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일암을 품은 금오산은 금거북이 바다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형상이다. 돌출부분은 거북의 머리에 해당한다. 산행 날머리 향일암에서 본 모습이다. 향일암은 바다 건너 희미하게 보이는 남해 금산 보리암과 함께 국내 4대 관음도량으로 손꼽힌다.

 
그리움이 사무치면 섬이 먼저 떠오른다. 설렘 탓이었을까. 고속도로에선 화살 같이 날았지만 구절양장 해안도로에선 뒤차가 답답해 추월할 정도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기어갔다.

 섬 끝자락 바위산 중턱 아슬아슬한 절벽 한 켠에는 기도 효험이 뛰어나다는 조그만 암자가 있고, 산 아래 갯마을엔 물이 나면 아직 성게를 주워 올 정도로 생태계가 살아있다.

 바위산은 해발 300m 남짓. 쪽빛 바닷물의 잔잔한 물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그저 말없이 한동안 바라본다. 혹 호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간다. 그도 그럴 것이 정면의 육지 같은 큰 섬인 남해도와 부처님 형상을 닮았다는 세존도 그리고 연도 안도 수항도 금오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를 포근히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이 곳의 일출과 일몰은 사진으로만 보면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잔잔하고 포근하다.

만일 붉은 노을이 불타오르는 해질녘 고요의 바다 위로 만선의 고깃배가 포말을 일으키며 나아가는 그림 같은 풍경을 목격한다면 이번 여정의 최고 수확이 될 듯하다.
배멀미를 걱정해야 할 출렁이는 거센 파도와 울창한 송림을 병풍삼아 기암괴석 하나하나가 모두 천연 조각품으로 상징되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2012년 엑스포를 유치한 전남 여수땅의 최남단 돌산도에서도 가장 끝단에 위치한 금오산과 향일암 그리고 그 아래 펼쳐지는 호수 같은 바다에 대한 상념이다.

'쇠 금(金), 큰 바다거북 오(鰲)' 자를 쓰는 금오산은 금거북이 바다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형상. 실제 향일암에서 거북마냥 고개를 삐죽 내밀면 놀랍게도 그 모습 그대로다. 산 아래 바다쪽으로 돌출된 임포마을의 둔덕이 머리, 향일암이 자리한 지점이 몸통, 임포마을 입구 국립공원 주차장이 왼발이다.

암봉인 금오산은 덩치가 작다. 그래서 마루금이 이어지는, 금오산의 모산 격인 봉황산도 넣었다. 봉황이 날개를 펴고 나는 형상인 봉황산과 금오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삼면으로 바라보며 마루금을 걸을 수 있는 데다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봉우리다.

사실 봉황산은 기대에 못 미쳤다. 직선형 된비알이 진을 빼는 데다 조망 또한 대부분 숲에 가려 내세울 만큼은 못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금오산으론 걷는 양이 부족해 이웃한 봉황산을 곁들였다. 어쨌든 금오산과 봉황산은 '뭉쳐야 산다'.

산행은 여수시 돌산읍 죽포삼거리 인근 당산나무(봉황산 등산안내도)~등산로 입구 이정표~샘터(벤치)~삼각점봉(441m)~봉황산(460m)~잇단 임도~바위전망대~흔들바위~(성두)산불초소~율림주차장(율림치)~금오산(360m)~금오산 정상석봉~향일암~매표소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40분 안팎. 향일암에서 보내는 시간이 여정을 좌우한다. 대부분 외길이라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정상석이 없거나 잘못 세워져 있어 이에 유의해야 한다.

방죽포해수욕장 못 미쳐 만나는 죽포삼거리. 여기서 우측으로 100m쯤 가면 천년된 보호수 느티나무가 눈에 확 띈다. 죽포리마을 당산나무다. 그 옆에는 봉황산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다. 여기부터 들머리 찾기는 식은 죽 먹기. 돌산도의 명물 갓밭을 따라 포장로를 10여 분 걸으면 등산로 입구. 완경사 오름길의 연속이지만 은근히 힘이 든다. 물이 졸졸 나오는 샘터와 옛 헬기장을 지나면 본격 된비알. 차츰 매서워진다.

산행 기점의 표식이 되는 죽포삼거리의 1000년된 느티나무 보호수. 죽포리마을 당산나무이다.

향일암을 품은 금오산과 연결되는 봉황산 등산안내도.


