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맏형 가지산 멋진 능선 찾아 떠난 길
예상치 못한 가지산 빙화 조우…경이롭기까지 해
최근 지자체서 안전시설물 설치 산행에 큰 도움
신불 천황 재약 운문 능동산 등 영남알프스 한눈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역광으로 봐야 더욱 빛을 발하는 빙화는 왜 사진작가들이 못 찍어 안달을
        하는지 직접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올해로 정확히 10년째 근교산 시리즈를 이끌고 있는 이창우 산행대장. 전국 일간지 시리즈 기사 중 최장수인 이를 두고 지역 산꾼들은 한결같이 이 대장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방대한 시리즈로 이어가질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는 부산을 비롯한 영남권의 거의 모든 산의 숨은 능선과 골짝을 훤히 꿰고 있다. 이와 관련 기자와의 에피소드 하나.

  최근 펴낸 '원점회귀 근교산(중)'의 최종 원고를 정리하면서 애매모호한 구간을 전화로 그에게 물었다. 수 년 전 함께한 그 길을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샛길까지 구석구석 기억하고 있었다. 영남알프스 산군은 특히 그랬다.

문득 궁금했다. 이 대장은 영남알프스 산군에서 어떤 코스를 가장 좋아하는지. 뜬금없는 기자의 물음에 잠시 숨을 고르더니 '영축산~죽바우등' '가지산~백운산 갈림길' 구간이라고 답했다.

두 코스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육산과 골산이 적절히 배합된 두 능선길은 굽었다 펴졌다를 반복하며 조망마저 기가 막혀 산행하는 재미가 아주 그만이다. '영축산~죽바우등' 구간은 2년 전 이미 소개한 터라 산행팀은 '가지산 ~백운산 갈림길' 구간을 새롭게 다녀왔다.

운문지맥의 일부이기도 한 이 구간은 백운산 능선과 운문지맥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지산 정상까지로 아마도 영남알프스 산군에서 가장 조망이 빼어난 구간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산행은 밀양 삼양교(단식원·제일관광농원·호박소 주차장)~구룡소 폭포~묘향암~가지산 백운산 갈림길~주능선~헬기장~가지산 정상~밀양재~가지산 중봉~석남사 갈림길~산철쭉 군락지~888봉~암릉구간~제일관광농원 주차장으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정도.


이번 산행에선 예상치 않게 빙화(氷花)의 장관을 조우했다. 이 대장이 늘 맘 속에 그리던 바로 그 구간에서 말이다. 가지 끝에 매달린 빙화가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그 자태는 아름답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했다.

산행 초입 만나는 구룡소 폭소.
이때까지는 평범한 겨울 산행. 비로소 눈앞에 가지산 정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남알프스의 맏형 가지산의 산세는 이같이 힘이 있다.
가지산을 보고 눈길을 걷는다.
생각지도 않았던 빙화의 장관이 펼쳐진다.
이제 가지산이 더 가까이 와 있다. 
가지산 정상 직전의 헬기장에서 본 가지산.
가지산 정상.
하산길.


 제일관광농원 주차장에서 '제일관광매점' 우측길로 가면 계곡 앞에 선다. 조수보호구 안내판 뒤로 열린 산길은 이번 산행의 하산로. 산행팀은 계곡을 건너 늘푸른 산죽이 유혹하는 좌측으로 발길을 옮겨 본격 산으로 진입한다. 구룡소 폭포를 보기 위해서다.

9분 뒤 갈림길. 밧줄을 잡고 우측 된비알로 오르면 구룡소 폭포 상단으로 바로 가는 길. 하나, 폭포는 자고로 하단에서 전경을 봐야 되는 법. 때문에 직진한다. 조그만 공덕탑이 즐비한 너덜겅을 지나 5분이면 폭포 아래에 닿는다. 60도쯤 돼 보이는 30m 높이의 근래 보기 드문 대형 와폭이다. 꽁꽁 얼었다가 지금은 반쯤 녹아 흐르는 물길이 보인다. 폭포 하단을 건너면 아랫재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열려 있다. 참고하길.

