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경사만 90분… 암릉 두른 정상 서면 백두대간 한눈에

도솔봉 정상에서 소백산 주능선을 조망하는 산꾼들. 정북으로 천문대가 위치한 연화봉과 비로봉 국망봉이 확인된다.

진정한 산꾼들은 국립공원을 잘 찾지 않는다.
빼어난 산세와 울창한 숲,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황홀한 조망 그리고 잘 정비된 등산로와 이정표 등으로 ‘돈값'을 하는 국립공원에는 워낙 많은 장삼이사들이 찾아 되레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과일껍질은 이내 썩는다며 아무렇게나 버리질 않나, 야생동물이나 주변 사람들을 전혀 고려치 않고 연신 ‘야호!'만 질러댄다. 진달래나 철쭉 등 꽃축제와 단풍 시즌에는 줄지어 올라야 할 정도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계곡에 발 담그고 그야말로 유유자적하게 신설놀음할 요량으로 떠났다간 낭패를 보기 일쑤이다. 돈은 돈대로 깨지고 기분은 기분대로 망치는 그런 시행착오는 한 두 번으로 족하다는 것이다.

국립공원이라고 모두 그런 건 아니다. 세상사가 늘 그렇듯 예외가 있게 마련이다.
일명 ‘똥바람'이라 불리는 매몰찬 북서풍과 잦은 폭설 그리고 연분홍 철쭉 군락으로 상징되는 소백산 도솔봉이 바로 이 경우가 아닌가 싶다.

지도를 펴놓고 가만히 소백산 국립공원을 살펴보면 말머리를 빼닮았다. 마두(馬頭)의 입부분이 부석사를 품은 봉황산이라면 도솔봉은 목의 맨 아랫부분에 해당된다.

재밌는 점은 말머리를 한 가운데로 가르는 선이 백두대간이자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를 가르는 도경계이다. 참고로 백두대간의 소백산 구간은 갈곶산~마구령~미내치~고치령~늦은맥이재~국망봉~비로봉~제1연화봉~연화봉~제2연화봉~죽령~삼형제봉~도솔봉~묘적봉~묘적령 순. 봉황산은 대간에서 약간 비껴나 있다.

도솔봉은 펑퍼짐한 육산이지만 정상 일대만 바위절벽으로 둘러쳐진 암봉이다. 비로봉 국망봉 연화봉 등 죽령 이북의 봉우리가 여성스러운 육산인 점과 차이라면 차이이다.

소백산은 이제 철쭉이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있다. 머지않아 온 산이 연분홍빛으로 물들 것이다. 도솔봉도 예외가 아니다.
국립공원 소백산 홈페이지에는 철쭉 개화 상황이 매일 사진으로 올라온다. 하지만 소백산 최남단인 도솔봉은 한마디 언급조차 없다. 관리사무소 직원과 통화를 해도 마찬가지이다. 워낙 넓어 그곳까진 손길이 미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되레 플러스 요인이 아닐 수 없다. 한적한 철쭉 산행, 바로 이 점이 도솔봉의 매력인 것이다.

산행은 사동리(절골)~사동유원지 주차장~‘소백산' 대형 입간판~산불감시통제소~도솔봉(1314m) 정상~헬기장~묘적봉~묘적령~임도~계류~임도~임도차단시설~산불감시통제소~사동유원지 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50분 안팎. 시종일관 외길인데다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어 길 찾기는 누워서 떡먹기다.


주차장의 도솔봉 등산안내도를 점검한 후 포장로를 따라 계류를 우측에 끼고 걷는다. 정면 저 멀리 살짝 보이는 봉우리가 도솔봉이다. 50m 뒤 갈림길. 소나무 가지에 안내 리본이 주렁주렁 걸려 있는 왼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산불감시 통제소를 지나 계류를 건너면 산길로 이어져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국유임도시설비와 ‘소백산' 대형 입간판을 잇따라 지나면 산불감시 통제소 앞 갈림길. ‘도솔봉 3.2㎞'라 적힌 이정표를 따라 계곡을 건너면 바로 소로가 열려 있다. 그간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길섶 잡목 가지가 얼굴을 스친다. 계류를 다시 한 번 건너면 본격 오르막 산죽길. 주차장에서 30분. 이때까진 가벼운 몸풀기일 뿐.

‘악!' 소리나는 지그재그 된비알로 접어든다. 조망도 없는 숲 터널이다. 정상까지 애오라지 오르막의 연속이다. 이 된비알이 산의 수려함을 돋보이게 하는 공신이겠지만 1시간30분이라는 지루한 급경사길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고행길이다.

그 고통은 연분홍 철쭉이 덜어준다. 2~3m쯤 되는 키 큰 연분홍 철쭉터널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철쭉 감상으로 위안을 삼자. 도중엔 해발고도가 표시돼 있고, 죽령에서 뻗어 내려온 백두대간과 하산길 능선 그리고 목적지인 도솔봉도 오름길에서 간간이 확인된다.

당개지치.

큰앵초.


피나물.

홀아비꽃대.



1시간쯤 지나면서 경사와 숲의 밀도가 동시에 낮아지며 한결 여유가 생긴다. 발 밑 곳곳에는 금강애기나리 천남성 둥굴레 윤판나물 큰구슬붕이 참꽃마리 노루삼 족도리풀 피나물 산괴불주머니 등 온갖 야생화가 눈길을 끈다.

