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군무 감상하며 성벽따라 걸어볼까 
 


  물 건너고, 바위도 오르고


 도착한 화왕산성

 화왕산성 십리억새밭 한가운데 위치한 용지.

 창녕 조씨 득성비.
                    화왕산성 남문에서 배바위로 오른다.



 마침내 배바위. 저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화왕산 정상(우측).

 배바위 위에 홈이 파인 이곳은 곽재우 장군이 세숫대야로 사용했다 전해온다.

 이제 화왕산 정상을 향해 오른다(왼쪽). 도중 보이는 창녕읍내.

 남쪽은 험준한 자연성벽(왼쪽), 배바위 정상.

 화왕산 정상과 하산길.

화왕산 정상에서 동문을 향해 억새밭은 가로지른다.
화왕산 정상에서 성벽과 나란히 걸으며 동문으로 내려선다. 저 멀리 보이는 암봉은 배바위. 사실상 거의 한 바퀴를 돌았다.
성벽을 따라 금빛 억새가 눈부시게 하늘거린다.
동문 쪽에서 내려서는 도중 바라본 용지와 배바위.

 드라마 허준 세트장과 멀리서 본 화왕산 정상.

 동문을 나와(왼쪽), 하산 도중 관룡사가 보인다.

 관룡사와 이어지는 능선은 병풍바위가 서 있고(왼쪽) 멋진 전망대도 만난다.

 산들 부는 가을 바람에 억새가 길게 드러누웠다 서서히 몸을 일으킨다. 언제 느림의 미학을 익혔는지 그렇게 여유로워 보일 수가 없다. 일견 우아하기까지 하다. 가을 한철 뭇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봄 여름 동안 많은 설움을 받아온 가을의 전령 억새.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의 아름다움에 가려 눈길 한 번 받지 못했고, 한여름에는 작열하는 뙤약볕 아래 목말라 했지만 결국 대자연의 섭리대로 화려한 백조의 날갯짓마냥 눈이 부실 정도로 화사하게 태어났다.    
  
만추의 단풍에 앞서 초가을 산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억새. 이름에서 풍기는 거친 뉘앙스와 달리 솜털처럼 부드럽다.

재약산 사자평, 천성산 화엄벌, 신불산 신불평원, 간월산 간월재, 부산의 승학산도 억새 산행지로 유명하지만 창녕 화왕산처럼 억새와 더불어 볼거리가 많은 곳은 드물 듯하다.

산정을 둥그스럼하게 감싸고 있는,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큰 공을 세운 화왕산성과 그 산성에 에워싸인 18만4800㎡(5만6000평) 산상분지인 억새평원 그리고 억새밭 한가운데 위치한 3개의 못 용지와 '창녕 조(曹) 씨 득성비' 등이 바로 그것.

일반인들이 산행하기에 편안해 하는 700m대의 해발고도에 역사와 전설이라는 콘텐츠, 그리고 산 아래 송이요리 맛집까지 갖추고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라 아니할 수 없다. 여기에 기암괴석과 암봉으로 뒤덮인 산세는 산행의 재미를 배가시켜주기에 충분하다.

 산행은 화왕산 주차장~임도(제1등산로)~차량 차단시설~이동통신 기지국~화왕산성 남문~헬기장~배바위~화왕산 정상~동문~허준세트장~옥천삼거리~관룡산 정상~용선대~관룡사~화왕산 주차장 순. 걷는 시간만 4시간10분 정도지만 이곳저곳 살펴보다 보면 2, 3시간은 더 걸린다.



 화왕산 주차장에서 계단을 올라서면 등산안내도를 중심으로 갈림길. 오른쪽 관룡사(1.2㎞) 가는 길은 하산길로 남겨두고 왼쪽 임도를 따라간다. 곧 이정표. 이 길은 화왕산 제1등산로이며 정상까지는 3.8㎞라고 안내한다. 정면 저 멀리 관룡산과 그 우측으로 병풍바위가 보인다.

