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룡산은 암벽 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우리 국토의 3분의 2는 산. 고봉준령의 명산에서 시골 구릉에 이르기까지 온통 산자락이 겹겹이 이어져 나라땅 어디에도 반듯한 지평선 하나 보이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광활한 지평선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김제평야의 이름이 그토록 드높을까.

그렇다 보니 우리 삶은 늘 산과 함께 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만 뜨면 온통 산인데도 어느날 문득 삶이 지쳤다고 느껴질 땐 너나없이 심산유곡 깊은 산골로 들어가 위안을 찾았다.

이런 우리의 산과 뗄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하나 있으니 바로 산사(山寺)이다.
4세기 불교 유입 당시만 해도 절집은 도시 한복판에 있었다. 그러다 7세기 신라의 삼국통일 후 교화와 회유를 위해 화엄10찰을 변방에 세웠다. 이후 9세기엔 선종의 유행으로 구산선문(九山禪門)이 개창돼 산사의 전통이 점차 확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산사는 늘 동경의 대상이다. 딱히 불자가 아니더라도 부석사 은행나무길이나 선암사 매화 등은 줄곧 필부들을 유혹했다. 이름없는 절집의 예쁜 문창살도 잠시 쉬어가는 길손에겐 오랫동안 뇌리에 남는다.

산행 중 산사와의 조우는 산꾼들에게 크나 큰 즐거움이다. 산세나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조망 못잖은 기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선승이 건네는 차 한 잔은 피로를 말끔히 가셔준다.

청도 지룡산(659m)이 그렇다. 영남알프스 언저리에 위치한 지룡의 품안에는 운문사와 그 부속암자인 북대암 청신암 내원암 사리암이 거의 지척에 담장을 맞대고 있다.
필부들은 대개 `운문산 운문사'를 한 세트로 떠올리지만 지룡산을 거쳐 사리암으로 내려서다 보면 상황은 예상을 벗어난다. 운문산은 남쪽 아주 저 멀리 보이는데 발아래는 운문사 북대암 내원암이 똬리를 틀고 있다. 사리암을 거쳐 도달한 운문사 현판에는 `호거산 운문사'라 적혀 있다. 호거산이 지룡산인가, 아니면 지룡산 서쪽의 호거대가 호거산인가. 그럼 운문산은…. 혼란의 연속이다.

운문사와 청도군 심지어 청도문화원에서도 속시원한 답이 안들리고, 지식의 보고라는 인터넷에는 아예 이런 의문조차 없다.

취재결과를 굳이 종합해 보자면 지룡이란 이름은 견훤과 관련된 전설은 있지만 옛 문헌에는 전혀 보이지 않아 근래에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또 절이름 앞의 산이름은 근접한 곳에 위치한 봉우리 이름을 붙인다는 관습에 따라 호거대를 호거산으로 간주해 달았을 수도 있다. 또 원래 대작갑사이던 절을 고려 태조가 운문선사로 사액한 뒤 운문산이란 이름이 자연스레 명명되지 않았나 싶다. 이는 17세기 이중경의 `유운문산록'에서 보듯 이 일대 전체가 운문산으로 불렸음을 방증한다.

산행은 운문면 신원리 승호장가든~전망대 바위~밀성손씨묘~(밧줄의지) 잇단 암벽오름~옛 무덤터~전망대 바위~삼각점(돌탑)~지룡산 정상~삼각점봉~전망대 바위~지룡산성 흔적~전망대 바위~829봉(헬기장)~헬기장~사리암·배넘이재 갈림길~전망대~사리암 갈림길~사리암~운문사~운문사 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20분 안팎. 때묻지 않는 산길과 약간은 버거운 암릉이 인상적이며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운문령을 지나 청도가는 69번 지방도와 운문사 진입로 입구, 그리고 청도에서 운문댐을 돌아 운문사로 오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가 들머리다. 눈에 띄는 간판 `승호장가든'을 등지고 운문령(석남사) 방향으로 5m쯤 가면 오른쪽으로 산길이 열려있다. 밀성손씨 제단 앞에서 왼쪽으로 15분쯤 가면 첫 전망대. 정면 제일 뒤 도롱굴산과 방음산이, 맨 우측에는 옹강산 가운데능선이 보인다.

