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대사 생가터에서 보면 정동쪽에 위치
사명대사가 공부하던 바위와 샘터 존재
흔히 창녕의 산, 산행팀 밀양 무안면서 개척
서가정마을 출발, 걷는 시간만 4시간40분
들머리 영산정사, 날머리 사명대사 생가지
종남산 등 창녕산과 영남알프스 한눈에 보여

들머리인 밀양 무안면 서가정마을 주차장에서 본 영취산 전경.

'영축산 영취산 취서산'.
일반 산꾼들 사이에서 아직도 혼용되고 있는 산 이름이다.

우선 떠오르는 곳이 통도사를 품은 영축산(靈鷲山). 한자 '鷲' 자를 두고 나온 옥편에선 '독수리 취'라고 표기돼 있지만 불교에선 '축'으로 발음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심지어 '길들일 서(棲)' 자를 곁들여 '취서산'으로도 부른다.

 양산시는 지난 2001년 지명위원회를 열어 통도사를 품은 뒷산을 영축산으로 통일했다. 하지만 홍보 부족 탓인지 여전히 산꾼들 사이에서 혼용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다음' 등 주요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 얼마나 혼용되고 있는지는 검색창에서 한번만 확인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반면 창녕에는 '영취산'이라는 이름이 둘 있다.

 하나는 송이집산지로 유명한 창녕읍 옥천 쪽을 들머리로 하는 '고개 영(령)' 자를 쓰는 영취산(嶺鷲山·736m)이고, 또 하나는 영산읍에 위치한 암봉인 영취산이다.

 창녕군 창녕읍과 밀양시 무안면의 경계에 위치한, 전자인 영취산은 큰고개(절재)를 넘지 않으면 접근이 안돼 붙여진 이름이며 후자인 영취산(靈鷲山·682m)은 '신령 영(령)' 자를 써 통도사 뒷산 영축산과 동일한 한자를 쓴다. 산꾼들의 입장에선 지금처럼 본의 아니게 교통정리된 상황이 오히려 헷갈리지 않고 더 낫다며 창녕군이 괜시리 지명위원회를 열어 개악을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듯 '고개 영(령)' 자를 쓰는 영취산은 흔히 창녕의 산으로 인식돼 왔다. 흔히 산행을 창녕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물론 산너머 밀양 하서산이나 사명대사 생가터에서 산행을 시작, 영취산을 찍고 창녕으로 하산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산행팀이 지향하는 원점회귀가 되질 않는다.

 해서, 늘 새로운 산길을 추구하는 산행팀은 밀양 쪽에서 그 누구도 가지 않은 산길을 개척, 이름하여 '영취산 원점회귀' 코스를 만들었다.

들머리 인근의 부산 대각사의 말사인 영산정사. 목탑 양식의 7층 건물이 성보박물관이다.

 산행기점은 무안면 가례리 서가정(西嘉亭)마을 주차장. 박재기 서가정마을 이장은 독특한 서가정 이름과 관련해 "밀양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아름다운 정자가 많은 마을"이라며 "어렸을 때 마을 어른들은 이 영취산을 산 봉우리가 뚜렷해 '산봉산'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산행은 무안면 가례리 서가정마을 주차장~영산정사 일주문~철탑(경주 김씨묘)~철탑~주능선(옛 헬기장)~전망대~정상 직전 삼거리~영취산~정상 직전 삼거리~서가정·심명고개 갈림길~심명고개~임도~철탑~임도~삼각점봉~하서산·사명대사 생가지 갈림길~사명대사 생가지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40분 정도 걸린다. 들머리만 잘 찾으면 산행은 의외로 쉽다. 일부 구간은 길이 묵어 다소 당황스럽겠지만 그때마다 산행팀이 노란 안내리본을 촘촘하게 묶어놓아 큰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서가정마을 주차장에서 영산정사 방향, 즉 좌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서가정 복지회관과 영산정사 일주문을 잇따라 지난다. 곧 우측으론 영산정사, 좌측으로 공사가 중단된 와불 좌대가 보인다.

 '영취산 영산정사'라 적힌 커다란 이정석 앞에서 왼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전봇대를 따라 흙길로 올라간다. 세 번째 전봇대 직전 왼쪽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본격 들머리다.

