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같은 억새군락·수직 기암괴석 암봉
뜻밖의 눈꽃 터트린 너! 더욱 새롭구나
겉으론 부드러운 육산, 정상부는 암릉의 연속
쭉쭉 뻗은 낙엽송·수려한 계곡의 보석같은 산
주능선 오르면 뒤로 백운·남덕유산 동시 조망


 세간에 덜 알려진 길로 걷다보면 뜻밖의 결과와 맞닥뜨릴 경우가 왕왕 있다. 일종의 파격인 셈. 각본대로 움직이는 잰걸음보다 훨씬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만면에 미소를 띠며 호사를 누릴 때가 있는 반면 잔뜩 기대치를 높여 한달음에 올랐건만 초라한 행색으로 나그네를 맞는 경우도 없지 않다.

 산청 석대산과 하동 깃대봉이 전자에 해당된다면 거제 대금산과 지리산 만복대가 후자에 속한다고 감히 적고 싶다. 이들 산은 공통점이 있다. 은둔의 산이었거나 오랫동안 산꾼들로부터 잊혀져 있었거나, 아니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자료가 충분치 않은 경우이다.

 산청 산꾼들조차도 금시초문이라던 석대산은 알고보니 전형적인 진달래산이었다. 산사면 전체가 진홍빛으로 물드는 그런 산이 아니라 산행 내내 진달래가 방긋 웃으며 길손을 맞는다. 깃대봉에선 늘푸른 산죽과 눈덮인 지리산 천왕봉이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반면 진달래산으로 유명한 거제 대금산은 7, 8부 능선까지 차가 올라와 쓴웃음을 짓게 했고, 지리산 유일의 억새산행지로 알려졌던 만복대는 키 작은 관목들이 웃자라 `억새산행'이란 용어가 무색해질 정도였다.

 인적드문 새 길로 오른 함양 괘관산은 억새군락이 뜻밖의 기쁨을 안겨준다. 흩날리는 가녀린 몸부림은 가히 겨울산행의 덤이다. 겨울산도 이럴진대 절정의 만추에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운치있는 낙엽길에 이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을 배경으로 자리매김한 억새평원은 한 폭의 한국화에 다름아니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육산인 일명 갓거리산인 괘관산(掛冠山·1252m)은 정상부의 수 십길 단애로 이어지는 암릉과 하산길의 수려한 계곡, 호젓한 낙엽길, 그리고 억새군락이 숨은 보석이다.

 산세로 보자면 지명도에서 한 수 위인 백두대간 백운산에서 동쪽으로 갈라져 나와 원통재(일명 빼빼재)에서 잠시 고도를 낮췄다가 불쑥 솟은 능선상의 최고봉이자 함양읍 북쪽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암봉이다.

 산행은 병곡면 지소마을~원산목장(잇단 2개의 문 통과)~쓰러진 막사~억새군락지~낙엽송 숲길~경주김씨묘~주능선~잇단 헬기장(4개)~태양열 안테나~괘관산·천황봉 갈림길~괘관산~괘관산·천황봉 갈림길~안부사거리~돌탑~천황봉~안부사거리~하산길(산죽길 계곡길)~지소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20분 안팎. 이정표 정비는 양호해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지소마을 입구의 지소교를 건너 직진하면 우측에 `괘관산 등산안내도'. 이 길은 하산길로 남겨두고 직진한다. 흑염소를 키우는 원산목장이 길을 막는다. 잇단 2개의 문을 통과한다. 시건장치는 반드시 잠글 것.

 흑염소는 오간데 없고 카키색 낙엽길이 그림같다. 20분 뒤 첫 갈림길에선 왼쪽으로 간다. 억새군락이 기다린다. 이름깨나 알려진 억새 산에 버금간다. 다 쓰러져 가는 막사를 지나면 이후 오를 마루금이 확연히 드러난다. 생각보다 온유하고 가깝다. 눈 앞의 억새와 붉은빛의 낙엽송, 그리고 부드러운 마루금의 조화가 장관이다.

산행 초입엔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길. 
낙엽길에 이번엔 억새길. 마른 억새밭이 이럴진대 만추에 오면 황홀경에 빠질듯하다.


 인공조림을 한 듯한 낙엽송 숲길로 접어든다. 솔가리보다 작은 붉은 톤의 침엽(針葉)이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15분이면 낙엽송 숲길을 벗어나 다시 낙엽길로 이어진다. 5분 뒤 경주김씨묘. 정면으로 치고 오르면 바로 주능선. 들머리에서 70분.
1000m 이상의 고지라 아직 눈이 남아있다. 심한 곳은 무릎이 빠질 정도다. 오른쪽으로 향한다. 왼쪽은 원통재 방향. 외길 능선이라 길찾기 염려는 붙들어 매시길.

 이때부터 4개의 헬기장을 잇따라 지나면서 주변 조망을 감상한다. 등로는 선율처럼 부드러운데다 암팡진 비탈도 거의 없다. 5분 뒤 만나는 헬기장은 흔적만 있을 뿐 그냥 지나치기 쉽고 10분 뒤의 헬기장은 조망이 빼어나다. 뒤돌아 보면 정면에 백운산(白雲山)이 이름 그대로 흰 구름에 가려 보일 듯 말 듯 하고 그 오른쪽으로 영취산 깃대봉 할미봉 서봉 남덕유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희미하게 확인된다. 왼쪽(남)으론 월경산 중재도 보인다. 정면 왼쪽의 괘관산도 구름에 가려있다.
백색천국 괘관산 정상으로 향하는 이창우 산행대장. 사진 왼쪽 눈길능선이 그 길이며 오른쪽 도로는 원통재로 오르는 37번 국도. 그 뒤로 백두대간 상의 희미한 월경산 능선이 보인다.


 한 차례 내려섰다 올라서면 세 번째 헬기장. 조망이 더 넓다. 신기하게도 들머리와 정상이 좌우에 각각 포진해 있다. 10여 분 뒤 네 번째 헬기장. 지도상으로 대략 1100m. 괘관산(1.6㎞)은 왼쪽, 천황봉(2.3㎞)은 오른쪽, 그 사이 잘록이가 하산길이다. 이때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눈꽃산행이 시작된다. 이렇게 35분. 이번엔 억새 위에 눈꽃이 만발했다. 태양열 안테나를 지나면 이내 갈림길. 불과 300m 거리의 왼쪽 괘관산을 다녀온 후 다시 오른쪽 천황봉으로 간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좌우 발밑이 모두 낭떠러지라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산죽에 이은 암릉길로 제법 만만찮다. 눈이 얼어 있는데다 좌우 발밑이 낭떠러지이기 때문이다. 정상석 앞에선 쾌청한 날일 경우 남덕유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과 용추계곡 쪽의 황석 거망 금원 기백산이 훤히 보인다지만 뿌연 운무 탓에 실체조차 확인못해 안타깝다.
천황봉 정상 직전.
천황봉 정상. 주변에는 10여 기의 공덕탑이 세워져 있다.

