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라고 부르기엔 유난히 덩치가 큰 지리산. 지리산은 경남 하동 함양 산청, 전남 구례, 전북 남원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산괴다. 함양 산청 남원은 동서로 뻗은 지리산 주릉의 북쪽 땅에, 구례와 하동은 남쪽 땅에 위치해 있다.

 피아골은 전남 구례, 불일폭포는 구례와 인접한 화개장터로 유명한 경남 하동에 위치해 있다. 남해고속도로 하동IC로 나와 섬진강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19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한다. 피아골 입구 연곡사와 불일폭포의 들머리인 쌍계사는 차로 10분 거리.


6.25 당시 치열한 격전지 '三紅' 피아골
핏빛 단풍으로 불릴 정도로 아주 고와
피아골 대피소까지 도보로 1시간30분
 
'삼홍' 피아골 단풍

 피아골 단풍을 두고 남명 조식 선생은 '산이 붉게 타니 산홍(山紅)이요, 단풍에 비친 맑은 소(沼)가 붉으니 수홍(水紅)이요, 골짝에 들어선 사람도 단풍에 취하니 인홍(人紅)이라' 노래했다. 그 유명한 삼홍시(三紅詩)다.

만추 피아골은 환상 그 자체.

피아골 하산길의 만산홍엽.


 피아골 단풍 트레킹은 천년 고찰 연곡사에서 시작된다. 신라 진흥왕 때 연기조사가 화엄사와 함께 세운 연곡사는 신라 사찰의 지리산 입산 1호 사찰.

 이 절을 지나칠 수 없는 이유는 국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동부도(국보 제53호)와 북부도(〃 제54호)가 있기 때문이다. 선홍빛 단풍과 동부도의 환상적인 조화는 사진 작가들의 단골 출사지로 손꼽힌다.

 연곡사에서 직전마을 피아골 입구까지는 2㎞. 피아골 입구엔 공용주차장이 없어 차는 대개 연곡사 인근 대형 주차장에 세운다. 굳이 차를 고집하겠다면 식당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물론 산행 전후 식사는 필수.

  피아골의 어원이 되는 '직전(稷田)마을'은 오곡 중 하나인 피(기장)를 가꾸는 밭 즉 피밭이 있던 마을이다. 해서 처음에는 피밭곡(稷田谷)으로 불리다 자연스럽게 피아골로 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직전마을 주민들 중 피 농사를 짓는 가구는 없다. 그 유명한 피아골 다랑이논의 위치를 묻는 질문에 한 주민은 경남 남해에 가면 볼 수 있다고 했다. 격세지감이다.


 피아골 단풍은 알록달록한 티가 없이 그냥 붉다. 그래서 핏빛 단풍이라 불린다. 피아골이 6·25 전쟁 때 빨치산과 국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격전지여서 당시 망자들이 흘린 피 때문이라고 한다. 함태식 선생은 "1984년 피아골 대피소 건립 때 이곳에서 인골 한 트럭분이 나왔다"고 말했다.

 단풍이 목적이라면 피아골 대피소(4㎞)까지만 가면 된다. 1시간30분쯤 걸리지만 선유교 삼홍교 구계포교 선녀교 등 4개의 다리를 왔다갔다하며 계곡의 비경과 선홍빛 단풍을 렌즈에 담다 보면 훨씬 더 걸릴 수도 있다. 고개를 들면 핏빛 단풍이 물들어 있고, 머리를 숙이면 맑은 계곡물이 수줍은 듯 단풍빛을 토해내는 절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흔들다리인 구계포교.

 피아골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삼홍교까지 35분, 흔들다리인 구계포교까지 17분, 대피소 입구 선녀교까지 43분 정도 잡으면 된다. 산꾼들은 노고단~임걸령~피아골의 4시간30분 코스나 반선~뱀사골~화개재~임걸령~피아골의 8시간 코스로 등산할 수도 있다.

3 0~31일 피아골 일원에서는 '삼홍(三紅)과 함께하는 오색단풍 여행'이란 주제로 제34회 피아골 단풍축제가 열린다. 지난 23일 피아골 삼홍교와 구계포교 중간쯤까지 내려와 물들고 있을 단풍은 오는 31일쯤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쌍계사에서 불일폭포까지 2.4㎞, 1시간 걸려
60m 높이 불일폭포 주변은 화엄 세계 방불케 해
단풍은 이번 주 보다 다음 주에 더 좋을 듯

 
화엄 세계 따로 없는 불일폭포

 겸재가 그려 더욱 유명해진 불일폭포도 피아골 단풍과 마찬가지로 '지리산 10경' 중 하나. 60m  높이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줄기 때문에 여름철에 주로 찾는다. '지리산 시인' 이원규도 그의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에서'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려면,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라고 표현했을 정도.

하지만 만추의 불일폭포도 폭포의 장엄함과 함께 폭포 옆 기암절벽을 울긋불긋 뒤덮는 화려함이 어우러져 마치 화엄의 세계를 방불케 한다. 

불일폭포에서 불일평전으로 하산하는 등산객들.

 불일폭포 가는 길의 들머리는 화엄사와 함께 지리산에서 가장 관람객이 많은 쌍계사. 최치원이 짓고 친필로 쓴 것으로 알려진 진감선사 대공탑비(국보 제47호)를 잠시 둘러보고 9층 석탑 좌측 계단으로 올라선다.


 쌍계사에서 불일폭포(옆 사진)까지는 2.4㎞. 처음 300m는 가파른 돌계단이라 힘들다. 이후 쉬엄쉬엄 걸어도 1시간이면 닿는다. 도중 쌍계사의 유일한 산내 암자인 국사암 갈림길도 만난다. 200m 정도 거리여서 잠시 다녀오자. 문 앞을 지키는 1200년 된 느티나무를 놓치지 말자. 가지가 사방 네 갈래로 뻗은 이 거목은 일명 사천왕수(四天王樹)로 불린다.

 최치원이 지리산에 은거하면서 학을 불러 타고 다녔다는 환학대를 지나면 뜻밖에도 너른 평지가 기다린다. 세석평전 돼지평전처럼 지리산에서 몇 안 되는 평전이다. 불일평전이다. 3년 전 작고한 변규화 선생이 30여 년간 머문 '봉명산방'이라는 작은 휴게소가 있다. 마당에는 변규화 선생이 만든 한반도를 닮은 작은 연못과 소망탑이 보인다.

 불일폭포는 휴게소에서 10분 거리. 가파른 오르막 끝에 불일암이 있고 그 아래로 내려서면 폭포가 보인다. 피아골보다 해발이 낮아서인지 폭포 주변에만 단풍이 약간 물들어 있을 뿐 아직은 초록이 우세하다.

불일암에서 본 풍광. 담을 낮춘 운치가 엿보인다.

화개골에 살며 이곳을 가끔씩 찾는 여성 산악인 남난희 씨는 "지리산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단풍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했다. 피아골은 이번 주말, 불일폭포는 그 다음 주말까지 기다려야 단풍을 볼 수 있을 듯하다.

■ 지리산 능선을 닮은 함태식·남난희

 함태식 선생(아래 사진)은 현재 환경부 촉탁직을 맡아 연곡사 입구 작은 통나무집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 소임은 '지리산 지킴이'로 매일 오전 9시에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한다. 피아골 탐방지원센터 한 쪽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


 피아골 산행에 동행할 수 없느냐는 요청에 "난 이제 국가의 녹을 먹고 있어 근무해야 하며, 지금은 젊은이들과 보조를 못 맞춘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대한산악연맹 부산연맹이 주최한 '부산산악문화축제'에서 지리산 보존과 한국 산악문화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금정대상을 받았다. 뒤늦게 소감을 묻자 "산에서 쫓겨난 늙은이 위로할려고 준 거야. 그래도 막상 받고 나니 가슴이 뭉클해지더라고. 큰 상도 받았는데 남은 삶을 지리산을 위해 바쳐야지."


 산에서 내려온 그는 요즘 무척 기운이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체중도 3㎏나 쪄 63㎏, 허리도 2인치 늘어 36인치라고 했다. 평지를 걸으면 중심이 약간 흔들린다고도 했다. "여기도 산이잖아요"라는 농담을 던지자 "피아골 대피소가 있는 해발 900m는 돼야 산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뜸 케이블카 얘기를 꺼냈다. "비록 난 환경부 직원이지만 지리산 케이블카는 절대 반대야. 몸이 불편한 사람도 산에 오를 권리가 있지 않느냐고 하는데 난 대를 위해선 소를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해."

 여성산악인 남난희 씨는 얼마 전 17세 아들과 단둘이 백두대간 종주를 끝냈다. 그는 지리산 자락에서 자연을 무대로 뛰놀던 아들이 대간 종주를 통해 어른이 돼 가고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한때 국내 산악계를 호령하던 그가 지금은 비록 산을 내려왔지만 아들만은 산과 소통하며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여성 산악인 남난희.

뭐랄까, 함태식 선생은 부드러우면서 꼿꼿함이, 남난희는 투박하면서도 섬세한 분위기가 풍겨나왔다. 아마 지리산 덕분일 게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지리산의 능선을 빼닮았다.

■ 가볼 만한 단풍 축제

단풍이 남쪽으로 그 세력을 떨치고 있다. 단풍이 특히 고운 산을 끼고 있는 전국 각 지자체들은 축제를 마련해 산꾼들을 유혹하고 있다.
 
 전남 장성군 백암산 기슭에 위치한 고불총림 백양사에서는 11월 5~6일 백양단풍축제가 열린다. 대한8경 중 하나인 백암산 백양사 단풍은 전국에서 가장 선명하고 빛깔이 고운 애기단풍으로 유명하다. 쌍계루의 단아한 자태와 백암산 중턱의 백학봉의 멋진 조화가 일품이다.
 
 이웃한 내장산에서는 31일 내장산단풍 부부사랑축제가 열린다. 내장산 단풍은 금산사의 벚꽃, 변산반도의 녹음, 백암산 설경과 함께 호남4경으로 손꼽힐 정도로 아름답다. 걸출한 산세 또한 일품이라 산꾼들이 즐겨 찾는다.

피아골과 쌍벽을 이루는 지리산 뱀사골은 지난 24일 '단풍이 없는 단풍제'를 개최했다. 하지만 단풍은 피아골과 마찬가지로 이번 주말부터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서 가장 단풍이 늦게 물드는 전남 해남 두륜사 대흥사(아래 사진)에서는 올해부터 축제는 없지만 11월 6~14일 아름다운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전남 해남 두륜산 대흥사 부도전.

