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난코스 공략하기 <4> 울산 보라CC

클럽 챔피언 최진호 "윌리엄 9, 5번 어려워"
영남권에선 드문 유러피언 스타일 골프장
윌리엄 4번홀, 주변 풍광 아름다워 '황홀'
주말 점심 뷔페 선보여 골퍼들에게 인기
 

정면 영축산을 위시한 영남알프스 남동부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 가운데 강대성 프로가 윌리엄 4번홀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 작은 산이 막고 있는 티잉그라운드에선 바람이 미미하지만 그린 상공에선 바람 때문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자고로 골프장은 인공미를 가하지 않고선 존재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 골프장은 대부분 산을 깎아 조성하기 때문에 도그레그형 코스가 필연적이다. 하지만 보라CC는 인공미를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기암괴석과 절벽 등 고원 지형을 그대로 살린 유러피언 스타일이어서 대자연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아름다움을 남겨 놓았다. 해서, 산에 온 느낌이 아니라 스코틀랜드 대저택의 우아한 정원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상당히 이국적이다.

홀과 홀 사이를 구분짓는 설계 또한 독특하다. 대부분의 골프장은 숲을 조성해 홀과 홀을 구분하는데 반해 이곳은 기존 산자락의 마운드를 그대로 살려 운치 있는 나무 몇 그루만으로 멋도 내면서 홀을 구분해 놓았다. 조선시대 선비 양산보가 담자락 하나 세우면서 계곡의 일부를 자신의 정원으로 끌어들여 소쇄원을 만들었듯이.

이 때문에 슬라이스나 훅 등 미스샷이 발생한 경우 볼을 쉽게 찾을 수 있어 OB 발생 빈도가 낮다. 초보자의 스코어가 잘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이 클럽 최진호 챔프는 "각 홀마다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전략성이 숨어 있어 싱글 핸디캐퍼들에겐 설계 의도대로 까다롭게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총 27홀인 보라CC의 대표적 코스는 윌리엄 코스와 헨리 코스. 두 코스의 총 길이는 6590m(7207야드). 국내 최장을 자랑하는 통도 파인이스트 남코스(6735m)보단 약간 짧지만 에덴밸리(6552m) 등 전장이 길기로 소문난 여타 골프장에 비해선 길다. 가마솥을 떠받치고 있는 형상이어서 예부터 솥발산으로 불리는 정족산을 따라 도는 헨리 코스는 아기자기한 데다 계곡에서 찬바람이 불어 여름에 특히 시원하고, 이 클럽에서 전장이 가장 긴 윌리엄 코스는 다이나믹해 골퍼들로부터 기피와 사랑을 동시에 받는다.

이번 라운드는 이 클럽 챔피언 최진호 씨와 울산서 활동하고 있는 강대성 프로가 함께 했다. 장타자인 강 프로와 정확한 샷을 구사하는 최 챔프와의 라운드는 보는 것도 연습하는 것만큼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이날 강 프로는 우측 도그레그홀인 헨리 6번홀(파5, 502m)에서 우측 암벽과 숲을 넘기는 340m 드라이버 샷을 선보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우측 도그레그홀인 헨리 6번. 강대성 프로는 백티에서 우측의 숲을 넘기는 340미터 드라이버 샷을 날렸다. 바로 이 장면이다.
클럽 챔피언의 카트에는 챔피언임을 알리는 기(旗)가 걸려 있다. 뒤에 타고 있는 사람이 최진호 보라CC 챔피언이고 앞에 탄 사람은 강대성 프로.

■"드라이브 샷 날리는 것 자체가 부담"

최진호 챔프와 강대성 프로에게 각각 가장 부담스러운 홀을 두 개씩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돌아온 대답은 윌리엄 9, 5번홀이었다. 순서도 똑같았다.

레귤러티에서 본 윌리엄 9번홀.
백티 티잉 그라운드에서 티샷을 날리는 보라CC 최진호 챔피언.

우선 윌리엄 9번홀. 핸디캡1, 파4홀로 챔피언티 431m, 레귤러티 382~403m, 레이디스티 356m로 맞바람이 자주 부는 긴 홀이다. 까다로운 데다 마지막 홀이어서 어느 대회건 승부홀로 항상 긴장감이 감돈다.

최진호 챔프는 "백티에서 보면 한마디로 까마득해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맘놓고 칠 상황은 절대 아니다"고 설명했다. 좌측으로 카트 길 OB, 우측으로 큰 해저드가 떡 버티고 있어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것. 이는 400m가 넘는 레귤러티에서도 마찬가지. 드라이버 샷 거리가 짧은 주말골퍼들은 2온보다 보기를 목표로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최 챔프는 "티샷이 불안한 주말골퍼들은 카트 길 보다는 해저드가 있는 우측으로 공략하는 것이 그나마 스코어를 지키는 요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파를 잡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일깨워주는 홀이다.

파4, 핸디캡3인 윌리엄5번도 주목해야 할 홀. 챔피언티 404m, 레귤러티 372~387m, 레이디스티 318m. 윌리엄 9번홀도 그렇지만 윌리엄 코스의 파4홀은 전장이 긴 것으로 악명높다. 이럴 경우 세컨 샷도 티샷의 캐리에 크게 좌우돼 변수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레귤러티에서 본 윌리엄 5번홀.
윌리엄 5번홀의 백티에서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 강대성 프로.

이 홀도 시각적으로 OB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작용한다. 실제로 좌우측 모두 OB가 쉽게 발생한다. 티샷 또한 최소 190m 정도는 돼야 눈앞에 보이는 벙커를 넘길 수 있다. 여기에 포대그린 주변에 여유 공간이 적어 우측 핀일 경우 버디를 위해 과감하게 공략할 경우 30㎝ 정도만 짧게 쳐도 경사가 있어 카트 길을 타고 흘러내릴 수 있다. 해서, 주말골퍼들은 무조건 그린 가운데를 보고 공략하는 것이 유리하다.
    