 다시 원점인 갈림길. 이번에 천황봉(1228m)으로 향한다. 내리막 빙판길이다. 10여 분 뒤 안부사거리. 직진하면 천황봉(0.5㎞), 오른쪽은 들머리 지소마을. 천황봉을 다녀온 후 하산한다. 15분이면 천황봉에 닿는다. 정상석 주변에는 10여 기의 신비스런 대형 돌탑이 서 있다. 바로 옆 흉물스런 산불초소가 경관을 망치고 있다.

이제 본격 하산. 13분 뒤 `식수 준비하는 곳'이라 적힌 팻말이 있지만 샘터는 없고 졸졸 흐르는 계류만 있을 뿐이다. 지소마을까진 1.75㎞. 조금 더 내려서면 계류와 나란히 달린다. 계류를 건널 즈음이면 유량이 제법 늘어 연이어 소(沼)가 나타난다. 숲까지 울창해 여름 계곡산행지로도 손색이 없겠다.

산행은 이제 막바지. 낙엽송 숲길과 사방댐을 잇따라 지나면 `괘관산 등산안내도'가 서 있는 지소마을에 닿는다. 안부사거리에서 55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취재팀 지소마을서 원점회귀코스 개척   
 
산의 고장 함양에서 괘관산은 명함조차 내기 힘들다. 워낙 내로라하는 산들이 지천으로 터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북쪽 맨 끝단 남덕유에서 남으로 장수군과의 경계를 따라 서봉 할미봉 깃대봉 백운산 월경산 등 백두대간의 봉우리가 이어지고, 남쪽에는 천왕봉을 중심으로 영신봉 촛대봉 연하봉 제석봉 중봉 하봉 등 지리산 주능선이 내달린다. 거창군과 인접한 북동쪽에는 월봉산을 거쳐 용추계곡을 따라 황석 거망, 금원 기백이 말발굽 모양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밖에 지리산 주능선이 가장 잘 조망된다는 금대산과 삼봉산 삼정산에도 산꾼들의 발걸음이 비교적 잦다.

 함양군의 가운데에 위치한 괘관산 산행은 지금까지 백전면과 서하면의 경계인, 1001번 지방도 상의 원통재에서 시작해 거연정이 위치한 화림동계곡으로 하산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관광버스를 이용하는 가이드산악회가 주로 애용한 코스였다. 취재팀은 워낙 오지라 군내버스도 없는 들머리 지소마을로 접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게 원점회귀 코스를 만들었다.

괘관산 정보 하나. 함양군은 병곡면 광평리 괘관산 일대 184㏊ 면적에 생태숲 조성을 추진키로 했다 한다. 수 년 후면 또 하나의 볼거리로 자리매김할 듯하다. 산행시 유의점 하나. 원산목장 출입문을 통과한 경우 반드시 문을 잠그자. 흑염소 탈출을 막기 위함이라고 주인이 신신당부했다.

맛집 하나 소개한다. 흑돼지 삼겹살로 유명한 읍민각(055-963-6262). 함양읍 함양시장 내에 위치해 있다. 함양군청에서 차로 2~3분 거리. 일제강점기땐 공회당, 극장으로 이용된 자리다.

일교차가 심한 함양서 키운 흑돼지 생고기라 육질이 단단하고 한 눈에 봐도 선홍색으로 싱싱하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돼지고기와 궁합이 맞다는 초피(경상도말로 제피)장아찌와 말린 파래를 막장에 버무린 신기장아치 등 밑반찬이 독특하고, 된장찌개 대신 들깨를 특히 많이 갈아넣은 시래깃국도 일품이다. 그릇 또한 공방에서 주문한 분청이라 운치도 있다.


# 교통편 - 부산서 대중교통 이용땐 당일치기 불가능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88고속도로 함양IC~함양~백전 함양 직진~함양군청 지나~백전 병곡 상림 우회전~서하 병곡 백전 좌회전~원산마을 방향 우회전~옥계저수지 지나~원산마을 지나~원산교~지소교~병곡면 지소마을 민재여울목 산장 옆 공터에 주차하면 된다. 100% 원점회귀. 함양의 자랑 상림을 경유하기 때문에 시간이 날 경우 잠시 들러봐도 좋을 듯하다.
 대중교통편은 하루 세차례 있지만 부산서 출발할 경우 시간이 맞지 않아 당일치기는 불가능하다.







사명대사 생가터에서 보면 정동쪽에 위치
사명대사가 공부하던 바위와 샘터 존재
흔히 창녕의 산, 산행팀 밀양 무안면서 개척
서가정마을 출발, 걷는 시간만 4시간40분
들머리 영산정사, 날머리 사명대사 생가지
종남산 등 창녕산과 영남알프스 한눈에 보여

들머리인 밀양 무안면 서가정마을 주차장에서 본 영취산 전경.

'영축산 영취산 취서산'.
일반 산꾼들 사이에서 아직도 혼용되고 있는 산 이름이다.

우선 떠오르는 곳이 통도사를 품은 영축산(靈鷲山). 한자 '鷲' 자를 두고 나온 옥편에선 '독수리 취'라고 표기돼 있지만 불교에선 '축'으로 발음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심지어 '길들일 서(棲)' 자를 곁들여 '취서산'으로도 부른다.

 양산시는 지난 2001년 지명위원회를 열어 통도사를 품은 뒷산을 영축산으로 통일했다. 하지만 홍보 부족 탓인지 여전히 산꾼들 사이에서 혼용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다음' 등 주요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 얼마나 혼용되고 있는지는 검색창에서 한번만 확인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반면 창녕에는 '영취산'이라는 이름이 둘 있다.

 하나는 송이집산지로 유명한 창녕읍 옥천 쪽을 들머리로 하는 '고개 영(령)' 자를 쓰는 영취산(嶺鷲山·736m)이고, 또 하나는 영산읍에 위치한 암봉인 영취산이다.

 창녕군 창녕읍과 밀양시 무안면의 경계에 위치한, 전자인 영취산은 큰고개(절재)를 넘지 않으면 접근이 안돼 붙여진 이름이며 후자인 영취산(靈鷲山·682m)은 '신령 영(령)' 자를 써 통도사 뒷산 영축산과 동일한 한자를 쓴다. 산꾼들의 입장에선 지금처럼 본의 아니게 교통정리된 상황이 오히려 헷갈리지 않고 더 낫다며 창녕군이 괜시리 지명위원회를 열어 개악을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듯 '고개 영(령)' 자를 쓰는 영취산은 흔히 창녕의 산으로 인식돼 왔다. 흔히 산행을 창녕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물론 산너머 밀양 하서산이나 사명대사 생가터에서 산행을 시작, 영취산을 찍고 창녕으로 하산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산행팀이 지향하는 원점회귀가 되질 않는다.

 해서, 늘 새로운 산길을 추구하는 산행팀은 밀양 쪽에서 그 누구도 가지 않은 산길을 개척, 이름하여 '영취산 원점회귀' 코스를 만들었다.

들머리 인근의 부산 대각사의 말사인 영산정사. 목탑 양식의 7층 건물이 성보박물관이다.