20여 분 뒤 마른 억새길 옆에 뜻밖의 삼각점. 441봉이다. 10분 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제법 너른 경사진 암반이다. 한쪽 편에는 과거 정상석이 서 있었던지 뭔가가 세워져 흔적이 역력하다. 산행팀은 정상으로 추정했지만 이곳에서 2분 뒤 두 번째 도는 지점이 더 높은 것으로 판단됐다. 해서 노란리본 뒷면에 '봉황산 정상 460m'라고 적어 놓았다. 참고하길.

이때부터 하산길. 7분쯤 내려오면 임도. 직진한다. 더 넓은 임도와 만나는 삼거리에서 정면 송림길로 오른다. 5분 뒤 시야가 트이는 바위전망대. 올망졸망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가막만과 화양면이 보인다. 다시 오르막. 우측으로 크게 돌면 이내 임도. 바로 건너 산으로 향한다. 곧 바위전망대. 지나치려다 보니 왼쪽 뒤로 진입로가 있다. 인근에 보춘화가 보이고 바다 건너 정면으로 남해 금산, 그 왼쪽 뒤로 설흘산 호구산 송등산이 확인된다. 발밑에는 대율마을 앞 밤섬이 조각배처럼 떠 있다. 주변엔 홍합양식장이다.

보춘화.

산자고.


흔들바위. 실제로는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바위 아래에는 대율마을과 밤섬이 조각배처럼 떠 있다. 주변엔 홍합양식장.

2분 뒤 흔들바위. 밀어도 꼼짝도 하지 않는다. 비슷한 크기의 고성 구절산 흔들바위는 흔들렸는데. 이어지는 능선길. 10여분 뒤 (성두)산불초소. 성두는 인근 마을이름이다. 여수 관할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금오도 지구와 남해도 쪽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양쪽으로 펼쳐진다. 한 가운데 가장 큰 섬인 금오도를 중심으로 왼쪽 연도 안도 수항도가, 오른쪽 발밑으로 밭까지도 선명하게 확인되는 소·대횡간도 화태도 월호도 개도가 펼쳐진다. 그 우측 저 멀리 고흥땅 외나로도와 팔영산도 선명하다. 남해도쪽으로 밤섬 뒤 김만중의 노도와 금산 설흘산 망운산이 보인다. 날씨가 좋을 땐 통영권의 욕지도 연화도 등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섬들도 보인단다.

이번 산행의 중간 기착지인 율림치.

금오산 정상석이 서 있는 247봉.

바다 건너 보이는 산은 남해도의 금산.


정상석이 서 있는 247봉에서 뒤돌아본 주변의 풍광.

산불초소에서 율림치까지는 7분 거리. 이번 산행의 중간 기착지다. 율림주차장 끝단 몬당휴게소 옆에 '향일암'이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는 산길로 오른다. 이때부터 금오산이다. 16분 정도 오르면 벤치. 숨을 한 번 돌리고 직진한다. 10분 뒤 시야가 트이고 다시 5분 뒤 풀섶에 삼각점(360m)이 보인다. 전망은 없지만 이 지점이 금오산 정상이다. 삼각점을 약간 지나면서 쪽빛 바다와 크고 작은 암봉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323봉이 금오산에서 전망이 가장 빼어나다. 표식은 없지만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삼면이 거칠 것 없는 쪽빛 바다이다. 뒤돌아보면(북쪽) 봉황산이 한 일 자로 웅장함을 자랑한다.
하산하면서 비로소 금거북의 머리에 해당되는 부분이 보이기 시작한다.
신기하게도 바위의 표면이 거북의 껍질을 빼닮았다.
향일암에서 거북처럼 고개를 내밀어 본 모습. 실제로 거북이 바다로 기어들어가는 형상이다.

이어 '추락 위험' 팻말이 적힌 쏟아질 듯한 내리막 바윗길을 내려서면 안부 숲 갈림길. 왼쪽은 임포주차장에서 올라오는 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200m 지점부터 바위능선길. 5분 뒤 금오산 정상석봉. 지도상으로 247m에 불과하지만 정상석이 서 있다. 스쳐간 산꾼들이 이를 알았던지 해발고도는 지워놨다. 조망은 환상적이지만 아직 그 유명한 거북의 형상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대신 바위마다 조각가의 작품처럼 거북등 문양이 새겨져 있다.

하산로는 목재덱과 철계단이 이어진다. 수직에 가까운 절벽이어서 이를 이용하지 않고는 힘들다. 10분 정도 조심스럽게 내려서면 향일암 입구. 여기서 향일암 대웅전까지는 2분 정도 걸린다.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관음전 가는 길. 대낮에도 전등을 밝혀놓은 어두운 바위굴이 나온다.

