나갈 수 있는 거친 터널이 있다. 오래 전 국제신문 산행팀은 이를 '하늘문'이라 명명했다 한다. 바위 위는 멋진 전망대. 잠시 올라서면 진행 방향으로 둥그스럼한 문복산을 기준으로 우측으로 상운산 가지산 쌍두봉 아랫재 운문산 딱밭재 범봉 억산이, 10시 방향 서담골봉, 9시 방향에 옹강산이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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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드문 문복산 계살피계곡에선 누구나 나이를 잊고 물장구를 치며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다.

 
6분 뒤 이번엔 수백 명이 너끈히 앉을 수 있는 너른 바위 절벽. 일명 마당바위다. 이 마당바위를 지나면 계살피계곡의 지류 앞 갈림길. 안내 리본이 많이 걸려 있는 우측 계곡 대신 좌측 능선길로 오른다. 산길을 가로막는 잡풀을 헤치고 20분쯤 오르면 마침내 문복산 정상. 정면(남동쪽) 마을이 경주 산내불고기 단지이며 그 뒤 고헌산을 기준으로 우측으로 낙동정맥 갈림길인 894봉이, 좌측으로 소호령 백운산 삼강산 소호고개 단석산이 펼쳐진다.

정상에서 하산길은 두 갈래. 왼쪽은 경주 서담골봉 옹강산 또는 산내면 중리 방향, 산행팀은 오른쪽 894봉 고헌산 방향으로 간다. 3분 뒤 헬기장을 지나자마자 돌탑 삼거리. 여기선 왼쪽 894봉을 거쳐 고헌산 가는 길 대신 오른쪽 계살피계곡으로 간다. 내려서기 전 좌측으로 웅장한 바위절벽이 클라이머들에게 유명한 드린바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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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일단의 한 팀도 참다 못해 벗고 뛰어들었다. 계곡에 오면 자고로 벗고 담궈야 하는 법.


가지산에서 운문산을 거쳐 억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주능선을 완벽하게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바위를 지나면 계곡으로 떨어지는 급내리막길이 기다린다. 40분이면 계살피계곡에 닿는다. 계곡 상류라 유량이 아주 적다. 곧바로 계류를 건너 산길로 올라선다. 이내 지계곡을 건너 산허리를 약간 돌면 다시 계곡에 내려선다. 이번엔 대각선 방향으로 계곡을 건너면 산길이 열려 있다. 아직도 유량은 기대치에 못 미친다.

계곡 합수점을 지나 계곡과 나란히 걷다 시야가 트이는 지점으로 내려서면 물은 오간 데 없고 자갈밭을 만난다. 실망을 머금고 50m쯤 자갈밭을 가다 다시 우측 산길로 향한다. 10분 뒤 지금까지 품었던 우려를 싹 가시게 해주는 너른 소를 만난다. 포항서 왔다는 50대 산꾼들이 동심으로 돌아가 물장구를 치고 있다.

이후부터 계곡은 소와 담 그리고 앙증맞은 폭포들이 잇따라 그 모습을 드러낸다. 간혹 소의 깊이가 어른 키를 넘는 경우도 있다.

계곡화를 준비했으면 여유있게 물길을 따라가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계곡 우측길을 따라 내려가야 된다. 이 길은 계곡과 약간 떨어져 있어 숲 사이로 걷다 괜찮은 너른 소가 보이면 잠시 내려가 쉬었다 가면 된다. 계살피계곡은 비교적 한적해 대개 소 하나에 한 팀씩 쉬고 있는 모습이 목격된다.

하류로 내려올수록 계류와 나란히 달리는 산길은 멀어진다. 앞선 길과 달리 잠깐의 대숲을 통과하면 길섶에 조그만 비석이 서 있다. 가슬갑사 유적비다.

이제 산행은 막바지. 잇단 너덜길을 지나 산행 시작 후 만났던 첫 갈림길을 지나면 이내 들머리에 닿는다. 가슬갑사 유적비에서 40분쯤 걸린다.