 산행기점은 무안면 가례리 서가정(西嘉亭)마을 주차장. 박재기 서가정마을 이장은 독특한 서가정 이름과 관련해 "밀양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아름다운 정자가 많은 마을"이라며 "어렸을 때 마을 어른들은 이 영취산을 산 봉우리가 뚜렷해 '산봉산'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산행은 무안면 가례리 서가정마을 주차장~영산정사 일주문~철탑(경주 김씨묘)~철탑~주능선(옛 헬기장)~전망대~정상 직전 삼거리~영취산~정상 직전 삼거리~서가정·심명고개 갈림길~심명고개~임도~철탑~임도~삼각점봉~하서산·사명대사 생가지 갈림길~사명대사 생가지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40분 정도 걸린다. 들머리만 잘 찾으면 산행은 의외로 쉽다. 일부 구간은 길이 묵어 다소 당황스럽겠지만 그때마다 산행팀이 노란 안내리본을 촘촘하게 묶어놓아 큰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서가정마을 주차장에서 영산정사 방향, 즉 좌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서가정 복지회관과 영산정사 일주문을 잇따라 지난다. 곧 우측으론 영산정사, 좌측으로 공사가 중단된 와불 좌대가 보인다.

 '영취산 영산정사'라 적힌 커다란 이정석 앞에서 왼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전봇대를 따라 흙길로 올라간다. 세 번째 전봇대 직전 왼쪽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본격 들머리다.

 낙엽과 솔가리가 어우러진 푹신푹신한 산길이다. 4분 뒤 첫 갈림길. 나무를 눕혀 놓은 우측 대신 좌측으로 올라서면 철탑과 묘지를 만난다. 맨 좌측 경주 김씨묘 뒤로 올라서 봉분이 이장된 묘지 2기를 지나면 반듯한 산길과 만난다. 이 길은 첫 갈림길서 우측으로 올라오는 길인 듯 싶다.

 오름길이지만 단풍이 널브러져 있는 천연카펫을 걷는 기분이다. 두 번째 철탑에 닿는다. 지능선에 올라선 셈이다. 이때부터 주능선까진 청정 오르막 낙엽산길. 좌측으론 덕암산이, 우측으론 영산정사와 들머리 서가정이 한눈에 펼쳐진다. 산 전체도 겉보기엔 노랑과 초록으로 어우러진 근육질의 봉우리처럼 보이지만 막상 품안에 들면 전형적인 육산이다. 곳곳 쓰러진 나무들과 잡목 일부만 정비하면 어딜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등산로가 될 듯하다.

수북이 쌓인 낙엽융단길이 무척 푸근하게 다가온다.

발아랜 낙엽융단길, 머리 위론 아직 끝물 단풍이 인상적이다.

 일순간 계속되던 산길이 수북이 쌓인 낙엽으로 인해 사라진다. 두 번째 철탑에서 36분. 길찾기 유의할 지점이다. 우측으로 올라선다. 리본을 촘촘히 묶어놓았다. 이어지는 개척산행. 이끼 낀 집채만한 바위를 지나면 석축이 보인다. 옛 헬기장이자 동시에 주능선에 올라서는 지점이다. 억새를 헤치면 마침내 주능선길을 만난다. 왼쪽은 종암산~부곡온천~덕암산 또는 함박산 방향, 오른쪽은 영취산~관룡산~화왕산 가는 길이다.

 산행팀은 영취산 방향으로 향한다. 송림길이다. 도중 '열왕지맥'이란 조그만 팻말이 보인다. 열왕지맥은 비슬지맥의 분맥으로, 분기점인 천왕봉에서 열왕산 종암산 덕암산을 거쳐 비룡산에 이르는 30㎞ 되는 산줄기.

 이후 '부곡온천 가는 길'이란 팻말이 걸려 있다. 이 팻말은 이후 줄곧 만난다. 팻말 뒤 우측으로 가면 조그만 무덤이 있는 전망대가 숨어 있다.

산행 중 만나는 무덤 앞 전망대에 서면 발아래로 영산정사와 들머리 서가정마을 그리고 저멀리 운문산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 연봉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발아래 영산정사와 공사가 중단된 와불 좌대, 좌측으로 향후 오를 영취산과 영취산에서 무안면 소재지로 '한 일(一)' 자로 뻗어내리는 능선 끝자락의 봉우리가 하서산이다. 산행팀은 이 능선으로 돌지 않고 영취산에서 뒤로 넘어가 뒷능선에서 지금 보이는 능선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또 1시 방향으론 종남산과 덕대산이, 그 사이 뒤로 토곡산과 무척산이 보인다. 맨 뒤 높은 산줄기는 영남알프스. 왼쪽에서부터 운문산 가지산 천황산 재약산 등이 보인다. 발아래 비닐하우스는 무안면의 대표 브랜드로 청양고추에 버금가는 일명 땡초로 불리는 맛나향 고추 재배장이다. 이번 코스에서 가장 멋진 전망대다.

 이 길은 창녕과 밀양의 시군경계선. 산길을 기점으로 '좌 창녕, 우 밀양'이다. 도중 왼쪽으로 관룡산과 화왕산이 보이고, 차츰 정면으로 영취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멋진 전망대에서 18분 뒤 능선이 우측으로 휜다. 그 곡각지점이 갈림길이다. 왼쪽 내리막은 임도와 만나 창녕읍 옥천 방향으로 이어지고, 산행팀은 오름길로 직진한다. 이후 산길은 고만고만한 무명봉의 반복되는 오르내림이 이어지지만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
 영취산으로 오르는 마지막 오름길은 가시덤불을 헤쳐야 한다. 잠시 뒤돌아보면 방금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펼쳐지며, 철탑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종암산이며 그 우측이 병봉이다.

창녕군에서 정상이라 표기해 놓았지만 실은 여기서 5분 북쪽에 위치한 봉우리가 진짜 정상이다. 해서, 산행팀은 이곳을 삼거리봉이라 명명했다. 

 마침내 영취산(736m) 정상. 창녕군에서 이정표를 세워놓았다. 하지만 진짜 영취산 정상은 북쪽(좌측)으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삼각점이 있는 지점이다. 해서, 산행팀은 이 지점을 삼거리봉이라 명명한다. 여기서 길은 두 갈래. 좌측은 절재~창녕 극락암 방향, 우측은 심명고개~관룡산~화왕산 방향이다.

 산행팀은 진짜 영취산을 다녀와서 이곳에서 우측 심명고개 쪽으로 내려선다. 삼각점이 위치한 진짜 정상에는 '열왕지맥 영취산 739.7m'라 적힌 팻말이 걸려 있어 이곳이 정상임을 확인시켜준다. 참고로 삼거리봉이 창녕과 밀양의 경계이며, 진짜 영취산 정상은 약간 창녕 쪽에 치우쳐 있다.

 심명고개로 침목계단을 통해 내려서면 한동안 환상적인 낙엽융단길이 이어진다. 삼거리봉에서 15분 걸었을까, 길찾기에 유의해야 하는 갈림길을 만난다. 우측은 서가정마을 또는 인근 다례마을 하산길, 산행팀은 좌측 심명고개 쪽으로 향한다. 우측은 짧게 도는 코스, 좌측은 크게 한 바퀴 도는 코스로 보면 된다.