이제 밧줄이 보이던 폭포 갈림길로 되돌아간다. 도중 폭포 갈림길에서 폭포 상단으로 연결되는 안전시설물이 쳐진 등로가 보여 45도 방향으로 길을 잡고 올라선다. 폭포 바로 옆에는 최근 설치된 듯한 스테인리스 다리가 폭포전망대 역할을 한다. 이 대장은 "등로 주변의 바닥이 거의 암반인 이 일대는 겨울이면 살짝 얼어 있어 산꾼들이 크게 우회해서 오르내렸지만 이제는 그럴 염려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폭포를 지나 직진한다. 잠시 후 다 쓰러져가는 슬레이트 지붕에 파란 천막을 덧씌운 산중 기도처인 묘향암을 지나면 이내 갈림길. 이정표 상으로 '왼쪽 가지산(4.2㎞)'이라 적혀 있지만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발길을 잡는다. 가지산으로 가는 첩경인 이 길은 지금까지 소개되지 않은 등로이다. 5분쯤 뒤 길이 약간 헷갈리지만 물마른 지계곡을 대각선 방향으로 따라 오르면 이내 좌측으로 선명한 등로가 나타난다. 이때부터 일사천리.

한 굽이 올라서면 삼거리. 저 멀리 푹 꺼진 밀양재와 중봉이 보이지만 밀양재 좌측의 가지산은 아직 보이질 않는다. 정면으로 내려서면 용수골로 떨어진다.

삼거리에선 좌측으로 오른다. 경사가 꽤 심한 된비알로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힘들어 잠시 멈추게 되면 뒤를 돌아보자. 영남알프스의 산줄기가 어서 오라 손짓한다. 발밑으로 들머리 주차장이, 정면으로 능동산, 그 우측으로 신불산 천황산 죽바우등 함박등이, 신불산 앞으로 간월산 배내봉이, 능동산 좌측으로 울산의 문수산과 남암산이 확인된다. 이 광경은 해발고도를 높일수록 보다 넓게 다가온다.

좀 더 올라서면 우측으로 그간 안 보이던 밀양 쪽의 영남알프스 남서쪽 베이스캠프 격인 산내면 남명리와 도래기재, 그 우측으로 구천산 정각산 승학산 덕대산 종남산과 만어산도 보인다. 또 천황산 뒤로 재약산의 정상 부분도 약간 보인다.

전망대로서의 구색을 갖춘 제대로 된 전망바위에는 앞선 삼거리에서 30분이 지나서야 올라선다. 부처손이 많고 주변에 대여섯 개의 멋진 전망대가 포진해 있다. 발밑 베틀바위 위에는 명당인 듯 무덤이 둘 있다. 여기서 2분이면 마침내 영남알프스 주능선에 선다. 이제 가지산을 향해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 대장이 앞서 언급한 백운산 갈림길은 좌측으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3분 뒤 멋진 전망대 갈림길. 입구에 '가지산 2.3㎞, 운문산 2.6㎞'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전망대에 서면 가지산 정상 왼쪽으로 청도 귀바위와 그 뒤 지룡산이, 고개를 남으로 돌리면 신불산 영축산, 재약산 왼쪽으로 오룡산, 신불산 왼쪽으로 양산과 울산의 경계인 정족산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 본격 가지산을 향해 나아간다. 오래 전 내린 눈길이라 걷는 데는 지장이 없고 별 감흥이 없다. 3분 뒤 좌측 뒤로 운문산 범봉 억산 깨진바위도 시야에 들어온다.

27, 28분 뒤 예상치 못한 빙화를 만난다. 장관이다. 빙화는 눈꽃이나 상고대가 녹으면서 물이 되어 가지에 흐르다가 기온이 급강하할 때 얼어붙은 얼음꽃. 두꺼운 것은 3㎝나 된다. 역광으로 봐야 더욱 빛을 발하는 빙화를 두고 왜 사진작가들이 안달을 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행여나 지나치다 건드리면 울리는 맑고 청명한 소리는 심금을 울린다.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이 빙화의 장관은 그야말로 선계에 다름 아니다. 이런 빙화의 장관은 가지산 정상 직전 헬기장까지 쭈욱 이어진다. 주능선에서 대략 1시간.

