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산 이름은 산 아래 마을사람들이 산세나 산의 모양 그리고 지명 전설 등을 근거로 해 명명하거나 고서에 표기된 이름을 찾아 복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산의 진산 금정산 고당봉을 김해 사람들은 명필봉이라 부른다. 실제 김해지역에선 금정산이 마치 붓끝을 연상시키는 뾰족한 암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금정산 고당봉은 명필봉이란 닉네임을 갖고 있지만 공식 이름은 고당봉이다. 해서, 정상석에는 '금정산 고당봉'이라 적혀 있다.

산의 정상에 세워진 정상석에 적힌 이름이 공식적인 산이름인 셈이다.
10여 년 동안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매주 산행기를 싣고 있는 국제신문 산행팀은 국토지리정보원이 발간하는 지형도에도 없는 산 이름을 적지 않게 발굴했다. 현지 마을의 어르신이나 산속 암자의 노승, 그리고 문헌 등을 통해 자칫 영구히 묻혀버릴 수도 있는 산 이름을 발굴했다. 대표적인 곳이 양산 천마산, 경주 정족산, 울산 배내봉 등. 이런 산은 이제 시간이 흐르면서 국내 주요 산 전문 사이트에도 이름이 오르고, 정상석도 세워지고 있다.

'정상석!'. 산꾼들은 이 정상석을 참 좋아한다. 사실 산이 좋다고 하지만 막상 급경사 된비알을 오르다 보면 힘이 드는 게 인지상정. 이 때문에 정상에 오르면 해냈다고 성취감과 함께 더이상 오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그렇게 정상석이 고마울 수 없다.
 
 오랫동안 산행을 담당해온 기자는 지금까지 산행 도중 정상석과 관련, 보고 들은 적지 않은 사연을 몇 가지 소개한다.

 먼저 밀양 금오산(761m).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딸기를 재배한 시배지인 삼랑진읍에 우뚝 선 금오산은 고려말 충신 야은 길재의 충절이 서려 있는 구미 금오산과 남해 보리암과 기도 효험이 빼어난 향일암을 품고 있는 여수 금오산에 비해 지명도는 낮지만 헌걸찬 근육질의 암봉에 영산알프스 산군이 시원하게 펼쳐져 알토란 같은 숨은 명산이다. 여기에 보석 같은 낙엽길이 이어져 적지 않은 산꾼들이 즐겨 찾는다.

금오산 정상석 왼쪽 뒤 바위 위에는 과거 어떤 비석 내지 정상석을 세웠다 떼어낸 흔적이 역력하다. 이곳이 바로 경남고 모 기수 동기생들이 정상석을 세운 흔적이다. 

 이 금오산 정상에는 정상석과 관련한 웃지 못할 사연이 하나 있다. 오래 전 경남고의 모 기수 동기생들이 이곳 금오산 정상에 정상석을 세우고 그들의 모산으로 정했다. 세월이 흘러흘러 밀양시가 정상석을 세우기 위해 금오산에 올라보니 시유지에 불법(?)으로 세운 정상석이 하나 서 있지 않은가. 이후 시는 수소문 끝에 해당 경남고 동기회에 정상석의 철거명령 최고장을 보냈다. 현재의 정상석 옆 철거 자국은 바로 당시의 웃지 못할 해프닝 때문에 남은 흔적이다.

 다음은 부산 철마산.
지난해 '부산 5산 종주'를 세 차례에 걸쳐 끝낸 기자는 두 번째 구간 마지막 봉우리인 부산 기장군 철마산을 어둠이 시작되는 오후 7시께 올랐다. 조그만 정상석과 커다란 정상석이 나란히 서 있었다. 문득 기자는 4년 전 이들 정상석 때문에 큰 곤혹을 치렀던 생각이 떠올라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조그만 정상석이 서 있는 철마산 정상.
조그만 정상석 옆에 커다란 정상석이 서 있는 철마산 정상.