산성교를 지나면 임도 좌측으로 대형 돌탑이 잇따라 서 있고 우측 숲속에는 투박한 자연석을 그대로 쌓아올린, 화순 운주사의 일명 거지탑을 연상시키는 작은 돌탑도 시선을 붙잡는다. 조금 더 오르면 임도 우측은 계곡. 최근 정비를 했는지 깔끔하다. 10분 뒤 차량통행 제한을 위한 문이 앞을 가로막고 있지만 등산객들은 그 틈새로 통과하면 된다.

  
이동통신 기지국을 지나면 임도 왼쪽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본격 들머리다. 입구엔 '정상 2.6㎞'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주차장에서 35분.

산길은 줄곧 계곡과 나란히 내달린다. 상류로 갈수록 계곡 주변은 태풍 탓인지 망가져 있다. 나무가 이곳저곳 쓰러져 있고 바닥은 덩어리째 끊겨 있다. 심한 곳은 마치 전쟁의 참상을 보는 듯하다. 주 토양인 마사토는 귀족버섯인 송이를 인간에게 안겨주는 반면 지력이 약해 주변 경관을 보호하는 역할은 미미할 뿐이다.

20m쯤 되는 완경사 슬랩을 오르면서 계곡은 사실상 사라진다. 잠시 뒤돌아 보면 왼쪽 관룡산과 그 우측 영취산이 확인된다.

   
이어지는 오름길. 슬랩에서 7, 8분이면 화왕산성 남문 입구에 닿고 여기서 3분이면 화왕산성에 선다. 주변엔 보랏빛 쑥부쟁이가 지천이다.

십리억새밭을 에워싸고 있는 화왕산성(사적 제64호)은 총 길이 1.8㎞. 이때부터 억새탐승이 시작된다. 어느 방향으로 돌아도 상관없지만 산행팀은 왼쪽 배바위를 거쳐 서문 격인 환장고개, 화왕산 정상을 거쳐 동문에서 관룡산으로 가기 위해 왼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산성을 돌기 전에 남문 입구 이정표 뒤쪽에 위치한 세 개의 연못인 용지(龍池)와 이정표 우측의 '창녕 조 씨 득성비'를 둘러보자. 산성을 따라 돌다 보면 억새밭 한 가운데 위치한 이 두 곳을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바위는 10여 분이면 올라선다.주변에는 억새군락이 온통 바람에 몸을 맡겨 흐느적거리고 있고 발아래는 쑥부쟁이와 여뀌 며느리밑씻개 마타리가 눈길을 끈다. 가까이서 본 억새의 솜털은 보는 위치에 따라 쉼없이 그 모양과 빛깔을 바꾸며 장관을 이룬다. 과거 배를 묶어두었다는 전설이 얽힌 배바위는 지형도상으로 화왕산(756.6m)보다 20㎝ 더 높다. 제일 높은 곳에는 곽재우 장군이 세숫대야로 사용했다는 홈이 패여 있다. 주변 조망도 탁월해 서쪽으론 창녕읍내와 우포늪 그리고 낙동강과 광활한 평야지대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동쪽, 다시말해 정상을 보고 우측 뒤로 관룡산과 그 유명한 병풍바위, 영취산이 보인다. 한마디로 창녕의 지형이 동고서저(東高西低)임을 확인할 수 있다.

배바위에서 산불초소가 보이는 좌측은 옥천저수지 뒷산인 구현산 삼성산 방향, 산행팀은 정상을 향해 정면으로 내려선다. 저 멀리 두 개의 높은 봉우리 중 정상은 왼쪽.

난전이 펼쳐진 환장고개(이곳 사람들은 이곳을 서문이라 한다)를 지나 정상까지는 20분이면 충분하다. 이곳에 서면 남쪽 배바위와 북쪽의 정상 인근은 험준한 자연암벽이 성을 대신하고 있고, 동문과 남문 일대가 능선을 따라 성벽이 높이 쌓여 있어 이곳이 과거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실제로 화왕산성은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이곳을 근거로 의병활동을 하며 왜군과 싸워 공을 세운 전승지로 전해오며 억새밭 내 위치한 3개의 못은 당시 식수원으로 추정된다. 정북으로 비슬산, 동쪽으로 천왕산, 발 아래 서쪽 자하곡 매표소 쪽엔 도성사가 보인다.