지리산 핏빛 단풍 소식 (1)편은 여길(http://hung.kookje.co.kr/508)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지리산은 단풍 절정


'가을의 전령' 억새 사진이 신문 1면을 장식한 게 엊그제 같은데 설악에서 출발한 단풍이 시나브로 우리네 가슴 속으로 다가왔습니다.
 
 가을 산의 정취는 누가 뭐래도 단풍입니다. 산꾼들은 요즘 신이 났겠지요. 단풍의 남하 속도와 보조를 맞춰 산행을 떠나는 호사를 누리고 있을 테니까요. 평소 산에 눈길 한 번 안 주던 '아줌마 부대'도 연중 행사로 관광버스나 열차에 몸을 싣고 단풍놀이를 떠나겠지요. 우리 산하는 지금 제 몸을 태워 온 산을 붉게 만들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화려하고도 요염한 단풍 시즌입니다.

이번 주말 지리산 피아골 단풍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과 지리산 국립공원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비가 많이 내린 가운데 일교차도 커 올 단풍은 예년에 비해 아주 곱다고 합니다. 사실이었습니다.

지난주 지리산에 다녀왔습니다. 언제나 그 아름다움을 칭송받고 있는 지리산 단풍도 핏빛  아우성으로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산기슭이나 계곡 허리춤은 비록 봉홧불 수준에 그치고 있었지만 1000m 주릉 주변에는 이미 거대한 들불로 번지고 있었습니다. 이번 주말이면 지리의 이 계곡, 저 골짝 구석구석에도 온통 피바다로 물이 들 것 같습니다.


이번 단풍 여행에는 피아골과 불일폭포(우측 사진) 두 곳을 택했습니다. 피아골 단풍이야 '지리산 10경(景)'에도 포함돼 있을 만큼 단풍에 관한 한 명불허전일 테고, 여름에 주로 찾는 남부능선 쪽의 불일폭포는 수년 전 지리산에서 만난 한 산꾼이 만추의 불일폭포가 생각보다 아름답다고 한 말을 떠올렸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선 또 생각지도 못했던 지리산 사람을 만났습니다. '지리산 호랑이' 함태식(82) 선생이었습니다. 지난해 5월 피아골 산장을 마지막으로 40년간의 산 생활을 정리하고 하산, 지금은 피아골 입구 작은 통나무집을 사무실로 쓰며
지리산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단풍을 취재하러 왔다는 말에 함 선생은 "피아골 대피소 샘터 옆 계곡 아래 등이 휜 단풍나무가 가장 늦게 물들고 가장 아름답다"며 "그 나무를 꼭 소개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1967년 지리산이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될 때 숨은 공신이었으며, 이후 '지리산 호랑이 역할'을 자임하며 산 사랑을 실천하셨던 선생의 여전한 지리산 사랑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화개골의 여성 산악인 남난희 씨도 다시 만났습니다. 당시 인연이란 말을 유난히 소중히 여겼던 그는 "요 며칠 단풍 산행하느라 집을 계속 비웠는데 여전히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며 활짝 웃으며 차를 대접해 주었습니다.

불일폭포 이야기를 좀 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불일폭포는 진달래가 한창인 4월 중순과 단풍이 울긋불긋한 10월 말~11월 초가 가장 아름답다"고 말했습니다. 폭포 우측 절벽을 감싸며 불타오르는 만산홍엽의 풍광은 화엄의 세계가 따로 없다고 했습니다.

피아골과 불일폭포는 머나 먼 산행 코스 중의 일부지만 이곳만을 목표로 한다면 가족 단풍 트레킹 코스로 안성맞춤입니다. 인파가 북적이면 좀 어떻습니까. 일단 떠나보세요. 딴 세상이 펼쳐질 것입니다.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지리산 시인' 이원규의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중) 안치환은 이 시에 곡을 붙여 노래를 만들어 놓았더군요. 이동 중 한 번 들어보세요.

지리산 피아골 입구 연곡사가 단풍에 물들었다. 국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연곡사 동부도(국보 제53호) 및 동부도비(보물 제153호)를 감싸고 있는 선홍빛 단풍은 전국의 아마추어 사진 작가들의 발걸음을 지리산으로 옮기게 한다.

지리산 핏빛 단풍 소식 (2)편은 여길(http://hung.kookje.co.kr/509)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지리산에도 봄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지리산 10경 중 하나로 겨우내 꽁꽁 얼어 있던 불일폭포가 녹기 시작했습니다. 불일폭포로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 유명한 하동 화개골 쌍계사에서 오르는 길이 하나 있고, 또 하나는 쌍계사의 유일한 산내암자인 국사암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길이 바로 그것입니다.

쌍계사에선 2.4㎞로 상대적으로 먼 데다 오름길의 연속이어서 꽤 힘이 들지요. 해서 국사암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것이 비교적 쉽고 길이 부드러워 이곳을 들머리로 잡았습니다.

 이 길은 지리산 남부능선 삼신봉으로 이어지지만 가파르기만 하고 조망이 좋지 않아 눈밝은 산꾼들은 들머리로 애용하지 않고 날머리로 이용합니다.

하지만 불일폭포까지의 이 길은 부드럽고 봄이면 진달래가 지천이어서 아주아주 환상적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매년 4월말이면 이 길은 화엄세계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국사암은 신라 흥덕왕 때 진감 선사가 창건했습니다. 진감의 출생은 다소 독특합니다. 원래 어부 출신으로 그의 나이 36세 때 노를 젓는 고꾼으로 우연히 중국으로 갔다가 중국 승 마조 문하에 늦깎이로 출가, 동방 성인 혹은 얼굴이 검다 하여 흑두타, 즉 검은 얼굴의 부처로 존경받는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참고하시길.

               눈에 봐도 겨울은 가고, 산꾼들의 복장도 그렇고 봄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산행
초입부분입니다.

고운 최치원과 관련된 전설이 내려오는 바위로 환학대라고 합니다.





산길을 걷기 시작한 지 어언 45분. 일순간 뜻밖에도 너른 평지가 기다립니다. 세석평전 돼지평전처럼 지리산에서 몇 안되는 산중 너른 터인 불일평전입니다. 이곳에는 재작년 작고한 변규화 옹이 30여 년간 머문 일명 '봉명산방'이라 불리는 불일평전 오두막이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불일폭포휴게소'입니다. 해발은 600미터 정도라고 합니다. 이 오두막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 노고단이라고 합니다.

                 아직도 봉명산방에는 그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고 변규화 옹은 1967년 성균관대 졸업 후 바로 출가했습니다. 4년 뒤인 1971년 환속해서 1978년 이곳 불일평전에 조그만 초막을 하여 짓고 결혼해서 살았지만 1986년 상처한 후 작고하기 전까지 홀로 외롭게 지내셨지요.

변성배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불일평전 봉명산방의 이 시선 같은 사람은 텁수룩하게 길게 자란 수염으로 지리산에서도 이름난 털보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지난해 5월 지리산 종주 200회를 하신 부산 산꾼 이광전 씨는 그의 저서 '지금도 지리산과 연애중'에서 고 변규화 옹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수염으로 보면 70대 노인 같았으나 맑고 해맑은 웃음과 잔잔한 목소리를 들으면 30대로도 보인다'.

봉명산방이란 이름은 절친하게 지내셨던 소설가 정비석 선생이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잠시 짬을 내 봉명산방과 그 주변을 둘러보겠습니다.

커다란 나무는 야생감나무인 고욤나무입니다.

연못 속의 개구리 알인 듯 합니다.

불일평전 한쪽에는 옛 야영장 옆 수돗가 내지 세면장 인듯합니다.

옛 세면장의 외형입니다.


봉명산방 옆 휴게소. 산꾼들의 쉼터인듯 합니다.

고욤나무와 쉼터.


무인판매대.

고로쇠물도 맛볼 수 있답니다.


봉명산방 좌측, 다시말해 불일평전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는 소망탑이 있습니다. 소망탑이란 글은 봉명산방을 지을 때 참여한 젊은 사람들이 바위에 음각해 만든 것이며 그 주변의 돌탑들은 땅을 고르다 나온 돌을 하나 둘씩 쌓아 올린 것입니다.

요즘에는 해빙기라 그런지 소망탑이 간혹 쓰러지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지금 이곳은 홍인수 씨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요가와 기(氣) 공부를 하는 분들입니다.

소망탑 아래에는 샘터가 있습니다. 물맛 또한 아주 좋습니다.

독일산 롯드와일러입니다. 이제 4개월 정도 됐답니다.

사람이 다가가도 깨지 않고 팔자좋게 자는 이 개는 히틀러의 경비견으로 유명하답니다. 개 역시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일평전에서 이제 불일폭포로 가는 길입니다.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봄 분위기가 나지 않습니까. 봉명산방에서 불일암까지는 6, 7분이면 충분합니다.

고로쇠 파이프도 보입니다.

불일암. 1980년대 초에 화재로 인해 완전 소실돼 사라졌으나 지난 2005년 4월 다시 신축됐습니다.

불일암 대웅전.
불일암에서 바라본 풍광입니다.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산줄기가 섬진강 너머 백운산입니다.

불일암 입구의 돌배나무.

불일폭는 불임암에서 2, 3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폭포수 소리와 함께 나무 사이로 폭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내려옵니다.
            겨우내 얼어 있던 폭포가 드디어 얼음이 녹으면서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봄이 온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폭포 쪽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놓았습니다.


불일폭포 최상류의 모습을 당겨서 봤습니다. 얼음이 거의 다 녹아 있습니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에도 바야흐로 봄이 오고 있었습니다.

                 폭포의 가운데 부분입니다. 역시 얼음이 녹고 있습니다.

불일폭포는 고려시대의 승려인 보조국사 지눌(1158~1210년)이 폭포 입구에 있는 암자에서 수도를 했답니다. 이에 고려 21대 왕인 희종(1181~1237년)이 지눌의 덕망과 불심에 감동하여 불일보조라는 시호를 내렸답니다.
그 시호를 따라 이 폭포를 불일폭포라 하였고 그가 수도하였던 암자를 불임암이라 불렀답니다.

불일폭포는 좌측의 청학봉, 우측의 백학봉 사이의 협곡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60m에 이르며 주변의 기암괴석이 잘 어울어져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하산은 쌍계사로 했습니다.

쌍계사 일주문입니다. '삼신사 쌍계사'라 적힌 편액은 근대의 명필로 이름을 떨친 해강 김규진이 단정한 예서체로 썼습니다.

한쪽편에는 산꾼들을 위한 이정표가 보입니다. 불일폭포까지는 2.4㎞.
대웅전입니다.
                        쌍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물인 국보 제47호인 진감선사 대공탑비입니다.

