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산 동쪽에 위치한 선암사의 승선교와 강선루. 승선교 밑 계곡에서 승선교의 반월형 천장 아래 강선루가 들어올 때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산은 크게 바위산과 육산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기암괴석이나 천태만상의 암봉이 도도하게 고개를 쳐든 바위산이 패기넘치는 남성적이라면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산꾼을 감싸주는 육산에서는 모성애를 느낀다.

설악산 월악산 월출산 천관산 등이 바위산의 전형이라면 민족의 영산 지리산과 소백산 대운산 등은 언제나 편안히 다가갈 수 있게 가슴을 활짝 열고 있다.

사실 육산 산행은 바위산에 비해 약간 무료하다. 기복이나 산세의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남 순천 조계산은 전형적인 육산이지만 천년고찰을 두 개나 품고 있어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성 싶다. 서쪽 자락엔 승보사찰 송광사, 동쪽엔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손꼽히는 선암사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송광사가 한국불교 최대 종파인 조계종의 대표적 총림이라면, 선암사는 두 번째 종파인 태고종의 본산으로 유일한 총림이다.

이렇듯 조계산은 품고 있는 절집의 유명세가 산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독특한 경우이다. 도립공원에 불과한 조계산의 연간 탐방객이 웬만한 국립공원의 배 이상인 사실만 보더라도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그렇다고 조계산이 그저 그런 산은 결코 아니다. 아름다운 계곡과 탁 트인 조망, 그리고 산세가 험하지 않고 평탄해 가족단위 산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산행은 선암사 매표소~삼인당~선각당(기념품 가게)~대각암 입구~대각암 갈림길~작은 쉼터(절터)~큰 쉼터(절터)~조계산 정상 장군봉~장박골 삼거리~연산봉 사거리~연산봉(헬기장)~송광 굴목재~대피소~보리밥집~선암사 굴목재(큰굴목재)~비석삼거리~삼인당 순의 원점회귀 코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도중 산길이 곳곳에 열려 있어 체력에 맞게 하산할 수도 있다.



 매표소를 통과하면 이내 천년고찰의 위용이 드러난다. 계곡을 따라 늘어선 아름드리 수목과 늘푸른 산죽. 이 길은 전국 최고의 명상로로 알려져 있다.

                       조계산으로 이어지는 선암사 진입로. 이 길은 전국 최고의 명상로로 알려져
                       있다
부도탑.
알 모양의 길쭉한 연못 삼인당.

등산로 입구의 마애여래입상.

조계산 정상인 장군봉.


 삼나무 숲에 이어 승선교와 강선루를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알 모양의 길쭉한 연못 삼인당에 닿는다. 맞은편 기념품 가게인 선각당 우측 옆길로 오른다. 곧 갈림길. 오른쪽이 정상, 왼쪽이 송광사로 가는 선암사 굴목재 방향이다.

150m쯤 가면 대각암 입구. 아름드리 삼나무가 숲을 이루며 키 자랑을 하고 있다. 계단을 오른다. 길 왼쪽 마애여래입상을 보고 오르면 앞이 탁 트인 대각암 삼거리. 정면에 대각암, 산행팀은 왼쪽 산죽길로 향한다. 100m쯤 뒤 다시 갈림길. 왼쪽은 비로암, 정상은 오른쪽 방향. 여기까지만 제대로 찾으면 이후부턴 ‘누워서 떡먹기’.
등산로는 대나무 숲을 지나 서서히 능선 사면으로 붙는다. 부드러운 흙길이며 경사가 심한 곳에는 침목계단을 조성해놨다.

20분 뒤 쉼터. 정면의 석축은 옛 절터로 추정된다. 이후 두 번의 너덜을 지나면 더 넓은 쉼터에 닿는다. 작은 돌담과 깨진 기와조각이 주변에 널려 있다. 정면 광양 백운산을 축으로 왼쪽에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 노고단, 오른쪽에 억불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후 산길은 두 갈래. 왼쪽은 밧줄이 걸린 급경사길, 오른쪽은 계단길. 두 길 사이 나무 밑둥치에 작은 샘터가 눈길을 끈다. 200m쯤 뒤 두 길은 만나므로 어느 길을 택해도 상관없다.

