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지만 힘 넘치는 근육질의 핸섬가이

기암절벽에 빼어난 근육질의 헌걸찬 암봉
들머리 병산마을서 장군봉까지 새로 개척
금귀봉 보해산 미녀봉 수도산 양각산 등 보여
장군 빼닮은 장군바위, 거북바위 등 눈길
하산길은 영동 천태산 암릉길 연상돼 시원

※장군봉과 가조벌판을 두고 마주보고 있는 미녀봉과의 전설.

옛날 바다였던 이곳에 장군이 탄 나룻배가 표류하고 있었다. 이를 본 옥황상제가 장군을 구하기 위해 도력이 뛰어난 자기 딸을 지상으로 내려보냈다. 하지만 옥황상제의 딸과 장군은 첫 눈에 반해 둘은 사랑에 빠졌다. 장군을 구해주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옥황상제는 이를 보고 노해 "너희 둘은 영원히 산으로 변해 누워 있으라"는 형벌을 내렸다. 그래서 미녀봉이 지금의 이 자리에 생겨나고 그 북쪽에 장군봉이 솟아나게 되었다.

두 봉우리는 가조 들녘을 중심으로 마주보고 있다. 장군봉은 바위봉으로 한눈에 남성적임을 알 수 있고 미녀봉은 말그대로 여성적이다. 두 봉우리의 해발고도가 935m로 같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전설을 참고, 기사를 읽으면 재미도 있고 실감도 난다. 참고로 미녀봉 기사는 이 글 앞에 올려놓았다. 참고하시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행 전 산 아래에서 본 장군봉. 전형적인 근육질의 암봉이다.
 

이번 주 산행지는 거창 장군봉. 해발 1000m 이상의 고봉만 25개나 되는 '산의 고장' 거창에서 사실 장군봉은 명함 내밀기가 약간은 쑥스럽다. 가조 벌판을 둘러싸고 있는 가조면에서도 우두산(별유산)이나 의상봉 미녀봉 등의 명성에 가려 역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 실상은 판이하게 달랐다. 암봉 자체도 기암절벽의 빼어난 근육질을 갖추고 있는 데다 장군봉에서 바라보는 이웃 암릉 또한 거칠지만 힘이 넘친다. 여기에 인적 드문 호젓함까지 갖췄으니 금상첨화라 아니할 수 없다.

하산길의 암릉길 또한 여느 명산 못지않게 수려한 데다 날머리로 향하는 마지막 산길 또한 예스럽고 운치 있어 깔끔하게 산행이 마무리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군봉에선 미녀봉이 보인다. 미녀봉은 장군봉 산행 내내 줄곧 시야에서 떠나질 않는다.   
 

산행은 가조면 사병리 병산마을~고려삼베 사무실~묘지(너른터)~장군바위~장군바위 전망대~추모비~거북바위~돌탑봉~장군봉~장군재~888봉(삼각점)~작은바리봉~고견사 주차장 갈림길~밀성 박씨 납골당~가조면 수월리 용당소 마을 순. 걷는 시간만 4시간10분 정도이며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들머리인 밀양 변씨 집성촌 병산마을 입구 사병리 병산버스정류장에 내리면 '병산마을의 유래'라 적힌 안내판이 서 있다. 포장로를 따라 마을로 들어서면 사거리에 닿는다. 우측 벽면에 '협동창고 병산새마을회관'이라 적힌 글귀가 보인다. 왼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길 좌측의 암봉이 보해산, 그 왼쪽 뾰족봉이 금귀봉이다. 춘당 변중량의 문집 춘당집과 춘정 변계량의 문집 춘정집이 보관된 산천재를 지나면 갈림길. 운치있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도열해 있는 우측, '고려삼베' 방향으로 향한다. 곧 '고려삼베' 사무실을 지나 포장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간다. 정면 저 멀리 장군봉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이내 갈림길. 우측으로 발길을 옮기면 경운기가 다닐 정도의 거친 임도 수준의 길이 기다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거창 장군봉의 상징인 장군바위.
 
4, 5분 뒤 능선으로 치고 오르기 위해 우측 송림으로 오르며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30m 전방은 가시오가피밭.