 낙엽과 솔가리가 어우러진 푹신푹신한 산길이다. 4분 뒤 첫 갈림길. 나무를 눕혀 놓은 우측 대신 좌측으로 올라서면 철탑과 묘지를 만난다. 맨 좌측 경주 김씨묘 뒤로 올라서 봉분이 이장된 묘지 2기를 지나면 반듯한 산길과 만난다. 이 길은 첫 갈림길서 우측으로 올라오는 길인 듯 싶다.

 오름길이지만 단풍이 널브러져 있는 천연카펫을 걷는 기분이다. 두 번째 철탑에 닿는다. 지능선에 올라선 셈이다. 이때부터 주능선까진 청정 오르막 낙엽산길. 좌측으론 덕암산이, 우측으론 영산정사와 들머리 서가정이 한눈에 펼쳐진다. 산 전체도 겉보기엔 노랑과 초록으로 어우러진 근육질의 봉우리처럼 보이지만 막상 품안에 들면 전형적인 육산이다. 곳곳 쓰러진 나무들과 잡목 일부만 정비하면 어딜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등산로가 될 듯하다.

수북이 쌓인 낙엽융단길이 무척 푸근하게 다가온다.

발아랜 낙엽융단길, 머리 위론 아직 끝물 단풍이 인상적이다.

 일순간 계속되던 산길이 수북이 쌓인 낙엽으로 인해 사라진다. 두 번째 철탑에서 36분. 길찾기 유의할 지점이다. 우측으로 올라선다. 리본을 촘촘히 묶어놓았다. 이어지는 개척산행. 이끼 낀 집채만한 바위를 지나면 석축이 보인다. 옛 헬기장이자 동시에 주능선에 올라서는 지점이다. 억새를 헤치면 마침내 주능선길을 만난다. 왼쪽은 종암산~부곡온천~덕암산 또는 함박산 방향, 오른쪽은 영취산~관룡산~화왕산 가는 길이다.

 산행팀은 영취산 방향으로 향한다. 송림길이다. 도중 '열왕지맥'이란 조그만 팻말이 보인다. 열왕지맥은 비슬지맥의 분맥으로, 분기점인 천왕봉에서 열왕산 종암산 덕암산을 거쳐 비룡산에 이르는 30㎞ 되는 산줄기.

 이후 '부곡온천 가는 길'이란 팻말이 걸려 있다. 이 팻말은 이후 줄곧 만난다. 팻말 뒤 우측으로 가면 조그만 무덤이 있는 전망대가 숨어 있다.

산행 중 만나는 무덤 앞 전망대에 서면 발아래로 영산정사와 들머리 서가정마을 그리고 저멀리 운문산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 연봉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발아래 영산정사와 공사가 중단된 와불 좌대, 좌측으로 향후 오를 영취산과 영취산에서 무안면 소재지로 '한 일(一)' 자로 뻗어내리는 능선 끝자락의 봉우리가 하서산이다. 산행팀은 이 능선으로 돌지 않고 영취산에서 뒤로 넘어가 뒷능선에서 지금 보이는 능선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또 1시 방향으론 종남산과 덕대산이, 그 사이 뒤로 토곡산과 무척산이 보인다. 맨 뒤 높은 산줄기는 영남알프스. 왼쪽에서부터 운문산 가지산 천황산 재약산 등이 보인다. 발아래 비닐하우스는 무안면의 대표 브랜드로 청양고추에 버금가는 일명 땡초로 불리는 맛나향 고추 재배장이다. 이번 코스에서 가장 멋진 전망대다.

 이 길은 창녕과 밀양의 시군경계선. 산길을 기점으로 '좌 창녕, 우 밀양'이다. 도중 왼쪽으로 관룡산과 화왕산이 보이고, 차츰 정면으로 영취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멋진 전망대에서 18분 뒤 능선이 우측으로 휜다. 그 곡각지점이 갈림길이다. 왼쪽 내리막은 임도와 만나 창녕읍 옥천 방향으로 이어지고, 산행팀은 오름길로 직진한다. 이후 산길은 고만고만한 무명봉의 반복되는 오르내림이 이어지지만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
 영취산으로 오르는 마지막 오름길은 가시덤불을 헤쳐야 한다. 잠시 뒤돌아보면 방금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펼쳐지며, 철탑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종암산이며 그 우측이 병봉이다.