정상은 쉼터에서 25분 뒤. 매끄러운 차돌에 `장군봉 884m'라고 음각된 정상석이 서 있다. 작지만 위엄있다. 상사호가 보이고 그 뒤로 연봉들이 펼쳐진 가운데 순천만이 구름 속에 가려 보일 듯 말 듯하다. 북으로는 호남고속도로가 한 일 자로 내달린다.

하산은 오른쪽 장박골 방향으로 내려선다. 크게 보면 반시계 방향으로 능선길을 따라가는 셈이다. 왼쪽은 조계산의 유일한 바위인 배바위를 거쳐 작은 굴목재로 가는 길이다.

속세는 이제 봄이 왔지만 산중에는 아직도 잿빛. 주변 곳곳에 군락을 이룬 늘푸른 산죽이 없다면 영락없는 봄 속의 삭막한 산이다. 산죽이 만들어 놓은 미로같은 길을 걷는 재미가 일품이다.

산아래 사바세계엔 봄이 왔지만 산중은 아직 겨울이다.

조계산은 바위 하나 찾아보기 힘든 전형적인 육산이다.


부드러운 능선의 조계산.

부드러운 산길은 산행 내내 이어진다.

 
이렇게 50분쯤 걸으면 장박골 삼거리. 이제 등로는 반시계 방향으로 완전히 돌아 왼쪽으로 장군봉과 상사호, 그리고 방금 지나온 능선길이 선명하게 확인된다.


직진한다. 35분 뒤 연산봉 사거리를 지나면 이내 연산봉(851m). 정상이 헬기장이다. 조망은 주봉인 장군봉보다 더 장쾌하다. 헬기장 반대편인 남서쪽으로 내려선다.

이번엔 완전한 낙엽길. 봄 속의 가을이다. 산꾼들이 많이 다녀 등로만 매끄러울 뿐 주변엔 온통 낙엽 천지다.

25분 뒤 송광 굴목재. 오른쪽 송광사 2.5㎞, 직진하면 천연기념물 쌍향수가 있는 천자암 1.7㎞, 왼쪽 4㎞ 지점에 선암사가 있다는 이정표가 서 있다. 선암사 방향으로 간다. 주변에 노란 생강나무꽃이 시선을 붙잡는다.

 계곡물을 건너 대피소를 지나면 10분 뒤 그 유명한 보리밥집. 계곡 물소리가 시원하고 나무 그늘 아래 10여 개의 평상이 놓여 있다.

보리밥집을 지나면 만나는 굴목다리. 이 다리를 건너면 조계산 등로 중 산꾼들의 발길이 가장 잦은 선암산 굴목재를 만난다.

 이제 산행은 막바지. 계곡을 가로지르는 굴목다리를 건너면 선암사 굴목재. 20분 정도의 계단 오르막길이라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선암사 굴목재는 조계산 등산로 중 산꾼들의 발길이 가장 잦은 곳이다. 송광사로 가는 길목이자 장군봉으로 단 번에 오르는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이후 쭉쭉 뻗은 편백 숲과 야생화 단지, 그리고 비석삼거리를 잇따라 지나면 산행 출발지인 삼인당 앞에 다다른다. 선암사 굴목재에서 25분 걸린다.

그 유명한 선암사 누운 소나무. 너무나 유명해 정호승의 시 '선암사'에도 등장한다.
산아래 선암사 경내에는 매화가 만개해 있지만 조계산 산속은 아직 겨울이다.

◇ 떠나기전에 - 사계절 꽃있는 예쁜 절 선암사 빼먹지 말아야

 선암사는 국내 1000여개의 산사 중 아름답기로 손가락 안에 드는 아름다운 사찰이다.
 으레 있을 법한 국보급 문화재는 하나도 없지만 단청없는 전각과 색바랜 기왓장, 닳고 닳은 돌계단이 산사다운 고즈늑함을 대변한다. 또 1년 365일 꽃이 지지 않아 동백 토종매화 개나리 목련 벚꽃 영산홍 자산홍 등이 연중 꽃대궐을 이룬다. 선암사에 따르면 크고 작은 꽃밭에 80여 종의 조경식물이 자라고 있단다.

