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짝 한발짝 仙界를 향해…변화무쌍한 기암괴봉들
동해 바다·금빛 호수의 장관 파노라마 펼쳐진 산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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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산은 108계단을 오르며 산행이 시작된다(왼쪽). 팔각산은 잠시 한눈 팔 시간도 없이 시종일관 안전시설물이 계속된다.

 경북 영덕 팔각산(八角山·628m)과 전남 고흥 팔영산(八角山·628m), 전북 진안 구봉산(九峯山·1002m)의 공통점은.
산 이름 앞의 숫자만큼 기암괴봉이 한 줄기 능선 위에 병풍처럼 우뚝 솟아 비경을 선사한다. 하나같이 험준하고 변화무쌍한 암봉이 연출하는 풍광이 기가 막히다. 해서 산깨나 탄다는 부산을 비롯한 전국 산꾼들의 산행 목록에 반드시 들어있다.
조망의 시원함도 갖췄다. 험난한 날등 위를 걷노라면 파도치는 바다를 원없이 볼 수 있다. 팔영산이 다도해 국립공원, 구봉산이 바다에 버금가는 용담호의 금빛 물결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팔각산은 망망대해 동해바다의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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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산 제6봉(사진 내 왼쪽)과 5봉(왼쪽). 멀리서 본 팔각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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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손성을이 옥계계곡의 계곡미에 반해 세운 침수정(왼쪽). 우측은 산행 중 만나는 독가촌의 초가. 최근에는 지붕 개량을 해 슬레이트 지붕으로 변해 운치가 사라졌다.


 산행 만족도 면에선 거의 100%. 거친 암봉을 오르내리다 보면 무척 고되지만 힘든 만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입소문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
영덕 팔각산은 여기에 숨은 보석이 두 어개 더 있다.
바위산이 대개 다리품을 팔며 암릉을 오르내리다 그냥 하산하는 반면 팔각산은 산행 도중 계곡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침수정을 비롯, 옥계37경을 보듬고 있는 옥계계곡은 들머리로 가는 도중이나 산행 중에 볼 수 있고, 하산길의 산성골은 엷은 그린색의 특이한 반석 사이로 수정같이 맑은 계류가 흘러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또 있다. 숲이 일품이고 길섶엔 야생화 천국이다. 여덟 개의 암봉을 넘으면 삼림욕장을 방불케 하는 길이 2.9㎞ 구간의 울창한 숲이 이어진다. 소중한 수목으로 대접받는 운치있는 홍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때론 발목까지 덮는 카키색 낙엽길도 덤으로 남아 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발에 차이는 게 야생화라 할 만큼 가지 수와 수량이 풍부한 데다 오동나무꽃과 쪽동백꽃 등 평소 보기 힘든 꽃들도 감상할 수 있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결국 팔각산은 암봉과 조망 계곡 숲 그리고 야생화로 이어지는 흔치 않은 산행지로 이맘 때 꼭 한번 등반하길 강력 추천한다.
산행은 영덕 달산면 도전리 옥계유원지 팔각산장 주차장~108계단~1봉-8봉(팔각산 정상·628m)~팔각산장 갈림길~독가촌~산성골 시작~개선문(독립문)~제2목교~제1목교~팔각산 출렁다리~옥계유원지 관리사무소 순.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6시간 걸리며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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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계팔봉’이라고도 불리는 팔각산은 원래 옥계계곡의 유명세를 타고 세간에 알려졌다. 그러나 오지였던 산성골이 최근 하산로로 반듯하게 정비되면서 이제는 자신의 이름으로 명산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행은 첫 걸음부터 숨가쁘다. 주차장에서 오른쪽 물길을 따라 50m쯤 가다 개울을 살짝 건너면 암벽에 설치된 108개의 철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헉'하고 숨이 턱 막히지만 동시에 한 폭의 동양화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묘한 느낌도 든다.
철계단을 올라서자 설상가상. 가파른 된비알이 15분 정도 이어진다. 무덤을 지나면서 왼쪽 산허리를 도는 오솔길을 만난다. 5분 뒤 사거리이자 ‘팔각산 1.9㎞'라 적힌 첫 이정표. 우측길은 도전리에서 올라오는 길.
이제 팔각산의 험난한 8봉으로 향한다. 거친 암봉이지만 애기 손목 굵기의 밧줄과 안전시설물이 적절하게 설치돼 못오를 곳은 없다.
1봉에는 뜻밖에 이를 알려주는 이정석이 서 있다. 2, 3, 4, 5봉은 왼쪽 반시계 방향으로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우측 저 멀리 바데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후 산행은 줄곧 밧줄에 의지하지 않으면 곤란할 정도로 사실상 암벽등반이다. 심한 경우엔 70도 정도의 암벽을 오르내려야 한다. 그렇다고 전문 산악인들만의 그런 코스는 결코 아니다.
안테나가 옆에 있는 2봉까지는 그런대로 올랐지만 3봉은 월악산 정상인 영봉이 생각날 정도로 한참 내려섰다 다시 밧줄에 의지해 올라선다. 이건 2년전 이야기. 하지만 지금은 위험구간으로 출입을 통제해 우회해야 한다.
귀띔 한 가지. 산행팀은 8봉인 정상까지 오르면서 4봉과 6봉을 알려주는 이정석을 보지 못했다. 가로 20, 세로 15, 높이 5㎝ 정도의 잇단 이정석은 출처가 불분명한 데다 박힌 위치마저 어정쩡해 사실 100% 믿을 수 없었음을 밝혀둔다.
7봉에선 동해바다가 출렁이는 가운데 내연산 삼지봉 향로봉 괘령산 동대산과 그 우측 낙동정맥의 능선이 확인된다. 정상인 8봉은 암봉이 아니라 밋밋한 둔덕을 이룬 육산의 형태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하산은 정상석을 보고 왼쪽으로 열린 길로 내려선다. 10분 뒤 갈림길. 왼쪽은 들머리인 팔각산장 주차장으로 가는 길. 팔각산의 새로운 진면모 산성골로 가려면 직진한다. 이때부턴 울창한 숲과 야생화 천국.
산성골이 시작되는 독가촌까지 1시간10분 소요되는 이 구간에는 홍송과 신갈 굴참 등 낙엽교목 그리고 둥굴레꽃 은방울꽃 천남성 족도리풀 갯완두 미나리냉이 쥐오줌풀 각시붓꽃 등 각종 야생화가 시종일관 눈길을 끈다.
민가인 독가촌은 짚으로 엮은 전형적인 초가집. 과거 한창 땐 10여 호가 살았다지만 지금은 50대 부부 한 가구만 홀로 산다. 농사도 지었을 만큼 평탄한 분지 주변에는 광대수염 벌깨덩굴 풀솜대 등 야생초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이어 산죽군락이 펼쳐지고 그 옆으로 오동나무꽃 쪽동백꽃 당조팝나무 연잎 꿩의다리 등이 만개해 있다. 평화롭지만 한편으론 어딘지 모르게 을씨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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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의 산성골. 그린색 암반 위로 흐르는 수정같이 맑은 계류에선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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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골의 비경(왼쪽)과 나제통문을 연상케 하는 개선문 바위.

