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련봉 등 8개봉 천년고찰 대흥사 병풍처럼 감싸
일지암 샘물은 초의선사 다도 비법 그대로 녹아
가파른 암릉길 아래 펼쳐진 다도해는 한폭 그림

대흥사 경내에서 본 두륜산 암봉. 오른쪽부터 두륜봉 만일재 가련봉 노승봉(능허대). 전체를 하나의 그림으로 본다면 부처님이 누운듯한 와상(臥像)의 형상을 하고 있다.
 

'※들어가기 전에 
 1박2일'팀은 지난해말 전남 해남 유선관을 찾아 촬영한 후 유선관에서 불과 300m 떨어진 서산대사 사명대사 초의선사 등 고승들이 주석한 두륜산 대흥사를 빠뜨리고 이 보다 훨씬 먼 두륜산 집단시설지구에 위치한 케이블카를 타고 두륜산의 한 귀퉁이에 위치한 고계봉에 올라 다도해와 두륜산줄기를 감상하고 내려갔다. 매우 한마디로 아쉬웠다.
 두륜산에는 초의선사가 40여 년 동안 다선일여 사상을 생활화하며 꾸민 일종의 다원인 일지암과 나라에 변고가 생겼을 때 땀을 흘렸다고 전해오는 북(미륵)암의 마애여래좌상, 그리고 경내에 서산대사를 모신 유교식 사당인 표충사, 입구의 부도전 등 볼거리와 그 안에 숨어 있는 일화가 무궁무진해 하루 반나절을 돌아도 못 볼 정도이다. 물론 케이블카를 타고 고계봉을 오르는 것을 두고 왈가왈부는 하지 않겠지만 두륜산을 찾은 관광객 중 열에 여덟, 아홉은 아마도 케이블카 대신 두륜산 대흥사를 우선 관람한다. 
 '1박2일'팀이 놓친 두륜산을 산행하며 둘러본 볼거리를 늦었지만 챙겨본다. 참 지금 이곳을 찾으면 경내 주변에 아마도 동백이 만개했을 것이다. 
 지난해말 '1박2일'팀의 유선관 관련해 올린 글을 아래에 트랙백해놓았다. 참고하시길.

 
국토의 최남단, `땅끝'이 있는 전라도 해남땅의 두륜산.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라는 지극히 평범한 경구가 어쩌면 이 시점에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에서다.

두륜산이란 이름은 백두산(白頭山)의 `두'자와 중국 곤륜(崑崙)산맥의 `륜'자의 조합. 이 속에는 중국 곤륜산맥의 줄기가 동으로 흘러 백두산을 솟구쳤고, 그 맥이 백두대간과 호남정맥을 거쳐 이곳 해남땅까지 이어져 왔음을 의미한다.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 703m의 두륜산은 제법 만만찮은 암봉이다. 영암 월출산이 남성적이라면 두륜산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여성적이라 할 수 있다.
산 밑에서 바라보는 스카이라인도 멋있고 산 위에 올라 걷는 맛도 괜찮다. 암릉길에서 펼쳐지는 다도해 국립공원의 황홀한 풍경은 한 장면도 놓치기 아까운 한 폭의 그림같다.
뭐니뭐니해도 두륜산의 자랑은 신라 천년고찰 대흥사를 품안에 안고 있다는 점. 대흥사는 영주 부석사, 순천 선암사, 청도 운문사 등과 함께 관광객이 많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아름다운 사찰이다.
두륜산과 대흥사. 명산에 명찰, 이 이상의 궁합도 없는 듯하다.
두륜산은 대흥사를 중심으로 주봉인 가련봉을 비롯, 노승봉(능허대) 두륜봉 고계봉 도솔봉 혈망봉 등 8개의 봉우리가 원형을 이루고 있다.
산행은 종주코스보다 대흥사에서 출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가 적합하다. 대흥사~표충사~동국선원(대광명전)~일지암~만일재(헬기장)~구름다리~두륜봉~만일재~가련봉~노승봉(능허대)~헬기장~오심재(헬기장)~북암~대흥사.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안팎이며 길찾기는 그리 힘들지 않다.


승용차가 경내까지 들어가지만 매표소를 지나면 만나는 옛 주차장에 차를 세워 산행을 시작하자. 핏빛 동백이 벌써 꽃망울을 터뜨린 아름다운 숲길을 조금이나마 만끽하기 위해서다.
해탈문을 들어서면 대흥사 경내. 정면 저 멀리 암봉이 절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우측에서부터 두륜봉 가련봉 노승봉. 전체 실루엣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부처님이 누워 있는 형상이다.

경내 연못인 무염지 앞의 등산로 팻말을 따라 간다. 서산대사를 기리기 위한 유교식 사당인 표충사와 동국선원을 지나면 첫 갈림길. 왼쪽은 북암, 산행팀은 오른쪽 일지암 방향으로 간다. 300m 거리인 일지암 가는 길은 의외로 급경사길. 일지암은 다성(茶聖) 초의선사가 40여 년간 머물며 다도를 중흥시킨 우리나라 다도의 요람이다.
`일지암'이라 적힌 편액이 걸린 초가 뒤편에는 초의선사 때부터 써 온 샘이 있다. 물맛이 기가 막히다.