때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멋진 산길이 기다린다.

길 주변은 온통 노랑 단풍이 숫제 터널을 이루고 있으며 그간 안 보이던 바위까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산길은 어느새 좌측으로 크게 돌면서 오름길로 변한다. 그 정점에는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정표 우측에는 향후 여정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전망대가 기다린다. 정면으로 청도 남산과 화악산, 그 우측으로 운문산 가지산 천황산 재약산 영축산이 확인된다. 산행팀은 정면으로 보이는 철탑 중 가장 선명한 철탑이 서 있는 능선을 따라 우측으로 운행할 예정이다.

 내리막길은 한적하고 여유롭다. 내리막의 끝은 13분 뒤. 이정표가 서 있는 심명고개다. 여기서 7분 뒤면 임도로 올라선다. 왼쪽 산길로 이어지는 이정표가 보이지만 무시하고 임도를 따라 직진한다. 5분 뒤 앞서 본 선명한 철탑이 서 있는 숲으로 들어선다. 임도로 끊어졌지만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거친 입구만 지나면 멋진 송림길이 기다린다.
 3분 뒤 다시 임도와 만난다. 대각선 방향으로 가로질러 산으로 진입한다. 입구엔 이정표가 서 있다. 그냥 임도 따라 내려가면 사명대사 생가지(2.3㎞). 

산행 막바지 갈림길. 직진해 침목계단을 오르면 하서산을 찍고 무안면 소재지로 이어지고, 우측으로 방향을 꺾으면 사명대사 생가지로 내려선다

 14분 뒤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면 능선이 우측으로 휘면서 침목계단을 만난다. 삼각점에서 11분 뒤 갈림길. 직진하면 무안면 소재지로 내려서는 하서산(5.1㎞), 우측은 사명대사 생가지(1㎞) 방향. 23분이면 사명대사 유적지 도로와 만난다. 우측으로 보이는 건물이 사명대사 기념전시관, 사명대사 생가지는 좌측으로 내려서면 만난다.


사명대사 기념전시관.
사명대사 생가지. 이곳에서 영취산은 정동쪽에 위치해 있다. 사명대사는 이 영취산에서 꿈을 키웠다.

#떠나기 전에-원조 밀양돼지국밥 먹고, 표충비도 보고

대형버스 20대도 주차 가능한 너른 주차장에 서면 노랑과 초록빛이 어우러진 영취산이 마을을 병풍처럼 살포시 감싸고 있다. 서가정교회 철탑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정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상 직전 삼거리봉이다.
 산행 들머리 인근에는 부산 중구 대각사의 말사인 영산정사가 터를 잡고 있다. 목탑의 형태로 지어진 7층 성보박물관에는 부처님 진신사리 100만과와 10만 패엽경, 2000여 점의 각국 불상이 전시돼 있다.
 또 27t 규모의 청동 대범종은 참배객들이 칠 수 있도록 나무망치를 준비해 두고 있어 각자의 소원을 빌면서 종을 쳐볼 수 있다.

 영산정사 맞은편 구릉지에 조성 중인 와불 공사는 3년 전 중단됐다. 사찰 측은 몸길이 130m의 세계 최대 와불을 안치하려고 공사를 시작했지만 현재 좌대만 거의 완성된 상태이다.

 무안면 소재지에선 표충비를 빠뜨리지 말자. 흔히 국가에 큰 어려움이나 전쟁 등의 불안한 징조가 보일 때마다 비에서 땀이 흐른다 하여 '땀 흘리는 표충비'로 불린다. 산내면 남명리 얼음골과 함께 밀양의 불가사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표충비는 사명대사의 나라사랑이 죽어서까지 신통함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전해온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돼지국밥의 원조인 밀양에서도 '원조'로 통하는 곳이 이번 산행지 영취산이 위치한 무안면의 동부식육식당(055-352-0023)이다. 3대째 내려오는 원조 중 원조집인 셈이다.

 일제강점기 때 최수곤 사장의 할아버지가 무안면 시장터에서 운영하던 '양산식당'이 바로 이 동부식육식당이다. 한편 최 사장의 부친은 인근에 '시장옥'이란 상호로 분가해 이후 최 사장의 형이 지금의 무안식육식당으로 이름을 바꿔 영업하고 있다. 최 씨의 또 다른 형은 제일식육식당이란 상호로 돼지국밥집을 열어 영업하고 있다.

 결국 혈통으로 따지자면 형이 운영하는 무안식육식당이 정통성이 있지만, 동부식육식당은 할아버지가 문을 연 바로 그 터라는 점에서 흔히 밀양 돼지국밥의 원조로 통하고 있다.

 소뼈를 3일간 고아 나온 육수, 누린내가 나지 않는 암퇘지만 사용하는 점 그리고 고기를 씻을 때도 소금과 밀가루를 섞는 점이 맛의 비결이라고 한다. 국밥 5000원, 수육 1만5000원~2만 원.

#교통편-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로 나와 밀양 방향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밀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매시 정각에 출발한다. 주말(토, 일요일)에는 오전 9시40분과 오전 10시20분에도 있다. 1시간 소요. 4000원. 밀양터미널에서 들머리인 서가정마을행 농어촌 버스는 오전 7시20분, 10시30분에 있다. 1600원. 날머리인 사명대사 생가터에서 밀양터미널행 농어촌 버스는 오후 3시15분, 5시30분, 7시35분에 출발한다. 밀양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매시 정각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8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밀양 청도 방향~창녕 밀양 24번~마산 창원 시청 법원 검찰청 방향~창녕 부북 24번 우회전~창녕 청도면 24번~합천 창녕~무안면~무안 부곡 30번 좌회전~창녕 부곡온천~사명대사 유적지(5㎞) 크게 우회전(영산정사)~갈림길에서 왼쪽(영농법인 농정, 갈탄보일러)~영취산 하서산 등산안내도 지나~영산정사 방향~다례 서가정 사명대사 유적지 영산정사 우회전~다례 서가정~가례리 서가정마을 이정석(서가정 버스정류장).

 사명대사 생가지에서 들머리 서가정까지는 택시(055-352-0330, 353-8259)를 이용하면 된다. 9000원 안팎.

글 사진=이흥곤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수석 전시장 같은 산세 '야', 확 트인 아름다운 조망 '호'

기암괴석 사이 가파른 오르막 진땀
산기슭 화마의 흔적에 무거운 발길
전망대 서면 사방은 명산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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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풍광 보신적 있나요. 구름과 수직절벽 그리고 산그리메의 황홀한 조화가
              일품이다.바위와 산그리메와 뭉개구름이 절경인 가운데 이창우 산행대장이 영취산
              정상 직전 바위벽 아래 전망대에서 창녕 지역의 산세를 살피고 있다.

 
경남 북부에 위치한 창녕의 지형은 전형적인 동고서저(東高西低). 영남의 젖줄 낙동강이 서에서 남으로 굽이치는 탓에 서쪽에는 광활한 평야지대가, 동쪽에는 진산인 화왕산을 중심으로 관룡산 구현산 영취산(嶺鷲山)과 또 다른 영취산(靈鷲山) 병봉 종암산 덕암산 함박산이 능선으로 연결돼 있다.

