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괴석·철쭉군락 절묘한 조화 '한폭 동양화'
한국전쟁땐 빨치산 본거지로 동족상잔 비극 현장
발 밑엔 야생화 천지…산행 조망도 기가 막혀


마당바위를 배경으로 철쭉군락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꽃망울을 떠뜨리기 시작한 연분홍 철쭉.
마당바위 끄트머리에서 바라본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한 철쭉군락지.
            근육질의 기암괴석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노루 꼬리만큼 남은 봄의 갈무리 테마산행은 바로 철쭉.
사실 올 조국산천의 봄꽃은 예년보다 빨리 피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매화 개나리 목련 벚꽃 진달래가 같은 시기에 고개를 내미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상춘색들은 때아닌 호사 아닌 호사를 누렸다. 허투루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자연의 위력을 새삼 실감한 대목이기도 하다.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히기 시작하는 요즘, 연분홍 철쭉이 속살을 드러내며 산이 예의 제모습을 되찾았다.

내로라하는 철쭉산은 많다. 제암산 일림산 바래봉 봉화산 황매산 소백산 태백산 등등.
이번에는 비교적 무명에 가까운 전남 화순의 백아산을 골랐다. 철쭉 군락이 방대하거나 다른 철쭉 산에 비해 독특한 색깔을 지닌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능선이나 산사면이 온통 연분홍빛으로 물드는 그런 산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왜.
백아산은 '흰 백(白)', '거위 아(鵝)' 자에서 짐작이 가듯 거위처럼 미끈하고 하얀 암봉이 산릉에 줄지어 가득 차 있다. 한마디로 흰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바위산이다. 주변을 압도할 만큼 웅장하지는 않지만 수석전시관을 방불케하는 절묘함은 철쭉이 아니더라도 신선한 볼거리로 많은 산꾼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결국 백아산의 매력은 바로 암릉과 철쭉의 절묘한 조화에 있다.

흔히 철쭉 명산으로 제값을 하려면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은 평원에 꽃물결의 장관이 펼쳐져야 한다. 백아산은 여기에 철쭉단지를 둘러싼 기암괴석이 그 여백을 채워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오르게 한다.

한 눈에 푹 빠질 만큼 화려함을 뽐내며 꽃난리를 치지도 않고 암릉 특유의 근엄함만 있는 것도 결코 아니다. 그래서 백아산에 애착이 간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백아산에 뜻밖의 슬픈 사연이 담겨있었다.

근육질의 기암괴석들이 여기저기 박혀 있다 보니 은밀한 공간이 자연스럽게 여러 군데 만들어져 광양 백운산, 민족의 영산 지리산과 함께 빨치산의 전남도당 본거지 역할을 했던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사단 병력의 빨치산이 버티던 천혜의 요새로 피비린내 나는 우리나라 근대사의 비극의 현장이었다. 시인 정호승이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고 했지만 기자는 5월 눈물이 나면 화순 백아산을 찾아 철쭉의 장관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산행은 화순군 북면 백아산 관광목장(한우농원)~너른 동굴~능선삼거리(첫 이정표)~철쭉단지~마당바위~철쭉단지~샘터~개구멍~백아산 정상~산불초소(문바위 갈림길)~팔각정~백아산 자연휴양림 순. 걷는 시간만 4시간 정도 걸린다. 산길은 반듯해 길 찾기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당초 산행팀은 능선이 시작되는 원리에서 출발할 계획이었지만 이 길은 오랫동안 사람이 다니지 않아 길이 없을 것이라는 마을촌로의 설명을 듣고 관광목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들머리는 백아산 관광목장. 알고보니 고기집이다. 등산로 팻말을 따라 고기집 건물 뒤로 가면 돌계단으로 시작되는 등산로가 열려 있다.

숲이 제법 제색깔을 찾아 푸르다. 10분 뒤 넉넉잡아 20, 30명은 족히 수용할 정도로 너른 동굴을 만난다. 계속되는 오르막이지만 힘은 그리 들지 않는다. 다시 10분 뒤 길 왼쪽에는 곧 오를 마당바위가 보인다. 이후 능선이 반시계 방향으로 휘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8분 뒤 능선삼거리. 첫 이정표가 서 있다. 봄바람을 타고 새 움과 어린 잎이 돋아나는 유년의 신록. 오랫동안 이 산 저 산을 기웃거렸지만 이처럼 걷고 싶은 정갈한 숲은 사실 처음이다.

발밑에는 금창초 윤판나물 자주괴불주머니 각시붓꽃 금붓꽃 큰구슬봉이 얼레지 등 봄이면 어김없이 만나는 야생화가 거의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알고 보니 철쭉뿐 아니라 야생화의 보고(寶庫)이다.

금창초

조선현호색.


윤판나물.

큰구슬봉이.


얼레지.

제비꽃.

잘 정비된 침목계단을 지나 한 굽이 오르면 철쭉군락지로 접어든다. 들머리에서 80분. 오를 때 바라본 마당바위는 좌측에 위치해 있다. 경사가 급한 철계단을 오르자 평평한 안부에 닿는다. 우측 헬기장 뒤 북서쪽엔 암릉이 줄지어 있고 안부 쪽 발밑에는 천불봉 등 기암들을 배경으로 철쭉군락이 온 산을 불태우고 있다. 전망도 기가 막힌다. 동으로 멀리 지리산이, 서쪽엔 무등산이, 남쪽으론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왕비와 태후 모시고 피난온 산인 모후산이 확인된다.