 이러니 선암사는 오래전부터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촬영지로 애용됐다.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와 '동승' 등 불교영화와 드라마 '상도' 등의 주옥같은 배경이 바로 선암사였던 것이다. 촬영지 선택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업계 관계자들의 안목을 만족시켰으니 보증수표임엔 틀림없을 듯하다.

 아름다움의 절정은 승선교(昇仙橋·보물 400호)와 강선루(降仙樓). '신선이 되어 오르는 다리'와 '신선들이 내려와 노니는 누각'. 승선교 아래 계곡에서 승선교의 반월형 천장 아래 강선루가 들어올 때의 그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라 해도 될 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다.

'뒤깐'이라고 적힌 경내의 해우소도 눈길을 끈다. 400년 된 화장실로 지방문화재다. 화장실이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아마 세계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400년 된 화장실인 '뒤깐'. 아마도 화장실이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세계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유홍준 교수는 한 신문의 기고에서 "선암사에 유독 조선건축의 진면목이 많이 남아있는 것은 20세기 후반 전국의 모든 사찰들이 화려하게 중창될 때 선암사만은 조계종과 태고종의 소유권 분쟁과 적당한 가난으로 손을 대지 못했다. 한편으론 참으로 불행중 다행"이라고 적고 있다.

◇ 교통편 - 순천 시외·고속터미널서 시내버스 이용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순천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 7시10분, 8시10분, 8시30분, 9시10분에 출발한다.  2시간40분 걸린다. 순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순천교통 1번 시내버스를 타면 선암사에 닿는다.

선암사에서 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45분, 5시20분, 5시35분, 6시30분, 7시, 7시30분, 8시에 출발한다.

순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버스는 오후 5시10분, 25분, 45분, 6시25분, 7시, 8시30분(막차)에 있다.

 만일 선암사에서 출발, 송광사로 하산했다면 택시(061-754-2000)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비싸다. 3만~3만50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승주IC~우회전 승주 낙안민속마을 선암사 방향~낙안온천 낙안민속마을~삼거리~857번 지방도~선암사. 이정표는 잘 정비돼 있어 길 찾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억산 깨진바위 거참 희한하게 생겼네
-영남알프스 청도 범봉 대비골~천문지골 산행

산행 시종점 각각 대비사 운문사 볼거리 무궁무진
오를 때 대비골, 하산 때 천문지골 큰골 모두 계곡산행
걷는시간만 4시간5분 산행 답사 두 마리 토끼 가능
억산 정각산 개물방산 호거대 지룡산 등 모두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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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사찰인 대비사 대웅전 좌측 처마 위로 쩌억 갈라진 모양의 바위가 억산 깨진바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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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풍재를 지나 범봉으로 가는 도중 만난 전망대에서 본 억산 깨진바위. 우측 산아래 위치한 대비사에선 깨진바위가 선명하게 확인됐지만 이곳 전망대는 보는 각도가 달라 사진상으로 깨진바위의 형상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깨진 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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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바위 능선 우측 끝 봉우리는 개물방산(왼쪽). 개물방산 우측 저수지는 들머리의 대비지(박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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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봉과 바로 이웃한 억산에서 본 깨진바위. 억산 정상에서 수리봉 쪽으로 약간만 내려서면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억산 깨진바위. 대비사에서 본 깨진바위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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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산은 그 자체가 영남알프스 전망대다. 억산 정상에서 바라본 경관으로, 건너편 맨 왼쪽이 깨진바위의 일부분이고, 정면이 범봉, 그 오른쪽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운문산, 맨 뒤 능선 중 한 가운데 뾰족봉이 영남알프스 맏형 가지산, 그 왼쪽 끝이 상운산이다.



 천년고찰 운문사는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영주 부석사 등과 함께 전국의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사찰 중 하나이다. 절로 향하는 길 주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빠알간 늦사과와 노오란 은행잎이 환상적인 영주 부석사만 만추에 유독 두드러질 뿐 나머지 사찰은 사시사철 꾸준하게 발길이 이어진다.

