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올 겨울 특별한 스케줄이 없으면 온 가족이 함께 태백산 눈꽃산행을 한번 떠나 보시라. 확신컨대 후회는 없으리라.
혹자들은 부산서는 아주 먼, 그것도 해발고도가 1500m급인 국내 10위 고봉을 어떻게 산행 경험의 유무도 따지지 않고 권하는지 의문이 들 터이다.
한데 가능하다. 태백산은 해발에 비해 가파르거나 험하지 않은 데다 들머리인 당골광장의 해발이 무려 800m 정도여서 다리가 크게 불편하지 않다면 누구든 산행이 가능하다.

순백의 옷으로 갈이입은 태백산 천제단을 향해 오르는 전국의 산꾼들. 태백산은 이렇다 할 오름길이 없어 시나브로 정상에 닿는다.

도립공원인 태백산은 지금 순백의 옷으로 갈아입고 겨울 등산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정상 부근의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과 어우러진 설화는 동화 속의 설경에 다름아니다.
무엇보다 태백산은 설경이 수놓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역사적, 문화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고 있어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태곳적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을 비롯해 한국 명수 100선 중 으뜸인 용정, 기도처로 유명한 문수봉, 정상 부근의 주목 군락지, 단종비각, 단군성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산행은 매표소~당골광장~단군성전~반재~망경사 화장실 입구 유일사 갈림길~천제단·유일사 갈림길~장군단(장군봉)~주목 군락지~천제단(영봉)~단종비각~망경사·문수봉 갈림길~문수봉~당골·소문수봉 갈림길~제당골~당골광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안팎. 빼어난 설경에 감탄하며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사진을 찍다 보면 시간이 화살처럼 빨리 간다는 사실에 유념하길.


들머리는 당골광장. 기운이 드세기로 유명한 당골은 예부터 당집이 유달리 많았다. 물론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여파로 대부분 담벽이 허물어졌지만.

당골광장에서 우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등로 입구엔 단군성전. 잠시 둘러본 후 본격 산길로 향한다. 예년과 달리 올 겨울엔 눈이 무척 많이 내려 주변이 온통 하얗다. 매년 겨울에만 40만 명이 다녀간다는 태백산인지라 등로는 말끔히 다져져 있지만 등로 좌우는 지팡이로 가늠해보니 대략 어른 무릎만큼 쌓여 있다. 등로 우측 당골계곡에는 한겨울인데도 유량이 풍부해 물소리만 들으면 여름으로 착각할 정도다.

20분쯤 뒤 ‘천제단 가는 길'이라 적힌 이정표를 지날 무렵 계곡 건너편 드높은 절벽 끄트머리에 남근석을 닮은 바위가 걸려있다. 총칭해 장군바위라 불린다.
세 번째 다리 직전 ‘반재 밑' 이정표(해발 1100m) 앞에선 반드시 아이젠을 착용하자. 스패츠는 선택사항. 다리만 건너면 곧바로 오름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천제단까지는 2.7㎞.
오래 전 호환(虎患)을 당한 화전민의 무덤인 호식총(虎食塚).

다리를 건너면 돌계단길. 5분 뒤 길 우측에 호식총(虎食塚). 오래 전 호환(虎患)을 당한 화전민의 무덤이다. 100년 전만 해도 태백산은 호랑이의 서식지로 유명했다. 인근에는 옹달샘이 하나 있다.
이번엔 환상적인 잣나무 숲을 지난다.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속을 걷는 기분이다. 이내 반재. 당골과 천제단까지의 중간 지점이라 반재란다. 주변에 원형 테이블이 있어 대개 여기서 식사를 한다.

왼쪽 천제단으로 향한다. 일순간 웃음꽃이 들려 온다. 알고보니 비료 포대를 이용한 그 유명한 엉덩이 썰매를 타는 구간이다. 40, 50대의 남녀 산꾼들이 동심으로 돌아가 ‘쌩'하며 내려온다. 기자도 빌려 타 보았다. 신이 났지만 정지하기가 어려워 혼이 났다. 이제 10시 방향으로 망경사와 그 위 능선 상에 천제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내 망경사 갈림길. 장군봉으로 가기 위해 우측 망경사 방향으로 향한다. 4분 뒤 망경사 화장실 입구에서 우측 유일사 쪽으로 오른다. 어차피 망경사는 장군봉~천제단~단종비각을 보고난 후 다시 만나기 때문에 잠시 미룰 뿐이다.
산길은 이때부터 좁아진다. 북사면이라 눈이 거의 녹지 않아 눈꽃터널을 이룬 백색천국이 펼쳐진다. 이쯤에서 대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눈을 이고 있는 희귀목인 아름드리 주목의 기품이 돋보인다.
         북사면길은 눈의 거의 녹지 않아 눈꽃터널을 이룬 백색천국이 펼쳐진다.

17분 뒤 갈림길. 우측 유일사 대신 좌측 천제단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 백두대간길. 태백산은 백두대간의 축인 금강산 설악산이 동해와 나란히 내달리다 국토의 중심부인 서남쪽으로 방향을 트는, 산세로 봐선 의미있는 지점이다.
여기서 장군봉까지의 구간이 태백산 주목의 백미이다. 영하의 날씨에 강풍과 폭설 속에서 견뎌야 하는 주목의 강인한 생명력은 생김새를 떠나 그 자체가 우리네 삶의 표본이다. 어린 주목의 보호를 위해 세운 대나무발도 폭설과 강풍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10여 분이면 최고봉인 장군봉(1567m)에 닿는다. 작은 천제단인 장군단이 있다. 여기서 다시 10여 분이면 마침내 영봉(1561m)인 천제단에 선다. 둘레 27m, 폭 8m, 높이 3m의 자연석으로 쌓은 20평 가량의 원형 돌제단이다. 신년이나 개천절이 되면 하늘에 제사를 올리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이를 위해서인지 천제단 인근은 엄청나게 넓고, 정상석 또한 기자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크다.
이제 망경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이내 단종비각. 영월로 유배와서 세상을 뜬 단종을 기리기 위해 망경사 박묵암 스님이 건립했다.
자장 율사가 창건한 신라 천년고찰 망경사 문수보살 석상이 저 멀리 맞은편 문수봉을 바라보고 있다. 

다른 각도에서 본 문수봉.

자장 율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망경사는 바로 코 앞. 입구에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지점(1470m)에서 물이 샘솟는다는 용정(龍井)이 있으며 주변에는 주목들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대웅전 앞에 서면 정면 저 멀리 둥그스름한 문수봉이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있다.
망경사 입구의 용정. 해발 1470m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샘이다.

 망경사 박묵암 스님이 건립했다는 단종비각. 영월로 유배와서 세상을 뜬 단종의 혼이 백마를 타고 이곳에 와서 태백산 산신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태백산 천제단. 신년이나 개천절이 되면 하늘에 제사를 올리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태백산 영봉인 천제단 옆에는 대형 정상석이 서 있다.

이제 문수봉으로 향한다. 원래 문수봉은 천제단에서 백두대간길로 부쇠봉을 거쳐가는 것이 정식 코스이지만 시간 제약으로 단종비각 바로 밑 갈림길에서 산허리를 타고 간다. 부침이 거의 없는 부드러운 눈길이다. 중간에 부쇠봉에서 문수봉으로 내려오는 길과 당골광장으로 내려서는 길을 잇따라 만나지만 오로지 문수봉 팻말만 보고 직진한다. 문수봉에 근접할수록 껍질이 수평으로 벗겨져 있는 자작나무를 많이 만난다.
정상 일대의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눈덮인 고사목의 자태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문수머리'로 불리는 문수봉 정상.

마침내 문수봉. 망경사 입구에서 넉넉잡아 40분 걸린다. ‘문수머리'로 불리는 정상에는 신심 깊은 한 처사가 세웠다는 2기의 대형 돌탑과 밀양 만어사 인근 종석너덜을 연상시키는 너덜 사이에 나무를 깎아 만든 정상목이 서 있다.
본격 하산길. 직진한다. 5분 뒤 소문수봉 갈림길. 왼쪽 당골광장 방향으로 내려선다. 40m쯤 길게 늘어선 병풍바위와 샘터를 지나 제당골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10분 뒤 당골광장에 닿는다. 문수산 정상에서 1시간쯤 걸린다.

# 떠나기전에 - 명물 '오궁썰매'용 비료포대, 성수기 외엔 당골서 준비를

통상 태백산 눈꽃산행의 풀코스는 유일사~망경사~장군봉~천제단~문수봉 코스가 일반적. 산행팀은 부산서 당일치기로 떠났기 때문에 당군성전 쪽 당골광장에서 문수봉을 거쳐 당골광장으로 하산했음을 밝혀둔다.

엉덩이를 대고 썰매타듯 내려오는 일명 '오궁썰매'용 비료포대는 눈축제 기간 등 성수기에는 산 속에서 팔지만 그 외 기간에는 당골 인근 가게에서 사야 한다.

아이젠은 태백산 눈꽃산행의 필수품. 스패츠는 선택사항. 가까운 등산용품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1만원부터 천차만별이다. 유의사항 하나. 아이젠을 차고 '오궁썰매'는 금물. 다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태백산 정상부의 천제단은 천왕단 장군단 하단으로 구성돼 있다. 흔히 천제단이라 불리는 곳은 정상석이 있는 영봉의 천왕단이고, 장군단은 북쪽의 장군봉에, 하단은 영봉에서 부쇠봉 가는 길 200m 쯤 되는 능선 상에 있다.

망경사에는 유독 살찐 고양이들이 많다. 한눈에 봐도 6~7마리는 돼 보인다. 겉모양은 집고양이지만 실제로는 야생 고양이다. 기도하러 온 신도들이 두고 간 음식을 훔쳐 먹어 살이 쪘단다. 망경사 한쪽 켠에는 매점이 있어 커피나 컵라면도 판매한다.

맛집 하나 소개한다. 당골광장 바로 아래 식당가 제일 안쪽에 위치한 성원식당(033-553-3579). 상황오리가 주메뉴이다.


태백산 약수에 유황오리와 상황버섯 황기 감초 등 한약재, 그리고 찹쌀 밤 대추 은행 등을 각목 보자기에 싸 압력솥에 각각 넣어 1시간 동안 찐 보양식이다. 최소 1시간 전에 전화로 주문해야 맛볼 수 있다. 4인용이며 3만5000원. 이곳은 특히 태백으로 전지훈련 오는 프로축구 농구 펜싱 육상 레슬링 핸드볼 선수들의 단골 식당이기도 하다.

#교통편 - 부산서 열차 이용 무박 2일 가능

열차를 이용, 무박 2일로 다녀올 수 있다. 부산역에서 금, 토요일 이틀만 밤 10시10분 출발, 태백시 통리역에 다음날 오전 4시31분에 도착한다. 2만4400원. 10명 이상 단체 10% 할인. 열차 도착시간에 맞춰 개인택시(033-552(553)-4747)가 대기 중이다. 당골까지 1만원 조금 넘는다.

통리역에선 다음날 오후 3시9분 출발, 부산역에는 밤 9시55분 도착한다. 오후 2시29분 출발 기차는 부전역에 오후 8시52분 도착한다. 2만27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영주IC~봉화 영주 직진~영주 경북전문대 직진~단양 봉화~경찰서 봉화 이정표 지나자마자 가흥교 건너~봉화경찰서 시의회(로타리 좌회전)~가흥로~풍기 봉화~철길(굴다리) 지나~봉화~울진 봉화~울진 태백 봉화~울진 현동~울진 태백 봉화~울진 현동~울진 봉화 이정표 보고 자동차 전용도로 내려와 좌회전~현동 춘양 우회전~울진 현동~(옥류관 미니동물원)~태백 현동~울진 현동~울진 태백 현동~태백 울진~노루재터널~동해 태백 좌회전~넛재~태백~동해 태백 좌회전~강원도 태백시 구문소호~동점역 지나~태백산도립공원 석탄박물관~장성터널~영월 동해~태백산 도립공원 순.

글 사진=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산행대장=이창우


 

국내 최장 17㎞ 금정산성 일주하다(하)

산성은 일부 끊겨 있어도 그 흔적은 오롯이 남아
서문~496봉~고당봉 구간 부드러운 오솔길
금샘 제2금샘 미륵바위 등 볼거리 무궁무진
계곡에 세워진 서문, 예술적 감각 가장 앞서
 
 

금샘(金井).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금빛 물고기(梵魚)가 하늘(梵天)에서 내려와 놀았다는 그곳이다.


제2금샘. 부산학생교육원 뒤쪽에 있으며, 주등산로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다.