내용은 대충 이렇다.
산행팀은 4년 전인 2005년 3월 거문산~철마산 코스를 소개했다. 당시 산행팀이 철마산에 올랐을 땐 지금의 커다란 정상석 대신 바로 옆의 조그만 정상석만 하나 달랑 있었다.

문제는 산행팀이 다녀간 뒤부터 신문에 소개되기까지의 10일 정도 되는 기간 중에 부산의 '철마거문산악회' 회원들이 조그만 정상석 바로 옆에 커다란 정상석을 세웠다는 것. 산행팀은 거문산~철마산 기사가 나가기 전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평소에는 전혀 취급하지 않던 정상석 사진을 그날따라 신문에 게재까지 했으니 여러 곳에서 문의전화가 올 수밖에.
전화내용이 거의 다 이랬다. "산행팀 정말로 철마산에 간 것이 확실합니까" 아니면 "신문에 난 그 사진은 언제적 사진입니까". 기자가 변명 아닌 변명을 한 것은 당연지사.
신문을 보고 철마산을 찾은 한 지인은 신문에도 없는 커다란 정상석이 새로 생긴 사실을 보고 그날 정상에서 모두들 "국제신문 산행팀이 정말 다녀간 것 맞냐"는 뼈있는 농담을 했다고 전했다.

아마 문의전화가 한달쯤 계속된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사건(?)이었다.

부산 기장의 철마산 옆 억새군락지이지 빼어난 전망대인 574봉 돌탑 옆에 지난해 8월 부산의 모 산행단체가 정상석을 하나 세웠다. 그 이름은 뜻밖에도 당나귀봉. 이해할 수 없는 이름이었다. 알고 보니 '신과 한 만남'의 약어였다.
사진 가운데 달음산과 그 뒤로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억새군락지이지 전망대인 574봉. 

 574봉 돌탑 옆에 '당나귀봉 574m'라고 적힌 정상석이 하나 서 있다.

'당나귀봉'이라 불리게 된 이유가 적혀 있다.

'당나귀봉'이라 적힌 정상석 뒤로 천성산이 보인다.


 

다른 각도에서 본 '당나귀봉' 정상석. 저 멀리 보이는 암봉은 달음산.

'당나귀봉'이라 적힌 574봉 옆에는 철마산이 손에 잡힌다. 이 때문에 산행팀은 574봉을 '철마산 중봉'이 적당할 듯 싶다.


당시 동행한 이창우 산행대장은 "산깨나 좀 탄다는 산꾼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 발생했다"며 "굳이 정상석을 세우려면 574봉이 철마산의 전위봉임을 감안할 때 '가지산 중봉'처럼 '철마산 중봉'이나 소산벌 뒷산이기 때문에 '소산봉'쯤으로 명명했다면 모든 산꾼들이 수긍하며 박수를 쳤을텐데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를 품은 장산과 능선으로 이어지는 기장군의 수령산도 산꾼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준다.
 장산에서 수령산으로 이어지는 대형 안내판과 도중에 만나는 조그만 이정표에는 산성산과 수령산이 줄곧 혼영돼 초행자들에게는 다른 산이라는 암시를 주더니 막상 산 정상에는 '수령산(성산)'이라 적힌 정상석이 서 있다. 

'기장 수령산'이라 적힌 이정표.
'산성산'이라 적힌 이정표.
대형 안내판 약간의 우측 상단에는 산성산이라는 표시가 보인다. 

 기장산성의 흔적.
수령산(성산)이라 적힌 정상석. 산불초소 우측으로는 광활한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산행팀은 산행 도중 한번만이라도 '산성산(수령산)'이라고 표기했으면 큰 혼란을 야기시키진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또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수령산 정상 직전에 '기장산성'이라는 안내판을 보고서야 오래 전에 (기장)산성이 있어 산성산이라는 이름이 있었구나 하는 확신을 가졌다. 이쯤 되면 기장의 관련 공무원들은 모두 징계 내지 집에 가야 되지 않느냐는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이 기사가 나간 후 기장군에서는 산행팀에 이정표와 관련한 문의전화를 걸어왔다. 산행팀이 지적한 기장군의 엉터리 이정표는 사실 수령산뿐 아니라 여렷 있다.
산행팀은 본대로 느낀대로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러곤 이후 생업(?) 때문에 확인을 하지 못했다. 시간이 나는 대로 확인 후 결과를 포스팅할 계획이다. 

