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레오스코프(stereoscope)라는, 입체경(立體鏡)으로 번역되는 광학기계가 있습니다. 안경처럼 생긴 이 문명의 이기(利器) 아래 동시에 찍은 항공사진 2장을 놓고 보면 처음엔 잘 보이지 않다가 초점이 맞춰지는 순간 사진 속의 마천루나 수목들이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 눈앞에 나타나지요.

 그 숱한 발길로 친숙한 동네 뒷산을 오르내려도 그냥 지나쳐버리기 쉬운 남근석 여근석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걷기만 한다면 평생 지척에 두고도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겠지만 스테레오스코프를 보듯 꼼꼼히 살펴보면 영락없는 성기(性器)의 형상을 한 '거시기'가 한눈에 쏘옥 들어오지요.

 남근석은 흔히 양근석 입석 선돌 장군석 낭군석 좆바위 불알바위 등으로 불리고, 여근석은 밑바위 여궁 처녀바위 샅바위 등의 닉네임을 갖고 있지요. 또 남근과 여근이 함께 있으면 부부암, 비슷한 남근이 그 밑에 있으면 자식바위라 칭하고 이 모든 것을 뭉뚱그려 관련 전문가들은 성석(性石)이라 표현하지요.

 성석을 닮은 바위나 폭포 구릉 등의 지형을 보면 점잖은 사람들은 애써 고개를 돌립니다. 평범한 장삼이사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그냥 웃지요. 하지만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은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기원을 드립니다.

 예부터 성석은 숭배 대상이었습니다. 그냥 웃고 넘길 피사체가 아니라 존재의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는 것이지요.

 우선 성이 지닌 생산력이 곧 성기 숭배의 형태로 나타나 마을의 안녕과 풍년 및 풍어를 기원하는 토속신앙의 대상이 됐지요. 다랑이논으로 유명한 남해 가천마을 주민들이 매년 암수바위 앞에서 마을의 평화와 풍어를 기원하며 제를 지내는 것이 좋은 예가 되겠지요. 득남을 기원하는 성석인 기자석(祈子石)은 새끼줄에 둘린 채 곳곳에 널려 있어 두말하면 잔소리겠지요.

 풍수지리상의 음양조화를 이루기 위해 비보압승(裨補壓勝)의 대상으로도 성석이 이용됐답니다. 풍수지리상의 허한 곳이나 부정한 지형에 성석을 세워 마을의 평온을 바라는 형태지요. 혹은 애초부터 음양의 조화에 맞게 위치한 남근석과 여근석을 확인함으로써 누리게 되는 심적 평온함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숭배로 봐도 무난하지요. 경주 오봉산 여근곡이나 거제 둔덕면 산방산 남자바위와 작은 여근곡이 단적인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성석 순례를 떠났습니다. 취재 도중 한 가지 느낀 점이 있습니다. 제아무리 첨단과학이 발달해도 인간이 살아 있는 한 성석 숭배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소박할지라도 인간의 욕망은 영원하니까요.

 첨언 하나. 취재 대상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행여 외설로 낙인 찍히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사실 고민 아닌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하지만 성석은 낯뜨거울 것도 숨겨야 할 것도 아닙니다.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하고많은 소중한 문화유산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 거제 둔덕면 애바위와 애애등

거제 둔덕면 산방산.

5,6부 능선쯤의 튀어나온 바위가 애바위다.


         거제 산방위 애바위와 마주보고 있는 애애등. 민둥산이었을 땐 선명했지만 지금은 자세히 관찰해야 
         확인할 수 있다. 산의 가운데 부분, 활엽수가 소나무를 동그랗게 감싸고 있는 곳이 애애등이다.

거가대로가 뚫리면서 한층 가까워진 거제 둔덕면에는 청마 유치환의 부부 묘와 선영 그리고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청마기념관이 있다. 이곳에는 또 고려 의종이 정중부의 난 때 파천해 3년간 머물렀다는 둔덕기성(폐왕성)도 있다. 해서 마을사람들은 왕이 살았기 때문에 이곳 둔덕 땅만을 구분해 '전하도'라고도 부른다.