4년 전 이곳에서 열린 국내 PGA 랭킹 40위 안에 든 선수들이 참가한 반도보라CC 투어 챔피언십에서 가장 힘든 코스는 윌리엄 5번홀이었다. 이 대회에서 참가 선수들의 드라이버 샷의 그린 적중률 평균이 74%인데 반해 이곳은 45%에 불과했고, 평균 퍼팅 수도 2타를 넘어선 2.01이었다. 평균 타수 또한 파4홀 중 가장 높은 4.37로 나타나 국내 최고의 남자 프로선수들도 윌리엄 5번홀에서 고전했음을 보여준다.

윌리엄 2번홀도 쉽게 접근해선 안 될 까다로운 홀이다. 챔피언티 414m, 레귤러티 383~393m, 레이디스티 372m로 파4 미들홀 중 윌리엄 9번에 이어 두 번째로 길지만 뒷핀일 경우 오르막홀인 점을 감안하면 총 거리에서 윌리엄 9번홀과 거의 비슷해진다. 이 홀은 거리뿐 아니라 그린 또한 어렵다. 겉으로 봐선 심하지 않으나 볼이 홀까지 가기도 전에 꺾이는 등 라이의 변화가 심해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핀 위치에 따라 3퍼트는 기본이다. 그린 앞 벙커 또한 눈엣가시다.

윌리엄 2번홀 백티에서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 최진호 챔피언(위)과 강대성 프로.
윌리엄 1번홀 백티.
윌리엄 3번홀 백티.
윌리엄 6번홀 백티.

헨리 코스도 절대 쉬운건 아냐

파5, 핸디캡3인 헨리2번홀은 보라CC에서 가장 길다. 챔피언티 567m, 레귤러티 523~546m, 레이디스티 484m. 오르막까지 고려한다면 거의 600m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단타자일 경우 4온, 5온도 부지기수로 나온다.

헨리 2번홀 백티.
레귤러티에서 본 헨리 2번홀.

파4, 핸디캡4의 헨리 5번홀은 좌우 모두 OB가 있어 정교한 티샷을 요하는 홀이다. 챔피언티 377m, 레귤러티 322~349m, 레이디스티 300m. 오르막인 이 홀은 티샷이 우측 경사면 절개지에 빠지면 세컨 샷 때 그린이 보이지 않으며, 좌측은 카트 길과 벙커가 놓여 있다. 해서, 벙커 우측으로 공략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린 또는 만만찮아 3퍼트도 자주 나온다.
헨리 5번홀 백티에서 티샷을 날리는 강대성 프로(위)와 최진호 챔피언.
헨리 1번홀 백티.
헨리 3번홀 백티.
파3홀인 헨리4번 레귤러티.
좀 더 가까이서 본 헨리 4번홀 그린.
헨리 9번홀 백티.
레귤러티에서 본 헨리 9번홀.


그린 상공에 부는 바람 못 읽은 정준 프로의 패착
   
지난 2005년 반도보라CC 투어챔피언십에서 3R까지 선두를 달리던 정준 프로는 윌리엄 4번홀 150m 파3에서 티샷이 물에 빠지는 실수를 범했다. 이 홀의 실수가 결국 머릿속에 남아 마지막 날 76타라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져 시즌 2승의 꿈을 날려 버렸다.

왜 그랬을까. 바람 탓이었다. 그린이 호수에 둘러싸여져 있어 일명 아일랜드홀로 불리는, 보라CC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홀의 티잉그라운드 앞에는 작은 산이 막고 있어 바람의 영향이 미미하지만 같은 시각 150m 정도 떨어진 그린 상공에 부는 바람을 정준 프로는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파3홀로 일명 아일랜드홀이라 불리는 윌리엄 4번홀 백티.  
윌리엄 4번홀의 레귤러티에서 티샷을 날리는 기자. 왠지 폼이 어색하지만 최진호 챔피언과 강대성 프로보다 훨씬 더 가까이 홀컵 근처에 온그린 시켰다.
윌리엄 4번홀 그린. 해저드에 둘러싸여 아일랜드홀임을 알 수 있다.

레저시설부문 토목건축 최우수상 수상

권홍사 반도종합건설 회장의 딸 이름을 본 따 명명됐다는 보라CC는 안개가 끼더라도 30분 이상 머문적이 없고 비 또한 인근 골프장보다 적게 내려 기상 악화에 따른 휴장이 적다. 또 산악지대에 위치해 있으면서 각 코스에 따른 고저차가 30~40m에 불과해, 티박스에서 홀 전체를 파악할 수 있어 2005년 레저시설부문 토목건축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난 5월부턴 영남권에서 처음으로 주말 점심 뷔페(1인 1만8000원)를 선보여 골퍼 동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보라CC 안영호 대표는 "올해 5주년을 맞는 후발 주자이지만 예약부터 라운드에 이르기까지 회원 및 주말골퍼들에 대해 최상의 서비스를 다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부·울·경 골퍼들이 많이 사랑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052)255-1000

사명대사 생가터에서 보면 정동쪽에 위치
사명대사가 공부하던 바위와 샘터 존재
흔히 창녕의 산, 산행팀 밀양 무안면서 개척
서가정마을 출발, 걷는 시간만 4시간40분
들머리 영산정사, 날머리 사명대사 생가지
종남산 등 창녕산과 영남알프스 한눈에 보여

들머리인 밀양 무안면 서가정마을 주차장에서 본 영취산 전경.

'영축산 영취산 취서산'.
일반 산꾼들 사이에서 아직도 혼용되고 있는 산 이름이다.

우선 떠오르는 곳이 통도사를 품은 영축산(靈鷲山). 한자 '鷲' 자를 두고 나온 옥편에선 '독수리 취'라고 표기돼 있지만 불교에선 '축'으로 발음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심지어 '길들일 서(棲)' 자를 곁들여 '취서산'으로도 부른다.

 양산시는 지난 2001년 지명위원회를 열어 통도사를 품은 뒷산을 영축산으로 통일했다. 하지만 홍보 부족 탓인지 여전히 산꾼들 사이에서 혼용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다음' 등 주요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 얼마나 혼용되고 있는지는 검색창에서 한번만 확인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반면 창녕에는 '영취산'이라는 이름이 둘 있다.

