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허남식 부산시장께선 아시아드CC(이하 아시아드)가 19세 이하, 다시 말해 부산지역 주니어 골프선수들의 출입금지를 고수하고 있는 내부 규정이 과연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달포 전 이 칼럼에서 기자는 아시아드의 지분 48%를 갖고 있는 '대주주'인 부산시가 이러한 내부 규정을 알고도 팔짱만 끼고 있는지, 정말 모르는지 물었다. 시는 모르고 있었다. 이후 시는 아시아드에 이 규정을 해제하라고 수차례 권고했지만 아시아드 측은 회원들로 구성된 권익단체인 운영위원회와 협의해 고려하겠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했다.

부산시골프협회(이하 협회)도 지난해부터 아시아드에 수차례 협조 공문을 보내는 한편 협회 회장 등 임원진이 직접 방문해 주니어 선수들의 편의를 제공해 달라며 양동작전을 폈지만 허사였다.

사기업이 운영하는 골프장이라면 그럴 수 있다. 동래베네스트가 그렇다. 하지만 이 골프장도 협회가 전국체전 등 큰 시합을 앞두고 공식적으로 요청하면 편의를 제공한다. 반면 해운대CC는 연간 2000만~3000만 원의 출혈을 감수하며, 협회가 미안할 정도로 혜택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의 7개 기업이 공동으로 인수한 김해 가야CC와 양산 통도파인이스트CC도 부산지역 등록선수들에게 준회원 대우를 해주고 있다. 부산시민들의 혈세가 투입된 아시아드만 유독 문턱이 높은 것이다. 생모가 버젓이 살아있지만 이웃집 아낙에게 젖동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드 측은 타 골프장과 달리 회원들의 이용률이 60% 정도로 높아 회원들을 위한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부산을 비롯한 인근 대부분의 골프장도 회원들의 이용률이 60% 안팎으로 비슷했다. 운영위원회를 앞세운 옹색한 변명이었던 것이다.

해운대CC는 주니어 선수들이 자주 들락거리자 처음엔 일부 회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단다. 하지만 골프장 측은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바라보자. 그들이 전국체전에서 부산에 금메달을 안겨주고, 제2의 박세리 최경주가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고 설득을 했다 한다.

낙제에 가까운 아시아드의 공공성은 그렇다 치자. 그럼 수익성은 어떨까.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드와 같이 27홀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입지나 시설, 경관 등을 고려할 때 1000억 정도로 평가하며, 수익은 1년에 최소 30억 원 정도는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당기순이익을 보면 18억, 15억, 24억, 34억, 23억, 16억, 7억 원으로 시가 아시아드 지분 매각을 시도했던 2008년을 정점으로 줄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보수 비용이 특히 많이 들었다 해도 돈을 벌겠다는 악착함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마저 과거 부산관광개발(주)이 투자에 실패한 결손금의 벌충으로 사용되고 있다. 수백억 원을 넣고도 그에 상응하는 도움은 거의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시가 올해 말 출범시킬 부산관광공사의 청사진에도 아시아드는 빠져 있다. 시의회도 이제 속사정을 알고 있지 않는가. 이럴 바엔 시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어떨까. 그 대금이 부산관광공사에 투입된다면 그나마 튼실한 부산관광공사가 되지 않겠는가.

 부산지역 주니어 골프선수들과 그 부모들은 기장군 일광면에 위치한 부산 아시아드CC(이하 아시아드)를 두고 성인영화관이라 빗대 부른다. '19세 이하 출입금지'라는 내부 규정 때문이다.

 아시아드는 사실 2002년 아시안게임 개최를 명분으로 온갖 특혜를 받으며 초단기간에 만들어진 골프장이다. 산악형 골프장이 대부분인 국내에선 드물게 당시 그린벨트였던 저지대 목장부지의 구릉지 마운드를 있는 그대로 활용해 조성한 덕분에 시설과 경관이 빼어나 지금도 꽤 비싼 회원권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아시아드는 편평한 페어웨이 상에 미세한 숨은 업다운이 널려 있어 티샷이 잘 맞아도 세컨드 샷 때 스탠스 잡기가 까다로워 주니어 선수들에겐 최고의 연습라운딩 장소로 손꼽힌다. 하지만 지금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아시아드는 현재 부산시가 48%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나머지는 코오롱건설(30.67%) 등 15개 민간기업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시 지분의 시가는 300억 원 안팎. 기업으로 치자면 시가 대주주인 셈이다. 그런데도 시는 아시아드의 해괴망측한 내부 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팔짱을 끼고 방관만 하고 있다. 골프 문외한인 낙하산 사장만 달랑 앉힌 채.

 골프 선수를 둔 부산지역 학부모들과 일선 지도자들은 "전국체전 때면 선수들에게 메달을 요구하면서 퍼팅연습장 사용은 물론 그린피 할인은 언감생심이고 그린피를 주고도 라운딩을 할 수 없다"며 "시민들의 혈세로 특혜를 줬으면 시민들에게 보답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시아드 측도 이런 외부의 비판은 인정하면서도 내부 규정을 들어 방법이 없다고 한다. 민간기업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누구 하나 총대를 메지 않으려는 관료조직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시아드 회원들도 "학생선수들이 퍼팅장에서 연습해도 방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옆에서 배울텐데"라는 반응이다. 수억 원을 투자한 회원들을 위한 과잉 배려가 아닌가 싶다.

 잠시 기장군 정관면의 해운대CC의 주니어 선수들에 대한 처우를 살펴보자. 향토기업인 (주)경원개발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2년 전부터 부산시골프협회에서 추천한 우수 선수 40명에게 그린피의 50%를 할인해준다. 라운드를 안 해도 퍼팅장 사용은 기본이다. 여기에 기장군에서 유일하게 골프부가 있는 월평초등학교 선수들에게는 손님들의 라운드가 끝날 무렵인 오후 4시께부터 무료 개방한다. 평일 주말 예외 없이. 최근에는 소위 '돈이 안 돼' 골프장들이 꺼리는 부산시골프협회장배 학생선수권대회도 열었다. 부산서 혜택을 받은 만큼 성의껏 베풀고 있는 것이다. 시민의 혈세가 투입된 군림하는 골프장과 부모된 입장에서 주니어 골프 선수들을 배려하는 골프장, 과연 부산시가 지분을 갖고 있는 골프장이 어디인지 묻고 싶다.

 지자체가 골프장을 가질 경우 공공성과 영리성의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아시아드의 경우 영리성은 둘째 치고 공공성 측면에선 거의 제로에 가깝다. 차라리 나머지 지분 52%를 매입, 퍼블릭골프장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혜택을 주었으면 한다. 이게 현실적이지 않다면 48% 지분을 팔아 차라리 동물원 조성에 매진하라. 이럴 경우 재임 기간 중 허남식 시장의 최고 치적이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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