 둔덕면 방하리 둔덕들 한가운데 서면 우락부락한 바위산이 양팔을 벌려 마을을 감싸고 있다. 거제 11대 명산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한 산방산이다. 산 5, 6부 능선쯤에 한눈에 봐도 힘이 넘치는 바위 하나가 툭 튀어나와 눈길을 끈다.

 둔덕골 출신이자 청마기념관 명예관장 겸 자원봉사자인 김화순(63) 씨는 "어릴 때 할아버지를 비롯한 마을 어르신들이 '사랑 애(愛)' 자를 써 애바위라 불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주보는 우두봉 자락의 작은 둔덕을 가리키며 "저곳은 여성의 음부를 닮아 '사랑 애' 자 두 개를 붙여 애애등이라 했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남근석과 여근곡이 마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습은 청마기념관 2층 전망대에서 보면 대략 확인된다.

 동행한 산경표연구소 박의석(57) 소장은 "남성을 상징하는 정동쪽 좌청룡 자리에 애바위가 있고, 반대쪽 우백호 자리에 여근곡인 애애등이 마주 보고 있으며, '흙 토(土)'를 상징하는 그 사이 너른 둔덕 들녘이 비옥해 음양오행에 따른 풍수지리가 이보다 좋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애애등이 애바위보다 미미한 데다 방향 또한 약간 틀어져 있어 아쉽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명예관장은 "수십 년 전엔 민둥산이어서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여근 그 자체였지만 지금은 숲이 울창해 그 흔적이 미미할 뿐이며, 음부를 닮은 애애등에는 예부터 물이 끊이질 않아 어릴 때 소먹이던 일종의 우마장 역할을 했지만 이후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지금은 산길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자세히 보려면 애애등 아래 비닐하우스 인근으로 다가가야 된다. 잎을 떨군 활엽수가 여근 부분을 동그랗게 비보하며 에워싸고 있는 형국이다. 마을사람들은 음양오행에 따른 풍수지리가 좋아 마을 전체가 지금까지 평온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 삼국유사에도 나오는 경주 여근곡

   경주 오봉산 여근곡 겨울. 가운데 부분이다.
   가을엔 여근곡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여근곡 여름.

경부고속도로서 본 여근곡.

고속도로에서 당겨서 본 모습.


우리 땅 대부분의 여근이 쪼개진 바위나 폭포이지만 경주 건천읍 여근곡은 산 전체를 통째로 여근이라 봐도 무난할 정도로 우선 크다. 오봉산이라는 멀쩡한 산 이름이 있지만 생긴 모습이 워낙 여성의 성기와 닮아 여근곡이 대표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성(性) 관련 민간신앙 대상물인 여근곡은 삼국유사 지기삼사(知幾三事) 편에서 신라 선덕여왕의 뛰어난 예지력을 보여주는 대목에 언급될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드라마 '선덕여왕' 마지막회 때 여왕이 깎아지른 너른 절벽 위에서 먼 산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여근곡이 위치한 오봉산 정상 바로 밑의 마당바위(지맥석)이다.

'선덕여왕' 마지막회 때 나온 마당바위.

드라마 '동이' 때도 마당바위가 나왔단다.



 건천읍 신평2리에 위치한 여근곡은 경부고속도로 건천나들목과 경주터널 사이, 상행선일 경우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보인다. 위압감을 주지는 않지만 병풍처럼 남북으로 길게 뻗은 오봉산 한가운데 위치한 여근곡은 둥근 모양의 두둑과 골이 절묘하게 조합돼 누가 보더라도 음문 형상임을 알 수 있다. 그 음문을 둘러싸고 있는 산세까지 고려한다면 벌거숭이 여인의 하체를 적나라하게 보고 있는 듯해 민망할 정도다. 이 모습은 신평2리 마을회관 옆 여근곡 성 테마 박물관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가장 뚜렷하게 확인된다. 사계절 만추의 여근곡(오른쪽 사진)이 제일 선명하다.