대웅전 앞마당에 서 있는 이 진감선사 대공탑비는 진감선사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신라 정강왕 2년(887년)에 세워진 것입니다. 고운 최치원이 쓴 사산비 중 하나입니다. 진감선사의 치열했던 생애가 최치원의 문장을 만나서 아름답게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쌍계사 마애여래좌상.

쌍계사 마애여래좌상으로 일명 마애불로 불립니다. 대중전에서 명부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바위에 조각된 이 마애불은 깊은 사색에 잠겨 있는 선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쌍계사 구층석탑.

쌍계사 구층석탑으로 고산스님이 인도성지 순례 후 스리랑카에서 직접 갖고온 석가여해 진신사리 삼과와 산내암자인 국사암 후불탱화에서 출현한 부처님 진신사리 이과 그리고 전단나무 부처님 일위를 모시고 있다고 한다.


-부산 중구 부평동시장 내 '속리산버섯'

24년간 부평동시장 내 고집, 부산서 가장 오래된 버섯요리집
가을엔 일본인 단골 많이 찾아, 밑반찬 하나같이 깔끔하고 푸짐

울릉도 취나물.

입안에 향이 돌면서 감칠 맛이 나는 물김치.


 

경북 영양산 고추장아찌.

돼지고기를 겉들인 더덕구이.


공기보다 큰 밥그릇.

자연산 송이주. 별도로 주문해야 된다.


하동 청정 김치.

매일 아침 전국 최고의 수산물 집산지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구입한 싱싱한 고등어구이.


지난해 가을 문경 대야산에 올랐다. 문경에선 문경새재를 품고 있는 문경의 진산 주흘산이 지명도 면에서 가장 앞서지만 산꾼들에게 물어보면 백두대간 대야산을 으뜸으로 칠 정도로 풍광이 아주 빼어나다. 대야산에는 '버섯 전시장'이라 불러도 될 만큼 다양한 종류의 버섯이 자란다. 당시 동행한 산꾼 심만섭 씨는 버섯이 발견되면 기자를 불러 일일히 설명해 주었다.

 하산 후 맛본 능이버섯 싸리버섯 밤버섯 솔버섯 가지버섯 등 대야산에서 자생하는 버섯을 넣은 전골은 지금도 떠올리면 입에 침이 고일 정도로 별미였다. 산지에서 자생하는 버섯 고유의 향이 이렇게 진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다음 카페 '부산맛집기행' 조성화 회장으로부터 이번 주 소개할 집이 버섯전문점이라는 얘길 듣고 잠시 떠올린 기억속의 한 대목이다.
 '속리산 버섯집'. 조 회장은 "아마도 부산서는 가장 오래된 버섯요리 전문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위치는 중구 부평동 부평동시장, 흔히 말하는 사거리시장 안에 위치해 있다. 부산의 대표적 먹을거리인 어묵가게 골목에서 불과 30~40m쯤 떨어져 있다고 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까.
 재래시장 내에 있지만 뜻밖에도 간판이랑 식당 내부가 깔끔하다. 사장 겸 주방장인 김갑임(54) 씨는 "지난해 세밑 이 시장에 화재가 발생, 새로 공사를 할 때 우리 가게도 덩달아 리모델링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점이 또 눈에 띄었다. 출입문에 송이를 의미하는 '마사다께'라는 히라가나가 보인다. 김 사장은 "한곳에서 24년쯤 버섯요리 전문점을 하다 보니 제법 유명세를 타 가을이면 우리집 송이요리를 맛보기 위해 부산을 찾는 일본인들이 제법 있다"고 덧붙였다.
 일행은 조 회장과 부평동에서 의료기상사를 운영하며 이 집을 자주 찾는 '부산맛집기행' 회원 최명호 씨 등 3명. 최 씨의 안내로 더덕구이 중간 크기(1만 원)와 버섯전골 작은 것(1만 원)을 주문했다. 전골은 밥과 함께 나온다. 메뉴판에는 자연산송이 전골, 구이 등이 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김 사장은 "송이의 경우 고향인 산청과 그 주변인 함양 거창 등 지리산 권역에서 채취한 것을 사용한다"며 "요즘엔 냉동보관기술이 발달해 향이 잘 살아 있다"고 말했다.
 돌판에 나온 더덕구이는 약간 매웠고 돼지고기가 들어 있다. "원래 버섯과 닭고기가 궁합이 좋은데 닭고기를 못 먹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바꿔봤더니 반응이 좋아요."
 취나물 무침, 고추장아찌, 물김치, 김치전, 김치, 마늘장아찌, 고등어구이가 나오는 밑반찬도 하나같이 깔끔하다. 시원한 맛에 먹는 물김치는 입안에 향이 돌면서 감칠 맛이 나고 울릉도산 취나물은 단골손님들이 가장 좋아한다. 무 배추는 하동의 밭에서 직접 키워 아예 거기서 김치를 담가오고, 마늘은 지인이 농사를 지어 직접 장아찌를 담아 보낸다. 고추는 영양 것만 사용하며 고등어구이는 매일 아침 공동어시장에서 직접 사와 아주 싱싱하다. 쌀은 하동, 흑미는 남해산이다. 식당 벽에 붙어 있는 '우리 업소는 국내산 쌀 배추 김치 돼지고기 쇠고기만 취급합니다'라는 문구가 빈말이 아니다.
 버섯전골과 밥이 함께 나왔다. 표고 양송이 새송이 백일송이 목이 느타리버섯이 주재료이다. 밥은 공기밥이 아니라 약간 더 큰 그릇이다. 육고기가 아니라 버섯이다 보니 밥을 많이 담는데도 밥을 남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버섯전골은 모순 같지만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다. 재차 맛을 봐도 그렇다. 맛깔스런 반찬과 기름진 밥 그리고 기가 막힌 버섯전골은 그야말로 밥도둑이다. 금세 한 그룻 뚝딱 비운다. 지난해 문경 대야산에서 맛본 자연산 버섯전골에 버금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버섯으로 만든 술도 있다. 더덕 영지 송이로 만든 버섯주(3000원), 자연산송이주(5000원)가 그것이다. 식사 후 영지버섯을 달인 영지차도 원할 경우 제공된다. 커피 또한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은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 김 사장은 "단지 몇천 원 차이일 뿐"이라고 말한다.
 초행이라면 찾기가 어렵다.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1호선 자갈치역 3번 출구로 나와 옛 삼보예식장을 지나 부평동 사거리로 가는 도중 우리은행 맞은편 BYC 가게로 들어오든지, 옛 미문화원 쪽 큰 도로에선 부산은행 부평동 지점에서 부평동시장 쪽으로 내려오면 만난다.
 우리은행 인근에 주차장도 있다. 시간 제한없이 무료. (051)245-0464

#주인장 한마디

배드민턴 동호인인 김갑임(사진) 사장은 배포가 큰 여장부였다. 이 불경기에 식재료와 심지어 커피까지 최고급으로 사용하는 데다 가격까지 현실적으로 받고 있어 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려울수록 나눠 먹어야죠"라며 사람 좋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불황이라 지금까지 써 오던 것을 한 단계 낮은 등급으로 낮추면 단골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도 말했다.
 김 사장의 단골들에 대한 배려는 아주 깊었다. 찾아오는 손님들의 절반이 단골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렇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단골들의 입맛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고 했다. 오늘 기자와 합석한 최 사장의 경우 평소 약간 싱겁게 드신다고 말했다. 물어보니 정말이었다.
 거의 매일 찾는 단골들을 위해선 버섯의 종류를 약간 달리하고 곁들이는 양념 또한 변화를 준다. 똑같은 맛을 내는 요리는 산해진미라도 물리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요즘에는 기억력이 점차 줄어 단골들의 취향과 입맛을 기억하기 어렵다고 한다. 단골들을 위한 맞춤식 식단도 기억력 감퇴로 이제 오락가락한다는 것. 메모라도 해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만큼 손님들을 배려하는 식당은 아마도 없을 듯싶다.
 "버섯만큼 가격에 비해 맛이 있고 영양가가 풍부한 재료가 없습니다. 아무리 먹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최고의 웰빙 식품이 아닙니까."
 단골들 중 알 만한 유명 인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었다.
 "거 있잖아요, 대학교수 유도 선수(하형주였다), 개그맨 이경규 김영철, 지금은 말해도 되나요 전경환 씨요." 약간 머쓱했던지 한마디 더 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지리산 밖에서 보는 지리산 절경
오도재 위치한 지리산 제1문 들머리로
산행시간 4시간30분… 외길 이어져

너무 가까워 지리산 천왕봉의 사태난 부분까지 보인다.

금대산 정상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 가운데 제일 높은 봉우리가 천왕봉이며 주능선 앞 우측 봉우리가 창암산이다.

 북녘의 백두산과 금강산을 제외하면 지리산은 대부분의 산꾼들이 모산으로 여기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동경의 대상이라 하면 너무 거창한 듯 하지만 하여튼 늘 가고 싶은 대상임에는 이견이 없으리라.

평소 뜸하던 산꾼들도 지리산이라 하면 배낭을 챙겨 슬그머니 버스에 몸을 싣는 것이 산악회의 일상사다. 이런 단적인 사례 하나만 보더라도 지리산의 무게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번 주 산행팀은 지리산을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다. 코끼리를 타고 코끼리 전체를 자세히 볼 수 없듯 지리산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지리산 인근의 봉우리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바로 함양의 삼봉산과 금대산이다.

서쪽에는 백두대간이 길고 긴 병풍을 치고 있고, 남북으로 각각 지리와 덕유가 첩첩이 벽을 두르고 있는 산의 고장 함양땅에서 삼봉산과 금대산은 사실 명함 내놓기가 좀 쑥스럽다.

산세로 봐서 거망이나 황석에 비할까, 해발고도로 남덕유에 갖다 붙일까. 어디 하나 뚜렷하게 내세울 것 없는 삼봉산과 금대산이 전국 산꾼들의 입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까닭은 바로 조망의 산, 다시 말해 ‘지리산 전망대'로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삼봉산과 금대산보다 지리산 주능선에 더 가까이 위치한 삼정산도 지리산 전망대라 할 수 있다. 하나, 너무 턱 밑에 있어 일부 봉우리가 인근 봉우리에 가려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삼봉산과 금대산에 서면 서쪽 끝단의 노고단을 제외한 지리산 주능선의 모든 봉우리들과 거미줄처럼 얽힌 주요 계곡들을 일일이 식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번 코스의 들머리이자 함양에서 지리산으로 가는 오도령 정상에는 볼거리인 ‘지리산 제1문'이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다. 

오도재의 지리산 제1문.

