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보석같은 능선 5시간 산행
하산길의 의양골 계곡 '숨은 진주' 발견


20일은 춘분. 완연한 봄이다.

얼어붙은 대지 곳곳에 봄이 움트고 있다. 삭풍이 몰아치던 마을 뒷산 언덕바지에는 나물 캐는 아낙네가 삼삼오오 모여 있고 겨우내 숨죽은 듯 잠잠하던 숲은 새소리에 조금씩 깨어나고 있다.

514봉에서 본 달음산(우측 제일 높은 암봉).

양지바른 너른 터에는 야생화가 이미 고개를 내밀었고 파란 새싹은 애기 손톱 크기로 자라났다.

봄을 좀 더 몸으로 빨리 느끼려면 산만한 데가 없다. 혹자들은 산이 언제나 그 자리에 변함없이 그대로 있다고 느끼겠지만 아침 저녁 다르고 365일 시시각각 변신하는 곳이 산이다.

올들어 부산의 야생화 마니아들은 지난달부터 야생화를 찾으러 부산의 온 산을 구석구석 누볐다. 가장 먼저 가시적인 성과를 올린 곳이 바로 기장 철마산. 그 만큼 빨리 봄이 찾아온다.

흔히 부산의 산 하면 십중팔구는 금정산을 떠올린다. 분명 산세로는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빠질 것 없는 명산이지만 도심의 산이라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 이제는 ‘유원지화'된 느낌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최근 그 대안으로 기장의 산을 많이 찾는 추세다.

동해바다와 인접한 기장에는 의외로 산이 많다. 금정 백양 황령 등 기장을 제외한 전 지역의 산을 합해도 수적인 면에서 버금간다.

동부의 천마산 아홉산(철마) 일광산 달음산을 비롯 서부 철마산 거문산 공덕산, 남부 개좌산 운봉산 아홉산(회동), 북부 백운산 망월산 용천산 석은덤 등등. 한눈에 압도될 만큼 고봉준령은 아니지만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수수하다. 그래서 더 정감이 간다.

이들 산은 대부분 능선으로 이어져 종주산행이 가능하다. 달음산~철마산으로 이어지는 8~9시간의 동서코스는 금정산~백양산의 그것에 버금가고, 백운~철마산의 남북코스 또한 보석같은 능선길이다.

 이번 주 산행팀은 거문산~철마산을 찾았다. 기장의 모든 산뿐 아니라 동해바다 금정산 대운산 영남알프스 등 부산과 동부경남 일대의 이름깨나 있는 산의 물결을 죄다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하산길에 만나는 의양골 계곡은 부산에도 이런 계곡이 있었나 할 정도로 유량이나 규모 면에서 놀랄 만큼 아름답다.

산행은 부산 기장군 철마면사무소~와여마을~하우스 민가~514m봉~거문산 정상~500m봉~임도~소산벌(마을)~소두방재(삼거리)~억새군락지(574봉)~임도(차단기)~철마산 정상~계곡(의양골)~임기마을 식수사용 표지판~임도~지장암 갈림길~임기마을~임기버스정류장(7번 국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 정도.



 철마면사무소 정류장에 내리면 사거리. 면사무소를 지나면 갈림길. 정면의 산이 거문산. 왼쪽 와여마을로 향한다. 마을주차장을 지나 ‘철마가든정육점'을 끼고 우측으로 향한다. 미륵사를 지나면 갈림길. 왼쪽 휘어진 길로 오른다. 임도 차단기를 넘어 직진한다. 하우스 민가를 지나면서 본격 산길이 시작된다. 곧 갈림길. 우측 오르막길로 향하면 사거리 고갯길. 직진하면 백기마을, 산행팀은 양지바른 무덤 뒤로 난 길로 능선을 타고 오른다. 이 정도면 들머리를 제대로 찾은 셈.