잠시 송림길을 가로질러 등산로와 만나면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오른쪽은 능선의 끝지점인 '고려삼베'에서 올라오는 길. 부드러운 흙길에 솔가리가 두텁게 덮여 마치 융단을 밟는 기분이다. 산길은 자연스레 우측으로 휘면서 폭이 좁아지고 된비알로 변한다. 동시에 좌측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앞서 본 금귀봉과 보해산 그리고 보해산의 들날머리인 용산리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군봉의 상징인 장군바위가 칼을 들고 주변을 정찰하면서 가조 벌판 뒤로 마주보고 있는 흠모하는 연인 미녀봉을 쳐다보고 있다. 전설의 내용과 어쩜 이리도 일치하는지.


정면에 엄청나게 큰 급경사 바위가 앞을 가로 막는다. 오르려고 시도해 봤지만 불가능해 좌측으로 우회한다. 토끼벼루 같은 소로이다. 곧 갈림길. 우측으로 올라 집채만한 바위를 힘겹게 오르다 보니 자연스레 좌측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일순간 산사태의 상흔이 뚜렷한 지점에 닿는다. 나무가 쓰러져 있고 절벽에 금이 가 있어 약간의 물리적 충격만으로 사태가 재발할 것 같은 상태이다. 다행히 6, 7m쯤 못가 우측으로 길이 열려 있다. 이후 바위길을 치고 오르면 양지바른 묘지에 닿는다. 묘지 좌측 바위에 서면 정면 보해산을 기점으로 우측 뒤로 삼봉산 불영산 흰대미산 양각산 수도산이, 뾰족봉인 금귀봉 왼쪽으로 황석산 괘관산, 오른쪽으로 금원 기백산이 확인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왼쪽은 장군바위 전망대에서 본 장군봉(맨 오른쪽 암봉). 우측은 정상 직진 돌탑봉에서 바라본 의상봉 암릉.

 
묘지 뒤로 곧장 된비알로 돌변한다. 집채만한 바위를 오르다 옆으로 빠진다. 잠시 오르면 멋진 입석을 만난다. 바윗길은 한동안 지속되다 푹신한 낙엽길로 바뀐다.

계속되는 된비알. 7분쯤 뒤 우측 소나무 사이로 바위가 하나 서 있다. 그토록 찾던 장군바위였다. 코끼리에 올라 코끼리를 볼 수 없듯 잠시 오르면 우측 전망대가 기다린다. 장군바위가 또렷하게 관찰된다. 영락없는 장군이 칼을 들고 주변을 정찰하면서 마주보고 있는 흠모의 연인 미녀봉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다. 장군바위 좌측으로 가조 벌판 너머 미녀봉과 오두산 장군봉 단지봉 좌일곡령 수도산, 돌불꽃 가야산도 조금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녀봉은 장군봉 산행 초입부터 하산할 때까지 잠시도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좌측으로 우회해 돌면 대구의 여성 산악인 추모비. 바위 아래로 내려선다. 낙엽이 발목을 덮는다. 이따금 우측으로 뒤돌아보면 장군바위가 보인다.

이쯤부터 점차 길은 거칠어진다. 바윗길과 돌길, 된비알이 반복되고 때론 잡목도 헤치고 나아가야 된다. 재미는 있지만 체력 소모 또한 커 어깻죽지에 땀이 찰 정도이다. 어떤 전망대에선 장군바위와 들머리의 '고려삼베' 건물이 확인된다. 또 오르면 오를수록 조망이 더 넓어져 왼쪽으론 가야산과 덕유 주능선이, 오른쪽으로 지리 주능선이 새롭게 시야에 들어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군봉 정상(왼쪽).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조형물이다. 우측은 하산길의 (작은)바리봉.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상에서 내려와 뒤돌아본 장군봉(가운데). 왜 장군봉으로 명명됐는지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위엄이 있고 힘이 넘친다.



추모비에서 45분쯤 뒤 약간 너른 터. 잠시 숨을 돌리고 정면 농짝만한 바위 좌측으로 간다. 장군봉까지의 이 길은 전체적으로 암릉 구간으로 크고 작은 요철이 있지만 그렇다고 사실 엄청나게 힘이 드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장군봉으로 다가감에 따라 좌측으로 지남산과 의상봉 우두산도 보인다.