창녕군에서 정상이라 표기해 놓았지만 실은 여기서 5분 북쪽에 위치한 봉우리가 진짜 정상이다. 해서, 산행팀은 이곳을 삼거리봉이라 명명했다. 

 마침내 영취산(736m) 정상. 창녕군에서 이정표를 세워놓았다. 하지만 진짜 영취산 정상은 북쪽(좌측)으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삼각점이 있는 지점이다. 해서, 산행팀은 이 지점을 삼거리봉이라 명명한다. 여기서 길은 두 갈래. 좌측은 절재~창녕 극락암 방향, 우측은 심명고개~관룡산~화왕산 방향이다.

 산행팀은 진짜 영취산을 다녀와서 이곳에서 우측 심명고개 쪽으로 내려선다. 삼각점이 위치한 진짜 정상에는 '열왕지맥 영취산 739.7m'라 적힌 팻말이 걸려 있어 이곳이 정상임을 확인시켜준다. 참고로 삼거리봉이 창녕과 밀양의 경계이며, 진짜 영취산 정상은 약간 창녕 쪽에 치우쳐 있다.

 심명고개로 침목계단을 통해 내려서면 한동안 환상적인 낙엽융단길이 이어진다. 삼거리봉에서 15분 걸었을까, 길찾기에 유의해야 하는 갈림길을 만난다. 우측은 서가정마을 또는 인근 다례마을 하산길, 산행팀은 좌측 심명고개 쪽으로 향한다. 우측은 짧게 도는 코스, 좌측은 크게 한 바퀴 도는 코스로 보면 된다.

때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멋진 산길이 기다린다.

길 주변은 온통 노랑 단풍이 숫제 터널을 이루고 있으며 그간 안 보이던 바위까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산길은 어느새 좌측으로 크게 돌면서 오름길로 변한다. 그 정점에는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정표 우측에는 향후 여정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전망대가 기다린다. 정면으로 청도 남산과 화악산, 그 우측으로 운문산 가지산 천황산 재약산 영축산이 확인된다. 산행팀은 정면으로 보이는 철탑 중 가장 선명한 철탑이 서 있는 능선을 따라 우측으로 운행할 예정이다.

 내리막길은 한적하고 여유롭다. 내리막의 끝은 13분 뒤. 이정표가 서 있는 심명고개다. 여기서 7분 뒤면 임도로 올라선다. 왼쪽 산길로 이어지는 이정표가 보이지만 무시하고 임도를 따라 직진한다. 5분 뒤 앞서 본 선명한 철탑이 서 있는 숲으로 들어선다. 임도로 끊어졌지만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거친 입구만 지나면 멋진 송림길이 기다린다.
 3분 뒤 다시 임도와 만난다. 대각선 방향으로 가로질러 산으로 진입한다. 입구엔 이정표가 서 있다. 그냥 임도 따라 내려가면 사명대사 생가지(2.3㎞). 

산행 막바지 갈림길. 직진해 침목계단을 오르면 하서산을 찍고 무안면 소재지로 이어지고, 우측으로 방향을 꺾으면 사명대사 생가지로 내려선다

 14분 뒤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면 능선이 우측으로 휘면서 침목계단을 만난다. 삼각점에서 11분 뒤 갈림길. 직진하면 무안면 소재지로 내려서는 하서산(5.1㎞), 우측은 사명대사 생가지(1㎞) 방향. 23분이면 사명대사 유적지 도로와 만난다. 우측으로 보이는 건물이 사명대사 기념전시관, 사명대사 생가지는 좌측으로 내려서면 만난다.


사명대사 기념전시관.
사명대사 생가지. 이곳에서 영취산은 정동쪽에 위치해 있다. 사명대사는 이 영취산에서 꿈을 키웠다.