 명산에 명찰이라 했던가. 선암사는 전형적 육산인 조계산이, 대흥사는 다도해 국립공원을 굽어보는 암봉인 두륜산이, 소백산 국립공원에 포함돼 있는 부석사는 백두대간인 소백산 줄기가 품고 있다.

 청도 운문사는 차고 앉은 형세가 다른 사찰과 사뭇 다르다. 통상 사찰은 산을 등지고 있는데 반해 운문사는 운문산과 마주보고 있다. 실제로 옛 비로전인 대웅보전 앞에 서면 운문산 정상이 올려다보인다.

 한데, 절집 앞 현판에는 '호거산(虎踞山) 운문사(雲門寺)'라 적혀 있다. 호거산은 절 북서쪽에 위치한 호랑이가 의연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한 암봉으로 일명 등심바위. 통상 절이름 앞의 산이름은 가장 근접한 곳의 봉우리 이름을 붙인다는 관습에 따라 호거대라 불리는 암봉을 호거산으로 바꿔 붙였지 않나 싶다.

 뜬금없이 운문사를 화두로 꺼낸 까닭은 독자들의 전화 때문. 그들은 한결같이 하산 지점이 운문사인 코스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운문사로 하산 가능한 봉우리는 운문사 북동쪽의 지룡산, 북서쪽의 호거대(등심바위)와 딱밭재에서 떨어지는 천문지골, 아랫재에서 시작되는 심심이골 그리고 상운산이나 가지산에서 출발하는 학심이골 정도.

 지룡산 호거대 심심이골 학심이골 등은 최근 소개했거나 코스가 너무 길어 고민 끝에 산행팀은 청도 대비사에서 출발하는 범봉 코스를 택했다. 한적한 천년고찰 대비사에서 대비골로 올라 적당히 능선길을 걷다가 천문지골로 내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점이라면 원점회귀가 아니라 대중교통편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

 구체적 경로는 청도군 금천면 대비사~대비골~팔풍재~전망대~등심바위(호거대) 갈림길~범봉~딱밭재~천문지골~큰골(운문천)~운문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5분 정도. 들머리와 날머리의 천년고찰 대비사와 운문사를 구경하고, 오르내릴 때의 대비골과 천문지골에서 발을 담그며 땀을 식히노라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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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는 대비사. 이 코스는 산 너머 밀양 석골사와 함께 억산으로 오르는 유이(唯二)한 산길이지만 오지여서 찾는 이가 거의 없다. 이 점이 되레 한적한 산행을 가능케 해주는 순기능 역할을 하고 있다.

 호거대 아래 첩첩산중에 터를 잡은 비구니사찰 대비사 주차장 입구 '등산로'라고 적힌 조그만 이정표를 따라가며 산행은 시작된다. 절로 가는 길이 우측에 열려 있고 좌측 다리 건너에는 절벽 아래 부도전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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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사 들머리 좌측에 위치한 부도전.

 들머리에서 4분이면 산으로 들어선다. 굴참 신갈 등 활엽수들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곧 갈림길을 만나지만 좌측 계곡(대비골) 쪽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출입을 막고 있어 우측으로 오른다. 계곡과 나란히 걷지만 아직은 산길에서 접근이 어려워 무작정 오른다. 20분쯤 올라야 비로소 계곡으로 가는 소로가 열려 있지만 무시하자. 5분 뒤 계류를 건너기 때문이다. 바닥까지 훤히 보일 정도로 유난히 물이 맑은 데다 아주 차다. 조금 더 오르면 나홀로 '알탕'을 하기에 제격인 작은 소가 여럿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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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사에서 주능선인 팔풍재로 가는 도중의 대비골.

 이어지는 산길. 농짝 내지 집채만한 바위가 정면에 병풍처럼 떡 버티고 있는 가운데 이끼 낀 작은 바위 사이로 산죽길이 기다린다. 이어 만나는 지계곡 물길을 건너면 산길은 지그재그로 바뀌며 상당히 가파른 된비알로 돌변한다. 여기에 바닥은 너덜길이 한동안 이어져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특히 주능선인 해발 770m대의 팔풍재로 오르기 전 300~400m 구간은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경사가 급하다. GPS 단말기로 얼핏 봐도 45도의 경사는 될 법하다. 들머리에서 팔풍재는 2.6㎞로 1시간35분 걸린다.