독가촌을 지나면서 산성골의 비경이 시작된다. 넓게 펼쳐지던 계류가 갑자기 좁다란 협곡으로 변하는가 하면 와폭에 이은 조그만 소(沼)가 탄성을 자아낸다.
계곡 좌우엔 부처손이 가득한 바위들이 병풍처럼 도열한 가운데 엷은 그린색 암반 위로 흐르는 수정같이 맑은 계류에선 한결같이 입을 다물지 못한다.
무주 구천동계곡의 나제통문을 연상케 하는 개선문 바위에 이어 국내에서 가장 긴 팔각산 출렁다리(길이 70m, 너비 1m, 높이 20m)를 건너면 사실상 산행은 끝. 독가촌에서 1시간40분. 도로변의 옥계유원지 관리사무소에서 팔각산장 주차장까지는 3.4㎞로 35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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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성골을 내려서면 만나는 국내에서 가장 긴 70m의 출렁다리.

 #떠나기전에
 팔각산의 들머리 격인 옥계계곡은 팔각산과 동대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다. 조선시대 선비 손성을이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 계곡미에 반해 침수정(枕漱亭)이란 정자를 세우고 일생을 보냈다. 그는 경관이 뛰어난 37곳을 찾아 각각 진주암 병풍암 촛대암 강선대 등으로 명명해 후세에 '옥계37경'으로 불린다.
 침수정은 가히 절경이다. 손성을이란 선비가 반할만도 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정면 2칸, 측면 2칸의 팔작기와집인 침수정은 아쉽게도 지자체에서 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해 거의 흉가와 진배없이 허물어져 가고 있다.
 산행팀은 이날 침수정 주변에서 너구리 한 마리를 발견했다. 침수정을 맴돌다 산행팀이 다가가자 곧바로 계곡을 건너 도망갔지만 야생동물에서 볼 수 있는 기민성은 무뎌져 있었다.
 사실 산행팀이 침수정에 갔을 때 마을사람 몇몇이 너구리 사냥을 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물론 그들은 산행팀이 다가가자 이내 뒷걸음질 치고 사라졌다.
 기자는 산행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기도했다. 위장에 좋다는 너구리이지만 침수정을 놀이터 삼아 계속 삶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맛집
 영덕에선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대게를 잡을 수 있고, 나머지 기간은 금어기다. 이 기간 동안에는 수입산이 유통된다. 하지만 드넓은 동해바다에서 일본배나 러시아배 또는 북한 배가 잡으면 수입산이고, 우리 배가 잡으면 국산이다. 때문에 미식가가 아니고서는 크게 맛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최근에는 영덕 강구항의 경우 영덕 배가 잡은 대게에는 국산임을 입증하는 초록색 라벨을 붙여주지만 인근 구룡포나 울진 후포 등 외지 배들이 잡은 대게는 간혹 수입산으로 오해를 산다. 그 만큼 유통 및 판매 체제가 엉성하기 짝이 없다. 소비자 입장에선 100%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싸고 믿을 만한 대게집을 한 곳 추천한다. 영덕대게협동조합직매장(054-734-0691). 경보화석박물관을 지나 삼사해상공원에서 300m쯤 못미친 7번 국도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맞은편엔 오션뷰CC.
 전국을 대상으로 대게 택배를 전문으로 하며 강구항 내 대게집보다 가격이 30%쯤 싸다. 직접 가위로 대게를 먹기좋게 잘라주며 먹는 방법도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게장 비빔밥도 직접 만들어주며 밑반찬은 모두 직접 농사를 지은 유기농이다. 산에서 직접 캔 냉이나 달래 등 봄나물도 맛볼 수 있다. 주인 노부부의 후덕한 마음 씀씀이에 반해 한번 이곳을 찾으면 반드시 단골이 된다.
 무엇보다 주문할 때 호주머니 사정에 맞게 국내산과 수입산을 적절히 배분하라고 알려주며 서비스 반찬도 부담스럽게 많이 나온다.