 부산의 진산 금정산의 '파류봉'에 세워진 '파리봉'이란 정상석은 산행팀에게 큰 곤욕을 안겨줬다. 파류봉은 금정산성 제1망루 북쪽에 위치한 하나의 준봉. 참고로 제1망루 남쪽에는 상계봉이 위치해 있다.

 파류봉에는 부산의 모 산악회가 '파리봉'이라는 정상석을 세워 놓았다. 국제신문 산행팀은 산행기에서 파류봉이라 언급하고 지도에는 파류(파리)봉이라 표기했다.
 이에 한 독자는 정상석에 엄연히 '파리봉'이라 적혀 있는데 산행팀이 '파류봉'이라 적었다는 이유로 전화를 걸어 틀렸다고 항의를 하지 않는가. 부산시가 공식적으로 세운 정상석도 아닌데 말이다.

 적지 않은 자료를 뒤져봐도 딱히 어느 것 하나 '이것이 맞다' 라고 입증할 문구는 없다. 산행팀도 당시 고민이 많아 가까운 지인들에게 문의를 해본 결과 파류봉이 일반적으로 많이 회자된다는 사실에 입각해 파류봉으로 사용했음을 밝혀둔다.

 이와 관련, 부산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산악회는 산 정상에 정상석을 세울 수 없다"고 말한 후 "그 정상석으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야기 된다면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원론적인 답만 했을 뿐이었다.


 '파리봉'이라 적힌 정상석.

해운대서 출발, 걷는 시간만 5시간20분
장산에서 바라보는 해운대·광안대교 일품
산성산에서 보는 광활한 동해바다 황홀
기장군, 산성산 수령산 이정표 통일해야


해운대 장산 정상 바로 아래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갈림길에 서면 부산의 대부분 산과 해운대 광안리 앞바다는 물론 남항 북항 영도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보기 드문 멋진 전망이다.   


이번 주 산행지는 '부산의 5산 종주 코스'라 불리는 산악마라톤 코스다. 얼핏 산행팀이 잠시 외도를 한 것처럼 비춰지겠지만 산꾼들의 입장에선 엄연히 산악마라토너들이 영역을 침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부산의 5산 종주 코스는 어딜까. 해운대 장산(634m)~기장 아홉산(360m)~철마산(605m)~금정산 고당봉(802m)~백양산(642m).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봉수대가 위치한 간비오산~옥녀봉~중봉~장산~수령산(산성산)~쌍다리재~아홉산~곰내재~문래봉~철마산~지경고개~계명봉~범어사 임도~고당봉~원효봉~의상봉~동문~산성고개~대륙봉~제2망루~만덕고개~만남의 숲~불태령~백양산~어린이대공원 내 학생문화회관 순. 도상거리만 65㎞의 대장정이다.

대간 정맥 지맥 등 산꾼들이 흔히 말하는 '산줄기 잇기' 개념으로 접근하면 이 코스는 낙동정맥과 낙동정맥 천성산 721봉에서 갈라져 나온 용천지맥 일부 구간을 걷는 셈이다.

지도를 놓고 포인트를 찍어 보면 부산의 동쪽인 동백섬에서 출발해 부산을 반시계 방향으로 휘감아 돈 후 서쪽으로 골인하는, 항아리를 뒤집어 놓은 모양으로 바다 쪽 부분이 항아리 뚜껑에 해당된다.