군(郡) 전체로 봐선 산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평야지대를 제외한 동쪽 일부 지역으로 한정한다면 그래도 산의 밀집도가 꽤 높은 편이다.

창녕을 대표하는 배바우산악회 성창식씨는 "창녕지역에 산이 많은데도 전국의 많은 산꾼들이 진달래와 억새로 유명한 화왕산만을 기억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창녕 남쪽인 영산쪽의 산들 또한 화왕산에 버금가는 산세와 조망을 간직한 보석같은 산길이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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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에서 1시간 거리인 전망대 바위에 서면 향후 밟게 될 등로가 확인된다. 정면 맨 왼쪽 암봉이  
   영취산 정상, 그 뒤 능선 오른쪽 뾰족한 봉우리가 병봉(고깔봉), 제일 뒤 능선 우측 짤록이가
   보름고개, 그 오른쪽으로 종암 덕암 함박산이 펼쳐진다.


이번 주 산행지는 영산에서 출발, 부곡온천으로 하산하는 보석같은 영취산(靈鷲山)~병봉~종암산 코스.

전반부는 수석전시관을 방불케 하는 근육질의 기암괴석이 시종일관 장관을 이루고, 후반부는 언제 그랬냐는듯 부드러운 능선길이 기다린다. 낙동강의 도도한 물줄기와 주변 산들을 조망하는 확 트인 시야는 이번 산행의 보너스. 하산길에는 예부터 물좋기로 소문난 부곡온천에 들러 피로를 말끔히 씻을 수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창녕은 지금 송이버섯이 한창이다. 울진 봉화 등 송이로 유명한 고장에 비해 맛과 향은 단연코 전국 최고라는 것이 미식가들의 평.

창녕에서 송이의 주산지는 화왕산과 관룡산 그리고 이번에 오를 영취산. 하지만 지금 영취산은 5년전 화마(火魔)가 할퀴고간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산꾼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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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년전 화마(火魔)가 할퀴고 간 흔적. 얼핏 고사목처럼 보이지만 불에 타 죽어가고 있다. 667봉
        주변이다.


산행 중 만난 한 군민은 "송이로 유명한 이 산이 결국 송이 때문에 이렇게 불에 탔다"고 전했다. 송이 재배지 입찰에 탈락한 농민이 홧김에 방화를 했다는 것.

끝없는 인간의 욕망이 아름다운 영취산을 망가뜨렸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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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취산 정상에서 본 주변 산세. 맨 앞 능선 왼쪽 제일 높은 봉이 632봉이고 바로 뒤 봉우리가
     함박산이다.


산행은 영산면 보덕사 주차장~전망대 바위(632봉)~영취산~고 김한출 추모비~병봉(고깔봉)~임도~보름고개~잇단 철탑~종암산~함박산 갈림길~덕암산·부곡온천 갈림길~큰재~(약수터)~창녕광역상수도 저장시설~부곡온천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6시간 안팎. 만만찮은 된비알에 굴곡이 심한 암릉, 여기에다 산불 후 잡풀이 웃자라 예상보다 발걸음이 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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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보덕사 주차장. 30m쯤 오르면 길 왼쪽에 조그만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들머리다. 곧 갈림길. 오른쪽은 보덕사 산령각. 결국 보덕사를 거쳐 올라도 등산로와 만나는 셈. 식수 보충도 가능하다.

산길은 좁다랗고 뚜렷한 외길이지만 아주 가팔라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30분쯤 뒤 시야가 트이면서 영산면과 중부내륙고속도로(옛 구마고속도로), 번개호 장척늪이 보인다.


다시 숲으로. 과거 산불의 흔적이 시작된다. 멀리서 보면 고사목 같지만 다가가면 몸뚱이만 화마에 그을린 채 초라하게 서 있다.

전망대 바위는 보덕사에서 1시간 뒤. 향후 밟게 될 봉우리가 거짓말처럼 모두 확인된다. 정면 암봉 중 맨 왼쪽이 영취산 상봉, 그 오른쪽 뒤 뾰족 봉우리가 병봉, 제일 뒤 능선 우측 짤록이가 보름고개, 그 오른쪽으로 종암 덕암 함박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전망대 끄트머리에 서면 영산지구전적비 영산만년교도 보인다. 반대쪽으론 화왕산과 배바위 관룡산, 그 우측 앞 또 다른 영취산이, 그 앞 능선으로 삼성산 구현산이 보인다.

본격 영취산으로 향한다. 이른 억새와 닭의장풀 오이풀이 눈에 띄는 가운데 산불 후 수반되는 잡풀을 힘겹게 헤치고 암릉을 오르내린다. 일렬로 늘어선 발밑의 돌무더기는 가야때 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축산성 흔적. 발길을 옮길 때마다 영취 종암 덕암산이 가까워짐을 느낀다. 그 뒤로 밀양 종남 덕대산도 확인된다. 영취산에 앞서 만나는 암봉은 에돌아간다. 멀리서 봤을 때 하나였지만 막상 품안에 들어서니 여러 개다. 중간에 잡풀숲도 지난다.

영취산 상봉(681.5m)은 전망대 바위에서 대략 1시간. 창녕읍쪽의 화왕산성과 함안으로 이어지는 낙동강 남지교, 함박산, 그 뒤로 마산 쪽의 천주산 작대산 등 원거리의 아름다운 산하도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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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취산 정상(왼쪽)과 고 김한출 추모비. 13년 전 부산시의사회 소속 산악회 회원이었던 그가 불의의 사고로 이곳에서 유명을 달리하자 그의 부인이 세웠다.
   
 
하산은 왔던 길로 내려가 왼쪽 암릉으로 내려선다. 정면에 보이는 고깔 모양의 병봉으로 향한다. 화마의 상처가 더 크다. 30분 뒤 안타까운 사연의 '고 김한출 영전에'라고 적힌 비석을 만난다. 부산시의사회 산악회 회원인 그가 10년전 이곳에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해 그의 부인이 세웠다. 험난한 암릉, 이곳에서 밧줄을 잡고 내려선다.

정상이 의외로 평평한 병봉은 추모비에서 50분 거리. 병봉 안부로 내려서는 길찾기가 애매모호하고 오르막 암릉길이 만만찮다. 유의하길.

하산길은 예상과 달리 수수하고 편안하다. 10분 정도면 화마의 흔적에서 벗어난다. 잇단 송이채취 가건물을 지나면 임도. 이후 갈 길은 두 가지. 임도 왼쪽에 바로 보이는 산길로 올라 능선을 타고 가는 방법이 하나요,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걷다 보름고개에서 종암산으로 가는 길이 두 번째. 체력에 맞게 결정하자.

산행팀은 임도 오른쪽으로 25분쯤 간 뒤 왼쪽 산길로 올랐다. 길찾기 유의!