 #교통편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영덕행 버스는 오전 7시5분, 7시52분에 있다.1만1400원. 들머리인 팔각산장 주차장은 영덕에서 옥계행 버스를 타고 간다. 오전 8시10, 9시50분. 3110원. 30분 걸린다. 영덕으로 나오는 버스는 오후 4시30, 6시30, 7시40분(막차)에 있다. 영덕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30분, 5시30분, 6시20분, 7시5분, 7시20분(막차)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울진 포항 7번 국도~울진 영덕 28번 국도~울진 영덕 7번 국도를 타고 가다 삼사해상공원을 지나 만나는 첫 삼거리에서 달산 방면 좌회전~옥계 주왕산 얼음골 부남 방향 좌회전~팔각산장 주차장 순. 침수정은 팔각산장 못가 커브길인 옥계 덕성식당 맞은 편에 있다.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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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은 황홀한 조망, 산밑은 시원한 계곡

 구봉산 복두봉 운장산 연석봉 등 진안의 산이 한눈에
 산행시간 3시간 남짓…산행후 계곡서 피로 풀 수 있어
 발밑엔 햇빛을 반나절만 볼 수 있다는 雲日巖半日巖(운일암반일암)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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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도봉 정상 인근 전망대에 서면 진안 일대의 웬만한 봉우리들이 죄다 확인될 정도로 조망이 환상적이다.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상어이빨처럼 날카롭게 돌기된 구봉산, 여성의 젖꼭지 모양의 암봉인 복두봉, 운장산 동봉 주봉 서봉 등 1000m급 고봉준령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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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장산 우측으론 연석산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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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산을 클로저업한 사진. 상어이빨처럼 돌기된 암봉이 구봉산, 그 우측 피라미드 모양의 봉우리가 구봉산 주봉인 천황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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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과 반대 방향에서 본 구봉산. 들머리인 운일암반일암으로 오가는 도중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운일암반일암(雲日巖半日巖).

뭣인고 하니 계곡 이름이다. 듣기에 따라 다소 해괴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 이름은 아마도 국내 계곡 이름 중 가장 길지 않나 싶다. 깎아지른 기암절벽을 휘감아 흐르는 냉천수는 곳곳에 크고작은 폭포와 소를 만들어 그야말로 대자연의 절경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장삼이사들에게 익히 알려진 마이산이 있는 전북 진안의 최북단인 주천면에 위치한 이 운일암반일암은 북으로 병풍을 두른 듯한 무명의 명덕봉(해발 846m)과 남쪽의 명도봉(해발 863m)에 의해 형성된 일종의 기나긴 협곡이다. 이 운일암반일암을 따라 운장산 북쪽 골짜기에서 발원한 물과 명도봉 및 명덕봉 골짝에서 흘러내리는 지류가 만나 주자천을 형성한 뒤 국내 다섯 번째 규모인 용담호를 거쳐 금강 상류로 이어진다.

   
이름이 다소 독특하면 필히 사연이 있는 법.

예부터 깎아지른 절벽 밑으로 길이 없어 하늘과 돌, 나무만 있을 뿐 오가는 것은 구름밖에 없다는 뜻에서 운일암(雲日巖)으로 불렸고, 하루 중 햇빛을 반나절밖에 볼 수 없다 하여 반일암(半日巖)이라 명명됐다 전해온다. 또 다른 설도 들린다. 시집가는 새색시가 수십길 아래 깎아지른 절벽 위를 가자니 너무 겁이 나 울면서 기어갔다 하여 운일암, 공물을 지고 가던 관리가 이 길이 어찌나 험했던지 불과 얼마가지 못하고 해가 떨어진다 하여 '떨어질 운(隕)' 자를 써 운일암이라 불렸다고도 한다.

이 같은 전설로 유추해 보면 이 운일암반일암은 상당히 험하지만 절승에 다름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주 산행지는 운일암반일암을 들머리로 하는 명도봉. 산 자체는 평범하다. 하지만 정상에서 구봉산 운장산 복두봉은 물론 저멀리 덕유능선이 그려내는 산그리메는 일품이다. 구봉산 운장산은 들머리를 기준으로 한다면 운일암반일암에서 차로 각각 6~7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으며 진안읍내에 우뚝 선 마이산은 차로 10여 분 소요된다.

산행은 진안군 주천면 운일암반일암 관리사무소(주차장)~주자천~산죽길~능선안부~사거리~정상 직전 전망대~명도봉 정상~경주 이씨묘(전망대)~너덜길~도로(샬롬수양관 입구)~칠은교~팔각정(도덕정)~관리사무소. 날머리와 들머리의 거리는 1.8㎞. 이 구간을 포함해도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20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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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일암반일암 관리사무소 옆 주차장을 가로지르며 산행은 시작된다.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명도봉이다. 민물고기 포획금지를 알리는 안내판 옆으로 난 계단을 내려가 주자천을 건너면 노란 원추리가 활짝 웃으며 뭇 객을 맞는다. 산으로 접어들면 주자천과 나란히 내달리는 오솔길을 만난다. 좌로 50m쯤 가면 우측으로 산죽길이 열려 있다. 본격 들머리다.

한마디로 아주 거친 낙엽 깔린 돌길 오르막이다. 돌도 고정돼 있지 않아 꽤 신경 쓰이고 바닥엔 이끼류가 널려 있다. 울창한 숲이 하늘을 가려 약간은 음침한 기분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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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경사 된비알 낙엽길도 오르고(왼쪽) 집채만한 바위 위를 밧줄에 의지해 오르기도 한다.


외길이라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차츰차츰 오를수록 산죽과 넝쿨 칡뿌리 등이 뒤엉켜 무성한 원시림을 떠오르게 한다. 한 줄기 빛이 겨우 숲 바닥에 꽂힐 정도로 울창하다. 20분쯤 뒤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경사가 심해진다. 바닥도 한 보 내디디면 반 보 밀릴 정도로 미끄럽다. 이러한 구간은 능선 안부에 닿는 20분 정도 계속된다.