이번 주 산행의 시점은 서문. 이 문은 금정산성 4대 성문 가운데 유일하게 계곡에 세워져 있다. 화명동에서 산성마을을 향해 대천천을 따라 오르면 만난다. 17.337㎞나 되는 금정산성 성곽 중 해발고도가 가장 낮은 지점에 위치한 서문 바로 옆에는 세 개의 아치를 이룬 수문이 조화를 이뤄 4개의 성문 중 예술적 감각이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행은 서문~부부묘~도원사 사거리~중성 갈림길~도원사~전망대~부산학생교육원(사시골)~철탑~주능선(496봉)~ 석문~제2금샘 사거리~금곡동 갈림길~미륵사 갈림길~미륵사~미륵바위 전망대~북문 갈림길~고당봉(802m)~고당샘~금샘~금정산장~북문~원효봉~의상봉~제4망루~무명안부~부채바위~제3망루~나비암~동문~산성고개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10분 정도.

서문을 중심으로 좌우로 이어지는 지형은 기존 금정산의 그것보다 험준하다. 기존의 금정산 관련 책자에도 이 지역은 등산로가 없는 것으로 표기돼 있을 정도다.

파류봉서 내려와 얼음골 입구에서 서문까지의 산성길을 개척한 산행팀은 이번엔 서문에서 496봉과 만나는 석문 능선을 향해 오른다.

서문 성곽을 즈려밟고 숲으로 들어간다. 예상대로 산길이 없어 산성을 밟고 오른다. 9분 뒤 농짝만한 바위군 앞에선 좌측으로 우회, 급경사길로 오르다 다시 산성을 넘어 우측 산길로 간다.
   
부부묘를 지나 찔레꽃을 감상하다 보니 순간 산성이 사라졌다. 알고 보니 발밑 흙길이 산성이다. 우측 민가는 죽전마을 82번지. 이내 사거리. 왼쪽은 도원사 방향, 직진한다. 이내 사라졌던 산성 측면이 보여 능선이 휘어짐을 알 수 있다.

한 굽이 올라서면 갈림길. 개발제한구역 표시석이 서 있다. 왼쪽으로 내려선다. 오른쪽은 중성(中城)으로 제4망루와 연결된다.
   
3분 뒤 도원사. 허름한 요사채 뒤로 용왕당과 산신각이 있다. 직진하면 50m 뒤 큰 바위군이 길을 막고 있고, 그 앞 계단은 기도처 가는 곳. 산행팀은 계단을 15m쯤 못가 우측 희미한 길로 간다. 묘지 2기를 잇따라 지나 묵은 산길을 따라가며 지능선을 자연스레 넘으면 전망대에 닿는다. 왼쪽으로 낙동강이, 발밑에는 학생교육수련원과 산성이, 정면으론 철탑 좌측 암봉인 496봉이 보인다. 이 암봉에서 우측으로 소위 석문 능선이라 불리는 마루금을 따라가면 고당봉을 만난다. 또 496봉으로 이어지는 곡선형의 산성 또한 가만히 살펴보면 숲 사이로 확인된다. 산행팀이 향후 오를 경로의 큰 그림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깔끔히 정비된 200m쯤 되는 산성을 밟고 지난다. 사시골 계류가 성 아래로 흐르는 이 구간은 지리나 설악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주변 풍광이 빼어나다.

부산학생교육원에서 가장 잘 보이는 지점의 산성은 깔끔하게 정비돼 있다.


다시 숲으로 들어간다. 잡풀이 웃자라 산길이 아예 없다. 하던대로 산성을 좌우로 넘나들며 상대적으로 걷기 쉬운 길을 찾아 가다 이 마저 여의치 않으면 산성을 밟고 오른다. 이따금 돌이 흔들려 위험하니 주의해야 한다. 재미도 있고 스릴도 있다.
   

다 허물어져 가는 산성길도 지난다.

숲에 가려 허물어진 성곽은 내버려두고 있어 전시행정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철탑을 지나 정면으로 암봉이 보일 무렵 성벽을 넘어서면 지난 가을 모습 그대로의 수북한 카키색 낙엽길도 걷고 잡풀을 뚫기도 한다.

마침내 주능선. 말끔한 산성에서 40분 소요. 왼쪽은 화명 금곡동 방향, 산행팀은 우측으로 간다. 5분 뒤 등로 우측에 전망대. 서문에서 방금 올라온 등로와 저 멀리 고당봉에서 남으로 이어지는 금정산 종주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다시 한 굽이 돌면 석문(石門) 하나가 황량하게 옛 모습 그대로 서 있다. 물리재 끝에 있어 흔히 물리재 석문이라 불린다. 향토 학자들은 이 곳을 장골봉이라 부른다.

물리재 석문(石門). 학자들은 장골봉이라 부른다.


이 석문은 건물이 없는 일종의 망대다. 지금은 석문과 함께 세웠을 건물이나 다른 시설은 오간 데 없다. 바로 옆에는 '고당봉 3.6㎞'라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이때부터 산성과 함께 부드러운 오솔길이 기다린다. 금정산에 이처럼 한적하고 운치있는 산길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냥 걷고 싶은 길이다. 주변엔 송림이 울창하고 낙동강도 조망된다.

이어 성 쪽에 석문을 빼닮은 문이 하나 보인다. 암문(暗門) 또는 야문이다. 적군 몰래 아군이 드나들던 문이다.

암문(暗門) 또는 야문. 적군 몰래 아군이 드나들던 문이다.


이 문을 지나면 이내 사거리. 왼쪽은 금곡, 오른쪽 학생교육원 또는 정수암 방향이다. 잠시 교육원 가는 길 우측 소나무 사이로 가면 물이 제법 고여 있는 바위가 눈에 띈다. 제2금샘이다. 주변의 크고 작은 형상의 기암괴석들도 눈길을 끈다.

산행팀은 직진한다. 금곡동 갈림길을 지나 8분 뒤 또 갈림길. 이정표는 우측 미륵사 방향으로 접어들면 보인다. 절은 불과 300m 떨어져 있다. 의상 대사가 범어사를 세웠던 신라 문무왕 18년인 678년 바로 그 해에 원효 대사가 창건한 기도 도량인 천년고찰 미륵사 뒤편의 미륵바위는 웅장한 기개에 힘이 넘친다.

의상 대사가 범어사를 세웠던 신라 문무왕 18년인 678년 원효 대사가 창건한 기도 도량인 미륵사. 염화전 뒤 미륵바위는 웅장한 기개에 힘이 넘친다.

 
염화전 좌측 미륵바위 아래 위치한 독성각 한쪽에는 원효가 왜적에 맞서 신라 장군기를 꽂았다는 전설의 구멍이 바위에 그대로 남아 있다.

미륵사에선 절 입구 화장실을 지나 우측으로 열린 산길로 8분쯤 오르면 다시 주능선에 닿는다. 3분 간격으로 잇단 전망대를 지나면 갈림길. 이제 고당봉이 손에 잡힐 듯하다. 우측은 고당봉을 거치지 않고 북문 가는 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눈앞에 보이는 고당봉 좌측 입석을 경유해 올라간다.

8분 뒤 고당봉 직전 갈림길. 곧바로 오르는 것은 무리라서 왼쪽으로 우회해 수 차례 험로를 거쳐 상봉을 향한다.

뾰족봉우리가 금정산 주봉인 고당봉이다.


고당봉은 마지막 갈림길에서 12분 걸린다. 북으로 장군봉 천성산, 동으로 계명봉과 계명암, 남으로 원효봉 의상봉, 서쪽으로 신어산 동신어산 오봉산 등 주변의 봉우리는 죄다 확인되는 거칠 것 없는 조망이다.

정상인 고당봉에서 본 북쪽의 장군봉.


하산은 고모당을 지나 10분이면 고당샘에 닿는다. 북문으로 가도 되지만 왼쪽으로 400m 거리에 금샘(金井)이 있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금빛 물고기(梵魚)가 하늘(梵天)에서 내려와 놀았다는 그곳이다.

2분 뒤 만나는 첫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가면 그 이후부턴 '금샘 가는길'이란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한다. 마지막에 밧줄을 잡고 올라서면 바위 위에 제법 깊은 물이 고여 있다. 앞서 본 제2금샘과 차원이 다른 비범함 그 자체다.

고당샘에서 북문까진 10분이면 닿는다. 북문에서 왼쪽은 범어사, 오른쪽은 옛 천주교 목장. 산행팀은 동문(4㎞) 방향으로 직진한다. 백양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길인 이 길은 사실 산행지로서의 기능은 이미 상실했다고 흔히 말한다.

금정산 북문. 직진하면 범어사, 우로 가면 동문 방향이다.


이제 성곽을 따라 걷는다. 북문 쪽에서 바라보는 금정산성의 매끈한 곡선미는 언제봐도 매력적이다. 15분 뒤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 선다. 원효봉(687m)이다. 최근에는 패러글라이딩의 출발점으로 애용된다. 원효봉에서 내려와 우측 너른 등산로 대신 왼쪽 성벽 능선을 택하면 제4망루에 닿기 전 뾰족한 돌산에 선다. 의상봉(641m)이다. 멀리서 보면 사자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닮아 사자봉으로도 불린다. 그 옆(동쪽)으로 금정산 최대 암장인 무명암이 뻗어있다.

원효봉 쪽에서 본 남쪽의 금정산성. 매끈한 곡선미는 언제봐도 매력적이다. 뾰족봉이 의상봉, 그 왼쪽이 금정산 최대 암장인 무명암이다.


이어 산불초소를 지나면 제4망루. 방금 온 북쪽으로 돌아보면 의상봉 원효봉 고당봉이 한눈에 펼쳐지고 서쪽으로 중성이 이어진다. 다시 남행. 7분 뒤 너른 터에 닿는다. '현 위치번호 808'이라 적힌 팻말이 있는 무명안부로 북문에서 동문까지의 중간 지점이다. 흔히 범어사 입장료를 아끼기 위해 절 바로 아래 상마마을에서 올라오면 만나는 곳이 바로 여기다.

무명안부에서 한 굽이 돌면 부채바위 가는 길. 멀리서 보면 하나의 암장이지만 막상 다가가서 보니 두 개로 갈라져 있다. 앞쪽이 동자바위, 뒤쪽이 부채바위다. 여기서 좀 더 걸으면 제3망루가 기암절벽 위에 절묘하게 얹혀 있다. 다시 왔던 길을 돌아 나오면 나비가 춤을 추는 듯한 형상을 한 나비암.

나비가 춤을 추는 듯한 형상을 한 나비암. 제3망루 인근에 위치해 있다.


이곳을 지나면 갈림길. 왼쪽 구서동, 산행팀은 우측 너른 등산로 쪽으로 간다. '현 위치번호 809'라 적힌 팻말이 서 있다. 나비안부다. 20, 30년 전엔 할머니 파전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이제 산행은 막바지. 이곳에서 동문까진 20분 정도 걸리고, 동문에서 성곽을 따라 다시 8분 뒤면 산성고개에 닿는다.

# 떠나기전에-나비안부, 오래 전 산꾼들의 단골 야영 장소

지난해 작고한 부산대 지리교육학과 오건환 교수는 부산의 진산 금정산을 일컬어 "산정은 성채와 같고 산릉은 성곽과 같다"고 말했다. 아마도 금정산을 이처럼 명쾌하고 적확하게 표현한 문장은 없으리라.

서문을 지나 부산학생교육원이 보일 무렵의 산성은 북문에서 동문으로 이어지는 구간과 마찬가지로 산성이 말끔하게 정비돼 있다. 사시골 계류가 흐르는 이곳은 알고 보니 학생교육원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숲에 가려 허물어진 성곽은 내버려두고 눈에 보이는 부분만 정비해 놓고 있어 전시행정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나비안부를 지나면서 이창우 산행대장은 옛 기억을 더듬으며 25, 26년 전의 상황을 들려줬다. 그에 따르면 나비안부는 인근의 무명안부와 함께 바위를 타는 산꾼들의 단골 야영 장소. 현재의 꽝꽝나무(팻말 걸려 있음) 아래에 샘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20m쯤 떨어진 지점에 호스로 연결돼 있다.

나비안부에는 또 항상 한 할머니가 파전을 부치고 있어 당시 가난한 대학생 산꾼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금정산성 성내의 총 면적은 대략 251만 2000평. 부산대학 부지의 5배쯤 된다.

# 교통편-지하철 화명역 인근에서 마을버스 1번 타야

지하철 2호선 화명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와 40m쯤 걸으면 백양주유소. 이 주유소를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면 곧바로 '와석' 버스정류장이다. 여기서 마을버스 1번을 타고 서문 입구에서 내린다. 1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요금은 1000원.

날머리 산성고개 남문 입구 정류소에선 203번 시내버스를 타고 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 맞은편에서 내린다. 1500원.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금정산 계명봉~장군봉~고당봉~백양산-어린이대공원 학생문화회관

낙동정맥 284봉을 지나 만나는 벼랑끝 너른 전망대에서 서면 계명봉(왼쪽)과 장군봉(오른쪽) 그리고 그 사이로 저 멀리 금정산의 주봉인 고당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발아랜 경부고속도로.