향일암의 해탈문 역할을 하는 바위 틈.


# 떠나기전에-자연산 횟감 가장 다양한 곳
'해를 향한 암자'라는 향일암(向日庵)은 양양 낙산사 홍련암, 강화 낙가산 보문사, 남해 금산 보리암과 함께 기도 효험이 빼어난 국내 4대 관음도량으로 손꼽힌다.
신라 선덕여왕 때인 644년 원효대사가 원통암(圓通庵)으로 창건했지만 고려 광종때인 958년 산 이름을 따 금오암으로, 그 후 거북이의 영(靈)이 서려있는 곳이라 해 영구암(靈龜庵)으로 불리다가 조선 숙종 41년(1715년) 인묵 대사가 일출의 찬란함을 보고 향일암이라 명명했다.
재밌는 점은 대웅전 옆 경봉 스님이 쓴 영구암 편액이 걸린 조그만 전각만 있을 뿐 향일암의 흔적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원효 대사가 수도했다는 관음전,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긴 바위 틈으로 일주문 역할을 하는 해탈문 등은 유의깊게 살펴보자. 또 한가지. 안내도에 보면 대웅전 뒤에 흔들바위가 있다고 표기돼 있다. 유감스럽게도 통제구역 내에 있다. 워낙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찾다보니 쓰레기가 과다 배출되고 자살장소로 사용돼 막았단다. 살짝 들여다보니 설악산 흔들바위보다 크며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향일암 대웅전은 불사에 들어갔다. 수 년 전 태풍으로 인해 전각이 점차 뒤로 기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3월 불사 입제에 들어가 8월 해체해 12월16일 회향할 예정이다. 불자들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향일암 주변의 특산물은 돌산갓김치. 암자 아래 임포마을 전체가 갓김치 가게다. 비옥한 토양 덕에 이곳만의 고유 향과 맛이 빼어나다. 임포마을 제일 끝집인 '초원횟집·민박'(061-644-7939)이 잘 한다. 셔틀버스 주차장 바로 옆이다. 보통 아이스박스에 포장해 1만 원(2.5㎏)에 판매한다. 이곳은 특히 자연산 횟감이 가장 다양한 것으로 유명하다.

# 교통편-노포동 터미널에서 3시간여 소요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여수행 고속버스는 오전 6시25분부터 40분~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시간10분 걸린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길을 건너면 만나는 버스정류장에서 임포(향일암)행 111번을 타고 죽포삼거리에서 내린다.
향일암 입구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고속터미널행 111번 버스는 1시간 간격으로 있다. 오후 5시17분, 6시17분,7시17분…밤 10시17분(막차). 여수에서 부산행 고속버스는 오후 5시50분, 7시(막차)에 있다. 심야버스는 밤 10시3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순천IC~17번 여수 벌교~지하도~돌산대교 여수~향일암 오동도~돌산대교~군내 임포~죽포삼거리서 우회전 후 100m 지점 당산나무 앞. 하산 후 향일암 입구에서 차가 주차해 있는 죽포삼거리로 가는 버스는 많기 때문에 시간 손해는 거의 없다.

'이쯤 흔들려 줘야 흔들바위 축에 끼지'
 전국의 숨은 흔들바위를 찾아서

 최근 연합뉴스에서 부산서 가까운 김해 무척산에서 다이아몬드 모양을 한 흔들바위(아래 사진)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의 언론들도 이 기사를 인용, 보도했다.

 잠시 요약하면 이렇다. 김해 생림면사무소에 따르면 무척산 대형 주차장에서 석굴암 방향으로 걸어서 3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이 흔들바위는 높이 3.4m, 둘레 9.2m, 바위를 지탱하는 밑둘레 2.4m 크기로 멀리서 보면 작은 다이아몬드가 산에 박혀 있는 형상을 띠고 있다. 이 바위는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밀어도 1~2㎝ 정도의 진폭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바위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앞면과 달리 뒷면에는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조각한 것처럼 보여 주민들이 신기해하고 있다.


 이 흔들바위는 전국에서 설악산과 안성시 팔봉산 흔들바위에 이어 세 번째로 발견됐고 남부지방에서는 첫 흔들바위로 추정된다고 적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국제신문 주말레저팀이 오랜 기간 발품을 팔면서 발견한 전국에 산재하는 흔들바위를 소개한다.    