눈길 끄는 바위가 있다. 신경을 곧추 세우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거북이 연꽃을 향해 오르는 형상의 거북바위와 연꽃바위이다. 여기서 7분이면 무명봉인 돌탑봉에 닿는다. 상봉인가 싶었지만 정상석이 없어 다시 7분쯤 더 가면 '장군봉 953m'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조형물이 서 있다. 조망은 없지만 하산길의 암릉은 한눈에 보인다. 험한 데다 갈 길이 아주 멀다.

하산은 직진한다. 이때부터 산길은 앞서와 달리 반들반들하며 안내 리본이 자주 보인다. 2분 뒤 갈림길. 직진하면 의상봉(2.7㎞), 산행팀은 우측 장군재 방향으로 간다. 5분 뒤 장군재. 사거리다. 우측은 사병리 당동, 좌측 고견사 주차장 방향, 산행팀은 (작은)바리봉으로 직진한다. 한 굽이 오르면 갈림길. 진행 방향은 좌측이지만 잠시 우측으로 향한다. 장군봉 위용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왜 장군봉으로 명명됐는지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위엄이 있고 힘이 넘친다. 억산에서 수리봉으로 하산할 때 뒤돌아본 문바위와 농바위의 웅장함이 연상된다.

발걸음을 되돌려 2분 뒤 삼각점이 있는 888봉. 정면으로 암봉인 (작은)바리봉과 그 뒤로 비계산, 비계산 자인봉, 그 뒤로 미녀봉과 오두산이 보인다.

대체로 내리막 암릉길이지만 군데군데 운치있는 소나무와 조그만 암봉을 넘나드는 재미가 일품이다. 또 등로 좌측 지남산에서 의상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은 마치 용의 등줄기를 보듯 거칠고 힘이 넘친다. '충북의 설악'으로 불리는 영동 천태산의 하산길과 유사하다.

888봉에서 17분이면 (작은)바리봉으로 올라선다. 둥그스름한 바위가 널브러진 제법 너른 상봉에 서면 방금 지나온 장군봉을 비롯한 주변 조망이 한눈에 펼쳐진다. 발 아랜 암벽등반가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회백색의 바위와 저 멀리 고견사 주차장도 보인다.

밧줄을 잡고 힘겹게 내려오면 갈림길. (작은)바리봉 안부이다. 좌측 고견사 주차장, 우측으로 내려선다. 진짜 하산길이다. 보석같은 산길이다. 오룡산에서 임도를 거쳐 자장암으로 내려서던 마냥 걷고 싶던 길이 떠오른다. 28분이면 산을 완전히 벗어나 포장로로 이어지고, 여기서 7분이면 수월리 용당소 마을을 지나 주도로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가조면 동호식육식당 항정살 맛 일품
 
흔히 거창 장군봉의 들머리는 가조면 사병리 병산마을, 장기리 당동마을, 고견사 주차장 등 셋. 병산마을의 경우 소림사가 들머리였다. 하지만 산행팀은 장군봉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능선의 끝자락에서 산길을 새로 개척했다. 장군바위를 보기 위해서다. 들머리 인근에서 만나는 '고려삼베' 사무실 인근이다. 산행팀은 이곳을 기점으로 출발하려 했지만 법인 사무실이어서 약간 떨어진 송림 쪽에서 바로 능선 쪽으로 치고 올랐음을 밝혀둔다. 참고로 '고려삼베'와 소림사는 병산마을의 극과 극이다.

들머리 병산마을은 마을 뒤에 장군바위가 있어 장군이 있으면 병사가 있어야 한다며 병산(兵山)마을이라 명명됐다. 이후 일제강점기 때 군사용어라 해서 '병사 병(兵)' 자 대신 '병풍 병(屛)'로 고쳐 병산(屛山)마을로 불리게 됐다 한다.

산행 중 보이는 이정표 상의 바리봉은 작은바리봉을 의미한다. 바리는 스님들의 밥그릇을 뜻하는 바리때의 준말로 그 모양새가 닮아서 붙여졌다. 참고로 우두산(별유산) 바로 옆의 암봉인 의상봉은 큰바리봉이라 불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맛집 하나 소개한다. 동호식육식당(055-942-1633). 가조면 소재지 마상리 사거리에 위치한 22년 전통의 생고기 전문점이다. 생삼겹 생목살 항정살(이상 사진) 가브리살 한우 등의 고기맛이 일품이다. 갈비탕도 아주 맛있다. 생고기도 싸게 살 수 있다.
  