# 떠나기 전에- 정류장 앞 칠성가든 오리불고기 맛 일품

 지역 산꾼들의 영원한 '베아트리체' 영남알프스는 양산 밀양 경주 청도 울산 등 5개 시·군에 걸쳐있어 권역별로 이른바 베이스캠프가 존재한다.

맏형 격인 가지산권의 경우 비구니 사찰인 석남사나 운문령이 여기에 해당되고 밀양에선 산내면 남명리가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다. 이곳에선 운문산 가지산 천황산을 갈 수 있어 많은 산꾼들이 주말이면 모여든다.

표충사는 재약산과 천황산을 오르는 들머리로 애용된다.

영남알프스 남동부 쪽엔 통도사와 등억온천이 눈에 띄는 베이스캠프다. 통도사는 영축산과 그 언저리인 오룡산 시살등의 들머리로, 등억온천은 신불산 간월산 배내봉을 찾는 산꾼들이 대부분 이곳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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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고 하는 수영, 안 해본 사람은 몰라요. 어른 키보다 깊답니다.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삼계리는 영남알프스 북쪽인 청도권의 베이스캠프로 널리 알려져 있다. 행정구역 단위가 아니라 마을 이름인 삼계리의 정확한 주소지는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이 삼계리는 주변의 배넘이계곡 생금비리계곡 계살피계곡 등 세 계곡이 만나기 때문에 명명됐으며 운문산자연휴양림과 운문사 입구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각각 3㎞ 정도씩 떨어져 있다.

이 삼계리에선 문복산을 비롯, 가지산 상운산 심지어는 울산 울주의 고헌산까지 연결된다. 또 지룡산을 거쳐 운문사까지 이어진다. 자연휴식년제로 등산로 통제를 하는 운문사 대신 명실상부한 영남알프스 북쪽인 청도권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삼계리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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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가든의 양념오리구이.

삼계리 버스정류장 역할을 하는 칠성가든(054-371-5287). 비빔밥 도토리묵 닭백숙 오리백숙 오리불고기 (사진) 등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다. 안주인 채자이(56) 씨의 인심이 넉넉해 삼계리를 찾는 산꾼들로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이제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다. 깔끔한 시골 특유의 밑반찬과 채 씨의 손맛이 일품이다.


# 교통편-부산역 앞 출발 사리암행 버스 타면 편리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언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있다. 1시간 걸리며 2200원. 언양터미널에서 대구행 버스를 타고 삼계리에 내린다. 오전엔 11시 단 한 번 출발한다. 1800원.

날머리 삼계리에서 언양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10분에 있다. 언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에 있다.

열차를 이용할 경우 부산역에서 무궁화호를 타면 된다. 오전 6시22분, 7시45분, 9시3분, 11시55분에 출발한다. 1시간 걸리며 5000원. 청도역 건너편 청도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고 동곡에서 내린다. 오전 7시40분, 9시10분, 10시20분, 11시10분. 2900원. 이어 동곡터미널에서 언양행 버스를 타고 삼계리에서 하차한다. 오전 8시40분, 11시. 2300원. 날머리 삼계리에서 대구행 버스를 타고 동곡에서 하차한다. 오후 5시10분, 7시10분(막차). 동곡에서 청도행 버스를 타고 청도터미널에서 내린다. 오후 4시15분, 5시20분, 6시10분, 7시40분(막차). 길건너 청도역에서 부산행 경부선 열차는 오후 4시52분, 6시12분, 6시42분, 7시42분, 8시55분, 9시45분에 있다.

또 한 가지. 부산역 인근 올림픽예식장 앞에서 출발하는 운문사 산내 암자인 사리암행 버스를 타고 삼계리에 내리면 된다. 경유하는 곳 없이 곧바로 가기 때문에 아주 편리하다. 매일 오전 10시 출발. 7000원. 삼계리에서 부산행 버스는 매일 오후 4시30분(단 토요일만 오후 4시 출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산IC~35번 언양~경주 봉계 35번~언양교차로서 밀양 석남사 24번~창녕 밀양~경주 청도 궁근정리 상북농공단지~경주 청도~궁근정삼거리서 우회전(몬타냐 간판)~언양 석남사 좌회전~청도 운문사 우회전~운문령 지나~운문산자연휴양림 지나~삼계리 순(쌍두봉가든 칠성가든 등 큰 간판 보임).