산행은 오도령(773m)~관음정~촉동 갈림길~헬기장~삼봉산(1187m)~헬기장~창원마을 갈림길~등구재~백운산(927m)~금대산(847m)~금대암 순. 삼봉산에서 남쪽으로 백운산을 거쳐 금대산으로 내달리며 동서로 장대하게 뻗은 지리산 주능선을 클로즈업하는 형식이다. 걷는 시간만 4시간30분 안팎이며 거의 외길이라 길찾기는 아주 쉽다.


오도령(悟道領)은 서산 대사의 제자인 인오 조사가 이 고개를 오르내리며 득도했다고 붙인 이름이자 가루지기전의 변강쇠와 옹녀가 전국을 떠돌다 마지막에 정착한 등구마을 인근으로 역사와 전설이 서린 곳이다.

주차장 입구의 ‘오도령'이라 적힌 이정석과 ‘지리산 제1문' 그리고 산신각을 지나면 ‘삼봉산'이라 적힌 나무팻말이 걸려 있다. 목장승길 대신 산신각 왼쪽 낙엽길로 오르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오른쪽 저 멀리 함양읍이 보인다.

산행 초입 전망대인 관음정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

80m쯤 급경사길로 오르면 전망대인 관음정. 지리산 조망을 우선 맛보기 해보라는 의미인 듯하다. 한눈에 봐도 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 시원하게 펼쳐지고, 이후 스쳐갈 금대산과 백운산 등구재는 보이지만 우측의 삼봉산은 숨어 있다. 결국 산세로 봐서 오도령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크게 도는 셈이다.

등로는 간혹 기복은 있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다. 우리네 삶처럼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기다리고, 편안한 낙엽길도 이어진다.

등로 왼쪽 첫 탈출로가 열려 있다. 함양서 지리산 가는 첫 동네인 촉동마을 가는 길이다. 인공 조림을 했는지 주변이 온통 잣나무 군락지다. 다시 오름길. 옛 헬기장을 지나 25분쯤 뒤 암봉 전망대. 거칠 것 없는 조망이 펼쳐진다. 천왕봉을 정면으로 보고 3시 삼봉산, 1시 금대산, 10시 방향으로 법화산이 보인다. 정면 발 밑으론 다랭이논과 등구마을이, 그 뒤 경사진 일자 능선이 벽송(사)능선과 광점골, 그 뒤로 두류능선과 국골, 그 다음 하봉으로 연결되는 초암능선과 그 우측으로 칠선계곡이 확인된다.

이어지는 산길. 이제 함양읍을 정면으로 보고 걷는다. 5분 뒤 능선이 휘어지면서 이정표를 만난다. 이정표 뒤로 서리산(상산) 옥녀봉 천령봉이 보인다. 여전히 부침이 심한 낙엽길을 반복하니 시나브로 두 번째 암봉 전망대에 선다. 뒤돌아 보면 읍내 쪽 상림도 확인된다.
삼봉산 정상.

10분 뒤 무명봉에 서면 앞선 전망대에서 정상이라 여기던 봉우리 뒤에 진짜 주봉이 보인다. 3분 뒤 만나는 암봉 앞에서 왼쪽으로 에돌면 이내 헬기장. 바로 직진해 밧줄을 붙잡고 오르면 집채만한 암벽. 이번엔 급경사 계단으로 내려가 완전히 떨어진 뒤 한바탕 땀을 빼면 삼봉상 정상에 올라선다. 과연 거칠 것 없는 최고의 전망대다. 주능선은 앞서 본 전망대의 그것과 큰 차이는 없고 이정표 뒤로 삼정산이 보인다. 발 아래 남원 산내면을 가로지르는 엄천강 우측으로 작은고리봉 만복대 큰고리봉 바래봉 덕두산도 희미하지만 식별된다.
산행 내내 지리산 주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백운산 정상.

함양 쪽으론 읍내 왼쪽 바위산이 백암산, 그 왼쪽 뒤로 천황봉 괘관산, 다시 왼쪽 뒤로 남덕유 서봉 할미봉 등 백두대간이 희미하게 다가온다. 그 오른쪽으로 금원 기백 거망 황석산이, 다시 우측으로 수도 가야 별유 비계 미녀 오도 감악 월려 황매 감암 정수 둔철 웅석봉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지리산뿐 아니라 함양 거창의 산들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가히 조망의 산이라 부를 만하다.
금대산 정상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

하산은 왼쪽 금대암(5.95㎞) 방향. 직진하면 함양과 남원의 경계인 팔령재 가는 길이다.

천왕봉을 보며 급경사 낙엽길로 내려선다. 헬기장을 지나 등로 왼쪽은 방금 지나온 능선, 오른쪽 2시 방향이 백운산 금대산. 5분 뒤 창원마을 갈림길을 지나 등로가 우측으로 휘면서 능선을 갈아탄다.

완만한 경사의 낙엽길이 30분 반복되다 이후 25분 정도는 아예 쏟아지는 급경사 낙엽길이 이어진다. 등구재 다 와서는 우점종이 낙엽송으로 변한다. 등구재는 경운기가 다닐 정도의 산길. 왼쪽은 함양 창원마을, 오른쪽은 남원 산내면 방향이다. 옛날 함양 남원 사람들이 오가던 고갯길이다.

길 건너 숲으로 오른다. 낙엽송과 잣나무 조림지역이라 등로는 푹신푹신하다. 백운산 정상까지 35분쯤 걸리지만 시종일관 된비알이라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정상석과 무덤이 있는 백운산은 사실 독립 봉우리라 하기에는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금대산은 백운산에서 30분. 역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정상에는 산불초소가 있다. 아뿔싸, 정상석이 반 토막나 누군가 윗부분을 살짝 올려놨다. 과연 최고의 전망대답게 지리산 주능선이 더욱 더 가깝게 다가온다. 자세히 보면 사태난 흔적까지 확인된다. 이정표 뒤 바위 위로 오르면 왼쪽 저 멀리 오도령과 지리산 전망대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금대산에서 유서깊은 천년고찰 금대암까지는 0.6㎞, 18분 걸린다. 금대암 입구에도 하봉 중봉 천왕봉…덕평봉 벽소령 형제봉까지의 파노라마 사진에 일일이 지명을 표시한 조망안내도가 서 있다.
금대암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
금대암 입구에는 조망이 너무 빼어난 지점이 있어 조망안내판이 서 있다.

금대선원 앞 대숲으로 열린 산길로 내려서면 금계마을 또는 마천면 소재지인 마천중학교에 닿는다. 35분 정도 소요된다.

# 떠나기전에
- 산신각, 변강쇠와 옹녀 전설 깃든곳   
 
이번 삼봉산~금대산 코스는 흔히 경남 함양과 전북 남원의 경계인 팔령재,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흥부의 출생지 흥부마을로 널리 알려진 남원 성산마을을 들머리로 시작한다.

하지만 산행팀은 버스가 다니지 않는 오도령에서 출발했다. 새로 생긴 '지리산 제일문'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이곳 지리산 제일문 산신각은 신재효가 정리한 판소리 여섯마당 중 하나인 가루지기전의 변강쇠와 옹녀가 전국을 떠돌다가 마지막에 정착해 살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오도령은 조선시대 시인묵객들이 지리산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했던 유랑의 고개이자 함양사람들과 남쪽 해안가의 사람들이 물물교환을 위해 지리산 장터목으로 가려면 넘어야 했던 생존의 길이었다.

속리산 말티재를 연상시키는 지안재. 최근 한국타이어 CF로 유명세를 탔지만 실은 몇 해 전 국제신문이 주최한 사진전에 출품됨으로써 세간에 알려졌다.

특히 오도령에 닿기 전 통과해야 하는 속리산 말티재를 연상시키는 꼬불꼬불한 길 지안재는 최근 한국타이어의 CF로 유명세를 탔지만 실은 몇 해 전 국제신문이 주최한 사진전에 처음으로 출품됨으로써 세간에 처음으로 알려졌음을 밝혀둔다.

첨언 하나. 흔히 삼봉산 기슭의 촉동마을에 가야 구형왕이 거주하며 무기를 만든 빈 대궐터가 있다는 등 마천 일대에 가야와 관련된 전설이 내려오고 있지만 이는 전혀 근거없는 사실이다.

함양군 관계자는 "김일손 선생이 쓴 '속두류록'과 향토문헌 등에는 촉동마을 일대에 등구사가 있었다고 전해온다. 현재 이 터가 등구사지로 추정되고 있는데 근래에 이곳 유물이 출토되면서 호사가들이 가야와 연관시켜 대궐터라고 해 와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 교통편 - 오도령 넘는 버스 없어 택시이용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88고속도로 함양IC~함양~남원 인월 지리산 24번 국도 좌회전~지리산 백무 칠선 오도재 마천 1023번 지방도 좌회전~지리산 조망공원 지나~지안재~오도령 주차장 순. 금대암에서 오도령까지는 마천면 개인택시(055-962-5110)를 이용하면 된다. 1만5000원.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함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부터 8~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시간 걸리며 1만2400원. 오도령을 넘나드는 대중교통편은 현재 없다. 때문에 함양터미널 앞에 늘 대기 중인 택시를 이용해 들머리 오도령에 가야한다. 1만5000원.

날머리 금계마을 승강장에서 함양터미널행 군내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자주 있으며 막차는 오후 8시. 함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 6시30분에 있다. 만일 시간이 여의치 않을 경우 진주로 가서 부산행 버스를 타면 된다. 10분 간격으로 있고 막차는 밤 9시10분.

심야버스도 있다. 금대암에서 택시를 이용해 함양터미널로 곧장 갈 경우 택시비는 2만5000원 안팎이다.


고운 최치원, 어머니 위해 건립한 상연대(上蓮臺)도 품고 있어

산행 도중 저 멀리 맨 뒤 능선, 천왕봉(왼쪽)에서 반야봉(우측)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주능선이 일직선 상으로 하늘금을 그으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흰구름 산'이라 불리는 백운산(白雲山).
현재 우리나라에 백운봉까지 포함, `백운'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은 부산 기장의 백운산, 광양의 백운산 등 열댓 개. 20개를 넘는다는 천황봉(天皇峯)에 이어 두 번째다.
천황봉이라는 이름은 대부분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가 황국사관을 이 땅에 심기 위해 편찬한 지도책에 적힌 이름을 근거로 한다. 해서, 산꾼들에 의해 하루빨리 옛 산이름 찾기 운동이 대대적으로 펼쳐지기를 바란다. 반면 백운산은 산이 높아 구름을 걸치고 있다는 자연발생적인 이름이어서 친근감이 더하다.