 팔풍재는 사거리. 우측은 왕복 40분쯤 걸리는 억산(0.6㎞), 직진하면 석골사(2.7㎞), 산행팀은 좌측 운문산(3.7㎞) 딱밭재(1.9㎞) 방향으로 향한다. 약간의 굴곡이 있어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전체적으로 내리막길로 수월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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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맛같은 점심. 윤옥 씨, 다음 산행 때도 꼭 참석하세요.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

 오르막은 8분쯤 뒤부터 시작된다. 12분쯤 지그재그길을 힘겹게 오르면 전망대에 닿는다. 억산을 비롯한 주변 산들이 한눈에 파악된다. 약간 정면이지만 쩍 갈라진 깨진바위의 확인이 가능하다. 우측으로 들머리 쪽인 대비지가 보이고 발아래 골짜기가 방금 산행팀이 올라온 곳이다.

 억산 좌측 밀양 쪽에는 수리봉 실혜산 정각산 승학산 용암봉 종남산 덕대산이, 억산 바로 우측 저멀리 비슬산이 확인된다. 대비지 좌측 솟은 산이 개물방산, 그 뒤로 선의산 용각산 대왕산 통례산 학일산, 대비지 우측으로는 호거대, 그 뒤로 도롱굴산 서지산 옹강산 지룡산 서담골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3분쯤 급경사길로 오르면 등심바위(호거대) 갈림길. 좌측은 대비사 쪽으로 원점회귀가 가능한 능선길, 산행팀은 우측으로 오르다 다시 내려선다. 이제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범봉이다.

 집채만한 바위를 우측으로 우회해 '좌 청도, 우 밀양' 산길을 걸으면 숲에 가려 조망이 하나도 없는 좁다란 공터에 닿는다. 범봉(969m)이다. 이정표와 119 구조 표지목이 나란히 서 있지만 범봉이라 적힌 정상석은 없다. 대신 누군가가 이정표 상에 검은 매직펜으로 '범봉'이라 적어 놓았다.

 우측은 상운암계곡 또는 대비골 방향, 산행팀은 좌측으로 내려선다. 4분 뒤 좌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맨 앞 회백색 바위들이 보석처럼 박힌 능선이 지룡산줄기이며 정상은 10시 방향 쪽 봉우리다. 그 아래 북대암이, 산행팀이 선 곳에서 정면에는 사리암이 보인다. 그 사이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옹강산이며, 그 뒤 맨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사룡산 단석산 문복산이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내리막길의 종착지는 딱밭재. 전망대에서 10분. 옛날 이 주변에 닥나무가 많아 명명됐다고 전해온다. '글월 문(文)' 자가 들어가는 천문지골이란 이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다.

 딱밭재 역시 팔풍재와 마찬가지로 사거리. 직진하면 운문산(2㎞) 우측은 석골사(2.9㎞), 산행팀은 좌측 천문지골을 거쳐 운문사(4.5㎞)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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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밭재에서 운문사로 내려서는 도중의 천문지골.


 30분 동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칠고 순한 지그재그 너덜길을 내려오면 비로소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후 산허리길을 돌며 천문지골이 빚어낸 운치있는 풍광을 감상한다. 와류가 흐르는 제법 미끄러운 암반을 지나면 일순간 편하고 너른 길을 만난다. 3분 뒤 계곡과 만난다. 유량도 적절하고 주변 풍광도 빼어나 잠시 쉬어가기에 적합하다. 이 계곡을 지나면 사실상 산책로 수준의 산길. 10분 뒤 운문산 자연생태 조사를 위한 일종의 텐트인 트랩도 지난다.

 산행은 이제 막바지. 계곡과 나란히 걷는다. 여유가 있으면 맘에 드는 계곡의 한 지점에 내려가 쉬어가면 어떠하리. 짧게는 3분, 길게는 9분 간격으로 네 번의 계곡을 지나 150m쯤 걸으면 갈림길. 딱밭재에서 1시간25분 소요. 좌측은 운문사 승가대학 학장인 법계 명성 스님의 처소인 죽림헌 방향, 산행팀은 직진형 우측으로 향한다. 잠시 후 다시 큰골을 건너면 사리암에서 운문사로 이어지는 포장로에 올라서고 여기서 입산통제 초소를 지나면 운문사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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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행의 날머리인 청도 운문사 전경.