다산 초의선사가 40여 년간 머물며 다도를 중흥시킨 우리나라 다도의 요람 일지암.
                          초의선사 때부터 써 온 샘이 있다. 물맛이 기가 막히다.
                               
일지암을 지나 동백숲을 3분쯤 걸으면 두륜봉 가는 길과 만난다. 이후 30분에 걸쳐 세 번의 갈림길을 만난다. 모두 두륜봉 방향으로 간다. 마지막 갈림길에서 만일재까지는 10여 분. 헬기장인 만일재에 서면 정면으로 해남벌판과 바다 건너 완도땅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만일재의 우측은 두륜봉, 왼쪽은 가련봉 노승봉으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두륜봉에 다녀온 후 가련봉 쪽으로 향한다.
두륜봉으로 가는 길은 만만찮다. 암봉 우측으로 에돌아 뒤쪽으로 오른다. 가파른 벼랑이라 쇠난간길과 돌계단의 오르내림, 그리고 철계단과 밧줄에 의지해야 한다.
명물인 구름다리도 만난다. 자연석이 이뤄 놓은 이 다리는 무지개형이라 일명 홍교(虹橋)라 불리지만 얼핏 보면 코끼리 코를 닮았다. 직접 올라갈 수도 있다.
두륜봉으로 오르는 길에 만나는 구름다리. 자연석인 구름다리는 얼핏 코끼리 코를 닮았다.

두륜봉(630m)까지는 대략 20분. 제법 너른 암반인 정상에 서면 남해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뭇섬들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이 맑으면 완도 숙승봉을 너머 제주 한라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만일재에서 가련봉 노승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거친 암봉들의 등줄기를 오르내리며 다도해의 절경과 해남의 전체 산줄기를 감상하는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바위와 이웃 바위를 이어주는 쇠밧줄과 쇠손잡이, 쇠발받침대에 의지하지 않으면 전진이 좀체 안되는 꽤 험난한 코스이다. 손잡이와 발받침대는 인체공학적으로 꼭 필요한 지점에 설치돼 산행에 큰 도움이 된다.
                   쇠손잡이와 쇠발받침대는 인체공학적으로 꼭 필요한 지점에 설치돼 있어 산행에 
                   큰 도움이 된다.

아뿔사! 정상인줄 알고 힘겹게 오른 첫 암봉은 정상이 아니었다. 바로 옆 암봉이란다.
마침내 가련봉 정상(703m). 만일재에서 30분 소요. 눈 앞의 노승봉 뒤로 암봉인 주작산과 덕룡산, 그 뒤로 백련사를 품은 강진의 만덕산, 그 우측으로 장흥 천관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대흥사는 왼쪽 저 멀리 미니어처마냥 조그맣게 보인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쉬어가는 바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아슬아슬한 암릉의 연속. 능허대라 불리는 노승봉(685m)까지는 15분. 40명쯤 너끈히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넓다. 정면에 보이는 헬기장이 오심재이고 그 우측 숲 사이로 보이는 도로 부분이 오소재이다. 오소재를 기준으로 왼쪽은 해남, 오른쪽은 완도땅이다. 이 오소재도 흔히 산행기점으로 애용된다.

하산은 능허대 뒤 절벽을 돌아 내려선다. 바위가 만들어 놓은 좁은 터널을 지나면 밧줄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내려올 수 없는 난코스를 통과하기도 한다.



이제부터 오솔길. 너무 힘든 코스를 지나서인지 콧노래가 절로 난다. 작은 헬기장을 지나면 역시 헬기장인 오심재. 산행은 거의 막바지. 왼쪽으로 10분쯤 오솔길을 여유있게 걸으면 북암. 예부터 나라에 변고가 생기면 심하게 땀을 흘린다는 마애여래좌상(보물 제48호)을 빠뜨리지 말자. 계단을 내려와 대웅전 방향으로 방향을 잡는다.
              북암의 마애여래좌상.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 땀을 흘린다고 전해온다.

어른 키보다 훨씬 큰 산죽길과 너덜길을 잇따라 지나면 일지암과 북암으로 갈리는 갈림길. 산행 중 만난 첫 갈림길이다. 여기서 대흥사 경내까지 10분, 경내에서 옛 주차장까지도 역시 1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고계봉~오심재 산길 폐쇄, 인근까지 케이블카

두륜산에는 2003년부터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다. 두륜산 집단시설지구 유스호스텔 입구에서 출발, 고계봉 인근에서 내린다. 정확인 1.6㎞. 내린 지점에서 고계봉 정상까지는 10분 거리. 정상엔 전망대 건물이 서 있다. 산행 중 능선상에 나란히 보였던 두 개의 건물이 바로 전망대와 케이블카 탑승장이었던 셈이다. 최근 강호동의 '1박2일'팀에서 소개됐던 곳이 바로 여기다.