※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근교산&그너머 <444> 통영 사량도 아랫섬 칠현산

한려수도 풍광 벗삼아 암릉따라 오르락내리락
쉼없이 이어지는 일곱개 암봉
윗섬 지리산 그늘에 가렸지만
환상적인 눈요기로 허기 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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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위엄있는 암봉이 해발고도 349m에 불과하다면 어느 누가 믿겠는가. 한려수도의 환상적인 풍광을 내려다보면서 암릉을 오르내리는 칠현산은 산행의 색다른 묘미를 안겨준다. 주봉인 칠현봉은 왼쪽에서 세번째. 윗섬 지리산~불모산~옥녀봉 능선에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처럼 위엄있는 암봉이 해발고도 349m에 불과하다면 어느 누가 믿겠는가. 한려수도의 환상적인 풍광을 내려다보면서 암릉을 오르내리는 칠현산은 산행의 색다른 묘미를 안겨준다. 주봉인 칠현봉은 왼쪽에서 세번째.  
 
모처럼 섬산행을 떠나보자. 늘상 오르내리는 육지의 산보다는 한번쯤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색다른 산행의 묘미를 느껴보자는 뜻에서다.

사량도. 뱀이 많아서 혹은 멀리서 보면 뱀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사량도는 우선 이름에서 묘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래서 누구나 한번쯤 가봤으면 하는 동경의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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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해상 국립공원을 발아래 두고 걷는 이 멋진 암릉, 걷고 싶지 않으세요.

윗섬(상도)과 아랫섬(하도)을 본섬으로 3개의 유인도와 8개의 무인도로 이뤄진 사량도는 다도해의 서정이 물씬 풍기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한가운데 떠 있다. 행정구역상 통영시에 속하지만 지도를 펴놓고 찬찬히 살펴보면 통영 사천 고성 남해도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섬의 면적은 국내 여덟번째. 푸르다 못해 눈이 시린 근처 다도해 위에 떠 있는 올망졸망한 섬들 가운데 맏형이다.

산꾼들은 사량도 하면 우선 지리산을 떠올린다. 맑은 날 정상에 서면 민족의 영산 지리산이 보인다고 해서 지리망산으로도 불리는 지리산은 이웃한 불모산 옥녀봉과 함께 설악 공룡 못잖은 그림같은 암릉을 이뤄 뭍산꾼들을 유혹한다. 이는 윗섬의 얘기.

아랫섬에는 칠현산이 있다. 윗섬의 지리산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산꾼들로 북적일때 맞은 편의 칠현산은 그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채 이등의 서러움을 오랫동안 곱씹었다.

사실 지리산의 전망이나 옥녀봉의 현란한 자태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수한 모습의 칠현산은 한려수도의 환상적인 풍광을 내려다 보면서 아기자기한 암봉을 오르내린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곱개의 봉우리가 쉴새없이 이어지는 칠현산은 한적해서 되레 호감이 간다. 망망대해의 작은 섬이 육지를 그리워하듯 칠현산에 오르면 적막감마저 들어 누군가가 몹시 그리워진다.

산행은 덕동항~불광사~등산로 입구 팻말~봉화대터(망봉)~칠현봉(349m)~마당바위~용두봉~읍덕초등~읍포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10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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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 선착장 덕동에 내리자마자 왼쪽 일주도로를 따라 간다. 정면 우뚝 선 산이 칠현봉이고 등 뒤쪽 암봉인 옥녀봉이 해무 속에 살짝 자태를 드러낸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윗섬과 아랫섬 사이가 그리 멀지 않아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며 선착장 인근 바다는 바닥이 보일 만큼 맑고 투명하다.

10분 뒤 해수지장보살의 우아한 자태가 볼만한 불광사를 지나면 길 우측에 '등산로 입구'라고 적힌 팻말이 서 있다. 들머리다. 선착장에서 18분.