계속되는 급경사 오르막길. 숨고르기를 하라고 길이 순해지지만 그것도 잠시. 집채만한 바위가 앞을 가로막아 왼쪽으로 우회하면 지옥같은 낙엽길 된비알이 기다린다. 스틱을 이용해도 고통스러울 정도로 경사가 심하다. 다행히 5분이면 오르막은 끝나고 사거리에 닿는다. 정면은 또 다른 운일암반일암의 들머리인 명천여관 쪽에서 올라오는 길, 우측은 전망대. 전망대에 서면 발아래로 들머리와 운일암반일암을 기준으로 마주보고 있는 명덕봉이 우뚝 솟아 있다.


산행팀은 좌측으로 향한다. 한 굽이 올라서면 농짝만한 바위가 버티고 있어 다시 좌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일순간 폭 꺼지며 수직 바위절벽 측면으로 내려섰다 올라선다. 주변이 온통 바위 전시장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바위들이 널려 있다. 바위 좌측으로 우회해 올라가면 이끼 낀 바위 아래 큰 굴이 보이고, 산길은 그 우측으로 꺾어진다.

이어 만나는 또 다른 굴 좌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바위군이 엉켜있어 길이 없는 듯 보였으나 다행히 밧줄이 걸려 있어 큰 무리없이 의지해 오른다. 도중 어른 손바닥 크기의 두꺼비가 눈길을 붙잡는다. 산 자체가 습한 데다 햇빛마저 투과되지 못할 정도로 울창하다 보니 산중에 두꺼비가 살고 있는 듯하다. 두꺼비가 있으면 반드시 천적인 능구렁이가 있기 마련이니 참고하시길.

밧줄을 잡고 올라 6분이면 오르막은 끝이 나며 비로소 산행리본이 시야에 들어온다. 곧 우측으로 전망대가 하나 보인다. 나뭇가지 사이로 구봉산과 그 뒤로 덕유산, 발아래 주천면 소재지, 그 우측으로 유량은 줄었지만 용담호가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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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는 진안 최고의 피서지로 손꼽히는 운일암반일암 계곡. 오가는 건 구름밖에 없다는 뜻에서 운일암, 하루 중 햇빛을 반나절밖에 볼 수 없다 하여 반일암으로 명명됐다 한다. 세 번째 사진의 바위는 부처바위.


 명도봉 정상은 전망대에서 6분이면 올라선다. 서울 사는 출향인들의 모임인 명도회가 2년 전 세운 조그만 정상석이 서 있지만 조망은 숲에 가려 아예 없다. 하지만 우측으로 약간 돌아 돌탑봉에서 남쪽 방향으로 내려서면 경주 이씨묘가 위치한 너른 전망대가 기다린다. 좌측에서부터 우측으로 상어이빨처럼 날카롭게 돌기된 구봉산과 그 주봉인 삼각뿔 모양의 천황봉(1002m), 여성의 젖꼭지 모양의 암봉인 복두봉(1018m), 운장산 동봉 주봉(1126m) 서봉, 그 우측 낮은 봉이 연석산(925m) 등 1000m급 연봉들이 마치 장벽을 이뤄 솟아 있다. 근래에 보기 드문 장관이다. 구봉산 뒤론 덕유능선이 희미하게 손에 잡힌다. 참고로 경주 이씨묘 우측 열린 길로 40m쯤 가면 또 다른 전망대를 만난다. 앞서 본 조망과 큰 차이는 없지만 이곳에 서면 명도봉에서 복두봉으로 이어지는 종주길이 확연히 보인다. 참고하시길.

이제 돌탑봉에서 날등을 따라 하산길로 내려선다. 산죽이 도열해 있는 사납고 드센 너덜길의 연속이다. 전체적으로 습한 산이라 미끄러워 자칫 방심하면 부상의 염려가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여기에 굵은 칡뿌리가 숲 바닥 여기저기 꼬여 널브러져 있고, 나무를 타고 내려온 덩굴줄기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어디선가 타잔이 '아~아아!'하고 나타날 분위기다.

30여 분 지루한 너덜길을 걸으면 갈림길. 왼쪽은 너덜길의 연속, 오른쪽은 능선길로 너덜이 끝나는가 싶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이렇게 28분이면 너덜이 끝나고 산죽길을 거쳐 7분 뒤 도로에 닿는다.

샬롬수양관 입구와 칠은교를 지나 우측으로 주자천을 따라 운일암반일암의 절경을 감상하며 걸으면 30분 뒤 관리사무소 앞 주차장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주자천, 고려 때 송나라 주자 종손이 다녀간 때문 명명

엄밀히 말하면 운일암반일암은 명도봉과 명덕봉이 이뤄놓은 계곡 내 비경을 총칭하는 용어이다. 하지만 장삼이사들은 운일암반일암 계곡에 더 익숙하다.

운일암반일암으로 가는 도로변의 물길의 이름은 주자천. 마치 함양 용추계곡으로 불리는 곳이 실은 지우천이라는 진짜 이름을 갖고 있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주자천이라는 이 이름은 고려 때 송나라 주자의 종손인 주찬이 다녀갔다 하여 명명됐다고 전해온다. 지금도 인근 주천사에서는 주찬 선생을 추모하는 제사를 올린다.

관리사무소가 위치한 지점이 운일암반일암 관광지의 중간 지점에 해당되며, 도덕정이라는 팔각정이 위치한 지점이 운일암반일암에서 가장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다. 영덕 옥계계곡에서 가장 풍광이 빼어난 지점에 선비 손성을이 침수정이라는 정자를 지었듯이 말이다. 팔각정 주변에는 부처바위를 비롯 용소바위 족두리바위 등 집채 내지 농짝만한 기암괴석들이 깎아지른 절벽과 작은 폭포 그리고 울창한 수목과 어우러져 여러 폭의 한국화를 그려내고 있다. 짧은 산행과 더불어 계곡의 정취를 맘껏 느낄 수 있는 여정이다.