#떠나기 전에-원조 밀양돼지국밥 먹고, 표충비도 보고

대형버스 20대도 주차 가능한 너른 주차장에 서면 노랑과 초록빛이 어우러진 영취산이 마을을 병풍처럼 살포시 감싸고 있다. 서가정교회 철탑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정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상 직전 삼거리봉이다.
 산행 들머리 인근에는 부산 중구 대각사의 말사인 영산정사가 터를 잡고 있다. 목탑의 형태로 지어진 7층 성보박물관에는 부처님 진신사리 100만과와 10만 패엽경, 2000여 점의 각국 불상이 전시돼 있다.
 또 27t 규모의 청동 대범종은 참배객들이 칠 수 있도록 나무망치를 준비해 두고 있어 각자의 소원을 빌면서 종을 쳐볼 수 있다.

 영산정사 맞은편 구릉지에 조성 중인 와불 공사는 3년 전 중단됐다. 사찰 측은 몸길이 130m의 세계 최대 와불을 안치하려고 공사를 시작했지만 현재 좌대만 거의 완성된 상태이다.

 무안면 소재지에선 표충비를 빠뜨리지 말자. 흔히 국가에 큰 어려움이나 전쟁 등의 불안한 징조가 보일 때마다 비에서 땀이 흐른다 하여 '땀 흘리는 표충비'로 불린다. 산내면 남명리 얼음골과 함께 밀양의 불가사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표충비는 사명대사의 나라사랑이 죽어서까지 신통함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전해온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돼지국밥의 원조인 밀양에서도 '원조'로 통하는 곳이 이번 산행지 영취산이 위치한 무안면의 동부식육식당(055-352-0023)이다. 3대째 내려오는 원조 중 원조집인 셈이다.

 일제강점기 때 최수곤 사장의 할아버지가 무안면 시장터에서 운영하던 '양산식당'이 바로 이 동부식육식당이다. 한편 최 사장의 부친은 인근에 '시장옥'이란 상호로 분가해 이후 최 사장의 형이 지금의 무안식육식당으로 이름을 바꿔 영업하고 있다. 최 씨의 또 다른 형은 제일식육식당이란 상호로 돼지국밥집을 열어 영업하고 있다.

 결국 혈통으로 따지자면 형이 운영하는 무안식육식당이 정통성이 있지만, 동부식육식당은 할아버지가 문을 연 바로 그 터라는 점에서 흔히 밀양 돼지국밥의 원조로 통하고 있다.

 소뼈를 3일간 고아 나온 육수, 누린내가 나지 않는 암퇘지만 사용하는 점 그리고 고기를 씻을 때도 소금과 밀가루를 섞는 점이 맛의 비결이라고 한다. 국밥 5000원, 수육 1만5000원~2만 원.

#교통편-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로 나와 밀양 방향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밀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매시 정각에 출발한다. 주말(토, 일요일)에는 오전 9시40분과 오전 10시20분에도 있다. 1시간 소요. 4000원. 밀양터미널에서 들머리인 서가정마을행 농어촌 버스는 오전 7시20분, 10시30분에 있다. 1600원. 날머리인 사명대사 생가터에서 밀양터미널행 농어촌 버스는 오후 3시15분, 5시30분, 7시35분에 출발한다. 밀양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매시 정각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8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밀양 청도 방향~창녕 밀양 24번~마산 창원 시청 법원 검찰청 방향~창녕 부북 24번 우회전~창녕 청도면 24번~합천 창녕~무안면~무안 부곡 30번 좌회전~창녕 부곡온천~사명대사 유적지(5㎞) 크게 우회전(영산정사)~갈림길에서 왼쪽(영농법인 농정, 갈탄보일러)~영취산 하서산 등산안내도 지나~영산정사 방향~다례 서가정 사명대사 유적지 영산정사 우회전~다례 서가정~가례리 서가정마을 이정석(서가정 버스정류장).

 사명대사 생가지에서 들머리 서가정까지는 택시(055-352-0330, 353-8259)를 이용하면 된다. 9000원 안팎.

글 사진=이흥곤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무안면 밀양 돼지국밥의 원조
3형제 한동네 나란히 식육식당
구수하고 담백한 맛 3대째 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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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최달성 씨가 운영하던 돼지국밥집 자리에 새로 지은 밀양 무안의 동부식육식당.