 여근곡과 관련된 구전도 재밌다. 옛날 새로 부임하는 경주 부윤은 그 음탕한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건천보다 먼 길인 동쪽의 안강 땅을 통해 경주로 들어왔고,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선비들은 애써 고개를 돌려 지나갔다고 한다. 한국전쟁 땐 이동하던 미군들이 여근곡을 보며 탄성과 야유를 질렀다고 한다.

 숲(오봉산)을 봤으면 이제 나무(여근곡)를 볼 차례. 오봉산 여근곡 등산로의 들머리는 유학사. 절에서 300m만 걸으면 여근곡 샘터를 만난다. 바로 옆엔 '옥문지'라는 팻말이 서 있다. 호스를 묻어 대웅전 옆 샘터로 뽑아 쓰고 있지만 샘터 주변은 늘 축축하게 젖어 있다.15년 전 오봉산에 불이 나 산이 홀랑 다 탔을 때도 샘터가 위치한 음부 주위는 화마를 피했다고 한다.

 샘터를 중심으로 한 수목 대비도 뚜렷하다. 샘터 주위에는 잎을 떨어낸 활엽수가 있지만 그 경계에는 소나무가 동그랗게 감싸고 있다. 멀리서 봤을 때 음부가 식별되는 이유이다.                      
   

여근곡 옥문지.

오봉산 여근곡 산행 들머리.

          
 신평2리 촌로들에 따르면 예부터 여근곡 샘을 작대기로 휘저으면 마을 여자들이 바람이 나기 때문에 마을에선 청년들이 샘을 지키기도 했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1970년대 초까지 마을에선 여근곡을 신성시하며 동제를 지냈다고 전해온다.

 여성이 있으면 남성이 있기 마련. 여근곡 쪽에서 맞은편 신평리 쪽 너른 들판을 바라본다. 신평리 원신마을을 기점으로 앞으론 경부고속도로, 뒤론 중앙선 철로와 영천과 포항을 잇는 4번 국도가 횡으로 나란히 내달린다.

 여근곡 성 테마 박물관 박용(76) 관장은 "옛날에는 여근곡 맞은편 봉우리가 남근 모양을 하며 여근곡을 향하는 형상이었지만 철도와 국도가 뚫리면서 그 모습이 사라져 지금은 흉물스런 산사면이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곳 또한 우백호(서쪽) 자리에 여근곡이, 비록 잘려나갔지만 좌청룡(동쪽) 자리에 남근 형상, 그리고 그 사이 '흙 土'를 상징하는 신평리엔 너른 벌판이 있어 음양오행에 따른 풍수지리가 완벽하다.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여근곡 자리에 지화곡(只火谷), 맞은편 남근 형상 봉우리엔 접포산(蝶布山)이라 표기돼 있다. 지화곡과 접포산은 각각 꿀과 나비를 의미하므로 음양의 조화가 딱 맞음을 보여준다.

어휴! 망측해라, 곳곳의 남근석 여근석

  경북 의성 비봉산의 암릉 우측 끝단 소나무 아래 절묘한 위치에 숨어 있는 남근석. 남근 그 자체다.

경북 의성 비봉산의 암릉 끝자락에 남근석이 숨어 있다. 산꾼들은 흔히 금성산~비봉산 코스를 산행한다. 금성산과 비봉산 정상을 잇따라 지나 급경사 사면을 밧줄에 의지해 내려와 고개를 돌리면 암릉 맨 우측 끝단 소나무 아래 절묘한 위치에 남근석이 숨어 있다. 선명한 귀두 모양이 영락없는 남근 그 자체다.