# 교통편-새로 생긴 익산장수 고속도로 진안IC로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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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생긴 익산장수 고속도로를 타면 서비스로 저 멀리 마이산도 볼 수 있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장수분기점에서)익산장수 고속도로 진안IC~무주 진안 30번 우회전~용담 795번 지방도 직진~용담 군청 군의회 방향 직진~진안군청 지나~(진안사거리에서)금산 용담 795번 좌회전~금산 용담댐 운일암반일암 우회전~금산 주천 운일암반일암~동상 운일암반일암 55번 좌회전~운일암반일암 관리사무소 앞 주차장. 익산장수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진안 마이산의 모습을 오롯이 볼 수 있다. 대중교통편은 당일치기로는 불가능하다.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호젓한 청정계곡에 동해바다 조망까지-포항 동대산~바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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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산의 대표적인 청정계곡인 경방골의 호박소 앞에 선 취재팀. 소 상단부 암반으로 흘러내리는 와폭과 수정같이 맑은 물은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들머리에서 35분이면 아무도 없는 숨은 비경에 닿는다.

 
 조금만 움직여도 등줄기에 땀이 흥건해지고 김이 안경에 껴 오히려 산행에 방해가 될 정도인 여름, 계곡 산행을 떠나보자. 기암괴석과 수정같이 맑은 물은 계곡이 당연히 갖춰야 할 충분조건. 여기에다 '인간공해'가 거의 없는 인적 드문 청정계곡이라면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곳이다. 또 한가지.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고 땀에 흠뻑 젖은 몸을 '풍덩' 담글 수 있는 그런 계곡이면 금상첨화. 국립공원 등의 수려한 계곡은 원칙적으로 대부분 휴식년제나 상수원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돼 물한방울 손에 묻힐 수 없다. 그저 주마간산 격으로 감상만 해야 하는 '그림의 떡'과 같은 계곡이다.


 경북 영덕과 포항에 걸쳐 있는, 청정계곡이 숨어있는 동대산(791m)과 바데산(646m) 계곡으로 떠났다.

남으로는 포항의 내연산 향로봉과 삼지봉으로 연결되고 북으로 바데산을 머리에 이고 있는 동대산은 동서로 여러 갈래의 숨은 계곡과 골짜기를 만들어 놓고 있다.

북서쪽의 경방골 물침이골과 서쪽의 마실골은 아직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데다 자연의 신비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계곡산행으로 제격이다.

전망 또한 빼어나 바데산과 함께 동해바다의 넘실거리는 푸른 물결을 맘껏 감상하며 땀을 식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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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계계곡의 명물 침수정 주변을 우선 둘러본다.

이번 산행은 경방골과 물침이골을 거쳐 동대산 정상에 오른 후 능선을 타고 바데산으로 향하는 코스를 잡았다. 옥계식당~옥계교~(옥계)신교~경방골~호박소~물침이골~너덜~주능선~동대산 정상(헬기장)~바데산 갈림길~십자로 안부~잇단 전망대~학성바위(쌍바위)~묘지~바데산 정상~잇단 묘지~옥녀교~신교 순. 6시간 정도 걸린다. 인적이 드문데다 갈림길이 워낙 많아 '국제신문 산행안내 리본'을 참조하며 길찾기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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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에서 옥계 방면 69번 지방도를 타면 팔각산을 지나 옥계유원지에 닿는다. 도로변에 큰 간판의 옥계식당이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식당 건너편엔 옥연암 이정표가, 그 옆에 화장실이 있다. 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계곡을 건너 비포장로를 달리다 (옥계)신교를 지나 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 있다. 경북문화재이기도 한 그 유명한 침수정은 다리를 지나면서 오른편 언덕바지에 살포시 터를 잡고 있으니 놓치지 말자.

산행은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난 산길로 진입하면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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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산 경방골은 아직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청정계곡이다.

곧 자연 그대로의 청정한 경방골 비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독특한 자태와 색상을 뽐내는 암반과 기암절벽 위에 걸린 푸른 소나무는 마치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고 맑은 공기와 시원한 물소리, 새소리는 오감을 즐겁게 해준다.

텐트 치고 물놀이나 하고 가자는 동행한 산꾼의 엉뚱한 제안에 내심 정말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계곡을 따라 달리다 작은 소가 나타나면 물을 건너고, 그것마저 불가능해지면 절벽 아래를 타고 가기를 수차례. 어느새 경방골의 명물인 호박소 앞에 닿는다. 들머리에서 35분 거리.

50평쯤 될까. 첫 인상은 숲속의 작은 연못. 어른 허리 정도 깊이로 보이는 호박소 앞에서 산꾼들은 이구동성으로 감탄사를 쏟아낸다. 호박소 상단부 암반으로 흘러내리는 약 5m의 와폭 또한 그림같다.

호박소에서 5분 정도 가면 계곡이 둘로 갈라진다. 정면으로 난 골은 경방골의 주계곡으로 동대산 정상 동쪽 바로 아래까지 물길이 이어지고, 오른쪽길은 협곡성 골짜기인 물침이골을 지나 주능선을 타고 동대산으로 오른다. 물침이골로 간다. 초입부를 제외하면 계곡을 기준으로 지그재그로 사면을 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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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물을 피해가야 할 정도로 유량이 풍부하다. 그리고 얼레지.
   
 
5분 후 제법 긴 너덜구간을 지나면 발아래 비탈진 계곡에 쌍둥이 모양의 두 줄기 실폭포가 시선을 당긴다. 계곡은 상류로 올라올수록 점차 그 양태가 달라진다. 폭이 좁아지면서 수량이 줄어들고 바위에 푸른 이끼가 많이 보인다. 규모만 작을 뿐 한라산의 탐라계곡이 연상될 정도로 비경이다.

이젠 계곡을 버리고 왼쪽으로 난 가파른 사면을 따라 능선으로 치고 오를 차례. 이 지점은 물침이골에서 약 35분 정도 거리로 아주 긴 나무가 쓰러져 이끼가 낀 점이 특징이다. 이 길이 이번 산행에 중요한 지점.