해발 1290m쯤, 그간 안 보이던 집채만한 바위가 모습을 드러내 정상이 임박했음을 알려준다. 우측으로 에돌아 마지막 급경사 암릉을 힘겹게 오르면 마침내 상봉. 정상은 두 세 평 남짓한 바위절벽으로, ‘부산 산사나이들'이 최근 세운 조그만 정상석과 돌탑이 서 있다.
철쭉이 만개한 도솔봉에 서면 들머리 사동유원지와 방금 올라온 능선길을 가늠해볼 수 있다.
정상에서 본 소백산 주능선. 천문대가 위치한 연화봉이 또렷이 보인다. 

사방팔방 확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정북으로 소백산 천문대가 자리한 연화봉과 비로봉 국망봉이, 그 아래로 죽령 그리고 죽령에서 삼형제봉을 거쳐 이곳 도솔봉으로 왔다가 다시 남으로 묘적봉 묘적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한눈에 펼쳐진다. 소백산 등로 중 가장 인기있는, 연화봉 아래 희방사 쪽 계곡도 확인된다.

하산은 동쪽 헬기장 쪽으로 향한다. 이제 백두대간길이다. 곧 갈림길. 왼쪽은 죽령에서 삼형제봉을 거쳐 도솔봉으로 올라오는 길, 산행팀은 오른쪽 암릉으로 내려가 왼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헬기장엔 단양군이 세운 정상석이 있지만 실제 정상은 앞서 봤던 지점이다.

하산길인 암릉에는 계단이 설치돼 있다.


돌탑이 서 있는 묘적봉.


이어지는 철쭉길을 지나면 제법 험한 암릉길. 대책이 안 섰던지 급기야 고무를 덧댄 계단길이 설치돼 있다. 두 번째 계단을 내려올 땐 정면 발 아래 영주시와 중앙고속도로가 펼쳐진다. 대간길 왼쪽은 영주, 오른쪽은 단양이다. 이 길 또한 연분홍 철쭉이 화려하게 나그네를 맞는다. 묘적봉(1148m)까지는 대략 50분. 조그만 돌탑 앞에 나무 팻말이 서 있다. 그 뒤로 도솔봉이 보인다.

하산길에는 마냥 걷고 싶은 순한 길을 만난다. 

하산길엔 철쭉의 향연이 펼쳐진다.



묘적령 가는 길이 이번 산행 중 가장 순한 길이다. 이 때문인지 철쭉이 가장 예뻐 보인다. 20분이면 닿는다. 이제 본격 하산길. 묘적령에서 직진하면 저수령. 산행팀은 원점회귀를 위해 오른쪽 사동리(절골·3.7㎞) 방향으로 내려선다. 훼손지 생태복원을 위해 옛 등로를 막고 침목으로 다리나 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벌깨덩굴 삿갓나물 등도 눈에 띈다.

15분 뒤 벤치가 있는 임도. 곧바로 길을 건너 절골로 내려선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낙엽송 숲을 지나면 계곡을 만난다. 나란히 걷다가 몇 차례 계류를 건너 우측으로 향하면 다시 임도. 앞선 임도에서 35분 걸린다.

임도에서 우측 사동리 방향으로 간다. 임도차단시설을 지나면 산불감시통제소에 닿고, 여기서 주차장까지는 12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죽령~사동리 코스, 가이드 산악회가 애용
소백산 도솔봉은 대개 구름도 쉬어 간다는 아흔아홉구비 죽령(689m)에서 출발한다. 삼형제봉을 거쳐 도솔봉에 닿아 대개 단양군 대강면 사동리로 하산한다. 다리힘이 좋은 건각들은 여기서 산행팀이 걸었던 묘적봉을 지나 묘적령에서 사동리로 하산하든지 아니면 능선 왼쪽으로 열린 영주시 풍기읍 전구리로 내려선다. 이 코스는 원점회귀가 안돼 가이드 산악회가 주로 애용한다. 승용차를 갖고 원점회귀를 원한다면 산행팀처럼 사동리에서 도솔봉을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면 된다.

소백산 철쭉제(단양권)는 23~31일 열린다. 특히 연화봉 비로봉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연분홍 철쭉이 장관이다. 참고로 영주권 소백산 철쭉제는 29~31일 열린다.

# 교통편 -  대중교통 당일치기 어려워

 대중교통편은 당일치기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이드 산악회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고속도로~대구TG~대전 도동 분기점~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 단양IC~단양 대강 구인사 5번 우회전~예천 사인암 좌회전~장림교~예천 단양온천~예천~장정리 단양온천(사동계곡 6㎞)~도솔봉 사동유원지 좌회전~사동리(절골)~사동유원지 주차장 순.

 사동리 가는 도중 단양팔경 중 하나인 사인암(사진)을 볼 수 있다. 사인암 삼거리에서 사동리는 왼쪽길이지만 잠시 오른쪽으로 300m만 가면 된다. 이정표가 친절하게 돼 있어 놓치기가 어렵다.

 사인암은 고려시대 시인 우탁이 사인(舍人·정4품) 벼슬에 있을 때 자주 휴양하던 곳으로, 조선 성종때 단양군수 이제광이 명명했다.

 70m쯤 되는 자색(紫色)의 수직벽에 수백 개를 헤아리는 기묘한 암석들이 가로 세로로 불규칙한 절리를 이뤄 절경을 선사하는 사인암은 절벽 끄트머리에 걸려 있는 낙락장송의 자태와 어울려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사인암을 끼고 굽이치는 골짜기는 특히 아름다워 운선구곡(雲仙九谷)이라 불린다. 

암벽에는 우탁의 친필 감회가 새겨져 있고, 시비에는 우탁의 탄로가(嘆老歌) 2수가 전한다. 그 중 세간에 널리 알려진 한 수를 소개한다.
'한 손에 막대잡고 또 한 손에 가시쥐고 / 늙은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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