대피소를 지나 만나는 정상은 헬기장에서 4분이면 선다. 앞서 본 산군 이외에 북쪽의 쌀바위 상운산 고헌산 문복산 (울산)백운산 단석산까지 눈이 시릴 정도로 펼쳐진다. 넋놓고 바위에 기대앉아 이 황홀한 순간을 오랫 동안 즐기려 했으나 워낙 매서운 삭풍이 불어대 1분 이상 제대로 서 있기가 불가능하다.

하산은 정상석 뒤로 내려선다. 좌측 열린 나무계단길은 쌀바위 가는 길이다. 참고하길. 17분 뒤 밀양재. 좌측 석남고개, 산행팀은 우측 제일농원 방향으로 간다. 10분 뒤 봉우리에 살짝 올라선다. 중봉이다. 방금 지나온 빙화가 만발한 마루금의 남사면과 산행팀이 올라갈, 향후 내려설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이제 하산만 남았다. 오로지 외길 능선길이다. 산철쭉 군락도 지난다. 1시간 뒤 주변 조망을 볼 수 있는 암릉에 닿는다. 정면 베틀바위, 좌측 백운산과 24번 국도가 보인다. 좀 더 내려오면 들머리 주차장과 곧 개통될 능동터널도 보인다. 30분이면 계곡 입구 입간판 뒤로 내려서며 산을 벗어난다.


◆ 떠나기 전에- 흰눈 머리에 인 가지산 빙화 목격은 '하늘의 뜻'

경남 밀양, 울산 울주, 경북 청도의 경계를 이루는 가지산. 영남알프스의 모든 맥은 이 가지산으로 연결될 정도로 가지산은 영남알파스의 간판이자 맏형이자 최고봉이다. 가지산에 오르지 않고서는 영남알프스를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지산은 영남알프스의 축이다.

산세면 산세, 전망이면 전망, 계곡이면 계곡, 야생화면 야생화 등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그야말로 복덩이다.

산꾼들이 으뜸으로 꼽는 주봉을 향해 열린 대표적 산길은 가지산 북릉, 백운능선, 쌍두봉능선길 등이 있으며, 영남알프스 최고의 계곡으로 손꼽히는 학심이골, 심심이골, 호박소에 석남재로 이어지는 쇠점골 등 어디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계곡이 즐비하다.

이창우 대장이 꼽은 '가지산~백운산 갈림길' 구간의 들머리는 24번 국도변의 제일관광농원(단식원·삼양교). 애초엔 인근의 백운능선을 타려고도 했지만 이 구간은 암릉길이 지속돼 겨울철에 특히 위험한 데다 산행시간마저 길어지는 점을 고려해 호박소 주차장으로 정했음을 밝혀둔다.

영남알프스 산군을 오르다 보면 같은 시기에 모두 흰눈을 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외로 꼭 한두 군데는 반드시 있다. 그 중 가지산은 해발 1240m로 영남알프스에서 눈을 이고 있는 확률이 가장 높아 많은 지역 산꾼들이 즐겨 찾는다. 빙화의 장관도 마찬가지다. 애초 산행팀은 생각지도 못했다. 산꾼들은 이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하늘의 뜻이라고.


◆ 교통편- 들머리 호박소 휴양지, 얼음골 호박소 주차장과 달라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밀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 걸린다. 3800원. 밀양터미널에서 석남사행 버스를 타고 호박소 휴양지(제일관광농원) 앞에서 내린다. 오전 8시, 8시35분, 9시5분, 10시40분, 11시30분. 3100원.

날머리 제일관관농원(삼양교) 앞에서 밀양행 버스는 오후 3시45분, 4시25분, 5시25분, 6시25분, 7시25분(막차)에 있다. 밀양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역시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8시30분에 있다.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언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50분 걸리고 2900원. 언양터미널에서 석남사행 버스는 오전 6시부터 20~30분 간격으로 있다. 석남사 앞 터미널에서 밀양행 버스를 타고 제일관광농원 앞에서 내린다. 오전 8시20분, 9시10분, 10시5분, 11시10분.