지금까지 비교적 여유로웠던 계곡길과는 달리 아주 가파른 된비알이다. 이렇게 20분 헉헉거리면 주능선.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평탄한 산길을 10여분 걸으면 좌측에 동해바다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다시 20분 후면 마침내 동대산 정상(791m) 겸 헬기장. 일망무제의 조망. 동해바다가 일자로 시원하게 열려 있고 남으로 천령산 매봉 내연산 향로봉 삼지봉이 선명하고 저멀리 대구 팔공산이 아련하다. 북으로는 팔각산과 주왕산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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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산 정상과 바데산 가는 길에선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바데산 방향은 진행방향 기준으로 직진이다. 초소를 지나면 바데산 갈림길. 직진하면 내연산 삼지봉이니 버리고 왼쪽 바데산, 정암리 방향으로 내려선다. 오른쪽엔 동해바다, 왼쪽엔 우리가 온 능선이 보인다.

길찾기에 유의해할 지점이 한곳 나온다. 바데산 갈림길에서 25분쯤 뒤 무명봉에 오르면 왼쪽에 확트인 능선이 보인다. 바데산 능선으로 가는 길이다. 급경사 내리막길이면 맞다. 직진하면 포항 청하 방면.

15분 뒤 십자로 안부에선 직진한다. 왼쪽길은 경방골에서 올라오는 길이니 유의할 것. 왼쪽 멀리 동대산 정상이 보인다. 능선을 따라 다시 20분 정도 진행하면 비로소 정면에 바데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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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산 및 바데산 정상.

바데산 정상 밑 학성바위, 일명 쌍바위를 왼쪽으로 에돌아 전망대와 묘지를 지나면 바데산 정상(646m). 정상석 대신 초라한 나무 표지판이 외로이 서있다. 주변 나무에 가려 전망은 좋지 않지만 나무 사이로 그 나마 동해바다를 한번 더 볼 수 있다.

하산은 정상목을 보고 왼쪽길로 내려선다. 길이 가파르니 유의해야 한다. 30분뒤 우측에 마을이 보이고 다시 25분뒤 비포장도로인 옥녀교 옆 간이 화장실로 산길을 벗어난다. 여기서 들머리 신교까지는 5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옥계37경 손때 덜묻은 청정산


동대산은 낙동정맥에서 곁가지를 친 괘령산~샘재~매봉~향로봉~삼지봉으로 그 능선이 이어져 낙동정맥과 마주 보고 있는 산이다.

경북 포항시 죽장면과 청하면, 영덕군 달산면에 걸쳐 있는 동대산은 각종 동식물의 보고로 한때 학계의 지대한 관심 속에 학술조사가 이뤄진 '청정의 산'이다. 아직 '한국의 산하' 등 산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등록되지 않을 정도로 덜 알려져 있다. 바데산도 마찬가지. 기온이 부쩍 올라가기 시작하는 지금부터 무더위가 한창인 8월까지 찾을 수 있는 산으로 추천한다.

산행 들머리인 (옥계)신교에서 바데산~동대산~삼지봉을 잇는 종주코스는 건각을 위한 코스로 적극 추천하며, 경방골~동대산~폭포를 거치는 4시간 정도의 가족 산행코스는 원점회귀 산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상옥리에서 옥계로 이어지며 동대산을 둘러싸고 있는 대서천은 하늘만 빠끔히 열리는 오지의 골짜기. 지금은 개발의 미명아래 비포장도로가 열렸다. 이 때문에 토사가 계곡 곳곳을 오염시키며 또 하나의 절경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과거 많은 시인묵객이 대서천과 옥계천의 합수점 인근에 '옥계37경'을 정해 풍류를 즐기며 세월을 잊었다. 일월봉(日月峰) 팔각봉(八角峰) 복룡담(伏龍潭) 천연대(天淵臺) 부벽대(俯碧臺) 삼층대(三層臺) 세심대(洗心臺) 탁영담(濯纓潭) 학소대(鶴巢臺) 병풍대(屛風臺) 구정담(臼井潭) 존심대(存心臺) 선인굴(仙人窟) 강선대(降仙臺) 풍호대(風乎臺) 등이 그것으로 산행후 가족과 함께 계곡의 물소리, 바람소리에 마음을 씻어보자.

◇ 교통편 - 부산~영덕 시외버스 30분간격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북 영덕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시외버스는 오전 5시56분, 6시9분, 6시22분, 7시5분, 7시52분, 7시59분, 8시36분, 9시9분, 9시41분 등 30여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만600원. 2시간30분~3시간 걸린다. 영덕시외버스터미널에서 들머리 입구인 옥계상회(옥계계곡 또는 원담)까지 시내버스가 운행된다. 오전 6시45분, 8시10분, 9시50분. 2630원.

옥계상회에서 영덕시외버스터미널행 시내버스는 오후 4시35분, 6시35분, 7시45분(막차)에 있다. 영덕시외버스터미널에서 노포동종합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40분, 5시32분, 6시4분, 7시4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경주IC~울진 포항 7번 국도~울진 영덕 28번 국도(포항 우회도로)~울진 영덕 7번 국도를 타고 가다 삼사해상공원을 지나 만나는 첫 삼거리에서 달산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이후 옥계 주왕산 방면으로 다시 한번 좌회전하면 옥계상회에 닿는다.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 이창우 산행대장

근교산&그너머 <435> 영덕 팔각산

한발짝 한발짝 仙界를 향해…변화무쌍한 기암괴봉들

동해 바다·금빛 호수의 장관

파노라마 펼쳐진 산의 미학
산행 만족도 100% 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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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산 여덟 봉우리에는 안전시설물이 설치돼 위험하지 않다.