 ①양산쪽 금정산 흔들바위- 산행팀이 발견…양산 가산리 중리마을 8부 능선

흔히 부산의 진산으로 불리는 금정산(801m)에도 흔들바위가 있다. 하지만 금정산 흔들바위는 부산 쪽에서 오르면 찾을 수 없고 부산과 인접한 양산시 동면 가산리 중리마을에서 출발할 경우 대략 8부 능선쯤에 만날 수 있다. 이 코스는 주말이면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등산로에서 어깨가 부딪힐 만큼 북적대는 부산 쪽과 달리 한적하면서도 여유롭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혹자들은 경남도 유형문화재인 가산리 마애여래입상이 위치한 그 능선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하지만 바로 이웃한 능선이라 산행 중 마애여래입상이 새겨진 바위를 확인할 수 있다. 등산로 우측 바위 끄트머리에 있어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비스듬하게 세워져 있으며 높이는 어른 키보다 약간 작다. 과연 흔들릴까. 혼신의 힘을 다해 밀면 약간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근교산&그너머 582회에 소개됐다. 이 코스는 유명세는 타고 있지만 산꾼들이 잘 가지 않는 금샘 원효암 의상대까지 훑고 있어 한번 가볼 만하다.


②경북 의성 금성산 건들바위- 어른키 두 배…오랜 풍상 견딘 금성산 지킴이


 마늘로 유명한 경북 의성 너른 벌판 위에 비봉산과 마주보고 서 있는 금성산(530m)에도 흔들바위가 있다. 이 바위의 정식 이름은 건들바위이다. 금성산은 이웃한 비봉산과 묶어 산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성산으로 혹은 비봉산으로 오르든 100% 원점회귀 가능하다. 정확한 위치는 금성산 정상을 지나 비봉산으로 가는 길에 있다. 송림길을 따라 솔향기에 취해 걷다 보면 메인 산길에서 90m쯤 비탈길로 내려가면 만난다. 입구에 '건들바위'라고 적힌 안내판이 서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높이는 어른 키의 두 배쯤 된다. 안내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흔들바위로도 불린다. 원래 하나의 바위가 세 조각으로 갈라지면서 만들어진 자연석으로 흔들면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하면서도 오랜 풍상을 다 겪으며 금성산의 지킴이 노릇을 하고 있다.' 실제 밀어보면 약간 흔들리는 기분이 든다. 건들바위 너머로 펼쳐지는 배나무골을 포함한 금성면 일대가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답다.    
   
③여수 봉황~금오산 흔들바위- 봉황산 자락에 위치…있는 힘껏 밀어야 흔들

'해를 향한 암자'라 불리는 여수 향일암에서 남해바다 쪽을 내려다보면 금거북이 바다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향일암은 바다 건너에 위치한 남해 금산 보리암, 양양 낙산사 홍련암, 강화 낙가산 보문사와 함께 기도 효험이 빼어난 국내 4대 관음기도도량. 이 향일암을 품은 산이 금오산(360m)이다.

흔들바위는 금오산과 능선으로 이어지는 봉황산(461m) 자락에 있다. 금오산과 봉황산 사이에는 고갯마루이자 중간기착지인 율림치가 있다. 흔들바위는 봉황산을 지나 율림치 직전의 능선 상에 남해바다를 바라보며 우뚝 서 있다. 발아래 대율마을에서 세운 '흔들바위'라고 적힌 안내판이 있다. 바위 둘을 포갠 듯한 이 흔들바위는 아주 세게 밀 경우 미세하게 움직일 뿐 웬만해선 꼼짝을 하지 않는다.    
   
④고성 구절산 흔들바위- 인부 20명 붙어도 꿈쩍 않던 게 한사람 힘으론 흔들

 공룡나라' 고성군의 동쪽 끝단에 위치, 서쪽을 제외한 삼면이 바다인 동해면의 한가운데 위치한 구절산(559m)에도 흔들바위가 숨어 있다. 구절산은 아주 조망이 빼어나다. 북으로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닭의 목처럼 길고 좁은 당항만의 지형을 이용해 왜선 26척을 격침한 당항포 앞바다와 마산 진동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남으론 거제도와 통영 및 그에 딸린 올망졸망한 부속섬들이 품에 안긴다. 흔들바위는 들머리 외곡리 폭포암 천불전 뒤편 등산로 입구에 있다. 어른 키의 1.5배 정도로 그리 크지 않은 둥근 모양의 바위지만 한 사람이 밀어도 흔들, 다섯 사람이 밀어도 흔들린다. 주지 스님은 "절벽 끄트머리에 위치해 몇 해전 인부 20명이 지렛대를 이용해 제거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며 "그때 이후론 구절산 폭포암의 명물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⑤영동 천태산 고래바위- 삼층석탑 바로 옆에 위치…고래·물개 형상


