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찾는 근교산 <347> 부산 금정산 원효봉~의상봉

 
  산행 내내 폭우 와 운무로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는 상황에 서
운무가 잠시 걷히면서 금정산 봉우리가 모습을 확연히 드러냈다.
근교산 취재팀의 이번 주 산행은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가운데 단행한 이른바 우중산행이었다. 올해의 경우 예년에 비해 비가 잦을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가 아니더라도 기상이 급변하는 여름산에서 누구나 한번쯤 조우할 수 있기에 시도한 산행이었다.

산행 도중 기자는 의외로 우중산행을 즐기는 산꾼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잎새에 떨어지는 빗소리만 기대했건만 끊임없이 해후하는 우중 산꾼들의 행렬. 그들의 우중산행 옹호론은 이랬다.

비올 때 산속의 공기는 아주 맑아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고, 속옷까지 완전히 젖는 순간의 기분은 찜통에서 나와 계곡물에 뛰어드는 그런 느낌이라는 것.

그렇다고 비올 때 아무 산이나 오르는 것은 경계했다. 천성산이나 금정산의 일부 지능선처럼 물빠짐이 좋은
마사토이어야 하고, 계곡을 건너야 하는 산행은 가급적 삼가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경험담.

이번 산행은 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남산봉~소원바위~원효봉~의상봉~제4망루~제3망루~나비암~
정암약수터~너덜지대~구서동 산복도로로 나오는 코스로 3시간 정도 걸린다. 동서남북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금정산의 70~80개 산행로중 하나로, 우중산행이나 주말 부담없이 오를 수 있는 가벼운 코스이다.
길 찾기도 전혀 어렵지 않다.

범어사 지하철 3번 출구로 나와 47번 버스종점을 지나 사거리 도로와 만나면 왼쪽으로 돌아간다.
범어사에서 버스가 내려오는 길이다. 압구정 갈비집을 지나면 정면에 가고파노래연습실 간판이 보인다.
구서동 산복도로 초입부분으로 그 건물 오른쪽 산길로 오른다. 이곳은 범어사 일방통행길 출구이기도 하다.

정면에 파란색 청룡동 간이식수통을 지나 산을 깎아 개간한 밭사이로 200곒 오르면 곧바로 숲이다.
다시 100곒 정도 걸으면 갈림길. 왼쪽길을 택한다. 오전 10시 전후지만 비에 젖은 채 하산하는 사람이
예상외로 많다.

 

첫 기착지인 남산봉(403.1곒)까지는 45분 정도의 끊임없는 오르막길. 운무가 바람에 날려 담배연기처럼 눈앞을 스쳐갈 땐 신선이 된 듯 묘한 기분이 들 정도다. 왼쪽길로 내려선다. 내리막길이 끝나는 지점은 네갈래길. 직진한다. 이번엔 오르막길. 곧 우측에 전망대가 나온다. 잠시 운무가 그쳐 주변 봉우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15분 뒤 제법 큰 네갈래길. 직진한다. 우측은 상마마을, 좌측은 금정산 주능선 방향.

오르막길을 따라 20여분 걸으면 탁 트인 전망대가 나온다. 운무 사이로 발밑에 부산외대 축구장이 보이고 좌측에 계명봉, 우측에 무명암이 각각 포진하고 있다. 비올 땐 특히 바위 위의 미끄러짐을 조심하자.

지금부터는 바윗길의 연속. 작은 바위는 넘고 집채만한 바위가 나오면 에둘러 간다. 사기(寺基)바위를
 지난 후 바위 틈 사이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만한 공간이 나 있는 소원바위를 지날 땐 소원을 빌자.
산행 초입구간과는 달리 여기선 산길이 마사토라 걷는데 부담이 적다.

곳곳에 놓인 바위 사이로 10여분 지그재그로 걸으면 주능선에 닿는다. 왼쪽으로 성벽을 타면 눈앞에
금정산 역사탐방로 팻말이 서있고 200곒 정도 더 가면 원효봉(687곒) 정상. 요즘 한창 쓰레기 매립으로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세심정은 이곳에서 산행 진행방향과 반대방향으로 불과 1㎞ 남짓.

 

원효봉에서 내려선 후 큰 길인 오른쪽 등산로로 가지 않고 왼쪽 성벽 능선으로 7, 8분 정도 오르면 뾰족한 돌산인 의상봉(640.7곒) 정상. 발아래 무명봉이 운무에 가려 희미하게 보인다.

이어 산불초소와 제4망루를 지나 내려서면 무명안부. 이 지점은 평상시 막걸리나 국수를 파는 간이판매소. 50곒 더 내려가면 왼쪽에 부채바위 가는길 팻말이 나온다. 성벽을 넘어가면 부채바위 가는 길. 우측 능선을 타고 오른다. 동자바위와 부채바위를 잇따라 보면서 더 진행하면 제3망루가 바위지대에 숨어있다. 다시 왔던 길을 돌아나오면 나비가 춤추는 듯한 모양의 나비암. 이곳을 지나면 네갈래길. 풀 한포기 없는 맨땅이다. 좌측으로 내려선다. 계속 직진하면 동문 남문을 지나 백양산 방향.

곧바로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길을 택한다. 다시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간다. 입구 바위에 스프레이로
구서동이라고 적혀 있다. 억수같이 내리는 비로 개울에 물이 넘치고 곳곳이 물바다다. 정암약수터가
나오지만 물은 마시지 말자. 최근 조사때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나비가 춤을 추는 듯한 모양을 한 나비암.

계속 직진하면 놋정약수터 팻말. 우측엔 화강암 덩어리의 너덜지대가 눈길을 끈다. 이곳에서 날머리인 구서동 산복도로 우성아파트 입구까지 20분 정도 걸린다.

정면에 우성아파트 10동 건물이 보인다. / 글긿사진= 이흥곤기자

/ 산행문의= 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떠나기전에

금정산을 산행하다보면 전국의 명산과 비교해도 이만한 산은 없을 것이라 여기는 산꾼들이 많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편안한 산이며 모산이다.
 학창시절 수도 없이 드나들던 금정산이 지금은 산행 패턴이 많이 달라져 있다. 범어사 버스 종점에서 계곡길을 따라 올라 상마부락에서 원효암을 거
쳐 북문으로 오르든 오붓한 산길은 개발의 미명 아래 도로와 철조망 등에 사라지고 없어진지 오래다.
동문으로 오르내리던 숲속의 산길도 차량의 매연과 버스에  빼앗겨 버린지 또한 오래다.
 옛날의 추억을 되살리며 오르는 금정산 산길은 어디 없을까 싶어 찾아본 산길이 이번 코스였다.
남산봉을 오르는 산길은 옛날의 추억을 살려주는 금정산의 오름길이다. 임도와 개발로 인한 산길은
전혀 만날 수가 없고 구서동으로 내려서는 하산길 또한 우거진 소나무 숲으로 옛날의 금정산을 떠 올리게 한다.

/ 글사진=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산행문의= 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 이창우 산행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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