 왕복 8000원. 편도요금을 물어보니 왕복뿐이란다. 고계봉에서 오심재로 이어지는 산길은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영구 폐쇄되었기 때문이다.
 부산서 두륜산 입구까지는 간단한 아침 요기 시간까지 포함하면 4시간30분 정도는 잡아야 한다. 1박을 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독특한 숙소를 하나 소개한다. 

 대흥사 입구 유선관(061-534-3692). 이곳은 400년 전부터 대흥사를 찾는 수행승이나 신도들의 객사로 사용된 전통 한옥. 오래 전 대흥사 초입까지 들어와 있던 상점 여관 식당들이 저 아래쪽 주차장 밖으로 철거될 때도 운좋게 제외됐다. 추측컨데 누가 봐도 허물기 아깝웠으리라.
 지금의 유선관은 지난 2000년 해남 출신의 윤재영 씨가 인수, 마당을 넓히고 온돌방을 보일러 시설로 바꿨다. 유홍준의 스테디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에 나오는 진도개 '노랑이' 시절은 윤 씨가 인수하기 전 내용이다.

두륜산 대흥사 입구 유선관. 대흥사와 불과 300m 떨어져 있다.

객실은 모두 해봐야 10개. 2인실 3만, 4인실 6만, 6인실 12만 원. 저녁식사는 손님이 원하면 해준다. 맛깔스러운 한정식 상차림이다. 1인당 1만 원, 아침은 1인당 7000원.
 방에는 TV도 없고 욕실과 화장실도 마당 한 쪽에 위치해 불편하다. 마루에 공동 청취용 TV 한 대가 있는데 지금은 이 마저도 고장났단다.
 창호문과 뒷마당의 장독대 그리고 집 뒤로 흐르는 계곡의 운치가 찾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여기에 새벽이면 인접한 대흥사에서 들려오는 도량석과 새벽 예불소리를 고스란히 들을 수 있는, 이름 그대로 신선이 노니는 공간이다.

애초 산행팀은 대흥사에서 출발, 일지암~북암~오심재~노승봉~가련봉~만일재~두륜봉을 거쳐 진불암 쪽으로 하산하는 5시간 코스를 타려고 했었다. 이 코스는 가장 널리 애용되는 산길. 문제는 시간이었다. 부산에서 아침 일찍 출발, 부지런히 달렸지만 대흥사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30분. 간단한 아침 요기를 포함, 무려 4시간30분 정도 걸렸다.   

 또 한가지. 산행팀은 첫 갈림길에서 의심할 여지없이 초의선사의 일지암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이후 북암으로 이어지는 이정표는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참 가서야 북암으로 가는 길이 보였다. 이미 시간은 제법 흐른 상태. 다시 한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는 짧아 오후 5시쯤이면 어두워지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 

산행팀은 두륜봉으로 올라 만일재로 되돌아온 후 가련봉 노승봉 오심재 북암으로 내려오는 역순을 택했다. 결과론이지만 시간은 제법 남았다. 초행자의 기우였던 셈.

# 교통편 - 목포~해남~대흥사 이동…버스 당일치기 불가능

 부산에서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여수 벌교 17번 국도~지하도~2번·17번 국도 벌교 여수~2번 국도 벌교 낙안민속마을~순천 청암대학에서 좌회전~벌교~보성~장흥~완도 해남 강진~진도 해남(호산삼거리) 직진~두륜산 대흥사~경찰서 진도 완도~대흥사 827번 좌회전~대흥사 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부산 서부터미널~목포공용터미널~해남터미널~대흥사 순으로 이동해야 한다. 당일치기는 불가능하다.

     

억새명산으로 널리 알려진 장흥 천관산
알고보니 산 전체가 오묘한 수석전시관

전남 장흥 천관산(天冠山·723m)은 웬만한 산꾼이라면 벌써 다녀왔거나 아니면 한 번쯤 가봤으면 하는, 그래서 추후 등반계획에 반드시 포함돼 있는 꽤 이름있는 산이다.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내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 중 하나인 천관산은 기암괴석으로 대표된다. 상상도 못할 만큼 오묘한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 하지만 한편으론 천재 조각가들의 작품을 산 전체에 골고루 진열해놓은 것 같기도 하다. 혼자 보기 아까운 기암과 괴석은 누가 언제 어떻게 옮겨 놨을까 하는 괜한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든다.


                   양근암(남근)과 마주보고 있는 금수굴(여근). 대자연의 오묘한 조화에
                        놀라움을 금을 길이 없다. 
                       

 조선시대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천관사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오똑한 것, 숙인 것, 우묵한 것, 입벌린 것, 울퉁불퉁한 것 등 기이한 암석이 많다’는 대목은 이를 잘 대변해주고도 남는다. 천관산은 수십개 봉우리의 솟은 모습이 마치 주옥으로 장식된 천자의 면류관을 닮아 붙여진 이름.