곧 보름고개. 첫 이정표다. 이때부터 전형적인 육산의 능선길. 외길인데다 '부곡온천 가는 길'이라 적힌 팻말이 있어 산행은 누워서 떡먹기. 대신 조망은 없다.

잇단 철탑을 지나면 종암산. '부곡온천 2.9㎞' 팻말이 적힌 지점에서 정면에 보이는 암봉이다. 정상석이 없어 그냥 스쳐 지나기 쉽다. 4분 뒤 갈림길. 왼쪽 부곡온천 덕암산 방향, 오른쪽 함박산 가는 길. 왼쪽으로 간다. 정면에 둥그스름한 덕암산이 모습을 드러내고 이후 오른쪽에 온천단지가 숲 사이로 희끗희끗 보인다.

김씨묘를 지나면 또 갈림길. 직진하면 부곡온천, 왼쪽 덕암산(1.6㎞) 방향. 산행팀은 왼쪽 덕암산 방향으로 간 후 큰재에서 덕암산길을 버리고 오른쪽 부곡온천(1.2㎞), 약수터 방향으로 간다. 약수터는 주등산로에서 왼쪽으로 100m 거리에 위치해 있어 선택사항.

쉼터에 닿으면 산행은 사실상 끝. 창녕광역상수도 저장시설을 지나 힐튼모텔 간판이 보이는 사거리까지는 쉼터에서 18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날머리 부곡온천… 산행 피로 '싹'

산행 후 목욕은 필수. 해서, 날머리에 곧바로 온천이 기다리고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이번 영취산~병봉~종암산 코스는 하산하자마자 그 유명한 부곡온천이 기다린다.
메인 기사 말미에 덧붙이자면, 창녕광역상수도 저장시설에서 내려오면 사거리. 힐튼모텔과 동원장이 위치한 왼쪽으로 200m 정도 가면 우측에 고운호텔이 보인다. 부곡온천 원탕이다. 지난 1973년 이곳에서 처음 온천이 발견돼 지금의 대형 부곡온천단지가 형성됐다. 현재의 건물은 지난 96년 새로 지었다.

창녕에는 영취산이라는 이름이 둘 있다. 하나는 이번에 소개하는, ‘신령 영(靈)’ 자를 쓰는 영취산(靈鷲山·682m)이고 또 하나는 송이집산지인 옥천을 들머리로, ‘고개 영(嶺)’ 자를 쓰는 영취산(嶺鷲山·740m)이다.

후자는 큰고개를 넘지 않으면 접근이 불가능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자는 암봉, 후자는 육산이다. 후자인 영취산은 옥천저수지로 향할 때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 둘 중 오른쪽 봉우리다. 왼쪽은 관룡산이다.

창녕 영산면은 임진왜란 땐 의병운동이, 일제 강점기 땐 영남 최초의 독립운동 발생지였으며 한국전쟁 땐 낙동강 최후의 격전지로 우리나라 근현대 저항운동의 메카.

남산호국공원의 영산지구 전적비, 3·1운동 기념비, 임진왜란 호국충혼탑 등에서 그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호국공원 옆에는 홍예교로 아름다운 옛 다리로 손꼽히는 영산만년교(보물 제564호)가 있다. 옛날 남지나 칠원에서 영산으로 들어오던 관문이다.

만년교 인근에는 영산 연지가 있다. 영취산 주봉과 함박산이 보이는 연지는 풍수지리설에 의해 화재를 막기 위해 조성됐으며 조선 고종 때 지금의 크기로 확장됐다. 못내 5개의 인공섬이 있으며 그 중 한 섬에는 향미정이란 정자가 있다. 지금 연지 주변엔 목재덱이 설치돼 휴식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만년교에서 길을 따라 오르면 함박산약수터. 전국 약수터중 가장 역사가 오래됐으며 관광공사가 선정한 7대 약수 중 으뜸으로 손꼽힌다.
또 한 가지. 영산사람들 특히 연세가 많은 분들은 아직도 창녕 대신 영산사람임을 강조한다. 사연은 이렇다.

조선 태조 때만 해도 이곳은 창녕현, 영산현으로 각각 존재하다 인조 때 창녕현이 영산현으로 병합돼 이때부터 영산사람들은 영산이 창녕보다 큰 고을이라고 자부심을 가졌다. 하지만 지난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이번엔 영산이 창녕으로 통합돼 영산면으로 격하됐다. 경북 용궁군이 예천군으로 병합돼 지금은 용궁면으로 격하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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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편- 부산서 영산행 버스 1시간 간격 운행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영산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8시10분, 9시20분, 10시20분에 출발한다. 5200원. 창녕시외버스 영산정류소에서 들머리 보덕사 주차장까지는 1.5㎞. 정류소 앞 택시(상시 대기)를 이용하면 4000원. 보덕사로 걸어서 갈 경우 승용차 경로를 참조하자.

날머리 창녕시외버스 부곡온천정류소(055-536-5008)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30분부터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막차는 오후 8시30분. 60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영산·부곡IC~영산 5번 국도 좌회전~대구 창녕 방향 직진~영산정류소 방향 크게(135도) 우회전~우회전 하자마자 바로 영산정류소 뒷길로 진입~농협하나로마트 지나~'77문구 완구' '새싹어린이집' 간판 보이면 좌회전~영산초등 앞 우회전~KT 영산고객서비스 지나자마자 좌회전~달나라어린이집 방향 직진~영축사 지나~보덕사 주차장 순.

날머리 부곡온천에서 들머리 보덕사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선 부곡온천 정류소에서 30분마다 출발하는 영산행 버스를 타면 된다. 8분 걸리며 850원. 이곳에서 보덕사 주차장까지는 택시를 타면 된다. 4000원.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함양군 서상면 부전계곡은 함양이 자랑하는 용추계곡, 화림동계곡과 달리 함양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계곡이다.

함양군 기획감사실 조성제 홍보담당은 "군에서 이 계곡만은 개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포장도 하지 않은 채 알리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함양 관광안내지도에도 표기가 되어 있지 않다.

이 계곡 아래 부전마을은 2년 전 환경부가 지정하는 자연생태계 우수마을로 선정됐다. 부전계곡에 고라니 다람쥐 물오리 등 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데다 산과 계곡이 잘 어우러져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원시적 체취가 묻어나는 부전계곡은 조선 후기 학자 부계 전병순(1816~1890)이 은거하고 강학하던 곳으로 그의 흔적은 계곡 아래 '부계정사'라는 퇴락한 고가로 남아 있다. 하지만 재해시 대피안내도에는 부계정사를 대피소로 표기해 놓아 아쉬움을 남게 한다.

부전계곡을 품은 산이 바로 백두대간 영취산이다. 어서 떠나보자.


근교산&그너머 <578> 함양 영취산~덕운봉~제산봉

고사리재 밟으며 옛 민초들 삶 떠올리다

걷는 시간만 5시간40분 걸리는 100% 원점회귀 코스
산행팀 육십령보다 더 짧은 영호남 옛길 고사리재 발견
영취산 정상서 북으로 15분, 고갯마루 양측 길 흔적 없어
들머리 부전계곡도 외지엔 알려지지 않은 원시 그대로
산행 중 남덕유 할미봉 백운산 등 백두대간길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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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계곡의 최고 인기 지점인 미끄럼틀 암반. 여름이면 이곳에서 많은 아이들이 신나게 미끄럼틀을 타며 물놀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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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이 가장 빼어난 미끄럼틀 암반 아래 용소. 물빛이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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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럼틀 암반 아래 소(왼쪽)와 뒤에서 본 미끄럼틀 암반.