소나무가 한결같이 곧게 뻗은 모습이 시원하다. 신길은 점차 좁아진다. 왼쪽 아래에 다시 저수지. 결국 저수지를 축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에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10분 뒤 길 찾기 유의할 곳. 능선길로 치고 오르는 심한 오르막길이 우측에 열려 있다. 무심코 가다간 그냥 지나치기 쉬우므로 꼭 국제신문 노란 안내 리본을 살피자.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경사가 심하다. 거의 숨이 넘어갈 정도다. 25분 정도 지속된다. 마침내 514봉. 참호 모양의 큰 홈이 파여 있다. 주변이 온통 산의 파노라마다. 왼쪽 거문산, 정면 매바위 용천산 문래봉 석은덤. 몇 걸음 우측으로 자리를 옮기면 함박산 달음산, 그 우측으로 아홉산 일광산 장산이 덤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본격 거문산으로 간다. 억새와 송림이 반복된다. 15분이면 닿는다. 정상석이 없어 산행팀은 ‘거문산 545m'라고 적은 리본을 걸어 놓았다.

향후 오를 철마산은 왼쪽 방향. 능선이 곧 바로 연결돼 있지 않아 산중 마을인 소산벌을 거쳐야 한다. 낙엽길을 따라 15분쯤 걸으면 갑자기 시야가 트인다. 소산벌로 내려가기 위한 끄트머리 500m 암봉이다. 소산벌이 한눈에 보이고 산 아래 골프장인듯 파헤쳐진 곳이 시명산 자락이다.

6분 뒤 소산벌 입구 솔밭. 최근 나무를 베어 길을 낸 흔적이 역력하다. 곧 임도를 만난다. 임도를 버리고 우측 마을로 향한다. 길은 신기하게도 조개껍데기로 덮여있다. 우측은 표고버섯 재배 하우스. 300m쯤 가면 왼쪽으로 철마산 가는 길이 열려 있다.
억새 오름길이다. 20분 뒤 삼거리. 소두방재다. 좌측으로 간다. 우측은 매바위 망월산 백운공원묘지 가는 길이다.

10분 뒤 멋진 전망대(574m)를 만난다. 진행방향으로 정면 철마산과 장군봉이 우선 눈에 띈다. 가장 멀리 보이는 신어산, 그 앞 오봉산 토곡산 선암산(어곡산) 천마산 염수봉이, 그 앞 능선이 낙동정맥인 운봉, 천성 1, 2산, 그 뒤 정족산, 울산 문수산 남암산, 그 앞 대운산 시명산이 보이고, 뒤돌아보면(동쪽) 문래 치마 함박 달음산이, 남쪽에는 방금 지나온 거문 개좌 운봉 아홉 황령 금련 엄광 구덕 백양 금정산 상계봉이 산의 물결을 이룬다.

소두방재를 지나면 만나는 철마산의 자랑 억새군락지(574봉)에서 바라본 주변 풍광. 저 멀리 법기수원지 뒷산인 운봉산에서 천성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맨 우측 푹 꺼진 잘록이가 은수고개이다.

위 사진과 같은 장소인 억새군락지(574봉)에서 오르다 잠시 뒤돌아보면 달음산(가운데)과 그 우측으로 천마산 문래봉(치마산)이 보인다. 달음산 왼쪽 아래가 신도시인 정관이며 그 뒤로 동해바다의 물결이 일렁인다.


여기서 억새군락지를 지나 20분 정도 걸으면 임도. 소산벌 입구에서 임도 차단기로 이어지는 길이다. 계속 임도를 따라 가면 매바위 망월산 백운산 가는 길이어서 차단기 옆 내리막 산길로 향한다.

20여분 뒤 갈림길. 철마산 정상은 좌측, 우측길은 정상에 오른 후 다시 내려와 하산하는 길이다. 철마산 표찰이 나무에 걸려있다. 참고하길. 3분이면 정상에 선다.
605m라고 적힌 정상석이 서 있다. 발 밑으로 금정경륜장 금정체육관 노동포지하철역이, 정면(동쪽)으로 거문산이, 남쪽으로 회동수원지가 확인된다.