 하나는 송이집산지로 유명한 창녕읍 옥천 쪽을 들머리로 하는 '고개 영(령)' 자를 쓰는 영취산(嶺鷲山·736m)이고, 또 하나는 영산읍에 위치한 암봉인 영취산이다.

 창녕군 창녕읍과 밀양시 무안면의 경계에 위치한, 전자인 영취산은 큰고개(절재)를 넘지 않으면 접근이 안돼 붙여진 이름이며 후자인 영취산(靈鷲山·682m)은 '신령 영(령)' 자를 써 통도사 뒷산 영축산과 동일한 한자를 쓴다. 산꾼들의 입장에선 지금처럼 본의 아니게 교통정리된 상황이 오히려 헷갈리지 않고 더 낫다며 창녕군이 괜시리 지명위원회를 열어 개악을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듯 '고개 영(령)' 자를 쓰는 영취산은 흔히 창녕의 산으로 인식돼 왔다. 흔히 산행을 창녕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물론 산너머 밀양 하서산이나 사명대사 생가터에서 산행을 시작, 영취산을 찍고 창녕으로 하산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산행팀이 지향하는 원점회귀가 되질 않는다.

 해서, 늘 새로운 산길을 추구하는 산행팀은 밀양 쪽에서 그 누구도 가지 않은 산길을 개척, 이름하여 '영취산 원점회귀' 코스를 만들었다.

들머리 인근의 부산 대각사의 말사인 영산정사. 목탑 양식의 7층 건물이 성보박물관이다.

 산행기점은 무안면 가례리 서가정(西嘉亭)마을 주차장. 박재기 서가정마을 이장은 독특한 서가정 이름과 관련해 "밀양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아름다운 정자가 많은 마을"이라며 "어렸을 때 마을 어른들은 이 영취산을 산 봉우리가 뚜렷해 '산봉산'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산행은 무안면 가례리 서가정마을 주차장~영산정사 일주문~철탑(경주 김씨묘)~철탑~주능선(옛 헬기장)~전망대~정상 직전 삼거리~영취산~정상 직전 삼거리~서가정·심명고개 갈림길~심명고개~임도~철탑~임도~삼각점봉~하서산·사명대사 생가지 갈림길~사명대사 생가지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40분 정도 걸린다. 들머리만 잘 찾으면 산행은 의외로 쉽다. 일부 구간은 길이 묵어 다소 당황스럽겠지만 그때마다 산행팀이 노란 안내리본을 촘촘하게 묶어놓아 큰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서가정마을 주차장에서 영산정사 방향, 즉 좌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서가정 복지회관과 영산정사 일주문을 잇따라 지난다. 곧 우측으론 영산정사, 좌측으로 공사가 중단된 와불 좌대가 보인다.

 '영취산 영산정사'라 적힌 커다란 이정석 앞에서 왼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전봇대를 따라 흙길로 올라간다. 세 번째 전봇대 직전 왼쪽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본격 들머리다.

 낙엽과 솔가리가 어우러진 푹신푹신한 산길이다. 4분 뒤 첫 갈림길. 나무를 눕혀 놓은 우측 대신 좌측으로 올라서면 철탑과 묘지를 만난다. 맨 좌측 경주 김씨묘 뒤로 올라서 봉분이 이장된 묘지 2기를 지나면 반듯한 산길과 만난다. 이 길은 첫 갈림길서 우측으로 올라오는 길인 듯 싶다.

 오름길이지만 단풍이 널브러져 있는 천연카펫을 걷는 기분이다. 두 번째 철탑에 닿는다. 지능선에 올라선 셈이다. 이때부터 주능선까진 청정 오르막 낙엽산길. 좌측으론 덕암산이, 우측으론 영산정사와 들머리 서가정이 한눈에 펼쳐진다. 산 전체도 겉보기엔 노랑과 초록으로 어우러진 근육질의 봉우리처럼 보이지만 막상 품안에 들면 전형적인 육산이다. 곳곳 쓰러진 나무들과 잡목 일부만 정비하면 어딜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등산로가 될 듯하다.

수북이 쌓인 낙엽융단길이 무척 푸근하게 다가온다.

발아랜 낙엽융단길, 머리 위론 아직 끝물 단풍이 인상적이다.

 일순간 계속되던 산길이 수북이 쌓인 낙엽으로 인해 사라진다. 두 번째 철탑에서 36분. 길찾기 유의할 지점이다. 우측으로 올라선다. 리본을 촘촘히 묶어놓았다. 이어지는 개척산행. 이끼 낀 집채만한 바위를 지나면 석축이 보인다. 옛 헬기장이자 동시에 주능선에 올라서는 지점이다. 억새를 헤치면 마침내 주능선길을 만난다. 왼쪽은 종암산~부곡온천~덕암산 또는 함박산 방향, 오른쪽은 영취산~관룡산~화왕산 가는 길이다.

 산행팀은 영취산 방향으로 향한다. 송림길이다. 도중 '열왕지맥'이란 조그만 팻말이 보인다. 열왕지맥은 비슬지맥의 분맥으로, 분기점인 천왕봉에서 열왕산 종암산 덕암산을 거쳐 비룡산에 이르는 30㎞ 되는 산줄기.

 이후 '부곡온천 가는 길'이란 팻말이 걸려 있다. 이 팻말은 이후 줄곧 만난다. 팻말 뒤 우측으로 가면 조그만 무덤이 있는 전망대가 숨어 있다.

산행 중 만나는 무덤 앞 전망대에 서면 발아래로 영산정사와 들머리 서가정마을 그리고 저멀리 운문산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 연봉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발아래 영산정사와 공사가 중단된 와불 좌대, 좌측으로 향후 오를 영취산과 영취산에서 무안면 소재지로 '한 일(一)' 자로 뻗어내리는 능선 끝자락의 봉우리가 하서산이다. 산행팀은 이 능선으로 돌지 않고 영취산에서 뒤로 넘어가 뒷능선에서 지금 보이는 능선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또 1시 방향으론 종남산과 덕대산이, 그 사이 뒤로 토곡산과 무척산이 보인다. 맨 뒤 높은 산줄기는 영남알프스. 왼쪽에서부터 운문산 가지산 천황산 재약산 등이 보인다. 발아래 비닐하우스는 무안면의 대표 브랜드로 청양고추에 버금가는 일명 땡초로 불리는 맛나향 고추 재배장이다. 이번 코스에서 가장 멋진 전망대다.