호박소 휴양지 앞에서 석남사 앞 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20분, 4시10분, 5시, 6시10분에 있다. 석남사 앞 터미널에서 언양행 버스는 20~30분 간격으로 있다. 언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20~3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언양 35번(석남사 가지산)~경주 봉계 35번~밀양 상북~밀양 석남사 24번~경주 청도 궁근정리 상북농공단지~창녕 밀양 24번~밀양 석남사~석남터널 통과~경남 밀양시 산내면~삼양교 지나~제일관광농원(단식원·제일관광농원) 순.
 

환상적 조망·깊은 계곡… 역시 영남알프스 맏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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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00대 명소 중 하나인 그 유명한 호박소와 구연폭포. 시퍼런 물빛은 무엇이라도 삼킬 듯 블랙홀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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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박소 바로 아래 계류. 등산객들이 산행 후 대개 이곳 그늘에서 쉬었다 하산한다.

 

여름 더위가 가시기 시작한다는 처서(處暑)가 지났건만 여전히 가마솥 불볕더위는 수그러들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수 아래 흩어지는 물보라가 여전히 구미를 당기지만 한 달 남짓 계곡산행을 하다 보니 한편으론 시원한 능선길을 내달리며 바라보는 환상적인 조망이 그립기도 하다.

해서 한 주 더 계곡산행을 연장키로 결정한 산행팀은 계곡 위주의 이전 산행과는 달리 조망을 만끽하기 위해 마루금 구간을 연장했다. 계곡과 조망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이른바 양수겸장의 산행을 시도한 것이다.

산행지는 가지산(1240m). 그리 멀지도 않고 계곡도 시원한데다 환상적인 조망을 갖췄다. 무엇보다 영남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맏형이라는 상징성도 빼놓을 수 없다. 낙동정맥의 영남권 봉우리 중에서 최고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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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점골의 명소 오천평반석. 비스듬한 화강암반이 워낙 넓어 명명됐다고 전해오지만 땡볕이 그대로 내비쳐 약간은 실망스럽다.
 


경남 밀양, 울산 울주, 경북 청도의 경계를 이루는 가지산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계곡을 무려 네 개나 끼고 있다.

영남알프스 최고의 계곡으로 손꼽히는 학심이골을 비롯해 아랫재에서 학심이골로 연결되는 심심이골, 호박소에서 석남재로 이어지는 쇠점골, 가지산과 중봉 사이의 밀양재에서 24번 국도변의 제일관광농원으로 떨어지는 용수골이 바로 그것.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정설대로 하나같이 전국의 내로라하는 계곡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학소대폭포와 쌍폭 등 시원한 물줄기와 너른 소로 대변되는 청정 골짜기 학심이골은 현재 운문사 암자인 사리암 입구에선 출입이 제한돼 문복산의 들머리인 삼계리쪽 천문사에서 배넘이골을 거쳐 가야 한다. 아니면 운문산과 가지산 사이의 아랫재에서 심심이골을 거쳐 학심이골로 갈아탄 다음 쌀바위쪽으로 올라 가지산 또는 상운산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산행팀은 최근 원점회귀를 선호하는 독자들의 뜻에 따라 호박소 입구 백연사에서 쇠점골을 거쳐 가지산에 오른 후 용수골로 내려왔다.

  
  전국 100대 명소 중 하나인 그 유명한 호박소와 구연폭포. 시퍼런 물빛은 무엇이라도 삼킬 듯 블랙홀을 연상시킨다.
 