가끔 흰 연기 같은 이상한 기운이 서린다 하여 신산(神山)이라고도 불린다.
도립공원인 천관산은 흔히 이웃 영암의 월출산에 비유된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잇딴 암봉과 산행 도중 만나는 광활한 억새밭의 화려한 장관이 이 두 산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차이점이라면 기암괴석의 덩치와 억새밭의 규모.

예쁘고 날씬한 몸매지만 키가 작아 미스 코리아에 선발되지 못하는 ‘아담 사이즈’의 수줍은 숙녀를 천관산에 비유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기암괴석 이외에도 천관산은 억새군락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천관산 옹호론자들은 월출산의 기암들은 크고 웅장한 멋은 있지만 산세가 험해 원하는 만큼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하기 어려운 반면 천관산은 멀리서 또는 가까이에서 맘껏 돌아보며 탐승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한가지. 산행 도중이나 정상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막힘없는 조망 또한 천관산의 자랑이다.

산행 중 볼 수 있는 다도해의 막힘없는 조망 또한 천관산의 자랑이다.

산행은 도립공원 관리사무소~양근암~정원암~주봉 연대봉~억새밭~대장봉(환희대)~구룡봉~환희대~천주봉~대세봉~노승봉~종봉~금강굴~체육공원~장천재~도립공원 관리사무소 순. 4시간~4시간30분 걸린다.


도립공원 관리사무소 앞 등산안내도와 육각정자 영월정 사이의 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곧 등산로 이정표가 나온다. 왼쪽은 양근암 경유 연대봉(제1코스), 오른쪽은 금수굴 경유 연대봉(2코스)과 금강굴 경유 연대봉(3코스). 어느 쪽으로 올라도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산행팀은 1코스로 올라 3코스로 하산하는 길을 택했다. 1코스로 올라야 제대로 기암괴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 힘들지 않는 오르막의 연속이다. 처음엔 소문과 달리 육산이지만 20분쯤 지나면 점차 바위들이 본색을 드러낸다. 이때부터 바위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오르고, 넘고, 에돌고 그리고 감상하고….  

‘연대봉 2.2㎞’ 이정표를 지나면서 이번 산행길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저멀리 왼쪽 능선을 타고 시계방향으로 돌아 오른쪽 기암괴석을 감상하면서 하산한다. 왼쪽에는 다도해의 푸른 물결이 출렁이고 염전도 보인다.

각양각색의 바위군이 발걸음을 잡는다. 가만히 서서 이름을 붙여본다. 식빵바위, 등잔바위, 고래가족바위 등등. 흡사 돌아보기 좋게 큐레이터가 전시해 놓은 것 같은 모양새다.

정면에 주봉인 연대봉이 살짝 고개를 내밀 무렵 눈앞에 남성의 성기를 빼닮은 양근암이 서있다. 어쩜 이리도 닮았을까. 양근암 앞 능선엔 여성의 성기를 닮은 금수굴이 마주보고 있어 자연의 오묘한 조화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10분 후엔 정원암. 모진 풍랑으로 인해 바닷가에 있어야 할 대형 수석같은 바위가 산속에 있어 신기롭기까지 하다.

          정원암. 이름의 기원은 알 수 없고 집 정원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산행팀은 이렇게 명명했다. 고래가족바위라고.

정원암을 지나면 이때부터 억새밭. 갑자기 다른 산에 온 느낌이다. 15분쯤 뒤 주봉인 연대봉. 연대봉에는 사실상 전망대 역할을 하는 봉화대가 있다. 고려 의종때인 1160년께 설치된 이후 연대봉 또는 봉수봉으로 불렸다.
         봉수대가 위치한 천관산 연대봉.

남쪽으론 완도의 신지 고금 약산도 등이 올망졸망 떠있고, 동쪽엔 고흥의 팔영산이, 서쪽엔 두륜산이, 북쪽엔 월출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맑은 날엔 멀리 한라산과 담양의 추월산, 속리산 문장대도 보인단다.

정상을 지나 하산길에 다양한 형태의 기암괴석들이 능선 좌우에 널부러져 있다. 
   
 하산은 환희대 방향. 시든 억새가 바람에 휘날리는 가운데 헬기장을 지난다. 오른쪽 멀리 제석산 사지봉과 일임산이 보이며 정면에는 천관산의 자랑인 기암괴석이 가까이 다가온다. 10분쯤 뒤 대장봉의 정상인 환희대. 이곳에 오르면 누구나 성취감과 기쁨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대부분 이곳에서 활짝 웃으며 기념촬영을 한다.
대장봉의 정상인 환희대. 이곳에 오르면 누구나 성취감과 기쁨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역시 이렇게 명명했다. 의자바위.