정상에서 직진하면 목마산성을 거쳐 창녕읍으로 하산하기에 산행팀은 왔던 길로 약간 내려가 왼쪽 능선길을 타고 동문으로 향한다. 이정표가 서 있어 길찾기는 별 문제없다.

동문은 정상에서 20여 분. 동문을 나서면 임도가 기다린다. 10분 뒤 드라마 '허준'세트장. 너와집 굴피집 등 다 쓰러져 가는 옛 가옥이 애처롭다. 보수를 해야 될 시점이 온 것 같다. 세트장 맞은편에는 샘터가 있다.

13분 뒤 고갯마루에 닿는다. 세 갈래 임도가 만나 흔히 옥천삼거리라 불린다. 물론 이정표가 서 있다. 왼쪽은 고암면 감리, 오른쪽은 제1등산로 시점, 산행팀은 쉼터인 '번지없는 주막' 왼쪽길로 향한다. 관룡산 가는 길이다. 오름길이지만 그리 힘들지 않다. 20여 분 뒤 삼거리. 왼쪽은 병풍바위를 거쳐 구룡산~종암산~~부곡온천으로 이어지는 종줏길, 오른쪽으로 50m 떨어진 헬기장이 정상(754m)이다. 전망이 없고 별 특징이 없다.

헬기장을 가로질러 침목계단으로 내려선다. 쏟아지는 급경사길이지만 중간에 만나는 잇단 전망대에선 병풍바위를 감상할 수 있다. 명불허전이라 했던가. 가까이서 본 거대 암벽들의 위용은 기대 이상이다. 병풍바위 아래 조그만 절집은 청룡암이다.

하산길 좌우에는 송이 채취를 위해 출입을 금한다는 경계줄이 처져 있고, 송이채취관리소도 있으니 유의하길. 하산길의 하이라이트인 용선대는 정상에서 30분. 석조여래좌상(보물 제295호)이 산중에 앉아 사바세계를 굽어보는 장엄한 모습에 자뭇 고개가 숙여진다. 여기서 천년고찰 관룡사는 불과 400m로 10분 걸리며 절에서 주차장까지는 15분 소요된다.

#떠나기전에- 창녕 배바우산악회 매년 갈대제 개최… 올해는 오는 27일

날머리 관룡사는 원효대사와 관련이 깊다. 원효는 제자 1000명에게 화엄경을 설파했으며 화왕산 정상의 3개의 못인 용지에서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관룡사(觀龍寺)라 명명했다 전해온다. 관룡산 병풍바위를 지나 만나는 구룡산(九龍山)이란 이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관룡사는 절 규모는 작지만 보물이 4점이나 된다. 이 중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은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고 알려져 많은 참배객들이 찾는다. 관룡사의 명물 석장승도 꼭 찾아보자. 절과 대형 주차장의 중간쯤 계곡 옆에 위치해 있다. 왕방울 눈, 주먹 코, 튀어나온 송곳니 등의 모습이 우스꽝스럽지만 절의 수호신으로 비보(裨補) 역할을 한다. 지난 2003년 9월 태풍 '매미' 때 유실됐다가 복구를 위해 위장 보관하던 중 도난당한 후 2005년 2월 대전에서 회수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축제도 열린다. 창녕군과 배바우산악회는 오는 27일 제37회 화왕산 갈대제를 연다. 갈대는 억새밭 한가운데 위치한 3개의 용지 인근에 약간 있을 뿐 대부분 억새지만 전통 고수 차원에서 당초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다. 오후 1시 산신제를 시작으로 오후 2시 산상음악회에 이어 오후 6시30분부터 참가자들이 500개의 횃불을 들고 화왕산성을 돈다.