웬만한 산꾼이라면 산발적으로 한번쯤은 다녀봤겠지만 일부 구간을 제외하곤 오르내림이 크게 심하지 않고 주변 풍광도 아주 빼어나다. 해운대해수욕장 광안대교 동해바다 영남알프스 낙동강 김해평야와 부산의 16개 구·군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산행팀은 이 '5산 종주 코스'를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하지만 산행팀은 일부 구간의 경우 그대로 답습하지 않았다. 지루한 임도 구간은 버리고 산행에 걸맞게 능선길로 이었다.

산행은 해운대구 우1동 운촌경로정~간비오산 봉수대~53사단 철책~옥녀봉~중봉~장산 정상 밑 갈림길~장산 정상~시계 방향으로 전진~군작전도로~억새밭~너른터(공군 제8120부대 갈림길)~사거리~삼거리(산성산 종합안내도)~헬기장~샘터~잇단 벤치~안적사 갈림길~잇단 철탑~남나기(농장)~산성산 등산안내도~산성산(수령산·성산)~영락동산~기장군 기장읍 쌍다리재(14번 국도) 순. 걷는 시간만 5시간20분. 도심의 산이라 거미줄처럼 산길이 얽혀 있어 간혹 헷갈리지만 큰 무리는 없다.



지하철 2호선 동백역 2번 출구로 나와 해운대역 방향으로 4분쯤 가면 '7번가 피자'와 'GS 조은하루주유소'를 만난다. 그 사이 작은 골목이 들머리다. 계단을 올라 철길을 건너면 바로 산이다. 그 오른쪽엔 운촌경로정. 입구에 '간비오산 0.6㎞, 장산 4.5㎞'라 적힌 이정표와 '부산 5산 종주 트레일런' 코스의 기점임을 알리는 조그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해운대에서 이처럼 채 1분도 안돼 산으로 올라선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한 굽이 올라서면 체육공원. 우측으로 50m쯤 올라서면 갈림길. 좌측 오름길로 올라서면 비로소 탁 트인 바다가 가슴에 안긴다. 그랜드호텔과 글로리콘도 뒤로 해운대 앞바다가 펼쳐지고 저 멀리 수평선이 희미하나마 손에 잡힌다.


간비오산 봉수대에서 본 장산 중봉 옥녀봉.

간비오산 봉수대에서 본 광안대교. 저 멀리 영도 봉래산도 보인다.


10분 뒤 간비오산 봉수대. 고려말부터 갑오경장까지 700년간 해운포 일대로 침입한 왜적을 감시한 이곳 봉수대에 보면 해운대 이기대 오륙도 광안대교 금정산 용두산공원 대청공원 등 부산의 내로라 하는 명소와 향후 산행팀이 오를 옥녀봉 중봉 장산이 한눈에 확인된다.

이어지는 오름길. 3분 뒤 오거리 안부. 직진하는 두 갈래 모두 체육공원에서 만난다. 체육공원에서 다시 한 굽을 올라 삼각점이 위치한 170봉과 크고작은 돌탑 5기가 서 있는 사거리 안부를 올라서면 군부대 철책과 만난다. 산길은 철책과 나란히 달린다. 점차 가팔라진다. 곧 갈림길. 군부대는 좌측으로 산꾼들을 유도하지만 십중팔구는 우측으로 오른다. 유격장 장애물이 잇따라 나와 볼거리가 되는 데다 두 길은 이내 만나기 때문이다.   
 
의미있는 갈림길이 기다린다. 철책에서 20여 분. 좌측은 중봉과 옥녀봉 사이 안부로 올라서는 지름길 방향, 산행팀은 우측 옥녀봉 방향이다.


 옥녀봉에서 본 광안대교.

옥녀봉은 9분이면 올라선다. 소나무 아래 그늘진 크고작은 돌무더기 전망대다. 정상석도 서 있다. 5분쯤 내려가 체육공원에서 다시 10여 분 올라서면 중봉. 운치있는 소나무 아래 암봉에 서면 좌측으로 장산이, 정면으로 구곡산이 보인다.