경남 함양군 서상면과 전북 장수군 장계면을 잇는 육십령.

해발 730m의 이 육십령은 산꾼들에게는 백두대간 남덕유에서 뻗어내려온 할미봉과 남쪽의 깃대봉 영취산을 잇는 경유지이며 민초들에겐 선비의 고장 함양땅과 호남의 오지 장수를 이어주는 고갯마루였다.

삼국시대 땐 신라와 백제의 접경지였던 이 육십령은 이후 영남과 호남을 연결하는 26번 국도로 오랜 기간 적지 않은 차량 행렬이 줄을 이었지만 수년 전 개통된 대전~진주 고속도로에 의해 백두대간 깃대봉 아래로 육십령터널이 뚫리면서 이 길도 옛길 아닌 옛길이 돼 버린 지 오래다. 여기까진 널리 알려진 사실.

함양에는 함양 서상면과 장수 장계면을 잇는 또 하나의 고갯마루가 있다. 일명 고사리재이다. 이 고사리재의 들머리는 서상면 부전계곡. 함양의 내로라하는 용추계곡이나 화림동계곡에 비해 지명도는 낮지만 아직 원시적 체취가 묻어나는 때묻지 않은 숨은 계곡이다.


이 계곡을 품은 산이 바로 이번에 산행팀이 오른 백두대간 영취산(1076m)이다. 육십령에서 잠시 멈춰 숨을 몰아쉰 백두대간이 백운산으로 뜀박질하기 직전 솟구친 봉우리다.

이 고사리재는 영취산과 육십령 사이에 위치해 있다. 영취산에서 걸어서 15분 거리. 동행한 함양군 기획감사실 조성제 홍보담당은 "이 고사리재는 부전계곡을 품고 있는 함양 최북단 서상면의 촌로들이나 산깨나 좀 탄다는 산꾼들만 알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 애독자이기도 한 조 씨는 "고사리재는 일제 강점기 이후 인적이 끊겨 산길이 사실상 묵어 있지만 옛길 복원 차원에서 열리기만 한다면 상당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행은 서상면 옥산리 부계정사~부전계곡~백운산·고사리재 갈림길~절터골~백두대간 주능선~쉼터(벤치)~무령고개(선바위 고개)갈림길~영취산 정상~고사리재~논개생가 갈림길~민령 갈림길(이정표)~덕운봉~옛 헬기장~헬기장~제산봉~헬기장~부전계곡으로 돌아오는 100% 원점회귀 코스. 걷는 시간만 5시간40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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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는 부전계곡 하류. 음용수대와 화장실, 재해시 대피안내도 및 등산로 대략도가 보인다.

계곡과 나란히 달리는 산판로를 걸으며 산행은 시작된다. 100m쯤 가면 우측으로 보이는 무덤 뒤가 하산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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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기점인 들머리(왼쪽)와 부전계곡 지계곡인 절터골에서 만난 쌍폭.


목가적인 민가 두 채를 잇따라 지나면 일순간 감탄사가 절로 인다. 너른 화강암반 아래 짙푸른 용소가 시야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암반 사이로 옥류 같은 계류가 포말을 일으키며 용소에 다다르는 모습은 마치 놀이공원의 구불구불한 미끄럼틀을 떠오르게 한다. 동행한 조 씨는 "여름이면 이곳은 어린이 물놀이장 중 으뜸"이라고 귀띔했다.

물길을 건너면 갈림길. 우측으로 가서 또다시 계곡을 건널 즈음 주변의 풍광도 일품이다. 그야말로 계곡미의 진수를 보는 듯하다.

   
 
15분 뒤 갈림길. 우측은 부전계곡을 따라 고사리재로 가는 길. 동행한 조 씨는 최근 몇 차례 길을 찾으려고 시도해 봤지만 허사였다고 했다. 산행팀은 좌측으로 물을 건너 올라선다. 영취산의 남쪽에 위치한 백두대간 백운산 가는 길이다.

역시 물길과 나란히 걷는다. 부전계곡 지계곡인 절터골이다. 6분 뒤 두 줄기의 물길이 쏟아지는 쌍폭을 지나면 또다시 계류가 기다린다. 쌍폭 상류 물길이다. 낙엽이 밟히는 산죽길을 지나 두 차례 물길을 건너 세 번째 물길을 지나면 갈림길 앞에 선다. 산행팀은 두 길 모두 답사, 노란 리본을 꼼꼼히 달아 놓았다. 선택은 독자들의 몫.

우측 지계곡길로 들어서면 일순간 산길은 사라지지만 그럭저럭 산행을 이어갈 만하다. 하지만 막바지 300~400m 구간은 벌목한 나무와 산죽으로 인해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지능선에 겨우 닿는다. 갈림길에서 60분 소요되고 여기서 좌측으로 20분쯤 오르면 쉼터(벤치)가 놓인 백두대간 주능선에 올라선다. (지도상의 ①번)

갈림길에서 직진할 경우 절터골을 끼고 계곡 끝까지 올라간다. 길은 뚜렷하다가 사라지고, 계곡을 건너기도 하고 물길을 따라 오르기를 반복하면 초록 이끼가 낀 너덜길을 만난다. 이후 물길도 사라지고 좌우로 능선이 막고 있으면 사실상 절터골 최상류에 올라선 것이다. 갈림길에서 60분. 널브러진 크고 작은 바위를 밟을 때 중심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제 계곡을 벗어나 좌측으로 90m쯤 치고 오르면 지능선에 닿고, 여기서 우측으로 반듯한 산길을 따라 15분 정도 치고 오르면 백두대간 주능선에 올라선다. 좌측으론 백운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며 우측은 영취산 방향이다. 여기서 백운산이 잘 보이는 전망봉을 거쳐 '생태계 복원 중'이라 적힌 안내판을 지나면 쉼터(벤치)에 닿는다. 주능선에 올라선 후 20분 소요. (지도상의 ②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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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금남호남정맥 분기봉인 영취산 정상을 지나 만나는 민령 갈림길에서 본 백두대간 주능선. 정면으로 보이는 가장 높은 봉이 백운산이며 사진상으로 보이진 않지만 우측으로 영취산과 그 우측 뒤로 장안산도 확인된다(왼쪽). 하산길에서 본 백두대간. 백운산이 손에 잡힌다.
 
주변 조망을 살펴보면 남쪽으로 백운산과 그 좌측으로 서래봉 괘관산이, 동쪽으로 저 멀리 황석산 피바위와 그 왼쪽으로 거망 금원 기백 월봉 덕유산이 보인다. 산행팀은 북으로 가다 시계 방향으로 눈앞에 보이는 능선으로 갈아탄 후 발아래 보이는 상부전 쪽으로 하산할 계획이다.