 억새로 유명한 장흥 천관산에는 양근석과 금수굴이 마주보고 있다. 높이 4m쯤 되는 양근석은 발기한 모습이며 그 아래에는 불알 모양의 동그란 바위 두 개가 붙어 있다. 자연석이 이처럼 비례에 맞춰 완벽한 형상을 갖춘 경우는 아주 드물다. 이와 마주 보는 능선에는 여성의 음부를 닮은 금수굴이 있어 자연의 오묘한 조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천관산 금수굴.

천관산 양근석. 둘은 마주본다.


 문경 주흘산의 여궁폭포는 여근을 떠오르게 한다. 제1관문인 주흘관을 지나 우측 곡충골 방면으로 1㎞쯤 오르면 만난다. 높이 20m인 이 폭포는 옛날 하늘에서 내려온 일곱 선녀가 노닐었다고 전해온다.

 기암괴석이 지천이라 '천구만별'(千龜萬鼈·천 마리의 거북이와 만 마리의 자라)이라 불리는 금정산에도 최근 남근바위와 여근바위가 발견됐다. 남근석은 금샘 동쪽 아래, 여근석은 상계봉 아래 수박샘 바로 위에 숨어 있다. 둘 다 등산로를 벗어나 있어 찾기는 쉽지 않다.

부산 금정산 남근바위.

부산 금정산 여근바위.


 음양의 조화를 위한 남근석도 있다. 거창 미녀봉은 임신한 여인이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누워있는 형상. 산아래 가조면 사병리 생초마을 벌판에는 선돌인 남근석이 마주 보고 서 있다. 마을사람들은 과도한 음기를 벌충하기 위한 비보 성격의 남근으로 풀이하고 있다.
   임신한 여인이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누워있는 형상인 미녀봉과 남근석이 마주보고 있다. 거창군청 제공

 월악산에도 남근석이 있다. 풍수지리적으로 볼 때 이 산은 음기가 왕성한 산이다. 덕주사 뒤편인 제천시 덕산면에서 보면 월악산은 누워있는 여인의 얼굴을 닮았다. 선조들은 월악의 음(陰)의 지기(地氣)를 누르고 음양의 조화를 위해 덕주산 입구에 남근석을 세웠다.
           월악산 남근석.

 제주도에도 성석이 발견된다.
 산방산 중턱 산방굴사 우측 벼랑에 남근석이 서 있으며, 라온GC 클럽하우스 입구의 자연동굴에도 남근석과 여근석이 마주 보고 있다. 타이거 우즈도 이곳을 방문했을 때 남근석과 여근석을 만지고 갔다 한다.

제주 라온골프클럽의 동굴 속 남근.

동굴 속 여근.둘은 마주보고 있다.


        제주 산방산 중턱 산방굴사 우측 벼랑에 서 있는 남근석.

"경주 오봉산 여근곡 성(性) 테마박물관 놓치면 후회"
-개인 수집가 박용(사진 오른쪽) 관장 370여 점 전시


경주 건천읍 신평2리 오봉산 여근곡 입구 원신마을에는 빠뜨려선 안 될 명소가 한 곳 있다. '여근곡 성 테마 박물관'(054-751-2229)이 바로 그것이다. 박용(76) 관장이 40여 년 동안 발품을 팔아 모은 남근과 여근을 닮은 희귀 수석 등을 비롯하여 전 세계 어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다양한
문양석이 370여 점 전시돼 있다.

 고향이 경주인 박 관장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여근곡을 본 후 이곳이 세계적으로 드문 자연예술품이라는 사실을 인식, 지난 2004년 여근곡이 가장 잘 보이는 지금의 터를 사들여 건물을 짓고 이듬해 4월 문을 열었다. 여근곡과 여근곡 성 테마 박물관이 세트로 입소문을 타면서 명소화돼 지금은 경주시가 적극 나서 마을 진입로를 넓히고 있으며, 주차장도 이후 건립할 계획이다.

 박 관장은 "개인적으로 석복(石福)이 있어 적지 않은 희귀 성석(性石)을 많이 모았다"며 "수석에 관심이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무료로 개방하던 여근곡 성 테마 박물관은 내달부터 입장료를 받는다. 대인 3000원, 학생(초중고) 및 단체(20인 이상) 2000원.
           여근곡 성(性) 테마 박물관 내 성석(性石).

