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444> 통영 사량도 아랫섬 칠현산

한려수도 풍광 벗삼아 암릉따라 오르락내리락
쉼없이 이어지는 일곱개 암봉
윗섬 지리산 그늘에 가렸지만
환상적인 눈요기로 허기 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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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위엄있는 암봉이 해발고도 349m에 불과하다면 어느 누가 믿겠는가. 한려수도의 환상적인 풍광을 내려다보면서 암릉을 오르내리는 칠현산은 산행의 색다른 묘미를 안겨준다. 주봉인 칠현봉은 왼쪽에서 세번째. 윗섬 지리산~불모산~옥녀봉 능선에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처럼 위엄있는 암봉이 해발고도 349m에 불과하다면 어느 누가 믿겠는가. 한려수도의 환상적인 풍광을 내려다보면서 암릉을 오르내리는 칠현산은 산행의 색다른 묘미를 안겨준다. 주봉인 칠현봉은 왼쪽에서 세번째.  
 
모처럼 섬산행을 떠나보자. 늘상 오르내리는 육지의 산보다는 한번쯤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색다른 산행의 묘미를 느껴보자는 뜻에서다.

사량도. 뱀이 많아서 혹은 멀리서 보면 뱀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사량도는 우선 이름에서 묘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래서 누구나 한번쯤 가봤으면 하는 동경의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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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해상 국립공원을 발아래 두고 걷는 이 멋진 암릉, 걷고 싶지 않으세요.

윗섬(상도)과 아랫섬(하도)을 본섬으로 3개의 유인도와 8개의 무인도로 이뤄진 사량도는 다도해의 서정이 물씬 풍기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한가운데 떠 있다. 행정구역상 통영시에 속하지만 지도를 펴놓고 찬찬히 살펴보면 통영 사천 고성 남해도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섬의 면적은 국내 여덟번째. 푸르다 못해 눈이 시린 근처 다도해 위에 떠 있는 올망졸망한 섬들 가운데 맏형이다.

산꾼들은 사량도 하면 우선 지리산을 떠올린다. 맑은 날 정상에 서면 민족의 영산 지리산이 보인다고 해서 지리망산으로도 불리는 지리산은 이웃한 불모산 옥녀봉과 함께 설악 공룡 못잖은 그림같은 암릉을 이뤄 뭍산꾼들을 유혹한다. 이는 윗섬의 얘기.

아랫섬에는 칠현산이 있다. 윗섬의 지리산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산꾼들로 북적일때 맞은 편의 칠현산은 그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채 이등의 서러움을 오랫동안 곱씹었다.

사실 지리산의 전망이나 옥녀봉의 현란한 자태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수한 모습의 칠현산은 한려수도의 환상적인 풍광을 내려다 보면서 아기자기한 암봉을 오르내린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곱개의 봉우리가 쉴새없이 이어지는 칠현산은 한적해서 되레 호감이 간다. 망망대해의 작은 섬이 육지를 그리워하듯 칠현산에 오르면 적막감마저 들어 누군가가 몹시 그리워진다.

산행은 덕동항~불광사~등산로 입구 팻말~봉화대터(망봉)~칠현봉(349m)~마당바위~용두봉~읍덕초등~읍포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10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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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 선착장 덕동에 내리자마자 왼쪽 일주도로를 따라 간다. 정면 우뚝 선 산이 칠현봉이고 등 뒤쪽 암봉인 옥녀봉이 해무 속에 살짝 자태를 드러낸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윗섬과 아랫섬 사이가 그리 멀지 않아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며 선착장 인근 바다는 바닥이 보일 만큼 맑고 투명하다.

10분 뒤 해수지장보살의 우아한 자태가 볼만한 불광사를 지나면 길 우측에 '등산로 입구'라고 적힌 팻말이 서 있다. 들머리다. 선착장에서 18분.