경북 영덕 팔각산(八角山·628m)과 전남 고흥 팔영산(八角山·628m), 전북 진안 구봉산(九峯山·1002m)의 공통점은.
산 이름 앞의 숫자만큼 기암괴봉이 한 줄기 능선 위에 병풍처럼 우뚝 솟아 비경을 선사한다. 하나같이 험준하고 변화무쌍한 암봉이 연출하는 풍광이 기가 막히다. 해서 산깨나 탄다는 부산을 비롯한 전국 산꾼들의 산행 목록에 반드시 들어있다.
조망의 시원함도 갖췄다. 험난한 날등 위를 걷노라면 파도치는 바다를 원없이 볼 수 있다. 팔영산이 다도해 국립공원, 구봉산이 바다에 버금가는 용담호의 금빛 물결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팔각산은 망망대해 동해바다의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본다.
산행 만족도 면에선 거의 100%. 거친 암봉을 오르내리다 보면 무척 고되지만 힘든 만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입소문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
영덕 팔각산은 여기에 숨은 보석이 두 어개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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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산 들머리인 108계단(왼쪽)과 안전시설물.

바위산이 대개 다리품을 팔며 암릉을 오르내리다 그냥 하산하는 반면 팔각산은 산행 도중 계곡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침수정을 비롯, 옥계37경을 보듬고 있는 옥계계곡은 들머리로 가는 도중이나 산행 중에 볼 수 있고, 하산길의 산성골은 엷은 그린색의 특이한 반석 사이로 수정같이 맑은 계류가 흘러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또 있다. 숲이 일품이고 길섶엔 야생화 천국이다. 여덟 개의 암봉을 넘으면 삼림욕장을 방불케 하는 길이 2.9㎞ 구간의 울창한 숲이 이어진다. 소중한 수목으로 대접받는 운치있는 홍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때론 발목까지 덮는 카키색 낙엽길도 덤으로 남아 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발에 차이는 게 야생화라 할 만큼 가지 수와 수량이 풍부한 데다 오동나무꽃과 쪽동백꽃 등 평소 보기 힘든 꽃들도 감상할 수 있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결국 팔각산은 암봉과 조망 계곡 숲 그리고 야생화로 이어지는 흔치 않은 산행지로 이맘 때 꼭 한번 등반하길 강력 추천한다.
산행은 영덕 달산면 도전리 옥계유원지 팔각산장 주차장~108계단~1봉-8봉(팔각산 정상·628m)~팔각산장 갈림길~독가촌~산성골 시작~개선문(독립문)~제2목교~제1목교~팔각산 출렁다리~옥계유원지 관리사무소 순.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6시간 걸리며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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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계팔봉’이라고도 불리는 팔각산은 원래 옥계계곡의 유명세를 타고 세간에 알려졌다. 그러나 오지였던 산성골이 최근 하산로로 반듯하게 정비되면서 이제는 자신의 이름으로 명산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행은 첫 걸음부터 숨가쁘다. 주차장에서 오른쪽 물길을 따라 50m쯤 가다 개울을 살짝 건너면 암벽에 설치된 108개의 철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헉'하고 숨이 턱 막히지만 동시에 한 폭의 동양화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묘한 느낌도 든다.
철계단을 올라서자 설상가상. 가파른 된비알이 15분 정도 이어진다. 무덤을 지나면서 왼쪽 산허리를 도는 오솔길을 만난다. 5분 뒤 사거리이자 ‘팔각산 1.9㎞'라 적힌 첫 이정표. 우측길은 도전리에서 올라오는 길.
이제 팔각산의 험난한 8봉으로 향한다. 거친 암봉이지만 애기 손목 굵기의 밧줄과 안전시설물이 적절하게 설치돼 못오를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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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 만나는 독가촌(왼쪽). 최근에는 슬레이트 지붕으로 개량했다. 하산길인 산성골의 비경.


1봉에는 뜻밖에 이를 알려주는 이정석이 서 있다. 2, 3, 4, 5봉은 왼쪽 반시계 방향으로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우측 저 멀리 바데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후 산행은 줄곧 밧줄에 의지하지 않으면 곤란할 정도로 사실상 암벽등반이다. 심한 경우엔 70도 정도의 암벽을 오르내려야 한다. 그렇다고 전문 산악인들만의 그런 코스는 결코 아니다.
안테나가 옆에 있는 2봉까지는 그런대로 올랐지만 3봉은 월악산 정상인 영봉이 생각날 정도로 한참 내려섰다 다시 밧줄에 의지해 올라선다. 이건 2년전 이야기. 하지만 지금은 위험구간으로 출입을 통제해 우회해야 한다.
귀띔 한 가지. 산행팀은 8봉인 정상까지 오르면서 4봉과 6봉을 알려주는 이정석을 보지 못했다. 가로 20, 세로 15, 높이 5㎝ 정도의 잇단 이정석은 출처가 불분명한 데다 박힌 위치마저 어정쩡해 사실 100% 믿을 수 없었음을 밝혀둔다.
7봉에선 동해바다가 출렁이는 가운데 내연산 삼지봉 향로봉 괘령산 동대산과 그 우측 낙동정맥의 능선이 확인된다. 정상인 8봉은 암봉이 아니라 밋밋한 둔덕을 이룬 육산의 형태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하산은 정상석을 보고 왼쪽으로 열린 길로 내려선다. 10분 뒤 갈림길. 왼쪽은 들머리인 팔각산장 주차장으로 가는 길. 팔각산의 새로운 진면모 산성골로 가려면 직진한다. 이때부턴 울창한 숲과 야생화 천국.
산성골이 시작되는 독가촌까지 1시간10분 소요되는 이 구간에는 홍송과 신갈 굴참 등 낙엽교목 그리고 둥굴레꽃 은방울꽃 천남성 족도리풀 갯완두 미나리냉이 쥐오줌풀 각시붓꽃 등 각종 야생화가 시종일관 눈길을 끈다.
민가인 독가촌은 짚으로 엮은 전형적인 초가집. 과거 한창 땐 10여 호가 살았다지만 지금은 50대 부부 한 가구만 홀로 산다. 농사도 지었을 만큼 평탄한 분지 주변에는 광대수염 벌깨덩굴 풀솜대 등 야생초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이어 산죽군락이 펼쳐지고 그 옆으로 오동나무꽃 쪽동백꽃 당조팝나무 연잎 꿩의다리 등이 만개해 있다. 평화롭지만 한편으론 어딘지 모르게 을씨년스럽다.
독가촌을 지나면서 산성골의 비경이 시작된다. 넓게 펼쳐지던 계류가 갑자기 좁다란 협곡으로 변하는가 하면 와폭에 이은 조그만 소(沼)가 탄성을 자아낸다.
계곡 좌우엔 부처손이 가득한 바위들이 병풍처럼 도열한 가운데 엷은 그린색 암반 위로 흐르는 수정같이 맑은 계류에선 한결같이 입을 다물지 못한다.
무주 구천동계곡의 나제통문을 연상케 하는 개선문 바위에 이어 국내에서 가장 긴 팔각산 출렁다리(길이 70m, 너비 1m, 높이 20m)를 건너면 사실상 산행은 끝. 독가촌에서 1시간40분. 도로변의 옥계유원지 관리사무소에서 팔각산장 주차장까지는 3.4㎞로 35분 정도 걸린다.(05. 5)