박물관 내


박물관 내 성석(性石)들.

문경 주흘산 여궁폭포.



맛집 둘
금강산도 식후경. 맛집 두 곳 소개한다.
여근곡이 위치한 건천읍에는 흑염소 불고기(아래 사진)가 아주 유명하다. 23년 전통의 '당나무식당'(054-751-0975)이 잘한다. 흔히 여성을 위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신농본초경과 동의보감에 따르면 흑염소 수놈은 남성강화 식품이다. 1인분 1만 3000원. 육개장이 아주 맛있다. 건천IC에서 차로 1분 거리.


 거제 둔덕면에선 '88횟집'(055-634-1626)을 권한다. 겨울철 별미인 밀치(참숭어긿 3만, 4만, 5만 원)를 주문하면 뼈째 썬 것과 포를 뜬 것으로 나눠 올라온다. 주인장의 칼 솜씨가 빼어나 밀치의 진면목을 알게 해준다. 국물이 시원한 물메기탕(7000원)도 별미이다.

금정산 계명봉~장군봉~고당봉~백양산-어린이대공원 학생문화회관

낙동정맥 284봉을 지나 만나는 벼랑끝 너른 전망대에서 서면 계명봉(왼쪽)과 장군봉(오른쪽) 그리고 그 사이로 저 멀리 금정산의 주봉인 고당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발아랜 경부고속도로.

억새군락지인 장군평전에서 바라본 장군봉 정상.

장군평전에서 바라본 금정산 고당봉.

장군봉 정상.
장군봉에서 바라본 금정산 고당봉.

금정산 고당봉.
금정산 주봉인 고당봉. 저 멀리 부산 5산종주의 첫 기착지인 해운대 장산이 보인다.
고당봉 정상.
고당봉 뒤로 영남의 젖줄 낙동강의 물줄기가 보인다.
금정산 북문. 문을 통과해 내려서면 범어사, 우로 가면 동문.
삼각점이 위치한 원효봉에서 바라본 최내 최장 금정산정. 정면으로 의상봉 무명바위가 보인다.
금정산 동문.


 이번 주는 부산 5산 종주의 마지막 구간. 이하봉~계명봉~장군봉~금정산 고당봉~백양산으로 이어진다. 해운대에서 출발해 기장군을 가로지른 후 이번엔 양산을 찍고 부산에서 끝을 내는 일정이다.

기장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번 구간도 산행팀은 산악 마라토너들과 달리 불가피하게 피할 수 없는 임도 구간을 제외하고는 능선과 능선을 이었음을 밝혀둔다.

산줄기 잇기 개념으로 접근하면 부산 5산 종주 코스는 기장군 소두방재에서 용천지맥과 헤어진 후 잠시 숨고르기를 하다 계명봉 못 가서 낙동정맥과 만난 후 줄곧 낙동정맥길로 이어진다.

  
구체적 여정은 양산시 동면 동면우체국~감만조경~이하봉(222m)~임도~사거리(낙동정맥 갈림길)~284봉~지경고개(녹동육교)~농장 가로질러~밀양 박씨묘~계명봉(599m)~잇단 고당봉·장군봉 갈림길~장군평전(억새군락지)~장군봉~장군샘~금정산 고당봉~고당샘~금정산장~북문~원효봉~의상봉~제4망루~무명안부~부채바위 갈림길~나비안부~동문~산성고개~대륙봉~케이블카 정상~남문~만덕고개~철학로~금정봉 갈림길~만남의 숲~산불초소(돌탑봉)~불태령~백양산~어린이대공원 학생문화회관 순. 동문까지 걷는 시간만 5시간50분, 동문에서 어린이대공원 학생문화회관까지는 5시간 정도 걸린다.