다시 철쭉군락지 입구. 이번엔 우측 능선을 따라 가면 길 좌측에 샘터가 보인다. 이곳에서 마당바위를 배경으로 한 철쭉군락이 한 폭의 그림이다. 백아산에서 가장 멋진 풍광이다.

개구멍도 통과하고.
밧줄에 의지해 내려서기도 한다.
헌걸찬 근육질의 기암괴석 또한 연분홍 철쭉 못지 않은 볼거리이다.
때론 산죽길도 걷고.
전망이 빼어난 팔각정에 올라서면 지리산 조계산 모후산 등 남도의 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어지는 산길. 10분 뒤 개구멍을 통과해 밧줄을 잡고 내려선다. 천불봉은 개구멍 위 암봉으로 크고 작은 기암이 군집을 이루고 있지만 오르기가 힘들어 그냥 지나친다. 무엇보다 이 지점은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절경이라 가급적 사방팔방으로 시선을 자주 돌려보자.

산죽길을 한동안 걷다 잠시 바윗길로 오르면 시나브로 백아산 상봉(810m). 정면으로 팔각정과 그 뒤 모후산이 함께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길도 기암괴석과 암봉의 연속이다. 그늘 아래 잠시 쉬면서 방금까지 걸었던 자취를 뒤돌아보자. 거대한 수석전시장이 연상되면서 한편으로 기암괴석의 진수라 할 수 있는 장흥 천관산이 떠오른다. 그만큼 절경이다.

산죽과 쭉쭉 뻗은 송림을 지나면 문바위 갈림길. 산불감시초소가 서 있다. 전망대인 왼쪽의 문바위를 지나 백아산 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갈 수 있지만 능선길을 따라 계속 직진한다. 문바위와 산불초소 주변은 온통 얼레지군락지. 꽃대는 대부분 지고 녹색바탕의 자주색 얼룩무늬의 긴 타원형 잎만 다소곳이 누워있다.

다시 숲길. 주변 전망이 빼어난 팔각정 삼거리는 산불초소에서 대략 25분. 팔각정은 좌측 20m  능선 끄트머리에 서 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지리산 조계산 모후산 등 남도의 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삼거리로 되돌아와 백아산휴양림 팻말이 적힌 곳으로 내려선다. 백아산의 남쪽 암릉 또한 주옥같은 진경으로 다가온다. 철다리를 건너면서 펼쳐지는 크고 작은 암봉이 암릉을 따라 숲을 뚫고 불쑥 올라와 있다. 덩치는 작지만 '백아공룡'이라 해도 괜찮겠다. 하지만 하산길은 암릉을 타는 것이 아니라 바위 틈새로 난 샛길을 걷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이렇게 50여 분. 휴양림 입구에서 삼거리를 만나지만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다. 좌측으로 5분쯤 가면 첫 산막인 팽나무실을 만난다. 여기서 휴양림 매표소까지는 6분 걸린다.

#떠나기전 - 화순온천 피로풀기에 그저 그만

백아산 자연휴양림 등산로 안내도 옆에는 '백아산 6·25 전적지'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백아산은 무등산과 지리산을 연결하는 전남의 중심지일 뿐더러 남북으로 길게 뻗은 조밀한 암릉이 장벽 역할을 해 유격활동의 최적지로 한국전쟁 이전부터 유격전의 중심지였다. 입산 투쟁이 재개된 1950년 9월28일 이후에는 곳곳에서 피비린내나는 살육전이 잇따랐다. 1951년 7월에는 군경합동대 480명이 빨치산에 의해 전멸당하기도 했다. 철쭉군락지 인근 마당바위는 당시 전남도당 빨치산 사령관이 지휘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날머리 백아산 자연휴양림(061-374-1493)은 화순군이 직영하는 곳으로 숲속의 숲(집) 19동이 있다. 크기에 따라 6만~7만원. 단체손님 수용이 가능한 숲속수련원도 갖추고 있다. 백아산에 왔다면 화순온천엔 꼭 들르자. 백아산 관광목장에서 차로 15분 걸린다. 금호화순온천리조트(061-370-5000). 

#교통편 - 호남고속도로 옥과IC로 나와 화순 오산 방면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광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40분, 7시20분, 8시, 8시40분에 있다.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선 오전 6시를 시작으로 20~4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광주 종합버스터미널에선 광진교통 수리 노치행 버스(45번 홈)를 타고 백아산 관광목장 앞에서 내린다. 오전 9시35분, 11시에 있다.
귀가길은 휴양림 매표소에서 15분쯤 걸어내려와 광주행 버스를 탄다. 오후 2시30분, 6시20분(막차). 광주에서 부산 노포동행 고속버스는 오후 7시, 7시30분, 9시(막차). 2만400원. 심야버스는 밤 10시30분, 밤 12시. 부산 서부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6시30분, 8시(막차). 1만4300원. 심야 밤 10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옥과IC~화순 오산 15번 국도 우회전~주암 동복 방향 직진~백아산 자연휴양림~화순군~원리교 지나 원리사거리서 직진~백아산 관광목장 입구 아치형 대형간판~관광목장 주차장 순. 휴양림에서 관광목장까지 택시(061-372-5522, 011-619-3235)를 이용할 수 있다.