바위 꼭대기에서 아홉마리의 용이 노닐었다는 구룡봉은 이곳에서 15분 거리. 도중에 부부처럼 정답게 서있는 부부봉, 관세음보살이 불경을 실었던 돌배의 돛대를 닮았다는 진죽봉이 옆능선으로 펼쳐진다.
천관산 환희대에서 구룡봉으로 가는 도중 만나게 되는 기암괴석. 제일 왼쪽 암봉이 관세음보살이 불경을 실었던 돌배의 돛대를 의미하는 진죽봉이다.
구룡봉 아래 서있는 아육왕탑.

구룡봉에는 금정산 금샘과 같은 웅덩이가 수십 개 있고 일부는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발밑에는 인도의 아육왕이 신병(神兵)으로 하여금 하룻밤 사이에 인도와 우리 나라에 탑을 쌓게 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아육왕탑도 보인다.


 되돌아와 환희대를 거쳐 본격 하산길로 내려가며 각양각색의 기암을 감상하자. 하늘을 떠받치는 듯한 천주봉(天柱峯)과 대세봉, 노승의 인자한 얼굴을 연상시키는 노승봉을 지난다. 종봉(鐘峯) 바로 밑 샘터가 있는 금강굴에 닿으면 산행은 거의 막바지.

20여분 뒤 체육공원과 장천재(長川齋)에 잇따라 닿고 여기서 2~3분이면 들머리였던 도립공원 관리사무소. 장천재는 조선 후기 실학자 존재 위백규 선생을 위시한 장흥 위씨의 문중 사우(祠宇). 주변엔 600년된 소나무와 절정인 단풍나무, 때이른 동백꽃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 떠나기 전에

천관산은 전남 장흥군의 진산이다.

고려를 멸망시킨 이성계 장군이 전국의 명산을 찾아 다니며 산신께 기도를 올리며 조선을 세우는데 허락을 얻었다 한다. 그런데 유독 천관산과 지리산만 반대를 하자 정권을 잡은 이성계가 고흥군으로 지명을 바꿔 산을 유배 보냈다는 것이다. 그만큼 천관산은 하늘을 찌를듯이 불쑥 솟아 오른 암탑의 기개가 도도하고 거침없다.

천풍산(天風山) 지제산(支提山) 불두산(佛頭山) 우두산(牛頭山)으로도 불리는 천관산의 현재 이름은 그 모습이 천자의 면류관과 같다하여 붙여졌다.

지난 1988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천관산은 신라의 명장 김유신 장군을 사랑한 기생 천관녀가 숨어 살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한때 천관산은 수림의 바다였다. 고려시대때 원나라가 일본을 침략하기 위해 천관산의 나무를 잘라 900여척의 배를 건조하였다는 조선장(造船場) 터가 지금도 관산읍 죽창리에 남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천관산 정상부는 오묘한 기암괴석과 함께 억새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을 뿐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으로 변해 버렸다.

천관산의 산행은 서둘지 말자. 정교하게 쌓아 올린 예술품과도 같은 구룡봉 밑의 아육왕탑, 하늘을 향해 솟은 온갖 바위들의 이름과 그 속에 간직하고 있는 전설을 생각하며 가급적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자. 땀을 흠뻑 내기 위한 뜀박질 산행보다는 느긋하고 편안하게 즐기고 감상하는 산행을 하면 산의 진면모를 볼 수 있다.

# 교통편
천관산이 위치한 전남 장흥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부산 서부터미널(051-322-5433)에서 장흥행 시외버스를 탄다. 오전 6시30분을 첫 차로 하루 16차례 출발한다. 1만7천원. 장흥시외버스터미널에서 관산읍행 직행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관산읍 관산중 앞에서 하차한다. 정류장에서 천관산 주차장까지 걸어서 25분 정도. 택시를 이용하면 기본 요금. 문의 장흥군청 문화공보실 (061)860-0227.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순천IC에서 나와 이정표 기준, 여수 벌교 17번 국도~2번 17번 국도 벌교 여수~2번 국도 벌교 낙안민속마을~순천 청암대학에서 좌회전~2번 국도 보성 벌교~2번 목포 장흥~장흥~천관산 39㎞~23번 관산 천관산~837번 지방도 관산~천관산 장천재 순으로 가면 된다.

※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산행대장 =
이창우

음식 갈대 한약 한우 … 입맛대로 골라 가을축제 현장으로

 
 유난히 파랗고 높은 청명한 가을 하늘. 일년 중 가장 나들이하기 좋은 쾌적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 지자체에서는 잇단 축제를 마련, 전국의 관광객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축제의 주제 또한 먹을거리 갈대 역사 유적 탈춤 한약재 등산 등 선택의 여지가 아주 많아 자녀 교육 등 가정 형편에 따라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이 가을 한번쯤 가봤으면 하는 가을 축제를 선정, 추천한다.
  
