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387> 부산 천마산~시약산~구덕산
부산이 한눈에, 공원같은 도심 뒷산
남부민동 해광사 ~ 학장동 대림아파트 코스 4시간30분 소요
곳곳 체육공원 조각공원… 고비고비 산줄기 끊겨 아쉬움도

 
  산꾼들의 필수 쉼터인 시약산의 시약정(蒔藥亭) 옆 절벽바위 위에서 본 부산의 도심. 대륙의 관문인 부산항이 시원하게 펼쳐진 가운데 용두산공원 영도대교 봉래산 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발아래 보이는 구덕운동장에선 연습하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가깝다.
천마산(324m) 시약산(515m) 구덕산(668m).

인근 주민들에게 동네산 정도로 알려져 있는 이들 산은 부산서 어린시절을 보낸 성인들에겐 초등학교 소풍이라는 소중한 추억의 보고이다.

부산의 중심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이들 능선길을 한걸음 한걸음 걷노라면 부산 도심의 진면모가 다각도로 펼쳐진다. 부산항과 남포동 자갈치 용두산공원 민주공원 공동어시장 등 부산을 대표하는 명소들을 원하는 액자에 담아 찬찬히 관찰할 수 있다.

어린시절 하룻강아지 마냥 멋모르며 올랐던 이들 동네산을 추억의 편린을 되새기며 다시 한번 올라보자.

하지만 도심의 산이라 애로가 있다. 산줄기가 고개마다 끊겨 속세(?)를 몇군데 지나야 한다.

취재팀은 부산 서구 남부민동 뒷산인 천마산(324m)에서 시약산을 거쳐 구덕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남부민동 천마럭키마트~해광사~조각공원~천마바위(전망대)~천마정~체육공원
~천마산 정상(석성봉수대)~천마산 TV중계소~임도~철탑~체육공원~임도~감천고개
~옥녀봉(괴정 공동묘지)~까치고개~대티고개~시약산 산불감시초소~밀양 박씨묘(삼거리)
~시약산(부산기상레이더관측소)~시약정~구덕산(부산항공무선표지소)~승학산 꽃마을 갈림길~산불초소
~잇단 간이 체육시설~북구 학장동 대림아파트 107동. 4시간~4시간30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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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윗길 부산정보디자인고 정류장에서 내려 버스 진행방향과 반대로 조금 가면 송도신협(신용협동조합)이
코너에 있다. 왼쪽으로 간다. 해돋이길이다. 190, 35번 버스종점을 지나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길로
가면 정면에 공사중인 난간이 보인다. 이 난간을 돌아 왼쪽으로 가면 우측에 천마럭키마트 간판이 보인다.
그 옆 계단길이 사실상 들머리다. 정류장에서 10분 거리.

3분 뒤면 산에 들어선다. 해광사를 지나면 오른쪽에 정자. 체육공원으로 가는 좌측 임도 대신 정자 앞에
열린 산길로 향한다. 5분 뒤 뜻밖에도 조각공원. 올초 서구청이 5억여원을 들여 조성했다. 여느 야외조각장에
견주어도 전혀 뒤질 게 없다.

발걸음을 우측으로 옮기면 천마산에서 가장 전망이 빼어나다는 천마바위. 지난 1960년대 전통의 대륙산악회가
암벽훈련을 하던 곳이다. 당시 금정산에는 암벽등반 코스가 개발되지 않아 부산의 클라이머들이 모두 이곳에서
 꿈을 키웠다.

동물 발자국처럼 움푹 파인 크고 작은 구덩이가 산재한 천마바위에 오르면 부산 도심이 한눈에 조망된다.
발밑에는 남항방파제와 공동어시장, 정면으로 영도 봉래산과 영도다리 부산대교, 그 왼쪽으로는 연안부두
자갈치시장 용두산공원과 중앙공원 등이 도심을 감싸고 있다. 저멀리 황령산과 이기대도 선명하다.

 
  천마산 조각공원에 설치된 작품 '젊은 가장(家長)'. 점차 위축되고 있는 젊은 가장의 모습을 표현했다.
다시 조각공원으로 돌아와 정자인 천마정으로 향하는 왼쪽길로 간다. 길 옆에는 독특하고도 근사한 조각품들이 즐비하다. 조그만 운동장이 나타나면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산불초소를 지나 정상으로 향한다. 곧 갈림길. 침목계단이 예쁘게 조성된 왼쪽길로 오른다. 계단이 끝나면 체육시설. 왼쪽 산죽길로 향한다. 무덤을 지나면 커다란 돌탑. 바로 정상이다. 이곳엔 과거 석성(石城)봉수대가 있었다. 지금의 돌탑은 지난 1971년 천마산악회에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봉수대 모양으로 쌓은 것.

방금 지나온 천마바위와 천마정 체육공원이 한눈에 들어오고, 저멀리 대마도까지 조망돼 예부터 국토의 남동부를 지키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도 남을 만한 터라는 생각이 든다.