경남 함양군 백전면과 서상면, 전북 장수군 번암면에 걸쳐 있는 백운산은 우선 그 이름만큼이나 높고 험하다. 고로쇠약수로 유명한 광양 백운산이나 원주 백운산도 산높이가 1000m 이상 되지만 그 중 으뜸이 경남 함양의 백운산(1279m)이다.

해발고도뿐 아니라 조망도 빼어나다. 주변의 이름깨나 알려진 내로라하는 명산들이 사방팔방으로 거칠 것 없이 펼쳐져 있어 이를 확인하는데만 한참이 걸릴 정도이다.
하산길에 만나는 골짜기인 큰골의 기암괴석은 높이가 30m쯤 돼 협곡에 가까운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데다 주변 아름드리 홍송 또한 일품이다.

산행은 대방마을 매표소~묵계암~상연대~주능선~전망대~하봉~중봉~백운산 정상~화과원 갈림길~용소폭포~헬기장~백운암을 거쳐 매표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5시간~5간30분 걸린다.


매표소를 지나면 정면에 `등산로 종합안내도'가 서 있다. 왼쪽 `상연대 묵계암', 오른쪽은 `백운암 화과원' 방향. 원점산행이라 어느 쪽으로 가도 상관 없으나 하산할 때 콧노래를 부르며 쉽게 내려올 수 있게 왼쪽으로 오른다. 정면 뾰족한 봉우리인 하봉과 조그만 암자인 상연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 초기는 예상외로 따분하다. 묵계암을 거쳐 상연대까지 가는 50여 분 거리가 시멘트길이기 때문이다. 암자 두 채를 위해 왜 이토록 산골짜기까지 차가 다닐 수 있게 포장해 놓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하기까지 하다.

묵계암까지는 30분. 관음전 삼성각 등 전각 두 채가 아담하다. 비구니승 두 분이 수행하고 있으며, 이들은 지나가는 길손에게 차를 대접한다.
만일 시멘트길이 지루하다면 묵계암을 지나 우측으로 열린 산길로 오르면 묘지가 있는 주능선에서 만난다. 이럴 경우 상연대를 못본다.

 

상연대 전경.


20분 뒤 상연대(上蓮臺). 고운 최치원 선생이 어머니의 기도처로 지은 암자이다. 여기서 최치원은 여기서 관음 기도를 하던 중 관세음 보살이 나타나 상연(上蓮)이라는 이름이 불러 이후 암자의 이름을 '상연대'라 불리게 됐다 한다.
 15m쯤 되는 벼랑 위에 사뿐히 앉아 있는 모습이 연꽃처럼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다. 신라말에는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인 실상선문이 이곳으로 옮겨와 선문의 마지막 보루가 되었다고 전해온다. 무엇보다 왼쪽 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 일직선으로 하늘금을 긋는 지리산 파노라마가 압권이다.
상연대에서 바라본 지리산 주능선. 왼쪽에 천왕봉이 우뚝 서 있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어머니의 기도처로 건립한 상연대를 지켜주는 수호목. 
함양 백운산에 오르면 내로라하는 명산들이 사방팔방으 로 거침없이 펼쳐진다. 사진 가장 뒤쪽 능선이 지리산 주능선으로 주봉인 천왕봉(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제석봉 영신봉 토끼봉 반야봉 노고단 고리봉 등이 일직선 상 으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상연대에서 백운산 정상까지는 1.8㎞. 이정표를 따라 계단을 오르면 본격 산길로 접어든다. 엄청나게 급한 오르막길이 기다린다. 밧줄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20여분 뒤 제법 넓은 주능선. 묘지가 가운데 있고 묵계암쪽에서 올라오는 산길과 만난다. 그 옆에 벤치가 있다.
계속되는 오르막, 이어지는 밧줄. 15분간 한바탕 또 힘을 소진하면 전망대. 방금 올라온 시멘트길과 능선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곧 무덤이 있는 봉우리에 닿는다. 하봉이다. 잡목 사이로 정상이 얼핏 모습을 드러낸다. 조금만 더 가면 중봉과 정상이 나란히 보인다.

7분 뒤 조망이 탁월한 중봉. 정상을 보고 오른쪽(동쪽)으로 남덕유산과 남령 월봉산이 이어지다 월봉산에서 능선이 갈라져 앞엔 거망산 황석산이, 뒤엔 금원산 기백산이 나란히 달리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어지는 산길. 정상 100m쯤 못가 무덤 2기가 있다. 왼쪽은 중고개를 거쳐 지리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산줄기다. 오른쪽으로 가면 바로 정상이다. 중봉에서 10분.

정상에서 지금까지 쭉 봐 온 주변 봉우리를 총정리할 수 있다. 정상석 앞에 `백운산 전망안내도'가 서 있지만 너무 낡아 아무 것도 확인할 수 없다. 주변 봉우리들의 이름을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쳐 아쉬움이 남는다.

남쪽의 지리산은 시야가 더 넓어져 이번엔 웅석봉에서 천왕봉~반야봉~노고단~만복대~바래봉~덕두산까지 펼쳐지고 동쪽 코 앞에는 괘관산이 의좋게 마주보고 있다.

하산은 오른쪽(동쪽) `백운암 원통재 화과원' 방향. 북사면이라 아직도 눈이 제법 남아 있다. 하나,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 내리막이어서 조심을 요한다.
백운산 북사면에 아직 남아있는 잔설. 통상 11월부터 이듬해 3월말까지는 스패츠와 아이젠을 갖고 다녀야 한다.
         하산길에는 부드러운 산죽길이 기다린다.
백운암 대웅전.

영은사지 석장승.

영은사지 석장승과 안내판.



미개척 산길의 이정표 갈림길과 만나면 왼쪽으로 내려선다. 산죽길 너덜길 오솔길과 헬기장을 연이어 지나면 또 다시 밧줄을 잡고 내려와야 하는 급경사길. 15분 정도만 힘겹게 내려오면 계곡과 만난다. 지금부터 계곡과 나란히 걷는 그야말로 호젓한 산길. 20분 뒤엔 집수통에 연결되는 고로쇠파이프가 보인다. 울진의 응봉산 온천수 파이프가 연상된다.

이내 화과원 갈림길. 화과원은 기미독립선언서에 한용운과 함께 서명한 용성스님이 선농일치를 주장하며 손수 농사를 짓던 곳이다. 10여 분 걸린다. 계곡을 건너 화과원을 둘러보고 직진, 백운암으로 내려서자.

화과원 갈림길 아래에는 동시에 용소폭포가 자리잡고 있다. 15m 높이의 벼랑에서 떨어지는 폭포수 밑에는 용소가 있다. 폭포 옆에는 아름드리 노송이 주변 풍경을 더욱 운치있게 해준다. 백운산 최고의 비경지대라 할만하다. 이후부턴 협곡과 아름드리 홍송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계곡길을 만끽하며 걷는다. 날머리인 백운암 인근에는 화강암 암반 위로 흐르는 옥수가 인상적이다. 백운암에서 매표소까지는 1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지리산 주능선과 북덕유 및 남덕유 잇는 덕유산 조망 '황홀'

 흔히 백운산하면 광양의 백운산을 먼저 생각한다. 광양 백운산의 유명세에 가려 있지만 함양의 백운산이 백운산으로서는 진산이다. 그래서 산꾼들에게는 동경의 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리산과 덕유산의 연결 고리인 백두대간 상의 함양 백운산. 남으로는 지리산 웅석봉에서 천왕봉 노고단에 이르는 지리주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북으로는 남덕유산 북덕유산을 잇는 조망권이 여타 산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리산과 덕유산을 연결하는 고리가 함양 백운산이기 때문이다.

이번 산행의 하산길인 큰골은 백운산 정상에서 흘러내리는 골짜기로 용소의 푸름이 절경을 연출하고 하봉에서 시작된 미끼골은 묵계암 상연대 등 급한 골짜기에 터를 잡은 절집이 위태롭게 걸려 있어 많은 시인묵객이 들러 머무르곤 했다.

백운산의 산길은 여럿 있다. 취재팀이 이번에 답사한 대방마을에서 출발, 미끼골을 거쳐 큰골로 하산한 코스가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미끼골의 서쪽편에 있는 중고개에서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정상까지 이어지는 오르막 산길은 산행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

백운산 바로 옆 괘관산에서 이어지는 원통재(일명 빼빼재)는 한적한 산길로, 화과원 뒷능선을 거쳐 서래봉 상봉을 연결하는 종주코스로도 시도할 만하다. 또 다른 길은 호남정맥의 무령고개에서 영취산을 거쳐 백운산으로 오르는 산길이 최근 산꾼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이 길은 백두대간을 맛보기할 수 있는 독특한 산길이다.

이번 주말에는 함양 백운산에 올라 지리산과 덕유산, 그리고 백두대간의 정기를 한 몸에 받아보자.

3월은 산행시기중 가장 어정쩡한 계절이다. 백운산은 봄 기운은 물론 아직 북사면에 잔설이 남아 있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겨울장비를 챙겨가는 것도 잊지말자.

백운산으로 향하는 도중 천연기념물 154호 상림숲을 지나므로 시간이 날 경우 빠뜨리지 말자.

 
◇ 교통편 - 88고속도로 함양IC로 나와 상림 방향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함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 6시20분, 6시59분 등 8~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만600원. 3시간 정도 걸린다.

함양시외버스터미널(055-963-3281~2)에서 들머리인 대방마을에 닿기 위해선 군내버스터미널(간판은 (주)함양지리산고속)에서 백전·신촌행 군내버스를 타 종점인 신촌에서 내리면 된다. 오전 7시40분, 8시, 9시30분, 10시20분, 11시20분 출발. 1600원. 군내버스터미널은 시외버스터미널 뒷문으로 나오면 길 건너편에 보인다.

날머리인 신촌 대방마을에서 함양시외버스터미널행 군내버스는 오후 4시, 5시, 6시10분, 8시20분(막차)에 있다. 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10분, 6시, 6시45분, 7시5분, 7시28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진고속도로~88고속도로 광주방향~함양IC~백운산 상림공원 우회전~함양시외버스 주차장사거리서 직진 백전 함양 방향~상림숲~월암삼거리 백전 서하 방향 좌회전~백전면~대방마을 순.