서부 내륙 거창의 산들은 부드러우면서 힘이 넘친다. 금원산에서 바라본 건너편의 현성산.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에 걸쳐 있는 금원산(1353m)은 지리산 대성골과 공통점이 있다. 바로 분단의 아픈 현실을 간직한 현대사 비운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중 국군 토벌대와 파르티잔 양측의 최후 격전지가 지리산 대성골이라면 덕유산에 집결한 500여 명의 남부군이 지리산으로 가는 길에 들러 계곡에서 목욕을 한 곳이 바로 금원산이다.

 물론 차이는 분명히 있다. 대성골이 피비린내 나는 전장(戰場)이었다면 그래도 금원산은 분명 파르티잔의 일시적 휴식공간이었던 셈. 바로 그곳이 금원산이 자랑하는 유안청계곡. 유안청폭포를 비롯, 소와 담이 주변 숲과 어우러져 `거창 제1의 계곡'으로 손꼽힌다.

 영화 `남부군'에서 수백 명의 파르티잔이 남녀 구분없이 알몸으로 목욕하던 장면이 바로 유안청계곡이라고 하면 `아!'하며 새삼 그 장면을 떠올리는 산꾼들이 많을 것이다.

40여 년이 지난 1993년 금원산에는 자연휴양림이 들어섰다. 그리고 유안청계곡은 등산로의 일부로 새롭게 정비돼 만인에게 개방됐다. 비록 파르티잔의 흔적은 오간데 없지만 산꾼들은 계곡을 보며 현대사의 아픔을 되새긴다.

흔히 자연휴양림에서 산행은 시작된다. 산행팀도 가섭사지 마애삼존불 등 볼거리가 많은 지재미골로 올라 ‘역사의 현장' 유안청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다.

 물론 함양의 용추폭포에서 기백산을 거쳐 금원산을 오르는 짧은 코스도 있지만, 이 코스는 특별히 내세울 만한 볼거리가 없어 `금원·기백`을 올랐다는 기록만 안겨줄 뿐이다.

산행은 금원산 자연휴양림 안내도(매점)~문바위~가섭암지 마애삼존불~지재마을(민가)~임도~지능선~주능선~전망대~금원산 정상~헬기장~돌탑봉우리(1315m봉)~전망대~임도~유안청폭포~자운폭포~복합산막 입구~매점 순. 5시간 정도 걸린다. 산길이 평탄한데다 이정표도 잘 정비돼 있다.


매점 앞 휴양림 안내도 앞에서 `마애삼존불상 문바위'라 적힌 팻말이 가리키는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수정같이 맑은 계곡을 지나면 곧 문바위 갈림길. 정면에 문바위가 보이고 `금원산 6.5㎞, 마애삼존불, 현성산'은 오른쪽 방향.
등산로 초입 계곡을 건넌다.

잠시 문바위를 보고 가자. 지재미골 입구에 서 있어 문바위라 명명됐다. 높이 20m, 너비 15m, 규모로 국내에서 단일바위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저 보기만 해도 입이 쩍 벌어진다.

국내에서 단일바위로는 가장 크다는 문바위.

가섭사지 마애삼존불상.


다시 갈림길로 내려와 마애삼존불 방향으로 간다. 이제야 본격 산길이다. 산죽길을 에돌면 아름드리 이상의 엄청 큰 소나무가 기다린다. 왼쪽엔 문바위 뒷모습이 보인다. 저 높은 곳에 누군가 올라가 돌탑을 세워놨다. 올라가는 것은 차치하고 돌은 어떻게 운반했을까.

이내 가섭암 터. 마애삼존불상 관리건물 뒤쪽으로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바위굴이 있고, 그 중 안쪽 남향 바위에 삼존불이 새겨져 있다. 보물 제530호.

이제 편안하게 오솔길을 걷는다. 나무다리를 건너면 민가를 만난다. 지재마을이다. 밭이 잘 일궈져 있고 양지바른 곳에 진돗개가 졸고 있다. 10분 뒤 삼거리. 직진한다. 비로소 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까지는 3.2㎞. 잇단 무덤을 지나면 임도. 오른쪽으로 50m,쯤 가다 다시 산길로 올라선다.

8분 뒤 지능선에 닿는다. 정면엔 현성산 정상(955m). 멀리서 봐도 단번에 화강암산임을 알 수 있다. 정상 왼쪽으로 서문가바위와 필봉이 이어진다. 이름이 재밌다 서문가바위. 흔히 임진왜란때 한 여인과 서(徐) 씨, 문(文) 씨가 피란을 왔다가 아이를 이곳 바위 옆에서 출산했다. 아이 아빠가 누군인지 정확히 몰라 이렇게 명명됐다는 설이 있지만 실은 고려말 공민왕때 노국대장공주와 함께 온 원나온 시종의 성이 서문(西門) 씨였다. 그 시종이 당시 이곳 안의땅을 식읍으로 받았다. 그러다 1914년 안의가 거창으로 편입됐다. 하지만 이후 호사가들에 의해 입에서 입으로 엉뚱하게 와전되면서 전혀 근거없는 `서문가바위'로 돼버린 것이다.

지능선에서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낙엽과 솔가리가 한데 얽힌 푹신푹신한 양탄자길과 바윗길을 번갈아 20분 정도 오르면 주능선. 정상까지 2.7㎞. 이정표 뒤로 남덕유산 삿갓봉 무룡산 백암봉 등 백두대간 능선이 펼쳐진다.