잡풀이 무성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산길은 비교적 잘 정비돼 있다. 이는 통영시에서 사량도를 관광섬으로 개발하기 위해 이미 오래전에 정비작업을 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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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은 칠현산 정상 칠현봉. 우측은 하산 도중 만난 그림같은 풍광. 저멀리 윗섬의 고동산이, 발아래는 윗섬과 아랫섬 사이의 호수같은 바다가 펼쳐진다.


오르막이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좁은 소로를 헤치고 10여분 뒤 좁은 안부에 닿는다. 이정표가 잡목에 가려 겨우 눈에 띈다. 칠현봉까지는 1.1㎞.

다시 10여분 뒤. 시야가 넓어지고 조망이 트인다. 첫 전망대다. 저멀리 윗섬의 지리산 불모산 옥녀봉 능선이 한 일자로 뻗어 있고 발아래는 방금 지나온 해안일주도로가 시야에 들어온다.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 위에는 통영과 섬 사이를 오가는 여객선과 조그만 고깃배들이 하얀 포말을 내며 지나가 한동안 시선을 빼앗는다.

잠시 '악!' 소리나는 된비알을 올라서면 소나무가 서 있는 무명봉. 아랫섬의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측 암릉이 앞으로 가야 될 칠현산 봉우리, 좌측이 대곡산 능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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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기다리며 소주 한 잔! 이곳 사람들은 아나고라 불리는 붕장어를 손가락 마디 굵기로 잘라 먹는다. 이렇게 먹어야 더 고소하단다.  우측은 그물을 손질하는 섬 사람들.

좌우 한려수도가 보이는 가운데 능선길을 걷는다.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이토록 아름다운 능선길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40여분. 암릉을 힘겹게 타고 오르면 또 다른 봉우리. 선착장이 있는 덕동마을이 훤히 보인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암릉이 시작된다. 6분 뒤 봉화대터. 망봉이다. 조선시대 수군의 망루로 사용됐다는 이곳은 산세는 물론 주변 바다의 움직임을 관찰하기에 제격이다. 하지만 지금은 거칠게 쌓은 돌탑만 홀로 서 있을 뿐이다.

이때부터 암릉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칠현산 암릉은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성을 쌓은 듯해 산성을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다가가 보면 풍화상태 그대로다. 아! 자연의 오묘함이여.

'칠현봉 300m' 이정표를 지나면서 숲과 암릉이 반복된다. 칠현산의 줄자는 고무줄자인지 300m가 아주 멀다. 이정표에서 20분 뒤 상봉인줄 알고 올랐지만 속았다. 대신 확연하게 드러나는 4, 5, 6, 7봉이 한눈에 가늠된다. 지금 서 있는 봉우리가 다섯번째. 그간 헷갈리던 칠현봉의 일곱봉우리가 베일을 벗고 정체를 드러낸다. 그간 손꼽으며 넘었던 적잖은 봉우리가 주변 봉우리임을 확인하면서 약간의 허탈감마저 든다.

마침내 칠현봉(349m). 검은 대리석의 정상석이 누워 있다. 일순간 앞선 봉우리에서 보이지 않던 또 하나의   
  하산 도중 만난 그림같은 풍광. 저멀리 윗섬의 고동산이, 발아래는 윗섬과 아랫섬 사이의 호수같은 바다가 펼쳐진다.
 
봉우리가 모습을 보이자 동행한 산꾼들은 허탈한 듯 아예 봉우리 숫자 체크를 멈춘다.

소나무가 울창한 마지막 봉우리로 향한다. 밧줄을 타고 내려서든 우측으로 에돌아가든 상관없다. 끝봉에서 내려서는 하산길에 조그만 두개의 봉우리가 서 있다. 정말 산행 마지막까지 봉우리가 이어진다. 우측에는 게으른 소 낮잠자듯 기암괴석이 한려해도를 배경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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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사거리. '용두봉 200m'라고 적힌 마지막 이정표가 보인다. 오르막길로 숲을 지나면 왼쪽 무지 너른 전망대를 만난다. 마당바위다. 어림짐작으로 100명은 족히 쉴 수 있을 정도로 넓다.