산행은 좌우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오른쪽 능선길로 이어진다. 곧 만나는 임도를 따라가면 갈림길. 왼쪽 철탑방향으로 15분쯤 가면 감천고개. 2차로 도로를 건너야 한다.

보행로를 지나 그린마트를 끼고 왼쪽길로 가면 정면에 영미용실. 미용실 옆 오른쪽 계단으로 올라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면 곧 산길과 만난다. 동네 야산인 옥녀봉으로, 온 산이 묘지다. 지도상엔 괴정공동묘지.

곧 능선길에 닿는다. 좁은 능선길이지만 큰 의미가 있다. 백두대간에서 뻗어내려 낙동정맥을 거쳐 종착지인
몰운대로 이어지는 중요한 길이다. 몰운대 반대방향인 오른쪽길로 10분 정도 걸으니 이내 마을. 사하구
괴정2동이다. 왠지 좀 싱거운 기분이 든다.

골목길을 빠져나오면 까치고개. 길건너 보이는 까치슈퍼를 끼고 오른쪽으로 가 다시 골목길을 5분 정도
요리조리 지나면 대티고개. 정면에 세훈가정의학과병원. 우측으로 약간 걸으면 탑훼밀리 삼거리. 다시
우측으로 조금 가면 분식점 삼국지. 그 마주보는 골목이 시약산으로 가는 들머리. 계단을 올라 오른쪽 난간을
따라가면 5분 뒤 산불감시초소. 이제서야 본격 산이다. 오른쪽에 서·동대신동의 전경과 중앙공원 충혼탑이
시야에 들어온다.

초소만 지나면 길찾는 데는 걱정이 없다. 곧 '시약산 정상 1.7㎞' 이정표가 나온다. 20분쯤 뒤 거대한 밀양 박씨묘.
 묘지를 돌아 산불감시초소를 지나면 본격 산길. 시종일관 오르막이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묘지에서
50분이면 상봉에 닿는다. 아쉽게도 기상레이더관측소라 일반인 출입금지.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이곳을
우측으로 돌아나간다. 3~4분 뒤 전망이 빼어난 정자, 시약정이 기다린다. 산꾼들의 필수 쉼터. 목침을 베고
누워도 부산 도심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정자 옆 절벽바위에 서면 왼쪽에 백양산과 금정산 상계봉이, 정면엔
엄광산 황령산 장산 철마산이 선명하다. 발밑에는 구덕운동장에서 연습하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가깝다.

시약정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가면 구덕산 정상인 항공무선표지소. 역시 일반인 출입금지. 시멘트길인 이곳을
따라 승학산과 꽃마을로 나뉘는 안부까지는 대략 5분. 꽃마을은 오른쪽, 승학산 방향은 왼쪽. 왼쪽 숲길로 가
작은 봉우리를 넘으면 또다른 안부. 승학산 억새보호안내 팻말이 서있다. 가을철 억새산행은 보통 여기서
시작된다. 취재팀은 승학산으로 가는 길을 버리고 벤치가 보이는 오른쪽길로 하산한다.

체육시설과 약수터가 동시에 있는 두 곳을 잇따라 지나 급경사길로 내려서면 의외로 울창한 숲길이 계속된다.
다시 체육시설을 지나면 곧 학장동 대림아파트 107동 앞이 나온다. 안부에서 40분 정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초원 좋아 한때 목마장으로 이름나

천마산과 구덕산은 서구와 사하구를 가르는 경계선상에 이어지는 우리 고장의 산이다.

천마산은 부산항을 굽어 보고 부산의 중심지를 감싸안은 산으로, 해상공원인 암남공원을 발아래 두고
왼쪽은 승학산, 오른쪽은 엄광산을 거쳐 민주화의 성지인 민주공원(중앙공원)으로 날개를 펴고 있다.

천마산은 산세가 완만하고 초원이 너무 좋아 예부터 목마장으로 이용됐다. 때문에 하늘에서 용마가
내려와 살았다고 할 정도였다. 천마산 아래 동네인 초장동의 초장(草場)도 여기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석성산으로도 불리던 천마산에는 석성봉수대의 흔적도 볼 수 있다. 그만큼 조망이 빼어난 산임을
반증해주고 있다. 하지만 석성봉수대는 군사적 불리함 때문에 근처 구봉산으로 이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 지하철 남포동역에서 시내버스 이용

이번 산행의 출발지인 천마산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쉽게 접근 가능하다. 지하철 1호선 남포동역에서 내려 피닉스호텔 옆 스타벅스 앞에서 시내버스 6, 7, 17, 17-1, 61, 161번을 이용해 서구 남부민동 부산정보디자인고 정류장에서 내린다. 190, 35번 버스종점이 들머리에서 가깝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입력: 2004.05.2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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