#축제로 남도땅이 떠들썩

     
예부터 남도 음식은 누가 뭐래도 전국 최고로 손꼽힌다. 오죽했으면 미식가들은 천하절색을 마다하고 남도의 여성을 배우자로 삼으려 했을까. 이런 남도의 맛깔스런 전통음식과 멋 그리고 풍류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축제가 열린다. 오는 9~13일 순천시 낙안읍성민속마을에서 개최되는 제15회 '남도음식문화 큰 잔치'가 바로 그것.

올해부터 전남도 대신 순천시가 도맡아 전시 위주에서 관광객들이 출품작을 맛볼 수 있게 콘셉트를 바꿨다. 전남도 22개 시군이 모두 부스를 만들어 출품작을 판매할 계획이라는 것.

또 남도 발효음식 역사관, 발효식품 생태환경관, 남도 차와 그릇 전시관, 남도 전통민속주 특별관 등 기획전시를 비롯해 남도 음식대전, 다문화가정 음식열전, 푸드스타일링 열전 등 경연대회도 마련된다.

 체험마당으론 낙안읍성 체험, 수문장 교대식, 다문화가정 합동 전통혼례도 마련된다. 행사장 인근에는 전국에서 물좋기로 소문난 낙안온천도 있어 피로는 반드시 여기서 풀고 가자.

     순천만 갈대(위)와 용머리 전망대에서 본 순천만 전경. 

'2008 순천만 갈대축제'는 28일~11월 4일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여수반도와 고흥반도에 에워싸인 순천만은 총연장 40㎞, 개펄 2640만 ㎢, 갈대밭 99만 ㎢로 단일 갈대군락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겨울이면 흑두루미 재두루미 검은머리물떼새 등 국제적 희귀종도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다.

순천만은 사실 갈대축제가 아니더라도 이맘때면 전국의 관광객들이 마치 성지순례를 하듯 즐겨 찾는 명소 중 명소. 순천만 둘러보기는 거의 동선이 정해져 있다. 먼저 대대포구 입구에 위치한 '순천만 자연생태관'에서 순천만을 대략적으로 예습한 후 대대포구로 장소를 옮겨 소설 '무진기행'의 주무대를 둘러보자. 포구 입구엔 '무진길'이라 적힌 안내판도 보인다.
 철새 탐조선과 순천만의 그 유명한 낙조도 빠뜨리지 말자. 탐방로를 지나 산으로 20분쯤 오르면 용머리 전망대를 만난다. 이곳에서 보는 순천만의 낙조는 일대 장관이다. 축제 기간에는 갯벌체험 철새체험 등 다양한 체험활동과 각종 음악회 및 인형극도 열린다.

 섬진강을 끼고 있는 곡성군은 '2008 심청축제'를 2~5일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개최한다. '효' 축제인 심청축제에선 한복을 갈아입고 큰절을 올리는 효행체험 등 현대인들에게 잊혀져가는 전통의식을 아련하게 떠오르게 해준다. 축제장소인 섬진강 기차마을에는 전라선 폐선을 활용, 증기기관차를 타고 17.9㎞의 섬진강변을 달리는 옛 기차역이 있어 최근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 인근에는 섬진강 자연생태공원, 구산선문 중 하나인 태안사, 천년고찰 도림사가 위치해 있어 이래저래 볼거리가 넘쳐난다.

산꾼들을 위해선 장흥 천관산 정상 연대봉과 억새능선상의 환희대 사이에서 5일 천관산 억새제가 열린다.

전북 김제에선 5일까지 추수를 앞두고 농경문화를 소재로 한 '지평선 축제'가 김제 벽골제에서 열린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이곳에선 황금물결이 넘실대는 들판을 바라보며 한 폭의 동양화 속 주인공이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축제 기간에는 황금벌판 우마차 여행, 벼 추수 체험, 메뚜기 잡기, 가마니 짜기, 새끼 꼬기, 허수아비 만들기, 연날리기, 짚 공예 등 농경문화와 관련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지평선 축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문화관광부 선정 '최우수'로 선정될 만큼 내실있고 알차다.

 
전북 고창에는 오는 18~21일 고창 모양성제가 열린다. 단종 원년 외침을 막기 위해 전라도민이 축성한 자연석성곽인 모양성(고창읍성)은 선운사,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고인돌군과 함께 고창을 대표하는 볼거리. 머리에 돌을 이고 모양성곽 위를 걸으면 무병장수하고 극락승천한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와 축제기간에는 많은 사람이 찾는다.



#영남지역 축제도 많고 많다

안동 국제탈춤 페스티벌은 5일까지 하회마을 등 안동시 일원에서 열린다. 지난 1997년 처음 열린 이래 2001~2006년 6년 연속 문화관광부 선정 최우수 축제로 선정되고, 지난해 말에는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뽑힐 만큼 콘텐츠가 탁월한 데다 관광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특히 이 행사는 외국인 선호도에서 전국 축제 중 1위여서 축제기간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

'신명나는 탈춤, 살맛나는 세상'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에는 국내 19개 탈춤 공연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리투아니아 등 7개국 10개팀의 공연 등 모두 250여 개의 크고 작은 행사가 펼쳐진다. 또 세계 각국의 탈 500여 점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세계 탈 특별전시회도 개최된다. 일반인들을 위한 탈춤 따라 배우기 자리도 마련된다. 축제장 곳곳에는 헛제삿밥과 간고등어 등 안동 지역 전통 음식도 맛볼 수 있다. 탈춤 이외에도 안동을 찾으면 하동마을과 만송정 솔숲, 낙동강 건너편에 위치한 부용대의 절경도 빠뜨리지 말자.