산행은 호박소 주차장~백연사~호박소·오천평반석 갈림길~다리 건너~쇠점골(오천평반석~형제폭포)~24번 국도 이모집 앞~석남터널 입구 이정표~삼거리~중봉~밀양재~가지산~밀양재~너덜길~용수골~제일관광농원~24번 국도~이동통신 중계탑~백연식당~호박소 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20분 안팎. 여름산행으로 약간 벅찬 편이다. 갈림길도 별로 없고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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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소 주차장 우측에는 현재 능동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언양에서 석남사를 거쳐 밀양 가는 24번 국도의 물류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밀양 산외~울주 상북 구간을 직선형으로 확장하는 공사다. 24번 국도를 만들면서 가지산 허리를 잘라 먹더니 이번에는 능동산마저 경제논리의 미명 아래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주차장에서 백연사를 거쳐 조금만 가면 금문교 앞 갈림길. '직진 호박소 100m' '오른쪽 오천평반석 1.2㎞'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잠시 호박소를 다녀온 후 다리를 건너 쇠점골 오천평반석으로 향한다.

국내 100대 명소 중 하나인 호박소는 높이 10m의 와폭인 구연폭포 아래 둘레 30m쯤 돼 보이는 절구통 모양을 한 너른 소(沼). 규모에 놀라고 물소리에 감탄한다. 시퍼런 물빛은 무엇이라도 삼킬 듯 블랙홀을 연상시킨다.

이제 다리를 건너 계류를 우측에 끼고 숲으로 향한다. 10분 뒤 길섶에 '석남터널'이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그 오른쪽 계곡 지점이 오천평반석이다. 계류가 흐르는 비스듬한 화강암반이 워낙 넓어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수년 전 태풍의 영향으로 북사면에 사태가 발생해 수목이 훼손됐는지 땡볕이 그대로 내비쳐 약간은 실망스럽다.

호박소를 지나면서 잡풀이 우거진 숲으로 접어든다. 노란 달맞이꽃이 반긴다. 계류 우측엔 능동터널 공사 때문인지 '위험 접근금지'라며 밧줄이 쳐져 있다.

오천평반석에서 20여 분, 계곡 따라 난 길이 끊겨 있다. 왼쪽 옆으로 에돌아 오르든지, 계류를 따라 가든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두 곳 모두 리본을 달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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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폭포(왼쪽)와 호박소의 축소판이라 할 만한 애기 호박소.

 
산행팀은 계류를 따라 올랐다. 형제폭포를 보기 위해서다. 5분 정도 오르면 만난다. 높이(7m)에 비해 폭(5m)이 의외로 넓다. 폭포 왼쪽 가장자리에 밧줄이 묶여 있지만 다소 위험할 것 같아 폭포 입구쪽 산죽길로 올라가 오른쪽으로 에돌아간다. 이렇게 다시 계류와 만나고 대각선 방향으로 20m쯤 건너 올라오면 계류와 나란히 달리는 본래의 등로를 만난다.

이후 두 차례 정도 계류를 왔다갔다 하다 보면 호박소의 축소판쯤으로 보이는 일명 애기호박소에 닿고 여기서 다시 계류를 건너 된비알로 치고 오르면 24번 국도 상의 포장마차 이모집 옆으로 나온다. 도로를 따라 석남터널쪽으로 간다. 울산과 밀양의 경계 표지판을 지나 터널까지 150m쯤 남기고 왼쪽으로 열린 산길로 오른다. 산길 옆에는 '표충사 영남루 얼음골'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된비알의 연속이다. 중봉을 거쳐 가지산 정상까지는 대략 1시간30분.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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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점골은 이름없는 폭포의 연속이다.
 
45분 뒤 삼거리. 오른쪽은 석남터널 울산 방향으로, 능동산 배내봉으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직진한다. 이때부터 낙동정맥길이다. 13분 뒤 가지산의 전위봉인 중봉(1160m). 주변에 며느리밥풀꽃 원추리 동자꽃이 보인다. 7분 뒤 안부 삼거리인 밀양재를 지나 15분 정도 바짝 오르면 마침내 가지산 정상. 영남알프스 최고봉답게 전망이 빼어나다. 북서쪽 지룡산에서 시계방향으로 옹강산 문복산 고헌산 배내봉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죽바우등 재약산 천황산 구천산 정승봉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가까이로는 북동쪽 쌀바위와 그 뒤 상운산, 그 우측 작은 마을이 고헌산 아래 신기마을, 그 우측 번화가(?)가 언양읍내다. 헬기장 뒤로 백운산, 서쪽 저 멀리 아랫재와 운문산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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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 정상(맨 우측 높은 봉)과 정상에 선 필자. 정상석 뒤로 펼쳐진 산그리메가 무척 아름답다.