 이 길은 창녕과 밀양의 시군경계선. 산길을 기점으로 '좌 창녕, 우 밀양'이다. 도중 왼쪽으로 관룡산과 화왕산이 보이고, 차츰 정면으로 영취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멋진 전망대에서 18분 뒤 능선이 우측으로 휜다. 그 곡각지점이 갈림길이다. 왼쪽 내리막은 임도와 만나 창녕읍 옥천 방향으로 이어지고, 산행팀은 오름길로 직진한다. 이후 산길은 고만고만한 무명봉의 반복되는 오르내림이 이어지지만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
 영취산으로 오르는 마지막 오름길은 가시덤불을 헤쳐야 한다. 잠시 뒤돌아보면 방금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펼쳐지며, 철탑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종암산이며 그 우측이 병봉이다.

창녕군에서 정상이라 표기해 놓았지만 실은 여기서 5분 북쪽에 위치한 봉우리가 진짜 정상이다. 해서, 산행팀은 이곳을 삼거리봉이라 명명했다. 

 마침내 영취산(736m) 정상. 창녕군에서 이정표를 세워놓았다. 하지만 진짜 영취산 정상은 북쪽(좌측)으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삼각점이 있는 지점이다. 해서, 산행팀은 이 지점을 삼거리봉이라 명명한다. 여기서 길은 두 갈래. 좌측은 절재~창녕 극락암 방향, 우측은 심명고개~관룡산~화왕산 방향이다.

 산행팀은 진짜 영취산을 다녀와서 이곳에서 우측 심명고개 쪽으로 내려선다. 삼각점이 위치한 진짜 정상에는 '열왕지맥 영취산 739.7m'라 적힌 팻말이 걸려 있어 이곳이 정상임을 확인시켜준다. 참고로 삼거리봉이 창녕과 밀양의 경계이며, 진짜 영취산 정상은 약간 창녕 쪽에 치우쳐 있다.

 심명고개로 침목계단을 통해 내려서면 한동안 환상적인 낙엽융단길이 이어진다. 삼거리봉에서 15분 걸었을까, 길찾기에 유의해야 하는 갈림길을 만난다. 우측은 서가정마을 또는 인근 다례마을 하산길, 산행팀은 좌측 심명고개 쪽으로 향한다. 우측은 짧게 도는 코스, 좌측은 크게 한 바퀴 도는 코스로 보면 된다.

때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멋진 산길이 기다린다.

길 주변은 온통 노랑 단풍이 숫제 터널을 이루고 있으며 그간 안 보이던 바위까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산길은 어느새 좌측으로 크게 돌면서 오름길로 변한다. 그 정점에는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정표 우측에는 향후 여정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전망대가 기다린다. 정면으로 청도 남산과 화악산, 그 우측으로 운문산 가지산 천황산 재약산 영축산이 확인된다. 산행팀은 정면으로 보이는 철탑 중 가장 선명한 철탑이 서 있는 능선을 따라 우측으로 운행할 예정이다.

 내리막길은 한적하고 여유롭다. 내리막의 끝은 13분 뒤. 이정표가 서 있는 심명고개다. 여기서 7분 뒤면 임도로 올라선다. 왼쪽 산길로 이어지는 이정표가 보이지만 무시하고 임도를 따라 직진한다. 5분 뒤 앞서 본 선명한 철탑이 서 있는 숲으로 들어선다. 임도로 끊어졌지만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거친 입구만 지나면 멋진 송림길이 기다린다.
 3분 뒤 다시 임도와 만난다. 대각선 방향으로 가로질러 산으로 진입한다. 입구엔 이정표가 서 있다. 그냥 임도 따라 내려가면 사명대사 생가지(2.3㎞). 

산행 막바지 갈림길. 직진해 침목계단을 오르면 하서산을 찍고 무안면 소재지로 이어지고, 우측으로 방향을 꺾으면 사명대사 생가지로 내려선다

 14분 뒤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면 능선이 우측으로 휘면서 침목계단을 만난다. 삼각점에서 11분 뒤 갈림길. 직진하면 무안면 소재지로 내려서는 하서산(5.1㎞), 우측은 사명대사 생가지(1㎞) 방향. 23분이면 사명대사 유적지 도로와 만난다. 우측으로 보이는 건물이 사명대사 기념전시관, 사명대사 생가지는 좌측으로 내려서면 만난다.


사명대사 기념전시관.
사명대사 생가지. 이곳에서 영취산은 정동쪽에 위치해 있다. 사명대사는 이 영취산에서 꿈을 키웠다.

#떠나기 전에-원조 밀양돼지국밥 먹고, 표충비도 보고

대형버스 20대도 주차 가능한 너른 주차장에 서면 노랑과 초록빛이 어우러진 영취산이 마을을 병풍처럼 살포시 감싸고 있다. 서가정교회 철탑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정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상 직전 삼거리봉이다.
 산행 들머리 인근에는 부산 중구 대각사의 말사인 영산정사가 터를 잡고 있다. 목탑의 형태로 지어진 7층 성보박물관에는 부처님 진신사리 100만과와 10만 패엽경, 2000여 점의 각국 불상이 전시돼 있다.
 또 27t 규모의 청동 대범종은 참배객들이 칠 수 있도록 나무망치를 준비해 두고 있어 각자의 소원을 빌면서 종을 쳐볼 수 있다.

 영산정사 맞은편 구릉지에 조성 중인 와불 공사는 3년 전 중단됐다. 사찰 측은 몸길이 130m의 세계 최대 와불을 안치하려고 공사를 시작했지만 현재 좌대만 거의 완성된 상태이다.