양산 동면우체국 정류장에서 내려 영천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좌측으로 간다. 동면우체국과 길모퉁이 '10번지 식당' 그리고 하천을 잇따라 지나 우측으로 가면 간이화장실. 좌측 너른터를 가로지른다. 알고 보니 '감만조경' 마당이다. 산 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갈림길. 우측 능선 끝으로 가면 입구에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7, 8m쯤 올라가면 '부산 5산 종주 들머리, 이하봉 0.4㎞'라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8분쯤 급경사길을 오르면 전망대. 정면 철마산을 기점으로 좌측 백운산, 우측으로 거문산이 손에 잡힌다. KTX 철로공사가 한창인 7번 국도 건너편이 기장 철마면, 산행팀이 오르는 이곳이 양산시 동면임을 확인할 수 있다.

들머리에서 18분이면 이하봉(222m)에 올라선다. 작은 팻말이 걸려 있다. 조망은 없지만 숲 사이로 뾰족봉인 계명봉이 얼핏 보인다. 내려서면 밤나무밭을 지나 임도. 잡풀이 우거져 삭막하지는 않다. 5분 뒤 너른터. '전망대'란 팻말이 걸려 있을 만큼 시야가 트인다. 우측 저 멀리 운봉산에서 뻗어 내려오는 낙동정맥과 그 뒤 천성산이 확인된다. 여기서 친절하게 걸린 '등산로' 안내 팻말을 따라 좌측으로 올라선다. 키 큰 억새길을 거쳐 숲으로 들어서자마자 갈림길. 흔히 반듯한 좌측길로 가기 쉽지만 산행팀은 우측으로 올라선다. 이후부터 산길 좌측은 부산CC와 연결된다.
    
야산이지만 아름드리 나무가 간혹 눈에 띄는 등 숲이 생각보다 울창하다. 5분 뒤 사거리. 리본이 많이 걸려 있다. 낙동정맥과 만나는 지점이다. 직진한다. 이제부턴 낙동정맥 종주길이다. 지그재그 된비알로 8분 정도 힘겹게 올라서면 암봉인 284봉. 비로소 계명봉과 그 우측으로 고당봉 장군봉이 한눈에 시야에 들어온다. 3분 뒤 길 우측에 벼랑끝 너른 전망대가 기다린다. 정면으로 경부고속도로와 방금 본 계명 고당 장군봉이, 그 우측으로 낙동정맥이 실핏줄처럼 이어지는 낮은 능선, 그리고 저 멀리 선암산 토곡산 등 양산의 산과 염수봉 시살등 영축산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남동부 능선도 희미하나마 확인된다.

이어지는 산길. 12분이면 도로(지경고개)에 내려선다. 바닥에 '5산 종주'라고 적혀 있다. 좌측은 부산CC, 산행팀은 우측 녹동육교를 건너 부산~양산 지방도를 건너 우측으로 간다. 부산-양산 시경계 안내판을 지나자마자 좌측으로 올라선다. 입구에 '자두농원'이라 적힌 간판이 서 있다. 포장로를 따라 7분쯤 오르면 갈림길. 방법은 두 가지. 직진형 왼쪽으로 가면 독립가옥을 가로질러 곧바로 산으로 오르는 너른 길이 열려 있다. 오른쪽으로 가도 역시 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왼쪽에 보인다. 두 길 모두 잡풀이 무성한 개활지 좌우 끄트머리로 올라 숲으로 진입한 후 밀양 박씨묘를 지나 만나는 갈림길 앞에서 만난다. 두 곳 모두 리본을 걸어 놓았다.

갈림길에선 왼쪽으로 오른다. 코가 땅에 닿일 만큼 급경사다. 6분 뒤 밧줄을 잡고 오르면 전망대. 정면으로 천성산과 그 우측으로 대운산 석은덤 철마산 거문산 등이 보이고 발 아래론 방금 지나온 능선길과 부산CC가 한눈에 펼쳐진다.