 중봉(왼쪽)과 중봉에서 본 장산 정상.

 이제 목적지는 장산. 군부대가 주둔해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장산 정상 아래 갈림길은 중봉에서 29분이면 닿는다. 코 앞의 금련산 황령산 뒤로 시약산 구덕산 엄광산, 그 뒤로 가덕도 연대봉, 그 우측으로 김해 보배산 마병산 굴암산이 보인다. 송정 해운대 광안리 이기대는 물론 남항 북항 영도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보기 드문 멋진 전망이다.

해운대 장산 정상 바로 아래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갈림길에 서면 부산의 대부분 산과 해운대 광안리 앞바다는 물론 남항
북항 영도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좀처럼 보기 드문 멋진 풍광이다.


철조망을 따라 좌측으로 향한다. 한 굽이를 틀면 그간 안 보이던 백양산 금정산과 수영강 온천천이 보이고 조금 더 나아가면 철마산 문래봉 곰내재 함박산 천마산 달음산 일광산 산성산 등 향후 오를 '5산 종주 코스'가 죄다 확인된다.

장산 정상 바로 아래 갈림길에서 좌측(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바라본 부산의 풍경.

 해운대 정상은 군부대가 주둔해 있다. 정상뿐 아니라 8부 능선쯤에도 군부대가 위치해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해운대해수욕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천혜의 조망을 갖춘 장산에 아직도 이런 군부대가 있다니 정말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곧 숲으로 들어선다. 7분 뒤 갈림길. 길찾기 유의할 지점이다. 왼쪽 내리막길은 반여동으로 가는 하산하는 길이지만 도중 우측 산성산으로 이어지고 오른쪽 방향은 10m 뒤 군작전도로와 만난다. 산행팀은 우측으로 간다. 작전도로를 따라 150m쯤 가면 공군부대 정문이어서 우측으로 100m쯤 내려서면 좌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과거 지뢰매설지역'이라는 안내판이 입구에 있고, 눈꼴 사나온 철조망이 산길과 나란히 내달린다. 8분 뒤 만나는 갈림길에선 직진하고 역시 8분 뒤 또 다른 갈림길에선 좌측으로 발길을 옮기면 억새군락지가 나온다. 넓지는 않지만 가을의 전령 억새를 만끽하기에는 그저 그만이다.

장산의 억새군락지. 아주 유명한 억새산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래도 한나절 가을 전령 억새를 맘껏 감상할 수 있다.
 
   
'장산마을'을 알리는 안내판 좌측으로 억새군락지를 가로질러 5분쯤 가면 너른터에 닿는다. 이정표 좌측 방향은 앞서 본 공군부대의 또 다른 진입로이고, 이정표 뒤 산길은 앞서 길찾기 유의할 지점에서 왼쪽 반여동으로 가다가 우측 산성산 방향으로 발길을 옮기면 이 길로 나오게 돼 있다. 결국 공군부대가 등산로를 막고 있어 한쪽은 군부대 좌측으로, 또 한쪽은 군부대 우측으로 에돌아 결국 만나는 지점이 이곳 너른터인 셈이다. 밤에 출발하는 산악마라톤 코스는 시내 쪽 야경과 다음날 내달릴 금정산과 백양산 능선을 보여주기 위해 좌측으로 잡았고, 산행팀은 억새군락지를 보기 위해 우측으로 우회한 것이다.

산행팀은 이정표가 가리키는 장산마을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4분 뒤 갈림길. 우측 억새밭 방향 대신 직진한다. 이어 6분 뒤 만나는 사거리에선 헬기장 방향으로 직진하고 100m 뒤 삼거리에선 좌측 반송 방면으로 간다. 이정표 상의 헬기장은 우측 낮은 봉우리 정상 지점이다. 이정표 바로 옆에는 산성산 종합안내도가 서 있다. 우측 직진형 산길을 따라가면 구곡산 또는 장산마을을 거쳐 해운대 신도시 방향으로 이어진다. 참고하길.