들머리 부분의 잇단 대형 돌탑은 인근 정평부락의 김수부 씨가 올 봄부터 농사를 짓다 짬이 날 때 순수 만든 것이다. 돌은 모두 옥천저수지에서 갖고 왔단다. "하나라도 볼거리가 있어야 관광객들이 찾을 것 아닙니까"라는 것이 돌탑을 만든 김 씨의 설명이다. 고마운 일이다.

송이밥.
자연산 송이.

 
지금 전국은 송이버섯이 한창이다. 경북 울진 봉화를 비롯 청송 주왕산, 대구 팔공산 등지가 주요 산지로 알려져 있지만 창녕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송이 산지 중 하나. 관룡사 가는 길 옥천저수지 바로 위 도로변에는 송이밥을 잘 하는 식당이 하나 있다. 고향보리밥(055-521-2516)이다. 화왕산과 관룡산에서 방금 캔 송이를 무쇠솥에 넣어 내는 송이밥(사진)은 우선 향이 진해 군침을 돌게 한다. 찹쌀 참기름을 곁들인 송이밥에 이 집만의 양념장과 각종 나물을 곁들이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1만5000원. 보리밥도 별미이다. 투박한 양은그릇에 뚝배기된장 열무겉저리 부추겉저리 열무김치 등을 곁들여 먹는다. 5000원.   
 
#교통편- 창녕터미널서 옥천행 버스 오전 9시40분 단 한 차례 뿐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창녕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40~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10분 걸리며 요금은 5800원. 창녕터미널 인근에서 옥천(관룡사)행 영신버스를 타면 된다. 30분 걸린다. 오전 6시50분, 9시40분, 낮 12시. 1400원. 정류장은 터미널에서 200m쯤 떨어져 있다. 옥천정류장에서 창녕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2시40분, 4시20분, 6시30분(막차)에 있다. 창녕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 4시50분, 5시30분, 6시10분, 6시50분, 7시40분, 8시30분(막차)에 출발한다. 옥천정류장에서 산성교 직전 화왕산 주자장까지는 10분쯤 걸린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 영산IC~영산 방향 좌회전~대구 창녕 5번 국도~화왕산 우회전 1070번 군도~옥천~화왕산 군립공원, 관룡사 좌회전~화왕산 주차장 순.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수석 전시장 같은 산세 '야', 확 트인 아름다운 조망 '호'

기암괴석 사이 가파른 오르막 진땀
산기슭 화마의 흔적에 무거운 발길
전망대 서면 사방은 명산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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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풍광 보신적 있나요. 구름과 수직절벽 그리고 산그리메의 황홀한 조화가
              일품이다.바위와 산그리메와 뭉개구름이 절경인 가운데 이창우 산행대장이 영취산
              정상 직전 바위벽 아래 전망대에서 창녕 지역의 산세를 살피고 있다.

 
경남 북부에 위치한 창녕의 지형은 전형적인 동고서저(東高西低). 영남의 젖줄 낙동강이 서에서 남으로 굽이치는 탓에 서쪽에는 광활한 평야지대가, 동쪽에는 진산인 화왕산을 중심으로 관룡산 구현산 영취산(嶺鷲山)과 또 다른 영취산(靈鷲山) 병봉 종암산 덕암산 함박산이 능선으로 연결돼 있다.

군(郡) 전체로 봐선 산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평야지대를 제외한 동쪽 일부 지역으로 한정한다면 그래도 산의 밀집도가 꽤 높은 편이다.

창녕을 대표하는 배바우산악회 성창식씨는 "창녕지역에 산이 많은데도 전국의 많은 산꾼들이 진달래와 억새로 유명한 화왕산만을 기억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창녕 남쪽인 영산쪽의 산들 또한 화왕산에 버금가는 산세와 조망을 간직한 보석같은 산길이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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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에서 1시간 거리인 전망대 바위에 서면 향후 밟게 될 등로가 확인된다. 정면 맨 왼쪽 암봉이  
   영취산 정상, 그 뒤 능선 오른쪽 뾰족한 봉우리가 병봉(고깔봉), 제일 뒤 능선 우측 짤록이가
   보름고개, 그 오른쪽으로 종암 덕암 함박산이 펼쳐진다.