이제 정상을 보며 능선길을 달린다. 10분 뒤 전망대. 왼쪽에 현성산과 오도산 비계산 별유산, 그 뒤로 가야산 단지봉 수도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에는 눈이 쌓여 있다.
              금원산 정상.

점점 경사가 급해지면서 곳곳에 밧줄이 매여져 있다. 능선마루에서의 경관은 빼어나지만 다소 무료하다. 이렇게 1시간30분 정도 걸으면 마침내 금원산 정상.

거창에서 출발했지만 정상은 함양군 땅이다. 정면에 돌탑 봉우리가 보이고 그 오른쪽 봉우리가 기백산이다. 기백산으로 뻗어나가는 산줄기를 보니 육중한 산세가 주는 장쾌함과 호방함이 뼈속까지 스며든다. 그 뒤로 거망산과 황석산이 이어지고 괘관산 백운산은 저 멀리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길에서 본 현성산.

하산은 왼쪽으로 내려선다. 헬기장을 지나 8분 뒤 돌탑 봉우리(1315봉)에 닿는다. 여기서 유안청폭포 방향으로 직진한다. 15분 뒤 전망대. 방금 올라왔던 왼쪽 능선길이 훤히 보인다. 좀 더 내려가면 오른쪽에 기백산 책바위가 또렷하다.
             유안청계곡의 와폭.
           
         유안청계곡 제1폭포.

다시 40여 분 내려오면 임도. 대각선으로 길을 건너 산길로 내려선다. 이제 `유안청폭포, 휴양림' 이정표를 보고 걷는다. 숲그늘 짙은 계곡을 따라 20분쯤 내려오면 유안청폭포. 90m, 정도의 비스듬한 일종의 와폭인 유안청폭포와 주변 경관을 보노라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폭포 끝단 쯤 폭포 감상을 위한 일종의 전망대가 있다. 여기서 자운폭포와 복합산막을 지나 20분이면 들머리인 매점 앞에 닿는다.

#떠나기전에 - 금원산 자연휴양림 통나무집 인상적

산꾼들 사이에서 금원산은 항상 기백산과 짝을 이뤄 언급된다. 같은 능선으로 연결돼 한번 산행으로 두 산을 함께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 '금원·기백'으로 불린다.

금원·기백에 비해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이웃 함양군에도 항상 붙어 다니는 산군이 있다. 바로 거망산(1245m)과 황석산(1235m)이다. 역시 한 능선으로 이어져 '거망·황석'으로 지칭된다.

이들 4개 산의 모산(母山)은 경남 거창 함양군과 전북 장수군에 걸쳐있는 남덕유산(1507m). 남덕유산에서 남동쪽으로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 월봉산(1279m)을 거쳐 두개의 능선으로 나란히 갈린다. 거창쪽으로 금원산~기백산, 함양쪽으론 거망산~황석산이다. 결국 크게 보면 금원~기백~거망~황석산이 말발굽처럼 하나의 능선으로 연결돼 있는 셈. 이들 산은 모두 1000m가 넘는 고봉이어서 조망이 탁월한데다 산세 또한 하나같이 빼어나 부산을 비롯한 전국 산꾼들의 흠모의 대상이 되고 있다.

거창군의 금원산 자연휴양림과 함양군의 용추 자연휴양림이 이들 봉우리 사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각각 위치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아침 일찍 부산을 출발하면 금원산 기백산을 하루에 종주할 수 있다. 원점회귀 코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한걸음에 내달아야 한다.

금원산 자연휴양림을 찾아 동화에나 나옴직한 통나무집과 주변 경관을 보았을 때 모두들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전날 출발해 아름다운 대자연을 만끽한 후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했으면 하는 생각 때문이다.


TV 냉장고 가스레인지 등을 갖춘 콘도식 복합산막(사진)과 낭만적인 산꾼들을 위한 방갈로식 산막, 그리고 숲속수련장과 숲속야영장을 갖춰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다. 산행을 하지 않더라도 하루 이틀 이 곳을 찾아 도심 속의 때를 말끔히 씻어내기에 최적의 장소로 추천하고 싶다. 콘도식 산막의 경우 5명이 하룻밤을 묵을 경우 사용료는 5만원. (055)943-0340

# 교통편 - 대전통영 고속도로 지곡 안의IC로 나와야

부산에서 거창 금원산 자연휴양림까지는 시외버스를 탄 후 거창읍에서 군내버스를 갈아타고 위천면에서 택시를 타는 방법이 가장 편리하다.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20~40분마다 있다. 1만1800원. 2시간40분 정도 걸린다.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위천면 방면으로 가는 군내버스(서흥여객)는 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150원. 군내버스정류장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나와 왼쪽으로 가다 다리(중앙교)를 건너면 만나는 중앙시장 안에 있다. 10분 정도 걸린다.

위천면에서 휴양림까지는 택시(055-943-0300)가 편리하다. 거창읍에서 휴양림까지 바로 가는 택시(055-942-2080)도 있다..

위천면에서 거창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군내버스 막차는 오후 7시40분에 있다.