◆ 교통편- 현풍나들목 지난달 30일 개통, 숨통 트여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40~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만2200원. 2시간40분 소요. 거창터미널에서 가북행 군내버스(서흥여객·055-944-3720)를 타고 사병리 병산마을 입구에서 내린다. 오전 8시30분, 11시10분에 있다. 2600원. 군내버스 정류장은 거창터미널에서 나와 왼쪽으로 가다 다리(중앙교)를 건너면 만나는 중앙시장 안에 있다. 도보로 6, 7분.

날머리 수월리 용당소 마을에서 가조까지는 대중교통편이 없다. 개인택시를 이용하든지 걸어가면 된다. 700m쯤 된다. 가조에서 거창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30분, 4시10분, 4시40분, 5시10분, 5시30분, 5시50분, 6시20분, 6시40분, 6시50분에 있다. 거창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 5시50분, 6시40분(막차)에 출발한다. 부산행 막차를 놓쳤다면 서대구터미널로 가서 지하철을 이용, 동대구역에서 부산행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중부내륙(구마)고속도로 현풍IC~현풍분기점서 광주 방향~88고속도로 가조IC~가조 방향 1099번 지방도(장군봉 소림사 우두산 방향)~김천 거창 1084번 좌회전~가북 1099번 우회전~(사병교 직전)병산리 우회전~병산마을. 들머리와 날머리는 2㎞ 조금 안됨. 택시를 부르면 편리하다. 개인택시(055-943-8868). 6000원.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미의 산으로 알려진 금오산, 이번엔 칠곡군에서 올라
일명 눈물폭포와 선녀탕, 경북 칠곡 금오동천 경관 압권
9부 능선 축구장 면적 절반 되는 평지, 조선 땐 전략적 요충지
절벽 아래 위치한 약사암, 부처바위, 굴법당 등 볼거리 많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4폭포 및 벅시소(왼쪽)와 제4폭포에서 제3폭포로 가는 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3폭포 및 용시소(왼쪽)와 제2폭포 및 구유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목욕 중 용마가 사라져 천상으로 오르지 못한 선녀가 옥황상제께 하늘나라로 올라가게 해달라고 눈물로 기원하던 높이 15m의 일명 눈물폭포는 수려한 경관으로 많은 산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우리나라 도립공원의 효시, '경북 8경' 중 하나, 경북의 '금강산'. 금오산 앞에는 언제나 이같은 수식어가 떠나질 않는다. 수려한 경관뿐 아니라 답사를 왔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역사 속의 볼거리가 곳곳에 보석처럼 쏙쏙 박혀 있기 때문이다.

 경북 구미시 칠곡군 김천시 등 3개 시군에 걸쳐 있는 금오산은 이름부터 우선 의미심장하다. 신라에 불교를 전한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구미땅에 머물 때 태양에 산다는 황금까마귀, 금오(金烏)가 이 산의 노을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본 후 명명했다고 전해온다.

 산세 또한 독특하다. 품안으로 들어서면 8부 능선쯤에 뜻밖에도 너른 분지가 형성돼 있으며 그 아래쪽은 칼날같은 절경의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이는 천혜의 요새로 이어져 우리 선조들은 고려 때부터 조선시대까지 왜적의 침입에 대비해 산릉을 따라 성을 구축, 군사적 요충지로 활용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르막의 끝, 성문 입구(왼쪽)와 여기서 50m쯤 가는 만나는 산상 습지.


 수년 전 북릉에 해당되는 구미 코스를 소개한 산행팀은 이번엔 칠곡 쪽에서 금오동천을 품은 남릉을 통해 올랐다. 금오동천길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북릉 코스에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금오산을 금정산에 비유하자면 널리 알려진 구미 코스는 동문 내지 범어사 코스라 할 수 있고, 칠곡 쪽 금오동천 코스는 아직도 인적이 드문 양산 쪽 코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축구장 규모의 절반인 성안(왼쪽)과 성안 내의 샘터인 금오정.