이번 주 산행지는 영산에서 출발, 부곡온천으로 하산하는 보석같은 영취산(靈鷲山)~병봉~종암산 코스.

전반부는 수석전시관을 방불케 하는 근육질의 기암괴석이 시종일관 장관을 이루고, 후반부는 언제 그랬냐는듯 부드러운 능선길이 기다린다. 낙동강의 도도한 물줄기와 주변 산들을 조망하는 확 트인 시야는 이번 산행의 보너스. 하산길에는 예부터 물좋기로 소문난 부곡온천에 들러 피로를 말끔히 씻을 수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창녕은 지금 송이버섯이 한창이다. 울진 봉화 등 송이로 유명한 고장에 비해 맛과 향은 단연코 전국 최고라는 것이 미식가들의 평.

창녕에서 송이의 주산지는 화왕산과 관룡산 그리고 이번에 오를 영취산. 하지만 지금 영취산은 5년전 화마(火魔)가 할퀴고간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산꾼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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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년전 화마(火魔)가 할퀴고 간 흔적. 얼핏 고사목처럼 보이지만 불에 타 죽어가고 있다. 667봉
        주변이다.


산행 중 만난 한 군민은 "송이로 유명한 이 산이 결국 송이 때문에 이렇게 불에 탔다"고 전했다. 송이 재배지 입찰에 탈락한 농민이 홧김에 방화를 했다는 것.

끝없는 인간의 욕망이 아름다운 영취산을 망가뜨렸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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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취산 정상에서 본 주변 산세. 맨 앞 능선 왼쪽 제일 높은 봉이 632봉이고 바로 뒤 봉우리가
     함박산이다.


산행은 영산면 보덕사 주차장~전망대 바위(632봉)~영취산~고 김한출 추모비~병봉(고깔봉)~임도~보름고개~잇단 철탑~종암산~함박산 갈림길~덕암산·부곡온천 갈림길~큰재~(약수터)~창녕광역상수도 저장시설~부곡온천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6시간 안팎. 만만찮은 된비알에 굴곡이 심한 암릉, 여기에다 산불 후 잡풀이 웃자라 예상보다 발걸음이 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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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보덕사 주차장. 30m쯤 오르면 길 왼쪽에 조그만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들머리다. 곧 갈림길. 오른쪽은 보덕사 산령각. 결국 보덕사를 거쳐 올라도 등산로와 만나는 셈. 식수 보충도 가능하다.

산길은 좁다랗고 뚜렷한 외길이지만 아주 가팔라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30분쯤 뒤 시야가 트이면서 영산면과 중부내륙고속도로(옛 구마고속도로), 번개호 장척늪이 보인다.


다시 숲으로. 과거 산불의 흔적이 시작된다. 멀리서 보면 고사목 같지만 다가가면 몸뚱이만 화마에 그을린 채 초라하게 서 있다.

전망대 바위는 보덕사에서 1시간 뒤. 향후 밟게 될 봉우리가 거짓말처럼 모두 확인된다. 정면 암봉 중 맨 왼쪽이 영취산 상봉, 그 오른쪽 뒤 뾰족 봉우리가 병봉, 제일 뒤 능선 우측 짤록이가 보름고개, 그 오른쪽으로 종암 덕암 함박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전망대 끄트머리에 서면 영산지구전적비 영산만년교도 보인다. 반대쪽으론 화왕산과 배바위 관룡산, 그 우측 앞 또 다른 영취산이, 그 앞 능선으로 삼성산 구현산이 보인다.