거창에서 부산 서부버스터미널행 시외버스는 30~4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6시40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서진주 분기점~대전통영 고속도로~지곡·안의IC~좌회전 안의 거창 방면~마리삼거리 좌회전~위천 무주 방면~위천면 좌회전~금원산 자연휴양림 순. 수승대에서 5㎞ 정도 거리.
※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반도 최남단 땅끝기맥 종착지 암봉
'남도의 금강산' 산 전체가 수석전시장
   
 
해남 달마산(達摩山·481m)은 생김새가 참으로 독특하다.
산으로 접근하기 위한 도로변 먼 발치에서도 그렇고 책상머리에 앉아 개념도를 봐도 주능선이 일직선으로 길게 뻗어 있다. 그 길이가 무려 8㎞. 여기에 주능선 양쪽으로 짧고도 촘촘한 지능선이 바다를 향해 달린다. 영락없는 지네 형상이다.

돋보기를 들이대고 그 모양새를 좀 더 살펴보자.

흔히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달마산은 능선 전체에 울퉁불퉁 솟아있는 기암괴석이 거대한 수석전시장을 연상시킨다.

암봉에서 만난 해남의 한 산꾼은 "조물주가 금강산 만물상 조성때 배치의 묘를 연습한 뒤 달마산에서 무르익은 기교를 맘껏 부리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과장이 엄청 섞인 코멘트였지만 그렇다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설명은 아닌 듯했다.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달마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아름다운 사찰 미황사. 단청없는 대웅보전 잘 어울린다.

여기에다 달마산은 금강산이 보유하지 못한 환상적인 조망을 갖췄다. 산행 내내 발아래로 펼쳐지는 다도해의 풍광은 달마산이 왜 이토록 소리소문없이 산꾼들이 한번쯤 '가고픈 산행지'로 꼽히는지 잘 알려준다.

 사실 국토 최남단 해남땅을 대표하는 산은 대흥사를 품안에 안은 두륜산이지만 그 품새나 산행 재미는 달음산이 으뜸이라는 게 이곳 산꾼들의 귀띔이다.

두륜산은 대흥사를 중심으로 두륜봉 가련봉 노승봉 등의 암봉이 부채살 모양으로 퍼져 있어 어디로 오르든 원점회귀가 가능하지만 일직선으로 길게 뻗은 달마산은 그렇지 못하다. 달마산은 일자능선의 남쪽 중간지점에 위치한 미황사에서 올라 북진, 송촌마을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달마산은 땅끝기맥의 사실상 종착역. 백두대간이 남으로 뻗어 호남정맥으로 이어지다 월출산을 빚고 힘에 부쳐 잠시 낮게 흐른 뒤 강진 해남땅에서 다시 솟구친다. 땅끝기맥은 강진 덕룡산을 기점으로 남으로 주작산과 해남의 두륜산 달마산을 거쳐 땅끝마을 전망대가 위치한 해발 122m의 사자봉에서 그 소임을 다하고 바다로 뛰어드는 산줄기이다. 땅끝마을이 한반도 최남단의 육지라면 달마산은 사실상 산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한 사자봉을 제외한 한반도 최남단 끄트머리에 위치한 봉우리인셈이다.

산행 초입에서 내려다본 미황사.
고도를 좀 더 높인 지점에서 바라본 미황사와 다도해의 풍광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산행은 미황사 주차장~주능선(문바위)~문바위재~정상(불썬봉)~바람재~임도~달마산 산행도~송촌마을 순. 4시간 정도 걸린다.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능선에 올라 북쪽(왼쪽)으로 계속 직진만 하면 되니까.

 산행에 앞서 미황사에서 달마산을 먼저 감상하자. 단청을 하지 않아 한결 운치있어 보이는 대웅전과 기기묘묘한 바위능선과의 조화는 정녕 한 폭의 동양화에 비길 만하다. 대웅전 가는 길에 만나는 동백나무 숲도 일품이다. 고창 선운사의 동백과 비교해도 전혀 뒤질게 없지만 꽃송이가 약간 적다는게 흠이라면 흠.
  
산행은 대웅전에서 다시 내려와 주차장에서 절로 향하는 곡각지점에 '등산로, 부도암'이라 적힌 팻말을 보고 시작한다. 행여나 곡각지점을 지나 동백나무 숲 아래에 적힌 '등산로' 이정표를 보고 길을 잡는 일은 없도록 하자. 물론 이 길도 달마산으로 가지만 몹시 험하다는 것이 지역 산꾼들의 설명.

산행 내내 이같은 기암괴석을 넘거나 에돌러 가야 한다.

허리를 숙이고 일명 개구멍을 통과하는 것도 여러 차례다.

          
           달마산 주능선 바라본 기암괴석의 위용. 저 멀리 뾰족 튀어나온 부분이 상봉인 불썬봉에
              위치한 봉수대이다.
 
달마산 정상 불썬봉. 전라도 사투리로 불을 켰던(썼던) 봉으로, 과거 봉수대가 있었다고 전해온다. 조망 또한 압권이다. 발아래 미황사가 미니어처처럼 보이고 저 멀리 다도해의 물결이 출렁이는 듯하다.

나무다리를 건너 숲으로 향한다. 핏빛 꽃봉오리가 길가에 널려있다. 지는 모습이 필 때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실감난다. 숲을 빠져나와 길을 건너 다시 숲으로 오른다. 역시 '등산로' 이정표가 걸려있다.