 산행은 칠곡군 북삼읍 숭오1리 금오식당~금오동천(1폭~4폭)~범바위~옛 집터~성문 입구(안내판)~습지~성안·정상 삼거리~성안(금오정)~금오산 정상(976m)~약사암~금오산 정상~헬기장~도수령·금오동천 갈림길~소림사·금오동천 갈림길~부처바위~석굴(법당)~소림사~석암사~금오사~굴암사~도로. 걷는 시간만 3시간40분. 하지만 도중 볼거리가 무궁무진해 산행 시간이 예상보다 더 걸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들머리는 '금오동천' 식당가의 맨 마지막집인 금오식당 옆으로 열려 있다. 입구엔 '폭포가는 길 1.2㎞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좁다란 오솔길로 7분쯤 갔을까. 벅시소(제4폭포)를 만난다. 사실 폭포라 하기에 좀 쑥스럽다. 소는 그대로 봐줄 만하다. 차라리 소 옆으로 솟은 병풍처럼 둘러쳐진 기암절벽에 더 눈이 간다. '벅시소'라 적힌 이정표를 보고 내려서면 폭포 상류 쪽과 만나므로 산길 좌측 기암절벽이 보일 때 계곡 쪽으로 내려가야 폭포 밑으로 내려서게 된다. 유의하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금오산 정상 현월봉(왼쪽)과 약사암의 일주문인 동국제일문.

 용시소(제3폭포)는 벅시소에서 6분 뒤. 산길도 있지만 그냥 계곡을 따라가면 만난다. 앞서 본 폭포에 비해 높이는 더 높지만 소는 오히려 좁다. 폭포 좌측 암벽을 타고 한 굽이 더 올라서면 그제서야 제법 폭포다운 폭포가 숨어 있다. 제2폭포와 구유소이다. 골짜기에 박힌 해골을 닮은 바윗덩어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일품이다. 이번엔 폭포 우측으로 올라선다. 바위가 계단식으로 홈이 패어 있어 오르는 데 별 문제는 없다.

 용시소에서 100m쯤 더 올랐을까. 선녀탕(제1폭포)이라고 적힌 제법 큰 안내판이 서 있고, 그 우측으로 제1폭포와 선녀탕이 숨어 있다. 안내판을 읽고서야 궁금증이 비로소 풀린다. 선녀탕은 용마를 타고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가 목욕을 했던 곳이며, 제1폭포는 목욕 중 용마가 사라져 천상으로 오르지 못한 선녀가 옥황상제께 하늘나라로 올라가게 해달라고 눈물로 기원하던 곳이라 일명 눈물폭포라 불린단다. 또 용마가 물을 마신 곳이 구유소, 몸을 씻은 곳이 용시소이다. 하지만 벅시소에 대한 언급은 없다. 15m 높이의 눈물폭포는 그 사연과 달리 위압적이기까지 하다.

 눈물폭포를 지나면서 금오동천 골짝은 산세가 완전히 달라진다. 4개의 소와 폭포가 눈요기를 듬뿍 시켜준 초반부와 달리 이후 산길은 다소 지루할 정도로 끊임없이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절묘한 위치에 자리잡은 약사암 삼성각(왼쪽)과 하산길 전망대에서 본 금오산 정상 및 약사암의 절승.


 산길은 폭포 우측 침목계단으로 이어진다. 침목계단 끝 지점이 자연관찰로와 만나는 지점이다. 7분 뒤 자연관찰로가 끝나는 지점이라 이를 정리하는 종합안내도와 돌탑이 서 있다.

 계곡을 건넌다. '정상 2.6㎞, 성문 1.7㎞'라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산길은 반듯해 길찾기엔 전혀 문제가 없다. 금오산성 및 등산안내도가 나란히 서 있는 성문 입구까지는 1시간쯤 걸린다. 애오라지 숲길이며 도중 끊어졌다 이어지는 물길은 정확히 네 번 건넌다. 범바위도 지나며 딱 한 번 숲을 벗어난다. 화전민들이 살았던 옛 집터로 지금은 잡풀이 우거져 있다. 운이 좋으면 산뽕나무 열매인 오디도 맛볼 수 있다.

 오름길의 끝, 성문 입구서부턴 신기하리만치 경사가 사라진 평지이다. 안내판에서 50m쯤 가면 산상 습지. 낙엽송 한 그루가 쓰러져 있는 이곳엔 한눈에 봐도 개구리들이 한가롭게 물질을 하고 있다.