잡풀이 무성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산길은 비교적 잘 정비돼 있다. 이는 통영시에서 사량도를 관광섬으로 개발하기 위해 이미 오래전에 정비작업을 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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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은 칠현산 정상 칠현봉. 우측은 하산 도중 만난 그림같은 풍광. 저멀리 윗섬의 고동산이, 발아래는 윗섬과 아랫섬 사이의 호수같은 바다가 펼쳐진다.


오르막이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좁은 소로를 헤치고 10여분 뒤 좁은 안부에 닿는다. 이정표가 잡목에 가려 겨우 눈에 띈다. 칠현봉까지는 1.1㎞.

다시 10여분 뒤. 시야가 넓어지고 조망이 트인다. 첫 전망대다. 저멀리 윗섬의 지리산 불모산 옥녀봉 능선이 한 일자로 뻗어 있고 발아래는 방금 지나온 해안일주도로가 시야에 들어온다.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 위에는 통영과 섬 사이를 오가는 여객선과 조그만 고깃배들이 하얀 포말을 내며 지나가 한동안 시선을 빼앗는다.

잠시 '악!' 소리나는 된비알을 올라서면 소나무가 서 있는 무명봉. 아랫섬의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측 암릉이 앞으로 가야 될 칠현산 봉우리, 좌측이 대곡산 능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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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기다리며 소주 한 잔! 이곳 사람들은 아나고라 불리는 붕장어를 손가락 마디 굵기로 잘라 먹는다. 이렇게 먹어야 더 고소하단다.  우측은 그물을 손질하는 섬 사람들.

좌우 한려수도가 보이는 가운데 능선길을 걷는다.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이토록 아름다운 능선길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40여분. 암릉을 힘겹게 타고 오르면 또 다른 봉우리. 선착장이 있는 덕동마을이 훤히 보인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암릉이 시작된다. 6분 뒤 봉화대터. 망봉이다. 조선시대 수군의 망루로 사용됐다는 이곳은 산세는 물론 주변 바다의 움직임을 관찰하기에 제격이다. 하지만 지금은 거칠게 쌓은 돌탑만 홀로 서 있을 뿐이다.

이때부터 암릉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칠현산 암릉은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성을 쌓은 듯해 산성을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다가가 보면 풍화상태 그대로다. 아! 자연의 오묘함이여.

'칠현봉 300m' 이정표를 지나면서 숲과 암릉이 반복된다. 칠현산의 줄자는 고무줄자인지 300m가 아주 멀다. 이정표에서 20분 뒤 상봉인줄 알고 올랐지만 속았다. 대신 확연하게 드러나는 4, 5, 6, 7봉이 한눈에 가늠된다. 지금 서 있는 봉우리가 다섯번째. 그간 헷갈리던 칠현봉의 일곱봉우리가 베일을 벗고 정체를 드러낸다. 그간 손꼽으며 넘었던 적잖은 봉우리가 주변 봉우리임을 확인하면서 약간의 허탈감마저 든다.

마침내 칠현봉(349m). 검은 대리석의 정상석이 누워 있다. 일순간 앞선 봉우리에서 보이지 않던 또 하나의   
  하산 도중 만난 그림같은 풍광. 저멀리 윗섬의 고동산이, 발아래는 윗섬과 아랫섬 사이의 호수같은 바다가 펼쳐진다.
 
봉우리가 모습을 보이자 동행한 산꾼들은 허탈한 듯 아예 봉우리 숫자 체크를 멈춘다.

소나무가 울창한 마지막 봉우리로 향한다. 밧줄을 타고 내려서든 우측으로 에돌아가든 상관없다. 끝봉에서 내려서는 하산길에 조그만 두개의 봉우리가 서 있다. 정말 산행 마지막까지 봉우리가 이어진다. 우측에는 게으른 소 낮잠자듯 기암괴석이 한려해도를 배경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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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사거리. '용두봉 200m'라고 적힌 마지막 이정표가 보인다. 오르막길로 숲을 지나면 왼쪽 무지 너른 전망대를 만난다. 마당바위다. 어림짐작으로 100명은 족히 쉴 수 있을 정도로 넓다.