#떠나기전

팔각산의 들머리격인 옥계계곡은 팔각산과 동대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다. 조선시대 선비 손성을이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 계곡미에 반해 침수정(枕漱亭)이란 정자를 세우고 일생을 보냈다. 그는 경관이 뛰어난 37곳을 찾아 각각 진주암 병풍암 촛대암 강선대 등으로 명명해 후세에 '옥계37경'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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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손성을이 세웠다는 침수정(왼쪽)과 하산길에 만나는 국내에서 가장 긴 70미터의 출렁다리.

침수정은 가히 절경이다. 손성을이란 선비가 그럴 만도 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정면 2칸, 측면 2칸의 팔작기와집인 침수정은 아쉽게도 지자체에서 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해 거의 흉가와 진배없이 허물어져 가고 있다.

산행팀은 이날 침수정에서 너구리 한마리를 발견했다. 침수정을 맴돌다 산행팀이 다가가자 곧바로 계곡을 건너 도망갔지만 야생동물에서 볼 수 있는 기민성은 무뎌져 있었다.

사실 산행팀이 침수정에 갔을 때 마을사람 몇몇이 너구리 사냥을 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물론 그들은 산행팀이 다가가자 곧 뒷걸음질 치고 사라졌다.

기자는 산행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기도했다. 위장에 좋다는 너구리이지만 침수정을 놀이터 삼아 계속 삶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교통편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영덕행 버스는 오전 7시5분, 7시52분에 출발한다. 3시간10분 걸리고 요금은 1만1600원. 이 버스는 포항 영덕 진보를 거쳐 안동이 종점이다.

들머리인 팔각산장 주차장은 영덕에서 옥계행 버스를 타고 간다. 오전 8시10, 9시50분. 3110원. 30분 걸린다. 영덕으로 나오는 버스는 오후 4시30, 6시30, 7시40분(막차)에 있다. 영덕터미널(054-732-7374)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30, 5시30, 6시, 7시5, 7시20분(막차)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경주IC~울진 포항 7번 국도~울진 영덕 28번 국도~울진 영덕 7번 국도를 타고 가다 삼사해상공원을 지나 만나는 첫 삼거리에서 달산 방면 좌회전~옥계 주왕산 얼음골 부남 방향 좌회전~팔각산장 주차장 순. 침수정은 팔각산장 못가 커브길인 옥계 덕성식당 맞은 편에 있다.

#맛집-영덕대게협동조합

영덕에선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대게를 잡을 수 있고 나머지 기간은 금어기다. 이 기간 동안에는 수입산이 유통된다. 하지만 드넓은 동해바다에서 일본배나 러시아배 또는 북한배가 잡으면 수입산이고, 우리 배가 잡으면 국산이다. 어찌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이 때문에 미식가가 아니고는 크게 맛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최근에는 영덕 강구항의 경우 영덕 배가 잡은 대게에는 국산임을 입증하는 초록색 라벨을 붙여주지만 인근 구룡포 등 외지배들이 잡은 대게에는 라벨이 없어 간혹 수입산으로 오해를 사기도 한다. 그 만큼 유통 및 판매 체계가 엉성하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100%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싸고 믿을 만한 대게집을 한 곳 추천한다. 영덕대게협동조합직매장(054-734-0691)이다. 경보화석박물관을 지나 삼사해상공원에서 300m 정도 못미친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맞은편엔 오션뷰CC여서 찾기도 쉽다. 전국을 대상으로 대게 택배를 전문으로 하며 유통단계를 줄여 생산자로부터 곧바로 들여오기 때문에 강구항 내 대게집보다 가격이 최고 30%쯤 싸다. 주인 노부부의 후덕한 마음 씀씀이에 반해 한번 이곳을 찾으면 단골이 돼 반드시 다시 찾게 된다. 번잡하지 않아 주인 노부부는 손님들을 위해 직접 가위로 대게을 먹기 좋게 잘라주며 먹는 방법도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게장살 비빔밥도 직접 만들어주며 다른 식당과 달리 젓갈 등 대여섯 가지의 밑반찬과 함께 나온다. 밑반찬은 모두 직접 농사를 지은 유기농이며 봄이면 산에서 직접 캔 냉이나 달래 등도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주문할 때 호주머니 사정에 맞게 국내산과 수입산을 적절히 배분하라고 알려주며 서비스 음식도 부담스럽게 많이 나온다.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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