 무안면 소재지에선 표충비를 빠뜨리지 말자. 흔히 국가에 큰 어려움이나 전쟁 등의 불안한 징조가 보일 때마다 비에서 땀이 흐른다 하여 '땀 흘리는 표충비'로 불린다. 산내면 남명리 얼음골과 함께 밀양의 불가사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표충비는 사명대사의 나라사랑이 죽어서까지 신통함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전해온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돼지국밥의 원조인 밀양에서도 '원조'로 통하는 곳이 이번 산행지 영취산이 위치한 무안면의 동부식육식당(055-352-0023)이다. 3대째 내려오는 원조 중 원조집인 셈이다.

 일제강점기 때 최수곤 사장의 할아버지가 무안면 시장터에서 운영하던 '양산식당'이 바로 이 동부식육식당이다. 한편 최 사장의 부친은 인근에 '시장옥'이란 상호로 분가해 이후 최 사장의 형이 지금의 무안식육식당으로 이름을 바꿔 영업하고 있다. 최 씨의 또 다른 형은 제일식육식당이란 상호로 돼지국밥집을 열어 영업하고 있다.

 결국 혈통으로 따지자면 형이 운영하는 무안식육식당이 정통성이 있지만, 동부식육식당은 할아버지가 문을 연 바로 그 터라는 점에서 흔히 밀양 돼지국밥의 원조로 통하고 있다.

 소뼈를 3일간 고아 나온 육수, 누린내가 나지 않는 암퇘지만 사용하는 점 그리고 고기를 씻을 때도 소금과 밀가루를 섞는 점이 맛의 비결이라고 한다. 국밥 5000원, 수육 1만5000원~2만 원.

#교통편-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로 나와 밀양 방향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밀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매시 정각에 출발한다. 주말(토, 일요일)에는 오전 9시40분과 오전 10시20분에도 있다. 1시간 소요. 4000원. 밀양터미널에서 들머리인 서가정마을행 농어촌 버스는 오전 7시20분, 10시30분에 있다. 1600원. 날머리인 사명대사 생가터에서 밀양터미널행 농어촌 버스는 오후 3시15분, 5시30분, 7시35분에 출발한다. 밀양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매시 정각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8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밀양 청도 방향~창녕 밀양 24번~마산 창원 시청 법원 검찰청 방향~창녕 부북 24번 우회전~창녕 청도면 24번~합천 창녕~무안면~무안 부곡 30번 좌회전~창녕 부곡온천~사명대사 유적지(5㎞) 크게 우회전(영산정사)~갈림길에서 왼쪽(영농법인 농정, 갈탄보일러)~영취산 하서산 등산안내도 지나~영산정사 방향~다례 서가정 사명대사 유적지 영산정사 우회전~다례 서가정~가례리 서가정마을 이정석(서가정 버스정류장).

 사명대사 생가지에서 들머리 서가정까지는 택시(055-352-0330, 353-8259)를 이용하면 된다. 9000원 안팎.

글 사진=이흥곤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광활한 평원의 가을 파도 억새 품에 한번 안겨볼까
-국제신문 산행팀 추천, 추석 연휴 가볼 만한 억새 산행지

 
 여름 한철 잠시 지팡이를 접은 평범한 산꾼들은 통상 이달 10일을 전후하여 본격적으로 등산화끈을 질끈 매고 산을 찾기 시작한다.

올해는 이 시기가 공교롭게도 추석 연휴 기간이다. 최근에는 명절 때 차례를 간편하게 모시는 추세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남는 시간에 가족들과 함께 멀지 않은 근교산으로 떠나는 경우가 보편화됐다. 때마침 가을의 전령 억새가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이름에서 연상되는 투박함과 달리 억새는 한줌 실바람이라도 스치면 파르르 몸살을 앓듯 가녀린 여인네의 자태마냥 아름답다. 역광에 반사되면 찬란한 금빛 억새로 뽐내고 석양에 비치면 수줍은 듯 홍조를 띠다 달빛에 젖으면 푸근한 솜털로 옷을 갈아 입는 변신의 귀재 억새.

국제신문 산행팀은 추석 연휴를 맞아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억새의 물결을 볼 수 있는 산행지를 추천한다.
   
 
#부산 최고의 억새군락지 승학산(乘鶴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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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학산 억새평원은 도심을 벗어나지 않고 가을 전령인 억새의 화려한 장관의 물결을 원없이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억새 산이다. 사하구와 사상구에 걸쳐 있는 승학산은 해발 496m로 높지 않아 가족 등반 코스로 제격이다. 흔히 '동네 뒷산'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주변 봉우리와 능선을 이어 산행하면 평범하지 않은 산임을 느낄 수 있다.

고려말 무학대사가 산천을 두루 살피며 전국을 유랑할 때 산세가 준엄하고 기세가 높아 학이 하늘을 나는 듯하다 하여 명명한 승학산에 서면 부산의 도심과 산세를 파악할 수 있는 데다 영남알프스인 영축산 가지산까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승학산은 산행 기점을 어디서나 쉽게 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사하구에선 동아대 하단캠퍼스나 하단오거리 사파이어 호텔 뒤, 엄궁 등지에서 쉽게 오를 수 있고 서구에선 꽃마을이나 대티고개 정상부에서 올라 시약산~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 정상을 거쳐 동아대 하단캠퍼스로 하산이 가능하다.

장시간 산행을 하려면 중구 대청공원에서 출발해 구봉산~엄광산~꽃마을~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으로 이을 수 있고 동구에선 안창마을, 부산진구에선 통일교 범내골 성지에서 올라 각각 수정산~엄광산~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으로 종주산행을 할 수도 있다.   
 

#부산의 진산 금정산 장군봉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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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에도 억새군락지가 있다. 부산 쪽이 아니라 고당봉 넘어 양산 쪽 금정산 최북단에 위치한 장군봉에 억새 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고당봉에서 북쪽으로 2㎞ 정도 떨어져 있어 평소엔 뜸하지만 억새들의 군무가 한창인 가을이면 많은 산꾼들이 즐겨찾는 부산 근교의 억새 명소로 가을 한철 억새 탐승지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산행은 양산시 동면 금산사에서 출발, 움막~습지~주능선~범어사기 석표~철탑~샘터~718봉~장군봉~철사다리~은동굴 갈림길~금산사로 원점회귀 가능하다. 또는 동면 중리마을에서 출발~금정암~임도~석문~729봉~장군봉 순으로 산행을 이어도 된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경우 장군봉을 보고 와서 고당봉을 거쳐 범어사로 하산할 수 있다.
   