억새군락지인 장군평전에서 바라본 장군봉 정상.

장군평전에서 바라본 금정산 고당봉.

장군봉 정상.
장군봉에서 바라본 금정산 고당봉.

금정산 고당봉.
금정산 주봉인 고당봉. 저 멀리 부산 5산종주의 첫 기착지인 해운대 장산이 보인다.
고당봉 정상.
고당봉 뒤로 영남의 젖줄 낙동강의 물줄기가 보인다.
금정산 북문. 문을 통과해 내려서면 범어사, 우로 가면 동문.
삼각점이 위치한 원효봉에서 바라본 최내 최장 금정산정. 정면으로 의상봉 무명바위가 보인다.
금정산 동문.


 이번 주는 부산 5산 종주의 마지막 구간. 이하봉~계명봉~장군봉~금정산 고당봉~백양산으로 이어진다. 해운대에서 출발해 기장군을 가로지른 후 이번엔 양산을 찍고 부산에서 끝을 내는 일정이다.

기장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번 구간도 산행팀은 산악 마라토너들과 달리 불가피하게 피할 수 없는 임도 구간을 제외하고는 능선과 능선을 이었음을 밝혀둔다.

산줄기 잇기 개념으로 접근하면 부산 5산 종주 코스는 기장군 소두방재에서 용천지맥과 헤어진 후 잠시 숨고르기를 하다 계명봉 못 가서 낙동정맥과 만난 후 줄곧 낙동정맥길로 이어진다.

  
구체적 여정은 양산시 동면 동면우체국~감만조경~이하봉(222m)~임도~사거리(낙동정맥 갈림길)~284봉~지경고개(녹동육교)~농장 가로질러~밀양 박씨묘~계명봉(599m)~잇단 고당봉·장군봉 갈림길~장군평전(억새군락지)~장군봉~장군샘~금정산 고당봉~고당샘~금정산장~북문~원효봉~의상봉~제4망루~무명안부~부채바위 갈림길~나비안부~동문~산성고개~대륙봉~케이블카 정상~남문~만덕고개~철학로~금정봉 갈림길~만남의 숲~산불초소(돌탑봉)~불태령~백양산~어린이대공원 학생문화회관 순. 동문까지 걷는 시간만 5시간50분, 동문에서 어린이대공원 학생문화회관까지는 5시간 정도 걸린다.


양산 동면우체국 정류장에서 내려 영천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좌측으로 간다. 동면우체국과 길모퉁이 '10번지 식당' 그리고 하천을 잇따라 지나 우측으로 가면 간이화장실. 좌측 너른터를 가로지른다. 알고 보니 '감만조경' 마당이다. 산 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갈림길. 우측 능선 끝으로 가면 입구에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7, 8m쯤 올라가면 '부산 5산 종주 들머리, 이하봉 0.4㎞'라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8분쯤 급경사길을 오르면 전망대. 정면 철마산을 기점으로 좌측 백운산, 우측으로 거문산이 손에 잡힌다. KTX 철로공사가 한창인 7번 국도 건너편이 기장 철마면, 산행팀이 오르는 이곳이 양산시 동면임을 확인할 수 있다.

들머리에서 18분이면 이하봉(222m)에 올라선다. 작은 팻말이 걸려 있다. 조망은 없지만 숲 사이로 뾰족봉인 계명봉이 얼핏 보인다. 내려서면 밤나무밭을 지나 임도. 잡풀이 우거져 삭막하지는 않다. 5분 뒤 너른터. '전망대'란 팻말이 걸려 있을 만큼 시야가 트인다. 우측 저 멀리 운봉산에서 뻗어 내려오는 낙동정맥과 그 뒤 천성산이 확인된다. 여기서 친절하게 걸린 '등산로' 안내 팻말을 따라 좌측으로 올라선다. 키 큰 억새길을 거쳐 숲으로 들어서자마자 갈림길. 흔히 반듯한 좌측길로 가기 쉽지만 산행팀은 우측으로 올라선다. 이후부터 산길 좌측은 부산CC와 연결된다.
    
야산이지만 아름드리 나무가 간혹 눈에 띄는 등 숲이 생각보다 울창하다. 5분 뒤 사거리. 리본이 많이 걸려 있다. 낙동정맥과 만나는 지점이다. 직진한다. 이제부턴 낙동정맥 종주길이다. 지그재그 된비알로 8분 정도 힘겹게 올라서면 암봉인 284봉. 비로소 계명봉과 그 우측으로 고당봉 장군봉이 한눈에 시야에 들어온다. 3분 뒤 길 우측에 벼랑끝 너른 전망대가 기다린다. 정면으로 경부고속도로와 방금 본 계명 고당 장군봉이, 그 우측으로 낙동정맥이 실핏줄처럼 이어지는 낮은 능선, 그리고 저 멀리 선암산 토곡산 등 양산의 산과 염수봉 시살등 영축산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남동부 능선도 희미하나마 확인된다.

이어지는 산길. 12분이면 도로(지경고개)에 내려선다. 바닥에 '5산 종주'라고 적혀 있다. 좌측은 부산CC, 산행팀은 우측 녹동육교를 건너 부산~양산 지방도를 건너 우측으로 간다. 부산-양산 시경계 안내판을 지나자마자 좌측으로 올라선다. 입구에 '자두농원'이라 적힌 간판이 서 있다. 포장로를 따라 7분쯤 오르면 갈림길. 방법은 두 가지. 직진형 왼쪽으로 가면 독립가옥을 가로질러 곧바로 산으로 오르는 너른 길이 열려 있다. 오른쪽으로 가도 역시 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왼쪽에 보인다. 두 길 모두 잡풀이 무성한 개활지 좌우 끄트머리로 올라 숲으로 진입한 후 밀양 박씨묘를 지나 만나는 갈림길 앞에서 만난다. 두 곳 모두 리본을 걸어 놓았다.

갈림길에선 왼쪽으로 오른다. 코가 땅에 닿일 만큼 급경사다. 6분 뒤 밧줄을 잡고 오르면 전망대. 정면으로 천성산과 그 우측으로 대운산 석은덤 철마산 거문산 등이 보이고 발 아래론 방금 지나온 능선길과 부산CC가 한눈에 펼쳐진다.

  
계명봉은 전망대에서 5분이면 올라선다. 계명봉은 오래전엔 독립봉으로 보고 계명산으로 불렀지만 지맥이 금정산과 이어져 있어 계명봉으로 불린다. 돌무더기로 쌓은 제단 위에 검은색 키작은 정상석이 서 있다. 숲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금정산 주능선 쪽으로는 시야가 트여 있다. 고당봉을 기점으로 왼쪽으로 원효봉 의상봉 무명암 부채바위 나비암이 확인된다. 좌측은 계명암 범어사 봉화터 방향,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15분쯤 뒤 안부 갈림길. 왼쪽은 범어사 고당봉으로 이어지는 임도, 산행팀은 장군봉을 향해 직진한다. 산악마라토너들은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가 임도로 고당봉 아래로 달린다.

이어지는 산길. 도중 작은 계곡을 두고 길이 갈린다. 둘은 만나지만 계곡 건너편 길이 주 산길이자 능선길이다. 9분 뒤 임도 같은 갈림길. 오래전 철탑을 세우기 위해 만든 길로 왼쪽은 고당봉,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간다. 한 굽이 올라서면 우측으로 샛길이 열려 있다. 지름길이자 원래 산길이다. 그늘진 오르막 숲길이다. 15분쯤 오르면 시야가 트이며 전망대에 선다. 정면으로 5산 종주의 출발점인 바다를 낀 장산을 시작으로 기장과 양산을 거쳐 지금까지 내달려온 능선길과 봉우리가 한눈에 가늠된다. 우측으론 고당봉이, 발아랜 내원암과 범어사도 확인된다.

6분 뒤 길찾기에 유의해야 하는 갈림길. 왼쪽은 고당봉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길, 산행팀은 낙동정맥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장군봉을 찍고 고당봉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 소위 억새군락지인 장군평전이 시작된다. 낙동강을 배경삼아 펼쳐지는 키작은 억새의 몸부림이 살갑게 다가온다.

 9분이면 장군봉에 올라선다. 멀리서 보면 장군의 늠름함이 느껴져 구덕산악회 고 장두석 회장이 이렇게 명명한 후 일반화됐다고 전해온다. 가덕도 연대봉을 기준으로 우측으로 봉화산 보배산 굴암산 불모산 신어산 무척산 오봉산 토곡산 선암산 천마산 오룡산 영축산 천성산 대운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왔던 길로 내려간다. 갈림길서 좌측 낙동정맥 갈림길 방향 대신 우로 내려선다. 15분 뒤 장군샘. 물 한 잔을 들이켜고 내달리면 조그만 바위 앞에 눈길이 꽂힌다. '梵魚寺基(범어사기)'라고 음각된 화강암이다. 범어사의 토지 경계를 알리는 이른바 석표(石標)다.

이어 잣나무길을 지나 산죽길을 벗어나면 마애불 갈림길. 마애불은 80m쯤 내려가면 만난다. 1000년의 오랜 성상 동안 비바람에 씻기면서 말없이 방문객을 맞아 준다. 다시 잣나무 숲길. 정면에 고당봉의 암벽이 웅장하다. 곧 임도와 만난다. 산악마라토너들은 계명봉에서 내려와 이 임도로 올라온다.

이제 산행은 반듯한 길의 연속. 고당봉은 불과 600m. 금정산 특유의 보석 같은 바위들이 산사면에 속속 박혀 있다. 기암괴석들은 괜히 '천구만별(千龜萬鼈·천 마리의 거북과 만 마리의 자라)'이라 불렀겠는가.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풀과 한 화면에 넣으면 멋진 풍광으로 다가온다.

이내 정상 직전 갈림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하지만 산악마라토너들은 좌측길로 돌아 고당샘으로 내려온다. 고당봉을 우회하는 셈이다. 바위길을 올라 나무계단과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이내 고당봉. 8분쯤 걸린다. 거칠 것 없는 조망이다. 북으로 장군봉 천성산, 동으로 계명봉, 남으로 원효봉 의상봉, 서쪽으로 신어산 동신어산 오봉산 등이 보이고 1300리를 흘러온 영남의 젖줄 낙동강은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졸고 있다.

북문을 향해 내려선다. 수백년간 비바람을 맞고 자리해오고 있는 당집인 고모당과 고당샘을 지나면 금정산정과 북문. 샘터인 세심정도 있다. 20분 걸린다. 왼쪽 북문을 통과해 내려가면 범어사, 오른쪽 임도 방향은 옛 천주교 목장을 지나 산성마을, 산행팀은 동문(4㎞) 방향으로 직진하며 오른다. 백양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구간인 이 길은 등산로가 아니라 트레킹 코스라 해야 더 어울린다. 잘 정비된 너른 돌계단과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녀 단단해진 흙길은 실망스럽지만 국내 최장 금정산성의 매끈한 곡선미는 언제 봐도 매력적이다.

15분이면 삼각점이 위치한 원효봉에 올라서고 이어 의상봉도 지난다. 의상봉은 멀리서 볼 경우 사자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빼닮아 사자봉으로도 불린다. 그 옆(동쪽)으로 금정산 최대 암장인 무명암이 뻗어 있다.

중성과 연결되는 제4망루를 지나면 북문과 동문의 중간지점인 무명안부. 오래전 암벽등반을 하던 산꾼들은 여기서 텐트를 치고 무명암과 부채바위를 오갔다. 나비 안부는 여기서 13분 뒤. 20, 30년 전 할머니 파전으로 유명했던 이곳에는 '구서동 2.9㎞'라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산행은 막바지. 나비안부에서 동문은 20분 걸리고, 여기서 산성로 버스정류장까지는 5분 소요된다.

산행팀은 여기서 산행을 접었다. 동문에서 백양산을 거쳐 어린이대공원까지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데다 거의 외길이어서 길찾기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후 여정은 산성고개~대륙봉~제2망루~케이블카 정상~만덕고개~자연학습장~금정봉 갈림길~만남의 숲~돌탑봉(산불초소)~불태령(주지봉 갈림길, 돌탑봉)~백양산 직전 낮은 돌탑봉~백양산~어린이대공원 내 학생문화회관 순이다. 동문에서 대략 5시간 정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장군샘, 지역 산악인 최남준씨팀 조성, 공로상감


장군봉에서 고당봉 가는 길에 위치한 일명 장군샘은 국제신문 2대 산행대장을 역임한 최남준 씨가 후배 산악인인 조병주 김무길 그리고 최근 타계한 김희조 씨와 함께 사비를 들여 만든 샘터이다. 최 대장은 금정산의 장군샘 이외에도 남문 인근 수박샘, 동문 인근 북바위샘도 역시 사비로 후배들과 함께 조성했다.