계속되는 된비알. 밀성손씨묘와 TV 안테나를 잇따라 지나면 우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2시 방향의 깨진 바위가 상징인 억산, 그 왼쪽 뒤 범봉, 그 우측 암봉인 호거대(등심바위), 그 뒤로 각각 개물방산과 구만산이 확인된다.

부처손이 지천인 바위를 오르면 정면에 거대 암봉. 갈림길이다. 여기서 방법은 두 가지. 오른쪽으로 에돌아 암봉을 우회하든지, 암봉 벽 우측 틈새로 치고 오른다. 이창우 대장은 암봉을 치고 올랐고 나머지는 우회했기에 모두 리본이 붙어있다. 이 대장에 따르면 암봉의 난이도는 험하기로 소문난 가지산 북릉의 배 정도. 때문에 반드시 경험있는 산꾼이 동행할 경우에만 시도하자. 보조로프는 필수.

산허리를 8분 정도 우회하면 다시 암벽. 밧줄이 있는데다 암벽에 층이 있어 오를 만하다. 발 아래 운문사 주차장과 아름다운 절 진입 숲길이, 고개들면 호거대가 손에 잡히는 등 주변 경관이 빼어나다. 10여 분 뒤 암벽 앞 갈림길. 우회하든지, 밧줄에 의지해 오르든지 고민하다 밧줄을 붙집고 힘겹게 오른다. 정면 억산을 중심으로 좌측으로 팔풍재 범봉 딱밭재 운문산 아랫재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 주능선이 펼쳐진다.

산행 도중 바라본 주변 조망. 맨 우측 억산 깨진바위를 기점으로 좌측으로 팔풍재 범봉 딱밭재 운문산 아랫재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 주능선이 펼쳐진다.
초입 암릉을 잇따라 오르면 산행 들머리 신원리가 발아래 펼쳐진다. 삼거리인 이곳은 왼쪽 운문사, 오른쪽은 운문령, 직직하면 청도읍으로 가는 길이다.

 양지바른 옛 무덤터에선 왼쪽길을 택한다. 전망대와 돌탑이 있는 삼각점 봉우리에선 정면 쌍두봉과 가지산 쌀바위가 조망된다. 정상은 이제 머리 위. 틀에 찍은 듯한 비스듬히 누운 주상절리를 지나 7분쯤 급경사길을 오르면 마침내 정상. 옛 신선봉 자리다. 하산길은 정상석 뒤로 열려있다. 직진하면 북대암 또는 운문사 주차장이 있는 황점리로 이어진다.
지난 2000년 부산의 새한솔산악회가 세운 정상석. 옛 신선봉 자리다.

살짝 한 번 내려섰다 올라서면 삼각점. 옛 정상자리다. 이내 만나는 전망대에 서면 문복산과 계살피계곡이 보이고 이어 돌탑이 있는 봉우리 인근에선 지룡산성 흔적이 역력하다.

대략 이쯤부터 약간의 부침이 있지만 능선길. 우측 저 멀리 운문사가 보이고, 곧이어 내원암 가는 갈림길도 만난다. 20분쯤 뒤 전망대에 서면 운문사 북대암 내원암이 역삼각형 모양으로 앉아있다. 10분 뒤 오름길로 잠시 땀을 내면 헬기장인 829봉에 닿고, 여기서 10분쯤 더 가면 또 다른 헬기장에 닿는다. 왼쪽 나선폭포 대신 오른쪽 사리암 방향으로 간다. 곰 형상을 한 벼락맞은 나무를 지나면 갈림길. 돌탑이 서있다.
오른쪽으로 간다. 왼쪽은 삼계리 또는 상운산으로 이어지는 배넘이재 방향.