부산도 산의 도시이다. 철마산 정상에서 본 부산의 봉우리들이 산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왼쪽 거문산, 그 뒤 장산, 그 우측으로 황령산이 보인다.

하산길은 왔던 길로 3분 정도 내려가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간다. 시종 내리막길이다. 일부 구간에선 길 찾기가 애매모호하므로 노란 안내 리본을 따라가자. 30여 분 뒤 계곡과 만난다. 의양골이다. 이때부터 계곡따라 내려가면 된다. 유량도 풍부하고 너른 반석이 이어져 경관이 수려하다. 몇 차례 계류를 건너면 ‘임기마을 식수사용'이라 적힌 팻말이 붙어있다. 계류를 따라 14분이면 임도에 닿는다. 사실상 산행 끝. 지장암 입구를 지나 15분이면 임기마을에 닿고 여기서 임기교를 건너 임기버스정류장까지는 다시 15분 걸린다.

# 철마산 정상석과 관련된 일화 하나

 얼마 전 '부산 5산 종주'를 세 차례에 걸쳐 끝낸 기자는 두 번째 구간 마지막 봉우리인 부산 기장군 철마산을 어둠이 시작되는 오후 7시께 올랐다.  

 조그만 정상석과 커다란 정상석이 나란히 서 있었다. 문득 기자는 4년 전 이들 정상석 때문에 큰 곤혹을 치렀던 생각이 떠올라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커다란 정상석이 생기기전 철마산 정상. 가운데 우뚝 솟은 봉우리가 달음산이며 그 앞으로 문래봉, 소산벌이 각각 확인된다. 
새롭게 세워진 커다란 정상석과 기존의 조그만 정상석. 이 커다란 정상석 때문에 산행팀은 상당히 애를 먹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산행팀은 4년 전인 2005년 3월 거문산~철마산 코스를 소개했다. 당시 산행팀이 철마산에 올랐을 땐 지금의 커다란 정상석 대신 바로 옆의 조그만 정상석만 하나 달랑 있었다.

 문제는 산행팀이 다녀간 뒤부터 신문에 소개되기까지의 10일 정도 되는 기간 중에 부산의 '철마거문산악회' 회원들이 조그만 정상석 바로 옆에 커다란 정상석을 세웠다는 것. 산행팀은 거문산~철마산 기사가 나가기 전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평소에는 전혀 취급하지 않던 정상석 사진을 그날따라 신문에 게재까지 했으니 여러 곳에서 문의전화가 올 수밖에.
 전화내용이 거의 다 이랬다. "산행팀 정말로 철마산에 간 것이 확실합니까" 아니면 "신문에 난 그 사진은 언제적 사진입니까". 기자가 변명 아닌 변명을 한 것은 당연지사.

 신문을 보고 철마산을 찾은 한 지인은 신문에도 없는 커다란 정상석이 새로 생긴 사실을 보고 그날 정상에서 모두들 "국제신문 산행팀이 정말 다녀간 것 맞냐"는 뼈있는 농담을 했다고 전했다.

 아마 문의전화가 한달쯤 계속된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사건(?)이었다

# 교통편 - 마을버스 타고 면사무소 하차

들머리와 날머리가 달라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온다. 금정경찰서 범어지구대와 금정중학교를 지나면 마을버스정류장. 여기서 2번 버스를 타고 철마면사무소 앞에서 내린다. 20분 정도 걸린다. 버스는 부산산업보건센터 맞은 편과 노포동 지하철역 앞에서도 정차한다. 참조하길. 출발시간은 오전 7시25, 8시5, 8시45. 9시40, 10시25분.

날머리 임기버스정류장에서는 부산으로 가는 모든 버스를 타고 노포동지하철역에서 내리면 된다. 247, 37, 50, 301, 147, 58, 301-1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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