 

 코흘리개 시절, 학교를 파하면 가방만 집에 던져 놓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짝을 이뤄 무작정 놀았던 시절. 어둠이 내리면 어김없이 누나가 밥먹으러 오라고 찾아다니던 그 시절이 있었다.
 오십을 바라보는 누나는 가끔씩 그때가 제일 싫었다고 회상한다. 동생을 데리고 오라던 어머니의 명령 아닌 명령도 싫었고, 밥때가 되도 들어오지 않은 동생을 찾으러 무작정 동네를 헤매던 자기 자신이 싫었다고 했다. 동생은 두 말하면 잔소리.
 시간가는 줄 모르고 천방지축 뛰어다니던 아이들을 두고 '철이 없다'라고 했던가.
 지금 우리 사계절이 그렇다. '철이 없다'. 진달래가 가을에 피질 않나, 남해바다에 있어야 난류성 어종이 찬물인 동해바다에 모습을 드러낸다.
 국제신문은 22일자 1면 머릿기사로 이러한 우리나라의 이상고온 현상을 다루고 있다.
 얼마전까지 프로야구를 담당하며 사직구장에서 살았던 김희국 기자(kukie@kookje.co.kr)가 최근 사회부 보사 파트로 옮겨 이같은 심각한 이상고온 현상을 현장감있고 재밌게 다뤘다. 사진은 김성효 기자(kimsh@kookje.co.kr)가 취재했다. 양 김 기자의 양해하에 기사와 사진을 그대로 옮긴다.


2008년 10월 21일 해운대엔 아직도 피서객들.

2007년 10월 21일 지리산엔 겨울 길목 상고대.


 10월 하순 낮기온이 섭씨 25도 여름같은 이상고온 지속
 
거리엔 반소매 행인들 활보, 곧 입동인데 모기까지 극성
 전문가들
"이제 가을 정의도 바꿔어야할 듯"
   

 부산 동구 자유시장에서 의류 도매업을 하고 있는 이모(63) 씨는 최근 시름이 더 깊어졌다. 가뜩이나 경기가 없는 마당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가을옷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 씨는 "30년 넘게 장사를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8월 말부터 두 달 동안 가을옷을 준비했는데 팔리지 않고 있다. 다음 주부터는 가을옷은 접고 겨울옷을 준비해야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더위를 많이 타는 회사원 오모(35) 씨는 요즘 선풍기를 끼고 산다. 낮에 사무실에서도 종일 선풍기를 틀어놓고 퇴근 후 집에서도 선풍기를 찾는다. 오 씨는 "회사에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했지만 10월 달에는 가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선풍기로 견디고 있다"며 "밤에는 모기까지 극성을 부려 잠을 설치기 일쑤인데 날씨가 거꾸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을이 더위를 먹었다. 10월 말인데도 반팔 옷을 입은 시민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기상청은 21일 부산지방 낮 최고기온이 23.8도까지 올라 평년(21.3도)에 비해 2.5도가 높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21일에는 지리산에 첫 상고대(나무에 눈같이 내린 서리)가 내려 겨울을 알렸지만 올해는 가을도 온데간데없고 여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25.2도까지 치솟아 한여름을 방불케 했다.

최근 10년간의 기온 추이에서도 10월이 얼마나 더워졌는지 잘 드러난다. 10월 부산지방 낮 최고기온은 1999년이 22.9도였으나 해마다 높아져 올해는 21일 현재까지 24.7도로 1.8도 상승했다. 10월 평균기온도 올해는 20.4도로 1999년 18.4도에 비해 2도나 높아졌다.

기상청은 22일 가을비가 내린 뒤 일시적으로 평년 기온을 되찾겠지만 이후 올해 말까지 평년 기온보다 0.5도 이상 높을 것으로 예보했다.

이상고온이 지속되는 원인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기상청은 최근 고기압이 한반도에 오래 머물면서 공기가 뜨거워진 것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기상학자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부산대 안중배(지구환경시스템학부)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일본 중국 미국 유럽 등 우리나라와 비슷한 위도에 위치한 나라들의 기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학계에서는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기온이 0.7도 상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지구온난화의 특성으로 지속적인 기온 상승과 함께 홍수와 가뭄이 번갈아 드는 강수의 편차를 들었다. 올해 한반도가 가뭄에 시달리는 것도 온난화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더운 가을이 지속되면서 사실상 가을이 사라지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부경대 오재호(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는 5월부터 9~10월까지가 사실상 여름에 가깝다. 조만간 가을에 대한 정의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을 오르내리다 보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장면들을 간혹 봅니다.
 독특한 형상의 나무나 날짐승 들이 대부분이죠. 흐뭇할 때도 있지만 속된 말로 가소롭기 짝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지리산 산행 때 만난 다람쥐와 한라산에서 본 까마귀가 바로 좋은 예인듯 합니다. 백무동과 장터목을 잇는 소위 하동바위 코스 중간쯤에는 참샘(1197m)이 있습니다. 하산을 기준으로 할 경우 소지봉(1312m) 바로 아래 위치해 있습니다.










 참고로 함양사람들은 조선시대 시인묵객들이 지리산으로 가기 위해선 오도재를 넘어 이곳 백무동에서 지리산 천왕봉으로 올랐다고 합니다.
 지리산은 영남 사림의 정신적 고향으로 숭앙돼 사림파의 시조이자 정신적 지주인 점필재 김종직은 두류산 기행기인 '유두류록(遊頭流錄)'을, 그의 제자 김일손은 '속두류록(續頭流錄)'을 썼다고 합니다. 두류산(頭流山)은 지리산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후세에 함양사람들은 점필재와 김일손이 나귀를 타고 머슴과 함께 오른 곳이 백무동, 다시 말해 하동바위 코스로 추정합니다.
 하여튼 함양사람들은 조선시대 때 양반들은 함양땅에서 오도재를 넘어 백무동으로 올랐고, 아랫것들은 함양을 제외한 나머지땅에서 지리산에 올랐다고 농담삼아 자랑합니다.

 다람쥐 소개하는데 무슨 사림이 어떻고 점필재가 어떻고 등등 서두가 길었네요.
 다시 참샘으로 돌아와서, 예부터 물맛이 특히 좋기로 소문난 참샘은 산꾼들의 휴식처였죠. 그러다보니 간식으로 과자와 빵 등을 먹었죠. 이때 부스러기가 조금씩 떨어지자 근처의 다람쥐들이 와서 먹었죠. 그동안 자연식을 하다가 단맛이 적당히 부무려진 과자류에 푹 빠진 다람쥐들은 산꾼들이 오기만을 기다렸고, 이 과정이 차츰 반복되다 보니 다람쥐들은 아예 대놓고 사람들 앞에 와서 과자를 달라고 쳐다보고 있습니다. 심지어 들쥐까지 한몫 거들기도 합니다.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론 이 놈들이 야성을 잃고 순치되지는 않나 하고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저 놈들이 정상적으로 생활을 해야 생태계도 제궤도로 돌아가는 데 말입니다.

 선배 산꾼들이 다람쥐의 버릇을 잘못 들여놓았지만 지금이라도 조금씩 다람쥐가 야성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후배 산꾼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문산 자연휴양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곳의 다람쥐들은 사람들이 지나가면 갑자기 숲속에서 나와 에스코트하듯 주변을 멤돕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치 자기 구역이 있는 듯 여기저기서 튀어 나옵니다. 모두 인간이 던져주는 과자 때문이겠죠.


그래서 그런지 입구에는 아예 다람쥐를 본 떠 만든 토피어리 다람쥐가 상징물처럼 있습니다. 휴양림 내 다람쥐가 많다는 것을 자랑이나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째 뭐가 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리산 참샘 인근 다람쥐는 그대로 귀엽기라도 하지, 한라산 윗세오름대피소 인근의 까마귀는 정말 가소롭기 짝이 없습니다. 덩치가 제법 큰 이 놈들은 지네들이 무슨 매나 독수리라고 생각하는지 속된 말로 무게를 잡고 근엄하게 앉아 있습니다. 실제로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음식물을 기다리는 주제에.

       윗세오름대피소에서 본 한라산 서북능. 자세히 보면 사태가 발생해 능선이 허물어진 모습이 그대로
      목격된다.





 이 역시 인간들이 자꾸 음식물을 던져 주면서 생긴 버릇인 듯 합니다. 스스로 먹이활동을 하지 않고 인간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기다리는 독수리들을 볼 때 행여나 야성을 잃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수리들을 위해서라도 그들에게 음식물을 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자연의 동식물 심지어 미생물들은 원래 있는 그대로 두어야 생태계가 유지되지 않습니까.

10년만에 속살 내비친 생명의 골짜기…웅장함의 절정

추성리~마폭 5시간30분, 마폭 천왕봉 1시간30분 소요
선녀탕 옥녀탕 비선담 대륙폭포 삼단폭포 마폭포 등
한순간도 끊이질 않는 골짜기 절경 암반, 소와 담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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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지동(옛 두지터) 입구 담쟁이넝쿨로 둘러싸인 담배건조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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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지동(옛 두지터)의 배롱나무꽃. 공기가 맑아서인지 색이 아주 붉고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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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산통제 기간 중의 출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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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지동을 지나면 이내 만나는 출렁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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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칠선동 마을터. 자세히 보면 축대와 계단식 논의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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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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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그늘이 드리워져 운치가 그저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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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탕 바로 위에 위치한 옥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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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각도에서 본 옥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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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녀탕을 지나면서 덱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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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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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교와 비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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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교를 지나 덱을 따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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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계곡 통제소를 알리는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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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계곡 통제소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 지리산 사무소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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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소를 지나면서 인공시설물이 없어 계곡을 직접 건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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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비경의 이름없는 소와 담이 연이어 이어져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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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끼 낀 돌길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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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계곡의 얼굴마담격인 칠선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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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폭포. 얼핏 함양 용추계곡의 용추폭포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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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칠선폭포를 놓치고 가더라도 이처럼 길에서 우렁찬 굉음과 함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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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물길을 건너면 중봉과 하봉 사이의 골짝에서 내려오는 지계곡과 만나는 합수점에서 잠시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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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계곡 최대 규모이자 간판급인 대륙폭포. 높이가 15m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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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폭포 앞에서 촬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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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륙폭포. 칠선계곡 최고의 비경이다.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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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단폭포. 하류는 수직폭이지만 상류의 2단은 와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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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단폭포의 하단부인 수직폭 바로 윗부분. 깊은 소의 물이 수직폭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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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나무도 힘겹게 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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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시목이 발견되면 제대로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00m마다 있다. 그러니까 7.5㎞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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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 다리도 건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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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이어지는 이름없는 폭포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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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선계곡의 마지막 폭포라는 의미의 마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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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폭포는 천왕봉과 중봉 사이의 골짝에 걸려 있는 비경의 2단 폭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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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폭포가 가장 잘 보이는 그늘진 암반. 대개 여기서 땀을 닦으며 숨고르기를 한다.

 

가마솥 더위가 한풀 꺾인 남한땅 최후의 원시림 지대인 칠선계곡은 생명력이 넘쳐 흘렀다.