산행 도중 발아랜 운문산가 보인다.
운문사와 북대암.
사리암 갈림길 직전 조우한 벼락맞은 나무. 얼핏 보면 마치 곰을 닮았다.

사실상 하산길이다. 운문산 정상이 정면에 보인다. 사리암은 하산길의 우측 방향에 있음을 인지하고 30분쯤 내려서면 갈림길. 우측 산허리를 타고 간다. 너덜을 지나 아슬아슬한 암벽 허리를 탄다. 암굴과 수 십개의 크고 작은 공덕탑을 지나면 비로소 사리암. 갈림길에서 23분. 사리암에서 계단길로 10분이면 주차장에 닿고 여기서 다시 운문사를 지나 주차장까지는 25분쯤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나반존자 모신 사리암 기도도량 명성

 오랜만에 지룡산을 찾은 이창우 산행대장은 "지금 정상석이 서 있는 지점이 옛날의 신선봉이며, 15분쯤 뒤에 만나는 삼각점 봉우리가 옛 지룡산 정상"이라고 말했다.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도 삼각점이 있는 지점에 지룡산이라고 표기돼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상석의 해발고도는 삼각점의 그것을 그대로 옮겨놨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정상석은 알고보니 2000년 부산의 새한솔산악회가 세운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이 정상석이 지룡산 산행을 약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이희용 새한솔산악회 회장은 "당시 회원들이 그 무거운 정상석을 번갈아 지고 올라간 기억이 뚜렷하다"고 말한 후 "막상 삼각점이 있는 산길 옆 한 귀퉁이에 세우려 했지만 너무 좁아 그곳보다 높고 터가 넓은 지금의 신선봉에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발고도를 삼각점의 그것으로 새긴 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산행팀이 지금와서 볼 때 정상석의 위치는 합당하지만 해발고도는 신선봉의 그것으로 하면 안성맞춤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나반존자를 모신 날머리 사리암은 향일암 보리암과 더불어 기도 효험이 뛰어나다고 소문난 기도도량. 사시사철 밤낮없이 기도객들이 끊이질 않는다. 운문사보다 앞서 산문을 연 북대암은 조망이 빼어나며 내원암은 개울 건너 약사여래불이 모셔져 있어 특이하다. 청신암은 돌탑 앞에서 기도하면 득남한다는 전설이 있다. 사리암을 제외한 세개의 암자는 입구까지 차가 올라간다.

500년된 천연기념물인 처진 소나무로 유명한 운문사에선 불전사물(佛典四物)을 놓치지 말자. 법고 목어 운판 범종 순으로 시방세계에 어둠을 알리는 불전사물은 두드리는 이가 모두 이승(尼僧)이라는 독특함도 있지만 이보다 50여명의 동료 학인스님들도 장삼과 가사로 예를 갖추고 함께 동참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 교통편 - 청도터미널서 운문사행 버스 타야

대중교통편의 경우 기차 타고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부산역에서 청도행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6시13분, 6시47분, 7시30분, 8시3분, 9시5분에 있다. 58분 걸리며 4500원. 청도역에서 150m 떨어진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고 운문사 입구 신원(리)에서 내린다. 오전 7시40분, 9시10분, 10시20분. 1시간 걸리며 3200원.

날머리 운문사공용주차장에서 청도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50분, 5시40분, 7시15분(막차)에 있다.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4시53분, 5시15분(새마을호 6700원), 5시41분, 6시44분, 7시42분, 8시44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언양 35번 국도(가지산 석남사)~밀양 창녕 24번 좌회전~궁근정삼거리서 경주 운문령 운문사 방향으로 69번 지방도를 타면 된다.

신대구부산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청도IC~밀양 청도 25번 국도~경주 운문 20번 좌회전~금천지 동곡리~20번 운문~언양 운문사~신원1교~방지초등 문명분교~송호가든 순. 운문댐 드라이브도 가능한 이 길은 청도IC에서 들머리까지 다소 먼 25㎞이니 참고하자.