 
#해운대 장산에도 억새군락지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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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고당봉, 백양산에 이어 부산서 세 번째로 높은 해운대 장산은 바닷가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고 정상에는 군부대가 주둔해 있는 해운대 뒷산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억새군락지가 분명 존재하고 있다. 여타 억새 명산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반나절 억새 산행에 안성맞춤이다. 장산 정상을 지나 구곡산 가는 길에 위치한 억새군락지는 가을 한창 땐 억새산행이란 이름을 붙여도 좋을 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다. 특히 구곡산은 바다와 아주 가까운 데다 대천공원에서 걸어서 1시간 거리여서 멋진 해맞이 산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도심에 위치해 있어 근접하기도 아주 편리하다. 해운대 신시가지의 대천공원을 비롯해 재송동 반송동 반여동 우동 기장 등지에서 쉽게 오를 수 있다. 크게 한 바퀴 산행을 하려면 해운대기계공고 인근 운촌경로정에서 철길을 건너 출발, 옥녀봉~중봉~정상 밑 갈림길~억새군락지~구곡산~대천공원 순으로 걸으면 된다. 5시간 정도 걸린다. 또 거문산에서 철마산 가는 도중에도 드넓은 억새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이곳은 마을 아래 사람이나 전문 산꾼이 아니고서는 잘 모르는 숨은 명소이다.
   
 
#화왕산성 한가운데 십리억새밭 창녕 화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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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에서 연상되는 투박함과 달리 억새는 역광에 반사되면 찬란한 금빛 억새로 뽐내고 석양에 비치면 수줍은 듯 홍조를 띠다 달빛에 젖으면 푸근한 솜털로 옷을 갈아 입는 변신의 귀재다. 사진은 화왕산성 내에 펼쳐진 십리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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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차로 불과 1시간10분이면 들머리에 도달할 수 있는 데다 억새밭으로 오르는 산행시간이 1시간이면 충분해 억새 산행지로 남녀노소에게 각광받고 있다.

창녕은 예부터 낙동강과 우포늪의 범람으로 홍수가 잦아 주민들이 물기운을 다스리기 위해 창녕의 진산 이름을 '불기운이 왕성하다'는 의미의 화왕산(火旺山)으로 명명했다. 이 때문에 유난히 산불이 많이 발생해 키 큰 나무들은 오간데 없고 억새가 산 정상부를 뒤덮고 있다.

가장 보편적인 등산로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IC에서 5분 거리인 화왕산 군립공원 내 자하곡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코스. 도중 깔딱고개를 넘어야 하지만 넉넉잡아도 1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

화왕산 정상부에 위치한 화왕산성은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큰 공을 세운 곳. 남동쪽의 경우 돌로 성을 쌓았지만 서북쪽은 절벽능선이라 자연성벽이다. 그 가운데가 십리억새밭으로 그 면적은 18만4800㎢(5만6000평). 직접 억새밭으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성곽일주를 하며 억새를 감상한다. 정상석에서 기념 촬영을 한 뒤 난전이 펼쳐진 서문에서 성곽의 흔적이 잘 보존된 동문을 지나 남쪽의 배바위를 넘은 뒤 다시 원점인 서문으로 돌아오면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제대로 된 산행을 하면서 화왕산 억새를 감상하려면 중부내륙고속도로 영산IC를 나와 관룡사 쪽에서 출발, 화왕산~동문~허준 세트장~관룡산~용선대를 거쳐 원점회귀할 수 있다. 걷는 시간만 4시간10분 걸린다. 관룡산 주변은 송이버섯 산지. 관룡사 아래 옥천저수지 주변에는 송이밥 등 송이요리 전문점이 모여 있다.
   
 
#원효 대사 숨결 남아 있는 양산 천성산 화엄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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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千聖山)은 신라 원효 대사가 당에서 건너온 1000명의 스님에게 화엄경을 설법하여 모두 성인이 되게 한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화엄경을 설법한 장소가 바로 지금의 억새물결이 장관인 화엄벌이고, 한때 89개나 존재했던 암자와 사찰이 당에서 온 제자들의 숙소였다.

화엄벌은 원래 습지였지만 오랫동안 방치돼 오다 지난 1999년 고산습지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고 그로부터 3년 뒤인 2002년 환경부로부터 '화엄늪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따라서 아쉽게도 펜스로 둘러쳐져 있다.

화엄벌 억새는 유난히 키가 작아 친근감이 간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펜스를 따라 끝없이 펼쳐진 억새밭을 한가하게 걷노라면 참 잘 왔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전망도 빼어나 낙동강을 기준으로 왼쪽엔 금정산 고당봉과 계명봉이, 오른쪽엔 김해 백두산과 동신어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대표적 코스는 상북면 석계~임도~원적산 봉수대~차단기~화엄벌~원효암~홍룡폭포~홍룡사. 덕계 쪽으로 하산하려면 화엄벌에서 무지개폭포~장흥저수지~덕계 또는 화엄벌에서 월평리 장흥부락으로 내려서면 된다. 초보자라면 오경농장 쪽에서 용주사를 거쳐 올라오면 힘들이지 않고 화엄벌 억새밭을 만날 수 있다.
   
 
#영남알프스 산군의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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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평(330만 ㎡)로 국내 최대 규모의 억새군락지인 재약산 사자평원.


부울경 산꾼들의 영원한 '베아트리체' 영남알프스에도 억새군락지가 있다. 국내 최대의 억새평원인 재약산 사자평과 신불산 신불평원이 바로 그것.

사자평은 그 모습이 너무나 장관이라 옛 문헌에선 광평추파(廣平秋波·광활한 평원의 가을 파도)라 하여 '재약8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해서 사자평 코스는 가을 억새 탐승길의 고전으로 꼽혀 영남알프스 전지역에서 가장 많은 등산객이 몰린다.