깊고 험준한 골짝은 천지를 뒤흔들 만큼 우렁찬 물소리를 토해내며 예의 빼어난 비경을 자랑했고 햇빛 한점 통과하지 못할 정도의 울울창창한 숲속의 물기 잔뜩 머금은 초록의 이끼는 널브러진 돌이나 아름드리 노거수를 감싸며 사방을 온통 초록으로 물들게 했다.

마지막 폭포인 마폭을 지나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1800m대의 헌걸찬 지리 마루금은 구궁심처 골짝에서 솟아오르는 희뿌연 구름과 한데 어울려 신선의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칠선계곡은 험하지만 분명 비경이다. 한신계곡 뱀사골 피아골 등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계곡에 비해 한 수 위다. 아니 급이 다르다.

흔히 산길이나 계곡은 풍광이 좋고 나쁨을 반복하지만 칠선계곡은 국내 여느 유명 계곡의 내로라하는 아름다운 구간만을 조물주가 부러 이어붙인 듯해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북으로 곧장 떨어져 내리는 칠선계곡은 겨울이면 북향의 깊은 골짝이라 적설량이 많고 기온이 급강하하고,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급격한 지형변화로 조난사고의 우려가 높다. 인공시설물이 거의 없는 것도 또 하나의 요인이다.

이와 관련, 이창우 산행대장은 "자연휴식년제로 지정되기 전인 1980년대 칠선계곡은 비교적 한가했지만 지금처럼 비선담까지 설치돼 있는 인공시설물이 하나도 없어 베테랑급이 아니면 산행할 엄두를 못냈을 정도로 사실 난코스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마음은 있지만 일반 산꾼들로선 선뜻 발걸음이 내키지 않는 그런 코스였다.

세월이 흘러 칠선계곡은 지난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자연휴식년제라는 명목하에 총 9.7㎞ 구간 중 3.8㎞ 지점인 비선담까지로 산행이 제한됐고, 올해부턴 국립공원 특별보호구로 지정됨과 동시에 산아래 추성동 주민들의 염원을 적극 수용해 지난 5월부터 국내 최초로 탐방예약 가이드제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내년까지 2년간 5~6월, 9~10월 넉달간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들과 지역 주민들의 안내로 칠선계곡 산행을 할 수 있게 된 것.

바야흐로 칠선계곡이 10년 만에 공식적으로 부분 개방된 것이다.

산행팀은 사실 지난 4월말과 5월초 두 번이나 취재산행을 계획했지만 공교롭게 두 번 모두 장대 같은 비가 내려 발길을 돌렸다. 결국 삼세번만에 칠선계곡 품에 안긴 셈이다.

산행 코스는 함양 마천면 추성리 주차장~칠선계곡~마폭포~천왕봉~제석봉~장터목 대피소(1박)~백무동 순. 순수하게 걸은 시간은 10시간45분. 구간별로 보면 추성리~마폭 5시간30분, 마폭~천왕봉 1시간30분, 천왕봉~장터목 55분, 장터목~백무동 2시간50분. 걷는 시간만 그렇다는 뜻이며, 여기에 휴식 및 식사시간은 별도로 더해야 총 산행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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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마천면 추성리~마폭포

주차장에서 추성리 마을을 지나 포장로를 따라 오른다.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움푹 파인 국골이 초암능선과 두류능선을 좌우로 갈라놓고 있다. 추성리에서 25분이면 두지동(일명 두지터). 오래전 화전민들이 기거했던 산골마을이지만 지금은 6가구가 농사와 민박을 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다. 담쟁이넝쿨로 에워싸인 담배건조막과 유난히 붉은 배롱나무꽃만 옛 모습 그대로일 뿐이다. 바로 옆에는 최근 펜션이 들어서 있다. 두지터는 가락국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이웃 국골에서 진을 치고 있을 때 식량창고로 사용했다는 설과 지형 자체가 쌀 뒤주를 닮았다는 설이 내려온다.

두지교와 입산통제 기간 중 출입문, 울창한 대숲 그리고 쇠줄로 만든 출렁다리를 잇따라 지나면 가파른 오름길. 칠선계곡은 출렁다리에서 잠시 맛만 볼 뿐 선녀탕까지의 40여 분은 물소리만 들릴 뿐이다. 도중 뜻밖에도 평탄한 길을 만난다. '칠시'라고 불렸던 옛 칠선동 마을터다. 자세히 보면 오래된 축대와 계단식 논의 흔적이 보이고 바닥에는 비닐장판 조각이 보인다.

지계곡을 건너 마당바위로 불리는 전망 좋은 너른 암반를 지난다. 이제 선녀탕까지는 1㎞. 진한 숲 향기를 음미하며 27분쯤 오르내리면 선녀탕을 알리는 이정표와 아치형 구름다리를 만난다. 일곱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했다고 전해오는 선녀탕(620m)은 다리에서 보면 숲 그늘이 드리워져 운치가 그저 그만이다.

이때부터 칠선계곡의 진면목을 감상하며 물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선녀탕 바로 위에는 선녀탕보다 더 넓고 깊은 옥녀탕(650m)이 기다린다. 유난히 맑고 푸른 탕도 탕이지만 옥녀탕으로 쏟아내는 와폭 또한 일품이다.

옥녀탕부터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조성한 덱을 따라 걷는다. 10여 분이면 흔들다리인 비선교에 올라선다. 이 대장은 비선교 입구 쪽 암벽을 가리키며 예전에는 이곳으로 밧줄을 잡고 올랐다고 옛 기억을 더듬었다. 자세히 보니 밧줄의 흔적이 곳곳에 눈에 띈다. 목욕한 선녀들이 하늘로 올랐다는 다리 아래 비선담(710m)은 옥녀탕과 규모는 비슷하다. 비선교를 지나면 잠시 호젓한 숲길. 5분 뒤 다시 목재 덱을 만나면서 비경이 이어진다. 소와 와폭의 연속이다. 떨어지기 직전 소용돌이를 치는 폭포, 두 갈래로 유유히 떨어지는 쌍폭 등과 선녀탕이나 옥녀탕에 견줘도 하등 손색없는 소가 굽이굽이마다 시선을 빼앗지만 아쉽게도 이름이 없다. 칠선계곡을 두고 흔히 '7폭 33소와 담'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10분 뒤 다시 덱을 만난다. 공단 직원 두 사람이 근무를 서고 있다. 알고 보니 칠선계곡에 설치된 마지막 덱으로 비선담 통제소다. 위쪽 산길과 이어진 출입문에는 육중한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여기서부터 천왕봉까지 5.4㎞ 구간이 특별보호구로 지정된 곳이다. 통제소를 지나면 숲이 확연히 달라진다. 더욱 짙어지고 길은 좁아지며 발밑에는 물기 머금은 싱싱한 이끼가 널브러진 돌과 나무 밑둥치를 감싸고 있다. 산죽 군락은 이에 뒤질세라 길마저 막고 있다. 원시 그대로의 비경 그 자체다.

6분 뒤 산죽길을 벗어나면 계곡과 만난다. 직진하기도, 좌측 산사면으로 치고 오르기도 마땅치 않다. 처음으로 물길을 바로 건넌다. 반복되는 이끼 수북한 산죽 숲길. 길 안내를 위해 돌 위에 뿌린 붉은 스프레이 표시도 이끼에 가려 그 흔적이 가물가물하다. 놓쳐선 안 될 볼거리가 하나 있다. 일명 청춘홀이다. 물길을 건너 100m쯤 거리에 위치한 표지목 지점쯤에서 좌측으로 바로 보면 보인다. 큰 바위와 작은 바위가 한데 어울려 생긴 너른 공간이다. 청춘 남녀가 비를 피해 들어섰다가 사랑에 빠졌다는 설도 있고, 오래전 목기를 다듬는 젊은 청년들이 청춘 흘러가는 것을 한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옛날엔 바닥도 편평해 텐트 하나 정도는 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계곡 범람으로 인해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지계곡을 건너 우렁찬 굉음에 이끌려 물가로 내려선다. 칠선폭포를 보기 위해서다. 첫 인상은 함양 용추계곡의 용추폭포. 높이가 5m 안팎에 불과하지만 그 당당함은 이름 그대로 칠선계곡의 얼굴마담으로 손색이 없다. 통제소에서 30분. 혹 폭포 쪽으로 내려서는 길을 놓쳤더라도 길에서 보이기 때문에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이끼 낀 돌길의 연속. 7분 뒤 자연스럽게 두 번째 물길을 건넌다. 이 지점은 중봉과 하봉 사이의 골짜기에서 흘러 내려오는 지계곡과의 합수점이다. 이 지계곡을 거슬러가면 40m쯤에 우측으로 열린 길이 향후 진행방향이며, 여기서 60m 더 가면 칠선계곡에서 최대 규모인 대륙폭포를 만난다. 지난 1964년 칠선계곡을 탐사하던 부산의 대륙산악회가 명명한 이 폭포는 약 15m 높이에서 하얀 물줄기가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진다. 아름답고 우아하며 장엄하며 고색창연하다.

대륙폭포 이후 산길은 험하면서 동시에 가팔라진다. 무명봉 하나 넘는다고 생각하고 살짝 올라서면 계곡과 만나지만 건너지 않고 물길 좌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25분쯤 뒤 또 한 줄기의 폭포가 눈과 귀를 자극한다. 자일산악회가 명명한 (자일)삼단폭포다. 상류 쪽 두 개의 와폭에 이어 수직폭이 시원하게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폭포 좌측으로 오르면 가운데 와폭은 쌍폭이며 그 아래는 좁지만 깊이를 가늠키 힘든 아주 깊은 소가 소용돌이 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삼단폭포에서 마폭포를 만나기까지 80분 정도 또한 녹록지 않다. 이쯤 되면 계곡 폭이 좁아지고 유량은 줄어듬직한데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되레 무명폭과 크고 작은 소가 줄을 잇고 또 잇는다. 칠선계곡의 저력을 실감케 하는 시점이다.

이끼 낀 크고 작은 돌길과 쓰러진 아름드리 나무들도 넘어야 하고 외나무다리도 건너고 때론 유일한 인공시설물이라 할 수 있는 얇은 밧줄에 의지해 암벽을 올라야 한다.

천왕봉으로 오르면서 마지막으로 만난다는 의미의 마폭포는 천왕봉과 중봉 사이의 골짜기에 걸려 있는 비경의 2단 폭포. 상단은 수직폭이고 하단은 와폭이면서 쌍폭이다.