이때부터 능선길은 일사천리로 열려 있는 데다 도중 친절하게 걸려 있는 '수령산(산성산)' 안내판도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헬기장을 지나 침목계단으로 내려서면 갈림길. 좌측으로 가서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선 다시 좌측으로 내려서면 샘터. 3분쯤 뒤엔 벤치가 놓여 있다. 정면 동부산대 뒤로 개좌 운봉산과 그 우측으로 거문산 문래봉 함박산 천성산이 확인된다.

이번 구간에서 만나는 유일한 샘터.
산행 도중 전망이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벤치가 놓여 있다. 정면 저 멀리 우측 뾰족한 봉이 부산의 진산 금정산, 그 좌측으로 푹 꺼진 곳이 만덕고개, 다시 좌측으로 백양산이 보인다. 그러니까 부산의 5산 종주는 부산의 동쪽인 해운대에서 출발, 부산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 서쪽으로 꼴인하는 형국이다.


 잠시 포장로를 따라가면 커다른 돌탑 둘이 서 있는 사거리이자 체육시설. 역시 '산성산' 팻말을 보고 직진하면 역시 너른터로 벤치 3개가 놓여 있다. 이번엔 백양산 상계봉 고당봉 장군봉이 '한 일(一)' 자로 펼쳐진다. 여기서 100m쯤 가면 길찾기 유의할 지점이 기다린다. 직진하면 반송 2, 3동, 산행팀은 우측 기장 방향으로 내려선다. 능선이 우측으로 휘는 지점이다. 이후 사거리와 갈림길을 만나지만 '수령산' 팻말을 따르면 된다.

이번엔 'MTB 랠리코스'라 적힌 안내판이 보이는 안부에서부턴 대형 철탑과 산길이 나란히 오르락내리락한다. 시야가 트이는 지점에선 앞서 정면으로 보이던 금정산이 이제 좌측으로 물러나 있고 정면으로 산성산과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잠시 뒤돌아보면 산행팀이 지나온 산길이 '갈 지(之)' 자 궤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 철탑을 지나면 급내리막으로 그늘진 숲길이다. 숲을 벗어나 닭과 돼지를 키우는 남나기 마을(농장)을 지나면 갈림길. 우측으로 25m쯤 가면 산성산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정상까진 1㎞, 25분 걸린다.

나무다리를 건너 산성산으로 향한다. 한 굽이 오르면 바로 내리막, 이렇게 세 번을 반복하면 갈림길. 300m 남은 지점에선 '기장산성'이란 팻말이 보이고, 이어 정상 100m 전쯤 보이는 '기장산성' 안내판 뒤로 산성으로 보이는 돌무더기가 보인다. 하지만 산불초소가 있는 정상에는 '수령산(성산)'이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고 발밑으론 광활한 동해바다가 어서 오라 손짓한다. 방파제가 보이는 지점이 대변항이다.


 산성산 정상 직전 기장산성 안내판이 서 있다. 비로소 수령산이 산성산이며, 산성산은 기장산성에서 기인됐음을 유추할 수 있다.

산성산 정상석. 아쉽게도 수령산이라 적혀 있다(왼쪽). 오른쪽은 산성산에서 바라본 광활한 동해바다.


직진한다. 삼각점을 지나면 곧 갈림길. 왼쪽 '안평저수지(1.9㎞)' 방향으로 내려선다. 이후 갈림길에서도 마찬가지다. 도중 시야가 트이는 지점이 있다. 달음산과 일광산, 고리원전과 동해바다, 발밑에는 기장읍내와 공사 중인 부산~울산 고속도로가 보인다.

하산길에 본 풍경. 현재 공사중인 부산~울산 고속도로 현장과 저 멀리 동해바닷가에 위치한 고리원전이 보인다.