최 씨를 잘 아는 한 지인은 "약수터 조성을 위해선 돈은 물론이고 장마철 평상시 갈수기 가뭄 때 등 적어도 네다섯 번 정도를 가야 하는 성의가 있어야 된다"며 "산을 사랑하지 않으면 엄두도 못낼,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부산 악계에서 단연 공로상감이지만 아직까지 이를 아는 산꾼들은 드물다.

장군봉의 정상석에는 해발고도가 734.5m라고 표기돼 있지만 국토정보지리원의 최신판 지형도에는 737m로 정정돼 있다. 산행팀은 최신판의 해발고도를 따랐다. 계명봉에도 601.7m로 적혀 있지만 새 지형도에는 599m로 표기돼 있어 역시 최신 버전을 따랐음을 밝혀둔다.


◆ 교통편 - 울산행 버스 타고 양산시 '동면우체국' 정류장서 하차

지하철 1호선 노포동종합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울산 가는 아무 버스나 타고 '동면우체국' 정류장에서 내린다. 환승을 하기 위해선 부산 버스를 타야 하지 않을까. 날머리 동문에서 오가는 산성 버스의 배차 간격은 20분이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해운대서 출발, 걷는 시간만 5시간20분
장산에서 바라보는 해운대·광안대교 일품
산성산에서 보는 광활한 동해바다 황홀
기장군, 산성산 수령산 이정표 통일해야


해운대 장산 정상 바로 아래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갈림길에 서면 부산의 대부분 산과 해운대 광안리 앞바다는 물론 남항 북항 영도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보기 드문 멋진 전망이다.   


이번 주 산행지는 '부산의 5산 종주 코스'라 불리는 산악마라톤 코스다. 얼핏 산행팀이 잠시 외도를 한 것처럼 비춰지겠지만 산꾼들의 입장에선 엄연히 산악마라토너들이 영역을 침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부산의 5산 종주 코스는 어딜까. 해운대 장산(634m)~기장 아홉산(360m)~철마산(605m)~금정산 고당봉(802m)~백양산(642m).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봉수대가 위치한 간비오산~옥녀봉~중봉~장산~수령산(산성산)~쌍다리재~아홉산~곰내재~문래봉~철마산~지경고개~계명봉~범어사 임도~고당봉~원효봉~의상봉~동문~산성고개~대륙봉~제2망루~만덕고개~만남의 숲~불태령~백양산~어린이대공원 내 학생문화회관 순. 도상거리만 65㎞의 대장정이다.

대간 정맥 지맥 등 산꾼들이 흔히 말하는 '산줄기 잇기' 개념으로 접근하면 이 코스는 낙동정맥과 낙동정맥 천성산 721봉에서 갈라져 나온 용천지맥 일부 구간을 걷는 셈이다.

지도를 놓고 포인트를 찍어 보면 부산의 동쪽인 동백섬에서 출발해 부산을 반시계 방향으로 휘감아 돈 후 서쪽으로 골인하는, 항아리를 뒤집어 놓은 모양으로 바다 쪽 부분이 항아리 뚜껑에 해당된다.

웬만한 산꾼이라면 산발적으로 한번쯤은 다녀봤겠지만 일부 구간을 제외하곤 오르내림이 크게 심하지 않고 주변 풍광도 아주 빼어나다. 해운대해수욕장 광안대교 동해바다 영남알프스 낙동강 김해평야와 부산의 16개 구·군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산행팀은 이 '5산 종주 코스'를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하지만 산행팀은 일부 구간의 경우 그대로 답습하지 않았다. 지루한 임도 구간은 버리고 산행에 걸맞게 능선길로 이었다.

산행은 해운대구 우1동 운촌경로정~간비오산 봉수대~53사단 철책~옥녀봉~중봉~장산 정상 밑 갈림길~장산 정상~시계 방향으로 전진~군작전도로~억새밭~너른터(공군 제8120부대 갈림길)~사거리~삼거리(산성산 종합안내도)~헬기장~샘터~잇단 벤치~안적사 갈림길~잇단 철탑~남나기(농장)~산성산 등산안내도~산성산(수령산·성산)~영락동산~기장군 기장읍 쌍다리재(14번 국도) 순. 걷는 시간만 5시간20분. 도심의 산이라 거미줄처럼 산길이 얽혀 있어 간혹 헷갈리지만 큰 무리는 없다.



지하철 2호선 동백역 2번 출구로 나와 해운대역 방향으로 4분쯤 가면 '7번가 피자'와 'GS 조은하루주유소'를 만난다. 그 사이 작은 골목이 들머리다. 계단을 올라 철길을 건너면 바로 산이다. 그 오른쪽엔 운촌경로정. 입구에 '간비오산 0.6㎞, 장산 4.5㎞'라 적힌 이정표와 '부산 5산 종주 트레일런' 코스의 기점임을 알리는 조그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해운대에서 이처럼 채 1분도 안돼 산으로 올라선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한 굽이 올라서면 체육공원. 우측으로 50m쯤 올라서면 갈림길. 좌측 오름길로 올라서면 비로소 탁 트인 바다가 가슴에 안긴다. 그랜드호텔과 글로리콘도 뒤로 해운대 앞바다가 펼쳐지고 저 멀리 수평선이 희미하나마 손에 잡힌다.


간비오산 봉수대에서 본 장산 중봉 옥녀봉.

간비오산 봉수대에서 본 광안대교. 저 멀리 영도 봉래산도 보인다.


10분 뒤 간비오산 봉수대. 고려말부터 갑오경장까지 700년간 해운포 일대로 침입한 왜적을 감시한 이곳 봉수대에 보면 해운대 이기대 오륙도 광안대교 금정산 용두산공원 대청공원 등 부산의 내로라 하는 명소와 향후 산행팀이 오를 옥녀봉 중봉 장산이 한눈에 확인된다.

이어지는 오름길. 3분 뒤 오거리 안부. 직진하는 두 갈래 모두 체육공원에서 만난다. 체육공원에서 다시 한 굽을 올라 삼각점이 위치한 170봉과 크고작은 돌탑 5기가 서 있는 사거리 안부를 올라서면 군부대 철책과 만난다. 산길은 철책과 나란히 달린다. 점차 가팔라진다. 곧 갈림길. 군부대는 좌측으로 산꾼들을 유도하지만 십중팔구는 우측으로 오른다. 유격장 장애물이 잇따라 나와 볼거리가 되는 데다 두 길은 이내 만나기 때문이다.   
 
의미있는 갈림길이 기다린다. 철책에서 20여 분. 좌측은 중봉과 옥녀봉 사이 안부로 올라서는 지름길 방향, 산행팀은 우측 옥녀봉 방향이다.


 옥녀봉에서 본 광안대교.

옥녀봉은 9분이면 올라선다. 소나무 아래 그늘진 크고작은 돌무더기 전망대다. 정상석도 서 있다. 5분쯤 내려가 체육공원에서 다시 10여 분 올라서면 중봉. 운치있는 소나무 아래 암봉에 서면 좌측으로 장산이, 정면으로 구곡산이 보인다.


 중봉(왼쪽)과 중봉에서 본 장산 정상.

 이제 목적지는 장산. 군부대가 주둔해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장산 정상 아래 갈림길은 중봉에서 29분이면 닿는다. 코 앞의 금련산 황령산 뒤로 시약산 구덕산 엄광산, 그 뒤로 가덕도 연대봉, 그 우측으로 김해 보배산 마병산 굴암산이 보인다. 송정 해운대 광안리 이기대는 물론 남항 북항 영도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보기 드문 멋진 전망이다.

해운대 장산 정상 바로 아래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갈림길에 서면 부산의 대부분 산과 해운대 광안리 앞바다는 물론 남항
북항 영도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좀처럼 보기 드문 멋진 풍광이다.


철조망을 따라 좌측으로 향한다. 한 굽이를 틀면 그간 안 보이던 백양산 금정산과 수영강 온천천이 보이고 조금 더 나아가면 철마산 문래봉 곰내재 함박산 천마산 달음산 일광산 산성산 등 향후 오를 '5산 종주 코스'가 죄다 확인된다.

장산 정상 바로 아래 갈림길에서 좌측(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바라본 부산의 풍경.

 해운대 정상은 군부대가 주둔해 있다. 정상뿐 아니라 8부 능선쯤에도 군부대가 위치해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해운대해수욕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천혜의 조망을 갖춘 장산에 아직도 이런 군부대가 있다니 정말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곧 숲으로 들어선다. 7분 뒤 갈림길. 길찾기 유의할 지점이다. 왼쪽 내리막길은 반여동으로 가는 하산하는 길이지만 도중 우측 산성산으로 이어지고 오른쪽 방향은 10m 뒤 군작전도로와 만난다. 산행팀은 우측으로 간다. 작전도로를 따라 150m쯤 가면 공군부대 정문이어서 우측으로 100m쯤 내려서면 좌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과거 지뢰매설지역'이라는 안내판이 입구에 있고, 눈꼴 사나온 철조망이 산길과 나란히 내달린다. 8분 뒤 만나는 갈림길에선 직진하고 역시 8분 뒤 또 다른 갈림길에선 좌측으로 발길을 옮기면 억새군락지가 나온다. 넓지는 않지만 가을의 전령 억새를 만끽하기에는 그저 그만이다.

장산의 억새군락지. 아주 유명한 억새산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래도 한나절 가을 전령 억새를 맘껏 감상할 수 있다.
 
   
'장산마을'을 알리는 안내판 좌측으로 억새군락지를 가로질러 5분쯤 가면 너른터에 닿는다. 이정표 좌측 방향은 앞서 본 공군부대의 또 다른 진입로이고, 이정표 뒤 산길은 앞서 길찾기 유의할 지점에서 왼쪽 반여동으로 가다가 우측 산성산 방향으로 발길을 옮기면 이 길로 나오게 돼 있다. 결국 공군부대가 등산로를 막고 있어 한쪽은 군부대 좌측으로, 또 한쪽은 군부대 우측으로 에돌아 결국 만나는 지점이 이곳 너른터인 셈이다. 밤에 출발하는 산악마라톤 코스는 시내 쪽 야경과 다음날 내달릴 금정산과 백양산 능선을 보여주기 위해 좌측으로 잡았고, 산행팀은 억새군락지를 보기 위해 우측으로 우회한 것이다.

산행팀은 이정표가 가리키는 장산마을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4분 뒤 갈림길. 우측 억새밭 방향 대신 직진한다. 이어 6분 뒤 만나는 사거리에선 헬기장 방향으로 직진하고 100m 뒤 삼거리에선 좌측 반송 방면으로 간다. 이정표 상의 헬기장은 우측 낮은 봉우리 정상 지점이다. 이정표 바로 옆에는 산성산 종합안내도가 서 있다. 우측 직진형 산길을 따라가면 구곡산 또는 장산마을을 거쳐 해운대 신도시 방향으로 이어진다. 참고하길.

이때부터 능선길은 일사천리로 열려 있는 데다 도중 친절하게 걸려 있는 '수령산(산성산)' 안내판도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헬기장을 지나 침목계단으로 내려서면 갈림길. 좌측으로 가서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선 다시 좌측으로 내려서면 샘터. 3분쯤 뒤엔 벤치가 놓여 있다. 정면 동부산대 뒤로 개좌 운봉산과 그 우측으로 거문산 문래봉 함박산 천성산이 확인된다.

이번 구간에서 만나는 유일한 샘터.
산행 도중 전망이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벤치가 놓여 있다. 정면 저 멀리 우측 뾰족한 봉이 부산의 진산 금정산, 그 좌측으로 푹 꺼진 곳이 만덕고개, 다시 좌측으로 백양산이 보인다. 그러니까 부산의 5산 종주는 부산의 동쪽인 해운대에서 출발, 부산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 서쪽으로 꼴인하는 형국이다.


 잠시 포장로를 따라가면 커다른 돌탑 둘이 서 있는 사거리이자 체육시설. 역시 '산성산' 팻말을 보고 직진하면 역시 너른터로 벤치 3개가 놓여 있다. 이번엔 백양산 상계봉 고당봉 장군봉이 '한 일(一)' 자로 펼쳐진다. 여기서 100m쯤 가면 길찾기 유의할 지점이 기다린다. 직진하면 반송 2, 3동, 산행팀은 우측 기장 방향으로 내려선다. 능선이 우측으로 휘는 지점이다. 이후 사거리와 갈림길을 만나지만 '수령산' 팻말을 따르면 된다.

이번엔 'MTB 랠리코스'라 적힌 안내판이 보이는 안부에서부턴 대형 철탑과 산길이 나란히 오르락내리락한다. 시야가 트이는 지점에선 앞서 정면으로 보이던 금정산이 이제 좌측으로 물러나 있고 정면으로 산성산과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잠시 뒤돌아보면 산행팀이 지나온 산길이 '갈 지(之)' 자 궤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 철탑을 지나면 급내리막으로 그늘진 숲길이다. 숲을 벗어나 닭과 돼지를 키우는 남나기 마을(농장)을 지나면 갈림길. 우측으로 25m쯤 가면 산성산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정상까진 1㎞, 25분 걸린다.