다시 숲길. 이제 길이 마구 아래로 쏟아진다. 암봉인 용두봉은 8분 뒤. 발아래로 읍포마을이 평화롭게 다가온다. 길은 점차 가팔라져 밧줄을 잡고 내려선다. 험하지만 대신 전후좌우 전망이 기가 막히다. 정면에 보이는 능선의 형상이 다대포 몰운대의 그것과 흡사하다.

눈길 끄는 볼거리도 있다. 절벽 아래 습한 곳에 바다에서 봐야 할 게가 구멍을 낸 채 살고 있다. 침입자인줄 알고 잽싸게 집으로 들어간다.

마당바위에서 30분 정도쯤이면 바닷가 산기슭에 위치한 읍포초등학교에 닿고 여기서 몇 걸음 더 내려가면 읍포마을에 닿는다.


  
 
#교통편-가오치선착장서 사량도 덕동행 여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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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통영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10분 첫 차를 시작으로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2시간 소요. 9100원. 통영시외버스터미널(055-644-0017)에서 도산면 가오치터미널(055-647-0147)행 버스는 오전 6시20, 8시50, 9시40분에 있다. 870원.

가오치터미널에서 사량도 덕동행 여객선 사량호는 오전 7, 9, 11시에 출발한다. 40분 소요. 3800원(휴가철인 8월15일까지 10% 할증돼 4100원). 덕동에서 가오치터미널행 사량호는 오후 1시50, 3시50분, 6시에 출발한다. 가오치터미널에서 통영행 버스는 오후 4시10, 6시50, 7시40분에 있다. 통영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20~3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오후 7시40분에 있다. 고성 등을 경유하는 버스는 오후 8시33분까지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마산 창원 방향~마산IC~서마산IC~시청 통영 방향~진동 통영 방향~진동~고성~거제 통영~도산면~(범선 모양)학섬휴게소(주유소) 지나~사량(도선장)~사량도 도선장 방향~가오치터미널 순.


#떠나기전에-산행코스 샘터없어 식수준비 '꼭'

칠현산의 해발고도는 349m. 수치 상으로 낮은 산이라고 우습게 봤다간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멀리서 보더라도 실제 올라봐도 제법 만만찮은 산이다.

육지의 산이 보통 해발 수백m 지점에서 출발하는데 반해 섬 지역의 산은 해발고도가 거의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한 예로 해발 802m나 되는 금정산의 경우 범어사에서 출발한다고 가정할 때 거의 400~500m 지점에서 오르기 때문에 사실상 칠현산의 높이만큼 산행하게 되는 셈이다.

완성된 칠현산 산행도는 아직 없었다. 통영 가오치선착장에서 나눠주는 사량도 관광안내도나 덕동항에 서 있는 칠현산 등산안내도는 각기 다르다. 특히 망봉의 위치가 그렇다.

사량면사무소에 문의했지만 명확한 답을 못찾아 결국 칠현산을 가장 잘 꿰뚫고 있다는 아랫섬 덕동마을 이장 김재권씨의 육성과 국토정보지리원이 만든 5만분의 1 지형도를 통해 정리했음을 밝혀둔다.

사량도 앞바다의 가두리 양식장엔 뜻밖에 문어가 들어 있다. 이곳 어민들이 잡은 새끼 문어를 약 2달 정도만 키우면 1㎏ 정도로 자라기 때문이다.

산행 내내 볼 수 있는 까만 배설물은 바로 염소똥. 들머리에서 산 정상까지 어디서나 보인다. 마을사람들이 방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운좋으면 산행 중 절벽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칠현산에는 샘터가 없다. 등산로 입구의 불광사에서 물을 보충할 수 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근교산&그너머 <418> 안동 학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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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늘푸른 소나무가 인상적인 학가산 정상은 거대 암봉으로 조망이 빼어나다. 흠이라면 능선상에 이동통신 중계탑과 방송사 송신탑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산행의 묘미를 반감시켜 안타깝기 그지없다.>
 
무릇 소나무는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삶과 뗄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연관이 돼 왔다. 배고플 땐 초근목피(草根木皮)의 수단으로 허기를 면케 해주었고 긴긴 겨울밤에는 아랫목을 덥히는 땔감으로 이용됐다.