대간길을 따라 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6분 뒤 무령고개 갈림길. 이정표엔 선바위고개라 표기돼 있다. 선바위는 좌측으로 보인다.

여기서 침목계단을 잠시 오르면 영취산 정상. 백두대간이 정맥 하나를 풀어 놓는 지점이다. 금남호남정맥 분기점인 이곳에서 좌측(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발밑의 무령고개를 거쳐 건너편 팔각정을 지나 장안산으로 이어진다. 이 정맥은 주화산에서 북으로 운장 대둔 계룡산으로 이어지는 금남정맥과 남으로 내장 추월 무등산을 거쳐 백운산에서 끝나는 호남정맥으로 갈라진다. 육십령은 여기서 11.8㎞.

이제 직진하며 내려선다. 좌측으로 나무에 기생하며 그 수액을 빨아먹고 사는 겨우살이가 눈에 띈다.

15분 뒤 안 보이던 마른 억새에 이어 송림이 기다린다. 고사리재이다. 함양과 장수를 잇는 최단 코스의 고갯마루이다. 좌우를 둘러봐도 길 흔적이라곤 전혀 없다. 하긴 50년 정도 인적이 끊겼으니까 그럴만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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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취산 정상(왼쪽)과 고사리재 직전. 숲속이 고사리재이다.

두 번의 오르내림을 반복하면 눈길 끄는 이정표와 맞닥뜨린다. 논개 생가(4.6㎞) 갈림길이다. 대간의 서쪽 장수땅에 태어나 동쪽 함양땅에 묻힌 충절의 여인 논개를 잠시 떠올리며 발길을 재촉한다.

12분 뒤 민령(5.3㎞) 갈림길. 바위에 앉아 백운산과 방금 지나온 영취산, 그 우측 뒤 장안산이 한눈에 펼쳐진다. 대간길인 좌측 민령 방향을 버리고 산행팀은 원점회귀를 위해 이정표 뒤 급경사길로 내려선다. 8분이면 덕운봉. 정상석도 삼각점도 없이 그냥 스쳐가기 쉬워 리본 뒤에 '덕운봉'이라 적어 놓았다.

10분 뒤 능선 갈림길. 이때부터 주변 지형을 잘 살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우측으로 갔다간 계곡으로 떨어지기 십상이니 좌측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선다. 주변에 간벌을 해놓고 치우질 않아 얼핏 길이 없는 듯하지만 찬찬히 한 걸음씩 옮기면 전혀 못 찾을 정도는 아니다.

38분쯤 뒤 미끄러운 송림길을 내려서면 안부이자 오래 전 좌측 옥산리와 우측 부전계곡을 넘나들던 고갯마루에 닿는다. 우측 부전계곡 쪽은 길 흔적이 없지만 옥산 쪽은 보인다.

동행한 조 씨는 여기서부턴 산 아래 주민들이 송이채취를 위해 다녀 길이 상대적으로 좋을 것이라고 한다.

다시 올라선다. 14분 뒤 옛 헬기장과 은방울꽃 군락지를 지나면 헬기장. 좌측으로 월봉산 금원산 칼날봉(수리덤) 바위 남덕유, 정면으로 괘관산, 우측으로 백운산 영취산과 지금까지 걸었던 산줄기가 한눈에 펼쳐진다.

이어지는 산길. 정면으로 우뚝 솟은 제산봉을 보며 암봉을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제산봉. 헬기장에서 16분. 좌측 옥산리 대신 우측으로 내려선다. 5분 뒤 또 다른 헬기장. 이제 우측에 위치해 있던 백운산도 우측 뒤로 보인다. 그만큼 많이 왔다는 방증이다.

이젠 우측 부전계곡으로 이어지는 지능선을 찾아야 될 시점이다. 4분 뒤 우측으로 하얀 마사토가 보이는 반듯한 능선길 대신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5~6분쯤 더 가면 송림 사이 우측으로 내려서는 길이 열려 있다. 이 길만 찾으면 하산길은 일사천리. 차츰 급경사길로 변하지만 내려가기엔 큰 문제가 없다. 30분쯤 뒤 부전계곡 무덤 뒤로 떨어지며, 여기서 100m쯤 가면 출발점에 닿는다.


◆ 교통편- 대중교통 아주 불편, 승용차 이용하는 게 편리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 서상IC~함양 안의(부전계곡) 우회전~부전마을 우회전~옥당교 건너 좌회전~상부전~부계정사(대피소)~음용수대(화장실, 재해시 대피안내도 및 등산로 대략도).

대중교통편의 경우 버스는 부전계곡과 바로 아랫마을인 상부전까지 들어오지 않아 불편하다. 부전마을 입구 봉정정류장에서 들머리까지의 4㎞는 걸어야 한다.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오전 5시40분부터 8~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시간 걸리며 1만2400원. 산청을 경유하는 이 버스는 완행. 직통버스는 오전 7시, 9시에 있다. 2시간 걸리며 1만2100원. 함양터미널 인근 시내버스터미널에서 서상행 버스를 타고 봉정정류장에서 내린다. 30분 간격으로 있다. 3400원. 45분 소요. 봉정정류장에서 함양행 버스도 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막차는 오후 7시30분. 함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 6시30분(막차)에 있다. 만일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진주로 가서 부산행 버스를 타면 된다. 1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10분.

봉정정류장에서 들머리까지의 4㎞가 부담스러우면 서상면 소재지까지 가서 택시(055-963-0054)를 이용하면 된다. 들머리 부전계곡까지 5000원.


◆ 떠나기 전에-- 함양군, 부전계곡 보존 위해 포장 않고 알리지도 않아


함양군 서상면 부전계곡은 함양이 자랑하는 용추계곡, 화림동계곡과 달리 함양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계곡이다.

함양군 기획감사실 조성제 홍보담당은 "군에서 이 계곡만은 개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포장도 하지 않은 채 알리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함양 관광안내지도에도 표기가 되어 있지 않다.

이 계곡 아래 부전마을은 2년 전 환경부가 지정하는 자연생태계 우수마을로 선정됐다. 부전계곡에 고라니 다람쥐 물오리 등 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데다 산과 계곡이 잘 어우러져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원시적 체취가 묻어나는 부전계곡은 조선 후기 학자 부계 전병순(1816~1890)이 은거하고 강학하던 곳으로 그의 흔적은 계곡 아래 '부계정사'라는 퇴락한 고가로 남아 있다. 하지만 재해시 대피안내도에는 부계정사를 대피소로 표기해 놓아 아쉬움을 남게 한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늘봄가든'(055-962-6996). 찹쌀 조 수수 흑미 등 오곡밥에 더덕 등 20여 가지의 반찬, 그리고 된장찌개 꼬리곰탕 등이 한 상 가득 나온다(사진). 사태수육은 특히 별미다. 한약재와 된장 등을 첨가해 독특한 맛을 낸다. 8000원. 상림 주차장 인근에 위치해 있다. 함양IC에서 7분쯤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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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취재했습니다.
  입력: 2008.05.22 19:47 / 수정: 2008.05.2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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