 경북 영천 한약축제는 2~5일 영천시 금호강 둔치에서 열린다. 영천은 연간 7000t의 한약재가 거래되는 전국 최대의 한약재 유통시장이 있는 한방도시. 예부터 '아무리 구하기 힘든 한약재도 영천에 오면 구할 수 있다'는 속설이 퍼질 정도로 거래되는 품목과 약종이 다양해 480여 가지에 이른다.

사상체질 진단과 수지침, 봉침, 약초천연염색, 약초 썰기, 한약 달이기, 중국 전문인 발 치료 등 다양한 체험과 한의사 무료진료 행사, 한약재 할인행사도 펼쳐진다.

전국 유일의 등 축제인 남강유등축제는 12일까지 진주 남강 및 진주성에서 열린다. 남강유등축제는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남강에 유등을 띄웠던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한다. 그해 10월 김시민 장군이 2만 명의 왜군을 맞아 싸울 때 성 밖의 지원군과 군사신호로 풍등(風登)을 올리며 횃불과 함께 남강에 등불을 띄운 데서 비롯됐다.

2006~2008년 3년 연속 문화관광부 선정 최우수 축제로 선정됐으며 지난 2월 일본의 한 여행전문지의 조사에서 '10월에 가장 가보고 싶은 축제'로 뽑히기도 했다. 축제 땐 3만 개나 되는 국내외 유등과 2만3000개의 소망등이 서로 자태를 뽐내며 남강에 펼쳐져 마치 환상의 '빛의 나라'를 연출한다. 남강에 부교와 유람선도 띄운다.

 10~14일 함양 물레방아축제 기간에는 지리산 흑돼지 한마당 잔치가 펼쳐진다. 1000마리의 흑돼지를 잡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판매도 하는 이번 흑돼지 잔치에선 500여 명이 한꺼번에 구워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 광장을 마련한다. 흑돼지 홍보관에선 흑돼지 구별법 및 부위별 구분법도 설명한다.

산꾼들을 위한 축제도 있다. 대한산악연맹 울산시연맹은 5일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 작천정 입구에서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울리는 영남알프스 억새축제'를 개최한다.

#멀리갈 필요있나 부산에도 축제 열린다

부산의 청정지역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고장' 기장군 철마면 장전천 들녘에선 2~5일 '철마한우 불고기축제'가 열린다. '자연으로 떠나는 맛있는 가족여행'이라는 주제로 이번 행사는 다양한 볼거리와 한우의 맛이 함께 어우러지는 체험형 가족축제.

올해로 네 번째인 이번 축제는 내용이 상당히 알차다. 우공제를 시작으로 3대윷놀이, 남사당패의 외줄타기, 12발채상놀이 등과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하는 '최장 길이 인절미 만들기에 도전'하는 이벤트도 마련된다. 또 장윤정 조항조 박현빈 등 인기가수 공연과 아마추어 철마한우장사씨름대회도 열린다. 농촌 경험이 적은 어린이들을 위해선 벼베기, 타작체험, 메뚜기잡기, 다듬이질, 맷돌질, 절기찧기, 인절미만들기, 볏짚엮기 등도 마련된다. 축제기간에는 철마한우고기를 20% 특별할인하고, 기장청정농수산물도 저렴하게 판매한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축제로 유명한 자갈치 축제는 8~12일 열린다. 이번 축제는 직접 자갈치 아지매가 돼 수산물도 날라보고 생선을 잡아보는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는 '나도 자갈치 아지매' 행사와 붕장어 먹장어 민물장어 등 '장어종류 선별하기 대회' 등 시민들이 함께하는 행사가 대폭 확대됐다. 축제 기간에는 남항과 송도를 오가는 유람선이 무료로 운행된다.

5~7일에는 동구 초량동 상하이 거리에서 '차이나타운 축제'가 열린다. 중국 전통 용춤과 사자춤이 시연되며 수타면 시범 등 중국 전통문화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2년 연속 100만 명 이상이 찾았을 정도로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한 '부산 불꽃축제'는 오는 17~18일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과 광안대교 일원에서 개최된다.



 

 산행을 하다 보면 눈요기꺼리가 제법 있답니다. 만일 이런 볼거리가 없이 그냥 산만 타고 귀가한다면 아마도 절반 이상은 향후 산에 가지 않을 겁니다.
 잘 생긴 분재같은 소나무라든지, 희귀한 야생화나 좀처럼 보기드문 새, 그리고 발아래 펼쳐지는 귀똥찬 조망이 우선 떠오르는 예가 아닐까요.
 그 중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남녀 성기를 닮은 바위일겁니다. 사실 우리네 시골 마을 어귀에는 신성시되는 이러한 성기 모양의 바위가 제법 있습니다. 하지만 산속에는 드뭅니다.
 재수좋게 우연히 발견한 몇 개의 바위를 소개합니다.