삶의 연장선상에 있는 농기구와 식생활 용구도 그랬고 초가삼간이든 솟을대문 세도가의 대저택이든, 심지어 구중심처 궁궐도 모두 소나무의 차지였다. 거북선 등 왜적을 방어하던 크고 작은 선박재도 모두 소나무여서 어쩌면 국가 존립의 한 틀을 형성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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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수 천년 동안 한국인의 삶과 더불어 함께 해 온 소나무가 시나브로 '우리의' 나무로 인식된 것은 당연지사.

이런 소나무가 근래 들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50년 전 우리 산의 60%를 덮고 있던 소나무 숲이 25년 전에는 40%, 현재는 25% 정도로 급속히 줄었다. 이 추세라면 50년 뒤에는 남한에서, 100년 뒤에는 한반도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유는 뜻밖에도 이농(離農)현상 때문이란다.                                                                      기암괴석과 소나무와의 조화가 눈길을 끈다.

                                                                             
소나무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맨땅에 떨어져 햇빛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 하지만 겨울에 떨어진 활엽수의 낙엽이 땅 위에 쌓여 이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낙엽을 농민들이 긁어내 땔감이나 퇴비로 사용해 별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이농 현상으로 인간이 포함되는 대자연의 섭리가 끊겨 낙엽은 쌓여만 가고, 이로 인해 소나무가 점차 우리 산하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북 안동과 예천의 경계에 위치한 학가산(鶴14山·882m)은 소나무가 일품이다. 하지만 품안으로 들어가보면 이 산 또한 오래지 않아 아름드리 소나무가 활엽수로 대체될 듯하다. 아무도 밟지 않아 수북이 쌓인 낙엽이 이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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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안동 서후면 천주마을 입구 산행 들머리.>
 
멀리서 바라보는 학가산은 너른 벌판 위에 우뚝 서 있어 위엄이 있다. 그래서 조망 또한 기가 막히다. 한 일(一)자 모양으로 동서로 길게 뻗은 능선은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마치 동양화를 연이어 펼쳐놓은 병풍을 연상케 한다.

산행은 천주마을~마당바위~석축~무덤~철조망 통과~KT중계소~KBS 송신소~MBC 송신소~(안동)학가산 정상~산불보호용 무선중계 시설물~(예천)학가산 정상~암벽바위~너덜~마을 정자~느르치~타조농장~천주마을 순. 걷는 시간만 4시간 정도 걸린다. 길 찾기가 제법 까다로워 산행팀의 노란색 리본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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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는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는 천주마을 입구. '등산로'라고 적힌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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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산행 날머리 예천 보문면 느르치마을.>
 
한 눈에 봐도 하늘을 향해 뻗은 아름드리 소나무 10여 그루가 객을 맞는다. 150m 정도 시멘트길을 오르면 오른쪽에 산길이 열려 있다. 조금 올라와 마을을 바라보니 을씨년스럽게 방치된 폐가가 여러 채 보인다.

무덤을 지나면서 낙엽길 오르막이 시작된다. 미끄럽기까지 하다. 좌우의 집채만한 바위를 지나면 우측에 30명이 앉아도 남음직한 반석이 기다린다. 마당바위라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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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산행 중 만나는 일명 마당바위.>
 
 
길을 못찾을 정도로 낙엽이 점점 많아진다. 고로쇠 채취 흔적이 남은 지점을 지나면 석축. 들머리에서 30분. 석축 위로 올라서면 너른 터에 나무가 심겨져 있다. 왼쪽 건너편 지능선 위 기암괴석 주변의 소나무 숲이 인상적이니 놓치지 말자. 너른 터에서 오른쪽 송림으로 향한다. 곧 갈림길. 왼쪽길로 가면 취수펌프가 있는 시멘트 건물. 여기서 오른쪽 능선 방향으로 간다. 소나무가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빼어나다. 산길이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지능선상 사거리 안부에 닿는다. V자 모양의 소나무가 눈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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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느르치 인근 타조농장.>
 
직진한다. 약간 내리막으로 시작되는 길은 점차 급해진다. 무덤을 지나면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지만 구멍이 뻥 뚫려있어 통과가 가능하다. 시멘트길로 이동통신 및 방송사 송신소를 잇따라 5분 정도 지나면 '등산로' 이정표가 보인다.

