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584> 김해 굴암산

흩날리는 운무 신선이 안 부럽소
김해 장유면 신안마을 원점회귀…걷는 시간만3시간35분
최근 장유 신도시 조성되면서 진해 성흥사 코스보다 인기
거제도 가덕도 진해만 몰운대 다대포 등 그림처럼 펼쳐져
화산(팔판산) 정상 군 부대 주둔, 주능선 막혀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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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립주택 크기의 바위를 힘겹게 올라 만나는 전망대에 서면 운치있는 소나무 두 그루가 바삐 움직이는 운무와 조화를 이뤄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경남 김해와 진해를 가로지르는 굴암산(窟庵山)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가깝지만 먼 산이었다. 거리상으론 지척인 전형적인 근교산이지만 비교적 덜 알려진 데다 오지에 숨어 있어 심리적으론 머나먼 산이었다는 의미일 게다.

산 아래 바위굴에 암자가 있었다고 해서 명명됐다고 전해오는 이 굴암산에 최근 부산 산꾼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굴암산의 들머리는 열에 아홉은 진해시 대장동에 위치한 신라 천년고찰 성흥사였다. 하지만 2003년쯤부터 김해 장유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오지 속의 오지였던 이곳이 번화가(?) 아닌 번화가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들머리인 장유 신도시 인근의 장유면 신안마을 쪽의 교통 사정이 나아져 진해 성흥사 쪽보다 산꾼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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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안마을 입구에 위치한 커다란 마을 이정석(왼쪽)과 마을을 관통하는 계곡.

 
이창우 산행대장도 굴암산과 관련 ,이렇게 회상했다.

"1990년 초반까진 굴암산에 가기 위해선 김해 장유 쪽은 생각도 못했고 오로지 진해 성흥사로 향했죠. 진해행 시외버스를 타고 웅동(마을)에 내려 40~50분 걸어야 했죠. 정말 가깝지만 먼 산이었죠."

해발 662m로 고만고만한 산이지만 절대 얕봐선 안 된다. 주능선으로 오르는 된비알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울창한 숲은 산행 내내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고 들머리의 계곡은 지리산의 그것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수려하다. 조망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거제도 진해만 가덕도 몰운대 다대포 등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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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들머리(왼쪽). 우측 나무에 굴암산 이라 적힌 팻말이 걸려 있다. 이 계류를 건너면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산행은 김해 장유면 율하리 신안마을~갈림길~잇단 전망대~533봉~잇단 전망대~안부 사거리~정자 앞 삼거리(613봉)~굴암산~잇단 전망대~신안마을·헬기장 갈림길~헬기장(화산(팔판산)·679m)~분성 배씨묘~신안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35분. 마을 입구부터 들머리, 이어 하산 때까지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는 데다 산길도 반듯하게 정비돼 있어 전혀 문제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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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마을로 접어들면 우선 커다란 마을 이정석을 만난다. 마을 유래가 상세하게 적힌 이정석 건너편에는 마을 주차장이 있다.

산행은 마을을 관통하는 포장로를 따라가며 시작된다. 경로당을 지나면 갈림길.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정면에 '등산로 가는 길, 입구까지 400m'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 있기 때문이다. 계곡물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넌다. 여기서 이번 산행의 큰 그림을 잠시 그려보자. 좌측 굴암산 쪽에서 우측으로 능선을 타고 팔판산(화산) 쪽으로 와서 다시 이곳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임을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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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 진해 부산의 경계로 일명 삼시봉(參市峰)인 613봉(왼쪽)과 정상.

마을은 전체적으로 깔끔하며 자투리땅에는 우리네 시골 모양 상추와 고추가 심겨져 있다. 도중 샛길이 있어도 무시하고 큰길로만 간다.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도 역시 이정표가 안내한다. 로뎀전원교회와 기독교 장유수양관 입구를 잇따라 지나면서 안 보이던 산행 안내 리본도 눈에 띈다. 한 굽이 돌아 '반곡정' 주차장을 지나 '돌담집' 문안으로 들어서면 좌측으로 '굴암산 662m'라고 적힌 팻말이 나무에 걸려 있고 그 뒤론 운치있는 계곡이 눈에 펼쳐진다. 들머리에서 15분.

이 계곡을 건너면서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입구에 '굴암산 2.3㎞'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산길을 따라가면 곧 체육시설 앞 갈림길. 반듯한 우측으로 간다. 앞서 본 계곡과 나란히 걷는 셈이다.