#의성 금성산~비봉산 남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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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에 의지해 암릉을 내려와(왼쪽) 전망대에서 뒤돌아보면 앞서 내려온 암릉의 맨 우측 끝단 소나무 아래 남근석이 절묘하게 걸쳐져 있다.

 경북 의성군 너른 벌판 위에 마주보고 우뚝 선 두 산은 흔히 종주 코스로 애용됩니다. 걷는 시간만 5시간 정도.
 신라 천년고찰 수정사를 경계로 마주보고 있는 두 산의 산세는 확연히 다릅니다. 금성산(530m)이 무엇이든 품에 안을 것 같은 넉넉함을 갖춘 반면 봉황이 날아가는 듯한 형상인 비봉산(671m)의 능선은 아스라한 절벽을 이룬 암릉길로 멋도 있고 타는 재미가 있지요.
 남근석은 비봉산에 있지요. 금성산과 비봉산을 정상을 지나 하산길에 있지요. 수직절벽과 기암괴석을 오르내리다 약 15m쯤 되는 수직절벽을 밧줄에 의지해 내려간 후 바로 산길로 가지말고 왼쪽의 전망대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여기서 고개를 돌려 방금 내려온 암벽의 맨 우측 끝단 소나무 아래를 보면 남근석이 기암절벽에 걸려 있죠. 그야말로 절묘한 위치입니다. 이 남근석은 이 산을 찾았다고 해서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칫 잘못하면 놓치기 십상입니다.

#장흥 천관산 양근석과 금수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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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성기를 닮은 바위와 굴인 양근석(왼쪽)과 금수굴. 신기하게도 마주보고 있다.

 천관산(723m)은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내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입니다. 웬만한 산꾼이라면 벌써 다녀왔거나 아니면 한번쯤 가봤으면 하고 벼르고 있을 꽤 이름있는 산이랍니다.
 천관산은 한마디로 기암괴석의 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상상도 못할 만큼 오묘한 수석전시장을 방불케 합니다. 천재 조각가들의 불후의 명작을 산 전체에 골고루 진열해놓은 듯합니다.
 조선시대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천관사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오똑한 것, 숙인 것, 우묵한 것, 입벌린 것, 울퉁불퉁한 것 등 기이한 암석이 많다'는 대목은 이를 잘 대변해주고도 남습니다.
 천관산은 또 억새 명산입니다. 가을이면 산사면이 온통 누른 억새의 물결로 넘쳐납니다. 여기에 막힘없는 다도해 국립공원의 조망은 그 어느 명산이 흉내낼 수 없는 자랑이기도 합니다.
 이 천관산에는 남녀의 성기를 닮은 바위와 굴이 있습니다. 바로 양근석과 금수굴입니다.
 양근석은 천관산 등산을 하면 놓칠 수가 없습니다. 등로 바로 옆에 있으며 커다란 안내판과 친절한 설명이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힘차게 뻗은 모양이 발기한 남자 성기를 그대로 빼닮았습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넘치는 모양새 그대로입니다. 높이는 4m 내외. 귀두를 감싼 고리는 일부로 조각해 놓은 것처럼 선명하게 파여 있죠. 또 바위의 뿌리에는 불알 모양으로 둥근 바위 두 개가 붙어 있습니다. 자연석이 이처럼 비례에 맞추어 완벽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이 바위가 유일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천관산에는 여성 성기의 모양을 한 굴도 있습니다. 양근석이 위치한 능선과 마주보는 능선상에 여성의 성기를 빼닮은 금수굴이 있어 자연의 오묘한 조화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제천 월악산 남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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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주사 입구의 남근석과 월악산 정상인 영봉.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비운의 마의태자와 그의 누이 덕주공주의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는 월악산에도 남근석이 있답니다. 풍수지리적으로 볼 때 월악산은 음기가 왕성한 산. 여기에 덕주사 뒷편인 제천시 수산면 수산리 쪽에서 바라보이는 월악산은 영락없는 누워있는 여인의 얼굴모습을 빼닮았습니다.
 해서, 옛 선조들은 월악산의 음(陰)의 지기(地氣)를 누르고 음양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남근석을 세웠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월악산의 음기를 중화시키고자 세운 남근석이 아들을 바라는 여인들의 소망을 기원하는 대상으로 변해 윗부분이 잘려나가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주고 있습니다.


 남자 성기를 닮은 버섯도 덤으로 소개합니다.
 표충사에서 보이는 다섯 봉우리 다시 말해 '재약5봉' 중 하나인 필봉을 오르면서 조우한 성기를 닮은 버섯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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