산행은 밀양 단장면에 위치한 호국대찰 표충사를 기점으로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표충사~진불암~재약산, 표충사~고사리분교터, 표충사~층층폭포~고사리분교터 순이 일반적이다. 좀 더 길게 잡으면 표충사~한계암~천황산~천황재~재약산, 필봉~천황산~천황재~재약산 순으로 걸을 수 있다. 천황산과 재약산 사이의 천황재 억새 또한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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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평원 억새.

신불산 신불평원도 억새밭으로 유명하다. 재약산 사자평 억새밭이 광활함을 자랑한다면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신불평원은 능선을 따라 좌우로 펼쳐져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곳은 천성산 화엄벌의 억새처럼 키가 작아 바람에 일렁이는 군무는 보기 어렵지만 억새 사이의 잡목이나 잡풀이 거의 없어 억새군락지의 진수를 보여준다. 신불산에서 북쪽의 간월산까지 2.3㎞ 구간에서도 억새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억새 감상을 위한 덱이 조성돼 있는 간월재에서 바라보는 억새의 군무도 볼 만하다.

등산로는 등억온천~간월산장~임도~간월재~신불산~신불평원~영축산~통도사 순이지만 원점회귀를 원할 경우 신불산에서 공룡능선을 탄 후 홍류폭포를 거쳐 간월산장으로 하산하면 된다. 신불산 서릉을 타고 원점회귀할 경우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하단)에서 출발, 신불평원~신불산~공비지휘소 전망대~파래소폭포~휴양림 순으로 내려올 수 있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감춰진 비경…암릉·억새·폭포 '진수성찬'
보전지역 통제 … 뒤늦게 소개
신불산폭포 휴양림에서 출발
광활한 평원 초록색 억새천국
능선따라 거침없는 조망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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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면 푸른대로 매력있고, 늦가을 찬란한 황금물결로 변하면 정신을 못차릴 만큼 황홀해지는 신불평원.


결론은 역시 영남알프스.

주말이면 언제나 산과 더불어 산다는 부산 설송산악회 김병권 회장은 "오랫동안 전국의 많은 산을 다녀봤지만 영남알프스처럼 지척에 있으면서 입맛대로 각양각색의 길을 택할 수 있는 산은 아주 드물다"며 영남알프스 예찬론을 펼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땐 얼음같은 계곡물로 반겨주고 늦가을엔 나라 안 최고의 광활한 억새평원으로 변신하며 한겨울엔 일본 북알프스 못잖은 설경을 선사하며 겨울산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무작정 내달리고 싶을 땐 장쾌한 능선길을 내주고 암릉의 짜릿한 스릴도 안겨준다. 사방팔방 확 트인 조망은 감탄사마저 잊게 한다. 그야말로 산꾼들에게 축복의 땅이자 해방구다.

김 회장은 "50대의 많은 장년층이 골프나 테니스를 즐겨하다 결국 등산으로 되돌아 오듯 대다수의 산꾼들이 전국의 여러 산을 섭렵하다 결국 영남알프스로 회귀하는 것은 그만큼 영남알프스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근한 매력을 숨기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 영남알프스의 미래는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울산 밀양 양산 경주 청도 등 영남지역 5개 시·군에 걸쳐있는 영남알프스는 각 지자체의 무분별한 개발 경쟁으로 지금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산허리를 무자비하게 잘라먹은 뱀모양의 임도와 국도 확포장, 골프장 건설, 펜션 건립 등이 대표적인 사례.

여기에 영남알프스의 맏형격인 가지산은 도립공원, 신불산은 군립공원으로 지정돼 각 지자체의 개별관리가 진행되고 있어 향후 통합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언제든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 현 실정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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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버섯(왼쪽)과 신불산 정상.

이번주 소개하는 산은 영남알프스의 숨은 보석 울산 신불산 서릉. 그간 아껴놓은 코스이다.

사실 산행팀은 지난 10년간 영남알프스 태극종주를 비롯 영남알프스와 주변 언저리의 이름깨나 알려진 능선과 계곡은 모두 훑었다.

이 길이 이처럼 뒤늦게 소개되는 사연은 이랬다.

10여년 전에는 파래소폭포 방향 입구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자연생태 보전지역'이라는 자율통제형 대형 팻말이 서 있었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이 코스를 멀리 내다보고 지정 지역이 해제될 때까지 산행수첩에서 아예 제외해오다 최근 대형 팻말 대신 '파래소폭포'라는 이정표가 있는 것을 우연히 확인하곤 최근 취재산행지로 결정했다.

헌걸찬 산세에 수려한 능선, 울창한 숲, 광활한 억새초원, 그 유명한 파래소폭포를 감상하느라 시종일관 발걸음이 가볍다. 신불산은 또 한국전쟁때 파르티잔이 버글거리던 최대 근거지. 하산길 995봉에는 공비지휘소 전망대도 뜻밖에 만난다.

산행은 신불산 폭포자연휴양림(하단)~임도~신불재~신불산 정상~간월재·파래소폭포 갈림길~전망대(암릉)~995봉(공비지휘소 전망대)~소나무 고사목~임도~파래소폭포~인공동굴(아연광산)~휴양림 주차장 원점회귀.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에 불과한데다 길찾기도 어렵지 않아 가족산행지로 떠나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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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 주차장에서 차단기가 설치된 파래소폭포 방향으로 간다. 이정표가 서 있어 바로 눈에 띈다.

5분 뒤 엄청난 크기의 바위 계곡을 보며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들머리. '신불산 정상 4.7㎞, 파래소폭포 0.8㎞' 이정표가 서 있다.

초반부터 지그재그 급경사길. 신불재에 닿을 때까지 지루하게 계속되니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하자. 계류와 나란히 달리지만 거리는 제법 된다. 맨발산악회 리본과 노란 망태버섯도 보이고,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도 들린다. 점차 길이 좁아지고 산죽길도 만난다. 바닥에 설익은 돌배가 많이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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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 정상을 지나 공비지휘소 전망대로 가는 도중 만나는 암릉.