  
계명봉은 전망대에서 5분이면 올라선다. 계명봉은 오래전엔 독립봉으로 보고 계명산으로 불렀지만 지맥이 금정산과 이어져 있어 계명봉으로 불린다. 돌무더기로 쌓은 제단 위에 검은색 키작은 정상석이 서 있다. 숲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금정산 주능선 쪽으로는 시야가 트여 있다. 고당봉을 기점으로 왼쪽으로 원효봉 의상봉 무명암 부채바위 나비암이 확인된다. 좌측은 계명암 범어사 봉화터 방향,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15분쯤 뒤 안부 갈림길. 왼쪽은 범어사 고당봉으로 이어지는 임도, 산행팀은 장군봉을 향해 직진한다. 산악마라토너들은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가 임도로 고당봉 아래로 달린다.

이어지는 산길. 도중 작은 계곡을 두고 길이 갈린다. 둘은 만나지만 계곡 건너편 길이 주 산길이자 능선길이다. 9분 뒤 임도 같은 갈림길. 오래전 철탑을 세우기 위해 만든 길로 왼쪽은 고당봉,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간다. 한 굽이 올라서면 우측으로 샛길이 열려 있다. 지름길이자 원래 산길이다. 그늘진 오르막 숲길이다. 15분쯤 오르면 시야가 트이며 전망대에 선다. 정면으로 5산 종주의 출발점인 바다를 낀 장산을 시작으로 기장과 양산을 거쳐 지금까지 내달려온 능선길과 봉우리가 한눈에 가늠된다. 우측으론 고당봉이, 발아랜 내원암과 범어사도 확인된다.

6분 뒤 길찾기에 유의해야 하는 갈림길. 왼쪽은 고당봉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길, 산행팀은 낙동정맥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장군봉을 찍고 고당봉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 소위 억새군락지인 장군평전이 시작된다. 낙동강을 배경삼아 펼쳐지는 키작은 억새의 몸부림이 살갑게 다가온다.

 9분이면 장군봉에 올라선다. 멀리서 보면 장군의 늠름함이 느껴져 구덕산악회 고 장두석 회장이 이렇게 명명한 후 일반화됐다고 전해온다. 가덕도 연대봉을 기준으로 우측으로 봉화산 보배산 굴암산 불모산 신어산 무척산 오봉산 토곡산 선암산 천마산 오룡산 영축산 천성산 대운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왔던 길로 내려간다. 갈림길서 좌측 낙동정맥 갈림길 방향 대신 우로 내려선다. 15분 뒤 장군샘. 물 한 잔을 들이켜고 내달리면 조그만 바위 앞에 눈길이 꽂힌다. '梵魚寺基(범어사기)'라고 음각된 화강암이다. 범어사의 토지 경계를 알리는 이른바 석표(石標)다.

이어 잣나무길을 지나 산죽길을 벗어나면 마애불 갈림길. 마애불은 80m쯤 내려가면 만난다. 1000년의 오랜 성상 동안 비바람에 씻기면서 말없이 방문객을 맞아 준다. 다시 잣나무 숲길. 정면에 고당봉의 암벽이 웅장하다. 곧 임도와 만난다. 산악마라토너들은 계명봉에서 내려와 이 임도로 올라온다.

이제 산행은 반듯한 길의 연속. 고당봉은 불과 600m. 금정산 특유의 보석 같은 바위들이 산사면에 속속 박혀 있다. 기암괴석들은 괜히 '천구만별(千龜萬鼈·천 마리의 거북과 만 마리의 자라)'이라 불렀겠는가.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풀과 한 화면에 넣으면 멋진 풍광으로 다가온다.

이내 정상 직전 갈림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하지만 산악마라토너들은 좌측길로 돌아 고당샘으로 내려온다. 고당봉을 우회하는 셈이다. 바위길을 올라 나무계단과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이내 고당봉. 8분쯤 걸린다. 거칠 것 없는 조망이다. 북으로 장군봉 천성산, 동으로 계명봉, 남으로 원효봉 의상봉, 서쪽으로 신어산 동신어산 오봉산 등이 보이고 1300리를 흘러온 영남의 젖줄 낙동강은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졸고 있다.