 이내 삼거리. 우측 정상으로 바로 가는 대신 좌측 성안을 거쳐 정상에 오르기로 한다. 성안 가는 길은 호젓함을 넘어 으스스한 숲길이다. 나무다리 건너 만나는 성안은 축구장 면적의 절반쯤 되는 평지. 금오정(金烏井)이란 샘이 길섶에 있고 한 켠에는 대피소로 이용되는 정자 둘과 목장승 및 돌탑이 서 있다. 이곳 성안에서 분출하는 물은 금오산 주계곡인 대혜골 명금폭포를 거쳐 금오산저수지로 채워진다.

 산속에 이처럼 평지에 물이 많다 보니 조선시대 외적의 침입에 대비, 3500명의 군사가 주둔했고 이후에도 쭈욱 주민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지 않았나 싶다. 성안에선 비로소 정상이 보인다. 성안 입구로 되돌아가 나무다리를 건너 왔던 길로 가지 않고 좌측으로 향한다. 30m쯤 가면 고색창연한 비석이 보인다. 조선 고종 때 만든 금오산성 중수송공비이다.

 8분 뒤 갈림길. 오른쪽은 금오동천 방향 즉 하산길, 왼쪽 정상으로 향한다. 9분 뒤 집채 만한 바위 옆으로 경사진 암반을 오르면 시야가 트인다. 좌측 칠곡, 정면 김천, 우측 뒤가 구미이다. 발밑에는 신기하리만치 방금 지나온 성안 지역이 푹 꺼진 독특한 산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 정상을 향해 숲으로 들어선다. 정상 직전 옛 미군 부대였음을 알리는 철조망 앞에서 잠시 이정표를 눈여겨보자. 우측 북삼(금곡) 방향이 향후 산행팀의 최종 하산로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약사암 범종루를 연결하는 구름다리 옆 전망대에서 바라본 구미시가지. 한 일 자로 펼쳐지는 백사장과 물줄기가 영남의 젖줄 낙동강이다.


 '금오산 현월봉(懸月峰)'이라 적힌 정상석은 크지만 초라하다. 바로 옆에는 엄청난 높이의 KBS송신탑이 흉물스럽게 서 있기 때문이다. 서쪽으로 삼도봉 민주지산 황학산 등 백두대간 산줄기가, 남서쪽으로 가야 수도산이, 동으로 팔공산이 시원하게 펼쳐져야 하지만 아쉽게도 날씨가 좋지 않아 볼 수 없다.

 정상석 아래 열린 길로 내려선다. 신라 고승 의상이 참선했다고 전해오는 약사암이다. 정상 암봉 바로 아래 위치해 있다. TBC 송신탑을 지나면 제법 너른 길과 만난다. 좌측은 대혜골을 거쳐 구미 쪽 관리사무소로 내려가는 길, 산행팀은 일주문인 '동국제일문'으로 간다. 하늘을 찌를 듯한 절벽 사이, 산꾼들이 흔히 말하는 통천문을 통과하면 만난다. 절벽 위 오롯이 터잡은 약사암에 서면 낙동강 품에 안긴 구미시와 발아래 금오산 도립공원 입구가 한눈에 펼쳐진다. 여기에 구름다리로 연결해놓은 범종각은 여느 암자에서도 만날 수 없는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산길 전망대에서 본 칠곡군 북삼읍 일대. KTX 철로가 북삼읍을 가로지르며 시원하게 펼쳐진다.


 다시 정상으로 올라 미군 부대 철책을 따라 이정표가 가리키는 '북삼(금곡)' 방향으로 향한다. 헬기장을 가로질러 급내리막길로 내려선다. 곳곳에 산성 흔적이 역력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명 (미륵)부처바위(왼쪽)와 굴법당.

 13분 뒤 갈림길. 이정표가 없어 헷갈리기 쉬운 지점이다. 우측은 성안 방향, 산행팀은 좌측으로 오른다. 이는 성벽 따라 내려오는 길과 만난다. 곧 이어 만나는 전망대에선 금오산 정상 암봉과 그 절벽 아래 약사암 및 범종각이 보인다. 한 폭의 그림같다.

 6분 뒤 갈림길. 좌측 도수령 방향 대신 금오동천 방향으로 직진한다. 7분 뒤 또 갈림길. 직진하면 원점회귀가 되지만 볼거리가 많은 좌측 굴암사 소림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6분 뒤 너른 전망바위를 지날 때면 저멀리 보현산과 팔공산이, 발아랜 칠곡군 북삼읍과 KTX 철길도 보인다.