본격 영취산으로 향한다. 이른 억새와 닭의장풀 오이풀이 눈에 띄는 가운데 산불 후 수반되는 잡풀을 힘겹게 헤치고 암릉을 오르내린다. 일렬로 늘어선 발밑의 돌무더기는 가야때 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축산성 흔적. 발길을 옮길 때마다 영취 종암 덕암산이 가까워짐을 느낀다. 그 뒤로 밀양 종남 덕대산도 확인된다. 영취산에 앞서 만나는 암봉은 에돌아간다. 멀리서 봤을 때 하나였지만 막상 품안에 들어서니 여러 개다. 중간에 잡풀숲도 지난다.

영취산 상봉(681.5m)은 전망대 바위에서 대략 1시간. 창녕읍쪽의 화왕산성과 함안으로 이어지는 낙동강 남지교, 함박산, 그 뒤로 마산 쪽의 천주산 작대산 등 원거리의 아름다운 산하도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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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취산 정상(왼쪽)과 고 김한출 추모비. 13년 전 부산시의사회 소속 산악회 회원이었던 그가 불의의 사고로 이곳에서 유명을 달리하자 그의 부인이 세웠다.
   
 
하산은 왔던 길로 내려가 왼쪽 암릉으로 내려선다. 정면에 보이는 고깔 모양의 병봉으로 향한다. 화마의 상처가 더 크다. 30분 뒤 안타까운 사연의 '고 김한출 영전에'라고 적힌 비석을 만난다. 부산시의사회 산악회 회원인 그가 10년전 이곳에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해 그의 부인이 세웠다. 험난한 암릉, 이곳에서 밧줄을 잡고 내려선다.

정상이 의외로 평평한 병봉은 추모비에서 50분 거리. 병봉 안부로 내려서는 길찾기가 애매모호하고 오르막 암릉길이 만만찮다. 유의하길.

하산길은 예상과 달리 수수하고 편안하다. 10분 정도면 화마의 흔적에서 벗어난다. 잇단 송이채취 가건물을 지나면 임도. 이후 갈 길은 두 가지. 임도 왼쪽에 바로 보이는 산길로 올라 능선을 타고 가는 방법이 하나요,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걷다 보름고개에서 종암산으로 가는 길이 두 번째. 체력에 맞게 결정하자.

산행팀은 임도 오른쪽으로 25분쯤 간 뒤 왼쪽 산길로 올랐다. 길찾기 유의!

곧 보름고개. 첫 이정표다. 이때부터 전형적인 육산의 능선길. 외길인데다 '부곡온천 가는 길'이라 적힌 팻말이 있어 산행은 누워서 떡먹기. 대신 조망은 없다.

잇단 철탑을 지나면 종암산. '부곡온천 2.9㎞' 팻말이 적힌 지점에서 정면에 보이는 암봉이다. 정상석이 없어 그냥 스쳐 지나기 쉽다. 4분 뒤 갈림길. 왼쪽 부곡온천 덕암산 방향, 오른쪽 함박산 가는 길. 왼쪽으로 간다. 정면에 둥그스름한 덕암산이 모습을 드러내고 이후 오른쪽에 온천단지가 숲 사이로 희끗희끗 보인다.

김씨묘를 지나면 또 갈림길. 직진하면 부곡온천, 왼쪽 덕암산(1.6㎞) 방향. 산행팀은 왼쪽 덕암산 방향으로 간 후 큰재에서 덕암산길을 버리고 오른쪽 부곡온천(1.2㎞), 약수터 방향으로 간다. 약수터는 주등산로에서 왼쪽으로 100m 거리에 위치해 있어 선택사항.

쉼터에 닿으면 산행은 사실상 끝. 창녕광역상수도 저장시설을 지나 힐튼모텔 간판이 보이는 사거리까지는 쉼터에서 18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날머리 부곡온천… 산행 피로 '싹'

산행 후 목욕은 필수. 해서, 날머리에 곧바로 온천이 기다리고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이번 영취산~병봉~종암산 코스는 하산하자마자 그 유명한 부곡온천이 기다린다.
메인 기사 말미에 덧붙이자면, 창녕광역상수도 저장시설에서 내려오면 사거리. 힐튼모텔과 동원장이 위치한 왼쪽으로 200m 정도 가면 우측에 고운호텔이 보인다. 부곡온천 원탕이다. 지난 1973년 이곳에서 처음 온천이 발견돼 지금의 대형 부곡온천단지가 형성됐다. 현재의 건물은 지난 96년 새로 지었다.