  요즘이야 전국 어디서나 돼지국밥집을 흔히 볼 수 있지만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에서 돼지국밥집은 찾아보기가 힘들었죠.
 불현듯 한 그릇 먹고 싶어도 식당이 없어 먹지 못하는 그 마음, 누가 알까요. 그래서 유사 국밥쯤 되는 순대국밥집에 많이 갔지요.
 귓잔등을 후려치는 찬바람이 불 때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지만 요즘처럼 땡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도 이열치열로 한 그릇 먹으면 속이 든든해지고 왠지 뿌듯한 기분이 들곤 하지요.

 한데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내로라하는 돼지국밥집 앞에 '밀양'이란 수식어가 붙은 곳이 많습니다. 밀양과 연관이 있든 없든 밀양돼지국밥이 아예 상호로 자리잡고 있지요.
 왜 그럴까요. 전국을 평정한 그 돼지국밥의 원조가 바로 밀양시 무안면에 있기 때문이지요.
 국가 중대사가 있으면 땀을 흘리는 것으로 유명한 밀양 표충비가 있는, 창녕과 인접한 밀양 서쪽에 위치한 무안면 소재지에는 삼형제가 운영하는 돼지국밥집이 이웃해 있습니다. 무안식육식당, 제일식육식당, 동부식육식당이 바로 그것으로, 7남1녀 중 셋째인 최수도 씨, 넷째 수용 씨, 막내 수곤 씨가 각각 운영하는 곳입니다.
 밀양 돼지국밥의 뿌리는 이들 형제의 할아버지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 최달성 씨가 일제강점기 후반 무안면 시장터에서 '양산식당'이란 돼지국밥집을 연 것이 시초랍니다. 이후 이들 형제의 아버지가 인근에 '시장옥'이란 상호로 분가해 나간 뒤 지금의 무안식육식당으로 이름이 바뀌어 셋째인 최수도 씨가 지금껏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양산식당'은 막내인 최수곤 씨가 이어받아 지금의 동부식육식당으로 바뀌었답니다. 그러니까 혈통으로 따지자면 셋째인 수도 씨가 운영하는 무안식육식당이 정통성이 있겠지만 식당터로 보자면 막내인 수곤 씨가 운영하는 지금의 동부식육식당이 밀양 돼지국밥의 원조가 되는 셈이죠.
 하지만 한 뿌리에서 나와 같은 조리법으로 만들고 있으니 셋 다 원조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형제의 설명입니다.
 
 "할아버지 때만 해도 다 쓰러져가는 옛집에서 가마솥에 나무를 때 장사를 했습니다. 장날이면 비좁은 가게에서 허기를 채우는 사람들로 늘 시끌벅적했죠." 동부식당 최수곤 씨의 추억담입니다.
 무안식육식당 최수도 씨는 "1980년대 초 창원에서 열린 전국음식축제에 밀양 대표로 온 가족이 참가해 큰 인기를 끌었다"며 "이 때문에 이후 밀양돼지국밥이 더 유명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고 회상하더군요.

 밀양돼지국밥의 원조답게 이들 식당에는 외지인들이 입소문을 통해 더 많이 찾고 있습니다.
 구수하고 담백한 그 맛의 비결은 뭘까요.
 우선 소뼈를 3일간 고아 나온 육수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가 없이 개운한 맛이 난다고 합니다. 돼지고기도 직접 김해 등지에서 누린내가 나지 않는 암퇘지만 고른답니다. 또 고기를 씻을 때도 소금과 밀가루를 섞어 씻어 최대한 누린내를 제거하는 것이 또 하나의 비법이라고 합니다.
 
 "돼지국밥집을 열려는 사람들이 직접 찾아오거나 전화로 문의도 많이 옵니다. 밀양돼지국밥을 널리 알린다는 셈치고 일반적인 조리법 정도는 가르쳐 주죠."
 부산 경남 등 인근뿐 아니라 서울지역에서도 자주 전화문의가 와 한편으론 뿌듯하기도 하다고 최수곤 씨는 사람좋은 표정을 하며 활짝 웃었습니다.
 밀양을 찾으면 얼음골 영남루 만어사 예림서원 등 이름난 곳만 찾지말고 사명대사 유적지와 표충비각이 있는 밀양의 무안면을 찾아 원조 돼지국밥 한 그릇을 맛보는 것도 잊지 못할 좋은 추억거리가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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