 

 

한 애독자 "어곡산은 선암산의 오기" 전화
산행팀 속죄의 의미 13년 만에 다시 찾아
들머리 어곡동서 주능선까지 산길은 개척
매바위에선 초보 여성 산꾼들 무서워 '벌벌'
오르내릴 때 혼쭐, 과연 매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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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 주변에는 시원한 계류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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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길도 걷고(왼쪽) 숲길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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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로 옆으로 산행팀이 개척한 양산의 보석길 천마산과 그 아래 신불산 공원묘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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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밭도 지나면 밧줄에 의지하지 않으면 등정이 불가능한 매바위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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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산(매봉)이라 적힌 정상석 앞에서 기념사진 촬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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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을 타고 가다(왼쪽) 다시 밧줄을 잡고 내려가야 한다.



 최근 한 독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산행팀이 오래 전 소개한 양산 어곡산의 원래 이름은 선암산이며 어곡산은 근거없는 이름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속한 양산산악회가 이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2003년 '선암산(매봉)'라고 적힌 정상석을 세웠지만 기대만큼 효과가 적어 전화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국적없는 이름인 어곡산을 널리 알린 국제신문 산행팀이 다시 한번 산행지로 정해 신문에 소개함으로써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달라고 협박성(?)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우선 조상 대대로 산 아래 살아온 어르신들이 지금까지 선암산으로 부르고 있으며 주변 식당 이름에도 선암산 이름이 쓰이고 있다. 또 58년 전통의 어곡초등학교 교가에도 선암산이란 이름이 나온단다.

 이와 관련, 이창우 대장은 "10여 년 전쯤 산길이 전혀 없을 당시 토곡산과 지금의 선암산을 종주하면서 어곡동(옛 어곡리)으로 하산, 마을사람들에게 산 이름을 물어봤지만 아무도 몰라 산 아래 마을 이름을 본따 어곡산으로 명명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해서, 산행팀은 독자들과 선암산에 속죄하는 의미에서 정확히 13년 만에 어곡산 아닌 선암산을 다시 찾았다.

 예부터 신선이 놀던 자리라고 해서 명명된 선암산(仙岩山) 정상은 엄청난 크기의 바위가 똬리를 틀고 있다. 산 아래에선 매가 앉아 있는 형상이라 하여 일명 매바위 또는 매봉으로도 불린다.

 바위 규모는 동해바다가 발아래 펼쳐지는 기장 달음산 정상의 그것과 비슷하다. 달음산 정상이 여러 개의 바위로 구성돼 있다면 매바위는 하나의 독립 암봉이다. 해서, 바위 틈새를 잡고 안간힘을 쓰며 오르는 달음산과 달리 매바위는 밧줄에 의지하지 않고는 정상 등극이 쉽지 않다.

산행은 양산시 어곡동 어곡공단 준성산업(골재공장)~지능선~담양 전씨묘~기암~주능선 갈림길(염수봉·선암산 갈림길)~711봉~748봉~명전고개~782봉~임도~신선봉(삼거리)~664봉~안부~선암산(710m)~화제고개 갈림길~임도~어곡공단 순. 걷는 시간만 6시간 정도이며 길찾기는 일부 갈림길에서 약간은 헷갈리지만 그때마다 국제신문 리본을 촘촘하게 매달아 놓아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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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곡공단 '슈퍼마켓 종점'에서 하차한 뒤 50m쯤 가면 만나는 용선상회를 보고 왼쪽으로 향한다. 매바위와 기도원으로 오르는 이 길의 막다른 지점은 골재공장 준성산업. 너른 마당의 우측 컨테이너 가건물 왼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200m쯤 가면 왼쪽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반대편인 우측엔 시원한 계류가 흐른다.