창녕에는 영취산이라는 이름이 둘 있다. 하나는 이번에 소개하는, ‘신령 영(靈)’ 자를 쓰는 영취산(靈鷲山·682m)이고 또 하나는 송이집산지인 옥천을 들머리로, ‘고개 영(嶺)’ 자를 쓰는 영취산(嶺鷲山·740m)이다.

후자는 큰고개를 넘지 않으면 접근이 불가능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자는 암봉, 후자는 육산이다. 후자인 영취산은 옥천저수지로 향할 때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 둘 중 오른쪽 봉우리다. 왼쪽은 관룡산이다.

창녕 영산면은 임진왜란 땐 의병운동이, 일제 강점기 땐 영남 최초의 독립운동 발생지였으며 한국전쟁 땐 낙동강 최후의 격전지로 우리나라 근현대 저항운동의 메카.

남산호국공원의 영산지구 전적비, 3·1운동 기념비, 임진왜란 호국충혼탑 등에서 그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호국공원 옆에는 홍예교로 아름다운 옛 다리로 손꼽히는 영산만년교(보물 제564호)가 있다. 옛날 남지나 칠원에서 영산으로 들어오던 관문이다.

만년교 인근에는 영산 연지가 있다. 영취산 주봉과 함박산이 보이는 연지는 풍수지리설에 의해 화재를 막기 위해 조성됐으며 조선 고종 때 지금의 크기로 확장됐다. 못내 5개의 인공섬이 있으며 그 중 한 섬에는 향미정이란 정자가 있다. 지금 연지 주변엔 목재덱이 설치돼 휴식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만년교에서 길을 따라 오르면 함박산약수터. 전국 약수터중 가장 역사가 오래됐으며 관광공사가 선정한 7대 약수 중 으뜸으로 손꼽힌다.
또 한 가지. 영산사람들 특히 연세가 많은 분들은 아직도 창녕 대신 영산사람임을 강조한다. 사연은 이렇다.

조선 태조 때만 해도 이곳은 창녕현, 영산현으로 각각 존재하다 인조 때 창녕현이 영산현으로 병합돼 이때부터 영산사람들은 영산이 창녕보다 큰 고을이라고 자부심을 가졌다. 하지만 지난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이번엔 영산이 창녕으로 통합돼 영산면으로 격하됐다. 경북 용궁군이 예천군으로 병합돼 지금은 용궁면으로 격하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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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편- 부산서 영산행 버스 1시간 간격 운행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영산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8시10분, 9시20분, 10시20분에 출발한다. 5200원. 창녕시외버스 영산정류소에서 들머리 보덕사 주차장까지는 1.5㎞. 정류소 앞 택시(상시 대기)를 이용하면 4000원. 보덕사로 걸어서 갈 경우 승용차 경로를 참조하자.

날머리 창녕시외버스 부곡온천정류소(055-536-5008)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30분부터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막차는 오후 8시30분. 60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영산·부곡IC~영산 5번 국도 좌회전~대구 창녕 방향 직진~영산정류소 방향 크게(135도) 우회전~우회전 하자마자 바로 영산정류소 뒷길로 진입~농협하나로마트 지나~'77문구 완구' '새싹어린이집' 간판 보이면 좌회전~영산초등 앞 우회전~KT 영산고객서비스 지나자마자 좌회전~달나라어린이집 방향 직진~영축사 지나~보덕사 주차장 순.

날머리 부곡온천에서 들머리 보덕사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선 부곡온천 정류소에서 30분마다 출발하는 영산행 버스를 타면 된다. 8분 걸리며 850원. 이곳에서 보덕사 주차장까지는 택시를 타면 된다. 4000원.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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