나무다리를 건너 산성산으로 향한다. 한 굽이 오르면 바로 내리막, 이렇게 세 번을 반복하면 갈림길. 300m 남은 지점에선 '기장산성'이란 팻말이 보이고, 이어 정상 100m 전쯤 보이는 '기장산성' 안내판 뒤로 산성으로 보이는 돌무더기가 보인다. 하지만 산불초소가 있는 정상에는 '수령산(성산)'이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고 발밑으론 광활한 동해바다가 어서 오라 손짓한다. 방파제가 보이는 지점이 대변항이다.


 산성산 정상 직전 기장산성 안내판이 서 있다. 비로소 수령산이 산성산이며, 산성산은 기장산성에서 기인됐음을 유추할 수 있다.

산성산 정상석. 아쉽게도 수령산이라 적혀 있다(왼쪽). 오른쪽은 산성산에서 바라본 광활한 동해바다.


직진한다. 삼각점을 지나면 곧 갈림길. 왼쪽 '안평저수지(1.9㎞)' 방향으로 내려선다. 이후 갈림길에서도 마찬가지다. 도중 시야가 트이는 지점이 있다. 달음산과 일광산, 고리원전과 동해바다, 발밑에는 기장읍내와 공사 중인 부산~울산 고속도로가 보인다.

하산길에 본 풍경. 현재 공사중인 부산~울산 고속도로 현장과 저 멀리 동해바닷가에 위치한 고리원전이 보인다.

이후 급내리막의 연속. 20분이면 재부 함북도민 공동묘지인 영락동산에 닿는다. 여기서 나오면 반송과 기장을 잇는 14번 국도 4차선 구간인 쌍다리재이다.


부산 5산 종주 첫 구간 날머리인 영락동산. 이곳은 재부 함북도민 공동묘지이다.


# 부산 5산 종주 트레일런 10월 25일 오후 7시 해운대 동백섬에서 출발


해운대를 배경으로 산길을 달리고 있는 지난해 부산 5산 종주 트레일런 참가자들(왼쪽)과 출발지인 동백섬.

부산 유일의 산악마라톤대회인 '2008 성우하이텍배 부산 5산 종주 트레일런'이 오는 10월 25일 오후 7시 동백섬에서 열린다. 국제신문이 주최하고 마라톤포럼이 주관하는 성우하이텍배 부산 5산 종주 트레일런은 크게 65㎞, 35㎞ 두 부문으로 나눠 진행된다. 65㎞ 코스는 동백섬에서 출발, 장산 아홉산 철마산 금정산 백양산을 거쳐 어린이대공원 학생문화회관까지이고 35㎞ 코스는 철마산에서 내려와 대우정밀을 거쳐 철마교가 도착지이다. 참가비는 65㎞ 코스는 5만 원, 35㎞ 코스는 3만 원. 65㎞ 구간 참가자는 20시간 안에 들어와야 기록을 인정한다.

참가신청은 국제신문 홈페이지(www.kookje.co.kr) 초기 화면 한가운데 '2008 부산 5산 종주 트레일런 접수중'이라 적힌 창을 클릭하면 된다. 신청마감은 10월 10일.

지난해 첫 대회에선 전국에서 남녀 209명이 참가해 190명이 완주했다. 지난해 남자부 1, 2, 3위의 기록은 각각 10시22분, 11시간22분, 11시간44분, 여자부는 12시간27분, 12시간38분, 13시간48분이다.
 문의 국제신문 (051)500-5224, 코스 문의 마라톤포럼 (051)816-9625


# 교통편
지하철 2호선 동백역 2번 출구로 나와 해운대역 방향으로 가면 '7번가 피자'와 'GS 조은하루주유소'를 만난다. 날머리 영락동산에서 나와 도로를 건너 '만화리 영락공원' 정류장에서 183, 188번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배차간격이 7분인 183번은 동래를 거쳐 부산대로 가며, 20분 간격의 188번은 반송(검문소)으로 간다. 여기서 129, 189번 등으로 환승하면 된다.

 # 떠나기전에

장산을 지나 만나는 산성산의 또 다른 이름은 수령산. 산 정상 바로 아래 부산시 지정기념물인 기장산성이 있어 산성산이라 명명된 이 산 정상에는 뜻밖에도 '수령산(성산)'이라 적힌 정상석이 서 있다. 도중에 만나는 대형 안내판에는 '산성산', 조그만 팻말에는 '수령산'이라 적혀 있다. 하루속히 기장군은 산 이름을 통일하길 바란다. 부산 5산 종주 코스는 낙동정맥 천성산 721봉~달맞이고개인 와우산을 잇는 용천지맥을 토대로 이었다. 원래 달맞이고개에서 출발해야 하지만 도로와 산길이 좋지 못해 동백섬~장산으로 연결되는 코스가 만들어졌다.

또 기장군의 대장산인 달음산과 이웃한 일광산이 이 코스에서 빠져 있다. 이와 관련, 코스를 만든 마라톤포럼은 해변 쪽에 치우쳐 있는 달음 일광 두 산을 코스에 넣어 볼려고 애를 써 보았지만 그럴 경우 코스가 너무 길어져 뺐다고 밝혔다. 향후 이 코스와 관계없이 기장군에서 이 두 산과 용천지맥의 봉우리들을 이어 새로운 코스를 현재 계획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럴 경우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도 훼손되지 않고 기장군도 활성화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아! 백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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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문봉에서 철벽봉을 지나 가파른 화구벽으로 내려서는 국제신문 근교산 산행팀. 화구벽을 지나면 등산화를 벗고 승사하를 건너 천지물가인 달문에 닿는다. 사진 우측 상단에는 녹명봉 백운봉 청석봉 줄기가 차례로 보이며 왼쪽 상단 구름 사이로 쑥 들어간 부분이 5호 경계비가 있는 곳이다.



부산에서 심양, 심양에서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연길까지
연길에서 백두산 서파 입구까지 또다시 버스로 8시간
주차장에 내려 2200개의 계단을 올라 다다른 5호 경계비

불과 1m 높이의 초라한 표지석이지만
북한과 중국의 국경선이다
얼마전까지 경비초소와 녹슨 철사줄 한가닥이 있었다지만
지금은 그것마저 사라져 국경같은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중국쪽은 빨간 글씨로 '中國'
북한쪽은 파란 글씨로 '조선'이라 적혀 있다

한발 건너면 북한 땅, 한발 당기면 중국 땅
감격도 감격이지만 왠지 서글픈 마음이 앞선다

내 땅을 지척에 두고
중국 관광객의 자격으로 올라야 하는 서글픈 현실
전후세대가 이토록 회한이 뒤섞여 눈물이 날 정도인데
이북 출신으로 한국전쟁을 겪은 어르신들의 감회는 어떠랴


민족의 영산 백두산과 천지
단순 비교하면 각각 전라북도의 면적과 여의도의 크기
한라산과 백록담을 상상했다면 상상의 나래를 더 펼치자
노란만병초 애기금매화 큰오이풀 왕자붓꽃 두메양귀비…
고산화원 천상화원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의 야생화 군락지

1980년 유네스코 자연보호구로 지정된 인류 공동의 자연유산
6월까지 잔설이 있고 7, 8월에는 야생화가 수를 놓지만
9월이면 첫 눈이 내려 산행 가능 기간은 1년 겨우 3개월 남짓
최고 수심 384m, 평균 수심 213m, 해발 2257m의 천지

세계 최대 산정호수로
2500m급 이상 16개 연봉의 호위를 받는다
물은 맑고 차가워 맨발을 1분 이상 담그기 힘들고
시시각각 변하는 괴팍한 날씨로 베일 속에 자주 가린다
조선족 산행가이드가 들려주는 우스갯소리 하나
'천지에 올라 천지를 못보는 사람이 천지라서 천지'란다

뭐니뭐니해도 백두산 탐승의 하이라이트는 서파(西坡) 종주
한 산꾼은 서파종주 후 이렇게 말했다
"통일이 될 때까지 다신 백두산 산행을 하지 않으리라"고
5호 경계비에서 천지 물가인 달문에 이르는 13㎞의 종주길은
통일 이후 북녘땅을 통해 새로운 코스가 열리기 전까지
이보다 더 황홀한 코스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그랬다
휘몰아치는 비바람과 뿌연 안개 탓으로
눈 앞의 천지와 수백종의 야생화를 눈여겨 살펴보지 못했지만
한걸음씩 옮기면서 펼쳐지는 푸른 대평원과 능선길만으로
백두의 비범함을 온 몸으로 느꼈다
장엄하면서도 수려하고, 투박하면서도 곱디고운
그 자태에 그만 넋을 잃은 것이 여러 차례
꿈엔들 잊힐리야 백두산 천지

근교산 산꾼들은 한 몸되어 기원했다
통일되어 우리 땅에서 백두산 천지를 보는 날이 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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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봉에서 철벽봉쪽으로 가는 지점에서 그간 가려져 있던 천지의 자태와 주변 봉우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구름이 걷히면서 16연봉중 하나인 용문봉(2596m 가운데 상단 뾰족한 봉우리)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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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 전경. '천지에 올라 천지를 못보는 사람이 천지라서 천지'란다. 최근 '강호동의 1박2일'에서 천지를 볼 수 있는 날이 일년이 10일 정도라고 하는데 이는 약간 과장된 것이다. 북한땅과 중국의 경계인 5호경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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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땅과 중국의 경계인 5호경계비.


민족의 영산 백두산 서파 종주 산행기

발아래 우뚝 솟은 북녘땅, 광활한 만주벌판 호령
고행의 계단 지나 5호경계비서 시작, 6시간 소요
안개·구름 걷히니 16연봉 호위속 신천지가 활짝
천상화원 야생화에 '야~' 장백폭포 위용에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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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쪽 화구벽으로 내려가기 전 철벽봉 안부에서 바라본 백두산의 또다른 산줄기. 오른쪽 능선은 흑풍구에서 이어지는 고래등 능선이며 왼쪽 줄기는 소천지로 내려서는 능선이다.
 
 
시인 고은은 백두산 천지를 본 순간 아무 말없이 천지를 향해 큰 절을 올렸다고 한다.

한국인이라면 북받쳐 끓어 오르는 감정의 표현 방법만 다를 뿐 누구나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우리 민족의 영산이자 태(胎)자리인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굽어보는 이 순간을.

사실 천지는 애초부터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정면은 온통 뿌연 회색천국이었다. 동행한 조선족 가이드 조남철씨의 설명에 따르면 천지를 확연히 볼 수 있는 날은 한달 중 많아야 4, 5일 정도.

발만 동동 굴리며 무작정 기다리기를 30여 분.

'이야, 아!' 정말 한순간이었다. 흥분과 감탄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퍼런 천지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다 삼키고도 남을 만한 자태로 그 모습을 온전히 드러냈다.

동시에 천지를 둘러싼 16연봉의 웅장한 모습도 손짓을 하며 다가온다. 왼쪽 북한쪽으론 백두산 최고봉인 장군봉(2749m)을 위시해 비류봉(2580m) 쌍무지개봉(2626m) 등이, 오른쪽 중국쪽으로 백운봉(2691m)을 비롯한 마천우(2459m) 청석봉(2662m) 녹명봉(2603m) 차일봉(2595m)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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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백운봉으로 향하는 산행팀.  
 
하지만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딛고 있는 땅이 바로 중국의 영역이라는 점. 조선족이 대다수 살고 있는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연길이라지만 그래도 엄연한 중국땅이 아닌가.

국제신문 산행팀이 근교산 시리즈 400회를 맞아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찾았다. 이번 산행에는 부산경남지역의 마니아 산꾼 70여 명도 동행했다.

첫날 쏟아지는 비 때문에 서파 종주산행 내내 천지를 보지 못한 산꾼들은 다음날 북파코스 철벽봉 안부 부근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 천지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평했다. 전율이 느껴질 만큼 감동 그 자체라고.

산 정상 부분에 흰 부석이 덮여 있어 이름 붙여진 백두산(白頭山)은 북한과 중국의 국경을 가른다. 서쪽과 북쪽은 중국 길림성, 동쪽과 남쪽은 북한의 양강도에 속한다. 서쪽의 5호 경계비와 동쪽의 6호 경계비가 국경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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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에서 승사하를 거쳐 장백폭포로 내려가는 도중 전망대에서 바라본 산줄기와 대평원.

현재 백두산 등정길은 크게 네가지. 서파 북파 동파 남파가 그것. 파(坡)는 중국말로 언덕이란 뜻으로 가령 서파 코스는 백두산 서쪽에서 오르는 길을 의미한다.

북파는 가장 일찍 열린 길이요 가장 널리 알려진 길. 흔히 어르신들이 떠나는 백두산 관광의 99%가 이 코스다. 지프를 타고 천문봉 턱밑까지 오른 다음 5분 정도 오르면 천문봉 정상. 여기서 천지를 감상한다. 산행이 아니라 그야말로 관광이다.