다시 숲길. 이제 길이 마구 아래로 쏟아진다. 암봉인 용두봉은 8분 뒤. 발아래로 읍포마을이 평화롭게 다가온다. 길은 점차 가팔라져 밧줄을 잡고 내려선다. 험하지만 대신 전후좌우 전망이 기가 막히다. 정면에 보이는 능선의 형상이 다대포 몰운대의 그것과 흡사하다.

눈길 끄는 볼거리도 있다. 절벽 아래 습한 곳에 바다에서 봐야 할 게가 구멍을 낸 채 살고 있다. 침입자인줄 알고 잽싸게 집으로 들어간다.

마당바위에서 30분 정도쯤이면 바닷가 산기슭에 위치한 읍포초등학교에 닿고 여기서 몇 걸음 더 내려가면 읍포마을에 닿는다.


  
 
#교통편-가오치선착장서 사량도 덕동행 여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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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통영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10분 첫 차를 시작으로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2시간 소요. 9100원. 통영시외버스터미널(055-644-0017)에서 도산면 가오치터미널(055-647-0147)행 버스는 오전 6시20, 8시50, 9시40분에 있다. 870원.

가오치터미널에서 사량도 덕동행 여객선 사량호는 오전 7, 9, 11시에 출발한다. 40분 소요. 3800원(휴가철인 8월15일까지 10% 할증돼 4100원). 덕동에서 가오치터미널행 사량호는 오후 1시50, 3시50분, 6시에 출발한다. 가오치터미널에서 통영행 버스는 오후 4시10, 6시50, 7시40분에 있다. 통영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20~3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오후 7시40분에 있다. 고성 등을 경유하는 버스는 오후 8시33분까지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마산 창원 방향~마산IC~서마산IC~시청 통영 방향~진동 통영 방향~진동~고성~거제 통영~도산면~(범선 모양)학섬휴게소(주유소) 지나~사량(도선장)~사량도 도선장 방향~가오치터미널 순.


#떠나기전에-산행코스 샘터없어 식수준비 '꼭'

칠현산의 해발고도는 349m. 수치 상으로 낮은 산이라고 우습게 봤다간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멀리서 보더라도 실제 올라봐도 제법 만만찮은 산이다.

육지의 산이 보통 해발 수백m 지점에서 출발하는데 반해 섬 지역의 산은 해발고도가 거의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한 예로 해발 802m나 되는 금정산의 경우 범어사에서 출발한다고 가정할 때 거의 400~500m 지점에서 오르기 때문에 사실상 칠현산의 높이만큼 산행하게 되는 셈이다.

완성된 칠현산 산행도는 아직 없었다. 통영 가오치선착장에서 나눠주는 사량도 관광안내도나 덕동항에 서 있는 칠현산 등산안내도는 각기 다르다. 특히 망봉의 위치가 그렇다.

사량면사무소에 문의했지만 명확한 답을 못찾아 결국 칠현산을 가장 잘 꿰뚫고 있다는 아랫섬 덕동마을 이장 김재권씨의 육성과 국토정보지리원이 만든 5만분의 1 지형도를 통해 정리했음을 밝혀둔다.

사량도 앞바다의 가두리 양식장엔 뜻밖에 문어가 들어 있다. 이곳 어민들이 잡은 새끼 문어를 약 2달 정도만 키우면 1㎏ 정도로 자라기 때문이다.

산행 내내 볼 수 있는 까만 배설물은 바로 염소똥. 들머리에서 산 정상까지 어디서나 보인다. 마을사람들이 방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운좋으면 산행 중 절벽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칠현산에는 샘터가 없다. 등산로 입구의 불광사에서 물을 보충할 수 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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