9분 뒤 갈림길. 두 곳 모두 정상 가는 길로 표기돼 있지만 산행팀은 좌측으로 오른다. 울창한 숲이지만 관리가 잘 돼 있어 보기에도 시원하고 정감이 간다. 5분 뒤부터 차츰 경사가 심해져 30여 분간 애오라지 된비알로만 오른다. 잠시 경사가 누그러지더니 곧이어 된비알이 이어진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라는 의미였다.

5분쯤 뒤 일순간 운무가 그치고 꽉 막혔던 시야가 트인다. 곧이어 이끼 낀 바윗길이 기다린다. 산은 작아도 보여줄 수 있는 구색은 다 갖추고 있다. 한 굽이 돌아 올라서면 제법 너른 전망대. 정면 부산 지사과학단지로 쪽으로 이어지는 옥녀봉 능선이 희미하게 보일 뿐 나머지는 확인 불가능하다.

이어지는 오르막. 4분 뒤 연립주택 크기의 바위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올라서면 운치있는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멋진 전망대다. 운무, 즉 산꾼들이 흔히 말하는 '깨스'가 무대 위에 펼쳐지는 드라이아이스 모양 급속도로 오락가락해 비로소 주변 산세가 조금씩 가늠된다. 우측 능선이 팔판산에서 내려오는 산줄기이며, 그 우측 뒤가 장유폭포를 품은 장유봉, 그 아래 보이는 도로는 창원터널을 거쳐 창원가는 길이다. 그 우측으로 보이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장유 신시가지이다.

   
   
다시 숲으로 진입, 한 굽이 올라 119 구조대 표지목(533봉)과 두 개의 전망대를 지난다. 제법 너른 두 번째 전망대 우측 끄트머리에 서면 우측으로 굴암산과 그 좌측으로 옥녀봉 보배산이 희미하게 확인된다. 산세로 봐서 이후 산행은 안부로 떨어졌다 올라선다. 실제로 5분쯤 내려서면 안부 사거리. 골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지점인지 마침 벤치도 둘 있다. 삼림욕장에 온 듯하다. 이정표가 서 있지만 내용물이 떨어져나가 무용지물이다. 우측은 계곡을 거쳐 하산하는 길인 듯, 산행팀은 직진한다. 오름길이다. 10분 뒤 정자 앞 삼거리로 613봉이다. 동시에 김해 장유면, 부산 강서구, 진해 대장동을 경계짓는 삼시봉(參市峰)이다. 즉 정면이 진해, 방금 온 뒤쪽이 김해, 좌측이 부산 강서구이다. 좌측은 옥녀봉 마봉산 보배산 방향. 100m쯤 가면 다시 옥녀봉, 마봉산 보배산 방향으로 각각 나뉜다. 옥녀봉은 오래 전 산행팀이 개척, 소개한 봉우리다.

이제 정상은 불과 400m. 우측으로 간다. '좌 진해, 우 김해' 능선길이다. 9분이면 올라선다. 남쪽 즉 좌측으로 거제도 가덕도를 품은 남해바다가 보여야 하는데 불행히도 뿌연 운무 때문에 사방팔방이 시계 제로이다. 좌측으로 열린 길은 성흥사 가는 길이다.

산행팀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직진한다. 목적지는 북서쪽으로 뻗은 팔판산. 소요시간은 대략 45분. 도중 진해 성흥사(등로 기준 좌측) 또는 들머리인 신안마을(〃 우측) 내려가는 등로가 열려 있으니 체력에 맞게 운용하면 된다. 이 능선길 곳곳에는 전망대가 위치해 있으나 여전히 운무 때문에 볼 수 없었던 것이 흠이라면 흠. 만일 날씨가 좋았더라면 시간은 더 걸렸을 터.

등로는 무료하지 않게 내려섰다 올라섰다를 반복하며 집채만한 바위 앞에서 우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사는 그렇게 심하지 않다. 이렇게 20여 분. 119 구조대 표지목 앞에 선다. '헬기장 아래'라고 적혀 있다. 우측으로 신안마을 가는 길이 열려 있다. 참고하길.

   
   
표지목에서 5분 뒤 갈림길. 좌측 오름길은 능선길, 우측 숲길은 원래 등산로이다. 전자는 전망이 좋고 후자는 8부 능선쯤 된다. 두 길은 3~4분 뒤 만나므로 어느 길을 택해도 상관없다. 이후 한번 더 내리락 오르락하면 마침내 헬기장에 닿는다. 이 헬기장 우측 나무에는 '화산(팔판산) 679m'라 적힌 팻말이 걸려 있다. 산 정상도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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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팔판산) 팻말(왼쪽)과 이 팻말이 걸려 있는 화산(팔판산) 직전 헬기장.