하산은 왔던 길로 내려와 밀양재에서 제일관광농원(3.2㎞)쪽으로 하산한다. 용수골이다. 산죽길에 이어 뜻밖의 복병 너덜길을 만난다. 천황산에서 얼음골로 내려오는 너덜보다는 덜 험하지만 하여튼 여간 곤혹스러운 길이 아니다. 40분쯤 뒤 너덜이 끝이 나면서 저 멀리서 물소리가 들려온다. 계류와는 9분 뒤 만난다.

용수골은 쇠점골과 달리 주로 계류 우측으로 난 길로 내려선다. 발길 옮길 때마다 비스듬히 누운 폭포와 너른 소가 자태를 달리해 등장, 산꾼들의 발걸음을 자주 멈추게 한다. 제일관광농원은 계류와 접한 뒤 45분이면 만난다. 농원을 나오면 24번 국도. 왼쪽 석남터널쪽 대신 오른쪽 밀양 방향으로 300m쯤 국도를 따라 걸으면 피뢰침이 달린 이동통신중계탑이 서 있는 지점에 닿는다. 이 길로 내려서면 호박소 주차장과 백연사 사이에 위치한 백연식당 뒤 대나무숲으로 나온다. 주차장은 바로 코앞이다.


# 떠나기전에- '쇠점골' 말발굽쇠 갈던 주막 이름서 유래

 가지산 중봉 코스는 근교산 시리즈 337회때 한 번 소개했다. 쇠점골로 올라 중봉 가지산을 잇따라 오른 뒤 용수골로 하산한 이번 코스와 달리 당시엔 24번 국도 울산 상북면 천주교 살티성지 인근에서 능선을 타고 중봉 가지산을 잇따라 오른 뒤 쇠점골과 용수골 사이의 능선으로 하산했다. 하산 지점은 중봉 인근 '119 긴급연락처' 표시 앞에 열린 산길이었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당시 산행때 이 코스를 두고 "울산쪽에서 가지산으로 오르는 코스 중 주변 조망이나 암릉의 적절한 기복 등 산행의 묘미를 배가시켜주는 모든 조건을 구비한 완벽한 구간"이라고 말했다.

결국 가지산 중봉 코스는 능선이면 능선, 계곡이면 계곡을 모두 충족시키는 사계절 전천후 코스로 영남알프스의 보석같은 산길로 많은 산꾼들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쇠점골과 용수골은 모두 옛날 밀양 산내면쪽 사람들이 지금의 석남터널이 뚫리기 전 언양장을 보러 다니던 옛 길이다. 쇠점골이란 이름은 석남재를 오르내리던 말들의 말발굽쇠를 갈아주고 술도 팔던 주막 '쇠점'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온다.

# 교통편- KTX 등 기차편 많아 버스보다 편리

부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밀양역에 내려 밀양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얼음골행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밀양행 KTX는 오전 7시20분, 8시30분, 9시45분, 새마을호는 오전 10시30분, 무궁화호는 오전 7시30분, 8시3분, 9시5분, 9시35분에 있다. 요금은 각각 7000, 6700, 3400원. 밀양역 앞에서 정차하는 거의 모든 버스는 터미널을 경유한다. 20분 소요. 터미널에서 얼음골행 버스는 오전 8시30분, 9시5분, 9시35분, 10시10분, 11시30분에 있다. 3200원. 얼음골에서 밀양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 4시35분, 5시, 6시, 7시, 7시35분(막차)에 있다.

밀양역에서 부산행 KTX는 오후 5시23분, 6시26분, 8시53분, 새마을호는 오후 5시29분, 무궁화호는 오후 5시10분, 5시59분, 6시59분, 8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방향 24번 국도 우회전(표충사 얼음골 방향)~산내면~언양 얼음골 시례호박소~울산 언양 얼음골~검문소(얼음골)~구연마을 이정석~호박소 주차장 순.

※대중교통편은 현지 여건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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