들머리로 오르자마자 바로 우측으로 방향을 꺾는다. 지그재그 옛길로 15분쯤 오르면 묘지. 시야가 트이면서 정면으로 신불산 공원묘지와 그 뒤 천마산과 매봉산, 발 아래 예비군 교장과 경남외고가 시야에 들어온다.

바위 사이로 올라 9분이면 지능선에 닿는다. 맞은편에 선암산 정상 매바위와 V자 홈처럼 푹 꺼진 명전고개 등 향후 산행팀이 가야 할 능선이 한눈에 조망된다. 동시에 어곡공단 전체도 조망된다. 하지만 발아래 산이 일부 파헤쳐져 있는 걸로 봐서 아직도 토사채취가 한창임을 알 수 있다. 우측으로 7분쯤 오르면 포클레인이 깨놓은 돌들이 널브러져 있다. 어쩌면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이 산도 머지 않아 토사 채취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돌길로 30m쯤 직진, 우측 산비탈로 올라선다. 담양 전 씨묘를 지나 오름길이 이어지다 숲 사이로 우뚝 솟은 집채만한 바위군을 만난다. 직접 오르내리기도 하고 우회하기도 한다. 이렇게 20여 분, 이제 본격 숲으로 진입한다. 최근 수년간 아무도 밟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이다. 부산 인근에서 안내 리본 하나 없는 산길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때론 고개를 숙이고 잡풀이나 넝쿨을 헤치고 나아가야 하지만 그리 힘들지 않다. 숲터널이 끝날 무렵 보기만 해도 시원하게 쭉 뻗은 소나무 한 그루가 시선을 붙잡는 너른 터를 지나면서 서서히 오름길이 시작된다.

6분 뒤 이번 산행에서 길찾기에 유의해야 할 지점을 지난다. 얼핏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지만 자세히 주변을 살펴보면 등로 우측으로 길이 하나 열려 있다. 염수봉 영축산 가는 길이다. 사실상 이때부터 주능선이 시작되는 셈이다. 의식을 못하더라도 산길이 자연스레 직진형 왼쪽인 선암산 토곡산으로 연결되니 크게 유의 안 해도 된다.

아닌 게 아니라 여기서 10m쯤 뒤 그간 보이지 않던 안내 리본이 보이기 시작한다. 8분 뒤 711봉을 살짝 넘고 다시 18분 뒤 정상이 제법 너른 748봉을 지나면 임도와 만나는 명전고개까지 10여 분간 줄곧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임도에선 50m쯤 직진, 왼쪽 산길로 올라선다. 782봉을 넘어서기 위해서다. 임도를 따라 직진해도 782봉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므로 체력에 맞게 택하자. 782봉을 넘을 경우 40분 정도 걸리지만 시원한 조망을 만끽할 수 있다.

다시 임도와 만나면 곧바로 건너 산으로 올라선다. 참고로 임도 왼쪽은 들머리, 오른쪽은 토곡산 또는 토곡산자연휴양림 방향이다.   
 
억새의 군무가 펼쳐지면서 발걸음도 더뎌진다. 15분 뒤 삼거리. 지도상의 신선봉(784봉)이다. 돌탑이 하나 서 있다. 우측 토곡산 방향 대신 왼쪽으로 향한다. 비교적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25분쯤 걸으면 왼쪽으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한눈에 보인다.

숲 사이로 또 하나의 무명봉(664봉)이 보이지만 자연스럽게 우회하며 통과한다. 동시에 숲 사이 11시 방향으로 매바위로 불리는 정상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이어지는 산길.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안부까지 쭈욱 내리막길이 지속된다. 안부는 신선봉에서 37분. 왼쪽은 기도원을 거쳐 용선마을로 내려서는 하산길. 체력이 부치면 이 탈출로를 이용하면 된다.