#떠나기 전에-2만5000분의 1 지형도, 범봉 자리에 억산 표기 오류

 이번 산행의 들머리와 날머리는 각각 천년고찰 대비사와 운문사. 모두 비구니 사찰이다. 신라 진흥왕 557년 한 선승이 청도 호거산(지금의 호거대)에 들어와 3년 동안 수도를 한 후 절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 스님은 현 운문사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산허리 갑(岬)' 자가 들어가는 '오갑사(五岬寺)'를 7년 만에 완성했다. 동쪽의 가슬갑사, 서쪽의 대비갑사, 남쪽의 천문갑사, 북쪽의 소보갑사 그리고 중앙의 대작갑사가 바로 그것. 대작갑사와 대비갑사는 각각 지금의 운문사, 대비사이며 나머지 세 갑사는 폐사돼 찾을 길이 없다.

 그 흔한 일주문이나 천왕문조차 없는 대비사는 그야말로 심산유곡 깊은 산골에 위치한 절집. 단청이 모두 벗겨져 고풍스러운 맛이 물씬 풍기는 맞배지붕의 보물 제834호 대웅전이 우선 눈길을 끈다. 이곳에선 깨진바위로 불리는 독특한 형상의 억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종점인 박곡(리) 도로변에 위치한 보물 제203호인 박곡리 석가여래좌상도 챙겨보자. 석굴암과 시기와 양식이 비슷한 이 불상은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날머리 운문사는 설명이 필요없는 아름다운 사찰. 노송들의 빼어난 각선미는 언제 봐도 가슴을 뛰게 하고 천년기념물인 500년 된 처진소나무는 언제봐도 정감이 간다. 경내에선 남쪽으로 운문산이 포근하게 다가오고, 북동쪽으로 운문사보다 먼저 창건된 북대암을 품은 지룡산의 암봉이, 북서쪽으로는 호랑이가 의연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한 호거대(등심바위)가 손에 잡힌다. 수줍게 총총걸음을 옮기는 비구니들도 정겹다. 불전사물도 놓치지 말자. 법고 목어 운판 범종 순으로 시방세계에 어둠을 알리는 일종의 의식이다. 불전사물을 두드리는 이가 모두 이승이며, 50여 명의 동료 학인스님들도 예를 갖추고 함께 동참해 눈길을 끈다. 또 한 가지. 국토지리정보원이 발행하는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범봉의 자리에 억산이라 표기돼 있고, 억산 자리에는 그냥 깨진바위라고 적혀 있다. 첨언 하나 더. 천문지골 학심이계곡 등 운문사를 끼고 있는 계곡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므로 하산길에 물가로 내려 몸을 씻는 행위는 삼가주시기 바란다.

#교통편-운문사에선 사리암 오가는 직행버스 이용하면 편리

열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부산역에서 청도행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6시45분, 7시55분, 9시10분, 10시30분에 출발한다. 1시간 걸리며 4800원(주말 5000원). 청도역에서 길을 건너 인근에 위치한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고 동곡에서 내린다. 오전 9시20분, 10시10분, 10시50분에 있다. 1시간 걸리며 3500원. 동곡정류장에서 들머리 대비사에 가기 위해선 박곡(리)에서 내려 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오전 9시45분, 11시30분. 1000원.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동곡정류장 입구에 있는 개인택시(054-372-3066)를 이용하면 된다. 9000원.

 날머리 운문사에선 부산역에서 사리암을 오가는 직행버스(011-507-8801)를 타면 된다. 오후 4시30분(토요일만 오후 4시) 출발. 7000원. 이 버스를 놓쳤을 경우 청도로 가서 열차를 타야 한다. 청도행 버스는 오후 3시50분, 4시50분, 5시40분, 7시15분(막차). 3500원.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1시54분, 5시51분, 6시15분, 6시40분, 7시52분, 9시40분에 있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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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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