1시간쯤 뒤 갈림길. 우측은 계곡으로 이어지고, 산행팀은 왼쪽 신불재 방향으로 간다. 곧 임도. 우측 산길로 곧바로 오른다.

주능선인 신불재까지는 임도에서 30분, 들머리에서 대략 1시간30분 걸린다. 왼쪽 신불산, 오른쪽 영축산, 직진 삼남 가천리 방향. 직진한다. 100m만 내려가면 움막과 바로 아래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샘터가 있어 점심먹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윽고 다시 광활한 초원능선으로 올라 신불산 정상으로 향한다. 키 작은 관목들과 부드러운 억새들이 뒤섞인 초록의 평원이 눈부시다. 이곳이 늦가을이면 억새의 찬란한 황금물결로 변하는 바로 그 신불평원.

정상까지는 30분. 제법 경사가 심하지만 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와 산오이풀 쥐오줌풀 마타리 원추리 등을 보노라면 그리 힘들지 않다. 비록 무인산불감시탑이 남쪽 조망을 흐려놓고 있지만 사방팔방 산의 물결은 상상을 초월한다. 동으로 공룡능선, 북으론 고헌산을 비롯 좌측(반시계 방향)으로 문복산 상운산 쌀바위 가지산 능동산 운문산 천황산(사자봉) 재약산(수미봉) 향로산 투구봉 영축산 천성산 문수산 남암산이 가히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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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비지휘소가 있던 곳'이라 적힌 비석이 서 있는 995봉. 이곳에 서면 주변 능선과 계곡의 지형이 한눈에 파악된다.

하산은 이정표 기준 간월산 방향. 15분 뒤 갈림길. 하얀 벤치가 있다. 오른쪽은 간월재, 왼쪽 파래소폭포 방향으로 간다. 3분 뒤 갈림길. 우로 간다. 길은 좁아지며 암릉과 산죽길을 잇따라 지난다. 시시각각 돌변하는 환상적인 주변 조망은 일품인 반면 길 좌우 바로 보이는 신불산 및 간월재의 흉물스런 임도는 영남알프스의 암울한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일순간 우울해진다.

억새길도 지난다. 이곳의 억새는 신불평원의 그것보다 빨리 펴 조만간 화려한 군무를 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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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에 만나는 높이 15m의 파래소 폭포. 휴양림(하단)에서 불과 800m 거리에 있다.

한 번의 오르막을 힘겹게 넘으면 995봉. '공비지휘소가 있던 곳'이라 적힌 비석이 서 있다. 비석 뒷면에는 한국전쟁 중 남부군 제5지대장이 이곳에 머물면서 신불산 일대의 부하들을 총지휘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비석 내용 그대로 주변 능선 계곡의 지형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때부터 사실상 본격 하산. 995봉 아래 열린 길로 내려선다. 벼락 맞은 소나무 고사목을 지나면 임도. 오른쪽으로 100m쯤 내려가면 왼쪽에 급경사길이 열려있다. 여기서 파래소폭포까지 15분, 폭포에서 다시 외나무 다리를 건너 주차장까지는 17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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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의 수정같이 맑은 계곡(왼쪽)과 신불산폭포 자연휴양림(하단)의 통나무집.

#떠나기전에- '휴양림서 하룻밤' 추억거리
 
신불산 정상석에는 오래전부터 1209m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무인산불감시탑 앞 국토지리정보원이 세운 조그만 안내문에는 2002년 10월 정밀측정 결과 높이가 1159m라고 밝히고 있다. 알려진 것과 달라 바로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영남알프스 9개의 산군 중 가지산에 이어 두번째를 자랑하던 신불산이 운문산 천황산(사자봉)에 이어 네번째로 밀리게 되는 셈이다.

신불평원은 분명 장관이다. 얼핏 역광에 반사돼 찬란한 금빛 억새만을 연상하겠지만 초록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는 모습 또한 일품이다. 파래소폭포로 내려서는 억새군락지는 신불평원보다 가을로 빨리 접어들고 있다. 약간 과장을 한다면 벌써 꽃이 펴 하얀 솜털을 날릴 태세다. 파란 물감을 쏟아부은 듯한 높은 가을하늘과 억새평원, 여기에다 장쾌한 조망. 적어도 이 시기만큼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의 일등 산행지다.

높이 15m 파래소폭포의 원래 이름은 '바래소폭포'. 가뭄이 심할 때 기우제를 지내면 단비가 내려 바라던 대로 이뤄진다고 해 '바래소'라 불리다가 이후 파래소로 이름이 변했다 한다. 지금도 소망을 비는 사연많은 사람들이 특별히 많이 찾는다고 한다.

양산국유림관리소가 운영하는 신불산폭포 자연휴양림(하단)은 조그만 통나무집을 연상시킬 만큼 주변 환경이 일품이다. 여름철이 아니더라도 억새나 단풍이 한창일 때 하룻밤 묵어가면 오랫동안 추억에 남을 듯하다. 7평 4만4000, 10평 5만5000원. 산행만 할 경우 입장료 1000, 주차비 3000원(경차 1500원). (052)254-2123

#교통편-언양서 배내행버스 종점까지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언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 첫차를 시작으로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2900원. 언양시외버스터미널(052-262-1007) 뒷문 시내버스정류장에서 배내행 대우여객 328번 버스를 타고 휴양림 입구 종점상회 앞에서 내린다. 오전 6시20분, 10시. 900원. 이곳에서 휴양림까지 1.7㎞ 구간은 걸어야 한다.

종점상회 앞에서 언양터미널행 시내버스는 오후 5시30분에 있다. 언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양산IC~통도사·양산어곡지방공단 방향 직진~신불산 공원묘지 직진~양산교 건너 우회전~대리 어곡 좌회전~배내골 용선 직진~신불산 공원묘지 통과~신흥사 표지판~석남사 배내골 69번 지방도 우회전~비포장로(공사중)~'폭포가든' 대형 간판 지나 바로 우회전~신불산폭포 자연휴양림(파래소폭포) 하단지구 이정표~파래소 유스호스텔 지나~휴양림(하단) 순.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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