서파는 지난 1990년대 후반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코스로 산꾼들이 주로 찾는다. 천지를 오른쪽에 끼고 백두산의 장대한 고원지대를 걷는다. 수백여종의 야생화가 만발한 천상화원이 바로 이 길을 따라 펼쳐진다. 동파와 남파는 북한에서 오르는 코스로 현재로선 그림의 떡.

이번에 산행팀이 완주한 코스는 서파. 산행은 조중경계선인 5호 경계비에서 시작되지만 주차장에서 5호 경계비까지 2200개의 '고행'의 계단을 우선 올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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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 산행은 5호 경계비에서 마천우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반대방향은 북한땅. 출발전부터 비와 안개, 그리고 강풍이 만만찮다. 굵은 빗줄기는 몰아치는 칼바람을 타고 연신 뺨을 후려친다. 제대로 갖춘 복장과 장비도 무력감을 느낄 정도. 확 트인 능선길에서 강풍을 만나면 몸이 날려갈까봐 모두들 움츠린다. 이런 악천후가 하산 때까지 지속됐다.

암봉 마천우는 험해 봉우리 왼쪽길로 에돌아 내려선다. 청석봉까지는 천지를 우측에 두고 비교적 평탄한 능선길로 가지만 천지는 안개에 가려 부옇기만 하다. 대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연상케 하는 눈앞의 푸른 대평원과 뾰족한 암봉, 그리고 낭떠러지는 백두산의 넉넉함과 위엄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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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문봉에서 운무에 가려 보이지 않던 천지가 철벽봉으로 가는 도중에 그 모습을 드러내자 산행팀이 천지를 향해 만세를 부르고 있다.

 
화산암 너덜지대를 지나면 평평한 청석봉 정상. 이곳에서 능선길로 1시간쯤 가면 송강하. 천지물이 화산암 계열의 바위틈새로 나와 형성된 물줄기로 주변은 야생화가 만발하는 고산화원. 대개 여기서 밥을 먹고 쉬지만 산행팀은 악천후로 인해 도저히 밥을 먹을 수 없어 그냥 지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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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구벽을 내려와 승사하를 건너는 산행팀.


백운봉 가는 길은 서파코스 중 가장 힘든 길. 오르막의 연속. 노란 두메양귀비 등 방긋 웃는 야생화가 그래도 힘을 덜어준다. 8부 능선쯤 가면 두 갈래길. 직진하면 정상, 왼쪽 길은 에돌아 가는 길. 평원인 능선길로 사슴이 많다는 녹명봉으로 이어진다. 녹명봉 정상에선 바위길인 일부 하산구간을 제외하고는 평원길의 연속. 차일봉을 지나면 두 갈래길. 말그대로 작은 천지인 소천지로 가는 길이 하나요, 다른 하나는 가파른 하구벽을 내려와 천지물가인 달문을 보고 장백폭포를 구경하는 방법이 있다.

여기선 대개 서파산행 시간을 고려해 결정한다. 백두산의 날씨는 1시간 뒤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남을 경우 달문~승사하~장백폭포 코스를, 예상보다 지연됐을 경우 장백폭포 코스는 다음날로 미루고 소천지로 하산한다. 산행팀도 곧장 소천지로 하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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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68m의 장엄한 장백폭포(비룡폭포). 겨울에도 얼지 않는 어마어마한 수량이 뿜어내는 굉음은 휴화산인 백두산의 살아있는 숨소리라 불린다. 천지로 향하는 우측 상단의 터널은 마치 유럽의 옛 성벽을 닮았다.
 
 
장백폭포(비룡폭포)는 백두산에서 가장 웅장하면서도 아름답다. 높이 68m인 폭포는 여름은 물론이고 겨울에도 얼음과 눈 속에서 얼지 않고 있는 모습이 장관 그 자체다. 어마어마한 수량과 굉음은 백두산의 숨소리라 불리운다. 장백폭포를 돌아 천지로 오르내리는 계단은 멀리서 볼 경우 유럽의 옛 성벽을 보는 것처럼 운치가 있다.

장백폭포 아래에는 온천지대가 형성돼 있다. 장백폭포에서 주차장으로 오는 도중 온천수에 계란이나 옥수수를 삶아 판매하고 있고, 여기서 좀더 내려오면 호텔에서 유황온천욕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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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온천수에 삶아 파는 계란과 옥수수.

◆산행 뒷이야기

 부산 산꾼 38명 악천후속 완주
 산행 속도에 현지 가이드·중국인 감탄
 저체온증으로 탈진 우황청심환 먹기도

"이처럼 대부대가 이런 최악의 날씨 속에서 10~12시간 걸리는 백두산 서파종주를 6시간 만에 끝낸 것은 아마 오랫동안 기록에 남을 겁니다."

백두산 서파종주 현지가이드 조남철 씨는 산행을 마친 후 "지난해 한국의 한 팀이 5시간30분 만에 완주했지만 그들은 젊은 장정 5명인데다 날씨마저 쾌청해 오늘의 이 기록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초 백두산 서파 종주에는 50여명이 도전했다.

  
하지만 산행기점인 5호 경계비 앞에서 휘몰아치는 비바람 때문에 10여 명이 돌연 기권, 기자를 포함한 38명이 참여했다. 연령층도 남녀노소 다양했고 평균 연령 또한 40대 중반 이상으로 봐도 무난한 노인군단(?)이었다. 이들은 국제신문 '근교산' 기사를 보면서 매주 산행을 다닌 마니아들이어서 하나같이 자신있다고 말했다. 부부 4팀도 포함됐다.

산행은 날씨 등 최악의 조건 속에서 진행됐다.

38명의 대부대임에도 불구하고 현지 가이드는 우여곡절 끝에 한명밖에 동행하지 못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서파 종주에 도전키로 한 산꾼 한명이 출발전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또다른 현지 가이드가 사라진 그 산꾼을 수소문하느라 결국 대오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것.

결국 선두는 조선족 현지가이드인 조남철 씨, 후미는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이 맡았다.

출발시간은 지난달 28일 오전 10시45분. 통상 서파종주는 새벽 5시께 5호 경계비에 올라 일출을 본후 출발하지만 빡빡한 일정에 비행기마저 연착돼 예정보다 5시간 이상 지연됐다.

이날 5호 경계비까지는 중국인들을 포함한 많은 산꾼들이 올랐지만 산행도전팀은 국제신문팀이 유일했다.

앞서 출발한 중국인 젊은이 3명은 산행 중간쯤인 청석봉 부근에서 되돌아가며 산행팀에게 대단하다는듯 엄지손가락을 내보이기도 했다.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50대 중반의 한 여성이 저체온증으로 탈진하자 동료가 배낭에서 우황청심환을 꺼내 먹였다. 이창우 대장은 이 여성의 배낭을 대신 멨고 동료들이 번갈아가며 부축했다.

워낙 비바람이 거세 밥먹을 엄두도 못냈다.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벌어져 본의 아니게 휴식을 취할 땐 하나같이 사시나무 떨듯 추위와 싸워야만 했다.

천지라도 잠시 얼굴을 내밀면 힘이 날텐데 이날따라 천지는 심통을 부렸다.

산행 후 가이드 조씨는 "어릴 때부터 300년 묵은 장뇌삼을 깍두기로 먹은 30살의 저도 몹시 춥고 힘들었다"며 "이런 악조건 속에서 사고없이 완주한 대원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에 맞장구를 치기라도 하듯 종주를 마친 이상득(46)씨는 "좌우가 확 트인 능선길에서 일순간 거센 비바람이 몰아칠 땐 몸이 날려가는 줄 알았다"며 "그래도 지금은 큰 일을 해낸 것처럼 뿌듯하다"고 밝혔다.

백두산 서파종주는 이렇게 끝났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산행팀은 그 다음날 북파코스에서 천지와 그 주변의 16연봉, 그리고 아름다운 장백폭포를 원없이 보고 또 봤다.

부산서 출발하는 백두산 산행상품은 대개 4박5일. 하지만 국제신문 산행팀은 백두산 등정을 원하는 산꾼들을 위해 산행을 위주로 한 3박4일 코스를 명문여행사와 공동으로 마련, 이번 산행이 이뤄졌다.


글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사진 = 박수현기자 parksh@kookje.co.kr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裸身의 산'과 사랑에 빠진다


반듯이 누운 여인 형상
가조IC 부근 '실루엣' 또렷
능선산행 '묘한 기분' 자아내
하산길 계곡 '오아시스' 만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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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고속도로 대구 방향 가조IC 진입 직후 갓길에서 본 미녀봉. 오른쪽 머리카락을 길게 널어뜰린 채 단아한 이마, 새까만 눈썹, 오똑한 콧날, 헤벌린 입, 또렷한 턱과 목을 거쳐 볼록 솟은 젓가슴 아래로 아기를 잉태한 듯 볼록한 배의 모습은 영락없는 미녀의 누운 자태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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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각도에서 본 사진(왼쪽)과 여인의 나체를 연상케 하는 미녀봉의 전경(①얼굴 ②가슴 ③배 ④다리).  


 
우선 그 이름부터가 흥미롭다. 거창 미녀봉(935m).

흔히 봉우리의 이름이 독특하면 사연이 있게 마련. 하지만 미녀봉은 겉모습이 그 사연도 잊게 만들 정도로 특이하다.

한마디로 아기를 밴 듯 배가 부른 여성이 누워있는 형상이다. 서쪽인 머리에서 동쪽 하체까지 상세히 묘사하면 이렇다. 황강의 지류인 가천을 향해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단아한 이마, 새까만 눈썹, 오뚝한 콧날, 헤벌린 입, 또렷한 턱과 목을 거쳐 볼록 솟은 젖가슴 아래로 아기를 잉태한 듯 볼록한 배의 모습은 여러 개의 산봉들이 빚어낸 대자연의 걸작으로 손색이 없다.

미녀봉의 형상을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는 지점은 88고속도로 대구방향 가조IC 부근. 거창휴게소~가조IC~가조면 석장리 마을어귀까지 어느 곳에서나 적나라한 여체를 관찰할 수 있다. 그중 백미는 가조IC 진입 직후 만나는 갓길. 마을어귀는 비닐하우스와 전봇대가 함께 보여 그 맛을 반감시키지만 초록 들녘과 나라꽃 무궁화가 한 화면에 들어오는 고속도로 갓길에선 대자연 속의 누드화를 보는 듯하다.

흔히 이런 모습은 보는 각도에 따라 또는 사람에 따라 인식할 수 없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미녀봉은 신기하리만치 한 눈에 들어온다.   
 
미녀봉과 주변 봉우리가 앉은 터도 재미있다. 미녀봉의 미모가 워낙 출중하다 보니 미녀봉이 뻗은 발을 무뚝뚝하게 내려다보는 두무산(1038m), 미녀의 무릎 옆에 앉아 명상에 잠긴 오도산(1134m), 미녀 머리 위로 날아오르는 비계산(1126m), 전설 속에서 미녀봉과 사랑을 나눈 장군봉(935m), 그리고 의상봉 보해산 금귀산 숙성산이 병풍처럼 둘러싸 연심을 보내고 있다. 조물주의 짓궂은 장난인지 아니면 호사가들이 꾸며낸 스토리인지 하여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산임엔 틀림없다.

미녀봉 산행길은 크게 두 가지. 가조면 석강리 음기마을에서 출발, 유방샘 등을 거치는 거창 코스와 반대편인 합천쪽 오도산 자연휴양림에서 오르는 코스가 있다.

이번 산행은 일반적인 거창 코스 대신 합천 코스를 택했다. 무더운 여름인지라 하산때 계곡산행을 맛보기 위함이다.

산행은 오도산 자연휴양림~미녀봉 주능선(이마→코→입→턱)~유방봉~헬기장~미녀봉 정상(배 부분)~오도재(오도치)~계곡(지실골)~오도산 자연휴양림 순. 3시간30분에서 4시간 정도 걸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도산 자연휴양림에서는 오도산보다 미녀봉이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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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사무소를 지나 계곡을 따라 포장로를 10분 정도 걸으면 왼쪽에 등산로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들머리다. 주변엔 연보라 벌개미취가 한창이다. 7~8분쯤 뒤 풍화된 암석길이 나올 무렵 우측 저 멀리 미녀봉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길은 약간 오르막이지만 비교적 잘 나 있다. 20여분 뒤 정면에 큰 소나무가 서있는 주능선에 닿는다. 미녀봉을 중심으로 남서쪽의 숙성산과 동쪽의 오도산이 연결된다. 숲 사이로 거창 가조벌판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정면 금귀봉을 중심으로 왼쪽 박유산과 오른쪽 보해산이 포진해 있다. 5분 뒤 산모롱이를 돌면 첫 전망대. 날씨가 좋을 땐 뾰족한 박유산 뒤로 금원 기백 황석 거망산도 보인다.