아름다운 사찰 영국사와 1300년 된 은행나무 그리고 산꾼들에겐 75m쯤 되는 암벽이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있는 '충북의 설악' 천태산에도 독특한 형상의 흔들바위가 있다. 영국사에서 은행나무를 지나 나무로 만든 구름다리를 지나면 망탑봉. 그 옆에는 보물 제535호인 삼층석탑이 바위 위에 절묘하게 얹혀 있다. 흔들바위는 바로 옆에 있다. 이 바위는 기존의 흔들바위 모양과 달리 고래 형상을 하고 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물개를 닮았다고도 한다. 이 흔들바위도 힘껏 밀면 약간은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⑥강진 주작산 흔들바위- 절벽 끝에서 위태위태…장정 여럿 붙어야 미동

휴양림이 있는 강진 주작산(428m) 중턱에도 흔들바위가 있다. 지름이 4m는 족히 될 듯한 아주 동그란 원형바위로, 절벽 끝에 위태롭게 서 있다. 생긴 모양이 둥글둥글해 산 아래 주민들 사이에선 '동구리바위'로 불리는 이 바위는 한가운데 부분이 칼로 잘라 놓은 듯 금이 가 있다. 바위가 세워져 있는 바닥에 약간 경사는 졌는데 구르지 않도록 70~80㎝ 크기의 조그만 바위가 떡 받치고 있는 것도 신기하다. 힘센 장정들이 바위를 흔들면 조금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한 사람이 밀면 거의 꼼짝도 하지 않는다.

⑦속초 설악산 흔들바위- 흔들바위의 지존…설악산 팔기 가운데 하나


설악산 울산바위 아래 신흥사 산내 암자인 계조암 경내에 위치한 흔들바위는 지명도로 봐선 단연 전국 최고. 일명 쇠뿔바위(또는 우각암)라고 한다. 한 사람이 흔드나 여러 사람이 흔드나 똑같이 흔들리기 때문에 설악산 팔기(八奇)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크기는 어른 키보다 조금 더 크고 네댓 사람이 팔을 벌려야 안을 수 있다.

⑧안성 팔봉산 흔들바위-엄지손가락으로도 흔들…둘레 10m 넘어


경기도 안성시 죽산성지 뒷산인 팔봉산에도 엄지손가락으로 움직일 수 있는 흔들바위가 있다. 높이 2.1m, 둘레 10.4m나 되는 거대한 이 바위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이 바위를 떼어 내려고 절반 정도 뒤집었으나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한다. 팀스피리트 훈련 때 미군 9명이 역시 이 바위를 넘기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전해온다.

⑨고흥 팔영산 흔들바위-아무리 밀어도 꿈쩍 않는 마당바위

도립공원인 팔영산(609m)에도 있다. 고흥반도 최고봉인 팔영산은 이름에서 짐작이 가듯 여덟 개의 암봉과 주봉인 깃대봉이 작은 병풍처럼 나란히 이어져 있는 봉우리. 암릉 종주산행의 고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팔영산에도 흔들바위가 있다. 본격 암봉으로 진입하기 직전 '흔들바위'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밀어봐도 움직이지 않는다. 해서, 사람들은 마당바위로 부른다.

⑩김해 용지봉 용바위 - 첫 인상은 고릴라 얼굴 빼닮아…미동도 있어


김해와 창원의 경계에 위치한 낙남정맥 상의 한 봉우리인 용지봉은 부산서 아주 가까워 부산 산꾼들도 부담없이 즐겨찾는 봉우리이다.
 장유폭포가 있어 한여름 계곡산행지로도 있기 있는 용지봉은 가야 문화와 남방불교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놓쳐선 안 될 필수 코스이다. 말발굽 모양의 용지봉 한쪽 기슭에 둥지를 튼 장유사가 가락국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전설이 베어 있기 때문이다. 장유사는 천태산의 부원암, 무척산의 모원암, 지리산의 칠불사와 함께 가락국의 전설이 서려 있는 암자.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사리탑이 세워져 있다.
 이 용지봉에도 흔들바위가 있다. 하지만 이름은 용바위. 등산로 상에 안내판이 있어 놓치진 않는다. 첫 인상은 고릴라. 왜 용바위인지 자뭇 궁금하다. 세게 밀어보니 약간의 미동이 있다. 차라리 흔들바위라고 명명했으면 그 명성이 오래 그리고 널리 퍼졌을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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