이제부터 정상인 매바위를 향해 정면으로 오른다. 9분 정도면 숲을 벗어나 매바위 앞에 선다. 엄청난 규모에 입이 쩌억 벌어진다. 정면에서 바로 오르지 않고 왼쪽으로 약간 우회하면 가장 낮은 구간에 밧줄이 걸려 있다. 그래도 8, 9m쯤은 된다. 20여 명은 족히 더불어 쉴 수 있는 정상에는 양산산악회가 세운 정상석이 서 있다. 비록 날씨가 좋지 못해 시계 제로지만 청명한 날에는 인근의 토곡산을 비롯해 오봉산 금정산 신어산 무척산 그리고 낙동강도 조망된다고 이 대장이 설명했다.

하산길도 밧줄이 있지만 난이도는 고도감이 있어 올라올 때보다 몇 곱절 어렵다. 해서 겁많은 여성들은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홀로 내려오기가 사실 좀 벅차다.

매바위를 내려오면 15분 정도 멋진 암릉길이 기다리고, 이어 10분쯤 숲길을 걸으면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하면 화제고개, 산행팀은 왼쪽으로 내려선다.

35분이면 산을 벗어나 어곡공단을 지난다. 25분쯤 공단 내부 도로를 따라 계속 내려오면 신불산 공원묘지가는 주 도로를 만난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5분쯤 가면 GS편의점 앞에 어곡삼거리 정류장이 있다.

# 떠나기전에-이웃한 천마산, 7년 전 역시 산행팀이 명명

 흔히 선암산은 그동안 산을 기준으로 어곡동과 반대편인 화제리 쪽이나 새미고개를 들머리로 많이 애용했다. 하지만 산행팀은 새로운 루트 개척을 위해 신불산 공원묘지 가는 길에 위치한 어곡동 용선마을에서 출발했다.

 때문에 들머리에서 염수봉(영축산)과 선암산(토곡산)이 갈라지는 주능선 갈림길까지의 1시간 40분 정도의 산길은 산행팀이 처음 소개하는 개척 산행길이다.

첨언 하나.

산행 초입 전망대에 서면 신불산 공원묘지 뒤로 암릉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산이 보인다. 양산의 보석 천마산이다. 7년 전쯤 무명이던 이 산도 국제신문 산행팀이 당시 들머리인 상북면 소석리 제리골의 조그만 암자의 노승으로부터 본래 이름이 천마산이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세상에 처음 알렸다. 사방팔방으로 확 트인 시원한 조망과 때묻지 않은 암릉구간이 환상적이어서 많은 산꾼들이 "양산에도 이런 멋진 산이 있었냐"면서 산행팀에게 감사 또는 격려의 전화를 많이 했다고 이창우 대장은 전했다.

그 이후 정상의 큰 바위에는 '천마산'이라 적혀 있다. 양산시에서 정상석 하나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 교통편-지하철 1호선 명륜동·온천장역서 12번 타야

지하철 1호선 명륜동역이나 온천장역 앞에서 12번 완행버스를 타고 양산 남부시장 정류소에서 내린다. 8~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300원. 여기서 옛 양산시외버스터미널은 걸어서 5, 6분쯤 걸린다. 터미널 앞에서 용선(또는 화룡)행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오전 8시25분, 8시50분, 9시15분, 9시50분, 10시20분, 10시50분. 1000원. 버스 종점인 '슈퍼마켓 종점'에서 옛 양산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는 오후 4시25분, 5시20분, 6시5분, 6시20분, 6시35분, 7시5분, 7시40분, 7시50분에 출발한다. 다시 남부시장 정류소로 걸어서 이동해 부산행 12번 완행버스를 타면 된다. 밤 10시 이후까지 다닌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양산IC~언양 어곡양산지방공단~배내골~어곡터널 어곡양산지방공단~어곡터널~배내골 어곡지방산업단지~배내골 용선~버스종점인 슈퍼마켓 종점~용선상회 간판 보고 좌회전. 차를 준성산업 입구에 주차했을 경우 어곡삼거리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걸어가야 한다. 참고로 정차시간은 오후 4시10분, 4시50분, 5시35분, 5시50분, 6시10분, 7시10분.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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