 이어지는 내리막길. 밧줄을 잡고 내려오면 독특한 형상의 바위가 눈에 띈다. (미륵)부처바위다. 인근에는 움막을 짓고 사시사철 치성을 드리는 팔순을 바라보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부처바위 아래 갈림길에선 우측 대신 좌측으로 내려가야 굴법당을 바로 만난다. 우측 탑 쪽으로 내려서도 하산에는 관계없지만 굴법당을 지나치기가 쉽단다.

 밧줄에 의지하고 철계단을 내려서면 굴법당. 자연 석굴 안에 부처님을 모셔놓은 기도처다. 10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규모이다.

 굴법당을 지나면 사실상 산행은 끝. 독립가옥과 소림사를 지나면 산을 벗어나고,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석암사 굴암사 금오사를 지나 도로와 만난다. 굴법당에서 18분 걸린다.

#떠나기전에-산 정상 오래 전 철수한 미군 시설물 등 하루빨리 철거해야

혹자들은 흔히 금오산 하면 야은 길재 선생을 추모하기 위한 채미정, 도선 국사가 득도했다는 도선굴, 산을 울릴 정도로 물소리가 우렁차다는 명금폭포(대혜폭포) 등을 떠올리지만 이는 구미 쪽에서 오를 경우 만나는 볼거리다. 금오산 탐방객의 십중팔구가 구미 쪽 등산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금오산의 총면적은 37㎢. 구미 21㎢, 김천 칠곡이 각각 8㎢여서 사실상 구미의 산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산행팀은 칠곡 금오동천 코스로 올랐다. 해서 칠곡 금오산으로 표기했다. 이 코스는 호젓한 산행을 원하는 산꾼들이 늘면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추세이다. 참고로 금정산의 면적은 23㎢이다.

 금오산 정상은 흉측스럽기까지하다. 운용중인 방송사 송신탑은 그렇다 치고 오래 전 철수한 미군부대 시설물과 심지어 무선호출(삐삐) 송신탑까지 그대로 방치돼 있다. 산정은 각종 송신탑에 정신이 없고 산밑으론 고속철이 오가는 북삼터널이 뚫려 정기마저 빠지는 기분이다. 터널이야 어쩔 수 없지만 산정의 각종 시설물은 지자체가 정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처바위 옆에는 움막을 짓고 치성을 드리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부처바위 아래 갈림길에서 산행팀은 좌측으로 내려왔지만 우로 40m쯤 내려서면 돌탑이 하나 있다. 무미건조한 기존의 돌탑과 달리 제법 탑의 양식을 갖춘 세밀한 탑이다. 또 한 가지. 금오식당 옆 들머리 이전에 대형 '금오산 등산로 안내도' 옆으로 새 등산로가 열려 있다. 이는 학생들을 위한 자연관찰로. 물론 두 길은 벅시소 앞에서 만나므로 어느 길을 택해도 상관없다.

#교통편-경부고속도로 왜관IC서 나와 왜관 김천 방향 4번 국도 타야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를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왜관IC~왜관 4번 우회전~김천 구미 성주 4번 좌회전~김천 성주~김천 구미~김천~영동 김천~대형 금오산 도립공원 안내도 무시하고~복성삼거리서 영동 김천 남구미IC 직진~금오동천 안내판~공영 주차장 순. 평일엔 들머리 옆 금오식당 소유 주차장에 주차하면 되지만 주말에는 거리가 좀 떨어진 공영주차장에 세워야 한다. 100% 원점회귀가 안 되므로 차를 회수하기 위해선 택시(054-973-2233, 8250)를 불러야 한다. 택시는 소림사 아래 너른 터까지 올라온다. 넉넉잡아 10분이면 온다. 금오동천까지 1만 원.

 대중교통편을 이용할 경우 부산역에서 오전 7시55분 경부선 무궁화호를 타야 단 한 번뿐인 연계버스 시간이 맞다. 2시간 걸리고 9900원(주말 1만400원). 구미역에서 오전 10시10분 출발 62번 버스를 타고 금오동천 입구에 내리면 된다. 45분 걸리고 1850원. 날머리에선 택시를 불러 북삼읍(1만 원)으로 이동한 후 여기서 11, 111번 버스를 타고 구미역에서 내리면 된다. 각각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구미역에서 부산행 열차는 무궁화호 오후 4시56분, 5시30분, 6시41분, 8시30분, 새마을호 오후 4시59분에 있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