마폭포와 관련된 여담 한 가지. 지난 1964년 부산의 산악인들로 구성된 개척단에 참여한 곽수웅 씨는 "밑에서부터 이름을 붙이며 올라오던 중 소와 폭포가 끊임없이 나타나 이름짓기를 중단하고 마지막 폭포에 와서 명명한 것이 마폭포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웃한 바위 쉼터가 좋아 대개 여기서 폭포를 감상하며 물통을 채운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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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속살 내비친 생명의 골짜기…웅장함의 절정
500년된 주목과 구상나무 등 원시수해(樹海) 걸을 땐 환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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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오르막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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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살된 주목과 천왕봉이 1㎞ 남았다는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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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경사 힘은 들지만 원시 수해를 걷는 기분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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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왕봉으로 향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철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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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계단을 오르면 바로 만나는 문(왼쪽)과 천왕봉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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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 정상(왼쪽)과 장터목 하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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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에서 만난 초등학교 4학년생 쌍둥이 자매(왼쪽-이들은 나중에 종주했다). 오른쪽은 제석봉으로 가는 도중 만나는 고사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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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천문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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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이웃한 봉우리를 보여준다(왼쪽). 오른쪽은 소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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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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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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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바위 이정표와 백무동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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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폭포~지리산 천왕봉~장터목 대피소

마폭포 아래 물을 건너 천왕봉으로 오르는 능선길은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마의 코스. 급격한 체력 소진을 요구하는 구간이다. 3㎞ 정도의 이 구간은 거의 일직선형의 산길에 고도차가 500m에 이르러 급경사를 이룬 곳이 태반이다. 심한 곳은 경사 60~70도의 바위 사이로 길이 이어져 있다. 약간 과장하자면 코가 땅에 닿을 정도다.

하지만 이 구간은 지리산 최고의 원시림 지대로 그에 걸맞게 수해(樹海)가 펼쳐진다. 우선 마폭에서 300m쯤 오르면 등산로상에 보이는 500년된 주목. 밑둥치 둘레가 3.4m로 두세 명이 팔을 벌려야 닿을 만큼 굵은 이 주목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크고 굵고 오래 됐다. 주목 이외에도 우리나라 특산종인 구상나무가 군집을 이룬 가운데 전나무 잣나무 등도 아름드리 노거수로 자생하고 있다. 인간의 발길이 뜸한 사이 노거수들은 꾸준히 생명력을 키운 것이다. 이 대장은 "10년전만 해도 산사태의 흔적이 너무 많아 사태골로 불렀는데 지금은 많이 복원돼 당시 흔적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천왕봉을 1㎞ 앞둔 지점에선 이정표 뒤로 중봉에서 흘러 내린 암봉이 골짝에서 꿈틀거리는 구름에 가려 있다 잠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좀체 보기 드문 비경이다.

오래전 사태가 난 듯 정상적으로 오르기 힘들어서일까. 마지막 급경사 오르막은 철계단이 설치돼 있다. 하늘을 찌를 듯 빼곡히 원시림을 이루던 주목과 구상나무는 시야에서 사리지고 시나브로 구절초 쑥부쟁이 동자꽃 산오이풀 등 야생화가 활짝 웃으며 뭍객을 맞는다.

주능선에 올라서면 천왕봉은 5분 거리. 바늘로 툭 건드리기만 해도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 우중충한 날씨 탓에 남한 최고봉인 천왕봉에 와서도 잠시 기념촬영을 할 뿐 등산객들은 하산을 서두른다.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잿빛인 데다 추위마저 느껴져 오래 머물 여유가 없다.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못 보는 기분이 꼭 이럴까. 문득 '천지에 올라 천지를 못보는 사람이 천지라서 천지'란다는 문구가 생각나 피식 쓴웃음이 나온다.

장터목 대피소로 향한다. 지리산에선 이곳을 통하지 않고선 신선도 하늘에 오르지 못한다는 통천문(1814m)을 내려서고 지리산의 명물 고사목 지대가 절경을 선사하는 제석봉(1808m)을 살짝 넘으면 마침내 장터목 대피소(1645m). 장터목은 옛날 천왕봉 남쪽의 산청 시천 주민들과 북쪽의 함양 마천 사람들이 매년 봄 가을에 물물교환을 하던 장터가 서던 역사의 현장으로, 현재에는 노고단 다음으로 많은 산꾼들이 몰려 언제나 시끌벅적하다. 산행팀이 찾은 날도 예기치 않게 해질 무렵부터 비바람이 몰아쳐 많은 산꾼들이 삽시간에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리산 대피소 중 시설은 아주 좋은 편이다.


 
◇장터목 대피소~백무동

함양 마천면 강청리 백무동은 지리산의 북쪽 관문. 이곳에서 장터목을 거쳐 천왕봉으로 오르는 지름길이 열려 있고, 세석평전으로 곧장 연결되는 한신계곡 코스도 있다. 백무동 코스는 거림골과 함께 지리산 주능선으로 오르는 가장 편한 길이다.

백무동은 원래 100명의 무당이 거처했다고 하여 백무동(百巫洞)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백무동(百武洞)으로 쓰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지리산 천왕봉에 살고 있었다는 산신인 여신 성모(聖母)가 남자를 끌어들여 100명의 딸을 낳아 세상에 내려 보냈는데, 그들이 팔도로 퍼져 나간 출구가 백무동이었다고 한다.

새벽부터 장대비가 내려 천왕봉은 입산금지. 법천계곡도 물길을 건너야 하기 때문에 위험해 대부분의 산꾼들은 능선길인 하동바위 코스를 타고 백무동으로 향한다. 장터목에서 5.8㎞.

망바위를 지나면 너른터에 닿는다. 소지봉(燒紙峰·1312m)으로 백무동까지 중간쯤 되는 지점이다. 옛날 백명의 무당(百武)들이 제를 지낸 뒤 '종이를 태웠다'는 봉우리다. 오래전 백무동(百巫洞)으로 불렸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는 셈이다. 여기서 400m 더 내려오면 참샘. 유난히 다람쥐가 많이 눈에 띈다. 오가던 산꾼들이 쉬면서 먹던 과자 부스러기를 던져 주면서 다람쥐가 이제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게 된 것이다.


계속되는 돌길. 눈앞에 주위를 압도할 만큼 10m쯤 되는 엄청난 규모의 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흔들다리를 건너면 이정표가 서 있다. 함양땅인데도 하동바위(900m)라고 한다. 바위 한쪽에는 '하동암'이라고 음각돼 있다. 하동지방을 바라보고 서 있어서 또는 하동군수가 지리산 구경을 왔다가 이 바위 위에서 떨어져 죽었기 때문에 하동바위라고 불린다고 전해온다. 산행은 이제 막바지. 여기서 1.8㎞ 즉 45분 후에는 백무동 야영장을 거쳐 백무동에 도착한다.


◇떠나기 전에 - 탐방예약 가이드제 9, 10월 한시 운영…인터넷으로만 접수

지리산 칠선계곡은 현재 추성리에서 비선담까지는 상시 산행할 수 있고 비선담에서 천왕봉 구간은 2027년까지 생태계 보호를 위해 특별보호구로 지정 관리돼 있어 산행을 맘대로 할 수 없다.

하지만 국립공원 관리공단 지리산 국립공원사무소는 올해부터 내년말까지 5~6월, 9~10월 등 연중 4개월간만 '탐방예약 가이드제'를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월·목요일은 오전 7시 추성리 주차장에서 칠선계곡을 거쳐 천왕봉으로 '올라가기'를, 화·금요일은 반대로 천왕봉에서 추성리 주차장으로 '내려가기'를 한다.

매회 지리산 국립공원 직원과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4명의 가이드(안전지킴이)가 동행하며 회당 참여인원은 40명으로 제한한다. 참가신청은 '올라가기' 15일, '내려가기' 16일전 오전 10시부터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www.knps.or.kr)를 통해서만 할 수 있다. 무료. 예약자는 개별적으로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후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055)972-7771~2

산행은 오전 7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올라갈 때는 전날 추성리 부근에서 민박을 하고, 내려설 경우에는 장터목 대피소나 로터리 대피소에 올라 하루를 묵어야 한다. 예약 필수.   
 
칠선계곡의 도둑산행은 절대로 피하길 권한다. 국립공원사무소 직원들의 감시가 물샐틈없이 조직적이고 치밀하다. 만일 적발되면 과태료로 50만 원을 물어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칠선계곡의 등산로가 워낙 험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조난을 막기 위해서다. 국립공원 사무소에 따르면 요즘도 꾸준하게 평일 하루 3명 안팎, 주말에는 8~10명 정도가 도둑산행을 하다가 적발된다고 한다.

기자가 경험한 칠선계곡은 어떠했을까. 20여 차례나 칠선계곡을 경험한 이창우 대장과 함께 해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혼자였다면 3~4군데 길찾기가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

맛집 한 곳 추천한다. 마천면은 지리산 흑돼지가 유명하다. 일교차가 심한 데다 청정수를 먹고 자라 육질이 아주 단단하고 한눈에 봐도 육질이 선홍색으로 싱싱하다. 1인분(200g) 8000원. 마천면 소재지에 위치한 '마천흑돼지촌'(055-962-6689)이 잘한다. 길 건너 식육점과 함께하기 때문에 언제가도 생고기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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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지리산 흑돼지.



◇교통편 - 대전통영 고속도로 생초IC로 나와 화계 방면으로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함양행 직행버스는 오전 7시, 9시에 있다. 2시간 소요. 1만2100원.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길건너 위치한 군내버스 터미널에서 추성행 군내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매시 정시와 30분에 각각 출발한다. 1시간 걸리고 3300원. 백무동에서 함양터미널행 버스는 낮 12시30분, 오후 1시20분, 2시, 2시30분, 3시30분, 4시, 4시30분, 5시30분, 6시, 6시30분, 7시, 7시40분에 있다.

함양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 6시, 6시30분(막차)에 있다.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진주로 가서 부산행 버스를 타면 된다. 늦게까지 자주 있다. 승용차를 추성리에 주차했을 경우 백무동에서 택시(055-962-5110, 011-678-5119)를 불러야 한다. 1만20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 생초IC~화계 방면 좌회전~함양 마천 우회전~마천 함양 자연휴양림 좌회전~백무동 마천 좌회전~지리산 마천 직진~지리산 백무동 칠선계곡 마천~의탄교~칠선계곡 벽송사 서암 좌회전~추성리 주차장 순.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


★지리산 칠선계곡의 진면목은 선녀탕 옥녀탕 비선담 칠선폭포 대륙폭포 삼담폭포 마폭포 등이 '7폭포 33소와 담'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상)편에 숨어 있습니다. 기자의 생각으론 (상)편이 더 알차고 더 볼 게 많은데 이상하게 (하)편이 네티즌들에게 호응이 많네요. (하)편을 보신 후 아래 쪽에 밀려 있는 (상)편에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상)편은 여기<http://hung.kookje.co.kr/224>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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