이제는 오르막길. 쉽게 등정을 허용치 않으려는 미녀와 미녀 정복을 위해선 이쯤 고생은 감내해야지 하는 산꾼들의 기싸움이 시작된다. 미녀봉 능선까지는 들머리에서 대략 1시간. 지도상으론 미녀봉의 이마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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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봉은 멀리서 보면 누운 여인의 형태지만 막상 산속에 들어서면 어디가 어딘가 잘 모른다. 한 전망대에서 선 이창우 산행대장(왼쪽). 우측은 미녀봉 정상.


지금부터는 여체를 밟고 지나가는 능선산행. 말이 능선산행이지 실제론 눈썹 코 입 턱 부분이 모두 굴곡이 심한 암릉코스로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 집채만한 바위가 길을 막고 있는가 하면 깎아지른 암벽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뭇남성들의 접근을 막으려는 미녀봉의 심술인가 보다.

다행히 밧줄이 매어져 있기도 하고 바위를 넘지 않고 에돌아 가는 길도 있으니 선택은 당사자들의 몫.

이렇게 바위 오르내리기를 수차례하면 오아시스같은 이정표가 하나 나온다. '미녀봉 0.7㎞, 왼쪽방향 유방샘 0.8㎞'. 유방봉이 이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오르막길. 패랭이와 도라지가 활짝 핀 무덤을 지나면 유방봉. 이어지는 숲길. 갈림길과 헬기장을 잇따라 지나면 미녀봉 정상. 사방 모두 숲으로 가려 전망은 없다. 헬기장에서 20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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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 내려다본 거창 가조벌판(왼쪽). 우측은 산행 중 뒤돌아본 모습. 우측 뒤 안테나가 서 있는 봉우리가 오도산이다.
   
 
고백 한가지. 사실 산행팀도 멀리서 본 여인의 실루엣과 달리 막상 산속에 들어서니 어디가 눈썹바위인지 턱바위인지 유방봉인지 구별이 힘들었다. 배 부분인 정상에 도착한 후 복기를 하면서 단지 유추할 뿐이었다. 해당 지자체가 이 좋은 관광상품을 그냥 내버려두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계속되는 능선길. 30분쯤 뒤 미녀봉의 끄트머리에 해당되는 봉우리에 닿는다. 거창과 합천의 내로라하는 봉우리가 한 눈에 펼쳐진다. 우측 통신탑이 보이는 오도산, 정면에 두무산, 그 앞 비계산, 비계산 왼쪽으로 바위산인 장군봉과 보해산 금귀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동쪽인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미녀봉에서 오도산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20분 뒤 오도재. 직진하면 오도산. 산행팀은 오른쪽 (휴양림)수련장 방향으로 간다. 앞서 왔던 길과 달리 숲길이 그늘지고 평온하다. 8분 뒤 '오도재 오도산'을 알리는 첫 팻말이 보일 무렵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이후 계곡류를 만난다. 이 지점이 오도산 자연휴양림 계곡의 시점이다. 계곡류가 맑고 얼음처럼 차다. 계곡에는 휴양림을 찾은 사람들이 옛 선비마냥 수박을 물에 담근 채 탁족을 즐기고 있다. 계곡에서 시멘트길로 올라선 후 15분 후면 들머리인 등산로 입구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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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산 자연휴양림의 계곡에서 더위를 식히는 한 중년 여성(왼쪽)과 아이들.


# 교통편-거창행 버스타고 합천 묘산터미널 하차

부산서 미녀봉 산행들머리인 오도산 자연휴양림에 가기 위해선 부산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거창행 완행버스를 타고 합천군 묘산터미널에서 내린다. 오전 7시, 7시50분, 8시30분, 9시20분. 1만900원. 묘산에서는 거창행 군내버스를 타고 오도산 자연휴양림 입구인 권빈정류장에서 하차한다. 오전 8시20분, 9시40분, 10시20분, 11시20분. 750원.

권빈정류장에서 오도산 자연휴양림까지 3.7㎞. 걸어서 40~50분 걸리는 제법 먼 거리다. 권빈정류장 옆 천일상회에서 택시를 부를 수도 있다.

오도산 자연휴양림에서 부산가는 방법은 두 가지. 휴양림 입구 권빈정류장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를 타면 된다. 오후 1시, 2시50분, 6시15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현풍IC~5번 국도 이용(이정표는 광주 방향 또는 성산IC 방향)~88고속도로 성산IC서 진입~해인사IC~좌회전 합천 방향~고령 18㎞, 묘산 8㎞~분기삼거리서 거창 26번 국도~오도산 자연휴양림 순.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떠나기 전에-이름만큼 아름다운 전설 가득

미녀봉과 관련된 전설.

옛날 바다였던 이곳에 장군이 탄 나룻배가 표류하고 있었다. 이를 본 옥황상제가 장군을 구하기 위해 도력이 뛰어난 자기 딸을 지상으로 내려보냈다. 하지만 옥황상제의 딸과 장군은 첫 눈에 반해 둘은 사랑에 빠졌다. 장군을 구해주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옥황상제는 이를 보고 노해 "너희 둘은 영원히 산으로 변해 누워 있으라"는 형벌을 내렸다. 그래서 미녀봉이 지금의 이 자리에 생겨나고 그 북쪽에 장군봉이 솟아나게 되었다.

두 봉우리는 가조 들녘을 중심으로 마주보고 있다. 장군봉은 바위봉으로 한눈에 남성적임을 알 수 있고 미녀봉은 말그대로 여성적이다. 두 봉우리의 해발고도가 935m로 같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미녀봉 다음으로 소개할 산은 거창 장군봉입니다. 기대하시라. 산세는 장군봉이 한 수 위 입니다.


오도산 자연휴양림(055-930-3733)을 추천한다. 거창군과 인접하고 합천댐과 해인사의 중간 지점에 있다. 가족과 함께 등산, 야외 물놀이, 삼림욕을 하며 편안하게 쉴 수 있다. 참고 하나. 오도산 자연휴양림쪽에서는 미녀봉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없다. 미녀봉의 전체 윤곽을 보기 위해선 휴양림에서 나와 우회전, 거창 가조 방향~가조온천 방향 우회전~석강리~가조IC 순으로 가면 된다. 석강리에서 미녀봉 윤곽이 보이기 시작하며, 가조IC 진입 직후 고속도로 갓길에서 가장 또렷하게 볼 수 있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다시찾는 근교산 <348> 남해 망운산

'발아래 남해 비경, 오를수록 황홀'


 
  남해 최고의 전망대답게 망운산 산행길에는 장쾌한 조망이
곳곳에 열려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왼쪽 섬이 창선도이고
오른쪽은 남해 본섬 자락이다. 그 사이에 자리잡은 강진만이
남해읍내를 에돌고 있다.
금산(錦山)과 망운산(望雲山).

천년 고찰이자 관음기도처로 유명한 보리암을 품고 있는 금산이 남해를 찾는 외지인들의 필수 코스라면 남해 망운산은 남해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그래서 더이상 외지에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 어머니품 같은 산이다. 망운산은 해발 785m로 우리나라 섬 산 중 제주도 한라산, 울릉도 성인봉 다음으로 높다. 부초처럼 점점이 떠있는 다도해의 섬들을 누르고 남해땅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남해바다 최고의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기암괴석이 온 산을 감싸고 있는 금산에선 상주해수욕장 등 남동쪽 바다밖에 보이지 않지만 망운산은 주변 지형과 높은 고도 덕분에 어느 방향으로도 조망이 거침없다. 아무리 무딘 사람이라도 감탄사가 자신도 모르게 한번쯤은 터져 나오는 황홀경에 직면할 정도.

사찰 등 대개의 명승지가 관광지로 탈바꿈돼 세속화되고 있지만 망운산 정상 부근에 자리한 망운암은 아직은
동자승의 눈빛 마냥 티없이 맑다.

망운산 산행은 흔히 화방사에서 출발하지만 이번 산행은 장쾌한 조망을 즐기기 위해 그 반대편인
관대봉~망운산~망운암 코스를 택했다.

산행은 서면 신촌마을에서 시작, 장군봉~공동묘지~관대봉~주능선~망운산 정상~망운암~저수지
~오동마을로 하산하며 대략 4시간이 걸린다. 지능선에서 산행이 시작돼 등산로 찾기는 식은 죽 먹기다.

남해공용터미널에서 10분 거리인 신촌마을에서 하차한 후 버스 진행방향과는 역으로 200m 걸으면
언덕 어귀에 망운산 등산로 안내도가 보인다. 이곳을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한다. 혹은 버스기사에게
양해를 구해 망운산 등산로 입구에 내려달라고 부탁해도 된다.

100m쯤 오르면 등산로라고 적힌 이정표가 나온다. 비 온 뒤의 쾌적한 환경 때문인지 새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산길 바로 옆으로 무덤이 잇따라 터를 잡고 있지만 하나같이 묘를 정갈하게 써놓아 보기가
 좋다. 곧 약수터가 나온다. 그 옆에는 벤치가 두 개 있으므로 잠시 쉬어가자. 망운산 정상이 왼쪽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나온다. 신기마을 쪽으로 내려가는 오른쪽 길 옆에는 체육공원이 보인다. 지도상으로
이곳이 장군봉인 듯.

 

잠시 스쳐 지나가지만 매우 인상적인 측백나무숲을 지나면 우측으로 강진만의 푸른바다가 펼쳐져 있고 그 뒤로 창선도가 남해도와 마주하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량도도 희미하게 시야에 잡힌다. 발밑으로는 남해공설운동장을 비롯한 남해읍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망운산 정상과 신기마을을 알리는 이정표가 10여분 뒤 한번 더 나오지만 전과 마찬가지로 남은 거리가 적혀있지 않다. 직진하여 오르막길을 택한다. 전방이 확 트인 공동묘지가 기다린다. 어림잡아 20여기. 무덤 위로 활짝 핀 보라빛 패랭이꽃이 앙증맞다. 노란색의 원추리꽃 군락지를 지나면 꽤 넓은 경사진 반석이 나온다. 쉼터이자 전망대다. 고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조망범위도 넓어졌다.
 오른쪽으로 여수만과 오동도 돌산도 등 전라도 여수땅이 새로이 나타나고, 창선도 뒤로 삼천포
이쯤이면, 올라갈수록 멋진 조망에 매료돼 비교적 가파른 오르막길도 전혀 힘들지 않다.

계속되는 오르막길. 20여분 후 정면에 어마어마하게 큰 바위가 가로막고 서 있다. 왼쪽으로 크게 에돌아
바위 뒤로 가서 밧줄을 타고 오른다. 관대봉 정상이다. 남해사람들은 가마봉 혹은 시루봉이라고도 부른다.
관대봉은 관음보살상 좌우에 화엄신중이 호위하는 형상이라서, 가마봉과 시루봉은 멀리서 보면 각각
가마와 시루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머리 뒤로는 망운산 정상이 가까이 보인다.


 
  산행도중 만난 노란색의 원추리꽃.

이제부터 어른 가슴높이 만큼 자란 잡풀을 헤치고 오른다. ‘사르르’ 풀 헤치는 소리와 끊임없이 지저귀는 새소리가 한데 어울려 귀를 즐겁게 한다. 짬짬이 나오는 바위를 넘고, 도는 것도 재밌다.

관대봉에서 볼 땐 제법 가파르게 보이던 길이 막상 오르다 보니 그렇지가 않다. 역시 산길은 부딪쳐 봐야 알 일이다. 이렇게 35분 정도 오르면 세갈래 길이 나 있는 주능선에 닿는다. 광양항과 광양제철소가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하동발전소가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온다. 왼쪽은 방송중계소 가는 길,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7, 8분 후 ‘직진 망운산, 우측 망운암’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에서 10분 정도 마지막 피치를 올리면 망운산 정상. 이름처럼 항상 맑은 구름이 머무른다는 이곳 정상에 오늘 따라 온 사방에서 농도 짙은 운무가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하산은 돌탑과 그 뒤쪽의 작은 정상석을 지나 경사가 심한 좁은 비탈길로 시작된다. 석간수를 지나
바윗길로 걷다보면 어느새 망운암에 닿는다. 고려때 진각국사가 창건한 작은 암자. 가파른 산기슭
비좁은 터에 관음전 임법당 요사채 삼성전 등이 일자로 처마를 맞대고 있고, 수십m가 족히 되는 주변의
기목나무가 암자의 역사를 말없이 대변한다.

선서화로 유명한 성각스님이 주지인 망운암은 기도도량으로 알려져 있다. 돌로 만든 간결한 일주문을
지나 우측으로 난 길로 하산한다. 오랫동안 사람이 다니지 않았는지 길이 아주 묵었다. 30여분 길을
헤치고 나아가면 물소리가 시원한 계곡이 나오고, 이 계곡을 건너 산길을 내려가면 오동저수지.
저수지에서 다시 15분 정도 걸으면 오동마을이 나온다.