사연은 이렇다. 이곳  헬기장에서 직진하면 팔판산(화산) 정상이지만 군부대가 주둔해 있어 출입금지 구역이다. 실제로 7분쯤 가면 철조망과 함께 지뢰매설 경고 안내판이 서 있다. 해서 이 산자락이 팔판산임을 알려주기 위한 누군가의 배려인 듯하다. 참고로 헬기장을 가로질러 직진해 철조망 앞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돌면 불모산~웅산~시루봉으로 이어지고, 우로 우회하면 들머리인 신안마을로 떨어진다.

산행팀은 헬기장에서 10m쯤 뒤로 가서 119 표지목 우측으로 열린 길로 하산한다. 40m쯤 뒤 갈림길에서 좌측 급경사길을 택해 내려간다. 15분 뒤 계곡 상류와 만난다. 8분 뒤 물길을 한번 건너면 등로의 상태가 좀 나아진다. 이후 좌측으로 방향으로 택해 물길을 두 번 건너면 119 구조대 표지목을 만난다. '팔판산 아래'라고 적혀 있다. 이곳은 화산 안내판이 걸려 있는 헬기장을 지나 우측으로 철조망을 따라 내려서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다. 7분 뒤 분성 배씨묘를 지나면 일순간 시야가 트이며 정면으로 들머리와 장유 아파트 단지가 한눈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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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에 만나는 계곡(왼쪽)과 털중나리.


산행은 사실상 막바지. 물길을 건너 감나무밭과 대숲을 지나면 이내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를 만난다. 여기서 6분이면 신안마을 이정석 앞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엔 팔판산 대신 화산으로 표기돼

신안마을 이정석에는 의외로 많은 정보가 담겨 있지만 정확하지 않은 정보 또한 들어 있다.

우선 '팔판산 사기점골 신안마을…'로 시작하는 것으로 봐서 이 마을은 굴암산보다는 팔판산을 모산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이는 '팔판산 기슭에 아담한 마을'로 시작되는 신안마을 노래 가사에도 적혀 있다. 팔판산은 일명 갈판산으로 불린다는 사실도 새롭다.

이곳은 원래 그릇을 굽던 곳이어서 옛날에는 사기점(沙器店)골로 불리다 조선 순조 때부터 신안(新安)으로 개칭됐다. 계곡 이름도 언급돼 있다. 산행팀이 오른 골짝이 큰골이며 내려온 곳은 작은골의 내리바우실이다.

잘못된 점도 있다. 팔판산이 김해 진해 창원의 경계를 이룬다고 언급돼 있지만 이는 불모산. 실제론 김해와 진해의 경계를 가른다. 이웃한 굴암산 613봉은 김해 창원 부산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팔판산(八判山)은 이 산줄기에 3정승 8판서가 태어날 명당이 있다는 풍수설에 기인해 명명됐다 전해온다. 하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는 팔판산 대신 화산으로 표기돼 있다.


◆ 교통편

- 남해고속도로 장유IC로 나와 수가·무계방면 우회전해야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장유행 시외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내린다. 오전 6시10분부터 20~30분 간격으로 있다. 1600원. 장유농협 앞에서 들머리 신안마을행 버스는 24, 26번이 있다. 24번은 오전 7시15분부터 1시간마다, 26번 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있지만 신안마을 건너편 팔판마을 푸르지오아파트 앞이 종점이다. 날머리 신안마을에선 24번 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 내린다. 오후 3시40분, 5시15분, 6시55분, 8시25분. 1000원. 길을 건너 정학프라자 앞에서 김해여객 버스를 타면 부산 서부터미널에 도착한다. 배차 간격 30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서부산TG~장유 방향~장유IC~수가 무계 우회전~수하 율하 우회전~장유폭포 신안 우회전~창원 장유사 장유폭포 좌회전~창원 장유사 장유폭포 직진~율하 하촌 덕정 좌회전~신안 직진~창원 신안 우회전 후 첫 번째 좌회전~신안마을. 입구에 '살기 좋은 신안마을''등산로 가는 길 입구까지 500m' '로뎀전원교회' '장유수양관' 등 안내판이 여럿 보인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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