오르막길이지만 산죽과 억새 낙엽 동백 나무넝쿨이 적당히 조화를 이뤄 정감이 가는 숲길이다. 25분쯤 뒤 얼핏 40m쯤 되는 암봉 밑에 다다른다. 위험한 만큼 등로에 밧줄이 쳐져 있다. 동시에 나목 사이로 다도해가 펼쳐진다.

이제부터 서서히 고행의 길. 바위를 타고 오르거나 코가 땅에 닿을 만큼 가파른 길이 기다린다. 마침내 주능선. 문바위다. 들머리에서 40분 거리. 문바위라는 명칭은 양쪽 거대 암봉이 커다란 석문처럼 서있는데서 붙여진 것으로 짐작된다.

왼쪽은 상봉인 불썬봉, 오른쪽은 도솔봉, 큰금샘 방향. 왼쪽으로 간다. 눈앞에 암봉이 가로막고 있어 뒤로 에돌아간다. 늘 그러하듯 암봉을 살짝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경사 내리막길이 바닥 끝가지 이어진다. 밧줄도 타고 철계단도 내려선다.

산행 중 만난 지역 산꾼은 "조물주가 금강산 만물상 조성때 배치의 묘를 연습한 뒤 달마산에서 무르익은 기교를 맘껏 부리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과장이 엄청 섞인 코멘트였지만 그렇다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설명은 아닌 듯했다.

오르막길도 험하기는 마찬가지. 허리를 숙이고 일명 개구멍을 통과하는 것도 여러 차례. 정신없이 밧줄을 타고 내려서면 문바위재.

이렇게 크고 작은 암봉을 오르내리면 돌탑이 시야에 들어온다. 상봉인 불썬봉이다. 전라도 사투리로 불을 켰던(썼던) 봉으로, 과거 봉수대가 있었다고 전해온다. 조망 또한 압권이다. 발아래 미황사가 미니어처처럼 보이고 저 멀리 다도해의 물결이 출렁이는 듯하다.

정면 북쪽으로 노승봉 고계봉 등 두륜산 암봉들이, 뒤로 고개를 돌리면 송신탑이 서있는 도솔봉이, 강진만 바다 건너 우측 동쪽으론 완도의 상황봉과 백운봉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지는 길은 마른 억새와 산죽이 쭉 기다린다. 기암괴석은 여전하지만 능선길 옆 장식용으로 그 위용을 뽐낼 뿐 가로막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암봉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한 두번 정도는 길을 막아 에돌아야 한다. 길 옆에는 또 한 번 수석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바위들이 도열해 있다. 뾰족, 네모, 세모, 포갠바위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바위 형태를 볼 수 있다.

이제부터 길은 일사천리. 좁은 산죽길과 오솔길을 지나면 바람재. 이곳을 통과하면 이번 산행 중 처음으로 고민해야 할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한다. 사실 취재팀은 왼쪽으로 가다 길이 심상치 않아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이후 하산하면서 산에서 내려오는 길을 발견, 결국 발길을 돌린 왼쪽 길이 맞았음을 뒤늦게 확인했다.

갈림길에서 5분 뒤 임도. 지도상의 작은 딱골재다. 20여분 뒤 달마산 안내도가 서있는 우측 숲길로 간다. 작은 개울을 건너 한적한 오솔길을 잠시 걸으면 다시 달마산 안내도. 여기서 송촌마을 버스정류장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임도에서는 55분 소요된다.

달마산을 벗어나 도로에서 본 달마산.

# 떠나기전에 - 아름다운 사찰 미황사, 동·서 부도전 등 볼 것 많아
 
미황사는 지금 동백이 한창이다. 숲의 전체 규모는 고창 선운사의 그것과 비할 바가 못되지만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크기는 비슷하다. 천연기념물인 선운사의 동백숲은 철제 펜스로 출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미황사 동백숲은 출입제한이 없어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미황사에서 놓쳐선 안될 곳은 동·서 부도전. 물고기 게 문어 거북이 등 다른 부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다. 주차장에서 15분 정도 걸린다. 동부도전과 서부도전은 50m 정도 떨어져 있다.

원래 달마산 산행은 남쪽 끝단인 도솔봉에서 송촌마을로 가는 7시간 이상 걸리는 종주코스가 있다. 하지만 부산서 아침 일찍 출발해도 당일치기는 사실상 힘들다. 해가 긴 여름에는 가능할 것 같다.

# 교통편- 남해고속도로 순천IC로 나와야

부산서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여수 벌교 17번 국도~지하도~2번 17번 국도 벌교 여수~2번 국도 벌교 낙안민속마을~순천 청암대학에서 좌회전~벌교~보성~장흥~완도 해남 강진~해남읍~13번 국도 타고 완도 방향~미황사 순. 해남읍에서 약 35분 걸린다.

날머리 송촌마을에서 미황사 주차장까지는 대략 5㎞.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현산 월송택시 (061)536(537)-1888. 

 

※밀양 구만산은 평소엔 뜸하다가 여름철만 되면 전국에서 산꾼들이 모여드는 전형적인 계곡산행지이다. 오를 땐 통수골(구만계곡)로 올라 내려올 땐 가인계곡으로 내려오는 계곡산행의 고전이다. 가인계곡으로 내려와 봉의저수지를 지나면 밀양에서 가장 오리고기가 맛있다는 인골산장이 기다리고 있다.
국내 최고의 계곡산행지로 적극 추천한다. 어서 떠나보자.