'떠나기전에'

망운산은 남해의 진산이다. 이 산은 철쭉으로 특히 유명해 ‘5월의 산’으로 불리지만 전망이 워낙 뛰어나 휴가철 남해를 찾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남해하면 금산 이외는 오를 산이 없는 것처럼 외부에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남해군민은 군민만을 위한 망운산을 남해의 제1산으로 여기며 외부에 알려지길 꺼린다. 그 만큼 소중히 생각하며 한편으론 감추고 싶어 하는 산이다. 남해읍을 끼고 병풍처럼 두른 망운산은 서면 고현면을 아우르고 있다. 정상 부근에는 나라의 위급함을 알린 봉수대 터와 기우제를 지낸 흔적 등이 아직도 남아 있다. 국립지리원 지형도에는 방송중계소가 망운산 정상에 위치한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산행을 해보면 망운암 뒤에 솟은 봉우리가 정상으로 인정돼 이곳에 정상석이, 그것도 2개가 돌탑과 함께 서 있다. 여름 휴가를 이용하여 산도 오르고 바다도 함께 즐겨보자.



'교통편'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남해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20분을 시작으로 20~30분 간격으로 있다. 9천8백원. 산행 들머리인 신촌까지는 남해공용터미널 정문 앞에서 내금선 방향의 공영버스를 타면 된다. 오전 8시20분, 9시10분, 10시10분, 11시40분. 500원. 산행 날머리인 오동마을에서 남해공용터미널까지 공영버스는 오후 1시40분, 4시10분, 5시40분(막차)에 있다. 500원. 만일 차 시간이 맞지 않거나 막차를 놓치면 걸어서 2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남해공용터미널까지 걸어가도 된다. 남해공용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3시, 3시30분, 4시5분, 4시35분, 5시5분, 5시30분, 5시55분, 6시20분, 7시5분(막차)에 있다. 9천8백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진교IC를 빠져나와 1002번 지방도~남해대교~19번 국도를 타고 남해읍 남해공설운동장을 지나 좌회전하면 망운산 등산로 입구에 닿는다. 차를 들머리에 주차했다면 오동마을까지 그리 멀지 않으니 자연을 벗삼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오동마을~아산마을~남양아파트~신기마을~망운산 입구.

/ 글·사진=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산행대장=이창우

  혹 부처님을 닮은 산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등산 하는 일이 주요 업무이다 보니 이따금씩 부처님의 형상을 한 산을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리곤 합니다.
 부처님을 닮은 산은 사실 꼼꼼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좀처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유홍준이 그의 명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적고 있듯 그저 아무 생각없이 혹은 출발 전 예습없이 무작정 떠난다면 그냥 산만 타고 오는 경우가 다반사죠. 운이 좋아 낯선 사람이 친절하게 설명해줄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관심은 있되 여태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혹 더 있으면 알려 주세요.

 #중국 사천성(쓰촨성) 능운산 와불(臥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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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이 머리, 가운데 낙산대불이 위치한 가슴, 좌측이 하체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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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71m의 낙산대불.


 사천성의 성도(省都)인 청두(成都)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낙산시 능운산 서쪽 절벽의 황토빛 석벽 전체는 거대한 석불 좌상이 강을 내려다 보고 있다. 바로 세계 최대의 석불인 낙산대불이다. 불상의 높이와 산의 높이가 같은 71m이다. 귀의 길이가 7m, 머리는 14.7m, 발이 5.5m 정도. 발 위에는 100여 명이 둘러앉을 수 있고, 발톱 하나에도 한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넓다.
 '불상이 하나의 산이요, 산이 하나의 불상이다'라고 이동 중 가이드가 설명하기에 중국인 특유의 다소 과장된 표현이리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보는 순간 입이 쩍 벌어진다. 산 절벽 하나를 그대로 깎아 불상을 조각했다.
 산 절벽을 깎아 만든 거대한 불상이지만 엉성함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머리가 다소 크지만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 보기에 장삼이사들의 눈에는 그렇게 커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낙산대불은 언제 왜 만들어졌을까.
 낙산대불이 내려다 보고 있는 이곳은 민강(岷江) 청의강(靑衣江) 대도하(大渡河) 등 세 개의 강이 합류하는 지점. 때문에 소용돌이로 인해 배가 침몰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당나라 현종 원년인 서기 713년 해통 법사는 이를 안타깝게 여겨 부처님의 법력으로 해난사고를 막아보고자 대불 조성에 들어가 90년만인 803년에 준공됐다. 물론 해통법사 사후이다.
 대불은 조성 목적에 맞게 사람을 압도하는 위용은 보이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으며 강을 지긋이 내려다 보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대불 구경은 대개 대불 왼쪽으로 조성된 구불구불한 계단으로 올라가 최대한도로 근접한 거리에서 바라보며 기도를 한 후, 배를 타고 멀리 나가 대불을 바라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재밌는 점은 강에서 낙산대불 쪽을 바라보면 능운산이 좌우의 봉우리와 함께 마치 누워있는 부처님의 모습처럼 보여 와불이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 즉 왼쪽 오룡산이 하체, 가운데 능운산이 가슴, 맨 우측 구성산이 머리 부분인 것이다. 낙산대불은 이 와불의 심장부위에 해당된다고 한다.
 또 한 가지 관심을 끄는 점은 하체 쪽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 우스갯 소리로 부처님의 '거시기'라고 하지만 일명 능운탑이라 불리는 13층의 영보탑(靈寶塔)이다. 낙산대불 조성자인 해통 법사의 골분이 들어있다고 한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점은 이 와불의 형태가 발견된 때가 불과 20년도 안 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곳에 가면 능운산 자락이 와불 모습과 흡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와이드 사진을 전시해 놓았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낙산대불은 지난 1994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해남 두륜산 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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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사 경내에서 본 두륜산 암봉은 부처님이 누운 듯한 와상(臥像)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승봉(능허대) 가련봉 만일재 두륜봉이다.


 국토의 최남단 '땅끝'이 있는 전라남도 해남땅의 명산인 두륜산.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 703m의 두륜산은 만만잖은 암봉이다. 같은 암봉이라도 영암 월출산이 남성적으로 힘이 넘친다면 두륜산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여성적이라 할 수 있다.
 산밑에서 바라보는 스카이라인도 멋있고 암릉길에서 펼쳐지는 다도해 국립공원의 황홀한 풍경을 벗삼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뭐니뭐니해도 두륜산의 자랑은 신라 천년고찰 대흥사. 이 절집은 영주 부석사, 순천 선암사, 청도 운문사 등과 함께 사시사철 방문객이 많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아름다운 사찰이다. 두륜산과 대흥사, 명산에 명찰, 이 이상의 궁합도 없는 듯하다.
 다성(茶聖) 초의선사가 40여 년간 머물며 다도를 중흥시킨 우리나라 다도의 요람인 일지암도,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 땀을 흘린다는 북암 마애여래좌상 등도 이 두륜산 품안에 안겨 있다.
 두륜산도 산 아래 대흥사 경내에서 가만히 보면 부처님이 누운 와상(臥像)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노승봉(능허대) 가련봉 만일재 두륜봉이 부처님의 누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목 부분인 만일재가 다소 길어 어색하지만 하여튼 부처님의 와상은 확실하다.

 #구미/칠곡 금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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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남구미IC 진입 전 도로변에서 찍은 금오산.



 무학대사가 금오산 밑을 지나면서 산세를 본 후 산자락에서 언젠가 왕이 날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금오산. 결론적으로 말하면 실제로 이 예언은 맞았다. 금오산 자락인 구미 상모동에서 고 박정희 대통령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금오산은 지난 197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1978년 자연보호헌장을 고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포한 곳이기도 하다.
 도선 국사가 득도했다는 도선굴, 야은 길재 선생을 추모하기 위한 채미정, 금오산을 울릴 정도로 물소리가 우렁차다는 명금폭포 등을 품은 금오산.
 이 금오산도 부처님이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상에서 보면 그렇다고 하지만 차량이 많을 경우 산 구경을 하기 위해 갓길에 차를 세우기도 힘들다. 금오산 금오동천으로 산행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왜관IC로 나가지 말고 대신 칠곡군 북삼읍 남구미IC 쪽으로 가면서 바라보면 부처님이 누워있는 형상이 뚜렷하다.
 하지만 혹자는 누워있는 사람의 얼굴 모습을 닮았을 뿐 부처님이 아니라고도 한다. 문득 모든 생각은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 낸 작용이라는 원효 대사의 일체유심조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부처님 형상은 아니지만 산 전체가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는 특이한 산도 있다. 부처님 모습은 아니지만 잠시 삼천포로 빠져보자.
 

 #거창 미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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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나신을 연상케 하는 미녀봉의 전경. 1.얼굴 2.가슴 3. 배 4.다리.
 

 봉우리의 이름이 독특하면 숨은 사연이 있게 마련이지만 미녀봉은 겉모습이 그 사연도 잊게 만들 정도로 특이하다.
 한마디로 아기를 밴 듯 배가 부른 여성이 누워있는 형상이다. 서쪽(사진상의 오른쪽)인 머리에서 동쪽 하체까지 상세히 묘사하면 이렇다. 황강의 지류인 가천을 향해 긴 머리카락을 늘어 뜨린 채 톡 틔어나온 이마와 눈썹, 오똑한 콧날, 헤벌린 입, 또렷한 턱과 목을 거쳐 볼록 솟은 젖가슴 아래로 아기를 잉태한 듯 볼록한 배의 모습은 여러 개의 산봉들이 빚어낸 대자연의 걸작으로 손색이 없다.
 길게 늘어 뜨린 머리카락만 아니라면 부처님이라고 우겨도 될 법하지만 머리카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녀봉으로 불린다.
 미녀봉의 형상을 실감나게 볼 수 있는 지점은 88고속도로 대구방향 가조IC 부근. 거창휴게소~가조IC~가조면 석장리 마을어귀까지 어느 곳에서나 적나라한 여체를 감상할 수 있다. 그 중 으뜸은 가조IC 진입 직후 만나는 갓길. 마을 어귀는 비닐하우스와 전봇대가 함께 보여 그 맛을 반감시키지만 초록 들녘과 나랏꽃 무궁화가 한 화면에 들어오는 고속도로 갓길에선 대자연 속의 누드화를 보는 듯하다.
 대개 이런 모습은 보는 각도에 따라 또는 사람에 따라 인식할 수 없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미녀봉은 신기하리만치 한눈에 들어온다.
 미녀봉은 이웃한 장군봉과의 애틋한 사랑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거창 가조벌판을 중심으로 마주보고 있는 장군봉은 암봉으로 한눈에 남성적임을 알 수 있고, 미녀봉은 말그대로 여성적이다. 두 봉우리의 해발고도가 930m로 같다는 점도 재미있다.
 또 한가지. 미녀봉 아래에는 '양기' '음기'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이 이웃해 있다. 산쪽으론 양물샘, 유방샘이라는 샘터가 있다. 아마도 미녀봉이란 이름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진짜 삼천포로 빠져보자. 정말로 와룡산은 삼천포에 있습니다.


 #사천 와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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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곱터에서 찍은 와룡산 모습. 해발고도가 높아 이를 한눈에 보기 위해선 굉장히 높이 올라가야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해 높이 올라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도 용이 웅크려 누워있는 형상이다. 사진제공=사천시청.


 해발 799m의 와룡산은 하늘에서 보면 누워있는 용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명명된 이름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전형적인 육산의 형태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가면 등성이마다 기암괴석의 암봉과 바위들이 보석처럼 박혀있어 예삿 산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다.
 여기에다 삼천포항을 비롯 남해 통영 거제도와 이름모를 섬들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빼어난 바다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부울경 산꾼들의 알짜배기 근교산으로 알려져 있다.
 기묘하고도 수려한 산세 때문인지 와룡산의 품안에는 절집이 아주 많다. 구전되는 전설에 따르면 와룡산에는 팔만구암자가 있었다고 전해온다. 지금은 알려진 절집만 해도 청룡사 덕룡사 백천사 백룡사 용주사 와룡사 갑룡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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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천사 와불(왼쪽)과 와불 내 몸속법당. 사진제공=사천시청.


 재밌는 점은 백천사 내에 와불이 있다는 점. 그것도 세계 최대의 와불. 비스듬히 팔을 괘고 있는 이 와불은 11년 전에 조성됐다. 길이 13m, 높이 3m인 이 와불은 수령 2400년 된 거대한 소나무를 부처님 형상으로 조각, 도금했으며 그 안쪽에는 나무를 깎아내 몸속법당을 만들어 부처님을 모셔놨다. 그래서 각각 목와불(木臥佛) 또는 와불몸속법당이라 불린다.
 중국의 낙산대불이 그랬듯이 백천사의 목와불과 와불몸속법당 내 부처님도 아마 불력으로 와룡산 및 한려해상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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