두 차례 밧줄을 잡고 바윗길을 오르면 완전히 다른 산이 기다린다. 이번엔 기암괴석 전시장이다. 늘 그렇듯 소나무가 걸려있는 기암괴석은 시선을 한동안 머물게 한다.

상봉은 이중 가장 높고 험한 암봉. 물론 밧줄을 타고 올라야 한다. 정상석 앞에는 이곳이 오는 5월 안동서 열리는 경북도민체육대회 성화 채화지임을 알려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정상석 뒤 예천 너머에는 장엄한 백두대간의 주능선이 달리고 있다. 방금 지나온 능선상의 송신탑은 옥에 티로 간주될 만큼 흉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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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옆에서 본 학가산 정상 암봉.>
 

이제부터 수월한 능선길. 산불보호용 무선중계시설을 지나면 뜻밖에 학가산 정상석. 예천군에서 세운 것이다. 상봉이 안동쪽에 있다보니 예천군에서 행정구역상 예천군 관내에 정상석을 세운 것 같다.

곧 이정표. 암벽바위 방향으로 간다. 잇단 무덤을 지나면 또 이정표. 왼쪽 느리티(느르치)로 간다. 거대 암벽과 낙엽이 쌓여 이때부터 길찾기에 유의해야 한다.

기단 위로 돌을 쌓은 작은 돌탑이 보이면 그 왼쪽 옆 열린 길로 내려선다. 산 밑에서 안보이던 엄청난 바위가 곳곳에서 소나무와 조화를 이뤄 기다린다. 워낙 암봉이 많아 길이 이따금 헷갈린다. 길을 찾다보면 학가산성으로 추정되는 산성의 일부도 만난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뾰족바위를 지나 우측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쓰러진 나무와 밤송이 껍질이 널부러진 곳을 지나 너덜을 통과하면 예천 보문면 느르치 마을. 여기서 들머리 안동 천주마을은 왼쪽 방향으로 2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도중에 타조농장도 구경할 수 있다.



#교통편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또는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대구 금호분기점~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청송 영덕 방향~34번 안동 우회전(도산서원 봉정사)~영덕 안동 직진~서후(명리) 안동과학대학 오른쪽으로 빠져 좌회전~자품 이개 서후 우회전~광흥사 직진 8㎞, 석천사~광흥사 좌회전~광흥사 자품리 방향~천주 창풍 광흥사 2.2㎞(학가산 천주 창풍 애련사 광흥사)~창풍 버스종점~천주마을 순.

대중교통편은 이어지는 버스시간이 맞지 않아 부산서 당일치기로 불가능하다.


#떠나기전에

학이 유유자적 자태를 뽐내며 노는 모습과 닮았다는 안동의 학가산은 주위에 높은 산이 없어 안동의 진산으로 대접받고 있다.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일품인 학가산 하산길에는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으로 몽진(蒙塵)하였을 때에 쌓은 것이라고 전해 오는 학가산성을 볼 수 있다. 주변을 차근차근 둘러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우므로 유의하자.

이번 산행기에는 산행 시간을 4시간 정도로 기입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걸렸다.

지능선상 사거리 안부에서 무작정 능선 방향으로 올랐다가 철조망에 막혀 되돌아 오기도 하는 등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 온 것만 수 차례에 달했다. 보기보다 길 찾기가 어려웠다.

학가산 산행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천주마을에서 5분쯤 뒤 만나는 애련암 갈림길로 올라가거나, 예천군 북후면에서 차를 타고 방송국 송신소까지 간 다음 학가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 이럴 경우 산행시간이 너무 짧아 산행팀은 최근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은, 사실상 개척산행을 택했다. 그 만큼 산길은 깨끗하며 수북이 쌓인 낙엽이 운치있는 소나무 만큼이나 인상적이다. 최근 내린 폭설로 겨울장비와 보온의류는 반드시 챙겨 떠나자.

 
  입력: 2005.01.20 16:23 / 수정: 2007.02.28 오후 7: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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