근교산&그너머 <493> 밀양 구만산 계곡산행

시원한 원시 비경속으로 '물 좋은 산행'

左 통수골 右 가인계곡
구만폭포·기암절벽 장관
정상길 햇볕 노출 급경사
 
   
 
계곡 산행은 계곡 좌우로 열린 산길을 따라 시원하게 펼쳐지는 폭포와 소, 담을 바라보며 걷는 밋밋한 발걸음은 결코 아니다.

억겁의 세월 동안 물살에 씻기고 땡볕에 달궈진 암반 위의 계류를 온 몸으로 체험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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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 시작됐다. 주차장에서 20분쯤 걷고 계류를 건너 바위틈새를 통과한다. 폭포산행을 위해선 이쯤이야, 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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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줄을 잡고 올라 직벽에 세워진 쇠사다리를 오르면 본격 계곡산행이 시작된다. 


때론 물길을 낭창낭창 걷기도 한다. 수십m 의 수직 절벽에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낙하하는 폭포수를 만나면 이내 온 몸을 내던진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넘실대는 파도와 한 판 승부를 펼치는 해수욕장의 풍경과는 차원이 다른 선계(仙界)에 다름 아니다.

이번주 산행팀은 계곡산행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밀양 구만산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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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옆 산길도 있지만 계곡화를 준비한 센스있는 산꾼들은 물길을 거슬러 오른다.



구만산을 꼭짓점으로 왼편에는 통수골, 오른편에는 가인계곡이 절묘하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산행 시간의 70%쯤이 계곡인 그야말로 맞춤형 계곡 산행지이다.

경남 밀양 산내면과 경북 청도 매전면의 도계(道界)를 이루는 구만산은 영남알프스 산군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해 있다. 운문산에서 출발, 억산~구만산~육화산~용암봉~중산~낙화산~보두산~비학산을 거쳐 밀양강에서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33.7㎞에 달하는 운문지맥의 한 봉우리이기도 하다.

계곡을 벗어나면 구만산은 그저 평범한 산이다. 해발도 785m로 영남알프스 산군 중 낮은 축에 속하고 전망도 수목에 가려 온전치 못하다.

계곡 말고는 어디 하나 자신있게 내세울 게 없다. 오죽했으면 임진왜란 당시 구만 명이 난을 피해 은신한 곳이라 하여 구만산(九萬山)으로 명명됐을까. 4㎞가 넘는 골짜기에는 구만폭포와 천태만상의 기암이 절경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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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산으로 올라와 돌탑을 지나면 마침내 구만폭포. 야호!


 
하산길의 가인계곡은 통수골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계곡은 한마디로 중후하다. 유량도 풍부한데다 바윗돌의 규모가 엄청나 얼핏 지리산의 계곡을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가인계곡은 숲에 가려 계곡의 물소리만 들릴 뿐 산길에선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접근하기 위해선 작은 소로를 따라 내려가야 만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여름 한 철 붐비는 여타 계곡에 비해 아직 원시 비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산행은 구만산장 입구~구만암~구만약물탕~철사다리~잇단 너덜~구만폭포~전망대~구만산 정상~양촌마을 갈림길~육화산·억산 갈림길~봉의(인곡)저수지·억산 갈림길~가인계곡~너덜~봉의저수지 지나~(인골산장)~가인리 인곡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안팎이지만 계곡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느냐 하는 것은 순전히 산꾼들의 마음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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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를 이용하면 구만산장 입구의 주차장에 주차한 후 곧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송백리 농협판매장 앞에서 내려 들머리 구만산장 입구까지 2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산내초등 우측 담장~왼쪽으로 한 번, 오른쪽으로 한 번 턴~봉의교~양촌 이정석~우리이용원~구만사 입구 순이다. 도중 길가에는 며느리밑씻개 닭의장풀 참깨꽃 땅콩꽃과 풋열매가 열린 대추나무 감나무 사과나무가 객을 반갑게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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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를 만나면 남녀노소, 나이를 잊은 채 신나게 동심으로 돌아갑니다. 가만가만, 성인 남녀혼탕이네.

구만산장 입구 주차장에서 구만암을 지나 계곡산행의 기점이 되는 구만약물탕까지는 대략 20분. 약물탕은 계류 우측에 위치한 4, 5m 높이에서 두 세 가닥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로, 예부터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계류를 건너 바위틈새를 통과, 쇠줄을 잡고 올라 직벽에 세워진 쇠사다리를 오른 후 바위 가장자리를 따라 조심스레 걷는다. 이때부터 본격 계곡산행. 전국의 내로라하는 계곡의 축소판이라 할 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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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포를 뒤로하고 산길을 오르면 어느새 정상. 흔적을 남겨야지. 김치!
 
계곡 옆으로 난 숲길도 좋지만 계곡화나 샌들을 준비했다면 계곡수를 따라 오르는 재미 또한 일품이다. 너른 소가 있는 그늘진 명당 곳곳에는 아예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피서를 즐기는 팀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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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체력도 좋아.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랴. 하산길인 가인계곡에서 한 판 더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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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뿌리를 뽑아라. "전 계곡이 제일 좋아요!"


산길은 주로 계곡 왼쪽으로 나 있지만 수 차례 계곡을 건넌다. 주지 사항 하나. 간혹 계곡을 건너야 되는 지점에서 정면 산길이 반듯하다고 그쪽으로 오르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웃한 육화산 가는 길이므로 유의하자. 적어도 구만폭포까지는 산길과 계곡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멀어지지 않는다.