이후 급내리막의 연속. 20분이면 재부 함북도민 공동묘지인 영락동산에 닿는다. 여기서 나오면 반송과 기장을 잇는 14번 국도 4차선 구간인 쌍다리재이다.


부산 5산 종주 첫 구간 날머리인 영락동산. 이곳은 재부 함북도민 공동묘지이다.


# 부산 5산 종주 트레일런 10월 25일 오후 7시 해운대 동백섬에서 출발


해운대를 배경으로 산길을 달리고 있는 지난해 부산 5산 종주 트레일런 참가자들(왼쪽)과 출발지인 동백섬.

부산 유일의 산악마라톤대회인 '2008 성우하이텍배 부산 5산 종주 트레일런'이 오는 10월 25일 오후 7시 동백섬에서 열린다. 국제신문이 주최하고 마라톤포럼이 주관하는 성우하이텍배 부산 5산 종주 트레일런은 크게 65㎞, 35㎞ 두 부문으로 나눠 진행된다. 65㎞ 코스는 동백섬에서 출발, 장산 아홉산 철마산 금정산 백양산을 거쳐 어린이대공원 학생문화회관까지이고 35㎞ 코스는 철마산에서 내려와 대우정밀을 거쳐 철마교가 도착지이다. 참가비는 65㎞ 코스는 5만 원, 35㎞ 코스는 3만 원. 65㎞ 구간 참가자는 20시간 안에 들어와야 기록을 인정한다.

참가신청은 국제신문 홈페이지(www.kookje.co.kr) 초기 화면 한가운데 '2008 부산 5산 종주 트레일런 접수중'이라 적힌 창을 클릭하면 된다. 신청마감은 10월 10일.

지난해 첫 대회에선 전국에서 남녀 209명이 참가해 190명이 완주했다. 지난해 남자부 1, 2, 3위의 기록은 각각 10시22분, 11시간22분, 11시간44분, 여자부는 12시간27분, 12시간38분, 13시간48분이다.
 문의 국제신문 (051)500-5224, 코스 문의 마라톤포럼 (051)816-9625


# 교통편
지하철 2호선 동백역 2번 출구로 나와 해운대역 방향으로 가면 '7번가 피자'와 'GS 조은하루주유소'를 만난다. 날머리 영락동산에서 나와 도로를 건너 '만화리 영락공원' 정류장에서 183, 188번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배차간격이 7분인 183번은 동래를 거쳐 부산대로 가며, 20분 간격의 188번은 반송(검문소)으로 간다. 여기서 129, 189번 등으로 환승하면 된다.

 # 떠나기전에

장산을 지나 만나는 산성산의 또 다른 이름은 수령산. 산 정상 바로 아래 부산시 지정기념물인 기장산성이 있어 산성산이라 명명된 이 산 정상에는 뜻밖에도 '수령산(성산)'이라 적힌 정상석이 서 있다. 도중에 만나는 대형 안내판에는 '산성산', 조그만 팻말에는 '수령산'이라 적혀 있다. 하루속히 기장군은 산 이름을 통일하길 바란다. 부산 5산 종주 코스는 낙동정맥 천성산 721봉~달맞이고개인 와우산을 잇는 용천지맥을 토대로 이었다. 원래 달맞이고개에서 출발해야 하지만 도로와 산길이 좋지 못해 동백섬~장산으로 연결되는 코스가 만들어졌다.

또 기장군의 대장산인 달음산과 이웃한 일광산이 이 코스에서 빠져 있다. 이와 관련, 코스를 만든 마라톤포럼은 해변 쪽에 치우쳐 있는 달음 일광 두 산을 코스에 넣어 볼려고 애를 써 보았지만 그럴 경우 코스가 너무 길어져 뺐다고 밝혔다. 향후 이 코스와 관계없이 기장군에서 이 두 산과 용천지맥의 봉우리들을 이어 새로운 코스를 현재 계획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럴 경우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도 훼손되지 않고 기장군도 활성화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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