북문을 향해 내려선다. 수백년간 비바람을 맞고 자리해오고 있는 당집인 고모당과 고당샘을 지나면 금정산정과 북문. 샘터인 세심정도 있다. 20분 걸린다. 왼쪽 북문을 통과해 내려가면 범어사, 오른쪽 임도 방향은 옛 천주교 목장을 지나 산성마을, 산행팀은 동문(4㎞) 방향으로 직진하며 오른다. 백양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구간인 이 길은 등산로가 아니라 트레킹 코스라 해야 더 어울린다. 잘 정비된 너른 돌계단과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녀 단단해진 흙길은 실망스럽지만 국내 최장 금정산성의 매끈한 곡선미는 언제 봐도 매력적이다.

15분이면 삼각점이 위치한 원효봉에 올라서고 이어 의상봉도 지난다. 의상봉은 멀리서 볼 경우 사자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빼닮아 사자봉으로도 불린다. 그 옆(동쪽)으로 금정산 최대 암장인 무명암이 뻗어 있다.

중성과 연결되는 제4망루를 지나면 북문과 동문의 중간지점인 무명안부. 오래전 암벽등반을 하던 산꾼들은 여기서 텐트를 치고 무명암과 부채바위를 오갔다. 나비 안부는 여기서 13분 뒤. 20, 30년 전 할머니 파전으로 유명했던 이곳에는 '구서동 2.9㎞'라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산행은 막바지. 나비안부에서 동문은 20분 걸리고, 여기서 산성로 버스정류장까지는 5분 소요된다.

산행팀은 여기서 산행을 접었다. 동문에서 백양산을 거쳐 어린이대공원까지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데다 거의 외길이어서 길찾기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후 여정은 산성고개~대륙봉~제2망루~케이블카 정상~만덕고개~자연학습장~금정봉 갈림길~만남의 숲~돌탑봉(산불초소)~불태령(주지봉 갈림길, 돌탑봉)~백양산 직전 낮은 돌탑봉~백양산~어린이대공원 내 학생문화회관 순이다. 동문에서 대략 5시간 정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장군샘, 지역 산악인 최남준씨팀 조성, 공로상감


장군봉에서 고당봉 가는 길에 위치한 일명 장군샘은 국제신문 2대 산행대장을 역임한 최남준 씨가 후배 산악인인 조병주 김무길 그리고 최근 타계한 김희조 씨와 함께 사비를 들여 만든 샘터이다. 최 대장은 금정산의 장군샘 이외에도 남문 인근 수박샘, 동문 인근 북바위샘도 역시 사비로 후배들과 함께 조성했다.

최 씨를 잘 아는 한 지인은 "약수터 조성을 위해선 돈은 물론이고 장마철 평상시 갈수기 가뭄 때 등 적어도 네다섯 번 정도를 가야 하는 성의가 있어야 된다"며 "산을 사랑하지 않으면 엄두도 못낼,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부산 악계에서 단연 공로상감이지만 아직까지 이를 아는 산꾼들은 드물다.

장군봉의 정상석에는 해발고도가 734.5m라고 표기돼 있지만 국토정보지리원의 최신판 지형도에는 737m로 정정돼 있다. 산행팀은 최신판의 해발고도를 따랐다. 계명봉에도 601.7m로 적혀 있지만 새 지형도에는 599m로 표기돼 있어 역시 최신 버전을 따랐음을 밝혀둔다.


◆ 교통편 - 울산행 버스 타고 양산시 '동면우체국' 정류장서 하차

지하철 1호선 노포동종합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울산 가는 아무 버스나 타고 '동면우체국' 정류장에서 내린다. 환승을 하기 위해선 부산 버스를 타야 하지 않을까. 날머리 동문에서 오가는 산성 버스의 배차 간격은 20분이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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