구만폭포는 약물탕에서 50분이면 닿는다. 계곡으로 올라오면 더 걸린다. 하지만 이 시간은 의미가 없다. 중간중간에 지체하는 시간이 천차만별이니까.

족히 40, 50m쯤 돼 보이는 기암절벽 사이로 떨어지는 구만폭포는 한마디로 장관이다. 그 아래 시퍼런 물빛의 너른 소에는 10여 명이 물장구를 치고 있다. 어른 키보다 훨씬 깊다고 한다. 대개 여기서 점심식사를 한다.계곡산행은 사실상 여기서 끝. 산길은 폭포 왼쪽으로 열려있다. 상당한 인내를 요하는 된비알의 연속이다. 폭포를 에돌아가는 길이다. 5분쯤 뒤 발아래로 폭포 아래쪽이 아스라이 멀어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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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해서 회식을 할 인골산장(왼쪽)이 보이고, 막바지 봉의저수지를 지나면...

정상으로 가는 길은 뙤약볕에 노출된 급경사 오르막이다. 왼쪽 뒤론 청도의 육화산에서 흰덤산으로 가는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40여 분 뒤 전망대. 정상은 조망이 없으니 여기서 꼼꼼히 확인하자. 정면 오례산(성)과 그 왼쪽 뒤로 화악산 남산 비슬산, 육화산 왼쪽으로 용암봉 백암산 낙화산 보두산이 확인된다. 바로 앞 물길은 동창천이다.

전망대에서 정상은 12, 13분. 정상석 하나 달랑 있고 사방은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그냥 스쳐간다. 길찾기에 유의할 세 지점이 있다. 5분 뒤 삼거리봉. 나무에 양촌마을이라 적힌 안내판이 걸려 있다. 왼쪽으로 간다. 7분 뒤 다시 갈림길. 뚜렷한 왼쪽길은 흰덤산 육화산 방향이라 오른쪽 억산 가지산 운문산 방향으로 내려선다. 다시 8분쯤 뒤 갈림길. 왼쪽 억산 방향이어서 오른쪽 인곡저수지(2.5㎞) 쪽으로 향한다. 본격 하산길이다.    
 
세 번의 갈림길만 잘 찾으면 하산길은 만사형통. 25분 뒤 시야가 트인다. 왼쪽 기암절벽 우측 저 멀리 문바위와 그 오른쪽 북암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서 5분 동안 꼬불꼬불 산길로 내려서면 마침내 가인계곡. 유량도 많고 규모 면에선 구만계곡보다 한 수 위다.

물을 건너 계곡 왼쪽으로 열린 산길로 내려선다. 중간에 계곡에서 쉬었다 가려면 소로를 따라 계곡으로 내려서면 된다. 계곡 시점에서 봉의저수지까지 20분 걸리고 여기서 다시 인골산장까지 9분 소요된다. 산장에서 버스정류장이 있는 도로까지는 20분 걸린다.

# 교통편- 밀양서 시외버스타고 송백 하차

부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밀양역에 내려 밀양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석남사행 버스를 타고 송백에서 내리면 된다. 밀양행 KTX는 오전 7시20분, 8시30분, 9시45분, 새마을호는 오전 10시30분, 무궁화호는 오전 7시30분, 8시3분, 9시5분, 9시35분에 있다. 요금은 각각 7000, 6700, 3400원. 밀양역 앞에서 정차하는 거의 모든 버스는 터미널을 경유한다. 20분 소요. 터미널에서 석남사행 버스는 오전 9시35분, 10시40분, 11시10분에 있다. 1900원. 날머리 가인리에서 밀양행 직행버스는 오후 3시40분, 4시15분, 4시45분, 5시15분(완행), 5시45분, 6시15분, 6시35분, 7시15분, 7시35분(막차). 2200원.

밀양역에서 부산행 KTX는 오후 5시23분, 6시26분, 8시53분, 새마을호는 오후 5시29분, 무궁화호는 오후 5시10분, 5시59분, 6시59분, 8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방향 24번 국도 우회전(표충사 얼음골 방향)~산내면 방향~산내면사무소·용전리 우회전~동천(용전교 건너)~구만폭포 구만산장~팔풍~산내면사무소~산내초등 우측 담장~봉의교~구만산장 입구 주차장 순. 인골산장에서 구만산 입구인 가라마을까진 택시(055-352-7550, 011-488-6104)를 이용하자.

# 떠나기전에- 인골산장의 흑염소와 닭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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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깍! 맛있겠다.
 
만일 승용차로 갔다면 천연기념물 제224호인 얼음골과 여기서 불과 1.2㎞ 지점에 위치한 호박소를 찾아보자. 밀양에선 알아주는 피서지다. 높이 10m, 둘레 30m인 호박소의 시퍼런 물빛은 뭣이라도 삼킬 듯한 블랙홀을 연상시킨다.

봉의저수지 입구에는 인골산장(055-353-6531)이 있다. 산꾼들에겐 아주 유명한 집이다. 후덕한 주인 부부의 마음씨와 별미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닭 오리 백숙과 흑염소 등이 주메뉴. 방목하는 흑염소는 주문을 받으면 직접 잡아와 요리하며 토종닭과 오리도 직접 키워 약이나 다름없다. 밑반찬 모두 유기농 야채이거나 산에서 직접 캐온 것이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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